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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인간이 숨자 동물이 나타났다..'코로나 봉쇄'에 야생동물들 도시로

지난 11일 타이(태국) 중부 도시 롭부리의 도로에서 라이벌 그룹의 원숭이 수백 마리가 충돌하고 있다. 카오소드 갈무리


지난 11일 타이(태국) 중부 도시 롭부리의 도로에서 라이벌 그룹의 원숭이 수백 마리가
충돌하고 있다.

카오소드 갈무리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인간이 숨자 동물이 나타났다..'코로나 봉쇄'에 야생동물들 도시로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에서 퓨마 활보
일본 나라에 사슴, 파나마 해변엔 너구리
타이에선 관광객 줄자 원숭이들 '먹이 전쟁'
"베니스 돌고래, 술 취한 코끼리 등 가짜뉴스도"





사슴, 너구리, 칠면조, 나아가 늑대와 퓨마 같은 맹수까지 인간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이동을 전면 또는 부분 통제하면서, 인적이 끊긴 도시의 거리에 야생동물이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24일 새벽(현지시각)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선 야생 퓨마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에 포획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칠레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퓨마는 텅 빈 도심 거리를 활보하고, 가뿐하게 담벽을 넘기도 했다.

 칠레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 중이다.


이 퓨마는 생후 1년가량 지난 수컷으로, 몸무게 35㎏에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다고 한다.

 칠레 당국은 정밀 검사를 위해 퓨마를 일단 산티아고 동물원으로 옮겼다.


칠레 농업·가축청의 마르첼로 지아그노니 청장은 “(퓨마가 나타난) 이 지역은 한때 그들의 서식지였으나 우리(인간)

가 몰아냈다”고 말했다.

 남미에서 퓨마는 고양이과 야생동물 중 재규어 다음으로 많은 종이다.






24일(현지시각)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거리에 나타난 퓨마.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거리에 나타난 퓨마.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전국에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도 집 마당에서 여우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주민들의

 카메라에 잡혔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일간 <엘티엠포>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평소 보기 드문 개미핥기와 주머니쥐 등이 거리에서 목격됐으며, 선박의 입출항이 끊긴

 카르타헤나 만에서는 돌고래도 출현도 늘었다고 한다.


 위 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속에 동물이 주인공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선 일본사슴이 거리와 지하철역을 배회했고, 파나마의 산펠리페의 텅 빈 해변엔 너구리가

포착됐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칠면조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고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모두가 사람이 사육하지 않는 야생동물들이었다.


숲이 많은 유럽의 곳곳에서도 도심을 활보하는 야생동물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에 사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집에 머물지 않는 곰을 누가 신고할지 보자”라는 글과 함께

 어두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곰 영상을 올렸다.

 야생 멧돼지와 늑대 등을 포착한 영상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스페인 일간 <라방과르디아>는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엔 타이(태국) 중부 도시 롭부리에서 원숭이 수백 마리가 패싸움을 벌여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고 현지

일간 <방콕 포스트>가 전했다.


롭부리는 수천 마리의 원숭이들이 도심에 서식하면서 주민이나 관광객들로부터 해바라기씨와 바나나 등 먹이를 받아

먹고 살면서 관광 명소가 됐다. 이 곳 원숭이들은 주 거주 영역에 따라 크게 ‘사원파’와 ‘도시파’, 두 라이벌 그룹으로

 나뉜다. 도시 북쪽의 철길이 자연스런 경계선이 됐으며, 평소엔 상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수백 마리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서 엉켜 싸우는 바람에 한때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현지 주민들이 추정하는 원숭이 패싸움의 이유는 엇갈린다.

일부는 원숭이들이 더운 날씨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원숭이들이 먹이를 둘러싼 영역 싸움을 벌였다는 의견도 있다.


 사원파 원숭이 우두머리가 동료들을 거느리고 먹이를 구하려 도시파 원숭이들의 영역인 시장까지 진출했다가

반격을 당해 쫓겨났다는 것이다.

