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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시댁에서 자꾸 오라는데”… 설 앞두고 난감한 며느리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와 관련한 정부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현실 속 며느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북일보] "집 안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누가 어떻게 확인하고 처벌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설 명절 '5인 이상 집합 금지'에…애꿎은 며느리들 '곡소리


정부 귀성길 만류와 별개로, 며느리들 시댁 방문 문제로 스트레스 호소
정부가 방역 측면에만 매몰된 채 문화적 특수성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1. "시어머니께서 이번 설에 오라고 성화이신데, 며느리 입장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어려워요.
4명인 우리 가족이 시댁에 가면 시아버지, 시어머니까지 총 6명이 모이게 되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2. "남편이 '아무리 정부 방침이라 해도 어떻게 설 연휴에 부모님들을 뵙지 않을 수 있냐'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저보고 융통성이 없다고 하네요.
정부 정책이 부부 싸움의 도화선이 된 셈이죠.
생각 같아선 시댁은 물론 남편까지 신고하고 싶어요.


"올해 처음으로 '거리두기'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현실 속 며느리들은 그야말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와 명절 가족 모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탓이다.
이 같은 문제의 발단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와 관련한 정부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연장에 있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3차 유행이 재확산하는 상황으로, 감소세가 정체되고 재확산의 위험이 존재하는 국면"이라며 "현행 거리두기 단계는 (이달) 14일 자정까지 유지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입장에서 보면 설 연휴가 절호의 확산 기회"라고도 부연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라 해도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유지된다.

함께 사는 가족 외에는 예외가 없으며, 방침을 어길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치료비 등 구상권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느리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그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댁에서 며느리는 절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부의 정책을 명절 불참 이유로 내세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정부가 귀성길을 만류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미 상당수 며느리들은 고통을 호소
하고 있는 상태다.
대학교수인 이모씨(44·여)는 "정부의 지침과는 별도로 실질적인 단속이 어려울 것이라 이야기가 들린다.

시댁에서도 '정말 정부가 명절 가족 모임을 막겠느냐'고 이야기해, 뭐라 할 말이 없다"며 "가지 않으면 시댁에서 단단히 미운 털이 박힐 것 같다. 이번 설에 친정은 못 가더라도, 시댁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가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직장인 유모씨(37·여)도 "일단 시댁을 가면 다 함께 밥을 먹을 텐데, 만약에 확진자라도 있다면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우려된다"며 "직장에서도 거리를 두며 밥을 먹고, 마스크 착용도 충실히 하는 등 방역 수칙을 꼬박 지키고 있는 마당인데, 행여나 시댁에서 그렇게 하지 못해 확진이라도 되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 이미 연휴를 전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성토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시댁을 신고해달라", "'회사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시댁에 거짓말을 하려 한다",
"인원을 쪼개 두 번에 걸쳐 나눠 방문해야 할 판이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시댁 입장에서도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무리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의 장기화된 거리 두기 조치에 지치기는 시댁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주부 박모씨(68·여)는 "이미 작년 추석에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아들, 며느리, 손주들을 보지 못했다.

부모로서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옆집의 경우 자식들이 이번 설 연휴에 시댁에 오지 않는 대신 아예 가족여행을 간다는데, 이렇다면 부모 입장에서 정말 섭섭한 마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강화 방침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설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반응이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민족 대명절 기간인 설 연휴에 가족, 친지들이 아예 만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 사람이 가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가야 하는 상황이 되는 사례가 대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차라리 설 연휴에 5인 이상 금지 기준을 7~8인 정도로 확대하는 등 제한 인원을 짧은 기간 만이라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물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실제 가족인지 여부를 명확히 체크하고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방역 측면에만 매몰된 채, 설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하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설은 1년 중 단 2번 밖에 없는 민속 대명절이다 보니, 가족 내 어른들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시기다.

