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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북한의 비핵화 트럼프, 무지하거나 김정은에 세뇌당했거나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정면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정면 왼쪽 두번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 브리핑을 열었다. 외교부 제공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정면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정면 왼쪽 두번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 브리핑을 열었다.


외교부 제공




북 비핵화 진전없자..미, 대북 제재로 압박 시동



북-미 정상회담 뒤 비핵화 협상 제자리걸음
한-미 외교, 유엔 안보리 이사국 브리핑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 유지돼야"
폼페이오 "엄격한 제재 이행이 중요" 강조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방식으로 정체 국면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미 외교장관이 정상회담 이후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강 장관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공동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했듯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요구에 단결해

있다”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엄격한 제재 이행이 주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 이사국들,

 더 나아가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은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는 그들이 계속 그 약속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제재가 이행되지 않을 때, 성공적인 비핵화의 가망성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등의 제재 완화 움직임을 차단하고, 대북 협상력을 재고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강조한 점은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금 북한은 유엔이 정한 상한선을 훨씬 넘는 석유제품들을 북한으로 불법 밀수하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적은 올해 첫 다섯 달 동안 최소 89차례 이뤄졌으며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

에게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을 막는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바리며, 그들이 이행 노력 또한 배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공동 회견에 나선 니키 헤일리 미 유엔대표부 대사는 나아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모든 정유제품의

추가 제공 중단을 요구했으나 어제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막았다”며 “우리는 오늘 중국과 러시아가 이 상황에서 좋은

 조력자로 남도록 압박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유엔대표부는 미국이 앞서 제기한 북한의 정유제품 밀수 의혹에 대해 ‘의혹 조사’ 시간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밖에도 해상을 통한 북한의 석탄 밀수, 국경을 통한 밀수를 비롯해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부

국가에 존재하는 점도 짚었다.

 또 그는 “북한의 사이버 도둑과 다른 범죄 행위들이 정권을 위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전망에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북한이 유엔에 ‘친구’로 서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제재 이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길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정말 꽤 간단하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비핵화의) 범위와 규모는 합의돼 있다.


 북한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세계에 자신이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공동브리핑에 앞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연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북 제재 유지 기조에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견인해

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는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잠정 중단 의사를 발표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서 만큼은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이 있을 때까지 완화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를 이어가며 미 행정부에서 ‘최대의 압박’과 같은 표현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점에 비춰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겼다고 풀이된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 미국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각)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의 ‘현실 인식’을 하게 돼, 최근 공개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시간표는 없다” “협상이 진전

하고 있다”는 등 속도 조절용 발언을 하고 있지만 언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작년엔 제재에 싱가포르 회담 계기로는 대화에 몰입했다”면서 “지금은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실적이고 정교한 협상의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불러 대북 제재를 재확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제재가 미국의 가장 강한 레버리지(지렛대)이기 때문에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완화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최근 제재 완화 분위기 등에 미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미국은 현재 북한을 다룰 수 있는 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부분, 즉 대북제재와 관련됐다고 보기 때문에 기존의 제재를 유지 강화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비핵화로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저지에서 주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비핵화 협상 교착에 트럼프 발끈…
美 정부 제재 구멍 단속 주력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지연 전술을 펴는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분노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부터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분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시간 끌기에 대응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이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상황을 매일 물을 정도로 열중하고 있지만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해 발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백악관 참모 등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종 방송 인터뷰마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회담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는 북한이

약속한 조치나 비핵화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은 언론에 대한 짜증과 겹쳐 있다”고 전했다. 북미 협상에 대해 회의론을 쏟아내는

미국 언론의 비판이 못마땅한 상황에서 북한 역시 늑장만 부리고 있어 말 못할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참모들의 기류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6, 7일 이뤄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의 3차 방북에서 북한이 싱가포르회담 합의사안인 미군 유해 송환 문제조차 준비돼 있지 않다며 지연시켜 미국 측 관리들의 화를 돋구게 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측은 협상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협상을 방해만 하는 것으로 보고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시간 끌기에 번번히 당하는 형국이 전개되자 트럼프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0일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을 방문해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대북 제재의 구멍을 차단하는 데 팔을 걷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의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브리핑을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브리핑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제재의 전면적 이행이 전적으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유엔 대북제재위 의장인 카렐 판 오스테롬 주유엔 네덜란드 대사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브리핑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는 최종적이고 검증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일치단결돼