현지 일간 <카오소드>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과 각국의 출입국 통제로 관광객이 급감한 탓에 원숭이들도 먹이가

 부족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윈난성의 한 마을에 코끼리들이 내려와 옥수수 술을 훔쳐 마시고 취해 잠들었다는 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중국 윈난성의 한 마을에 코끼리들이 내려와 옥수수 술을 훔쳐 마시고 취해

잠들었다는 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야생동물의 귀환’소식 중엔 가짜뉴스도 적지 않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이탈리아 베니스의 도심 수로에 돌고래가 나타났다거나, 중국 윈난성의

한 마을에서 코끼리들이 민가에까지 들어와 옥수수 술을 훔쳐 마시고 취해 잠든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슬프게도 모두 가짜였다고 꼬집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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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산티아고 시에서 발견된 야생 퓨마/사진=AFP통신



칠레 산티아고 시에서 발견된 야생 퓨마


/사진=AFP통신







코로나로 사람들 숨자 원숭이, 사슴, 개미핥기가 도심 활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세계인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평소 도심에서 보기 힘들었던 야생동물들의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퓨마.여우.너구리.야생 칠면조...사람 비워 준 도심에 '어슬렁'


칠레 산티아고 시 도심엔 야생 퓨마가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칠레 산티아고 도심에 퓨마 한마리가 출몰해 당국이 포획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칠레 당국에 따르면 이 퓨마의 나이는 약 1살로 추정되며 인근의 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포획한 퓨마를 산티아고 동물원으로 이송해 건강상태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퓨마 뿐 아니라 여우나 너구리, 야생 칠면조 등도 인간이 사라진 도심으로 행동 반경을 넓히려는 시도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포착됐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목격된 여우와 주머니쥐/사진=트위터 캡쳐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목격된 여우와 주머니쥐


/사진=트위터 캡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에 사는 한 시민은 지난 21일 집 근처에서 목격한 여우의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 엘띠엠포는 이와 함께 전국에서 평소 보기 힘든 개미핥기나 주머니쥐 등이 거리에서 목격됐으며, 선박의 입출항이 줄어든 카르타헤나 만에서는 돌고래의 출현도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한 초등학교에서 목격된 야생 칠면조들/사진=트위터 캡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한 초등학교에서 목격된 야생 칠면조들


/사진=트위터 캡쳐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시민은 근처의 한 초등학교에선 등교가 중단된 아이들 대신 야생 칠면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또 영국의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칠레의 산 펠리페 해변에 사는 한 주민은 "평소라면 관광객들로 붐볐을 해변에
 최근 너구리들이 출몰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6년 간 살았지만 너구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먹이 주던 관광객 끊기자 도시로 직접 먹이 찾아 내려오기도




나라 현 도심에 출몰한 사슴들을 보도한 후지 TV 방송 화면/사진=트위터 캡쳐


나라 현 도심에 출몰한 사슴들을 보도한 후지 TV 방송 화면


/사진=트위터 캡쳐






일부 관광지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평소 자신들의 먹이를 책임지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직접 도시로 내려와 먹이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사슴 공원으로 유명한 일본의 나라현에선 공원 속에 있던 사슴들이 도심으로 내려왔다.

가디언지 등은 이 달 초부터 나라 도심에서 사슴떼들이 횡단보도를 걷고 지하철역 주변을 거닐며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을 간식 삼아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슴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원에서 먹이를 주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직접 먹을 것을 찾아 도심으로 온 것으로 보인다. 





