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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대통령 빽으로도 못 들어온다" 대기자만 1085명 서울요양원

60대 1인가구들은 먹거리가 해결되는 시장과 직장 근처에서 사는 경향을 보였다.



60대 1인가구들은 먹거리가 해결되는 시장과 직장 근처에서 사는 경향을 보였다.     

 



노인 관련 자료사진



노인 관련 자료사진ⓒ뉴시스







잡부로 파출부로 '늙은 싱글'의 비애



한겨레21] 60대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서울 강서구의 화곡동…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을까 두려워”





서울 강서구는 관악구(10만6865명)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1인가구가 많이 산다.

나이별로만 살펴보면 서울 자치구별 전체 1인가구 가운데 60대 1인가구의 비율은 도봉구가 가장 높다. 하지만 60대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강서구로 나타났다. 강서구청이 지난 8월 집계한 1인가구가 가장 많은 화곡1동 거리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끄는 빈 유모차가 아이를 태운 유모차보다 더 자주 눈에 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에서 집계한 60대 1인가구만 8724명에 이른다. 60대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강서구에서 중·장년층의 행동반경은 좁았다. 직장이나 학원, 학교에서 조금 멀더라도 집값과 물가가 싸고 교통이 편한 지역에서 살려는 젊은

1인가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겨레21>이 만난 중·장년층 1인가구는 일터와 먹거리를 해결하는 시장 근처에서멀지 않은 곳에 사는 경향을 보였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화곡1동이 기존의 화곡 1동과 7동을 합쳐 인구도 많은데다 임대주택이 많아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다”며 “서울에서 외진 지역이라 집값도 싸니까 어르신들이 모여 살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화곡역 근처만 10개 인력사무소

5호선 화곡역과 강서구와 맞붙어 있는 양천구 신월사거리에는 인력사무소들이 대거 모여 있다. 나이가 많고 기술이

없더라도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임시직 일자리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도 늘어나는 구조다. 화곡역 근처에 들어선 인력사무소만 10개가 넘었다.

 여자들은 가정부·파출부 인력사무소로, 남자들은 건설 인력사무소로 일자리가 갈렸다.


양천구의 한 건설 인력사무소 대표 하아무개(63)씨는 “강서구 바로 옆이어서 많을 때는 60대들이 30~40명씩 온다.

 하지만 60대 10명 가운데 7명꼴로 나이가 많아 일을 구하지 못한다”며 “새벽 5시부터 나와 차례를 기다리는데도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오후 5시30분께 박아무개(69)씨도 일을 마치고 강서구의 한 건설 인력사무소로 들어왔다. 일당을 받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공사장에서 건축자재를 치우며 이날 받은 돈은 13만원이었다.

박씨가 이 인력사무소에서 막일을 한 지도 5년째다. 용접공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감은 떨어졌다.

 이번에 들어온 막일도 10월5일까지였다. 당장 다음주부터 할 일이 없다. 박씨에겐 돈줄이 끊어진다는 뜻이다.


70대를 코앞에 둔 박씨는 공사장에서 사실상 끝물로 여겨진다.

공사장에서 60대는 한계 나이다. 일하다 다치면 오히려 시행사가 손해를 볼 수 있어 60대 고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강서구의 다른 건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공사장에선 70대부터는 아예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60대가 갈 곳은 동네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짓는 소규모 공사장들이다.

이곳에서도 60대는 잡부였다.

건축자재를 정리하고 빗질을 한다.

용접공인 박씨는 그나마 기술이 좋아 다른 사람들보다 길게 버틸 수 있었다.


일감이 생기면 인력사무소에서 박씨에게 연락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일감마저 떨어지면서 막일을 한다.

 박씨가 일당을 받으러 오기 전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젊은 사람으로 보내주겠다”며 다른 공사장 관계자와 통화했다.

퇴근길 박씨는 화곡본동 재래시장을 가로질렀다.

박씨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장을 보는 곳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값도 비싸고 이용하기도 번거로워 가지 않는 편이다. 중·장년층 1인가구 가운데 자동차를 가진

1인가구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일을 마치고 산책 겸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재래시장을 주로 찾았다.

현재 강서구에 등록 재래시장은 6개다. 미등록 시장까지 합치면 10개가 넘는다.


중·장년층 1인가구가 걸어서 장을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이 근처에  모여 있는데,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박씨는 음식 재료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반찬을 주로 샀다. 재래시장에는 ‘3개에 5천원’이라 적힌 반찬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배달 음식은 비싸서 입에도 못 대

박씨는 이혼하고 혼자 산 지 20년이 넘는다.

맛있지는 않더라도 입에 맞게 만들 만큼 요리 솜씨도 늘었다.

이날 저녁은 된장국에 밥이었다. 박씨는 일하는 날에는 저녁 한 끼만 집에서 먹는다.

 아침과 점심 두 끼는 공사장에서 먹는다. 배달 음식은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비싸 거의 시켜 먹지 않는다.


