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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현금박치기, 눈도장 찍기…우리 경조사 문화 어찌할까


김현덕 기자                




[2030금융에세이]축의금 얼마면 될까…평균 6.5만원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현금박치기, 눈도장 찍기…우리 경조사 문화 어찌할까



요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한창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을 다진 세대다.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아프리카의 밀림을 헤치고 다니며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고국으로 송금했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이들 덕에 가족들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들이 퇴직할 나이가 됐다. 베이비부머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어려웠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자녀의 혼사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치르고 싶은 것이다.  
      아마 자신의 성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급적 많은 사람을 불러 결혼식을 거행한다. 혼례업체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이들을 더욱 부추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문제는 여유가 없는 사람의 경우다.
이들도 남의 눈을 의식해 결혼식만큼은 무리하려고 한다. 결국 빚을 지는 등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행사가 된다.  
     
 


허례허식 가득 찬 한국의 경조사 문화 


 

결혼식은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허례허식 가득한 행사가 되고, 방문객들에게는 경조사비로 부담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중앙포토]


결혼식은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허례허식 가득한 행사가 되고, 방문객들에게는

 경조사비로 부담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중앙포토]

          





은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바로 이 경조사비다.
 다른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경조사비는 체면 때문에 줄일 수가 없다.

과거 혼례식은 어려운 이웃을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으나 요즘에 와서는 자신의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행사로 변모했다.
자신도 출가시켜야 할 자식이 있으므로 뒷날을 생각해 마지못해 경조사에 참석한다.
 
혼주에게 눈도장만 찍고 얼른 밥만 먹고 식장을 빠져나온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조사 풍경이다.
그렇다고 경조사비가 혼주나 상주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거의 큰 비용이 허례허식이나 밥값으로 지출된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는 경조사 때 주고받는 것이 돈이 아니라 편지나 카드, 조그만 선물이다.
 특히 영국 사람은 지인의 혼례를 축하할 때 무엇보다 손으로 쓴 카드나 편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례식 때도 돈을 주고받는 일은 없다. 장례식에 필요한 꽃을 사 가는 정도다.
 
프랑스인은 장례식에서 추도하는 것 외에 무엇인가 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경조사에서 돈을 주고받는 일은 드물다.
기본적으로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친인척이나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초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결혼식에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여러 경조사에 참석하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났다.
우선 나부터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딸아이의 결혼식 때다.
아이가 내게 청첩장이 몇장이나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한장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가까운 지인 몇몇에는 전화로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스스로 정한 알림의 대상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전부터 보아왔으며 아이 또한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내는 나의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기꺼이 따라주었다.
 오히려 결혼식이 끝나자 홀가분하다고 한다.  




     
경조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도층부터 힘써야 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다.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장을 치렀다. [연합뉴스]



경조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도층부터 힘써야 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다.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장을 치렀다.


[연합뉴스]

          





어머니의 상사 때도 그랬다.
이때도 내가 정한 부고의 대상은 내 어머니를 어렸을 적부터 따랐고 어머니 또한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다. 문상객이 많지 않아 나는 그들과 어머니와의 추억을 조용히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조사 알림의 기준은 혼주나 상주와 유대가 있는 사람이기보다 혼례 및 상례 당사자와 가까운 사람이다. 흔히 우리는 상주와 아는 사이라고 해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장례에 참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죽음 알리지 말라는 어느 동창
어느 날 동창회에 갔다가 얼마 전 동창 하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왜 우리가 그의 부음을 모르고 있었지 하고 반문하니 그가 자기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죽으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자기 아들 결혼식에서도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오래전 대안학교 간디학교를 설립한 양영모 이사장도 죽을 때 “육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고 싶다.
화환이나 부조도 일절 받지 말라. 지금까지 주위 분들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이제 더는 받을 수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

최근에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장례식에 사람 부르지 말라는 유언을 했다.
조화도 받지 않았다.
지도층에서 이렇게 솔선수범할 때 우리나라의 경조사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때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중앙일보와 경조사비 문화에 대해 심층 인터뷰한 2030세대 36명 중 상당수는 "내키지
 않으면 굳이 참석하지 않고, 경조사비 주고받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30금융에세이]축의금 얼마면 될까…평균 6.5만원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축의금 10년간 딱 2번 냈다..요즘 젊은층 "그냥 복세편살"


