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COVID-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공포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속출로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독감백신 사망+코로나 확산'의 트윈공포가 커지는 상황이다.
2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전시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구토증세를 보인 70대 여성이 이날 오전 숨진데 이어 경남 창원·통원, 경북 성주, 전남 순천, 전북 임실, 강원 춘천,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면서 접종 후 사망사례는 20명을 넘어섰다.
독감백신 접종후 사망 두자릿수...불안감 고조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이미 백신 접종을 끝낸 접종자는 혹여나 이상반응이 있을까 노심초사다. 접종 계획이 있는 경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맘카페에선 백신 접종을 앞두고 연이어 사망사례가 발생하자 백신접종 예약을 취소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아직까지 독감 백신에 의한 사망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방접종으로 독감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백신 포비아'로 인한 접종 거부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은 상당히 낮다"며 "예방접종을 중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질병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접종 후 사망자가 두자릿수에 이르자 이 같은 질병청과 전문가의 충고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온라인 뉴스 댓글창에는 "이젠 코로나19보다 독감백신이 더 무섭다"는 글부터 "사망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예방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글 등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군포=뉴스1) 조태형 기자 = 22일 경기 군포시 소재 남천병원에서 이틀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 8명이 추가 발생해 관련 확진자가 총 12명으로 늘었다. 사진은 경기도 군포시 남천병원의 모습.
2020.10.22/뉴스1
1주만에 세자릿수 환자...커지는 트윈공포
여기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1주일만에 다시 세자릿수로 늘어나 재유행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는 121명을 기록해 지난 15일 110명을 기록한 이후 7일만에 다시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에서 62명의 환자가 발생해 광복절 이후 급격하게 환자가 늘어난 수도권 유행 이후 가장 많은 환자를 기록했다. 경기도에서 급격하게 환자가 늘어난 것은 병원과 노인시설의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경기 군포 남천병원에서 2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광주 SRC재활병원에서 20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견됐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코로나19 확진자도 늘어나면서 방역당국의 감염병 대응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독감 백신 접종 비율이 낮아지면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지만 독감 백신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접종사업에 신뢰도가 매우 낮아진 상태다. 앞서 독감백신은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문제로 107만도즈 분량을 회수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독감 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유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20.10.22. chocrystal@newsis.com
의협 "자체 접종중단 권고", 野 "사업 중단해야"
상황이 이렇자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29일까지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유보해 줄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가 접종사업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도 일제히 독감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에게 이상없다고 한들 백신을 맞겠느냐"고 했고, 같은 당 서정숙 의원도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관리청은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따져보겠다면서도 일부 환자의 경우 유가족이 원치 않고 있어 부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검에 응한 경우도 2주의 시간이 소요돼 인과관계가 드러나기까지 당분간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관련해 불미스런 일들이 있어서 죄송스럽다"며 "생산 과정부터 유통, 분배, 접종까지 전과정을 다시한번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일 제조번호’ 사망자 나왔는데…독감백신, 맞아야 할까?
왜 사망신고 사례 늘었나 어르신 19∼21일 330만명 몰려 날씨 쌀쌀, 뇌졸중 등 빈도 높아 동일 제조번호 백신 56만명 맞아 ‘스카이셀플루’각각 2명씩 4명 숨져
백신에 문제는 없나 상온 노출·백색 입자와 무관 배양 방식 등 원인 가능성 낮아 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는 아냐”
그래도 백신 접종해야 하나 고령층·기저질환자 접종 필수지만 쌀쌀한 날씨 장시간 대기 피해야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에는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까지 나왔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사망 의심사례마다 백신 제조사, 제조번호, 접종 의료기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해왔다. 제조번호는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된 백신 제품에 붙는 고유번호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질문과 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 독감 예방접종, 중단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해당 제조번호는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증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의 제조번호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사망자 25명 가운데,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나왔다.