막는 방안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직계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퇴로를 마련했어야 했다. 아쉽게도 이번 정책에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충범 acechung@ajunews.com







설 연휴를 앞둔 10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댁에서 자꾸 오라는데”… 설 앞두고 난감한 며느리들



방역당국이 설 연휴 기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연장하고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했지만, 일부 부모들이 예년처럼 가족 모임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며느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는 14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방역대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직계가족이라도 다른 공간이나 지역에 떨어져 지내다가 5명 이상 모이면 안 되고, 적발될 경우 1인당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가족 모임을 통한 집단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한 마을에서는 지난 5일 첫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마을 주민 5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서울에서 방문한 친척이 감염원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전남 순천시 가족모임과 울산·경북 가족모임에서도 각각 17명과 15명의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다.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의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직장인 이모(26)씨는 "부모님이 결혼하고 첫 명절인데 잠깐이라도 들러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라며 "설 연휴 내내 집에서만 있으려 했는데 한 곳만 갈 수도 없고 시댁과 친정을 모두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며느리 입장에서는 먼저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결혼한 강모(26)씨는 "시부모에게 코로나가 걱정돼서 안가겠다고 먼저 말할 수 있는 며느리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이번에 트집 잡히면 시어머니가 앞으로 명절 때마다 코로나나 감기 등 질병 걱정될텐데 오지 말지 그랬냐 식으로 비꼴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일산 지역 온라인 카페 한 회원은 10일 "5인 이상 모이면 안 되고 걸리면 과태료도 내야 한다고 했더니 설 당일에 아침만 간단히 먹자고 하더라"라며 "집도 가깝고 자주 뵙는데 굳이 하지 말라는 가족모임을 찝찝하게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18일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 5인 이상 모임 금지조치와 관련된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연합뉴스



경기 수원 지역 온라인 카페 한 이용자도 이날 "아무리 얘기해도 안 통해서 할 수 없이 시댁에 가게 됐다"며 "남편도 시댁도 왜 5인 이상 모여도 신고든 코로나든 안 걸릴거라고 생각하는지 답답하고 걱정돼서 혼자만 잠 못자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방역수칙을 어기면 서로 신고하자는 ‘신고 품앗이’ 글도 올라오고 있다.

서울 은평 지역 커뮤니티 한 회원은 "설날 며칠 뒤에 시아버지 생신이라 우리 가족은 물론 시동생 가족까지 다 모이게 생겼다"라며 "5명 이상 모임 금지라고 해도 말도 안 통하고 신고 품앗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시댁 좀 신고해달라"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요청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코로나 3차 유행의 감소세가 정체되고 있고 재확산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귀성이나 친지 방문, 여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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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때다 싶어 못 온다는 며느리.."나 홀로 명절 쓸쓸"


작년 추석 이어 올해 설도 홀로 명절 보내는 부모님들'5인 이상 모임 금지'..
떨어져 사는 직계가족도 안 돼"누가 일일이 신고할까 의문".
.적발시 과태료 10만원"세뱃돈 바꿨는데 명절에나 보는 손자 못 봐 아쉬워"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든데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끼리 모이는 오랜 풍습도 옛말이 됐다. 신축년 20~60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날을 맞는 세대별 천태만상을 4회에 걸쳐 구성해 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어머니, 이번 설에도 못 내려갈 것 같아요.”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까지 못 내려온다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은 이정순(가명·64)씨는 명절 전부터 쓸쓸했다.
며느리는 코로나19 때문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해 못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설 특별 방역대책으로 개인 간 모임 접촉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14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명절에 5인 이상 가족들이 한 데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난주 친구네 자식들은 내려온다고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이씨는 “가족인데 괜찮지 않을까”라고 넌지시 이야기했지만, “멀리 떨어져 사는 직계가족도 5인 이상은 안 된다고 기사에 나왔다”고 며느리의 칼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과태료를 물린다고 하지만, 걸리지 않을 수도 있고, 누가 일일이 신고할 것도 같지 않은데 말이다.

