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린 채 이송되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와 사채손괴 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이 4일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프레시안(현창민)
고유정 계획 살인 결정적 증거.. 검 "전 남편 15회 흉기로 찔러"
범행 현장의 혈액 튄 흔적 토대로 고씨 "한번 찔렀다" 주장 뒤집어
전 남편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이 피해자를 최소 15회 이상 흉기로 찔렀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정적 분석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과정 내내 “성폭행하려는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부엌칼로 한번 찔렀다”고 해온 고유정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라
주목된다.
4일 제주지법 201호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와 함께 고유정이 범행 전후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수차례 통화한 점 등을 들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과수가 범행현장인 펜션 벽에 튄 혈액의 흔적과 혈액량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국과수는 이를 통해 “혈액 흔적이 난 방향과 혈액량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적어도 15회 이상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펜션 다이닝룸에서 9차례, 부얶에서 5차례 흉기를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펜션 주인과 나눈 통화음성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저녁 8시10~9시50분 펜션 주인과 세 차례 통화를 나눴다면서 통화음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고유정이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6)이 전화를 받고 바꿔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유정은
통화에서 애교 있고 살가운 말투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범행 직후인 오후 9시50분쯤엔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아들이 바꿔주자 고유정은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며 웃으면서 말하기도 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욕실로 시신을 옮긴 뒤 혈액 흔적 등을 지우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검찰은 “피고인의 설명대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면 당황해 이처럼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리 전 남편을 살해하려는 계획 또는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고유정이 경찰에 구속된 뒤 현 남편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분홍색 파우치가 압수됐는지 계속 캐물었다는 점도 계획 살인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제시했다.
이 분홍색 파우치에는 고유정이 처방받은 약봉지가 들어있었으며, 약봉지는 수면제인 졸피뎀으로 추정되는 알약만
빠진 채 뜯겨져 있었다.
고유정은 전남편의 아들 면접교섭 재판신청이 받아들여진 다음날인 지난 5월10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7정을 포함한 감기약을 처방받았으나, 경찰이 확보한 감기약 봉지에는 졸피뎀 7정만 사라진 채 나머지 감기약 성분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
전 남편의 혈흔에서는 다량의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검찰은 또 고유정의 아들이 “(졸피뎀이 든) 카레를 나와 삼촌(자신의 친아버지를 삼촌이라고 부름)만 먹었다”고 한 진술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전남편이 카레를 먹지 않았다“던 고유정의 법정 진술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법정에는 피해자인 전남편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증인으로 나왔다.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길 부탁드린다”고 진술했다.
고유정은 유족 증언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채 들지 않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 |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30./사진=뉴시스 고유정 아들 "그 저녁, 아버지와 나만 카레 먹었다" |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인 고유정(36)의 아들이 범행 당일로 추측되는 저녁 "아버지와 나만 카레 라이스를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4일 오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6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고유정 아들의 진술과 범행 시간대로 추정되는 5월25일 오후 8시10분~9시50분 사이 고유정과 펜션 주인간 통화 녹음파일들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저녁 식사로 삼촌(자신의 친아버지를 삼촌이라고 부름)과 자신은 카레라이스를 먹었지만 엄마(고유정)는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카레라이스는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수면제 졸피뎀을 넣어 먹인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이다.
앞서 고유정은 전남편의 아들 면접교섭 재판신청이 받아들여진 다음날인 지난 5월10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7정을 포함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전 남편의 혈흔에서는 다량의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고유정은 그동안 피해자가 저녁약속이 있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들 진술대로라면 그날
카레를 먹지 않은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고유정이다.
이외에도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식칼 등 범행도구를 구입한 이유를 "펜션 것은 꺼림칙해서"라고 설명해왔지만 범행 얼마전 지인과 리조트에 묵을 때에는 개인 도구를 준비하지 않는 등 모순된 언행을 했다.
