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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라파엘시 한 양판점의 화장지 진열대에서
화장지가 모두 사라졌다.
© AFP=뉴스1
세계에서 '사재기' 없는 유일한 나라 한국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대유행)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각국에서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다.
영국의 BBC는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음에도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 등 국민들이 의연한 자세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같은 동양권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언론은 한국이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간 남북 분단 상황에 노출돼 있어 위기가 생활화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 위기에도 이처럼 '담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과 달리 전세계는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주말인 14~15일 미국인들은 대거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양판점의 식료품 칸이 텅텅
비어있다.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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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노바타시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미국인들
© AFP=뉴스1
14일 새벽부터 수많은 쇼핑객들이 대형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오전 8시 문을 연 뉴저지주의 한 타깃 매장에선 5분 만에 우유와 생수 등 생필품이 동났다.
호주에서는 사재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 4일 오후 1시30분쯤 웨스트필드 파라마타에 있는 ‘울워스’ 매장에서 소동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A씨와 B씨가 화장지를 두고 언쟁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향해 흉기를 꺼내들자 난투극이 벌어졌다.
난투극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종료됐다.
앞서 홍콩에서는 화장지를 훔치는 무장 강도가 출현했다.
지난달 17일 홍콩에서 복면을 쓴 3명의 무장 강도가 몽콕 지역의 한 슈퍼마켓에 침입해 1000홍콩달러(15만원)어치
화장지를 훔쳐 달아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5일 홍콩 한 슈퍼마켓의 종이타월 선반이 텅 비었다.
© AFP=뉴스1 © News1
네덜란드 한 슈퍼마켓의 야채 코너가 비어 있다.
© 뉴스1
전세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등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일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지만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인
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극찬했다. 미국의 ABC방송도 지난 16일 '한국은 국민이 위대한 나라'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외신들은 한국의 빠르고 광범위한 진단기술에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극찬을 보냈었다.
그런 칭찬릴레이가 이제는 사재기 없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한국인은 칭찬에는 조금 인색한 것 같다.
대구·경북 때문에 코로나 청정국에서 오염국이 됐다는 비난과 저주 대신 대구·경북 시민들이 자가 격리를 잘 지켜 준
덕분에 코로나19를 잡아가고 있다는 칭찬과 격려가 요긴한 시점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칭찬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믿는 한 한국인의 소박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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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대형쇼핑몰 화장지 매대가 사재기로 텅 비어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자료사진)
한국에선 왜 코로나 '사재기'가 발을 못 붙였나
코로나19 여파 사재기 현상 지구촌 시름…한국은 예외
공동체 시민의식·정부 민주적 대응이 낳은 신뢰에 주목
"근현대사 1백년 불굴의 저항…이번에도 '함께 이겨내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면서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유럽 등지에서조차 극심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예외다.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공동체적 시민의식과 정부의 민주적인 대응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간 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먹거리 등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두는 사재기는 해당 물건이 시중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커다란 불안감에 기인한다. 현대인은 국가 단위 공동체 안에서 경제활동을 벌이는 만큼, 그 시스템을 향한 사회적·개별적 불신이
결국 사재기와 같은 현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사회학자인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생존이 달린 문제와 맞닥뜨린 개인은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과 정부 홍보·언론 보도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길 때 시스템을 불신하게 된다"며 "특히나 감염병 사태처럼 모두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야만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사회는 현재 객관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과하다 싶을 만큼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주관적인 차원에서 이를 올바른 정보라고 판단한 국민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재기 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서 사재기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언론 등을 통해 남북 관계가 얼어붙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라면 등 생필품 사재기 뉴스가 메인을 장식했다.
심리학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우리는 '곧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위기에 시달려 온 측면이
있다. 나라가 곧 망하기라도 할 듯이 위기를 조장하면서 권력을 쌓고 유지해 온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오랜
세월속에 이러한 흐름 안에 있다보니 허탈함과 더불어 기득권층을 향한 의심이 커진 것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
하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과 더불어 촛불혁명처럼 국민들이 연대와 단합을 통해 시련을 이겨낸 긍정적인 경험이 합쳐지면서 문제가 생기면 개인보다는 공동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리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 때문에 사재기를 안 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현대 한국 사회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개인주의화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를 보면 연대하고 단합해 승리해 온 경험이 많다.
이것은 공동체 의식을 해체되지 않도록 만드는 최후의 보루"라며 "국가에 해결책을 요구하고, 그것마저 안 되면 직접 들고 일어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면의 자신감이 특히 촛불 이후 팽배하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홍 교수 역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50~100년을 봐야 하는데, 우리네 고난의 근현대사가 불굴의 근현대사였다는 데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며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최악의 억압과 독재, 매국이
있었지만 그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를 이뤄 온 흐름이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개혁 속도 붙는다"
"우경화 탓에 공동체 내부 분열과 불안, 불신에 시름하는 미국·일본 사회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있어서 한국이 앞서가는 현상은 100년에 걸친 민주화 역사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지론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능케 한 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다. 홍 교수가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정보 사회로 성장한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기 때문에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통찰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 삶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지난 10여 년 동안 아주 잘 벼려 왔다고 본다."
