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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키신저, 북한 김정은과 주한미군 바꾼다는데



'美·中빅딜론' 키신저 만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초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키신저 전 장관에게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외교 거물인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을 앞세워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른바‘빅딜론’을 주장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8군과 미 제18 야전포병여단은 21일 충남 대천 일대에서 비상전개 준비태세 연습을
 실시했다. 사진은 HIMARS(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가 서해상에 있는 직도를 향해
장거리 정밀탄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8






대한민국의 운명, 한반도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북핵 해법’ 들이 워싱턴 조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조하는 군사적 옵션은 물론, ‘북한 핵 폐기는 불가능하므로 보유를 인정하자’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은 철수’ ‘한반도를 일본과 중국 사이 중립지대로’ 등이다.


대개 중국을 상대로 한 타협안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30년간 북핵 문제로 씨름하는 동안 거론되지않았던 담론들이 수면위로 튀어나오는 것에 대해 위성락 서울대

 객원 교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 단계 진입으로 미 본토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극약 처방처럼 나오는 해법들”이라고 말했다.







10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93세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왼쪽)을 초청, 외교 정책 자문을 구하기 앞서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책 당국자들과 학계가 주목하는 게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밝힌 이른바 ‘키신저 솔루션’이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93세의 역전 외교 노장 키신저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관심은 더 커졌다. 키신저는 1969~77년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닉슨 시절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임)을

 지내며 소련과의 데탕트, 미ㆍ중 수교 협상을 주도했다.


이후 100여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국빈’ 대접을 받아온 그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하는 힘을 인정하고 대화·협력으로

새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키신저의 지론은 “세계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니 평화와 인류의 진보를 위한 새 세계질서 창출에 공동 노력하는 차원에서 미·중관계를 풀어야 한다”(9월 27일 미·중 대학총장 포럼)는 것이고, 그 핵심 무대를 한반도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4월과 9월 미국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방문 때 마다 키신저를 만나고 돌아갔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016년 12월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모습. 중국은 미중 수교의 주역 키신저를 중국의 '국빈'급으로 대접한다. [로이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016년 12월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모습. 중국은 미중 수교의 주역 키신저를 중국의
'국빈'급으로 대접한다.

[로이터]     
     


키신저는 리차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양대 외교 자문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인수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마음만 먹으면 전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특히 자신이 형성에 기여한 국제 파워 블록의 역학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며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회장을 국무장관으로 추천한 인물도 키신저라고 했다.

트럼프는 키신저 면담 사흘 뒤인 13일 이란과의 핵협정(2015년 7월 오바마행정부가 체결) 준수를 인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가 체결한 이란핵협정을 대놓고 비판해온 대표적인 인사가 키신저다.

키신저가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How to Resolve North Korea Crisis’란 제목으로 기고한 해법의 핵심은 ‘미·중의 빅딜(대타협)’이다.


▲북한 핵을 동결이 아닌 짧은 시간내 완전하게 비핵화하는 것을 ▲미·중이 공동 목표로 천명하고 ▲북한의 비핵화로

 초래될 (북한의)정치적 진화(political evolution, 문맥상 정권 붕괴로 해석) 이후 남북한 두 국가든, 통일 국가든 주한미군 주둔을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7월 말 키신저가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중이 사전 합의하면 북핵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책 조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이 해법은 키신저 입장에서 보면 1971년 키신저·저우언라이( 周恩来) 회담 이후 미·중이 유지해온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쿼’(Status Quo·현상유지)를 깨는 시도다.
 양국 수교 45년 만에 미국의 자리를 위협하는 넘버 2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을 태평양 동쪽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비정상국가’ 북한의 핵·미사일 본토 위협이란 변수를 반영해 구상해 낸 또다른 체스판인 셈이다.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저우언라이(오른쪽 두번째) 중국 수상의 정상회담 장면. 왼쪽 첫번째가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이다. 키신저는 1971년 7월 희말라야 산맥을 통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 저우언라이를 만나 닉슨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저우언라이
(오른쪽 두번째) 중국 수상의 정상회담 장면. 왼쪽 첫번째가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이다. 키신저는 1971년 7월 희말라야 산맥을 통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 저우언라이를 만나 닉슨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키신저안이 현재 미국의 안보 지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실화 되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신원식 고려대 연구교수(전 합참작전본부장)는 “60·70년대 ‘닉슨 독트린’으로 가동된 키신저의 전략은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 소련이었을 때 얘기”라며 “당시엔 베트남과 대만을 ‘손절매’하고 중국과의 수교를 활용했지만 현재 미국의
최대 위협이 중국이란 점에서 행정부가 키신저안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최대 전략 기지가 주한미군인데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도 활용가능한 ‘북핵’해결을 위해 주한미군철수 또는 감축이란 ‘당근’을 중국에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우려를 감안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키신저의 해법을 미 행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우려를 감안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키신저의 해법을 미 행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트럼프가 키신저를 만난 것은 내달 초 중국 방문을 앞두고 시진핑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트럼프·키신저 회동은 중국을 인정하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로 보인다”며 “미·중의 리더들이 ‘북한 붕괴로 이어질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한반도 새 질서 구축의 한 방안으로
테이블에 올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취임 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이란 핵합의 인증을 거부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온 트럼프는 기존의 익숙하지만 작동하지 않은 해법 보다는 지역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과감한 판짜기를 시도할 수도 있어 보인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목표가 북한 비핵화에 있고 이를 (어떤 식으로든)달성한다면, 비핵화한 김정은 체제는 존립이 흔들리는 ‘정치적 진화’를 겪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핵프로그램 개발에 국가의 총역량을 쏟아부은 북한의 핵이

