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당국 간 잠시 미뤄뒀던 주요 외교현안도 다시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8월 주한미군 소속 AH-64D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기지 내 활주로에서 대기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위비·종전선언 한꺼번에 테이블 오를 듯..美 대선 이후 주요 외교 쟁점
강경화·폼페이오 대선 후 회동 미뤄뒀던 주요 현안 논의 예정 7개월째 공전 중인 방위비 협상
내년엔 다른 조건 도출할 수도 정부 연내 종전선언 지속 추진 트럼프 임기 내 매듭 가능성도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이 이뤄지면 한·미 당국 간 잠시 미뤄 뒀던 주요 외교현안도 다시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 대선 뒤 방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간 미뤄 뒀던 주요 외교현안들이 한꺼번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해 바뀌면 올해 방위비 예산 못 써
양국이 처리해야 할 당면과제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다. 지난 4월 초 양국 실무진 간 잠정 협상안까지 마련됐던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막판에 무산된 뒤 7개월간 공전 중이다.
양국 협상단이 4월 합의한 잠정안은 매년 13%를 인상하고, 5년 후 13억달러가 최종 인상액이 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장관은 지난 4월 국회에서 “그 안이 우리가 (타협)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안을 돌려세운 뒤 우리 정부가 더 양보하지 않았던 것은 이 안이 이미 실무진 간에 합의된 안이고, 협상 실패의 귀책사유가 미국 쪽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핵심 정책 기조인 방위비 인상과 관련해 입장을 돌리기 어렵고, 행정부가 교체된다면 내년에 새 행정부와 다른 조건에서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내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작년 수준을 준용해 편성해 놓은 올해 방위비분담금 예산은 불용 예산이 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라도 미국 대선이 지나면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양국 간 협상을 통해 올해 편성한 예산을 내년에 사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전례를 찾기 힘들다. 양국 모두 협상은 올해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행정부가 협상을 더 하도록 하기보다는 작년 협상안을 1년 연장해 적용하고, 내년에 새 행정부에서 협상을 다시 하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관측했다. 민주당도 동맹국 방위비 분담 원칙에 대해 철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낮은 수준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엔 상징적으로라도 7개월이나 미뤄온 한국과의 협상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 연내 추진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할 전망이다. 강 장관이 미국을 찾을 때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종전선언 약속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두 거론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탑다운(top-down)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인식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때와 낙선할 때 모두 이번 임기 내 이 문제를 마무리짓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공은 오히려 북한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통상 미 정권 교체기에는 크고 작은 도발을 통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도 예외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면 대남 공세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클린 네트워크’, ‘쿼드(Quad·4자) 플러스’ 참여 등 반중 전선 동참과 관련된 한·미 간 밀고 당기기는 연내 계속될 전망된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시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해온 중국 견제 방식 외에도 규범, 인권을 매개로 한 새 체제를 짤 가능성이 높고, 이를 마련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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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바이든..전작권·방위비·주한미군 '3대 현안' 전망은?
미국 대선을 보름여 앞둔 10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국방 장관이 만났다. 매년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위해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대선을 앞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회의 시작 전 언론에 공개한 두 장관의 모두 발언에서는 현안에 대한 이견이 노출됐다.
우선 전시작전통제권, 즉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지휘를 미국군 사령관에서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는 문제를 두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할 것"이라고 했는데,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스퍼 장관은 주요 의제도 아닌 방위비 협상 문제를 꺼냈다.
"한국도 공동 안보에 더 기여해야 한다, 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빨리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검증 시기가 지난해와 달리 명기되지 않았고,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는 12년 만에 빠졌다.
이제 미국 차기 행정부와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에 따른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전작권 전환 등 안보 관련 '3대 현안'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1년 넘게 협상 중인 방위비 분담금은 어떻게?
주한미군 주둔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1조 369억 원이었고 올해 금액을 정하기 위한 협상은 지난해 9월 시작됐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올 초 한미는 지난해 대비 13% 인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 협상 초기 미국이 요구한 지난해 6배 수준인 50억 달러(5조 7천억 원)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후 미국은 49% 인상된 13억 달러(1조 5천억 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요구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4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13% 인상안이 우리가 제시할 최고 수준"이라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1년 만에 13%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교착상태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경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1기 행정부에서와같이 한미동맹을 '미국 우선주의' 기반의 동맹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부자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를 지적하고, 미국이 동맹국을 위해 지나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 행정부에서 요구한 금액보다 많거나, 비슷한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바이든이 당선돼도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수혁 주미대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캠프도 방위비 분담이 이전보다는 증액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바이든이 '갈취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동맹을 손익계산서로 따지는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에서 신속한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의 상징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은?
