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스가 요시히데(72) 총리 정권이 출범한 지 2개월이 다 돼가는 가운데 아베 신조(66) 전 총리와의 갈등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아베 정권의 계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나름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는 스가 총리에 대해 아베 전 총리 및 지지세력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분명하게 드러났던 장면은 지난 4일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 도중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관련 부분에서 나왔다.
스가 총리는 아베 총리가 퇴임 직전에 내놓았던 담화에 대해 “이번 내각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담화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가겠다”면서도 “(그러나) 이 담화는 각의(국무회의)를 통과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다음 내각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정부 안에서조차 “굳이 아베 담화의 효력에 대한 부분까지 언급할 것은 없지 않았겠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자민당 내 아베 전 총리의 기반인 호소다파를 중심으로 크게 격앙된 모습도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담화는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하기 닷새 전인 9월 11일 ‘총리의 담화’ 형식으로 발표됐던 것.
군사도발 억지력 강화 등을 위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검토를 정부·여당이 서둘러 협의해 “올해 말까지 있는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기자단에게 “이번 담화가 차기 정권에서도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내각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책임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스가 정권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적잖은 압력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9월 16일 취임한 스가 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아베 전 총리의 담화에서 밝힌 논의를 진전시키겠다고는 했지만, ‘올해 말까지’라는, 아베 전 총리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달성시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지난달 13일 스가 총리를 주제로 한 새 포스터를 선보였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강조한 이 포스터를 자민당은 17만장 찍어 전국 거리에 내다 붙였다.
자민당 홈페이지
‘올해 말까지’가 사라진 것을 놓고 정부·여당에서는 스가 총리가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검토를 내년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이에 대해 스가 총리가 당내 기반이 취약한 자신에게 커다란 지원세력이 되고 있는 연립여당 공명당을 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명당은 군비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계속되는 아베 전 총리의 적극적인 ‘자기 정치‘가 스가 총리와의 갈등설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9월 28일 호소다파 행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창생일본’ 모임, 27일은 당내 의원연맹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 총회에 연달아 참석했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연설을 하면서 헌법개정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총리.
AP 연합뉴스
마이니치는 “아베 전 총리가 물러난지 얼마 안됐는데도 표면적인 활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스가 총리에게 뭔가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는 당내 의견을 소개했다. 특히 스가 총리의 냉랭한 태도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민당 중진의원은 “향후 정권 운영이나 중의원 선거 등을 감안할 때 현 총리와 전 총리 사이에 알력이 있는 것은 여론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호소다파에서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의견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스가 총리에게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이 생각하지 못했던 불씨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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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스가 일본 총리(도쿄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0.11.5 photo@yna.co.kr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리 재임중이던 지난 8월 28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안보 담화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8일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최근 활발한 움직임은 자신의 노선을 계승하도록 스가 총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는 억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현직 총리 사이의 알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전 총리의 안보 담화에 대해 "나의 내각에서도 담화에 근거해 논의를 진행, 바람직한 방책을 생각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담화는 각의 결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이후 내각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퇴임을 불과 닷새 앞둔 9월 11일 북한의 위협 등을 거론하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새로운 미사일 방어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도록 당부하는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일본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을 상대국 영역에서 저지하는 개념으로, 적국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공격하는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 등의 보유를 의미한다.
나아가 마이니치신문은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공격당하기 전에 적 미사일 기지 등 거점을 타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이는 사실상 선제 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 평화헌법에 기반을 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담화를 통해 연말까지 미사일 억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지만, 스가 내각은 연내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교도통신도 정부와 여당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연말께 수정이 예상되는 '방위계획대강'에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방위계획대강에 명기하는 방안을 보류한 것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을 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스가 총리는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각의 결정을 동반하는 총리 담화 등 정부 문서 작성에 소극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교도통신은 전했다.