태국 롭부리시에 나타난 원숭이/사진제공=Reuters로이터



태국 롭부리시에 나타난 원숭이


/사진제공=Reuters로이터





태국의 롭부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디어지는 롭부리시의 원숭이들이 관광객들이 주는 간식이 사라지자 직접 도심으로 내려와 사람들이 먹다 남긴
요거트 등을 탐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시카고 링컨 동물원의 도심 야생동물 기관 담당자인 세스 메이글은 "보통 동물들은 도시 중에서
우리 인간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같이 사용한다"며 "이 기회에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가 자연의 일부이며,
동물들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나이지리아의 한 여성 상인이 시장에서 천산갑 비늘을 들어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코로나 매개체로 알려진 천산갑 식용 아직도 성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추정되는 천산갑이 동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판매가
 중지됐지만 나이지리아에서는 여전히 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미 경제 매체 쿼츠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보호 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의 피터 나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이제 야생동물 고기 시장을 폐쇄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나이지리아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야생동물 시장을 문닫고 멸종 위기에 처한 천산갑을 보호하는데 나이지리아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산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거래되는 포유동물 중 하나다. 중국은 야생동물 매매를 금지하고
 2만 곳의 야생동물 농장까지 폐쇄했다.
베트남도 비슷한 금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나이지리아는 천산갑 사냥이나 판매 행위에 초범의 경우 2.7달러(약 3320원) 벌금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매긴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압수된 천산갑 비늘의 55%가 나이지리아와 관련이 있음에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서도 유독 야생동물 밀매에 솜방망이다.

예를 들어 우간다에는 특정 야생 동물 포획이나 살생에 종신형 또는 540만달러 벌금까지 책정되어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염이 우려되어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의 시장에서는 천산갑 거래가 감소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매출이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보존재단(NCF)의 스테판 아이나는 "고기에 붉은 야자유를 몇방울 떨어뜨리면 어떤 바이러스도 죽는다는
생각이 에볼라가 유행하던 때 퍼졌다"면서 "그 때문에 여전히 농촌 지역에서 천산갑은 식용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산갑 <자료 사진> © 로이터=뉴스1








ungaungae@news1.kr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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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불러낸 바이러스의 역습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우한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력한 발원지로 꼽힌다. 지난 1월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는 시장 내 야생동물 판매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우한 시장에서는 박쥐와 오소리, 사향고양이와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일반 가축과 함께 거래된다. 여기 모인 동물들은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도축된다.


이 과정에서 신종 바이러스는 가축 또는 인간과 친숙한 매개체(중간 숙주)를 통하거나 동족 간 뒤섞임을 통해 변종이 돼 인간에게 온다.

쉽게 넘을 수 없는 ‘종간 장벽’은 인간과 잦은 접촉으로 허물어진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런 ‘우한 시장’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신종 바이러스 근원지로 지목된 이상 언젠가 전 세계 ‘우한 시장’들은 폐쇄될것이다.

야생동물을 잡아다 무차별 도축하는 행위도 시간이 지나면 근절될 가능성이 높다.

 비위생적인 시장의 폐쇄는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계 곳곳의 비위생적인 ‘우한 시장’ 

‘위험한 시장’이 사라지면 신종 바이러스 발생도 줄어들까. 바이러스를 품은 보유 숙주(야생동물)는 여전히 인간 곁에 있다. 이들에게는 약이 없다.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야생동물에게 투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인간의 몸에서만 서식하는 바이러스에 한해 유효하다. 인간이 천연두와 소아마비 정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들 질병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숙주로 지목된 종을 없애는 방식은 어떨까.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는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다.

발병 초기 연구자들은 사향고양이를 사스 바이러스의 보유 숙주로 지목했고, 이후 중국 당국은 1만 마리가 넘는 사향

고양이를 살처분했다.


그러나 사향고양이는 보유 숙주가 아니었다. 심지어 중간 숙주가 아닐 수 있다는 연구결과(2015년 홍콩대학 수산나

라우 연구팀)도 나왔다. 이후 인간은 메르스로 대가를 치렀고, 코로나19는 치르고 있다. 

알려진 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보유 숙주는 박쥐다. 박쥐의 전체 종은 1240여 종인데 전체 포유동물 종의 약 25%를

 차지한다.


 박쥐의 멸종은 큰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특정 종의 멸종은 복잡한 먹이사슬로 유지되고 있는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인간은 생태계에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쥐 날개 덕에 날아다니던 바이러스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대륙 간 장벽을 넘나든다.

 바이러스 학자 스티브 모르스는 “바이러스는 뛰지도, 걷지도, 기어다니지도 못한다.