있다”며 “이를 위해선 대북 제재의 엄격한 이행이 결정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재가 이행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비핵화에 대한 전망은 줄어든다”며 회원국들의 경각심을 거듭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대북 협력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일부 제재 유예를 희망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견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강경 발언 탓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공동 브리핑 후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사회에 확인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의 구체적인 행동을 견인해 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특히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선박간 환적을 통한 정유 밀거래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기업 등과의 밀거래를 올해 정유 공급의 상한선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 추가 공급 중단을 요구

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정보가 불충분하다며 버티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지키고 비핵화를 하는 데서 우리를 돕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비핵화 안 급하다는 트럼프, 뒤에선 "왜 더딘가" 분통



WP, 유해송환ㆍ동창리폐쇄 안 되는데 좌절
북 협상대표 김영철 "권한없다" 지연전술에
'스파이 대신 협상가' 이용호 외무상 교체론




비핵화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정말 급할 게 없다.”(16일 CBS 방송과 인터뷰) 

“미사일 엔진사이트는 어떻게 됐나. 왜 협상 진전이 없나.”(21일 워싱턴포스트 보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얼굴 중 어느 쪽이 진짜일까.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정신이 사로잡혀 있고 매일 보좌진들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며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함께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데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주말 보좌관 회의에선 협상에 새로운 긍정적인 진전 사항이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보좌진 6명, 국무부 관리들과 외교관들이 익명으로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대북 협상의 속내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ㆍ미간 회담이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홍보에 열중하지만 사석에선
즉각적인 진전이 없는 데 화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한 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즉각 이뤄질 것이라고 했던 한국전 실종 미군 유해 200여
구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파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에 미국 언론들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긴장을 축소한 것보다는 비핵화 시간표를 포함한 구체적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부정적 보도에 집중하는데도 격앙돼 있다고 한다.
 
미 정보기관 관리들은 ‘강선’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들을 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외교관들은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3차 방북 이후 후속 회담은 취소한 채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기본적인
통신망조차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협상가들은 북한 협상팀의 지연 및 혼란전술이라는 완강한 저항에
직면한 상태라고 한다.
 
분노한 트럼프의 모습은 직전 CBS 방송과 인터뷰와는 정반대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심지어 우리가 만나기도 전에 미국인 인질 석방을 매우 빠르게 조치했다. 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나는 김 위원장 본인을
위해 굉장히 똑똑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진짜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사이 보이지 않는 막후에선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6~7일 3차 방북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비핵화의 리스트ㆍ시간표와 유해송환 등의 구체적인 이행 약속을 받으려고 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아직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약속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3일 3차 방북때 평양 순안공항에 마중나온 이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실제 회담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가운데)이 협상 대표로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함께 참석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3일 3차 방북때 평양 순안공항에 마중나온 이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실제 회담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가운데)이 협상 대표로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함께 참석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 관리들 사이에선 북측 협상대표인 김영철 부위원장 교체론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엔 김 부위원장은 비타협적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매우 분명한 지시 없이는 협상을 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자신이 협상 대표면서도 구체적 사안을 제기할 때마다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할 아무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좌절한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협상 대표를 이용호 외무상으로 교체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신문에 “북한에서도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이용호 외상으로 협상 대표 교체 논의가 있는 것 같다”며 “이용호 외무상은 비핵화 협상에 밝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반면 김영철은 협상가가 아닌

스파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무지하거나 김정은에 세뇌당했거나


● 긍정적 전망하되 함정·불안 요인 따져볼 때
● 중국核 인정→대만과 단교→美中수교 남 일 같지 않은 까닭
● 최악 결과는 북핵 인정한 상태의 북·미관계 정상화
● 돈벌이 계산·리얼리티 쇼 허장성세 아닌지 살펴야



6·12 북·미 정상회담 평가를 놓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역사적 의미를 함부로 폄훼할 까닭도 없고 회담 성과를 억지로 과대포장해서도 안 된다.
지금의 한반도 현실과 비핵화 가능성, 후속 회담 진행 상황을 냉정하고 신중하게 분석하고 전망하면 될 일이다.