선친 묘소 찾은 日 아베, 야당에 '개헌 논의 참여' 촉구(나가토<야마구치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일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0.11.1 [교도]
그러나 스가 총리가 '아베 담화'를 소홀히 취급하면, 아베 전 총리와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모임에 참석하고 당내 보수계 의원 모임에도 출석하는 등 퇴임 직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무언가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아베 담화에 대한 스가 총리의 차가운 태도를 그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 중진 의원은 "향후 정권 운영과 중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전·현직 총리 사이에 압력이 있는 것은 여론에 마이너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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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지난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아베가 그리워”…日스가, 답변능력 부족에 여당내 위기감 고조
온실효과’를 ‘효실온과‘로 잘못 발음하기도
일본에서 새로 취임한 총리가 극복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데뷔전 관문은 첫 국회 예산위원회 질의다. 야당은 NHK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예산위 질의에서 조금이라도 더 총리에게 타격을 가해 내각 지지율을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쓴다. 총리는 어떻게든 이를 방어해 최소한 “선전했다”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 관문에서 역대 총리들이 이전에 비해 지지율을 평균 7% 정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지난 2일과 4일 예산위 회의를 통해 야당과 첫 진검승부를 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성적은 어떨까.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질의 답변과정에서 여당에는 불안감을, 야당에게는 만족감을 준 것으로 요약할수 있을 듯하다.
마이니치는 “일문일답 형식이어서 임기응변에 능한 답변이 요구됐지만, 스가 총리의 말실수나 동일답변 반복 등으로 심의가 정체되는 장면도 있었다”며 “큰 실수는 없었다 해도 앞으로도 계속 야당의 질문 공세를 극복할수 있을지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학술회의 회원 후보 6명 임명 거부’ 파문과 관련해서는 “인사에 관한 사안으로 대답을 삼가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야당 측에서는 “총리의 답변 거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고장난 레코드 같은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말씀을 하시는 편이 좋겠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답변 능력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나름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7년 8개월간 정권을 잡았던 그는 장황하게 자기주장을 늘어놓거나 정면대응을 피하는 등 수법으로 야당의 예봉을 꺾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답변능력이 약한 장관을 대신해 본인이 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예산위에서는 정반대로 총리를 대신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대신 답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총리 비서관이 총리의 옆에 붙어 답변서를 전달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연출됐다. 답변 도중 발음이 꼬이는 때도 있었다. 자신이 2050년까지 배출량을 ‘실질제로(0)’로 하겠다고 밝혔던 ‘온실효과가스’를 ‘효실온과가스’로 잘못 말한 경우 등이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 시절 관방장관으로서 매일 2차례 기자 회견을 하는 동안 ‘철벽방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는 사실상 실무직원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수준에 불과해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6년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권 출범 후 첫 예산위가 끝난 뒤 내각 지지율이 역대로 평균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야당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데 실패해 왔다는 얘기다. 내각 지지율이 첫 예산위 답변 이후 19.3%포인트나 떨어진 경우(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있었다.
스가 총리의 답변능력에 대해 집권 자민당 안에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향후 질의에서도 어려움이 계속될 경우 내각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자민당 간사장 경험자는 니혼게이자이에 “예산위부터 정권의 본게임이다. 지지율 하락이 계속된다면 내년 초 중의원 해산·총선거라는 선택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 스가, 바이든에 "진심으로 축하"…'당선' 언급은 자제
미일 동맹 강화 기대…전세계 번영 위해 함께 협력" '당선' 관련 표현 없어…'당선 확정' 지연될 경우 염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사진)가 당선이 유력한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에게 8일 축하 인사를 전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6시27분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씨와 카멀라 해리스 씨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평화와 자유,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해당 트윗을 올렸다. 다만 '당선' 관련 표현을 쓰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에 불복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당선 확정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에게 당선 축하 뜻을 빠르게 전하면서도 향후 상황을 고려해 다소 애매한 표현을 남긴 셈이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축하한다는 뜻을 전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트윗 메시지.
