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공평’은 추석 민심을 달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민을 향해 건네는 추석인사에서 ‘공평’을 언급했다.
지난 1일 첫 언급 이후 3번째다.
문 대통령은 “보름달이 어머니의 굽은 등과 작은 창문에까지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공정 사회’를 앞세워온 문재인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포괄적인 해법을 고심
하는 가운데서 ‘공평’이 부상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자녀 입시 특혜’ 의혹과 ‘기득권이 유리한 교육 시스템’의 민낯에 여론을
빠르게 악화됐다.
당시 조 후보자와 여권은 “불법은 없었다”, “특혜가 아닌 보편적 기회”, “후보자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타오르는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조 후보자의 출근길마다, 여당 의원들의 발언마다 여론이 출렁였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집계한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달 9일 조 후보자 지명 이후 내리막길을 탔다.
후보자 지명 이후 말을 아껴온 문 대통령이 지명 후 23일 만인 지난 1일 처음 조 후보자에 관해 입을 열면서 ‘공평’을
꺼냈다.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또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김현준 국세청장 임명식에서 “국세청이 공평과세·공정과세를 확립했다”던 발언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공평’을 꺼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지난 9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은 ‘공평’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며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평’은 해법이 될까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고, 드러난 문제를 개선하는 해법으로 ‘공평’에 주목하는 것
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언급하는 공평의 개념은 확장되고 있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공평은 교육분야와 대학입시제도의 형평성 문제에 국한됐다.
지난 9일 임명식의 공평은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를 없애는 것’이었다. 11일 추석인사에서 문 대통령은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론이 들썩였던 이유는, 공정할 것이라 기대했던 제도 안에서 불공정·
불공평이 이어졌다는 사실”이라며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바뀐 제도에서도 특권·불합리가 있었다는 점을 대통령이 인정하고, 이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추석인사의 ‘공평한 나라’는 함께 언급된 ‘함께 잘 사는 나라’와 같은 의미로 보인다”며 “정치·사회적 공정 뿐만 아니라 ‘경제의 평등’도 고려해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의
3요소로 내세웠던 ‘기회의 균등’, ‘공정한 경쟁’, ‘공평한 분배’에서 다시 공평 분배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장관의 자녀 교육 문제로 불거진 ‘공평’에 대한 요구가 향후 다른 분야의 개혁에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번 대통령의 추석인사는 통상적인 명절 인사와 달리 ‘활력있는 경제’, ‘공정한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 등 현안과
관련된 대통령의 입장이 선명히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문제부터 조국 장관 임명까지, 지난 두 달간 국내 상황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다”며
“의례적인 인사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대통령의 메시지가 좀 더 선명하게 담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han.co.kr
문 대통령은 11일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깜짝 출연해 국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행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명절이 더 힘들고 서러운, 어려운 이웃도 있는데 (국민들이) 그런 분들께 마음을 조금씩
나눠주시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통화를 마친 후 서경석 진행자가 “전화 연결되신 청취자 문재인 대통령께도 커피 쏘세요”라고 온 문자를
소개하자, 양희은 진행자는 “커피 두 잔 갑니다.
공평하게, 누구에게나”라고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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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MBC 라디오 표준 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추석특집 프로그램 '우린 추석이 좋다' 3부에서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11.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
대통령은 추석에 뭐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청와대는 12일 경호 등을 이유로 대통령의 동선을 사전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 추석때를 참고하면 '휴식'과 '가족'으로 채울 전망이다.
지난해 추석연휴,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사실상 쉬지 못했으므로 2년만에 추석다운 추석을 보내는 셈이다.
◇대통령의 일정= 일요일(15일)은 국정 복귀 워밍업이라고 보면 문 대통령의 추석연휴는 12~14일의 사흘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는 모친이 살고있다. 문 대통령이 가끔
찾는 경남 양산의 자택도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MBC라디오 '여성시대'에 출연, "저도 고향에 노모 계시고 제사(차례) 모셔야 해서 고향에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연휴와 겹치는 9월 23~27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차 출장을 다녀왔다. 2
4일(현지시간)엔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과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추석을 국내서 보내지 못한 것이다.
앞서 9월18일 평양을 방문, 2박3일 북한에 머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9.19 군사합의도 이때 나왔다.
문 대통령은 9월27일 뉴욕서 귀국, 양산 자택으로 직행했다.
9월28일 하루 연가를 내겨우 휴식할 짬을 만들었다.
부친 묘소에 성묘도 뒤늦게 했다.
취임 첫해(2017년) 추석연휴는 10월이었다.
대체휴일 등 '단군이래 최장 명절연휴'로 불렸다.