 하지만 다른 것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국경 봉쇄로 바이러스 유입을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확인했듯 봉쇄는 바이러스 이전을 늦출 수 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신종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팬데믹(대유행)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2월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북극곰의 동종포식 현상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베르초프생태진화연구소의 북극곰 연구자 일리야 모르드빈체프 선임연구원은 “북극곰의 먹잇감이 부족해지면서

 덩치가 큰 수컷이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을 습격하고 있다”며 “전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동족포식이 자주 확인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북극곰의 이상 행동은 기후변화와 북극권 난개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먹이와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은 동족을 잡아먹는 한편 사람이 사는 거주지로 내려와 인간과 접촉한다.

지난 2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지방정부는 대규모 북극곰 출몰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또 다른 대형 감염병의 징후로 볼 수 있다. ‘1:29:300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1건의 대형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재난 사고와 300건의 사건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북극곰의 이상 행동도 사건에 속한다. 

전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의 발생주기는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된 1990년대를 기점을 짧아지고 있다.


 90년대 이전 대규모 감염병을 보자.

1918년 발생해 2년간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에 이어 1981년 에이즈가 있다.


90년대 이후는 양상이 다르다. 1994년 호주 헨드라,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 2002년 사스, 2009년 돼지독감,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2015년 지카,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까지 2~5년 주기로 대형 감염병이 발생한다.

 1997년 이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까지 따지면 대형 감염병은 국경을 넘어 일상에 들어왔다고 볼 수있다.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에 앞서 방호복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에 앞서 방호복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점점 빨라지는 감염병 발생 주기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은 환경파괴가 불러온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모기 등 곤충 매개 감염병이 확산된다.

 더운 지역,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모기가 몰고 다니는 바이러스도 함께 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지카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아메리카로 전파됐다. 

의학 학술지 <랜싯>은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의 질병을 전파하는 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2019 연례보고서).


 앞서 국내 연구진도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보다 전염병 발생 건수가 증가할 것을 전망한 바 있다(2009년 한국보건

사회연구원·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관리 분야 적응대책). 폭염 등 이상 기온 현상은 영구동토층을 녹여 그 안에 갇혀 있던 병원체를 깨운다.

실제 2016년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는 순록 2300여 마리가 탄저균에 감염돼 떼죽음을 당한 바 있다. 


산림·밀림 훼손을 동반한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은 점점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잦은 접촉은 신종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야생동물이 가지고는 있지만 인간에게 노출된 적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도시로 침투하는 것이다.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길러진 가축들은 중간 숙주 역할을 하기에 알맞다.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의 약 70%는 야생동물로부터 왔다.


환경단체들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 분야 이상으로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정치권에 기후위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정치권에 기후위기 관련 정책질의를 하고 답을 받았는데 양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의 답변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감염병은 기후위기와 무관한 재난이 아니다”라며 “환경과 재난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 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져 문을 닫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 수산시장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져 문을 닫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 수산

시장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동물과 사람,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유[과학을읽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는 박쥐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쥐는 최근 유행했던 대형 감염병의 숙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2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는 박쥐와 접촉한 사향고양이나 닭을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옮겨

졌고, 2012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박쥐가 낙타에게 옮긴 바이러스를 인간이 낙타를 타면서 감염병을 유행

시킨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는 돼지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감염병들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옮겨졌다.


이처럼 동물에게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감염되는 질병을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완전한 생물이 아닌,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의 존재다.