사실 아들 내외보다 큰 손자와 손녀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과태료를 물어줄 테니 내려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개념 없는 구닥다리 시어머니 취급할까 봐 입 밖으로도 못 꺼내고 삭혔다.
통화 끝에 이씨는 “이런 시국에 올 필요 없다”며 “차례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올해 설도 자식들 없이 보내게 돼 싱숭생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설 연휴 시작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모임금지 방역 수칙이 유지되는 가운데 10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부산행
ITX새마을호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 전 사별한 김숙희(가명·68)씨도 설 명절을 홀로 보내게 됐다. 작년 설 명절만 해도 공공근로 일자리를 통해 부지런히 공원에서 꽃밭을 가꿔 번 돈을 아껴 손자들에게 세뱃돈을 쥐여줬던 게 눈에 선한 데 말이다.
혹시나 해서 일주일 전에 동네 농협에서 손자들 줄 세뱃돈을 빳빳한 신권으로 찾아왔는데 부질없는 일이 됐다.
김씨는 “연휴 때나 자식들 얼굴을 겨우 보는데 올해 설에도 못 보게 돼 아쉽다”며 “코로나가 정말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작년 5월 큰아들 장가를 보낸 강희숙(가명·61)씨는 색다른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강씨는 일찌감치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번 설은 각자 안전하게 보내자고 집에 올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강 씨는 “우리 세대만 해도 시댁 식구 제사도 다 챙기고 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애들 눈치를 보게 된다”며 “처가에도 가니깐 집에 오겠다는 아들에게 그러지 말고 용돈이나 많이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미혼인 딸과 함께 근교 호텔에서 ‘호캉스’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온종일 전을 부치는 대신 호텔 조식을 먹으며, 여유를 만끽할 상상을 하니 벌써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강씨는 “시어머니도 명절이 고달픈 건 마찬가지”며 “코로나 핑계 삼아서 올해 명절은 딸이랑 오붓하게 보낼 계획”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 설 연휴 첫날 한산한 용인중앙시장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용인
중앙시장이 한산하다. 2021.2.11 연합뉴스


 아들만 잠깐 온다” “서로 신고해 주자” 코로나 설 풍경




시장 상인들 대목에 허탕 ‘망연자실’기차역·터미널, 예년 비해 차분한 모습“며느리·손주 안 오고 아들만 온다”
“어른들 눈치보여 내려간다” 푸념도설 연휴 첫날인 11일 시장들은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 기차역, 터미널 등도 예년에 비해 차분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설 연휴까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의 한 떡집 주인은 “설 연휴 첫날이면 떡국에 필요한 가래떡을 사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붐볐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손님을 한 명도 못 받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곳에서 40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한 사장은 “장사 시작한 뒤로 설 연휴에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며 “팔리지 않은 과일은 헐값에라도 팔아야 할 텐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을 찾은 한 60대는 “이번 설날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때문에 며느리와 손주는 집에 있고 두 아들만 잠깐 우리 집에 오기로 해서 지난 설날에 비해 사야 할 식자재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가족 귀성객으로 북적거렸을 부산역은 이날 평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동대구역에서도 가족 단위 이용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가볍게 짐가방을 챙긴 여행객들만 오갔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에는 고향 집으로 보내는 설 선물이 수화물 접수창구에 잔뜩 쌓여 있었지만, 귀성객들로 붐비지는 않았다.
주요 노선 승차권이 매진됐던 예년과는 달리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하행성 노선 고속버스 예약률은 30~40%에 불과했다.
코레일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창가 쪽 자리만 예약을 받으며 좌석 수를 제한했는데도 좌석엔 여유가 많았다.








▲ 사진은 올해 설 연휴 전날인 10일 양손에 명절 선물을 든 시민이 홀로 부산행 KTX에
오르려고 이동하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이처럼 달라진 설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어른들 눈치가 보여 귀성길에 오른다는 푸념도 눈에 띄었다.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로 신고해 주자”는 글이 연이어 올라올 정도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명절 때라도 자식들을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먼저 “오지 마라”는 말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부딪치는 것이다.한편 일부 2030 세대 청년들은 명절 때마다 취업과 결혼 등을 놓고 쏟아지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다며 방역당국의 지침을 반기기도 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설은 안 가는 게 효도”라며 이동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 설 명절도 거리두기설 명절을 엿새 앞둔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거리에 명절
기간동안 고향 방문 자제를 권장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1.2.5 뉴스1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아빠, 5인 이상 모이면 안되잖아요"…첫날은 며느리만, 순번제 방문도