엄연한 현실에 발 디디고 서서 긍정적 전망을 하되 예상되는 장애물과 우려 사항에 충분히 귀 기울이면 된다. 과도한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이 아니라 현실의 함정과 불안 요인들을 차분히 따져볼 때다.


북·미 협상을 보는 시선 : 낙관과 비관 그리고 현실

북·미 정상회담을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의 당사자로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가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다.
전쟁 당사자였고 지금도 전쟁 상태가 지속 중인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악수하고 웃는 모습 자체가 성공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1989년 미소 정상의 몰타회담과 비교한다.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냉전의 종식을 선언한 것만으로도 몰타회담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7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 정상이 만나 합의문을 낸 것만으로도 싱가포르 회담은 역사적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몰타회담과 견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비교의 기준을 잘못 잡은 과도한 평가다.
 몰타회담은 당시 냉전의 한 축이던 소련의 개혁·개방과 동유럽의 급변 상황에서 미소 정상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가졌다.

몰타회담은 소련의 비핵화를 다룬 게 아니었다.
이후 소련은 개혁·개방의 여파로 연방이 해체됨으로써 사실상 냉전이 종식됐고 러시아는 그대로 핵무기를 보유했다.
몰타회담이 냉전 종식의 계기였다는 평가는 바로 그런 의미다.  

북한은 미국과 냉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대국도 아니고 스스로 개혁·개방해서 체제 전환에 놓인 나라도 아니다.
 미소회담과 북·미회담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6·12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협상이 본질이자 시작이고 최우선의 과제다.

전혀 다른 성격, 전혀 다른 목표의 회담을 비교하면서 적대 국가의 정상이 만났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냉전 종식의
 성과로 과대포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회담의 본래 목표였던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만남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다.



닉슨-마오 회담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1972년 2월 21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오른쪽)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 초대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리퍼블릭 웹사이트 캡처]

 

1972년 2월 21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오른쪽)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 초대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리퍼블릭 웹사이트 캡처]



몰타회담과 유사한 역사적 회담이 하나 더 있다. 1972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냉전의 최고조기에 이른바 데탕트라는 역사적 물줄기를 이끌어낸 만남이다.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진 않았지만 1979년 역사적인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북·미 정상회담이 만남 자체만으로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하는 성과라고 자평한다면 사실 북핵 문제는 끼어들 틈이 없다.
1972년 미·중 정상회담도 이후 미·중관계 정상화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냈듯이 북·미 정상회담도 비핵화의
구체적 성과는 없을지라도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룬다면 동북아 질서는 완전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1972년 미·중 정상회담은 당시 중국이 확보한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 및 수소탄과 인공위성)을 사실상 인정하고
국교 수립을 하는 역설적 결과였다.
 더구나 1979년 미·중 수교 직전 미국은 대만에 단교를 선언했다. 중국이 양탄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서 미·중 수교가 이뤄진 것이다.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끔찍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성과보다 적대 관계 해소에 방점을 찍은 후 만남 자체만으로 떠들썩하게 성과를 자평한다면 향후 북핵을 사실상 인정한 상태에서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는 최악의 역설적 결과를 예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 환하게 웃고 스킨십을 하고 별 내용 없는 합의문에 서명하고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고 흥분
하는 것은 이 회담의 본래 목표를 상실한 지나친 감정 몰입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는 진정성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소련 붕괴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진정성이 아니라 엄연한 세계사적 흐름이거역할 수 없는 방향을 만든 것이고, 미·중관계 개선은 미국이 대(對)소련 포위 전략으로 중국을 우군화하겠다는 국가 전략적 접근이었을 뿐이다.

