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세심한 맛을 얻으려면 식재료를 잘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조리 과정을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조리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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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사우만 있으면... 요리는 쉽게, 맛은 빈틈없이
‘세심한 맛’ 연재가 벌써 20회를 맞았다.
원래 격주 게재로 시작했으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매주 연재로 바뀐 덕분이다.
계란으로 시작해 오렌지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촘촘히 다뤄왔으나 마음 한 구석이 늘 조금 찜찜했다.
무엇인가 너무 당연한 듯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음식의 세심한 맛을 얻기 위해서는 사실 두 갈래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 갈래는 지금까지 다뤄왔고 또 앞으로도 다룰 식재료에 대한 꼼꼼한 이해이다
. 역사나 이름의 유래를 비롯한 소위 인문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차원의 이해가 요즘은 더 중요하다.
재료의 특징을 분석 및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리를 통한 맛의 최적점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이해 말이다.
15화의 당근이 가장 좋은 예이다. 과채에 많은 성분인 펙틴의 분해에 조리와 질감의 성패가 달려 있기에 물의 온도나 끓이는 시간이 정확해야 한다.
우리의 눈, 코, 입이나 손 등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감각으로 간접적인 측정도 할 수 있지만 이를 수치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에 맞는 도구를 갖춰야만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다.
바로 세심한 맛을 위한 두 번째 갈래의 접근이다.
그런데 식재료 칼럼이라는 기획과 의도에 충실하고자 19화에 이를 때까지 도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간이나 온도 등의 수치 혹은 정보값은 드문드문 살펴 보았으니 마음이 찜찜할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이런 도구까지 갖춰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연재가 비로소 20화에 이르니 일종의 특집으로 한 번 다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게다가 가끔은 마트든 시장이든 가서 사다가 깎든 썰든 무엇이라도 몸을 움직여 해야만 하는 식재료에서 벗어나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속 편하리라 믿었다.
본격적으로 살펴 보기 전에 사족을 달자면 오늘 살펴볼 도구는 칼이나 도마 등 정말 기본적이면서도 물리적인 변화를 위한 종류가 아니다.
그보다 재료의 과학적 조리를 돕는,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수치화된 정보를 측정해 알려
주는 도구이다.
음식의 조리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요리 타이머는 라면을 끓일 때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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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일 때 유용한 타이머
첫 번째 도구는 요리 시간을 재는 타이머이다. 세상 만사는 시간의 축 위에서 벌어지며 요리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재료의 상태 변화가 시간의 축 위에서 정확히 벌어지고 있는지, 또한 우리가 꼭 필요한 시간만큼만 요리에 쓰고 있는지 확인해 줄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타이머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품을 수도 있다.
휴대용 무선 전화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세상인지라 사실 각종 시계가 꽤 유명무실해진 현실 아닌가. 그런데
고작 타이머 정도를 따로 산다고? 게다가 스마트폰에도 기본으로 딸려 나오니 더더욱 필요한가 싶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타이머에도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의외로 편리하다.
별도의 기기 혹은 도구를 사는 게 번거로울 것 같지만 요리에 써 보면 시간을 확인하기가 스마트폰의 앱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걸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제품은 대체로 화면도 크고 시원시원한데다 버튼도 커서 읽기도 쉽고 조작도 편하다. 한편 디자인에도
최소한의 미학이 깃들어 있으므로 대체로 밉지 않다.
보통 뒷면에 자석이 달려 여행 기념품처럼 냉장고의 표정을 지어주는 데 쓸모가 있으니 장식품처럼 접근해도 좋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스마트폰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편하고 쓸모 있다.
대부분의 요리 타이머는 분 단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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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 번 자리를 잡아주면 그대로 머물며 자신의 유일한 과업, 즉 시간을 재는 일만 충실하고 또 묵묵히 수행한다. 자석을 활용해 냉장고에 한 번 붙여주면 건전지를 많이 잡아 먹지 않으니 오랫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몫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매를 크게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싸다. 2,000원대부터 시작해 1만원이면 타이머의 세계에서 나름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터치 스크린의 세계에 너무나도 익숙해졌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볼록한 고무 버튼을 누르며 손맛을
느끼고 단순한 “삐삐”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맞추는 행위가 은근히 즐거울 수 있다.