박길자 화곡중앙골목시장 상인회 사무장은 “나이 든 남자 손님이 혼자 장을 보러 오면 주로 반찬들을 조금포장해간다. 아예 육개장 같은 국 종류를 하루이틀 치 사는 경우도 많다”며 “재래시장은 혼자 사는 중·장년층에게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떠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고 했다.


재래시장을 가로지른 박씨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박씨가 인력사무소로 나서는 시각은 새벽 5시다.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간대여서 사무소까지 걸어간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체력이 달린다.

마을버스 정류장부터 박씨 집까지는 여덟 정거장 거리나 됐다. 박씨는 50~60대 초반보다도 체력이 떨어졌다.

 박씨는 마을버스 노약자석에 지친 몸을 구겨넣었다.


박씨의 집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임대해준 다세대주택 2층이었다. 아직은 계단을 올라가는 게 힘들지 않다.

 하지만 박씨는 이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다세대주택을 알아보려 한다.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70~80대를 대비해서다.

집은 방 3개에 부엌 1개, 화장실 1개였다.


 한 방에는 침대 하나 놓으니 양쪽 벽에 맞닿았다.

조금 더 큰 방에는 텔레비전과 장롱이 있었다.

박씨가 친구들이나 형제들을 만나러 집을 나서지 않을 때 이불을 덮고 누워 지내는 공간이다.

나머지 방에는 냉장고와 식탁이 놓여 있다. 냉동실에는 먹다 남은 반찬들이 얼어 있었다.


냉장실에는 소주 반병과 달걀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친구 부부가 챙겨준 묵은지 한 통이 냉장고 한 선반을 차지

하고 있었다.


직접 담근 차와 홍삼 2병은 박씨의 건강을 돌보는 음료들이다.

박씨는 집 앞 슈퍼에 소주 한 병을 사러 나갔다.

저녁밥에 곁들여 마실 반주다.





이젠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불안”


80대 1인가구가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했다.


80대 1인가구가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했다.    

      


박씨는 “친구들의 3분의 1가량이 혼자 산다. 나 역시 아마 앞으로도 혼자 살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만나는 여자가

있지만 각자 생활한다.

이제는 혼자 산 지 오래돼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80대 1인가구는 “60대 1인가구는 아직 애”라고 했다. 어린이 놀이터는 70~80대 1인가구에게도 놀이터였다.

 놀이터들의 한쪽에는 버려진 의자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놀이터에 설치된 운동기구들 역시 이들에게 유일한 운동기구였다.

60대 1인가구인 박씨는 집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1인가구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졌다.

반면 일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해야 한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손주를 키우는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눈칫밥을 먹지 않으려고, 이들은 녹슨 몸을 계속 움직였다.

40대에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다가 50대부터 혼자 지낸 김아무개(82·여)씨는 60대까지 식당 부엌에서 설거지를 했다.


경로당에서도 더 나이 든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먹을 밥을 지었다.

70대에는 공공 일자리로 길거리 청소를 했다.

김씨의 사실상 마지막 일자리는 민간 업체에서 하는 도시락 배달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이틀씩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


 김씨는 “노인들끼리 서로 챙기는 식”이라며 “몸이 불편해 잘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 집에 가보면 곰팡이가 슬고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혼자 사는 처지인 내가 보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도시락 배달도 85살까지 나이 제한이 있었다. 도시락 배달을 하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어서다.


이날 놀이터에 나온 박아무개(87·여)씨는 “85살까지 김씨와 같은 업체에서 도시락에 담을 요리를 만들다가 이제 나이가 많아 일을 못하게 됐다”며 “팔다리 모두 성한데도 찾아주는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놀이터 울타리엔 폐지 줍는 유모차만

김씨가 이날 도시락을 돌릴 집은 모두 다섯 군데였다.

김씨는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에 도시락들을 넣고 길을 나섰다.

 첫 집은 80대 할아버지가 사는 3층짜리 다세대주택 옥탑방이었다.


 도시락 배달하는 집들 가운데 유일한 옥탑방이었다.

옥탑방에 컨테이너를 덧대 부엌을 만든 집이었다.

30개 넘는 계단을 올라가는 김씨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직 노인정에 나가지 않은 80대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건네받았다.


두 번째 집은 70대 부부가 사는 집이다. 하지만 이날도 문이 잠겨 있었다.

이들 부부가 폐지를 주우러 갈 시간대였다. 집 앞에는 종이상자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동네에는 폐지를 사고파는 고물상이 대거 들어서 있었다. 화곡1동의 한 사거리에만 고물상이 5~6개에 이르렀다.


고물상 대표 김아무개(69)씨는 “어르신들이 소일거리 삼아 폐지를 줍는다.

리어카를 가득 채워도 5천원도 안 돼 생계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매일 폐지를 파는 어르신들이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아 오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했다.

이날 화곡동의 한 놀이터 울타리에도 폐지를 줍는 유모차 1대가 쇠사슬로 매여 있었다.


이날 배달의 마지막 집은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이아무개(86·여)씨였다. 이씨의 방에는 휠체어가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씨에게는 1층 계단 3개도 높았다.

 집 근처 놀이터와 경로당에서 수다를 떨다가 친해진 같은 또래의 3명이 화투를 치러 이날 이씨 집에 모였다.