달라지는 경조사비 문화<1>
2030세대 36명 심층 인터뷰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돌려받는 게 당연한 거 같지도 않고"
'반드시 참석, 안 가도 부조금' 옛말
한달 1.5회 참석, 선약 있으면 불참




직장인 김예림(35·여)씨는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교 동창이나 회사 동료한테서 수없이 청첩장을 받았지만
두 차례만 갔다.
옆 부서 선배 결혼식 초대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고, 축의금도 보내지 않았다.
 그 후로 서먹서먹해졌다. 김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어릴 적 부모님 따라 친척 결혼식에 갈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인사하는 게 재미없었어요. 스무 살 넘어선 ‘이런 데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영혼 없이 손뼉 치고, 똑같은 뷔페 음식 먹고….

틀에 박힌 30분에 감흥 없었어요.”

김씨는 “진짜 친한 친구 결혼식에만 간다.


 진짜 친해서 각각 20만원의 축의금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친한’이란 말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모(28·여)씨는 웬만한 경조사엔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경조사에 딱 두 번 갔는데 모두 친척 장례식이었다.


 부의금으로는 3만원씩 냈다. 김씨는 “결혼식은 거의 가지 않는다”면서 “우선 결혼 계획이 없고, 축하하는 마음 없이

기계적으로 돈만 내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의 장례식엔 추모하는 마음에서 참석하지만, 부의금을 많이 내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청첩장이 줄을 잇고 있다.
간간이 부고가 겹치면 거의 매주 경조사가 찾아온다.

 중앙일보는 지난 15~1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 7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2030세대 36명의 생각은 달랐다.
 의무감을 강하게 느끼고 되돌려 받을 것으로 믿는 50대 이상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약하면 두 가지다.
 ▶내키지 않으면 굳이 참석하지 않는다
▶주고받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2030세대 36명은 최근 1년 경조사에 월 평균 1.5회 참석했다.

 50대 이상(33명)은 2.5회다.
20대의 90%, 30대 59%가 한 번에 10만원 이하를 낸다.
심지어 가까운 친구나 친인척이어도 10만원 이하를 낸다. 
        
김예림씨와 부모는 생각이 달랐다.
 2017년 8월 결혼한 김씨는 1·2부로 나눠 결혼식을 했다.
 1부는 부모님의 지인과 친인척 중심으로 식을 올렸다.
 2부는 부모님 지인은 빼고 신랑·신부 친구만 모여 피자를 주문해서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씨는 “먹을 게 없다고 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는 아주 즐거워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결혼식엔 정말 가까운 친구만 초대했다. 프리랜서 작가인 남편도 ‘쓸데없이 사람 관계 넓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애경사는 위로받고 축하할 일이지 경제적으로 주고받는 품앗이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직업군인인 그의 아버지는 달랐다.

지인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일찍부터 모바일 청첩장을 공유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반응이 없는 회원에겐 개인 톡으로 연락했다”“부조금을 낸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인 듯했다. 내 생각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 방식을) 부정하지도,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3년 차 직장인 권소영(26·여)씨 역시 “청첩장을 주고받는 게 축하해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축의금이 오가는 과정으로

보일 때가 많다”며 “별로 가깝지도, 자주 연락하지도 사이인데 청첩장을 내밀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권씨는 “경조사 참석은 의무감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7)씨는 지난해 검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부모와 신랑·신부의 절친 두세 명씩만 초대했다.
축의금은 받지 않았다.
박씨 자신도 10년 전부터 주변인 경조사에 거의 안 갔고 돈도 안 낸다.

박씨는 “20대 때 멋모르고 남의 경조사에 따라가 5만원, 10만원 낸 게 후회스럽다”면서 “경조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것은 돈 낭비, 시간 낭비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80~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끈끈한 연대보다 각자도생을 먼저 경험한 세대”
라며 “경조사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연대를 재확인하는 성격이 짙은데 그것이 사라졌음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30은 스스로 살기 위해 ‘나’를 믿는 세대다. 본인의 필요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이걸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가 2030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부조금을 뿌려도 돌려받지못하거나, 돌려받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30의 이런 분위기는 최근의 만혼·비혼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인터뷰한 2030세대들은 "가깝지 않은 사이에 청첩장을 내밀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사진은 현금 봉투 이미지. [사진 중앙포토]

중앙일보 인터뷰한 2030세대들은 "가깝지 않은 사이에 청첩장을 내밀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사진은 현금 봉투 이미지.