그는 "그렇게 깨어 있는 시민들이 조직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이 그 조직화를 실현
하고 있다"며 "여론을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실을 확인하고 공유함으로써 그 조작의 실체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그 단적인 예"라고 전했다.
한국 사회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면 사회 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데 두 학자는 한목소리를 냈다.
김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자도생을 강요받아
온 사고 방식이 보다 공동체 지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소위 선진국에 대한 환상 역시 깨지면서 한국 사회는 지금 '공익을 우선시하는 사회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공동체 구성원들을 파편화시키는 신자유주의·시장주의가 지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공동체와 연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며 "그간 뜬구름 잡기 식으로 여겨져 온 기본소득의 경우도 '국가가 마음 먹고 사회가 합의하면 가능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전반적인 사회 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 교수도 "현대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대중 사회다.
여기서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야 하는 정치와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에서 결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낡은 언론들의 수구성과 퇴행성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제도적 개혁이 철저하게 추구될 것이다. 또한 핵심 과제로 꼽히는 검찰·사법 개혁이 이뤄지려면 21세기에 맞지 않는, 보수·진보라는 낡은 틀을 깨는
정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엉터리 보수뿐 아니라 엉터리 진보 문제도 적나라하게 목격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정상정치'와 '비리정치'로 정치 틀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치의 정상화, 정상정치의 새로운 구조화가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다."

▲ 지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미국인이 코스트코에서 산 대형
두루마리 휴지와 물 등을 자신의 차로 옮겨 실고 있다.
서울신문 DB
코로나 확산에 사재기 열풍 왜?… 심리적 불안 탓!
·日·유럽·호주 등서 확진·사망자 급증
위기 느끼며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지만
위험에 뭔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두루마리 화장지는 어디서든 품절 1호
사재기로 질병 대처 자기 만족감 부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1만명을 넘었고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특히 각국 정부가 ‘자택 강제 격리’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의 사재기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두루마리 화장지’다.
28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코스트코가 문을 열기는 기다렸던 수십명의 사람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은 ‘두루마리 휴지’의 매대였다. 이들의 쇼핑 카트에는 30개들이 큼지막한 대형 휴지가 하나씩 실렸다.
그렇게 영업시작 30분 만에 코스트코의 휴지는 동났다.
또 얼마 전 미주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휴지를 사러 간 만삭의 임신부가 화장지 코너에서 출산하는 일도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몇 개 남지 않은 화장지를 사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진통을 느꼈고, 주변에 있던 간호사 등의 도움으로 매장에서
건강하게 출산했다. 사재기 광풍이 분지가 한 달여가 됐지만, 미국인의 휴지 사재기는 여전하다.
‘휴지 사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호주 멜버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두 여성이 마지막 남은 휴지를 사기 위해서 다투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미 다섯 묶음을 쇼핑카트에 담은 여성이 남은 하나마저 사가려고 하자 다른 여성과 싸움이 붙은 것이다. 또 홍콩에서는 휴지 때문에 슈퍼마켓이 털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를 낮은 비데 보급률과 소비문화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위기감을 느끼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브라이언 쿡은 “휴지 사재기는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행동”이라면서 “사람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게 휴지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서양인은 휴지 없이 청소하는 것을 ‘역겹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장벽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제심리학자 안야 아흐트지거는 “사람들은 휴지 사재기 등을 언론이나 직장 동료 등에게 접한다”면서 “이런 사재기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해져 사재기에 동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휴지를 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물티슈나 종이 타월이 있긴 하지만 그 용도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휴지 사재기현상은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유행병에 직면했을 때와 같은
불안한 상황과 특히 관련이 있다”면서 “통제할 수 없는 유행병과 달리 화장지를 충분히 비축해 두는 행동은 스스로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산 휴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가짜 뉴스, 장시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 등 다양한 심리적 원인 가능성도 제기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출처: 서울신문
호주 대형마트 콜스에서 화장지 코너가 텅텅 빈 모습
(사진=독자 제공)
왜 화장지부터 동날까?... '팬데믹'과 '사재기' 심리학
코로나19 상황을 비롯해 사회불안이 발생할 때 마다 세계 각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화장지
사재기에 집착하는 소비심리를 보인다.
수 만 가지의 생필품 가운데 왜 하필 화장지가 최우선 사재기 타겟이 될까.
여러 측면에서 살펴봐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비상 물품으로서는 화장지 보다도 건강과 생존에 보다 직결되고, 부피가 적어 보관도 용이한 캔과 냉동 식품, 그리고
비타민, 비상의약품 등 부지기 수로 많은 것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장지 사재기 행위의 저변 심리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도 다양하다.