검찰이 공개한 통화 녹음파일에서도 고유정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시신을 처리하던 때로 추측되던 시간 동안 펜션 주인과 웃으며 통화하는 등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했다. 검찰은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한 고유정의 이같은 모습을 중요한
범행 증거로 보고 있다.
고유정의 범행 시간으로 추측되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9시50분 사이 펜션 주인은 고유정에게 펜션 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알려주려고 오후 8시43분, 오후 9시20분, 오후 9시50분 3차례 전화했다.
첫번째 통화에서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잘 들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며 인사하고 "잠깐 뭐 해야 해서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두번째 통화에서는 펜션에 함께 있던 고유정 아들이 전화를 받았다.
이 통화에서 펜션 주인이 엄마(고유정)를 찾자 아들은 "(엄마가)조금 있다가 전화한대요"라고 전달했다.
마지막 통화에서는 전화를 받은 고유정 아들이 엄마를 찾는데 1~2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고유정이 등장했다.
아들에게서 전화를 건네받은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냉난방 시설 사용법 등을 들은 뒤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라고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면 고유정 변호인은 "피고인이 저녁뿐만 아니라 아침에 먹을 음식까지 함께 구입한 점 등으로 볼때 범행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고유정, 보일러 사용법 등 설명 들으며 발랄한 목소리로 대화
졸피뎀 든 음식 안 먹였다 했지만…아이 "카레 먹었다" 진술
◇ 고유정, 범행 직후 태연하게 펜션 업주와 통화
재판 내내 고유정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르게 계획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날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범행 직후 고 씨가 펜션 업주와 3차례에 걸쳐 통화한 내용은 성폭행 피해자의
검찰 관계자는 "이 목소리가 정말 성폭행 피해자가 우발적 살인을 한 뒤 나오는 목소리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측은 "재작년 전남편과 이혼 소송 과정에서 고 씨가 제출했던 반소장 어디에도 변태적 성관계 언급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경찰 첫 조사 때부터 일관되게 살인, 사체 유기 사실에 대해서 인정했고, 성폭행 피해도 주장했다"며 "한 번도 이야기를 바꾼 적이 없다"고 맞섰다.
◇ 피해자, 식사 안 했다면서… 아이 "카레 먹었다"
사건 직후 펜션 인근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종량제 봉투를 버리는 고유정 모습.
(사진=자료사진)
고유정 측은 지난 재판에서 "피해자가 사건 당일 저녁 약속이 있다며 식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 검찰은 사건 당일 펜션에 함께 있었던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고 고
지난 3차,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과 대검찰청 감정관의 진술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확인된 상태에서 고유정의 주장이 궁색해졌다.
변호인 측은 "졸피뎀은 수면 유도제인데, 이것으로 성인 남성을 제압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날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 어머니와 남동생은 재판부에 "피고인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7차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 한 펜션에서 흉기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7월 1일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의붓아들(6)을 10분 이상 강하게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주 중 살인 혐의로 전남편 살해사건과 함께 병합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고유정이 지난 9월16일 세 번째 공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바꾸기 고유정 자기모순 빠져 ‘현장검증도 철회’
기억이 파편화 돼 있다며 수사과정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던 고유정이 법정에서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변론에 나서면서 오히려 진술이 뒤바뀌는 자기모순에 빠졌다.
검찰이 이 점을 파고들어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범죄에 대한 근거를 연이어 제시하면서 법원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4일 오후 2시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7.여)을 상대로 6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고유정이 2019년 5월25일 범행 당일 제주 모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살해한 동기와 계획적 범행, 혈흔 분석을 통한 범행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계획범죄를 입증할 졸피뎀에 대해 고유정은 최초 경찰 수사에서 복용 사실을 묻는 질문에 반알 정도 먹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반면 법정에서는 전 남편이 빼돌렸다며 딴소리를 했다.
향정신성의약품 중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은 키 160cm, 몸무게 50kg 내외인 고유정이 키 180cm, 80kg의 건장한 피해자를 어떻게 살해했는지 설명해줄 주요 증거 중 하나다.