 [사진 중앙포토]          


2030세대 일부는 무리해서라도 부조금을 내고, 주변 관계를 돈독하게 챙기려 노력하기도 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7년 차 직장인 김모(35)씨는 “경조사를 통해 ‘사람 얻는 방법’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입사원 때 옆 부서 팀장 장모 상가에 다녀오고 나서 그와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씨는 “솔직히 얼떨결에 10만원 냈고, 발인 때 사람이 없어 운구했다”며 “다음부터 (선배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 지금은 그 팀장이 멘토가 됐다”고 했다. 


        

이상재·박형수·김태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쌓여가는 청첩장에 늘어가는 한숨­…"축의금 얼마낼지 AI가 정해주면 안되나요"




책상에 쌓인 청첩장만 다섯 장. 건설회사에 다니는 정 대리(31)는 청첩장과 달력을 번갈아보고 한숨을 쉰다.
다음주 토요일에만 결혼식 3건이 모여 있다.
낮 12시부터 1시간 간격. 식장은 강남, 신촌, 여의도 순서다.

다 가는 건 불가능하다. 정 대리는 12시와 2시 결혼식에 참석하고 1시 결혼식은 축의금만 보내기로 했다.
그는 “부부 양쪽을 다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일정이 겹치다보니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불러서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봄이 오면서 결혼식 소식이 부쩍 늘었다.
마냥 축하해주긴 쉽지 않다.
결혼식에 가야 하는지,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지 속시원하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에 김과장 이대리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작은 결혼식에 비혼 선언까지 예전에 없던 사례들이 늘면서 고민의 폭도 깊어졌다. 결혼 시즌을 맞아 김과장 이대리들의 고민을 모아봤다.

◆“작은 결혼식에 청첩장 안줬다고 구박하다뇨”

◆“축의금 정해주는 AI는 없나요”

축의금만큼 복잡한 방정식도 없다. 당사자와의 관계, 다른 사람들이 내는 금액, 결혼식장의 밥값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통신회사에 다니는 김 과장(39)은 다년간의 고민을 거쳐 축의금 원칙을 정했다.
 먼저 자신의 결혼식 때 축의금을 낸 사람에게는 똑같은 금액을 내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입사 동기나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10만원,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5만원을 내기로 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거나 모바일 청첩장만 받았다면 3만원이다.
 김 과장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했지만 지방에서 하는 결혼식이나 아내와 함께 가는 결혼식, 밥값이 비싼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 등등 예외가 너무 많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으로 축의금을 정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해봤다”라고 말했다.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5)는 5만원, 7만원, 9만원 등 홀수로 축의금을 준다. 음양오행 이론에 따르면 홀수는 양이고 짝수는 음을 상징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미신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결혼하는 사람에게 해가 될까하는 마음에 줄곧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리는 “친한 사람에게는 축의금 10만원을 내는 일이 많은데 나는 7만원이나 9만원을 낸다”며 “금액이 특이하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비혼선언 할테니 축의금 돌려주세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과거보다 부쩍 늘었다.
축의금은 ‘상호부조’의 성격이 강하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전제가 무너진다.
 일방적으로 내기만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식품업체에 다니는 유 선임(35)은 일찌감치 평생 미혼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비혼족’이다. 서른살 전까지만 해도 회사 사람이 결혼한다는 말을 들으면 10만원씩 축의금을 내곤 했지만 비혼을 결심한 뒤론 축의금이 아까워졌다.

유 선임은 “결혼 소식을 들으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본전’ 생각이 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직급이 올라가고 후배도 들어오면서 축의금을 조금만 내기도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혼식이라도 열어 축의금을 회수해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4)는 비혼 선언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김 대리는 20년지기 친구 6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김 대리를 포함해 4명이 미혼이다.

최근 모임에서 작은 말다툼이 생겼다. 미혼 친구들이 결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것. 결혼한 두 명의 친구들에게 축의금 30만원, 돌잔치 10만원씩 한 명당 40만원씩 냈던 만큼
이 돈을 미혼 친구들에게 순차적으로 돌려주자는 내용이었다.