무용화되면 내부 정치적 소요, 나아가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 역시 80년대 이후 남북간 체제 경쟁이 끝났는데, 북한이 그 힘의 균형을 ‘핵 무력’으로 유지한 상황에서 ‘비핵화된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가 키신저를 만난 것은 11월 초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가 키신저를 만난 것은 11월 초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1950년 6·15전쟁때 마오쩌둥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언급하며 참전했고, 이후 같은 논리로 핵을 가진 북한 체제도 엄호해온 중국이 키신저 해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위성락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북한 때문에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해법이라면 고민해 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의 북한 김정은에 대한 불만과 불신, 분노는 크지만 북한이 비핵화하고 친중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결국엔 한국 중심의 통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한다”며 “이런 우려를 고려한 주한미군철수 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키신저의 해법을 "전형적인 강대국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성룡 기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키신저의 해법을 "전형적인 강대국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성룡 기자  

        


키신저 해법의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키신저의 시각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김성한 고대 교수는
“미·중간 공감대가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 하지만 김정은 정권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는 식의 제안은 전형적인 강대국 논리이고 제국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위성락 교수는 “키신저는 자국 이익 중심으로 체스 두듯 외교를 해온 냉철한 현실주의자”라며 “꼭 키신저 안이
 아니더라도 향후 미·중간 대타협에 한반도 통일 배제 등 우리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도 있어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키신저가 세운 ‘위업’ 이면엔 종속 변수로 처리된 작은 나라들의 슬픈 운명이 있었다.

 미·중 수교시 대만에 대한 처리는 물론, 베트남 해법도 그랬다. 키신저는 1973년 1월 베트남에서의 전쟁 종결과


평화회복에 관한 파리협정 체결로 북베트남의 레 둑 토 총리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2년 뒤 4월 30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은 북베트남의 총공세로 점령됐다. 북베트남이 공격할 경우 미군 전력을 전폭지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미국을 원망할 남베트남은 사라졌고,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약속’은 없음을 증명한 한 사례로 남았을 뿐이다.




1975년 5월 패망한 남베트남 피난민들과 우리 교민들을 실은 815함이 부산항에 도착하고 있다. 당시 중앙일보 특종 사진이었다.

1975년 5월 패망한 남베트남 피난민들과 우리 교민들을 실은 815함이 부산항에
도착하고 있다.

 당시 중앙일보 특종 사진이었다.          


키신저는 주한미군의 전개 억제를 얘기하면서 “현재의 동맹관계를 변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김한권 교수는 “키신저는 중국의 영향력 저지 차원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의미있는 수준으로 감축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유지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방안은 우리의 안보에 있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치밀하게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체계를 완전하게 갖추기 전 미국은 대 중국 압력 강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18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자신의 2기(5년)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한 후 미국과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헨리 키신저. [EPA=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EPA=연합뉴스)



키신저의 조언 “북핵문제 적당히 타협 말고 완전히 끝내야”


면담·언론기고로 본 키신저 대북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윤병세 만나
이란처럼 핵동결해 여지 줘선 안 돼




내치(內治)뿐 아니라 외치에서도 ‘독주’ 스타일이란 평판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분야의 조언을 구하는
인물이 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불리는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CFR) 회장과 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사진)
전 국무장관이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의 만남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식 발표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초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 대한 자문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1969~77년 닉슨과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고, 재임 중 미국과 소련 간 데탕트, 미·중 간 비밀 수교 협상 등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 불확실했던 후보 시절부터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대북관을 한국 당국자들이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난 4월 말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미국을 방문했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키신저 전 장관을 비공개로 만나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문제와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언급하며 닉슨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에 있어 적당히 타협하는 것(doing half-way)과 완전히 끝내는 것(doing it completely)은 사실상 비용은 거의 똑같이 드는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큰 차이를 만든다”는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이란 핵 합의는 이란의 핵 능력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동결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본다.