화곡1동 구립예촌어르신사랑방은 화곡동에서 이용 인원이 가장 많은 경로당이다.

평균 이용 인원만 70명이 넘는다.

근처 다른 어르신사랑방의 평균 이용 인원이 18~49명인 데 견줘 많게는 4배에 이른다.


김갑순 구립예촌어르신사랑방 회장은 “주로 70~80대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수다도 떨면서 외로움을 달랜다”고 했다. 이날 도시락을 돌리던 김씨 역시 “지금처럼 계속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을까봐 두렵다”고 중얼거렸다.





글·사진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최근 치매와 구강건강의 관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치매 예방을 위한 정부의 구강관리

안내는 여전히 전무하다.



  

40대 이상 성인 10명 중 8명 "치매, 걱정된다"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은 치매에 대해 걱정을 해 본적이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반면 2명 중 1명은 치매 예방을 위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독은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통해 전국 4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치매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19일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40대 이상 성인 남녀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발생에 대해 걱정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언제 치매에 걸릴까 걱정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65.7%가 '물건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가장 많았다.

또 ▲사려고 했던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34.3%) ▲가스 불이나 전깃불 끄는 것을 깜빡 할 때(34.2%)가
뒤를 이었다. 기
타 응답으로는 ▲주변에 치매에 걸린 분을 봤을 때 등 주변 환경도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인의 치매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과반수 이상인 51.1%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67.3%는 '아직 치매를 걱정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아울러 ▲알려진 치매 예방 방법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13.1%)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이기 때문에
(12.3%)라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60대 이상 응답자 86명 중
 51.1%는 '아직 치매를 걱정할 나이가 아닌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한편 치매 예방을 위한 활동으로는 ▲규칙적인 운동(33.6%)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 섭취
(19.3%) 순으로 꼽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특별한 식품을 섭취한다고 답한 193명 중 78.8%가 '견과류'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오메가3(63.7%), 비타민(63.2%)가 뒤를 이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고 답한 670명 중 29.1%만 부모님의 치매를 의심해 본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부모님의 치매를 의심한 상황을 질문한 결과 ▲물건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할 때(51.3%) ▲며칠 전에 한 약속을 기억
하지 못할 때(34.9%) ▲가스 불이나 전깃불 끄는 것을 깜빡 할 때(33.3%) 순으로 답했다.
기타 응답으로는 ▲했던 말을 반복 할 때 ▲물건이 없어진다고 의심할 때 ▲현관 비밀번호를 잃어버릴 때 등이다.

부모님의 치매 예방을 위한 활동을 묻는 질문에 ▲부모님의 기억력이 저하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한다는 답변이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 또는 건강식품을 구입(24.8%)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할 수 있도록 지원(24%) 등 순이다. 부모님의 치매 예방을 위해 구입하는 특별한 식품으로는 '오메가3'가 63.9%로 가장 많았고 견과류(60.2%), 비타민(53.6%), 홍삼(49.4%)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응답자의 35.1%는 부모님의 치매 예방을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52.8%가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14.9%) ▲알려진 치매 예방 방법이 큰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12.8%) 였다.   

한편 한독은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인 '수버네이드'를 선보였다. '수버네이드'는 DHA, EPA, UMP, 콜린(Choline) 등을 과학적인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조합한 포타신 커넥트
(Fortasyn ConnectTM)을 함유, 경증알츠하이머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집중 공급해
뇌에서 시냅스 연결을 활성화한다. 




you@newsis.com 








노인들은 더 일하고 싶다…59%는 '생활비 때문에'







노인들은 더 일하고 싶다…59%는 '생활비 때문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장래에 일하고 싶어하는 고령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즐거움보다는 생활비에 보태고 싶어서다. 생활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도 62%에 달했다. 이로 인해 노인

고용률은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통계청의 '활기찬 고령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55~59세 고용률은 72.6%을 기록했다. 60~64세도

 60.6%, 65세 이상은 30.6%를 기록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55~59세 고용률은 EU 28개 국가 중 11번째 수준이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EU 국가보다 높아졌다.


60~64세 고용률(60.6%)은 EU 28국가 중 2번째, 65~69세(45.5%)와 70~74세(33.1%) 고용률은 EU 28개 국가보다

높게 나타났다. 
취업을 원하는 고령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조사 결과, 55~79세 고령자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4.1%로 전년(62.6%)보다 1.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15년에는 61.2%, 2016년에는 61.5%였다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취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활비 보탬'(59.0%)이 꼽혔다.

 '일하는 즐거움(33.9%)'이라는 답변보다 거의 두 배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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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선택 기준도 임금수준(24.2%)보다 일의 양과 시간대(27.6%)를 더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계속근로

가능성(16.5%)을 보고 선택한다고 답변한 노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고령자들이 계속 일터로 내몰리는 것은 생활비를 배우자나 본인이 거의 부담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비는 본인 및 배우자 부담이 61.8%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2011년의 51.6%보다 거의 1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자녀 또는 친척 지원이 39.2%에서 25.7%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 및 사회단체의 지원은 2011년(9.1%)보다 늘어난 12.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전체 생활비 내 비중은 낮은 편

이다.