고유정은 범행 8일 전인 5월17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에서 수십 km 떨어진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이날 약국에서 수령한 졸피뎀은 10mg 알약 형태로 모두 7알이다.
검찰은 고씨가 범행 당일 음식물에 졸피뎀을 넣어 피해자에게 먹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피해자의 정신이 몽롱한 틈을 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유정은 수사과정에서 전 남편이 펜션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방에 머물렀던 아들(6)은 피해자와 카레를 먹었고 피고인은 먹지 않았다며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
식사후 벌어진 범행에 대해서도 고유정의 진술은 오락가락이었다. 당초 고유정은 범행 상황을 묻는 경찰 질문에 흉기를 찌른 지점이 기억나지 않고 당시 눈을 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이 법정에서 혈흔분석 결과를 토대로 범행 지점과 피고인의 자세, 동선을 설명하자, 펜션 다이닝룸에서
피해자를 1차례 찌르고 주방을 거쳐 현관으로 도망쳤다고 말을 바꾸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혈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유정이 펜션 내 다이닝룸에서 9차례, 주방에서 5차례, 현관에서 1차례 등 최소 15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근거로 정지이탈흔을 내세웠다. 정지이탈흔은 흉기로 신체에 찌르거나 뺄 때 동작이 갑자기 멈추는 시점에서
몸 밖으로 튀는 독특한 혈액 흔적을 의미한다.
검찰은 “피고인이 혈흔 분석 결과를 의식해 법정과정에서 경찰 진술을 번복해 새롭게 자신의 주장을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주장은 검증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고유정측도 이를 의식한 듯 9월2일 2차 공판에서 요청했던 펜션 내 현장검증도 스스로 철회했다.
당초 변호인측은 펜션에서 자신과 피해자의 동선을 설명해 정당방위를 입증하려 했었다.
범행 직후 피고인이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고유정과 펜션 업주와의 통화 내역도 처음
재판을 통해 공개됐다.
통화는 고유정이 피해자를 살해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최초 통화에서 고유정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를 재워야 한다면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오후 9시20분 통화에서는 고유정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직후로 추정되는 오후 9시50분 통화에서는 고유정이 태연하게 업주에게 클린하우스의 위치까지 물어보자 방청석에는 야유가 빗발쳤다.
고유정 변호인측은 “피고인은 살해와 시신훼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동안 성폭행 피해를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아이를 위해서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피뎀에 대해서는 “유산 등에 대한 경험이 있어 불면증을 호소했고 그 과정에서 처방 받은 것”이라며 “마취제도 아닌 졸피뎀 때문에 피해자가 대응하지 못했다는 검찰 주장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4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의 동생은 “고유정이 더 이상 아이를 방패삼아 이용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고유정의 끊임없는 거짓말 속에서 형의 명예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피해자측 강문혁 변호사는 “피고인측은 검찰의 증거조사와 상관없이 일방적 진술만 이어갔다”며 “이번 공판으로 검찰측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18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결심공판을 열어 검찰측 구형과 고유정의 최후 진술을 듣기로 했다.
다만 의붓아들 살인사건이 추가 기소되면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경찰에 의해 신상공개가 된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5/5885ab16-ac9c-4072-b95e-28a5235f3345.jpg)
경찰에 의해 신상공개가 된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모습.
[중앙포토]
6차공판서 펜션 주인과 통화 공개…유족·방청객 분노
"시신 못찾게 한 살인마, 사형시켜달라"
결심공판은 18일 오후 2시…제주지법서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전화통화 음성이 흘러나오자 법정 안이 술렁였다.
고유정이 지난 5월 25일 전남편(36)을 살해한 제주도의 펜션 주인과 범행 전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었다.
당시 고유정은 예약 날짜를 묻는 주인에게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 “아이가 몇살이냐”는 물음에는 “지금 남편이랑, 저랑 애기랑 갈 거고요.