트럼프는 이 방위비 협상과 동맹국에 주둔 중인 미군 규모를 연계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지난 7월 독일에 주둔했던 미군 3분의 1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때문에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방위비 협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추진하는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을 유연하게 조정하려는 기조'와 맞물려 주한미군 규모나 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트럼프의 경우에는 전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내지 않는 나라에서의 미군 재배치가 함께 맞물리면서 주한미군 감축 이슈를 더 거세게 끌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주한미군'을 카드로 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범철 센터장은 "바이든은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서는 훨씬 더 안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그래서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 진영의 브라이언 매키언 외교정책 고문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중대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조속한' 전환 가능할까?
우리 정부가 '조속한' 전환을 추진하는 전작권 문제는 바이든이 될 경우 좀 더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공식적인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 신중한 접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수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전작권 전환에 대한 검증이 정확하고 상세하게 진행될 예정이므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바이든이 당선되면 현지 주둔 사령관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통적 방법을 채택할 것"이라면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경우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달 한미안보협의회의회의(SCM)에서 우리 군의 준비태세가 미흡하다고 했고 결국 한미 양측은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 연합군사령부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는 평가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미·중 갈등 상황도 전략적 판단에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미 중간의 갈등이 첨예화될수록 한미동맹이 중요한데 전작권 전환을 할 경우에 혹시라도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반중국 전선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전략적인 판단에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중 전선 참여 압박은 강화될 듯
대중 강경책은 두 후보가 접점을 이루는 대목으로 한국이 동참하라는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새로운 도전에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로 동맹을 재해석하겠다고 한 만큼, 동맹과 연대를 통한 대중 대응이 예상된다. 트럼프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 집단안보체제, 쿼드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욱 장관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TF와의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어떤 현안에서도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빛나 기자 (hym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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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이번주 '美 대선'에 촉각…방위비-북핵협상 걸렸다
美 대선 직후 4~5일 일정 비워둬… 다각도 시나리오 마련
문재인 대통령의 눈과 귀가 미국으로 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외교정책도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조원에 육박하는 방위비 증액 압박은 물론 북핵 협상이 난기류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 위에 서 있는 셈이다.
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일 수석보좌관회의,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대통령이 매주 혹은 격주마다 소화하는 일정이다. 그리고 오는 4~5일 이틀 사이에는 일정을 모두 비워뒀다.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과정을 주시하고, 그 결과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각 주마다 투표가 진행되는 특성상 집계가 천차만별로 이뤄진다. 하지만 개표 추세 등을 감안해 하루 이틀 안으로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대선 결과를 발표하는 게 보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방위비와 관련한 출구전략을 즉시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6조원에 달하는 방위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약 1조원)의 구상과 5조원 가까이 차이난다. 방위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대선을 앞둔 지난달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을 연속해서 미국으로 불러 방위비를 압박했지만, 우리 정부는 "공평하고 공정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의 방위비 분담"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미 대선 이후의 협상 과제로 미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4년 연장이 결정될 경우 '청구서'는 신속하게 날아올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해둔 상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11월 중 방한도 예정돼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요청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게 유력하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방위비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돈' 보다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는 우리를 향해 "갈취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황이다. 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방위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전환의 시기를 맞게 되는 것은 북핵 협상이다.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깡패(thug)'라고 부른다. 그리고 "핵능력의 축소에 동의할 경우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해온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핵포기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거래는 없을 게 유력하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게 된다. 북한을 철저하게 무시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아닌, 북한과 협상을 시도했던 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유인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바이든 후보의 '외교 브레인'들과 접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개월~1년 정도로 예상되는 협상팀 구성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 역시 숙제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미 대선에서 선거인단이 '269대 269'가 되는 상황까지 모두 열어둘 정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경우 의회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데, 하원에서 26개주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대선 결과가 쉽게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조기에 승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실시된 우편투표의 부정 선거 가능성과, 선거 불복 의사를 공공연하게 피력해왔다.