55~79세 고령자 중 연금수령자는 45.6%로 전년(44.6%)보다 1.0%포인트 증가했으며,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전년보다 4만원 증가한 57만원을 기록했다.


65세 이상 노령자의 노후를 위한 사회적 관심사로는 40.6%가 노후소득지원을 꼽았으며, 의료 및 요양보호 서비스가

38.6%로 그 뒤를 이었다. 노후취업지원도 13.2%를 기록했다.

노인 복지 시설은 지난해 기준 7만6371개소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전국 3300개 요양시설 중 가장 인기가 좋은 서울요양원에서 직원들이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해 축하 잔치를 하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150명의 어르신 평균 연령은 86세다. [사진=서울요양원]



전국 3300개 요양시설 중 가장 인기가 좋은 서울요양원에서 직원들이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해 축하 잔치를 하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150명의 어르신

평균 연령은 86세다.


 [사진=서울요양원]




대통령 빽으로도 못 들어온다" 대기자만 1085명 서울요양원




건보공단 직영 시설 입소 바늘구멍
150명 어르신 부모처럼 돌봐 인기
장기요양보험 이용자 60만명 돌파


요양원 3300곳, 공공은 100곳 불과
재가·주야간·돌봄센터 내실화로
토인비 극찬한 '한국의 효' 살려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한국의 효를 극찬하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이태 전인 1973년 86세 때였다. “장차 한국 문화가 세계 인류 문명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 사상일 것”이라며 부모를 끝까지 모시는 우리의 경로사상을 부러워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64세, 전체 가구의 90% 정도가 부모를 모시고 살던 반세기 전 일이었다. 100세 시대로 향하는
지금, 그런 가족 형태는 드물다.
거동을 못 하는 부모, 치매를 앓는 부모를 24시간 수발하다 보면 삶 자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자식들은 어려운 결정을 한다.
노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기고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받는다.
 그래도 불효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전국 3300개 요양원 중 가장 인기가 좋다는 서울 세곡동 서울요양원에서 그 현실을 들여다봤다.
(※가족 요청에 따라 실명을 안 씀) 
 




 
 '치매 국가책임제'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치유정원에서 화분을 만드는 모습. [중앙포토]

 


'치매 국가책임제'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치유정원에서 화분을 만드는 모습.


 [중앙포토]

    



“대통령과 악수한 손인데…나흘은 안 씻었지.” 
 
92세 할머니는 기억이 또렷했다. 지난해 6월 2일,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했는데 너무 좋아 그랬단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 세 번째로 서울요양원을 방문했다.
그때 할머니는 2층 치유정원에서 문 대통령과 화분을 만들었다.

“대통령이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어. 나도 책임지겠지,
뭐.” 척추측만증으로 거동을 못 해 4년 전 입소한 할머니는 치매도 치료받는 중이다. 




 
어르신들은 함께 움직이며 율동을 하는 걸 좋아한다. 어르신들이 음악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요양원]


어르신들은 함께 움직이며 율동을 하는 걸 좋아한다. 어르신들이 음악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요양원]

    



“집보다 여기가 더 편해. 요양보호사와 간호사, 복지사가 다 딸이야.
사람도 못 알아보는 다른 할매들의 마음도 같을 거야.” 할머니는 요양원 어르신 150명 중 정신이 또렷한 편에 든다.
그래서 할머니 얘기부터 들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4층 건물의 서울요양원. 150명이 정원인데 전국에서 1085명이 입소 대기 중이다.  [사진=서울요양원]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4층 건물의 서울요양원. 150명이 정원인데 전국에서 1085명이 입소 대기 중이다. 


 [사진=서울요양원]

    



4층 건물인 서울요양원은 아담하다.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길 하나 건너면 경기도 성남시인데 서울공항이 지척이다.
2014년 11월 문을 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 7월부터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의 합리적인 기준과 비용의 적정성, 제도 개선 표준모델 개발을 위해 직영으로 운영한다.

입소 정원은 150명. 그런데 바늘구멍이다. 9월 말 현재 대기자만 1085명이다.
전옥분 사무국장은 “3년 넘게 기다리다 돌아가신 분도 70여 명 된다”며 “더 모시고 싶어도 시설에 한계가 있어 안타깝
다"고 말했다.
입소에 '대통령 빽도 통하지 않는다'는 서울요양원의 인기 비결은 뭘까. 





1층 로비 모습. '마음까지 보살피는 요양원'이라는 말처럼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영유 기자


1층 로비 모습. '마음까지 보살피는 요양원'이라는 말처럼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영유 기자

  



로비부터 쾌적하고 인상적이다. ‘마음까지 보살피는 요양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카페처럼 아늑하다.
1층에는 가족과 어르신들의 만남 장소인 쉼터와 물리·온열치료실이 있다.
2~4층이 어르신들의 보금자리다. 150명의 평균 연령은 86세, 할머니가 124명이다. 층별로 건강 상태가 다르다.

