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연일 ‘전화 외교’총 13개국 정상과 통화… 유명희 지지 요청홍보전 가속… “정부차원 모든 노력” 당부“美는 유명희 , EU는 오콘조-이웰라”…표심 ‘촉각’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유명희 후보는 자유교역 확대와 다자무역체제 복원, 세계무역기구(WTO) 발전 등 양국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최적임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각국 정상들과 전화를 통해 긴밀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WTO 사무총장 선출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주 들어 말레이시아(19일), 룩셈부르크·이탈리아·이집트(20일), 인도·덴마크(21일)에 이어 전날 카자흐스탄·칠레까지 8차례 정상통화를 소화하는 등 홍보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WTO총장 선거 2라운드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륙별 오피니언 리더국인 러시아·독일·브라질 등 5개국 정상들에게 전화 통화를 하고, 35개국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낼만큼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22일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된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은 다자무역체제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갖춘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신북방 정책의 핵심국가인 카자흐스탄 측이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유 본부장이 많은 국가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라운드에서 선전을 기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오후 8시에는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도 통화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강경화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강 장관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압둘라 샤히드 몰디브 외교장관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유 본부장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제일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유 본부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을 당부한 바 있다.
다만 유 본부장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은 유 본부장을, 유럽연합(EU)은 맞상대인 나이지라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대체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EU 27개국이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선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다른 외신들 역시 EU가 세계은행 경력 등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EU 외에도 출신 대륙인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과 카리브해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지지를 받는 유 본부장은 3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WTO 아시아개도국 그룹과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 8개국 등에서도 호의적인 받응을 얻었다. 현재 전체적인 판세를 보면 유 본부장이 결코 우세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결국은 EU의 표심이 최종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WTO 사무총장 선거는 최종 라운드에서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추대를 받는 형식이어서 막판까지 최종 후보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예정된 선거 일정을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도 남은 상황이다.
mkkang@heraldcorp.com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을 치르고 있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지난 7월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각각 출마 기자 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다음주 제네바에 전세계 이목 쏠린다……‘유명희 지원’ 총력전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거의 끝나가면서 최종 결선 승자 발표가 임박했다. 164개 회원국들과의 최종 협의 절차는 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는 27일 종료된다. 유명희(53)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전 세계은행 부총재) 중에 누가 총장으로 뽑혔는지 빠르면 28일 발표될 수도 있다. 늦어도 11월7일까지는 확정된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면 곧바로 차기 총장으로 추대된다. 이 현저한 격차를 근거로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가들까지 다시 설득해 컨센서스(만장일치)로 뽑는다. 지지 선호도가 엇비슷해 박빙으로 나타나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즉 유럽연합·미국·중국 등 통상 강국들끼리 만나 물밑에서 추가 협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선출자를 내놓았더라도, 무역 강대국 중에 한둘이 ‘그 후보는 마음에 안 든다’며 끝까지 반대하면 이제 표결로 가게 된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1995년 출범)에서 표결까지 간 사례는 전신인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947년 창설) 체제까지 포함해 70여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강대국이라도 이런 전통을 굳이 깨면서 반대하기란 어렵다.
최신 동향을 보면,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 대선(11월3일) 이전에 발표될 공산이 크다고 관측한다. 고위 경제당국자는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대선과 상관없이) 지금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여태까지 ‘중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전임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겨놓고 도중에 사임하는 사태에 이를 정도로 이 기구가 무기력하게 표류하고 있는 사정에 스스로 상당한 책임이 있는 국가라서 이번 결정에 별다른 권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총장 향배를 쥐고 있는 쪽은 이 기구를 태동기 때부터 이끌고 있는 유럽연합(EU·27개국)이다.
유럽연합은 공동으로 선호 후보를 제시할 예정인데, ”이번은 아프리카 순서”라는 분위기가 꽤 있는가 하면 일부는 ‘유명희’를 내세우고 있어 다소 어수선한 것으로 파악된다.이번 선거전은 인물보다는 지역적·역사적으로 가까운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지역·연고주의 결집’ 행태가 뚜렷하다. 164개 회원국은 아프리카 44개국, 유럽 37개국, 아시아·태평양 49개국, 중남미 31개국,
북미 3개국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주에만 인도·덴마크·룩셈부르크·이탈리아·이집트·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말레이시아 등 10여개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해 ‘유명희 지원’ 총력전을 펼쳤다. 중국·일본·아프리카 쪽은 나이지리아 지지를 이미 표명한 터라, 우리에게 우호적인 남미·유럽·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해 설득·교섭하는 전략이다.