사진 출처=트위터
일본은 미국 대선 이후 경쟁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는 시점에 맞춰 당선자에게 총리 명의 축하 인사를 전해 왔다. 직전 미국 대선인 2016년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선언한 지 30분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축사를 발표했다. 일본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이긴 2004년 대선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2008년, 2012년 대선 때도 패배 인정과 승리 선언이 나오는 것에 맞춰 총리 명의의 축의를 표명했다.
다만 부시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격돌했던 2000년 대선 때는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축하 인사를 연기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어 후보가 대선 패배를 공식 선언한 후에야 부시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스가 총리의 공식 축하 메시지 발표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공식 선언한 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바이든 당선] 日 중심 亞전략 복귀…스가, 발빠르게 “바이든 축하
전문가 기고 (일본) / “보호무역 어느 정도 후퇴할 것” 경제계도 긍정적 시각 많아
8일 새벽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바이든의 승리로 굳어졌다는 CNN 등 외신보도가 나왔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해 선거인단이 273표가 되어 과반수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완전히 끝이 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바이든이 과반수의 선거인단을 얻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법정투쟁을 선언해 불복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의 기축인 미일동맹에 대해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충분히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도 신뢰관계를 구축해 보다 굳건한 미일동맹을 지향하겠다고 말해왔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제휴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과 함께 일본인 납치문제 등 북한을 둘러싼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싶은 생각이다. 한편, 향후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를 둘러싼 미일 간 교섭이 본격화되는 등 당면의 과제들에 있어서는 대선 결과가 미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8일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굳히자 트위터를 통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일본어와 영어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미일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자유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가 이렇게 빨리 바이든에 축하를 표한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바이든에게 언제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가를 놓고 일본 정부는 애초 고민에 빠졌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속속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스가 총리는 언제 바이든에게 축하의 뜻을 표할지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투쟁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스가 총리는 바이든에게 쉽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국제저널리스트 다카하시 히로스케(高橋浩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대접전을 연출한 2000년 11월 대선은 격렬한 정치적·법적 투쟁을 거쳐 같은 해 12월 13일 고어가 패배를 선언하면서 부시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었다.
당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12월 14일에서야 겨우 부시에게 축의를 표한 바 있다”며 스가 총리도 상당히 늦게 바이든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스가 총리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과 잘 지내겠다”고만 이야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정부의 관계를 생각할 때 바이든에게 축하의 뜻을 표하는 타이밍을 잘 판단하는 것이 일본 정부로서 중요한 일이었다. 잘못 축의를 표했다가는 임기가 남아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가총리는 과감하게 축하 메시지를 바이든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없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의 승리가 보도되기 전에 “일본과 비교하면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여러 민족이 모여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선거전에서의 분단 사태에 주목해 왔다”고 말해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살짝 표명했다.
아소 부총리는 7일 각료회의 후 “미국 대통령은 세계 200여개 국 가운데 가장 힘이 있는 국가원수다. 일본과는 방위상 경제상 관계가 깊은 나라이므로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든 간에 강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재무상도 겸하고 있어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질 경우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테기 외상도 같은 날 “미일동맹은 일본 외교의 기축으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 미일동맹 강화에 힘쓰는 동시에 긴밀히 연계해 나갈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일본의 주요 각료들은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원칙론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한편, 미 대선 결과가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연구원은 “선거 결과 판명 지연이나 선거 후의 혼란은 과거에 사례가 많지 않은 위험요소가 된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된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베스코에셋매니지먼트의 기노시타 도모오(木下智夫) 연구원은 “바이든 승리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보호주의적 움직임이 후퇴할 것이고,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미중 관계 악화는 계속될 것이지만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다.
바이든이 동맹국과 공조해 나간다고 주장하는 것도 일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낫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를 강요해 결과적으로 한국을 중국과 결별시켜 심한 한중 갈등을 만들어 낸 것이 오바마 정부였고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었다.