 



"아빠, 5인 이상 모이면 안되잖아요."광주에 사는 김모씨(44).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의 한 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설 명절 고향집을 찾을지를 고민하다 딸 아이의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딸까지 포함하면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 위반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1박은 못하고 당일 일정으로라도 시골에 다녀올까 싶어 딸에게 물었더니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며 "딸에게 규정을 위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향집 방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민족 최대 명절인 설 풍속도가 확 바뀌었다.

정부가 설 연휴 기간 가족끼리라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규제를 내놓으며 시골 마을은
한산해졌다. 
직계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다 보니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경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도 많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사는 김모씨(50)는 "아버지가 삐치셨다"고 했다
.김씨는 3남매 중 장남이다. 3남매 모두 공직에 있다.
김씨는 서기관인 4급 공무원이고, 둘째 남동생은 육군 중령이다.

막내 여동생은 구청 공무원이다.김씨는 "공무원은 특히 코로나19 방역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다 보니 이번 설에 못 내려간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내심 서운하셨던 것 같다"며 "'나도 안 볼란다'라며 삐치셨다"고 웃었다.
광산구 첨단동에 사는 박모씨(52)는 아버지가 '순번제'를 선택했다고 했다.
박씨도 3남매다. 위로 누나, 아래로 남동생이 있다.

박씨는 "방역수칙 지키자고 첫 날은 며느리 2명, 둘째날은 아들 두 명씩만 오라고 하셨다"며 "교회 다니는 큰누나는 어차피 절도 안 할 것이니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른 실제 현장은 어떤 풍경일까. 연휴 첫날인 11일 취재차량을 타고 전남 장흥으로 향했다.
장흥은 광주전남 지자체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코스는 광주에서 전남 나주 남평읍, 세지면, 영암 금정면, 장흥 유치면을 지나 장흥읍을 거쳐 정남진 회진까지로 잡았다.
광주에서 회진까지 거리는 약 100㎞다.
이 구간을 달리는 동안 예전 명절 같으면 마을 입구마다 걸렸을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은 단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전남 장흥군 토요시장에 '엄마 아부지 코로나
무서운께 이번 설날은 안내려가요, 오지도 마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2.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대신 '엄마·아부지 코로나 무서운께 이번 설날은 안내려가요, 오지도 마소',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 오지 마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도로도 한산했다.
귀성객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앞뒤로 서너 대 정도 보이긴 했지만 막히거나 정체되는 곳은 없었다.

서행하는 곳도 없었다.1시간여 만에 장흥에 도착해 토요시장을 찾았다.
토요시장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등 '한우 삼합'이 유명하다.
평상시에도 타지역 손님과 지역 주민들로 붐비는 곳이다.

설 연휴 첫날. 예전 같으면 한복을 차려 입고 선물꾸러미를 든 귀성객들도 북적였을 토요시장도 인적이 드물었다.
토요시장에서 '부부한우'를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설 명절 특수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명절 연휴에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른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올해 안에는 코로나가 끝날까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 남쪽인 정남진 회진까지 차를 달렸다.
회진 초입에 있는 이순신 장군 회령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회진도 한산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71.여)는 "아들딸, 며느리 사위, 손주들 보고 싶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못 오게 했다"며 "손녀딸이 영상통화로 '코로나 잠잠해지면 내려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도 고향을 찾은 이들도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익명을 요구한 A씨(47)는 "건강이 좋지 않은 팔순의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가족 4명이 시골집을 찾았다"며 "어머니만 뵙고 가급적 다른 모임이나 접촉은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주 남평에서 왔다는 이모씨(51)는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다 보니 아이들은 놔두고 부부만 고향에 왔다"며 "고향을 찾는 설렘이나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아쉬워했다.함께 있던 부인 박모씨(49)는 "친정에도 당일 내려갔다 올라와야 할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설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
백신 접종과 함께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코로나19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옛 명절 풍속을 찾을 수 있을까.