질병청이 부여한 번호로 11번째와 22번째 사망자는 ‘스카이셀플루4가’ 제조번호 Q022048을, 13번째와 15번째 사망자는 제조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Q022048 백신 접종자는 7만4천여명에 이른다.접종 지속 여부는 해당 백신의 안전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 12건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5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상반응을 신고한 접종자는 20명 이하이고, 이상반응도 모두 경증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해당 백신의 제조사도 5곳으로 다르다. 22일에는 수입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도 나왔다. 모든 백신 제품에서 사망 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질병청은 보고 있다. “예방접종엔 적정한 시기가 있어서 일정 기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올해 백신이 문제다?
앞서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백신 등 106만도스를 회수·수거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사망 의심사례 12건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12건 중 3건은 국가예방접종 물량 조달을 맡았던 신성약품이 1차로 유통했던 물량이지만, 상온 노출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2차 배송 또는 유료접종 물량이라고 한다.이날 국감에서는 ‘무균 상태인 달걀이 문제 아니었냐’는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독감 백신은 대부분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을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데 사망자는 두 종류의 백신 접종자에게서 모두 나왔다. 배양 방식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 사망 신고 사례는 왜 늘어나나?
독감 백신에 문제가 없다면 사망 의심사례는 왜 예년보다 많이 신고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너무 단기간에 접종 인원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문제가 고령층 건강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만 62살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았다.
무료접종 첫날인 19일에만 180만명이 접종했다. 무료접종이 298만6천여명, 유료접종이 30만9천여명이다. 백신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인원이 몰린 셈이다. 날씨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데다가,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건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신고된 사망 사례 대다수가 만 65살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감에서 “지난해 70살 이상 노인이 20만5천명 숨졌는데, 하루로 나눠보면 560명”이라며 “과거에 (사망 원인이) 질환으로 분류될 분들이 상당수 백신과 관련 있는 것처럼 발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작용? 예방접종 해야 하나?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백신의 독성물질 때문인가, 둘째,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됐는지 여부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이후에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 보통 증상이 30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 뒤 15~30분가량 의료기관에서 대기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100만명당 0.7명꼴로 일어날 정도로 흔하지는 않다.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뒤 2~3주가 지나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독감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피해 보상을 받은 1건(2009년 접종)의 사망 사례는 길랭-바레 증후군의 변형인 밀러 피셔 증후군이 나타난 경우였다.
2004~2016년 사이에 예방접종 때문에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겼다며 피해 보상 심의를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독감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려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숨지는 사람이 1년에 3천명이 넘는다.
의사협회 "독감 예방접종 일주일 정도 미뤄야…'잠정' 연기" 백신학회 "인과관계 확인 안 돼…독감 예방접종 지속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당장' 예방접종을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지금 접종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독감 백신은 접종 후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은 적기를 놓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지므로 제 시기에 맞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국내에서 연간 3천여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폐렴 등으로 사망하는 만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맞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라고 권고했지만 대한백신학회는 아직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신학회는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역시 독감 백신 접종을 아예 중단하라는 건 아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중단이 아니라 일주일간 잠정 유보해 원인을 규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사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가 고령자라면 백신을 맞겠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도 적지 않으므로 우선 접종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맞지만 짧은 기간에 (사망이) 많이 보고되는 만큼 며칠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단순한 이분법적 접근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중단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이라며 "고령자의 경우 백신 접종하지 않을 경우 독감으로 인한 폐렴,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은 중증으로 악화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으므로 맞긴 맞아야 한다"며 "대신 고령자 등이 편안한 상태에서 접종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독감백신, 지금 맞아도 괜찮을까…전문가 의견 상반돼
의협 “의학적 근거 확인될 때 까지 보류” 백신학회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아 지속”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예방접종을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시기의 논쟁이 있을 뿐 독감 유행 시기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독감 항체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데 2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 연간 3000여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폐렴 등으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당장’ 맞아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보건당국에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의학적 원인 규명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한백신학회는 아직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가 고령자라면 백신을 맞겠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도 적지 않으므로 우선 접종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맞지만 짧은 기간에 (사망이) 많이 보고되는 만큼 며칠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을 맞고 안 맞고의 문제인 단순 이분법적 접근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중단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이라며 “고령자의 경우 백신 접종하지 않을 경우 독감으로 인한 폐렴,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주일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무료접종한 뒤 사망하는 다수 사례가 보고되면서 보건당국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박종민기자