일본에 있어서 바이든 정부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략으로 미국이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여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쿄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2 photo@yna.co.kr
일본, 동맹 중시·방위비 압박 완화 기대
"美 기후변화 정책 전환 대비해야"… 스가, 내년 1월 이후 방미할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거두자 일본에서는 새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을 중시하는 노선으로 전환해 주일미군 방위비 증액 압박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을 중시하는 노선으로의 전환을 명언하고 있다"며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교섭에서도 트럼프 정권과 비교해 대폭적인 부담 증가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고 8일 보도했다.실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경시 태도를 비판하며 "나는 동맹국이나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선 입장 발표하는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 (윌밍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 새벽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leekm@yna.co.kr
미국과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 관련 방위비 분담 협상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됐다.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의 근거가 되는 미일 방위비 특별협정은 내년 3월에 만료된다. 미일 특별협정은 5년마다 갱신된다.
이와 관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월 발간한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주둔 경비로 연간 80억 달러(약 9조 원)를 요구했고, 자신이 작년 7월 방일 때 그런 요구를 일본 측에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80억 달러는 현재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연간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금의 4배 이상이다. 이처럼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에 부담을 늘리라고 강하게 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새 행정부는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중국을 대하는 새 행정부의 태도가 부드러워지면 동중국해 진출을 비롯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용인할 우려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진단했다. 일본 언론은 바이든 후보가 지구온난화 대책을 담은 국제 합의인 '파리협정'에 복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일본 정부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협약 탈퇴를 선언한 후 지난해 11월 4일 탈퇴 절차를 시작했다.
협약 규정에 따라 절차 개시 후 1년이 지난 4일 미국의 탈퇴가 공식 발효됐다. 파리협정 복귀를 천명한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미국의 정책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승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이후에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스가 총리는 연내 방미를 포함해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할 것이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그가 정식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에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4일 보도한 바 있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는 개표에 앞서 트럼프 진영에 미리 접촉하도록 실무선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외국 정상으로는 가장 먼저 트럼프와 비공식 회담을 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독특한 스타일과 결합한 이례적인 취임 전 회담이었고, 바이든에게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당선인은 공식 취임 전 외국 정상과의 비공식 회담에 응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표를 둘러싼 소송전 등으로 혼돈 양상이 벌어질 경우는 신임 대통령 취임 전 양국 정상의 만남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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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AP 연합뉴스
2013년 12월3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환영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아베 총리와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과 미-일 동맹 등에 대해 논의했다.
도쿄/로이터 뉴스1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미 확보한 선거인단 253명에 펜실베이니아주의 20명과 네바다 6명을 더한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 아직 개표가 안 끝난 다른 경합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270명)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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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일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예대제 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써 봉납한 '마사카키'가 놓여 있다.
A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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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당선 즉시 미국 날아갔던 아베…스가는 서두르지 않는다
대선 결과 확정되는 1월 이후 방미 "트럼프 재선해도 처음부터 시작" 아베 전 총리 '특사' 방안도 거론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정부도 대선 결과에 따른 향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르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곧바로 미국을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방미 일정을 1월 이후로 검토하고 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 등을 감안해, 최대한 혼란이 진정된 이후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엔 일본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1월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 이후로 미뤄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스가 총리가 미국 방문 시점을 여유 있게 잡은 것은 4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당선인 신분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당시 외국 정상 중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다. 외교가에서는 이와 관련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외교 분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우선 아베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역시 최근 몸 상태를 거의 회복해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16년 대선 직후인 11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셋째)가 뉴욕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트럼프와 바이든 양쪽 당선 가능성에 모두 대비하며 “어느 쪽이 당선돼도 상관없다”(외교 소식통)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권에서 미·일 관계는 정상 간의 친분이 많이 작용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연속성 차원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관계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외무성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조금 더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관계 강화, 국제 협력 등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일미군 주둔비용 협상 등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 신문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할 경우 오바마 정권 당시 인맥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 지난해 5월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방미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지난달 취임 후 첫 외유로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마리코(理子) 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