4층은 거동을 못하고 인지력도 없는 최중증, 3층은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2층은 경증 치매 어르신의 방이다.
요양원에는 마을이 10개 있다.

방 서너 개씩 16명을 한동네 주민처럼 마을에 소속시켜 친근감을 갖게 했다. 행복마을·다정마을·꽃마을·샘마을·목련
마을·살구마을 등 이름이 정겹다.   


 

어르신들이 기거하는 서울요양원의 내부 모습. [사진=서울요양원]



어르신들이 기거하는 서울요양원의 내부 모습.


 [사진=서울요양원]

    



4층에는 요양원 최고령 103세 할머니가 있다.
귀가 어둡고, 거동도 못 하신다.
송계자 요양보호사는 “인지력은 없지만 인기척은 반기신다”며 “추석 때 사람들이  오자 얼굴이 환해지셨다”고 했다.  
 
어르신 돌봄이 주기능인 요양원은 의사가 있는 요양병원과는 다르다.
장기요양보험 재원으로 운영돼 요양 인정자(1~5등급) 중 중증인 1~2등급부터 입소가 가능하다. 요양사와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무료로 수발한다.

 간병인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장기요양 인정 등급이 없어도 입원하는 요양병원(전국 1500여 개)과 다른 점이다.
서울요양원 박득수 원장과 요양사·복지사에게 현실을 물어봤다.   




쾌적한 공용 거실. 각 층마다 마련돼 있으며 어르신들은 이곳으로 마실 나와 텔레비전을 보거나 담소를 나눈다. [사진=서울요양원]



쾌적한 공용 거실. 각 층마다 마련돼 있으며 어르신들은 이곳으로 마실 나와 텔레비전을 보거나 담소를 나눈다.


[사진=서울요양원]

 



질의 :전국 요양시설 중 가장 인기가 좋다.    

응답 :“전국 어디에 사시든 신청이 가능한데 신청자 명단을 순번대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래서 대통령 빽도 안 통한다는 말이 나온 거 같다.

돌봄 프로그램은 미술·음악치료와 실버체조, 족욕, 동화구연, 취미 나들이 등 요일별로 다양하다.

인지가 없어도 함께 움직이는 걸 좋아하신다.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원칙이다.”  

 
질의 :가족도 돌보기 힘든 분들인데 어려움이 많겠다.

응답 :“괴성 지르고, 울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건 약과다.

 새벽에 기저귀 뜯고, 문 걷어차고, 벽에 변 바르고…. 목욕시켜 드리면 모든 걸 잊으신다.

 친부모라는 마음, 마음이 중요하다.


요양시설은 서비스가 생명인데 서비스는 곧 인력이다. 법정 인력보다 19%를 더 쓴다.

요양사 정원은 69명인데 79명, 물리치료사는 2명인데 4명이 일한다.”

 
질의 :본인 부담금은 얼마나 되나.

응답 :“전체 비용의 20%로 1등급은 190만원 중 40만원 정도다.

여기에 한 끼에 2500원인 식대를 포함하면  4인실 이용자는 월 60만원을 부담한다.

기초수급자도 13명 있는데 전액 무료다.”  

 
질의 :왜 민간시설도 서울요양원처럼 못하나.

응답 :“수가나 시설 기준은 전국이 똑같다. 다만, 식재료나 다른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

시설 환경이 달라 프로그램 일괄 적용도 쉽지 않다.

민간은 수익을 내려다보니 인력 운영이 박하다.

손발을 묶어 놓는다는 극단적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95세 할머니 방의 달력. 할머니는 매일 매일 날자에 표시를 하며 세월을 잊는다. 양영유 기자


95세 할머니 방의 달력. 할머니는 매일 매일 날자에 표시를 하며 세월을 잊는다.


양영유 기자

  



전국의 장기요양보험 누적 신청자는 92만4000명이다.
이 중 78%인 58만5000명이 인정을 받았고(2017년) 올해는 60만 명을 돌파한다.
2008년 21만 명이던 수급자가 세 배로 불어난 것이다.

 가장 큰 과제는 '간병살인'까지 부르는 치매환자다.
 전체 노인의 10%인 70만 명이나 된다. '2017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르신 10명 중 6명은 "요양시설 입소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녀 10명 중 7명은 "부모가 치매라면 요양원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부모가 생각하는 효와 자식이 생각하는 효가 다른 것이다.
 미용실보다 요양원이 더 많은 동네가 있을 정도라지만 서비스 질은 가족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토인비가 예찬했던 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 해답은 1층 쉼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울요양원은 어른신들이 친근감을 갖게하기 위해 기거하는 방을 마을이라 부른다. 사진은 3층 301~304호의 꽃마을 입구. 양영유 기자


서울요양원은 어른신들이 친근감을 갖게하기 위해 기거하는 방을 마을이라 부른다.


사진은 3층 301~304호의 꽃마을 입구. 양영유 기자

  




낮 12시. 칠순이 가까운 남성이 102세 어머니의 음식 수발을 든다.
 한 술 한 술 죽을 떠드리는 모습이 정겹다. 그 남성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언제 가실지 몰라 매일 찾아뵌다"고 했다. 요양원 직원들도 그 마음에 감동해 할머니를 아들 마음으로 모신다.