그래서 증식을 위해서는 숙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하는 것이다.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재채기를 통해 체액과 접촉하거나 애완동물, 식물, 음식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그러나 동물과 인간의 경우는 유전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감염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쉽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변이되더라도 병원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변이가 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경이 변화하면서 병원성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변이해 심각해진 것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주로 새로운 숙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적응을 위해 변이를 일으키는데, 변이된 유전물질은 새로운 세포막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숙주에 감염성을 가지게 되는데, 감염된 숙주의 환경에 따라 새롭고 강력한 병원체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물에서 시작된 인수 공통 감염병은 동물에서 인체로 계속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남는 데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아 박멸이 어렵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동물에서 인체로 옮겨오면서 더 강력한 병원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사스는 발병 18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똑 부러지는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메르스와 모기로 인한 지카 바이러스도 여전히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이렇게 인수 공통 감염병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고온다습한 환경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다수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모기나 박쥐의 서식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풀어놓고 운영하는 체험형 카페의 증가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감염병 증가를 막지 못하는 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야생동물 체험형 카페 등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에 밀접한 접촉을 허용하는 위험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설에서는 야생동물의 분변이 굴러다니는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차와 간식을 먹거나, 라쿤 같은 야생동물의 신체를 접촉하며 쓰다듬는 행위 등이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동물들이 검역을 거쳐 정상적으로 반입된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야생동물의 식용화는 역사적·문화적으로 이어져 온 식습관과 연관이 있다.

중국 사람들이 박쥐를 먹기 시작한 것은, 다시 말해 야생동물을 먹기 시작한 것은 대기근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먹을 것이 없어 야생동물이라도 잡아 먹어야 생존이 가능했기에 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식습관인 셈이다.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퍼 나르는 수단은 항공기입니다. 항공물류의 발달은 감염병을 더욱 빠르게 확산 시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퍼 나르는 수단은 항공기입니다. 항공물류의 발달은

 감염병을 더욱 빠르게 확산 시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문제는 관리다.

런 야생동물의 식용 유통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을 중국 정부가 알고 있었다면,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미 식용으로 사용 중인 다른 가축들처럼 철저한 위생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인수 공통 감염병을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전파시키는 매개체는 바로 항공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가능하게 한 선두주자다.

 전 세계를 오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의 이동시간이 아주 짧아졌다.


통상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 정도인데 2~3일 이면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게 되면서 감염병은 순식간에

 퍼지는 것이다.


요즘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많다.

 반려동물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질병도 적지 않는다.

반려동물도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손씻기의 생활화, 반려동물 정기 예방접종은 꼭 지켜나가야 할 생활방식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야생동물 식습관만 탓할 일 아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심각한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인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천행 여객기의 승무원이 한국인에게 ‘잠재적 균자’라는 이유로 기내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어떤 면에선 우리도 떳떳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차별도 만만치 않다.

 드러내놓고 중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식당과 상점도 있다.

 중국에서는 우한 사람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야생동물 식용 전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만적이고 비위생적인 음식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는 박쥐‧천산갑(개미핥기)과 밍크에서 전파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 염기서열이 박쥐와 79.5% 닮았고, 천산갑과 99%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2003년의 사스(SARS)도 광둥성의 박쥐와 사향고양이를 거쳐서 전파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야생과의 단절은 불가능한 꿈

 

중국에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먹는 ‘예웨이’(野味) 전통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쥐만 먹는 것이 아니다.

 뱀·도마뱀·오소리·고슴도치·밍크·사향고양이·쥐·여우·악어도 먹는다.

심지어 코브라와 같은 맹독성의 독사를 말린 백화사를 약재로 쓰기도 한다.

 오죽하면 중국에서는 ‘발과 날개가 달린 것은 책상과 비행기 빼고 모두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의 식용 야생동물 시장 규모가 1조 7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러 그런 먹거리를 찾아가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야생동물의 식용 전통이 중국‧동남아시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야생짐승을 잡아먹는 사냥은 인간에게 가장중요한 생존수단이었다.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농경목축 기술 덕분에 사정이 달라졌다.

 그러나 사냥은 봉건시대 귀족들의 중요한 여가활용 수단이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귀족들은 거대한 저택의 동물원에서 사육한 이국적 동물을 식용으로 썼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발견된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4만 39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작고 사나운 물소(오른쪽)와, 이를 사냥하는 6명의 작은 사람들(왼쪽 작은 그림들)을 묘사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발견된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4만 39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작고 사나운 물소(오른쪽)와, 이를 사냥하는 6명의 작은 사람들(왼쪽 작은 그림들)을
묘사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지금도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 사냥의 전통이 남아있다.

유럽의 귀족들은 여우·메추리 사냥을 즐긴다. 영어에서야생동물의 사냥이나 사냥 고기를 ‘놀이’를 뜻하는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전통 때문이다. 