북핵에는 이런 여지를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핵 협상이 시작된다면 이는 동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명백히 핵 폐기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그가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기고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는 “동결이 궁극적 비핵화로 이어

지는 중간 단계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이는 기술적 측면에만 제약을 가해 지정학적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이란 핵 합의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결의 수준과 검증 방식 등을 정하는 사이 북한은 핵을 완성하는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어 “(동결을 중간 목표로 한) 단계적 진행은 오로지 단기간 내에 북한의 핵 능력을 충분히 감소시키는 게 가능할 때만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키신저 전 장관의 지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중국의 강한 대북 압박을 끌어내려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옵션까지 포함한 ‘북한 붕괴 이후 시나리오’를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이른바 ‘미·중 빅딜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시각에 대해 국내에서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미·중이 이 같은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키신저 전 장관은 공화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동맹 중시파이며 오랜 세월 중국의 영향권 내에서도 독립을 유지해 온 한국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간 빅딜은 트럼프 대통령도 염두에 두고 있는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옵션”이라며
 “우리가 먼저 북핵이 사라진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구상을 미국에 제시하고 ‘이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을 긋는 등 적극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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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익 위해 대만·베트남 버린 키신저, 한국은…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중 빅딜' 훈수가
예사롭지 않아 외교가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을 놓고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중국에 약속해 주라"는 키신저 구상이 은밀히 무르익는 '전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키신저는 살아 있는 국제외교의 전설로 통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선 약소국을 짓밟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이자 비밀외교의 신봉자라는 평가도 많다.
 역사를 바꾼 키신저 외교의 밑바탕에는 미군 철수, 당사국 배제, 중국 편향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대만과 남베트남은 키신저식 '빅딜'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꼽힌다. 대만은 키신저가 유도한 미·중 관계 개선으로 인해

국제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나라다.

키신저는 1972년 리처드 닉슨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도록 해 미·중 공동성명

(상하이코뮈니케)을 이끌어냈다.


이 성명에는 중국 대륙·홍콩·마카오·대만을 통치하는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다는 내용과 미군이 대만으로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약속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이 합의는 7년 후인 1979년 미·중 수교의 시금석이 됐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 속에 당사자인 대만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남베트남의 사례는 더 극적이다. 키신저는 끝나지 않는 베트남전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미국을 끄집어내기 위해

1973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북베트남 정부와 회동한 뒤 평화협정(파리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남베트남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키신저에게 남베트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키신저는 이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만, 그의 영광 뒤에 홀로 남겨진 남베트남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키신저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을 확대했으며 핵무기 옵션까지 거론하는 무리수를 뒀다.

키신저가 노벨상을 수상한 지 2년 만에 북베트남은 협정을 파기하고 총공세를 감행했으며, 고립된 남베트남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패망하고 말았다.

파리평화협정 체결 당시 키신저는 북베트남과 미군 철수에 합의한 뒤 남베트남에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침공할 시

미 해·공군 및 지상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막상 북베트남이 실제로 침공을 감행하자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키신저는 나중에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막지 못한 것은 미국 내의 평화운동 때문이었다"라고 남 탓을 했다.

키신저는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불리며 중국이 국빈으로 대접하는 VIP다.

1970년대 초 미·중 데탕트를 주도했던 그는 지금도 미·중 담판을 주장하면서 중국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폄하되기도 한다.

키신저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할 때마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 윤 전 장관과의 면담에서 키신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생각하고 있는 '북핵 동결'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키신저가 당시 "핵동결과 핵폐기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비슷하나 그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며 "핵동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키신저는 '핵동결'로 끝이 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파기를 주장하고 있는 '이란 핵협상'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키신저에게 우리 정부 측에서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면서 "중국의 협조 없는 한반도 통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중국에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가 필요한데 한반도 통일은 이런 중국의 이익에 어긋나며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것이다.


이는 키신저가 한국은 물론 남북 모두를 동북아 역학구도의 핵심 당사자가 아니라 미·중의 '종속 변수'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키신저 구상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수용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약화를 초래해 우리 안보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9월 한 세미나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간의 대타협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이 한국의 이익을 미·중 거래로 희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경제적 이득을 최대 목표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볼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정부는 미·중의 대타협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두고 국익이 희생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코리아패싱 여부는 결국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대북 독자제재를 포함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늘려야 한국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키신저가 주장하는 미·중 간 빅딜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대북 제재

압박 국면에서 한국의 엇박자 행보는 한미 간의 '감정적 이탈'을 초래해 미국의 독자행동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국제

사회 대 북한이라는 대북 압박 국면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 박태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협상술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 없는 언행으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주력한다는 평이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협상술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 없는 언행으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주력한다는 평이다.


[중앙포토]




한반도 철수 작전(NEO) 훈련 장면.


사진=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