바로 옆에선 노랫소리가 들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 90세 어머니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딸은 “엄마가 이 노래만
기억하신다”며 애달픔을 달랬다.

칠순의 딸은 “여기는 가족적인 분위기라 좋다.
 100세 시대에는 효와 요양원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90대 어머니를 뵈러 온 가족이 휠체어를 밀며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영유 기자


90대 어머니를 뵈러 온 가족이 휠체어를 밀며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영유 기자

  


전국 3300여 개 요양시설에는 16만 명의 어르신이 인생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공공시설은 100여 개에 불과하다. 더 늘리려도 부지 확보가 어렵고 님비도 간단치 않다.
누구나 늙고 병드는데 자신만은 그리되지 않을 거라는 허상이 가득하다. 서울요양원이 보여주는 건 뭔가.

 바로 마음으로 어르신을 돌보는 공동체의 정성이다.
 우후죽순으로 급증하는 요양시설 운영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재가서비스와 주야간 보호센터를 확대하고, 겉도는 치매 돌봄센터를 내실화하는 게 첫걸음이다.
그리하면 세계 최고속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을 토인비도 이해하지 않을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편집자 주] 한국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늙음에 대하여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이 “옛날하고 똑같다. 넌 어쩜 늙지도 않니”라며 수다를 떤다.
건강과 자녀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이제 많이 늙었네?”라며 나이 듦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얼굴에 패인 주름과 늘어나는 흰머리에 거울 보는 것이 즐겁지 않다.
결혼 시켜야 할 자녀가 있고, 자신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경제력이 마련되지 않아 미래가 불안하다.
흐릿한 시력과 느려진 걸음걸이에 스스로 답답하고 주변에 불편을 줄까봐 외출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나이가 듦에 따라 몸의 기능이 약해져 병원을 자주 찾게 된다.
 오래가지 않는 기억력과 일상생활의 패턴을 잊어버리는 행동에 자존감을 잃게 된다.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아프지 말고 자다가 죽는 게 소원이란다.

친정엄마도 말하곤 했다. “건강하게 살다가 저녁밥 잘 먹고 잠든 뒤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엄마는 일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생활하신다.

병원 규칙상 월 1회 하루만 외박이 가능해서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모신다. 지난달은 추석날 아버지 제사에 맞춰 모셨다. 23명의 자손이 제사상 차리는 것을 휠체어에 앉아 바라보며, 자신이 지은 죄가 많아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자책하셨다.

우리의 부모님, 다수의 노인들은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의 감격도 잠시 또 전쟁을 겪었다.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그분들은 힘들고 어렵지만 가족이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것에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때 가족은 힘든 삶을 견디는 원동력이었다.

 그랬던 분들이 생활형편이 나아져 살만하니 나이가 들고 병을 얻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외로워한다.

자책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자식들이 모두 잘 살아 이렇게 모일 수 있었다. 대단한 일을 하신 것이다. 감사하다”라고 하니 “그런가”하며 씨익 웃으시는 엄마를 보며 가슴이 찡했다.
자신이 힘들고 어렵게 살면서 이룬 성취가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만족감을 갖는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여, 살아온 세월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노인들은 늙음이 서럽지 않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한다. 늙는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겪는 현상이다.
영원한 젊음은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살아 온 삶에 가치를 느끼고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노년기의 늙음으로 인한 외로움과 죽음이 주는 두려움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어른들이 행동이 느리다고.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옛날 말만 하니 대화가 안 된다고, 노인을 폄훼하는 말로
상처를 주기 전에 노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나온 삶을 존중해줄 때 대화가 시작된다.
노인들이 현재에서 과거를 통합하여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후세대인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도 늙어가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진리 앞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천상병 시인의 시구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소풍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 오늘날 우리는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꿈꾸며, 현대 의학은 바로 그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데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 <사진출처=Pixabay>   

 





세계적 사상가 아툴 가완디의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조언


“삶에는 끝이 있다는 현실 받아들일 용기 필요하다”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누굴 위해 의학적 싸움? 
육체 파괴, 정신 혼미, 가족과 작별인사 없이 차가운 병실 전전 

 

요양원이나 공격적 치료 문제점은 ‘삶의 질’ 고려 않는다는 것 
모든 것 희생한 대가로 얻는 고작 몇 개월~1년 생명 연장 불과 

 

인공호흡기, 영양공급관, 심폐소생술, 중환자실….生의 마지막 풍경
죽음 유예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남은 삶’ 어떻게 살지 초점 맞춰야

 



지난 5월10일 호주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안락사를 통해 스스로 삶을 마감해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구달 박사는 의료진과 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사량에 해당하는 신경안정제 주사를 맞고 104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주사액을 정맥 안으로 주입하는 밸브는 구달 박사 스스로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달 박사는 최초로 불치병이 아니라 고령을 이유로 안락사를 택함으로써 사회와 질병이 자신을 간섭하기 전에 삶을

끝냈다.