북·미 정상이 진정성을 갖고 친하게 지내자고 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는 건 결코 아니다. 현실 아닌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근본 목적이 비핵화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가역적 회귀로 귀결된 25년 역사

북·미 정상회담이 향후 비핵화와 관계 개선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북핵도 폐기하고 적대관계도 청산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몰타회담이나 미·중 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요란스럽게 만남 자체에 흥분하는 것에 비하면 그 나름대로 현실적인 시선이다.

즉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할 것이고 비핵화에 맞춰 관계 개선과 안전보장이 교환되기에 협상이 마무리되고 합의가
 최종 이행될 때면 북핵이 완전 폐기되고 동시에 북·미 적대관계도 해소됨으로써 평화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시대가
시작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그리 나쁘지 않은 전망이다.  

이 시선을 좇더라도 이번 6·12 회담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핵화와 관계 개선의 병행 추진은 그동안 북핵 협상에서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한 방식이다. 김정은이 잇따른 방중에서 시진핑과 합의한 ‘단계적 동시 조치’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제네바 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그간 북한과 체결한 합의문은 모두 동시 병행이었고 단계별 행동 대 행동의 교환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지난 25년 동안 실패로 판명 났고 중도에 결렬되고 폐기됐음을 우리 모두 목도한 바 있다.  

비핵화와 관계 개선까지 단계를 설정하고 단계마다 동시 보상 조치가 교환되는 방식은 진행 과정에서 불신이나 갈등이 재연됐을 때 여지없이 이행은 중단되고 과거로 원상 복구됨으로써 언제나 가역적 회귀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른바 불가역적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이라는 원칙을 양보하고 북한이 시종일관 요구해왔던 단계별 행동 대 행동의 동시 조치라는
접근법을 또다시 수용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2018년의 시도는 또 한 번의 헛수고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쓸모없는 카드 생색내며 내준 北

당장 북·미 공동합의문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루뭉술한 양측의 공동 관심사만 의제로 재확인하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것은 향후 비핵화와 안전보장이라는 두 목표를 정교하게 꿰맞춰가는 게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예고한다.

 이번 합의문에 당장 실천 가능한 의미 있는 내용은 미군 유해 송환밖에 없다.

 이마저도 트럼프는 마치 큰 선물을 김정은에게 받은 것인 양 과장되게 자랑하지만 그동안 북·미 협상 과정에서 평양이 가장 쉽게 줄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미군 유해 송환이었고 결코 공짜가 아님은 지난 역사가 다 아는 사실이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이라는 동시 병행 원칙이 미덥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당장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트럼프가
만천하에 자랑한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비핵화의 순서와 관계 개선의 순서가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맞물려 교환되더라도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이 우려스러운데 행동 대 행동의 교환에서 가당치도 않은 부등가(不等價)의 교환을 보란 듯이 해버린 트럼프가 향후 비핵화를 제대로 관철해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핵 실험장 폐쇄, 미사일 시험장 폐쇄는 사실상 북한으로서 더 이상 쓸모없는 카드를 생색내고 내주는 성격이 강한데도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선뜻 내밀었다. 한반도 정세에 무지하거나 김정은의 설득에 세뇌당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6·12 공동합의문의 빈약함을 애써 이해하고 향후 비핵화가 잘 이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더라도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교환되는 식의 동시 행동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사전에 문재인 정부와 조율하지 않고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을 불쑥 중단하기로 약속하고 기자회견장에서 그 훈련을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표현했다면 정말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6·12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은 애초부터 일관되게 기대해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의 선(先)비핵화 원칙을 포기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번 담판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굴복시켜 CVID를 받아내고 구체적으로도 김정은의 선제적 양보조치(Front Loading)를 얻어낼 것으로 대부분이 기대했다. 우리가 기대한 게 아니라 트럼프가 그렇게 하겠다고 반복해서 장담했고 그러려고 회담 취소 카드까지 쓴 것으로 평가됐다.