잇단 독감백신 사망에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유행 전에는 접종해야"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당장' 예방접종을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지금 접종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오늘(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독감 백신은 접종 후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은 적기를 놓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지므로 제 시기에 맞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국내에서 연간 3천여 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폐렴 등으로 사망하는 만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맞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라고 권고했지만 대한백신학회는 아직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신학회는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역시 독감 백신 접종을 아예 중단하라는 건 아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중단이 아니라 일주일간 잠정 유보해 원인을 규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사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가 고령자라면 백신을 맞겠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도 적지 않으므로 우선 접종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맞지만 짧은 기간에 (사망이) 많이 보고되는 만큼 며칠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단순한 이분법적 접근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중단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이라며 "고령자의 경우 백신 접종하지 않을 경우 독감으로 인한 폐렴,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은 중증으로 악화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으므로 맞긴 맞아야 한다"며 "대신 고령자 등이 편안한 상태에서 접종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N 온라인뉴스팀]
Copyright ⓒ MBN(매일방송)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감 백신 사망보고 심상치 않다 ‘접종 중단’ 갑론을박
국감 마지막 날 野 “당장 중단” 與 ‘백신 포비아 경계’ 질병관리청 “접종 중단, 지금은 고려치 않아”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22일)은 ‘예방접종 중단’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을 관할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감사 도중 2번이나 자리를 옮긴 것만 봐도, 이날 국감에서 독감 백신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다.
▲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청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원활한 아이 콘택트를 원하는 감사위원의 요청으로 보건복지부 강도태 2차관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 나중에는 국감이 한창일 때 다른 기관장을 뒤로하고 질병관리청으로 복귀하기 위해 한 번 더 이석(離席)했다. 감사를 받는 것보다 대책마련이 더 중요하다며 보건복지위원들이 권유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이례적이다.
22일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야당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은 ‘백신 포비아(phobia, 공포증)’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백신 상온노출 사고를 일으킨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전량을 전수조사한 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 이후에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민 혼란을 염두에 둔 듯 독감 백신 또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감사위원들에게 요청했다. 이 말은 독감 백신 관련한 이날의 여당위원들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여야 구분 없이 쏟아져 나온 질문에 질병관리청은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순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은경 청장은 사망자들에게 투여된 백신의 종류가 모두 다르고, 접종이 같은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것도 아니라면서, 예방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이 낮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인 만큼 접종을 중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청장은 사망보고와 관련된 백신은 총 5개 회사에서 각각 제조한 백신으로, 제품당 5~8만명이 접중을 받았는데, 모든 제품에서 대부분 경증 이상사례만 신고됐다며,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의 독성 문제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충설명 했다.
특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3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시기가 중요하다”면서 “반드시 (적기에) 접종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독감 유행 시기와 예방접종 후 방어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하면 접종을 더 미루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백신접종을 할 때는 좀 더 안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고령일 경우 건강상태가 좋으실 때나, 접종을 위해 장시간 대기를 하지 않도록 날짜를 분산하고, 접종 이후에는 이상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알렸다 덧붙여 “(여건이 허락한다면) 하루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하루사이에 사망자가 많이 늘고 있는데,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기 전까지는 접종을 계속하겠다는 (방역당국의) 입장은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계속 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반대로 (원인을 모르겠으니) 중단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다수가 사망하고 있는데, 당장 우리가 모를 뿐이라고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의무기록조사와 부검 등을 통해 사망원인을 찾고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 부검까지는 2주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종합감사가 이뤄진 22일에 하루 동안에도 독감 백신과 관련한 사망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질병관리청은 22일 0시 기준으로 인플루엔자 접종 후 사망 사례가 12건이라고 발표했는데, 몇 시간 뒤인 저녁 7시 기준으로는 이보다 16명 많은 28명의 사례가 접수됐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인천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다가오는 겨울철 독감의 동시 유행을 대비해 노숙인과 자활쉼터 이용자 등 취약계층에게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가운데 28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아이들이 지나가며 독감접종 의료진을 향햬 손을 흔들고 있다.