고위 통상당국자는 “이제는 무역·통상 사안을 넘어 한국과 나이지리아 사이의 국가 자존심 대결도 걸려 있는 외교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3개월 전에 유 본부장이 입후보할 당시엔 정부 안에서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한 경제당국자는 “처음에 외교 쪽에서 당선 확률이 낮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고 말했고, 선거전 초반에 또 다른 고위 당국자도 “외교부가 적극 나서 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선거 중반부터 직접 지휘하고 유 본부장이 최종 결선에 오르자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현직 통상장관으로서 유 본부장은 우리가 여러 중견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두텁게 구축한 상호 신뢰·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상대 후보는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세계은행에 25년간 근무(부총재 역임)한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여러 개도국 각료들과 친분·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무역기구는 유엔 같은 다른 국제기구에 견줘 사무총장(임기 4년) 개인의 권한이 덜하고, 제네바 주재 164개 개별 회원국 대사들이 서로 협력·갈등하면서 함께 움직이며 끌고 가는 조직이다.
총장 역할 수행에 필요한 덕목으로 통상분야 전문성뿐 아니라 지역·국가 간 무역 분쟁을 조정할 정치·외교 역량 발휘도 고려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정부는 “만만치 않은 상황을 헤치고 선전해온 유 본부장의 분투” 결과를 겸손하게 기다리고 있다.세계무역기구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사실상 좌초한 채 ‘무용론’마저 대두하고, 통상 대국들이 자유무역 규범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도 빈번하다. 배가 표류해 침몰하고 있는데 선장은 도망가버린 형국이다.
다자·자유무역체제의 대표 수혜국으로서 우리는 이 기구의 빠른 정상화·복원을 위해서도 ‘한국인 총장 탄생’ 소식을 고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참여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한국과 나이지리아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지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다수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는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고 있다.
WTO는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최종 선호도 조사를 진행중이다. EU 정상들은 EU와 아프리카의 관계를 위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과 EU 집행위원회는 이번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유럽 국가의 외교관들은 한국이 동유럽, 중유럽 일부 지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갖고 있고 유 본부장이 통상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점을 지지 이유로 꼽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지난 21일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독일은 23일로 회의를 옮기고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반대하는 국가들이 EU 회원국 다수의 입장을 따르도록 논의중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WTO사무총장에 미국은 '유명희' EU는 '오콘조' 지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유럽연합(EU)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Ngozi Okonjo-Iweala) 후보를 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EU가 나이지리아의 오콘조 후보에게로 기울고 있으며 21일 확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관측통을 인용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유명희 본부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는 건 행정부 내 무역협상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콘조 후보에 대해 다자주의 무역 지지자인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무역론자들과 너무 가까운 점을 들어 회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WTO 회의론자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유 본부장처럼 기술관료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유 본부장을 25년간 중국·EU·미국과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한국의 무역망을 넓힌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바뀔 경우 후보에 대한 선호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2002~2013년 WTO에 재직한 루퍼트 예르사는 블룸버그에 "(사무총장 선출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이 되려면 164개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로 추대 받아야 한다.