의학과 공중 보건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

인간의 어떤 시도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죽음이 모든 것을 이긴다.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죽어갈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의 의학박사 아툴 가완디의 문제의식은 바로 우리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툴 박사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를 통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돌아보자!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미국의 의학박사인 아툴 가완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

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 인정해야 


아툴 박사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라자로프는 마뜩잖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날 포기하겠다는 거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라자로프에게서서명을 받은 후 병실 밖으로 나오자 그의 아들이 따라 나오며 나를 잡았다. 어머니가 중환자실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채 임종했을 때 아버지 자신은 저렇게 죽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저렇게 고집을 피운다는 얘기였다.


당시 나는 라자로프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수술에 따르는 위험 때문이 아니라 수술을 받아도 그가 원하는 삶을 되찾을 확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변 능력, 활력 등 병이 악화되기 전에 누렸던 생활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


길고도 끔찍한 죽음을 경험할 위험을 무릅쓰고 그가 추구한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런 죽음을 맞이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간 그는 호흡부전이 생겼고, 전신감염에 걸렸으며, 움직이지 못해서 피떡이 고였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혈액 희석제 때문에 출혈을 일으켰다.


우리는 날마다 뒤처지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그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14일째 되는 날, 그의 아들은 의료진에게 이 모든 것을 그만 멈춰 달라고 말했다.” 


생명 있는 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전혀 놀랍거나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잊는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이는 부분적으로 의학과 공중 보건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과 연관돼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꿈꾸며, 현대 의학은 바로 그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데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외과 수술, 화학요법, 방사능 치료 등으로 대변되는 의학적 처치들도 죽음을 미루고 생명을 연장하려는 노력과 같은 선상에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 종국에는 죽음이 이기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아툴 박사는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

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묻는다. 게다가 그 싸움에서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육체가 파괴되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지막에는 가족과 작별의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병실에서

죽어 간다. 


그 모든 것을 희생한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개월에서 1~2년 정도의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남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혹독한 치료와 그에 따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인간답게 죽어 갈 방법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노쇠해지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죽어 갈 때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걸까?

 아툴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죽음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인간답게 죽어 갈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윌슨이 열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니 제시가 심한 뇌졸중을 겪었다. 당시 제시의 나이는 쉰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뇌졸중으로 그녀는 몸 한쪽이 완전히 마비돼서 걷거나 서지 못했으며, 팔도 들 수가 없었다.

 또한 얼굴 한쪽이 축 처졌고, 말투도 어눌해졌다.


지능과 인지 능력에는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돈을 벌러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혼자서는 씻을 수도, 요리를

 할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빨래를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던 윌슨은 전혀 수입이 없었고, 좁은 아파트를 룸메이트와 함께 쓰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어머니를 돌볼 길이 없었다.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어머니를 맡길 곳은 요양원밖에 없었다.

 윌슨은 자기 대학 근처에 있는 곳을 골랐다.

안전하고 친절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딸을 볼 때마다 끊임없이 요구했다. ‘집에 데려가 줘’라고.”


뇌줄중으로 쓰러진 윌슨의 어머니처럼 더 이상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육체와 정신이 점점 쇠락해가면서 더는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사진출처=Pixabay>  



  


하지만 현대 의학과 보건 체계는 이 문제를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하려 해왔다.


하나는 ‘요양원(Nursing Home)’이라는 보호 시설을 만들어 노인들을 안전하게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년에 직면하는 각종 질병들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이 방식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자녀들 입장에서 보면 노년에 이른 부모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질병이라도 의학이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리라는 전망은 꽤 안심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양원이나 공격적 치료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바로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요양원’의 경우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획일화된 시설에는 ‘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기 결정권과 자율성을 빼앗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규칙과 안전에만 집중하는 탓에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시설에 수용된 노인들 상당수가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진다.”

 

노년의 삶의 질 집중 연구를 


아툴 박사는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다시 ‘가족과 가정’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툴 박사는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면서도 삶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케런 브라운 윌슨이 처음으로 도입한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은 간단히 말해 기존 요양원과

 같은 도움을 제공하면서도 ‘독립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개념의 시설이다.

잠글 수 있는 문과 자기만의 가구가 있고, 실내 온도나 조명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자고 싶을 때 자고

 원치 않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보장된다.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노인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요양원을 변화시키는 실험도 있다.


요양원 내에 동식물을 들이기도 하고, 인근 학교와 연대해 아이들의 생명력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빌 토머스가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에서 한 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개, 고양이, 새, 식물, 아이들을 요양원 내에 들이는 실험을 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체이스 요양원 주민들은 비교 집단 주민들에 비해 복용하는 처방 약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할돌과 같이 불안 증세에 먹는 향정신성 제재의 처방이 특히 줄어들었다. 약 구입에 들어간 비용은 비교 집단에 비해

38%밖에 되지 않았다. 사망률도 15% 감소했다.”


빌 토머스의 실험이 요양원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

이다. 하지만 아툴 박사는 수치상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른 노인들이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툴 박사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노년의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죽음을 유예시키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마무리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의 공격적 치료는 더욱 큰 문제를 가져다준다. 