2020.09.28. jc4321@newsis.com
이 와중에 "어린이 독감백신은 없어요", 어떻게 이런일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뒤 숨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해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어린이들의 경우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예방접종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해 이달 21일까지 대상자 478만명 중 328만명(68.6%)이 접종을 완료했다. 아직 150만명의 어린이는 백신을 맞지 못한 상태다.
방역당국이 긴급물량 34만 도즈(1회 접종분)를 투입하고 만 13~18세 청소년용 백신 15%(약 35만명 분량)를 어린이용으로 활용키로 했지만, 예방접종을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어린이용 백신 품귀’ 사태가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예방접종 사업 시작 전인 지난달 17일 “백신회사가 만족하지 못하는 낮은 가격으로 올해 독감 백신 생산량의 대부분 물량을 정부가 가져갔고 이로 인해 고위험군인 어린이 백신의 공급 부족 현상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백신회사들은 이익이 적은 어린이 백신 보다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일반인용 백신을 집중 공급했다. 그 결과 일선 병의원에서 고위험군인 만 6개월~12세 아이들의 독감 백신 자체를 공급받고 있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에게 접종하는 백신은 정부가 민간업체와 조달계약을 맺고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때문에 수요 예측이 용이하다. 반면 12세 이하 물량은 각 의료기관이 업체로부터 개별적으로 구매해 접종한 뒤 정부로부터 정산 받는 형태라 수요-공급 예측이 어렵다.
방역당국은 어린이용 백신의 품귀 현상에 대해 ‘의료기관별·지역별 편차’라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낮아 독감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하는 우선접종 대상인데 당국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소아과 개원의는 “정부가 현장 상황을 너무 모른다.
정부가 지원한 물량은 몇 십 도즈를 두어 번 나눠 준 것이 전부”라며 “청소년 물량 15%가 전부 투입돼도 어린이용 백신은 여전히 부족하다. 생산량 자체가 적어 추가 입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내년부터는 어린이용 백신도 일괄구매 후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질병청은 “백신 공급방식에 대해 조달청 등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의료계와 협의해 총액계약 방식의 필요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시 돌아보는 스페인독감, 역사는 정말 되풀이될까 최악의 독감, 20세기 최악의 팬데믹, 흑사병과 함께 인류 역사 최악의 전염병.
'스페인 독감' 혹은 '1918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조선에서는 '무오년 독감'으로 불렸던 인플루엔자A바이러스(H1N1)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아래 1918년 인플루엔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상황에서 종종 언급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무시무시한 이름만큼 남긴 기록도 대단하다.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918년 초에 첫 대유행을 일으킨 이후 1920년 봄 4차 파도까지 이어진 이 팬데믹은 당시 세계 인구 18억~19억 명 중 27퍼센트 정도인 5억 명을 감염시키고, 대략 5000만 명의 사망자(1억명까지도 추산함)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2019년 말에 등장해 2020년 팬데믹으로 번져가고 지금은 2차 파도로 다시 커지고 있는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10월 18일 기준 112만 명인 것을 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1914~1918년 4년 이상 지속되었던 제1차 세계대전의 공식 병사 사망자 수가 약 900만으로, 일반인 사망자는 1300만으로 집계 되는데, 그의 수배에 달하는 숫자가 독감으로 죽어갔던 것이다.
독감 사망자수가 정확하지 않고 범위가 넓게 추산되는 것은 당시 세계 대전 중이던 곳에서는 독감으로 사망한 군인들의 숫자가 누락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 또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을 진단할 여력이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행정능력이 미비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합병증 등으로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다.