주요 회원국인 미국과 EU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할 경우 단독 후보 선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정부가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결선에 오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막판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명희 WTO 수장 될까? "럭비 공 상황"…EU 표심에 달려
정부, 유명희 지지 외교전 총력… "코로나로 신장된 국력 활용"
우리 정부는 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배출을 위해 유 본부장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박병석 국회의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까지 수차례 통화와 친서 송부 등을 통해 유명희 본부장 선거전을 진행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현재 판세에 대해 "럭비공이 공중에 떠 있어서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대방 후보는 국제적으로 명망있고 유력한 후보였고, 우리는 1,2라운드를 거치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며 "현재 추월했는지 안 했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올라간 국력을 활용해 우리의 방역지원을 받은 국가나, 투자가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지지하도록 외교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종 3차 라운드 협의 절차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 최종 결정은 3차 라운드 협의 절차 진행 후 회원국들의 컨센서스(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 뒤 다음달 6~7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WTO 회원국은 164개국이다. 이중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163개국에 투표권이 있으며, 82표를 확보하면 과반이다. AFP 보도에 따르면 응고지 오콘조-이웰라(66)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가 79개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과반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득표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는 EU의 표심이 관건이다. EU는 27개 회원국이 협의해서 컨센서스를 만들고 이긴 쪽이 27표를 독식하는데, EU는 아직까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내년 1월2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이기 때문에 입장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선거 절차가 지연돼 그 이후로 넘어가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중국은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꾸준히 지지를 요청하는 가운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TO 사무총장 최종결정은 단순 투표가 아닌 컨센서스를 형성해야하기 때문에, 절차는 보다 복잡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세가 기울어 있는 상황이면 빨리 끝나는데, 양 세력이 비등하다면 컨센서스 형성 과정이 복잡하고 지연될 가능성이 많다"며 "앞으로의 과정이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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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2라운드에 진출했다. 최종 결과는 회원국 전체 합의를 거쳐 11월 초 가려질 것 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정부, 유명희 지원 막판 총력전…"오콘조 무섭게 추격"
27일 WTO 164개 회원국 선호도 윤곽… EU 표심 촉각 "지역별로 골고른 지지 확보…아프리카 일부도 지지" 강경화 "이렇게 불투명한 선거는 처음" 막판까지 지원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지원을 위한 외교전에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유 본부장은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비해 열세로 점쳐졌지만 1·2라운드를 거치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진행 중인 최종 라운드 선호도 조사가 오는 27일께 마무리되고, 최종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최종 라운드에서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인 만큼 이후 164개 회원국이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정부는 유 본부장 선거 지원을 위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실무 지원 태스크포스(TF)을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하루에 3통 이상의 전화 외교를 벌이면서 유 본부장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콘조 후보는 국제적으로 명망이 있고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였다"며 "유 본부장은 1·2라운드를 거치면서 무섭게 추격하고 있고, 지금은 추월했는지 안했는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럭비공이 공중에 떠 있어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유 본부장의 선전 이유로는 "유 본부장이 인지도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계속 돌아다니면서 얼굴을 알리고, 스킨십을 확대했다"며 "전 재외공관을 동원해 코로나19로 올라간 국격을 이용해 양자 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지지표를 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164개 WTO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보유한 지역은 아프리카(44개)이다. 이어 유럽(41개), 미주(34개), 아시아(26개), 중동(11개), 오세아니아(8개) 순으로 많은 표를 보유하고 있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지난 16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내 뒤에 있다"면서 "카리브해 국가 등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가 모두 79개국이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세계은행에서도 25년간 근무해 국제무대에서 높은 인지도와 정치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인지도에서는 밀리지만 지난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통상 전문가로 불린다. 1996년 1월 통상산업부 WTO과에서 통상 업무를 시작해 지난해에는 통상교섭본부장에 올라 현재까지 통상 장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지역별로 골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비공개적으로 양자 관계를 고려해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164개 회원국 가운데 과반 득표선은 82표이지만 켄선서스를 형성해 단일 후보로 합의해야 하는 만큼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과 같은 강대국의 표심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WTO선거는 유엔 안보리처럼 공식 비토권(후보에 대한 거부권)이 없지만 컨센서스를 통해 선출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강대국이 반대한다면 선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유럽연합(EU) 표심이다. EU는 27개국의 의견을 수렴해 한 명의 후보를 지지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외신에서 EU가 오콘조 후보에게 기울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의견은 반반으로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주 내내 유럽 국가들과 접촉을 확대하며 지지 확보에 나섰으며, EU는 23일 오후 2시(현지시간)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한국과 나이지리아 모두 지지를 요청하고 있지만 신중 모드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반면 한국과는 물적·인적 교류가 많다는 점에서 막판에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와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지난 9월6일 선거 절차를 발표하면서 두 달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는 11월6일 또는 7일께 정도에 신임 사무총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세력이 비등하다면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고,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강 장관도 선거 중에 이렇게 불투명한 선거는 처음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기고 질 지 알 수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가적 조력을 끝까지 보여줘야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함부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은 틈만 나면 외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리느라 바쁘다. 지난 22일까지 무려 13개 나라의 정상들과 통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전화가 안되면 서신이라도 보내서 읍소한다. 그러다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뜻밖의 '월척'을 얻어내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코너에는 최근 유명희 본부장이 열세로 분류되는 유럽 국가 외교장관과의 통화 결과가 속속 올라온다. 지난 20일에는 오스트리아, 폴란드, 덴마크 외교장관과 연달아 통화하는 등 하루 3통이 기본이다. 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최근 각국 주한대사단 회의를 잇달아 열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직 외교관이며 WTO 전문가인 최석영 전 대사는 특사로 위촉돼서 유럽과 미국을 상대로 한 교섭을 전담하고 있다.