 

우리도 야생동물과 자연산을 중국인 못지않게 좋아한다. 뱀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개구리 알도 수난을 겪고 있다.

전국의 야산이 불법으로 설치해놓은 ‘덫’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를 떠나 깊은 산 속에서 고립 생활을 즐기는 ‘자연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오늘날 중국인이 즐기는 예웨이도 청나라의 전통이었다.

중국에서 식용으로 쓰는 야생동물의 도축이 선진국의 위생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의 경제가 나아지면 위생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야생물물의 식용이 바이러스의 중요한 전파경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음식 자체보다 도축과 조리과정에서의

감염 위험이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러나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호흡‧침‧배설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전파된다.

심지어 단순접촉만으로 전파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축과 애완동물을 기르고, 철새 관찰을 즐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야생(野生)으로부터의 바이러스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환경 파괴 때문에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야생동물과의 거리는 오히려 훨씬 더 멀어지고 있다.

인간 때문에 서식처를 잃어버린야생동물이 모두 멧돼지‧너구리처럼 도심에 출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맹목적인 환경·생태주의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야생동물이 뛰노는 자연을 노래하면서,돌아서서는 야생동물과의 잦은 접촉을 탓하는 자세는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의료진이 음압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의료진이 음압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바이러스와의 숙명적인 공생



인간의 과욕 때문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출현이 부쩍 잦아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멸망할 것이라고 우기는 인공지능(AI)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던 감염성 질병(전염병)은 대부분 자연 생태계의 당당한 구성원인 바이러스·박테리아·진균·기생충 때문에 발생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역병(疫病)은 인류가 극복해야 했던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의 세포 속에 기생한다.

우리 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모든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러스도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나 천산갑과는 평화롭게 공생한다.


바이러스는 생물종 사이의 장벽을 비교적 쉽게 넘나들면서 서식처를 확장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아무 생물에나

기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숙주의 면역체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절제된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숙주의 세포로 이사할 때마다 유전적 ‘변종’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유전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바이러스는 언제나 폭넓은 유전적 변신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에게 유전적 변신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바이러스가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대시켜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면역체계가 새로운 서식처를 찾으려는 바이러스의 소박한 요구를 용납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

 사람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너무 겁을 먹어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더 독해진 것이 아니다.


 강한 독성은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생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이동이 잦아지면서 바이러스의염 기회가 늘어난 것이 진짜 문제다.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언제나 패배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면역체계만으로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공격적인 변종 바이러스는 인간의 집단지성과 과학기술에 의해 영원히 퇴출되기도 한다.


대항해 시대에 신대륙을 초토화시켰던 천연두는 18세기 에드워드 제너가 발명한 백신 덕분에 1980년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2002년 중국의 광둥(廣東)에서 처음 출현한 사스 바이러스도 9개월 만에 퇴출됐다.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지나치게 잦은 변신이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감염경로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한

 진단 기술도 있다. 


감염자를 괴롭히는 증상을 관리하는 대증요법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음압(陰壓)병실도 있고, 효율적인 방호복과 소독제도 있다. 지역감염이 심각한 지역의 국민을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는 경제력과 국력도 갖췄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슈퍼박테리아를 탄생시킨 항생제의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는 없어졌다.

 

바이러스 감염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명적인 과제다.

외부에 노출된 바이러스는 소독제로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의 세포 속에 있는 바이러스에게는 아무리 효과적인 소독제도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지나치게 청결한 위생 환경이 오히려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위생가설’도 있다.


홍콩‧싱가포르‧태국에 이어 일본도 지역사회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확진자가 등장했다.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장밋빛 전망은 함부로 믿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철저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유학생들의 대거 입국도 걱정해야 하고,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 요구에 대한 인도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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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된 우한 수산시장에선 박쥐와 뱀을 식용으로 팔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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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펑황망 캡처]


[사진 펑황망 캡처]



[출처: 중앙일보]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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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달린 것 중에는 비행기, 네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 빼곤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