1차 땐 그냥 독감, 2차 땐 치명적 전염병
1918년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인후통, 두통, 열과 같은 전형적인 독감 증상이었다. 1918년 초 첫 유행 때만 하더라도 사망자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말 2차 파도가 시작될 즈음엔 증상이 세균성 페렴으로 이어지면서 환자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수시간~며칠 내 사망하는 등 한층 심각해졌다. 1918년과 1920년 사이 총 4번의 대유행 중에 2차 파도 때 최악의 사망자 수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통상 2세 이하의 영아들이나 65세 이상의 노인들과 같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들의 사망률이 높은 편인데, 1918년 인플루엔자는 20~30대 젊은이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무수한 젊은 장병들이 야전지에서 바이러스 전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웠던 터라, 세계대전은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의 요지였다. 대유행이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면서 젊은 층이 대거 사망하자 위기감도 커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평화조약을 맺으면서 서둘러 마무리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1차 유행과 2차 유행의 증상이 크게 달라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돌연변이 때문으로 해석한다. 1918년 말까지 계속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장병들이 세계 각국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면서 전파력이 커졌고, 그것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 중에 이 같은 증상을 초래하는 변이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독감'이 아니라 '미국 독감'?
이 인플루엔자가 어디에서 발생해 어떻게 퍼져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남아있는 관련 진료기록들과 바이러스의 계통 발생학적 분석 등을 종합해 보면, 미국에서 유래해 지역감염으로 번졌고, 미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미군들에 의해 유럽으로 퍼져간 것으로 보는 설명이 유력하다.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번졌다. 당시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던 다른 나라들은 적국에 내부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전시검열로 인플루엔자 유행을 숨긴 데 비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은 유행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의 인플루엔자 유행이 두드러지게 되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흔히 그렇게 불리지만, 사실은 '미국 독감'이었던 셈이다.
918년 12월. 1918년 인플루엔자(스페인 독감) 당시 미국 시애틀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
ⓒ 위키커먼스
1918년 인플루엔자가 몰고 온 사회적 영향도 컸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념이 도입되어 학교나 공연, 종교 모임, 대규모 모임 등을 금지시키고, 대중교통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시행령이 실시되었다.
마스크 쓰기도 장려되었는데, 당시 방역에 특별히 노력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과 일본과 같은 곳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진들은 지금도 남아있는 자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방역효과를 갖는가에 대한 논쟁은 당시에도 뜨거웠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방역에 적극 이용되고 있는, 대중시설 폐쇄와 대규모 모임 금지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수치로 계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200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918년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미국 여러 도시들의 방역 노력과 그 해의 초과사망률을 그 전해인 1917년의 초과사망률과 비교 분석한 결과, 샌프란시스코나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캔자스시티와 같이 특별히 방역 노력이 효과적이었던 곳에서는 전염률이 30~50퍼센트까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나온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발표자료로, 1911-1917년 평균 사망자수 대비, 1918년 인플루엔자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 사망자수의 나이대별 분포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20,30대 젊은층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 위키커먼스
흥미로운 것은, 1918년 인플루엔자 유행 때 여러 음모론이 함께 유행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에서 적국이던 독일을 겨냥해, 독일 잠수함들이 세계를 돌며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소문이 유행했고, 그 외에 독일이 제약사 '바이어'를 사주해 아스피린을 통해 팬데믹을 조종했다거나, 독가스로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등의 루머가 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5G 기지국이 바이러스를 쉽게 퍼지게 한다는 루머가 돌아 세계 곳곳의 5G 기지국들이 불에 탔다는 뉴스들이 있었고, 대형 제약사들이나 특정 재벌들이 팬데믹의 배후에 있다는 등의 음모론이 크게 유행한 것과 흡사하다. 1918년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치료방법을 두고도 루머들이 있었는데, 이를 테면, 몸에서 피를 조금 뽑으면 예방 효과가 있다든지, 염소가스를 많이 들이 마시면 소독효과가 있어 균이나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역시 코로나19 유행 중에, 손소독제를 마시거나 자외선을 쬐면 예방 효과가 있다고 믿고,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입증되지 않은 소문이 돌았던 것과 닮아 있다.