정부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WTO사무총장 선출 TF팀장'으로 놓고 청와대, 외교부뿐만 아니라 총리, 산업부장관, 기재부장관 등을 총동원해 유명희 본부장 당선 시키기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이 이같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브라질 출신의 호베르토 아제베도 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갑자기 사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속에서 WTO의 친중 경향을 질타하는 미 트럼프정권의 등살에 못이긴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은 유명희라는 카드를 내세워 사상 첫 한국 출신 여성 WTO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위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전 정권 사람으로도 분류되는 유명희 카드에 문재인 정부가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은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WTO의 수장을 배출해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주역이 되려는 의도다. 한편,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전력을 기울여 반기문 후보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본 자신감도 한 몫 했을 거란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어게인 2006'의 영광을 다시 한번 이뤄보겠다는 것이다.
초반 열세 상당히 극복... 미국 대선 결과가 막판 변수
유명희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해외언론이나 정부 관계자, 전문가들의 분석은 그리 녹록치 않다. 맞상대인, 역시 여성이자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출신에 세계은행 고위직을 지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유럽과 미국이 지지후보를 놓고 양분돼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미국은 유명희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외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은 지지후보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EU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유럽국가들이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연합(AU) 55개국과 카리브해 국가들의 지지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는 최근 자신이 이미 WTO회원국 163개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9개국의 표를 확보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통신은 미국의 경우 통상교섭본부장 경력에다 지난 25년간 중국, EU, 영국, 미국 등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한국의 통상 영역을 넓혀온 유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정권 초기 미국과의 무역협상 때 보여준 교섭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유 후보가 열세에서 출발한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끈질긴 추격전을 벌여 차이를 상당폭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23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상대측 후보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무난히 이길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지금은 바짝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설사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가적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 당국자는 "WTO 선거 방식이 투표가 아니라 컨센서스(전원합의체) 방식이어서 대세를 잡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EU 27개국의 표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장 마지막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즉, 지금 트럼프 정권은 유 후보에 대개 우호적이지만 만약 정부가 바뀌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미 대선을 큰 변수로 꼽으면서도 결을 달리했다. 송 변호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WTO를 유지하기 위한 EU, 아프리카, 중국 등이 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편에 유리할 것이고, 바이든이 돼서 다자주의 회복 의지를 보여준다면 상대적으로 미국과 좀 더 소통이 원활한 유 후보측이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역이 큰 비중 차지하는 우리나라에 큰 이익"
한편, 유명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WTO 사무총장은 각국의 무역관련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국인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편파적인 결정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면서도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특별히 중요한 지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도 "개별적 사안에서 도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불안정한 국제 무역환경을 안정적인 쪽으로 관리해주면 우리에게 굉장한 이득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WTO 사상 최초로 한국 출신 여성 사무총장을 볼 수 있을까? 다음달 7일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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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경찰과 군 등 정부 기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모습. 최근 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12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P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내정 ‘혼돈 속으로’… 유명희에 유리?
시위대 향한 軍 발포로 12명 사망” 외신 보도 유엔사무총장, 미국 바이든 등 비난 대열 동참 나이지리아 WTO 총장 후보에 불리할 가능성
나이지리아 정국이 심상치 않다.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군이 발포해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유엔은 물론 미국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인권탄압을 즉각 멈추라’는 취지의 경고가 나왔다.
일각에선 한국과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 2명이 최종 경합을 벌이는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군이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 시위 참가자 12명이 숨졌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24시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음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나이지리아 정부를 향해 “폭력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나이지리아 정부를 겨냥해 트위터에 “젊은 시위대를 죽이는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위를 멈추라”며 “미국은 경찰 개혁과 부패한 민주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나이지리아인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나이지리아 정부 규탄 대열에 동참하려는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것이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WTO 사무총장 최종 후보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전 재무장관 2명이 올라 막판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후보는 모국 나이지리아에서 재무 및 외무장관을 지내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거물이다. 자연히 세계 경제계에서 유 본부장보다 지명도가 더 높다. 현재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국가들이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위대 발포와 그에 따른 사망자 발생으로 나이지리아의 ‘국격’이 계속 추락하는 경우 인권을 존중하는 EU 회원국들 입장에선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를 지지할 명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WTO 사무총장이 되려면 164개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 추대를 받아야 한다. 미국과 EU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 등 주요국 상당수는 아직 두 후보 중 누굴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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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