애기는 지금 여섯 살”이라고 답했다.
방청객 정모(61)씨는 “(고유정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애교스러워서 깜짝 놀랐다”며 “며칠 후 끔찍한 범행을 계획한 사람이 ‘우리만 쓸 수 있냐’고 묻는 데서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고유정에 대한 재판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검찰과 고유정 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 측은 이날 고유정의 계획범죄를 증명하기 위해 전화 녹취 및 범행 관련 영상들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무인펜션을 예약하면서도 주인이 펜션에 방문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유정은 이날 주인에게 “저희만 쓸 수 있느냐”고 물은 뒤에도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시는 그런 건
아니에요?”라고 재차 물었다.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할 당시에도 펜션 주인과 태연하게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범행 추정시각(오후 8시10분~9시50분)에만 3차례에 걸쳐 주인과 통화했다.
당시 고유정은 펜션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을 설명하는 주인의 말에 웃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등 시종일관 밝게 통화를 했다.
![고유정이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5/bfd78cee-a41f-4541-9ba3-45baa49f8676.jpg)
고유정이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저희가족만 쓸 수 있지요" 재차 확인
검찰은 범행 추정시간대인 오후 9시 50분에 고유정이 "엄마(가) 물감 놀이를 하고 왔어"라며 아들에게 둘러내는 내용이 주인과의 통화에 남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흉기 살해를 '물감놀이'라고 표현한 시간대를 감안하면 최소 9시 50분 이전에는 피해자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께 이뤄진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는 방청석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해서다. 검찰은 당시가 고유정이 살해한 전남편을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때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5/c00629d9-305a-4d26-861f-26cd38085cfe.jpg)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전남편 동생, "형님, 변태성욕자 아니다"
방청객들은 이날 유족들의 진술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살해된 강씨의 친동생은 “저희 형님은 변태성욕자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유정이 지난 4차 공판 당시 강씨를 ‘변태성욕자’로 지목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 9월 30일 공판 때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막기 위한 범행”이라는 점을 직접 증언한 바 있다.
이에 강씨는 “(4차 공판 당시) 형님을 살해한 장본인이 이제는 형님의 명예까지 가져가려는 데 경악했다”며 “(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고유정은 웃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 숨진 전남편과 고유정의 이혼소송 서류를 손에 들고는 “온통 거짓으로 쓰여진 소장에서조차 변태, 혹은
성과 관련된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며 “형님이 성폭행하거나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씨의 동생은 이날 “형님의 시신이 완도, 김포에서 훼손되어
낱낱이 유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형님의 시신을 찾아) 하천, 들을
돌아다니며 맨손으로 땅을 파헤쳤다”고 말했다.
![고유정과 주변인 관계도.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5/c7f132bb-22f5-433b-adee-605e1673705a.jpg)
고유정과 주변인 관계도.
[중앙포토]
"시신 감춘 살인마에게 사형을…"
강씨의 어머니는 “(범행 후) 속죄는커녕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 찾지 못하게 입을 닫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또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저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시신도 못 찾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라며 오열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번 주 내로 A군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여서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잠든 사이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에 의해 살해된 전남편의 초상화.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4/7c1af2b3-d9b0-45d1-a188-a06a2056855c.jpg)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에 의해 살해된 전남편의 초상화.
[중앙포토]
법원, 고유정 6차 공판…유족들 증언대
유기장소 거짓…‘시신없는 재판’ 꾸며
수색작업 매번 허탕…"골든타임 놓쳐"
고유정에 의해 살해된 강씨 유족들이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재차 호소했다.