그동안 북핵 협상이 수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는 북한이 약속을 뒤집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곤 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반드시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 김정은의 분명한 굴복과 핵 폐기 약속,

구체적 실천을 얻어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한 것이다.



‘노력’한다는 문구로 정리된 ‘완전한 비핵화’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은 4·27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으며, 그것도 ‘노력’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은 4·27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으며, 그것도 ‘노력’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그런데도 막상 문서로 명기된 합의문에는 김정은의 어떤 굴복이나 양보도 없었다.
겨우 4·27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그것도 ‘노력’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공동 합의문의 논리 구조는 우선 북·미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 후 북·미 간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가 추동(promote)된다는 것이다. 

 합의 사항 순서도 관계 개선 및 평화체제 이후 비핵화 노력으로 돼 있다.
CVID의 선비핵화라는 애초 기대와는 완전 동떨어진 내용이다. 요란한 잔칫집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딱 맞는 경우다.
 두 정상이 만나고 웃고 식사하고 산책하고 캐딜락 문 열어주고 서명한 것으로 결코 비핵화는 진전되지 않는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병행한다 해도 과거의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합의문에 비핵화의 내용과 방식과 순서와 로드맵과
시한이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
그러나 6·12 합의문은 양측의 관심사항으로서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장 외에 새로 추가된 것은 전혀 없다.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는 혹평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말대로 합의문에는 없지만 약속한 게 있다는 장담도 사실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외교는 문서로만 말하는 것이다.
국가의 상이한 이해와 요구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데 문서가 아닌 구두약속을 철석같이 믿는다는 것은 외교에
존재할 수 없다.

말로는 무엇을 약속 못 하겠는가? 말로만 하는 약속을 못 믿기 때문에 외교협상의 결과물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고
그것도 두 나라의 언어 말고도 국제법적으로 해석이 가장 분명한 불어와 영어로 남기는 관례가 생긴 것이다.
구두약속의 위험성에 더해 김정은의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부등가 약속 교환의
위험성은 더더욱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할 뿐이다.

부등가 교환을, 그것도 구두로 덜컥 약속해놓고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장담하는 트럼프의 행동은 분명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허장성세에 불과할지 모른다.


합의문엔 없지만 ‘약속’한 게 있다?

6·12 정상회담을 보고 많은 사람이 감동하고 감격하고 흥분했으나 외교·안보는 엄연한 현실의 영역이다.
화면에 비치는 김정은의 웃음을 보고 그의 진정성을 확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트럼프의 환한 미소가 과연 비핵화를 확신하기에 웃는 것인지 그 특유의 돈벌이 계산과 리얼리티 쇼의 허장성세로
웃음을 파는 건지 우리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김정은이 드디어 핵을 포기하기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왜 그가 직접 말하지 않고, 왜 그가 직접 문서에 서명하지 않고 우리 정부가 나서고 우리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그의 진정성을
 의심 말라고 대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판문점 정상회담과 6·12 정상회담은 뉴스거리와 TV 화면으론 최고의 흥행이었고 때로는 감동이었다.
그러나 안보는 감동의 장면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이 세기의 담판인 이유는 그것이 바로 ‘비핵화’를 위한 담판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비핵화라는 목표를 최고 정상 간 만남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세기의 담판이고 세계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비핵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세기의 만남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외교·안보 현실에서 진정성과 선의는 설 땅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6·12 정상회담은 과연 비핵화에 얼마나 기여
했을까? 두고두고 곱씹어봐야 한다.




트럼프, 무지하거나 김정은에 세뇌당했거나

김근식 


 





▲ 북한이 조속한 남북 경제협력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비핵화 문제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고개론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편집자주/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주류 언론의 논조는 ‘북한을 결코 신뢰할 수 없다’며 ‘트럼프는 개인의 인기를 위해

모험을 하고 있다’는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와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소콜스키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실질적인 평화가 달성된다면, 비현실적인 CVID의 철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안전’이라는 목표가

 달성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해당 칼럼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원문은 Trump should learn to live with a nuclear North Korea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롤링 스톤스의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어”라는 고전적인 노래에는, “그렇지만 노력하면 때로는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라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후렴구가 있다.