심리학자 Steven Taylor 교수는 그의 저서 '전염병 심리(The Psychology of Pandemics)'에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화장지를 유독 우선 구매하려는 심리’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인간들은 혐오하는 전염병을 화장지에 싸서 자신으로 부터 떼어 던져 버리고 싶은 심리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제한된 예산으로 다양한 비상 물품을 구입해야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화장지나 라면 등 저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물품을 구입하면 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혹자는 오랫동안 보관해도 부패하지 않는 화장지의 장점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필자도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게 되었다. 화장지 포장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대형이기 때문에 매장 진열대에 스톡(Stock)을 할 수 있는 수량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소수의 소비자가 구매에 참여해도 화장지 진열대는 순식간에 텅비게 되는
광경이 연출되다 보니, 소비자들의 눈에는 가장 소진이 잘 되는 상품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광경은 소비자들 간 경쟁 구매 심리를 부추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본다.
객관적 필요성이나 중요성이 크고 적음을 떠나, 충동 구매, 혹은 경쟁 구매를 유발시킬 수 있는 비주얼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가격이 저렴하여 구매 시 비용 대비 포만감이 큰 점도 또 다른 동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성과 현상들, 특히 순식 간에 매진되어 진열대가 비게 되는 시각적 착시현상이나, 높은 구매 만족도로 인해
텅빈 화장지 진열대는 미디어들이 비상상황을 효과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자 할 때, 가장 즐겨 활용하는 비주얼 자료가 된 것 같다.
집에서 TV를 통해 이 광경을 시청하던 소비자들까지 덩달아 충동을 받아 화장지 구매에 나서게 만듦으로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더욱 추동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비이성적 충동구매, 혹은 패닉구매 행위를 게임이론(Game Theory)으로 재미나게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소비자들은 공급이 제한된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 남이 한 개를 구입하면, 자신도 최소 한 개 이상을 구입하는 것을
현명한 구매 행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화장지와 가장 유사한 심리적 배경으로 사재기가 발생하는 상품을 꼽는다면, 라면이 아닐까 싶다.
라면이 비상식품으로 간편한 조리법, 긴 보관기간 등 뛰어난 점도 많지만, 화장지 처럼 상대적으로 큰 포장 부피와 고가인 냉동식품, 캔식품, 비타민 등에 비해 구매 후 심리적 만족감이 큰 특징이 유사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보면, 오늘날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화와 4차산업혁명의 영향 탓에 화장지를 포함하여 대부분 상품의 사재기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눈부신 정보통신운송 기술의 발전, 글로벌 공급체인망, 시민의식의 향상에 기인한다.
식품, 의약품 등 비상 상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단숨에 전 세계적으로 아웃소싱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자택에서 글로벌 직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글로벌 구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운송 등에서 셧 다운이 발생해선 안될 것이다.
그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서나 미래의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2급 비
상물자에 불과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물론, 1급 비상물자의 사재기 필요성은 더 크게 감소할 것이다.
김수일(前 동티모르 대사/TPO사무총장)
저작권자 © 시장경제신문
우려되는 세계 식량 대란... 한국도 미리 대비해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세상이 난리통이다.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5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3일 기준으로 감염자가 1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75명에 달한다.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그고, 도시를 폐쇄했다.
그 결과 산업 시설은 멈춰 섰고, 실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막대한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발견되지 않아 언제쯤 진정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한국은 예외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한 세계 각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손세정제 등 보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물건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휴지까지도 동이 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식량 사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망 붕괴 등으로 이 달이나 다음 달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쓴 메뚜기 떼 습격도 글로벌 식량 시장에 대한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우려대로 이미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도 나왔다. 연간 50만 톤(t)의 쌀을 수출해 온 캄보디아는 5일부터 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연간 650만톤을 수출하는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전 세계 쌀 공급량이 10% 이상 줄게 된다. 태국도 4월 30일까지 계란 수출을 금지했다.
우려가 커지자 쌀 수입이 많은 필리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앞다퉈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쌀 등 식량 가격 인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쌀과 기름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미국에서도 신선식품 대신 파스타면·쌀·고기통조림·귀리우유·콩 등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농식품 수요가 급증했다.
문제는 식량 사재기와 수출금지가 향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 농업분야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물류 상황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농업생산이 감소하고 공급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황에 가까운 사재기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 해체 작업을 주로 담당하던 멕시코 등 중남미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공장 출근을 회피하면서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농업 노동력이 고령화한 한국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이 68세일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부족한 농촌 노동력을 기계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했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아 농촌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농식품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이 없기 때문에 농식품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음식을 구하지 못해 사라진 국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농업이 ‘만년 산업’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되는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마스크는 부족하지만 다행히 아직 농식품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비축된 식량도 부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난이 닥칠 때마다 똘똘 뭉쳐 이겨내는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까지 더해진 덕이다.
이번 코로나19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불안 심리는 사재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사재기가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농식품 생산과 유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생존과 직결되는 농식품 생산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이 그동안 이룩해 놓은 눈부신 발전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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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재기에 마트 물건 동나자 화풀이 속출…결국 눈물 터진 직원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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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화장지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