설 연휴 첫날인 11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에 있는 이순신 장군 회령포에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
오지 말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1.2.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설 연휴 기간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연휴 첫날인 11일 전남 장흥 회진면 내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1.2.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nofatejb@news1.kr






정부가 설 연휴 기간 가족끼리라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규제을
내놓은 가운데,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가정에서 설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21.2.1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첫날은 며느리들만, 둘째날은 아들들만 오라 했어”(종합)

달라진 설풍경…”코로나가 우릴 피해 가는 건 아니니 조심해야”




자녀들에게 올 설 명절은 오지 말라고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경기 수원시에 살고 있는 A씨(77)는 설날인 12일 아내와 아들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
정부가 설 연휴 기간 가족끼리라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규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주 경기 파주와 충남 태안에 있는 딸에게 연락해 오지 말라고 했다.
15분 거리에 있는 아들에게도 전화해 손주와 며느리는 오지 말고 아들만 와서 차례를 지내라고 했다.


A씨는 "올해 설 명절은 아쉽지만,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규제를 따르는게 맞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가족을 피해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코로나가 완벽히 통제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에선 설 명절 부모님을 뵙기 위해 '순번제'를 택한 가족도 있었다.  

3남매인 박모씨(52·전남 광주)의 가족은 순번을 정해 아버지를 뵙기로 했다.
  박씨는 "방역수칙 지키자고 첫 날은 며느리 2명, 둘째날은 아들 두 명씩만 오라고 하셨다"며 "교회 다니는 큰누나는 어차피 절도 안 할 것이니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은 가족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익명을 요구한 B씨(47)는 "건강이 좋지 않은 팔순의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가족 4명이 시골집을 찾았다"며 "어머니만 뵙고 가급적 다른 모임이나 접촉은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주 남평에서 왔다는 이모씨(51)는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다 보니 아이들은 놔두고 부부만 고향에 왔다"며 "고향을 찾는 설렘이나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19여파는 시골 마을 설날 풍경도 바꿔놓았다.



 

 




경북 영양의 한 마을은 명절이면 한해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세배 인사로 잔칫집 분위기가 났지만 올해는 조용했다.
직계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다 보니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이 마을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해 온 B씨는 "작년 추석도 동네가 조용했는데 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생전 이런 설은 처음"이라며 "친지들이 오지 않아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서울에 사는 외손주가 보고 싶지만 어떡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마을에 홀로 사는 박모(87) 할머니는 영상통화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일전에 손자가 영상통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덕분에 이른 아침부터 자식, 며느라와 영상통화를 했다"며 "그래도 적적함은 가시지 않지만 설 명절 이후 사람들이 덜 붐비는 날에 찾아온다고 하니 그때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일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400명대로 내려왔다.
누적 확진자 수는 8만2837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보면 국내 지역발생이 384명, 해외유입이 19명이다.지역별로는 서울 155명, 경기 103명, 인천 41명으로 수도권에서 29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부산 25명, 대구 11명, 광주 6명, 대전 1명, 세종 2명, 강원 6명, 충북 6명, 충남 10명, 전북 2명, 전남 4명, 경북 4명, 경남 4명, 제주 4명씩 추가 확진됐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1명 발생으며,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총 1507명(치명률 1.82%)이다.


guts@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10일 충북 충주시 연수동 일원에 명절 고향집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이색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현수막.(충주시 제공)2021.2.10/© 뉴스1



기름 냄새가 그리운... 언택트 명절 16년차 며느리입니다


[슬기로운 코로나 명절] 외국에 사는 가족들 때문에 익숙해진 온라인 명절


아파트에 살면서 가끔 여기가 주거 공동체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을 때 벼락처럼 코 끝을 스치는 진한 기름 냄새. 무향 무취한 집과 달리 복도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기름 냄새를 맡게 되면 비로소 '아, 명절이구나' 한다.명절을 기름 냄새로 알아차린다니,

대한민국 며느리가 이 무슨 팔자 좋은 소리일까 싶지만, 단지 본의 아니게 온라인 명절을 20년째 보내고 있는 내 이야기이다.명절에도 모일 수 없게 된 가족들하나뿐인 언니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갔다.