 이 노래는 2016년 선거운동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트럼프가 사용했던 홍보음악이었다.


오늘,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평양을 빈손으로 떠난 바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그리고

다른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라면 그 가사에 주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 즉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얻어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의 목표, 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자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한 가장 덜 치욕스런 방법을 찾아내려 애써야 한다.

그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하고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2018.6.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

회담 합의문에 서명하고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2018.6.12ⓒ뉴시스



미국이건 북한이건 그저 원하는 걸 얻을 순 없다

트럼프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서둘러 선포하는 바람에, 미국은 오히려 협상에서

 패배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갇히게 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트위터에 “이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위협은 없다”고

글을 올렸는데, 그 결과 사람들의 기대수준은 한껏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북한 외무성의 무명의 관리가 폼페이오의 협상태도를 “강도 같다”거나 “암적”이라고 비난하는 상황 속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에 빠져 있다.


최근의 평양 방문에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을 직접 만나지 못했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줄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는

엘튼 존의 CD도 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북한이 그저 폼페이오를 데리고 놀았을 뿐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정은이 자기의 핵능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북한의 핵기반시설을 파괴할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허망한 사고다. 그런 일은 미국의 시간계획표 혹은 선호에 맞추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김정은이 원하는 것, 즉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의 종식, 안전보장,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남한으로부터의 미군의 철수, 외교관계정상화, 제재해제, 경제원조를 주지 않고, 다만 자신이 원하는 것,

즉 CVID를 “선불로” 일방적으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더 이상의 전진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목표 역시 (일방적으로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역시 롤링스톤스의 노래를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자기의 ‘최대목표’를 포기하고 북한과 주고받기 식의 협상을 해나간다면, 그리고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협상은 오래 걸리고 어려울 것이며, 빠르고 쉬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외교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CNN의 외교담당 선임기자인 미셸 코진스키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엘튼 존의 노래를 인용해

“그래요. 그것은 아주 아주 오래 걸릴 거예요”라고 했다.


첫 번째 단계는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북한이 현재 핵으로 무장한 국가라는 사실을 미국이 수용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그 조건은 미국과 남한과 북한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한 상태에서) 한반도의 포괄적인 안전보장체제와 화해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확정하는 것이다.


김정은을 핵과 분리시키는 것이 그의 위협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고, 트럼프의 외교적 업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겠으나, 핵무기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북한의 화학, 생물학 무기와 재래식 무기는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사실 이 무기들은 남한과 일본, 그리고 약 28,000명에 이르는 남한의 미군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비핵화에만 집착하는 것은 실질적인, 그리고 현실적이며 전략적인 최종 목표, 즉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북한사이의 전쟁위험을 줄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보다 안정되게 만든다는 목표를 약화시킨다.

북한의 현존하는 능력을 고려할 때, 비핵화는 목적에 이르는 하나의 수단이어야지 목표 그 자체여서는 안된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CVID에 대한 집착은 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을 논의에서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매우 까다롭고 정치적 폭발성이 있는 문제들에 대한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다.

 모든 협상들과 마찬가지로, 이 협상에서도 협상의 두 당사자들이 각자가 양보할 수 없는 최후 저지선에 마주칠 순간

이 올 것이다.


김정은에게 있어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핵에 의한 일정한 안전보장장치를 유지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사실 뿐 아니라, 김정은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가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그러므로 협상의 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CVID에 대한 집착은 트럼프가 좋아하는 “담대한 태도”에 흠집을 낼 뿐 아니라, 몇 가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첫째, 한반도의 미군과 그 지역에 있는 미국의 해군,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은 이미 효과적인 억제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오랫동안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지금은 폐기된 이란 협상과 매우 흡사한) 효과적인 검증수단에 대한 합의와 양보에 의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한계를 정하고 그것을 감축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남한과 북한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김정은은 안전하다고 느낄 것