결혼한 친구 하나가 발끈했다.
“너희는 결혼식 때 뷔페를 먹지 않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미혼 친구가 “우리도 좋은데서 밥을 먹거나 파티를 하려고 한다”고 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김 대리는 “기혼 친구들이 보기엔 너무 계산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배려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신용카드

(사진=자료사진)
 



월 476만원 벌어 238만원 쓰는 ‘보통사람’…부모님 용돈, 축의금엔 얼마 쓸까?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월 476만원을 벌어서 238만원을 소비한다. 3년 전보다 가구 소득은 15만원 늘었는데, 어째 소비는 5만원 되레 줄었다. 빚이 크게 늘면서(5011만→7249만원)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이다.  
      남들은 보통 어떻게 살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16일 신한은행이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20~64세 경제생활자 1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와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 내용을 담았다,
2017년부터 첫 발간 뒤 세 번째다.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3년 전과 비교할 때 소비항목 중 가장 증가액이 큰 건 월세(주거비)였다.
월 29만원에서 36만원으로 7만원이나 늘었다.
교육비(67만원), 의료비(19만1000원)도 3년 새 2만원 이상 증가했다.
 대신 부모님·자녀 용돈, 모임 회비, 통신비는 소폭 줄었다.  
 
월 소득의 4분의 1인 116만원은 저축·투자를 했다.
이 중 44만원은 적금·청약에, 39만원은 보험에 넣었다.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보통사람의 보유자산 평균치는 2016년 3억2691만원에서 2018년 4억39만원으로 22.5% 늘었다.
자산이 늘었다니 반가운 소식인 듯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증가분 대부분이 부동산 가격이 뛴 결과였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만 자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뚜렷했다. 총자산이 3억원 미만인 가구는 3년 전보다 자산이 감소한 데 비해, 5억원 이상 가구는 3년 새 자산이 1억5891만원이나 뛰었다.  
 
축의금 평균은 7만3000원
직장 동료가 고급 호텔에서 결혼한다.
 하객으로 간다면 축의금을 5만원 넣을까, 10만원 넣을까.
 조카가 첫돌을 맞았다. 축하금 10만원이면 너무 적은 걸까.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봤음 직하다.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엔 이와 관련해 전국 20~59세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결혼축의금, 부모상 조의금을 포함해 직장 동료에게 주는 경조사비는 5만원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다만 결혼식장이 호텔이거나 가족을 동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호텔 결혼식 축의금은 평균 9만3000원, 동반자가 있는 경우는 평균 10만원으로 올라갔다.    
 
20~50대 직장인은 부모님 생신 땐 평균 20만원, 어버이날엔 16만원의 용돈 또는 선물을 드린다고 응답했다.
 배우자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는 각각 평균 15만원을 지출했다.
형제, 자매 결혼식엔 평균 62만원이 들었고, 조카의 돌잔치엔 18만원을 썼다.  
 
서울 직장인 소득 1위는 중구 
이번 보고서엔 ‘서울시 직장인 금융지도’도 공개됐다. 직장 소재지가 서울인 신한은행 입출금통장 거래고객을 분석한
 결과다.
‘고소득=강남’이라는 공식을 깨고, 중구가 직장인 소득 1위 자치구에 오른 것이 특이하다.

직장 소재지 기준(중구 407만원)뿐 아니라 거주지 기준(398만원)으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구에서도 회현동2가는 평균 급여가 월 65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회현동2가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에는 BMW코리아 본사와 한국투자공사(KIC)가 입주해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지난해까지 이곳에 있었다.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거주지 기준으로 볼 때 서울 직장인 평균 월 소득은 중구(398만원), 종로구(389만원), 영등포구(388만원) 순이었다.
 강남구가 고소득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평균을 계산하면 순위권 밖이었다.  
다만 직장인의 소비 수준은 서초구(월 330만원), 강남구(326만원)가 단연 높았다.
버는 돈에 비해 씀씀이가 큰 지역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보고서를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 공개한다. 성별·연령을 선택하면 개인화된 맞춤형 카드뉴스를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3년간의 금융 트렌드를 분석했다”며 “보다 많은 사람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예비 부부들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축의금으로 얼마를 낼 것인가"이다. (출처=tvN 화면 캡쳐)

▲예비 부부들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축의금으로 얼마를
 낼 것인가"이다.

(출처=tvN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