올해로 이십년째 미국 생활중. 처음엔 매일같이 보고 싶고, 명절이면 더 보고 싶고 하더니 이젠 각자의 자리에서 쿨하게 명절 세리머니를 전한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과 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에 더 시끌벅적하니 한국 명절에 맞춰 보내는 안부가 밍밍할 때도 많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미국 생활 초반기에는 디지털 세상으로 완벽하게 변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언니와 우리는 이메일로 사진을 주고 받았다. 국제우편으로 조카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받은 적도 있다.
언니에게 간간히 오는 소식이 애틋했다.

백일 아기가 말도 없이 몸을 뒤집는 모습을 편집없이 한 시간 다큐로 보는 일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나마 그 비디오가 도착하는 날엔 그리움에 눈물까지 났더랬다.
그야말로 글로벌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은 수시로 동영상과 사진과 메시지를 전하며 가까운 듯 먼 듯 그렇게 지낸다.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어졌다.
멀리서 비는 안부가 더 살뜰할 수도 있는 건, 오랜 시간 온라인 명절을 보내며 터득한 지혜다.이상하게 멀리 떨어져 보내는 말은 흔한 안부여도 모두 진심으로 가 닿는다.

그래도 명절의 주 무대는 친정보다는 시댁이 아니던가.
친정에서의 언택트가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시댁에서도 민족 고유의 명절 설에 기름냄새를 맡은 적이 없는 16년차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늘 고요했던 친정 명절, 결혼하면 달라질까 싶었는데 






 

매년 설에는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내가 했던, 온라인 명절나기였다.
ⓒ elements.envato

 

 
명색이 맏며느리인 나는 결혼하기 전, 한 가지 로망이 있었다. 친정에서의 명절이 늘 고요했던 탓에, 결혼을 하면 왁자지껄한 집안에서 얼굴도 이름도 다 못 외우는 친척들이 가득한, 북적북적한 명절을 보내고 싶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드라마에서 한복자락을 휘날리며 쟁반에 음식을 담아나르는 '우리 새애기'가 되어보는 로망.

그러나 그런 운명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식구가 단촐한 시집에서의 첫 명절도 친정에서 맞이하던 명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내 환상은 와장창 깨졌다. 그러니까 명절 아침, 북적북적 친척들은 포기하더라도 한복 자락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아침부터 부랴부랴 예쁘게 한복 단장을 하고 주방으로 나갔다.
그때 나를 발견한 시어머니의 말 한 마디가 그만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얘는, 불편하게 무슨 한복이야, 가서 다시 갈아입고 와."

어머니는 한복이 싫다고 하셨...다. 결혼하고 한복입고 상차리는 번거로운 일을 내 며느리에겐 절대로 시키지 않겠노라 다짐하셨단다. 그 비장한 결심을 실천하신 어머니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넘쳤고, 그야말로 온 집안의 '새애기'가 되어 보고 싶었던 나는, 휘휘 한복을 벗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단출함의 끝판을 볼 것 같은.

그래도 시동생이 결혼을 하면 좀 북적거릴까 내심 기대했는데... 운명은 내 편. 남편의 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뒤로 한국땅을 밟지 않았다. 게다가 시동생의 결혼 후, 추석은 큰 아들과 한국에서, 설은 둘째 아들과 미국에서 보내시겠다는 시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야말로 더욱 단출한 설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매년 설에는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내가 했던, 온라인 명절나기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그래~ 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명절 음식은 해 드셨어요?"
"응~ 우리는 여기서 만두 만들어서 먹었지. 너희도 맛있는 거 해 먹어~."

여기까지가 결혼 십수년째인 내가 아직도 '며느라기 모드'가 되어 하는 인사다.
폰을 아이들에게 넘기면 가족간의 오붓한 한담이 시작된다.
폰에 주로 등장하는 얼굴은 아이들 얼굴. 나보다 쿨한 아랫동서인 그녀는 아예 목소리만 출연한다.