강씨의 친동생은 이날 “형님의 시신이 완도, 김포에서 훼손되어 낱낱이 유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늘이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8월 1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4/009e0bfb-1dfb-4118-b8f5-c4e87f82e4f0.jpg)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8월 1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 유기장소 밥먹듯 거짓말
수사기관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 “시신이 든 봉투를 완도항 인근에 버렸다”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30/269209e4-1a3f-4aa8-bb0f-69b81292958c.jpg)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기억 안 난다” 말한 후엔 진술 거부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2019.09.02. woo1223@newsis.com |
고유정 6차 공판, 피해자 유족 "살인마에 사형 내려달라"(종합) 고유정, 시신 찾기 협조 안하면서 본인 살겠다고 발버둥" |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4일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6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피해자 유족들은 "살인마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 울먹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고유정은 피고인 석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미동 없이 피해자 유족의
증언을 들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살인 및 사체 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강모(36)씨의 동생과 어머니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선서를 마치고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 어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아들을 죽인 저 살인마와 이 한 공간에 있다는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듯 아프다"면서 "지금까지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시신조차 못찾은 상태에서 장례를 치른 부모의 애끓는 마음은 아무도 알지 못 할 것이다"며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 찾지 못하게 입을 다물면서도 본인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저 모습이 너무나 가증
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 제가 그날 제 아들을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아들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면서 "너무나도 원통하고 분합니다. 반드시 극형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공판을 지켜봤다.
피해자의 동생도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법정 최고형 또는 극형이라는 완곡한 표현조차 쓰고 싶지 않다"면서 "재판장님, 부디 저 거짓말쟁이 흉악한 살인범 고유정에게 사형 선고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고, 시신 없는 사건이 피고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본 법정이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면서 "저희 부모님의 눈물을 이젠 닦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증언이 모두 끝나고 반대심문을 하겠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고씨 측 변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공판에서는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 외에도 고씨의 계획범죄 정황을 설명하는 여러 증거가 새롭게 나타났다.
공판 내내 피해자에게 카레를 먹이지 않았다는 고씨의 진술의 진실성도 깨졌다.
범행 당시 펜션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고씨의 아들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삼촌(피해자)과 나는 카레를 먹었고, 엄마는 먹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 이틀전 친구와 함께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리조트에 머물던 고씨는 5월24일 새벽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제주시 연동의 친정집에 들러 배달시킨 범행도구를 챙겨갔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고씨가 경찰에 체포된 후 압수된 차량 안에서 발견된 범행도구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수원 감정 결과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
차량 안에는 피해자의 반바지 형태의 의류와 시계, 혁띠 조각, 신발끈 조각 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의류조각에서는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락스 냄새가 많이 풍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약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서증조사를 통해 고유정의 계획범죄 정황을 꼼꼼히 설명했다.
지난 6월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
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범죄의 잔혹성이 드러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아휴, 잔인해. 숨쉬는 것 빼곤 거짓말인 사람' 등 고씨에 대한 비판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고씨는 검찰이 영상 증거를 재생해 법정 내 정막이 이어지면 가끔 고개를 들어 화면을 응시하거나, 연필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어 서증조사에 나선 고씨 측 변호인은 "졸피뎀이 피고인의 혈흔에서도 검출됐다"며 "피해자에게 졸피뎀 성분을 먹여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고씨 측은 지난 2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요청했던 현장검증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6월1일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한편, 지난달 청주지검으로부터 고씨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넘겨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인 제주지검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고씨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지검은 형사1부장을 팀장으로, 강력사건 베테랑 주임검사 2명을 팀원으로 배치해 기소에 앞서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woo1223@newsis.com
'언론과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밑 빠진 독' 실손보험, 병원 간 만큼 더 내자는데..업계 "과잉진료 해소" vs 의료계 "선택권 제한" (0) | 2019.11.06 |
---|---|
RCEP 참석 문재인 대통령, 아베 총리와 분위기 반전· (0) | 2019.11.05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얻을 교훈 (0) | 2019.11.04 |
당선무효형’ 이재명 지사, 대법에 위헌심판제청 신청 (0) | 2019.11.04 |
한일 갈등 언제 풀리나..희비 갈리는 일본 5개 브랜드 '몸사려' (0) | 2019.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