타이머는 모든 음식의 조리 시간을 정하고 또 측정하는데 쓸 수 있지만, 한국 식문화의 울타리 안에서 최선의 쓰임새를 찾는다면 역시 라면이다.
즉석 용기면도 그렇지만 봉지라면 또한 제조 업체에서 엄격하고도 체계적인 실험을 무수히 걸쳐 찾은 최적의 조리법을 봉지 뒷면에 담는다.
따라서 조금 뒤에 살펴볼 물의 양도 잘 맞춰줘야 하지만 시간을 정확히 재는 게 사실은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요리 타이머는 분 단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1~60분, 혹은 99분까지 측정이 기본으로 가능하다.
여기에 10초 단위로 좀 더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는 제품과 1시간 이상의 단위로 큰 그림을 짤 수 있는 제품이 있는데,
하나만 두고 쓴다면 전자를 권한다.
초보 요리사라면 일단 저울로 기준을 잡는 연습을 해야 이후 눈대중으로도 재료를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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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요리사의 필수품, 저울
두 번째 도구는 저울이다.
무게를 달아 주는 저울은 음식과 요리의 감정적인 측면에 큰 가치를 두는 이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도구이다.
딱딱 떨어지게 식재료의 무게를 측정하는 행위가 음식에서 중요한 ‘정’을 떨어뜨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십분 이해하는 가운데, 아예 조리의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 최소한의 가늠을 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저울이 필요하다.
재료를 원하는 상태까지 조리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마저도 양에 대한 가늠을 전혀 잡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파스타를 삶고 보니 너무 많아서 배부름을 참고 울며 다 먹었다는 사례 말이다(중학교 때내 이야기이다). 따라서 일단 저울로 기준을 잡는 연습을 해야 언젠가 저울에 의존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재료를 가늠해 손맛을 내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저울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타이머보다는 좀 더 값이 나가지만 1만원 안쪽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을 살 수 있다.
일단 요리용 저울이라면 영점 조정 기능을 꼭 갖춰야 한다.
여러 가지 재료를 순차적으로 계량하는 복잡한 예를 떠올리겠지만, 저울은 식재료의 무게를 달아주기만 할 뿐, 못한다. 따라서 담을 그릇을 별도로 준비하는 가운데 무게는 빠져야 한다.
영점 조정이 바로 이를 맡아 정확한 측정에 보탬을 주는 기능이다. 영점 조정 기능은 한편 저울의 무게 상한선과도 관련이 있다.
저울이 버틸 수 있는 무게가 좀 넉넉해야 영점 조정 기능을 써가며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계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을 검색해보면 최대 단위가 1㎏인 제품이 눈에 띈다. 많은 양 같지만 갈비처럼 뼈가 붙은 고기, 닭처럼 통째로 조리하는 가금류, 배추나 무처럼 부피가 크고 밀도가 높은 채소 등은 때로 1, 2인분만으로 1㎏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시중의 통닭이 작아도 1㎏ 안팎임을 생각해보자.)
따라서 그 정도의 상한선만으로 저울은 제 구실을 못한다.
넉넉잡아 5㎏은 되어야 불안에 떨지 않고 식재료를 척척 올려가며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다. 다만 정반대의 경우,
즉 몇 십 혹은 몇 백 그램 단위를 소수점 이하까지 재야만 한다면 용도에 맞는 별도의 소형 저울을 따로 갖추는 게 좋다.
집에서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우가 좋은 예일 텐데, 커피 전용 저울(원두 및 물의 양과 커피 내리는
시간을 함께 측정할 수 있도록 타이머도 내장한다)이나 향신료 전용 등에 소형 저울 등을 별도로 두면 훨씬 편하다.