혼자 계신 친정 엄마는 어쩐다

 

▲  2일 오전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외벽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다가오는 설연휴 직접
방문을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 하자는 "설 연휴, 찾아 뵙지 않는게 "효"입니다" 거리두기
캠페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권우성



 올해는 코로나로 시부모님이 한국에 계시지만 달라질 건 없다. 찾아 뵙지 않아도 될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는데 역시나 쿨하게 말씀하신다."다음달에 아버님 생신이니 그때 식사하며 얼굴 보지 뭘!"역시나 흘러 넘치는 내 감성이 똑 떨어지는 시어머니 감성을 못 쫓아가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엄마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엄마에게 올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상의하기가 참 미안했다.
그래도 "가도 될까?" 슬쩍 물었더니 돌아온 엄마의 대답에 힘이 없다."그래, 이번엔 다들 안 온다더라. 너도 안 와도 돼.
그런데 안 올 거면 미리 말해줘, 너 먹으라고 해놓은 음식 가져다 줄게. 명절에 먹어.

"아이고 참... 힘든데 음식 준비할까 봐 미리 건넨 말인데, 엄마는 언택트 해야 한다는 이 명절이 영 아쉬운가 보다.
온라인 명절에 완벽히 적응한 나와 달리, 멀리 떨어진 언니와 이십년째 보내는 온라인 명절이 아직도 쓸쓸해서 이맘때면 언니가 더욱 보고싶다는 엄마이니 그럴 법도 했다.
엄마가 덜 쓸쓸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지난 10일 광주 북구 광주영락공원 묘지에 설 연휴 기간 묘지가 임시 폐쇄돼 성묘할 수 없게
되자 미리 성묘를 다녀간 성묘객들이 놓아둔 조화가 울긋불긋하게 놓여 있다. [연합]



 귀성 대신 ‘지인과 외출’, 잔소리 없는 명절”…달라진 설 풍경



적북적하던 명절 풍경 대신 ‘친구와 외출’귀성 없는 설명절…
혼자 호캉스 다녀오기도“잔소리·명절 증후군 없이 보내”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서모(25) 씨는 친척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던 예년 설과 달리 명절 연휴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서 씨는 “매년 대가족이 집에 모여 제사를 크게 지냈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단출하게 제사를 지냈다”며 “친척들이 못 오니 어제(11일)는 친구들과 인근 호수공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오고 설날인 오늘도 외출한다”고 했다.

정부가 설 연휴 기간에도 직계 가족 포함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유지한 가운데, 가족을 방문할 수 없게 되자 4인 가족 단위의 여행이나 지인들끼리 연휴를 보내는 등 명절 풍경이 달라졌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잔소리나 명절 증후군 없이 애틋함만 남아 있는 설”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조모(42·서울 강서구) 씨도 “주위 지인들 중 명절에 친정을 가는 대신 ‘독채 펜션’, ‘키즈 풀빌라’ 등을 빌려 오붓하게 가족 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명절도 친척들끼리 보내는 북적북적한 느낌보다 핵가족화 경향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2년차 직장인 이모(25) 씨도 “연휴 기간 동안 혼자 호텔을 예약해 호캉스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할머니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니 코로나도 심한 마당에 인사를 드리러 갈 수가 없다”며 “연휴 기간 아쉬운 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왔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가족 모임 없는 설 연휴로 ‘명절 잔소리’,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을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취준생 A(23) 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못 본 새 통통해졌다’고 하거나 ‘누구에 비해 외모가
예뻐졌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며 “이번 설에는 명절 분위기는 안 났지만 불편한 순간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어른들께서 졸업은 했는지, 취직 계획 있는지 등을 여쭤보는 일이 없어 한시름 놓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취준생 성모(25) 씨도 “맏며느리인 어머니가 매년 명절 증후군 때문에 힘들어하셨는데 이번 설에는 식구들끼리 모이지 않아서 ‘정말 편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명절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서 어머니를 포함한 며느리들의 명절 부담이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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