선거 불복으로 인해 대통령 선출의 권한이 의회로 넘어간다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 혹은 바이든 후보의 '정상적인' 승리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초유의 '대선결과 법정 투쟁', 거기에 따른 미국의 혼란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한·미 동맹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국 대선 중 한·미 동맹 및 대북 기조와 관련해 양당 후보가 가장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발표한 재선 공약에서 최우선 대외 정책으로 ‘끝없는 전쟁을 중단하고 군대를 귀환시키는 것’과 ‘동맹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게 하는 것’ 등 두 가지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장기 교착에 빠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재개되고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대외 정책을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9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동맹 갈취’로 규정하고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對) 중국 정책에 대해선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 두 후보 모두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반중(反中) 전선 동참 요구가 더 체계적이고 집요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각자도생을 중시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반중 전선의 정교한 틀을 짜서 동맹국을 집요하게 옭아매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더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선 바이든 후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더 잘 맞는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재선 시 북한과 “신속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해 재선 시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원칙 있는 외교’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북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과 같은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뛰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판세에도 미국 대선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WTO 사무총장 공백을 장기화시키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후보는 기존 WTO 체제와 다자 연대를 중시하는 만큼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한 컨센서스(모두 동의) 동참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왼쪽부터),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차두현 아산정책 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 한미동맹·안보분야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책에 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각 전문가 제공
미 대선 누가돼도 한미동맹·대북정책 '가시밭길'
전문가들, 미중갈등 현실화 속 유연한 상황관리·균형외교 주문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갈등 현실화 속 국제관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시기 변화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국제정치정문가들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상황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와 조화를 맞추면서 미중 사이에서의 이른바 '균형외교'의 카드를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누가 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가 기본 전제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미 대선 후를 전망할 때 누가 되든 국제정치에 관한 정책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우선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책 차이는 주로 사회나 경제에 있을 뿐 국제정치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2016년 대선에서 소환해낸 건 개인적·정치적 리더십이 아니라 미 국민들이라는 점"이라며 "누가 되든 외교정책에 대해 관용이 없고 인색하며 미국의 역할을 엄격하게 정하는 기조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란 게 기본 전제"라고 짚었다.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쓰는 데 대한 거부감, 평범한 백인층이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목표한 바이든·민주당이라도 미중 갈등 구조를 되돌리는 등 극단적인 변화를 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러와 미래전 준비하는 미 MDO,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
이에 한미동맹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압박이 바이든 후보의 은근한 압박으로 방식만 바뀔 뿐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에도 주한미군 규모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차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방적 결정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취하진 않고 충분히 한미 간 협의를 거치며 파장이 크지 않게 관리할 뿐"이라고 예측했다.
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는 미국이 현재 중국, 러시아 등 대규모 군사국과의 미래전을 준비하기 위해 펼치는 '다층영역작전(MDO·Multi Domain Operation)' 관점에서 한국은 적과 너무 가까운 근접지역이기에 대규모 군대나 중요군대시설을 놓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전략적 판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바이든 후보가 주한미군 감축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방위비 분담금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터무니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오히려 바이든 후보가 합리적 수준에서 인상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 재선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 시 한반도 정책 변화에 관심이 높지만 한미동맹·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누가 돼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톱다운식'·바이든 '클린턴식' 반복 어려워
대북정책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접근이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예상되는 '바텀업'보다 효과적일 거란 기대가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후 다시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는 낮았다. 박 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과거부터 북핵 뿐 아니라 주한미군과 핵우산 철수를 '조선반도 비핵화'로 주장해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결국 이런 이견만 확인하는 데 그쳤고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전세계에 공언한 계기가 됐기 때문에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북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한 건 아니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박 원장은 "바이든 후보는 물론이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미 의회를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할 확률이 90%에 달하고 북한문제에 대한 미 의회와 사람들의 기준은 높아진 반면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된 상황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북미 협상이 재개 또는 활성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바이든 후보 당선 시 '클린턴 3기' 기대나 도쿄올림픽 활용을 통한 관계 개선은 "희망사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 연구위원은 "클린턴 때는 북이 핵실험을 한번도 안했는데 어떻게 클린턴 3기로 가느냐"면서 "민주당은 클린턴 말기부터 오바마 때까지 철저히 기만당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올림픽 출전자격과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도 의문이지만 이벤트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대북정책 유연성 갖춰야…미중 '균형외교'도 중요"
종전선언과 인도적 협력, 경제교류 등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 전망도 어둡다. 차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남북관계가) 나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꼭 그렇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주목 받는 건 자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지나치게 한국이 앞으로 가는 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북에 어떤 양보를 통해 전격적 합의에 타결한다면 동맹을 맞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남북관계에 있어 한국정부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남북관계 발전에만 몰입할 경우 원칙론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와는 이견 노출이 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바이든 후보는 인권을 중요시 하기에 그에 대해 한국정부가 계속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 이견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동맹도 거래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남북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정부가 대북정책 방향을 바꿀 유연성이 있는지 여부"라며 "양측에 다 적응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연구위원은 또 미중 사이에서도 "표면적으로 미국의 '쿼드'가 안보협의고 중국의 '일대일로'는 경제협력이란 이유로 일대일로에는 별 거부감 없이 들어가면서 쿼드에만 주저하는데 한쪽에 열린 접근을 했으면 다른 쪽에도 그렇게 해야 레버리지가 강해진다"며 "양쪽에서 제시하는 협력구성에 대해 표리부동해선 안 된다"고 균형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