조선의 '무오년 독감'
1918년 인플루엔자는 식민통치를 받고 있던 조선에서도 예외 없이 유행을 했는데, 남아있는 관련 기록들을 보면,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9월에 이미 서울에 환자가 나타났고 10월에 전국적인 유행이 절정에 달해 공사립학교와 사숙은 휴학, 각 관청과 단체에서는 시무를 보지 못했다. 11월 들어서는 개성군의 경우 다른 때의 7배의 사망률을 보였고, 충남 서산지역은 8만 명의 인구 중 6만4000명이 질병에 걸렸으며 매일 100명 이상 150명씩 사망하여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일반 농가에서는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다.
- 조선총독부 연감
독감이 들거든 이렇게 조섭하라. 앓는 이를 딴 방에 거처하게 하고, 다른 사람은 곁에 가지 아니하도록 주의를 할 것이요, 환자가 쓰던 침구와 자리 옷 같은 것은 볕을 쏘여 소독하고. 방도 자주 쓸어 정하게 하고, 가끔 공기를 갈고, 볕을 쏘이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유행 감기로 인하여 개성은 사망자가 평시의 7배나 되었다. - <매일신보> 1918년 11월 11일자
악성 감기의 창궐로 인하여…지방 우체국 중 국원이 전멸되어 다른 곳에서 응원자를 파견케 하는 곳은 평남 개천군 우리, 충암 아산 우편국, 인천 전화계, 김천우편국으로 거의 전멸이 된 곳은 풍산, 갑산, 박천, 용암포, 공주, 삼수의 각 우편국이다. - <매일신보> 1918년 11월 14일자
당시 인플루엔자 감염 확산세가 크고 사망자가 많아서 사망자 처리가 문제가 될 지경이고, 농업과 우체국 운영과 같은 일들에 지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역을 위한 지침으로 감염자를 분리시키고, 접촉을 자제하게 하고, 환기 등을 장려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11월 13일자 <매일신보>는 "독일에 있던 감기로 독일이 일종의 독가스를 발명하여 퍼뜨렸는데, 전쟁지에서 그 감기에 걸린 자가 만주로부터 조선을 거쳐 들어와서 그 사람이 병독을 전파하였다"고 보도했는데, 당시 돌고 있던 음모론이 조선에도 퍼져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1918년 인플루엔자의 소멸
그렇다면 이같이 맹위를 떨치던 1918년 인플루엔자는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해에 걸차 4차 파도로까지 이어진 유행이었던 만큼 감염자 수가 많았고, 점차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게 되고, 그러는 사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면서 맹독성이 사라지고 서서히 소멸해 가게 되었을 거라고 분석한다.
2007년 2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은 1918년 인플루엔자에 생긴 단 두개의 아미노산 변이가 혈구응집소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에 변화를 일으켜, 사람에게서 전이되던 것에서 조류에게서만 전이되는 성질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미미해 보이는 돌연변이로 바이러스의 성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그 같은 미미한 변이들로 다른 동물들에게서 번지던 바이러스들이 언제든지 인간에게로 옮겨와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 코로나 19 전 세계 발생 현황
월드 오미터
코로나19 유행을 두고도 바이러스에 생긴 돌연변이로 인해 독성이 더 강해지거나 감염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있고, 감염 후에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에게 재감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지, 혹은 백신 개발 후에 바이러스에 생긴 돌연변이로 그 효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과도 같은 선상에 있는 내용이다.
엄청난 사망자수를 기록하고 백신 없이 소멸한 1918년 인플루엔자. 그리고 강도 높은 방역에 유례없이 집약적인 백신 개발 과정에 있는 코로나19. 과연 그 결말은 어떻게 끝맺게 될까.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부산에서 80대 여성이 독감백신 접종 후 나흘만에 사망했다. 이로써 전국에서 총 29명이 독감 백신을 맞고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