스테이크를 세심하게 맛을 내고 싶을 때는 탐침온도계를 푹 찔러서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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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구울 때 요긴한 온도계
세 번째 도구는 온도계이다.
물이 0℃에서 얼고 100℃에서 끓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온도계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
그 사이 100단계의 온도 지점 모두가 요리의 완성도와 직결되어 있는데, 온도계가 없다면 측정을 아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저온 조리(수비드)의 대중화로 심지어 소수점 한 자리 이하까지 따져가며 요리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서너 종류는 되는 가운데, ’세심한 맛’에서 살펴보는 식재료를 위해서는 크게 하나에서 두 가지의 온도계가 필요하다.
일단 탐침온도계가 필수 품목이다.
명칭처럼 탐침과 온도를 측정하고 보여주는 등 나머지 역할을 맡는 몸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체(스테이크 등) 식재료는 찔러서, 액체(커피 추출을 위한 물, 튀김을 위한 기름) 식재료는 담가서 온도를 측정한다.
탐침에 전류를 흘려 열에 따른 저항을 온도로 환산해 보여주는 원리로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제품군이 다양한데,
관건은 정확도만큼 시간이다.
스테이크나 튀김 기름처럼 온도가 아주 높은 식재료라면 온도를 최대한 빨리 찍어 줄수록 더 안전하다.
비싼 제품은 3초 안에 측정하는 반면 싼 것은 6초 이상도 걸리는데, 온도가 2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팬이 내는 복사열을 생각해보면 몇 초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닭을 통째 구울 때 탐침온도계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온도가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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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원리와 탐침을 쓰지만 지속적인 온도 측정 및 파악을 위한 온도계도 있다.
소나 돼지의 덩어리 고기나 닭, 칠면조 같은 가금류의 오븐 통구이에 쓰인다. 탐침이 긴 선으로 본체와 연결되어 조리 과정 내내 온도를 측정하는 한편 본체는 밖에서 이를 보여주다가 목표 온도에 올라가면 경보음으로 알려준다.
이 범주에 속하는 온도계는 대개 조리 시간 측정을 위한 타이머도 함께 내장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타이머보다 긴 시간, 즉 오븐 통구이에 걸리는 3, 4시간 이상도 설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물의 고기를 본격적으로 통구이하고 싶다면
하나 갖추는 게 좋다.
국물 음식이나 커피를 준비할 때 좋은 액체 계량컵은 플라스틱보다 내열소재를
고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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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대중 번거로움 덜어주는 계량컵
마지막 도구는 액체 계량컵이다.
쓰임새가 많으니 1, 2컵 들이를 갖춰 주는 게 좋다.
라면이나 즉석 수프를 비롯한 모든 국물 음식, 커피(요즘은 타이머가 함께 달린 저울이 나오므로 이쪽이 더 편하지만)를 준비할 때 가늠 혹은 눈대중의 번거로움을 확실히 덜어준다.
대부분의 계량컵이 액체를 편하게 따르도록 돕는 뾰족한 주둥이가 달린 몸통과 손잡이로 이루어져 있는 가운데, 가벼워서 액체를 담다가 쏟아질 수도 있는 플라스틱 재질 보다는 강화유리인 파이렉스 제품이 훨씬 더 두툼하고 튼튼해 안정적이다.
파이렉스는 내열 소재이므로 안전하지만 대신 두꺼워서 정밀함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한편 액체는 컵 등에 담으면 표면 장력에 의해 가장자리가 솟아올라 오목해 보이는 현상(메니스커스)가 발생하니 표면의 최저점과 눈금이 닿는 지점을 읽어 계량한다.
요즘은 메니스커스를 감안해 안쪽에 눈금을 찍는 등 좀 더 발전된 제품도 나오고는 있지만 계량컵의 안쪽에서 눈금을 읽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액체라면 그 정도 오차는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 딱히 고르지 않아도 상관 없다.
음식평론가
‘수정궁’의 군만두. 사진 백문영 제공
더울프하운드의 피시앤칩스/사진=더울프하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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