이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핵무기가 없어도 북한과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인정받을 부분은 분명히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위협은 없다는) 최초의 주장, 서둘러 개최된 지난달의 정상회담, 그리고 대통령이 초기에 보인 선동적인 수사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사준비완료(locked and loaded)”,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로켓맨(Rocket Man)” 등의 표현으로 열띤 설전을 벌임으로써 전쟁의 위기를 과장했던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는 평화를 과장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정책실현을 위한 수단이 약화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무역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의 주요 후원자인 중국과 조성된 긴장관계, 남북화해를 목표로 하는 ‘햇볕’ 정책을 신봉하며 남북의 평화협상을 원하는 좌파적 성격의 대통령이 이끄는 남한, 그리고 비현실적인 목표에 토대한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방법이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또한 김정은에 의해 쉽게 농락당하는 사람이며,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하고 (특히 김정은이 갈구한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를 준 바와 같이)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합의와 관련하여 트럼프가 인정받을 부분은 분명히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관계를 변화시키고 공포를 믿음과 신뢰로 바꾸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에서 핵심적이다. 트럼프는 북한에 의해 억류되어 있던 세 명의 미국인들을 석방시켰고,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사실을 또한 이해해야 한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자기 정권의 존립을 위한 유일한 효과적인 보장책으로 간주한다.

그는 현재의 형태로의 북한이라는 국가의 존립이 더 이상 핵무기의 울타리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를 때까지

이 무기를 지키려 할 것이다.


그러한 인식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과 생산시설의 한계를 정하고, 그를 감축한다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확히 어떤 대가를 지불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믿을 만한 안전보장책을 제공하고, 제재해제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와줄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걸 의미한다.


만약 미국과 남한이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에 이르고, 비핵화의 목표의 대부분을 달성하며, 북한의 다른 측면의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고, 점차로 북한을 지역과 세계의 경제에 통합시키는데 성공한다면,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은 미국과 세계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직전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고 자평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한 정부는 폼페이오 일행의 협상 태도를 “강도 같다”고 맹비난했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오른쪽).


/ AFP PHOTO / POOL / Andrew Harnik






'비핵화 협상' 재개…北美 누구 탓?




'구체적 비핵화 조치' 필요한 美, '종전선언 논의 진전' 필요한 北


최선의 선택하며 대화는 교착…27일유해 송환 여부 주목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북미간의 이견이 노출되며 다시 교착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20일 제기되고

 있다.
스티브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현지시간으로 19일 미국을 방문 중인 여야 5당원내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북미 간 협상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멀 정무차관보 대행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7일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에 핵프로그램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이에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 조치, 종전선언 논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받아쳐 의견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고 멀 정무차관보 대행은 전했다.

폼페이오의 방북 후 미 행정부가 돌연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에 이 같은 협상의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주일 뒤인 13일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16일),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17일) 등 연일 비핵화 속도 조절론을 '설파'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비핵화는 복잡한 과정"이라며 "1년 내 비핵화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하며 조야에서 제기되는 비판론에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선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와 '청사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체제보장이 포함된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논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트럼프의 변심'이 우려되는 것이다.

북미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지만 그 결과 회담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양측이 재개에 합의한 이른바 '워킹 그룹' 실무 협의도 재개 시점에 대한 어떤 입장이나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북한이 지난 폼페이오 방북 당시 워킹 그룹 구성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워킹 그룹 구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요구했으나 어떤 인사가 나설지, 언제 재개할지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는 것이 아사히 신문 보도의 요지다.

아사히 신문은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작업을 늦추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정치적 결단 못지않게 비핵화에 들어갈 비용 등 실질적 문제에 대해 제각기 다른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파괴할 당시에는 250만달러가 들었는데 이런 것들이 수십 개, 우라늄과 핵탄두 관련 시설을 포함하면 수백 개나 남아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을 반복하며 본격화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연내 종전선언 논의 등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일련의 로드맵이 짜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고위급 회담의 첫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 사망 미군의 유해 송환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27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를 계기로 또 한번 대화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seojiba3@







합의문 서명 후 발언하는 김정은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합의문 서명 후 발언하는 김정은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