문 대통령은 10월1일 청와대 인근 삼청동의 한 수제비 식당에서 비공개로 식사한 모습이 포착됐다.
2일 오전 성남 궁내동의 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를 방문, 송정애 tbs 아나운서가 진행한 특집방송에 '일일 교통
통신원'으로 출연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은 서울요금소 이전부터 총 30여km 구간이 정체되고 있다"는 교통안내를 직접 했다.
10월4일, 청와대로 어머니를 모셔 차례를 지냈다.
6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별신굿을 관람하는 등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대통령의 휴식 확보, 국내여행 권장 등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재조산하와 징비의 정신을 되새깁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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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청와대가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순방 B컷을 공개했다. 뉴욕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추석 차례상. 2018.09.28.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대통령의 고민= 문 대통령은 국정 성과 면에선 '어게인 2018'을 바랄 만하다.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휴도 반납하고 뉴욕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평양회담 결과를 설명할 정도로 '남북미' 3각
대화가 가동됐다.
반면 올 2월 북미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노딜'로 끝내는 충격을 안겼다. '그후로 오랫동안' 북미 비핵화
대화는 교착상태였다.
6월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고, 북미 정상이 즉석회담을 하는 또 한 번의 역사를 썼지만 실무대화는 진전
되지 않았다.
북한은 마침내 지난 9일, 9월말 북미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나섰다. 불씨는 살아난 셈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철학은
'쉴 때는 쉰다'는 쪽이지만, 다가올 외교현안을 챙기면서 이후 국정을 구상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을 전망이다.
평화외교가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경제 등 국내이슈다.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글로벌 악재 영향을 크게받는 경제 역시 단순히 국내문제라 할 순 없다.
다만 정책 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성과를 내야하는 문 대통령이 노력에 무게를 싣는다.
경제 극일 또한 화두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을 계기로 심화하는 야당과 대결 구도를 해소하는 것도 숙제다.
9월 정기국회에서 국정 과제를 위한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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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추석 명절 선물. 2019.08.28.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
◇대통령의 선물= 설과 추석마다 대통령은 국가원로나 유공자, 배려계층 등에게 선물세트를 보낸다.
대개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골고루 모아 지역균형, '신토불이' 농산물 소비장려 등 의미를 담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취임 후 세번째 추석을 맞아 충남 서천의 소곡주, 부산 기장의 미역, 전북 고창의 땅콩, 강원도
정선의 곤드레나물을 합쳐 4도의 특산물로 채웠다.
청소년, 종교인 등에게 보낼 때는 술 대신 꿀(충북 제천)을 넣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구조대원, 강원도 산불 진화 자원봉사자 올해 기억에 남는 봉사자들을 선물 주소록에 올렸다.
지난해 추석 선물 키워드는 '섬'이었다. 제주도 오메기술을 중심으로 총 다섯 종류의 섬지역 주요 특산물을 구성했다.
울릉도 부지갱이, 완도 멸치, 남해도 섬고사리, 강화도 홍새우 등 섬마을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농·수·임산물
이었다.
육지뿐 아니라 도서 지역까지 아우르는 지역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
취임 첫 해 추석 선물에는 술이 없었다. 물론 전국 각지의 농산물이 골고루 포함됐다. 경기 이천 햅쌀,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였다.
문 대통령의 당부로 2018년 설 선물부터 전통주가 포함됐다.
명절에 차례주 하나쯤 들어가는 게 의미가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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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연풍문에서 열린 추석 맞이 직거래장터를 방문해 농기업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2018.09.1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대통령의 메시지= 문 대통령이 선물에 넣어 보내는 추석 메시지는 '보름달'을 공통 키워드로, 그때그때 상황을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름달 보면서 소원도 빌고 넉넉한 한가위 되시길
바란다"며 "명절이 더 서럽고 어려운 이웃 있는데 그런분들에게도 마음 나눠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추석선물에 넣은 카드에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는 넉넉한 한가위에 휘영청 뜬 보름달처럼 올 것"이라며
"새로운 100년의 희망을 함께 빚겠다. 작은 정성을 담아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선물에도 "우리는 지금, 세상을 골고루 비춰주는 보름달처럼 함께 잘 사는 경제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고 썼다. 또 "조금씩 정을 나누면 꼭 열매를 맺을 것"이라며 "바라는 일들이 넉넉하게 이뤄지길 소망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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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과 바로 이어질 유엔총회 일정으로 추석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 할 것을 걱정해 9월16일 부산에 계신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경남 양산시 덕계동의 덕계종합상설시장에도 들렀다고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23일 밝혔다. 2018.09.23.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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