“‘의료진이 새라에게 카테터를 삽입하고 이것저것 하려고 했어요.’ 그녀의 어머니 돈이 내게 말했다. ‘그래서 얘기했죠. 아뇨, 그 애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침대에 소변을 봐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료진은 또 혈압과 혈당 측정 등 이런저런 검사들을 하려고 했죠.


하지만 이제 검사 결과 같은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수간호사에게 가서 이제 모든 걸 그만 멈추라고 말했죠’라고요.”


“이전 3개월 동안 우리가 새라에게 한 것들-수많은 스캔, 검사, 방사능 치료, 화학요법 치료 등-은 아무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그녀의 상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면 새라는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녀는 맨 마지막 순간에나마 평화를 찾았다.”

 

죽기 전 의학실험 너무 잔인 


인공호흡기, 영양공급관,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오늘날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더 끔찍한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화학요법과 방사능 치료로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극심한 통증, 구역질, 섬망 등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아툴 박사는 이렇듯 죽기까지의 과정을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이 시작된 것은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있는 듯하다고 일갈한다.


 실패라고 단언하는 까닭은 이 ‘싸움’을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극히 짧은 시간을 더 얻기 위해 잔인한 싸움을 계속할 뿐이다. 현대 의학은 사실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붙잡고

싸워 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신체가 결국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 자신 의사이기도 한 아툴 박사는 먼저 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 소모적인 의학적 싸움을 중단하려면 우선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할 의료계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 인공호흡기, 영양공급관,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오늘날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모습이다.


 <사진출처=Pixabay>    

 




하나는 ‘노인병학(Geriatrics)’에 대한 관심이다. 관절염, 당뇨병, 심장질환 등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환자들과의 의사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의사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해석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를 해석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처가 무엇인지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해석적 태도가 중요한 까닭은 마지막에 이른 환자들이 원하는 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치료에 매달리는 건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고통을 줄이고, 삶의 품위를 유지하고, 다 끝내지 못한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바로 그 일상의 가치들을 실현하고 싶기 때문일 뿐이다.

남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은 것이다. 더 큰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위험이 있다면, 어떤 환자도 맹목적인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

 

맹목적 생명 연장 이제 그만 


“사지마비가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아버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앗아 가려 하고 있었다.

사지마비가 오면 24시간 간호, 산소 흡입기, 영양 공급관이 필요해질 것이다. 아버지는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다. ‘절대 안 되지. 그냥 죽는 게 낫다.


’ 아버지의 대답이었다. 그날 나는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질문들을 아버지에게 던졌다.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 하나하나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분노, 혹은 우울, 아니면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뭔가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안도감이 들었고 뭔가 명확해졌다는 걸 느꼈다.” 


의료계의 의식 변화 외에 우리 자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방식으로의 사고 전환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죽음과 마지막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이야기

이기 때문에 직면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어려운 대화’가 가져다주는 혜택은 적지 않다.


아툴 박사는 악성 종양에 걸린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완화치료 전문가 수전 블록의 아버지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식축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정도’라면 견딜 만할 것 같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 대화는 중대한 수술에서 임종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 준 것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국 위스콘신주

라 크로스 지역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1991년부터 의료진과 환자들로 하여금 삶의 마지막 시기에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이 생의 마지막 6주 동안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종말기 의료비용은 전국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기대 수명은 전국 평균에 비해 1년이나 길었다. 


가족 간의 직접적인 대화가 쉽지 않다면 이를 이끌어 줄 호스피스 상담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 하면 떠올리는 것은 생을 포기하고 순전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아툴 박사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호스피스가 단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선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 환자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의식을 유지하며 고통을 최소화하고 존엄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발전해 온 이른바 ‘완화치료’ 분야다. 

결국 죽음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한 과정이다.


삶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일인 것이다.

죽음 자체에는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다. 언젠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죽음이 특별하고 중대한 일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안에 우리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손주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기에 없었고, 나는 대신 아이패드에 있는 사진을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활짝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모든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아버지는 다시 무의식으로 빠져들었다. 호흡이 한 번에 20~30초씩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 끝인가 하면 호흡이 다시 시작되곤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곁을 지키며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책을 보고 있었다. 


오후 6시 10분쯤 결국 마지막 순간이 왔다. 나는 아버지의 호흡이 이전보다 더 오래 멈춰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가 멈춘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 


아툴 가완디 박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고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우리와 같은 선상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이자 학자로서 일반 대중에게 가르침과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세계 유력지에서 꼽은 ‘세계적인 사상가’라는 사실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툴 박사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우리 가족과 비슷한 이들이다.

젊은 시절 공장 직공이었던 사람, 간호사였던 사람, 가게를 운영했던 사람,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왔고, 이러저런 소소한 일상의 기쁨에 만족해 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원하는 것 역시 너무나 소박한 것들이다.


가족 및 친구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주말에 있을 친구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제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피아노 레슨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아툴 박사의 아버지에 대한 일화도 담겨 있다.


아툴 박사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도 의사였지만, 그들에게도 생의 마지막 순간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

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아툴 박사는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이때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끝까지 질병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며 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생명 있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