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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한줌의 투기꾼에 놀아난 한국, 이 수치는 뭘 말하나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17일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깃발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21.03.17.pmkeul@newsis.com

 

 

 

 

 

▲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1.3.17ⓒ 이희훈







▲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3월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667, 667-1,2,3번지에 보상을 노린 수백 그루의 측백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2021.3.9 ⓒ 유성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줌의 투기꾼에 놀아난 한국, 이 수치는 뭘 말하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농지 투기가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공직자의 투기행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국민 분노가 임계치에 달한 듯하다. 문재인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투기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의 뿌리인 농지 수탈(임야 포함)을 멈춰야 한다.
1960년대 초까지 강남 일대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였고, 대부분 논과 밭, 과수원이었다. 1963년 서울시로 편입 당시 인구 2만 7000명에 지나지 않던 조용한 시골 마을 강남은 이른바 영동지구 개발이 추진되면서 상상을 초월한 토지 투기장으로 변해 갔다. 1966년 1월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착공되자, 한 평에 200원에 지나지 않던 땅값이 3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시작된 강남의 땅값은 1963년 기준으로 1977년에 강남 지역 평균은 176배, 학동은 1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은 1000배 올랐다.
이처럼 강남 땅값이 폭등한 것은 단순히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용 및 산업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이 정권 차원에서 땅 투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농지를 수용하여 그 땅에 공공용지·공공시설을 지어 땅값을 올리고 남는 땅을 팔아 개발비용과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교수가 쓴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윤아무개는 당시 청와대 지시로 강남구 토지의 2%인 24만여 평을 매매해 차익을 남긴 뒤 청와대에 바친 것으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박 정권은 각종 토지개발 이권을 재벌들에게 넘겨주고 막대한 정치헌금을 강요했다. ([관련기사] 헬리콥터 타고 땅 보러 다닌 공무원 그의 뒷배 http://omn.kr/1sjrg)
정권 차원의 땅 투기, 정경유착과 재벌들의 땅 투기로 국토는 투기장으로 변해 갔고, 정부는 부동산 개발을 주요한 경기 부양책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재벌기업·건설업자·공직자는 물론이고 중소기업·중산층·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부동산 '대박'을 노리는 부동산공화국이 건설됐다.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승자는 한 줌의 투기꾼이고 패자는 국민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부동산에 의존해서 성장했는가는 국제비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토지자산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3.5배, 핀란드의 4배 이상, 인구밀도가 비슷한 네덜란드의 3배, 심지어 토건국가로 유명한 일본의 2.5배이다. 국가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토지자산 비중도 53.6%로 OECD 전체에서 압도적으로 1위인데, 일본의 38.9%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높다.






참여연대가 17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 지역의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심은 농지 전용
1960년대 이후의 땅 투기는 농지 수탈의 역사다. 농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기반 정비가 잘 돼 있어 다른 용도로 전용이 용이하다. 농지가 전용되면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 가격이 폭등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땅 투기꾼이 농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땅 투기꾼은 스스로 농지가격을 끌어올릴 힘이 없다. 그들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농지 수탈에 기생할 뿐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로·철도·공항·산업단지·주택단지 등 다양한 명목으로 농지를 수용하여 크고 작은 지역개발사업을 시행한다. 이로 인해 개발지역과 주변 지역 땅값이 폭등한다.
땅 투기를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할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니 돈 밝은 투기꾼이 농지를 노린다.
심지어 수지 안 맞는 농사보다는 땅이 전용돼 한몫 잡기 바라는 농민도 적지 않다.
국민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공기업인 LH 임직원들의 농지 투기처럼 사회 지도층, 특히 공직자들이 농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에 의하면 고위공직자의 38.6%, 국회의원의 25.3%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차로 3기 신도시 후보지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을 폭로하면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 여부만 가지고 수사를 한다면 LH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라며 "농지법이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여부로 수사의 범위를 넓혀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 공무원,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에 관여한 공공기관 임직원은 물론 기획부동산, 허위의 농업법인, 전문투기꾼 등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농지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돼온 데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접수·발급하는 각 기초지자체(시・구・읍・면)와 이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 광역지자체(경기도 등)가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해온 것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1970년 229만 8000ha에서 1990년 210만 9000ha, 2010년 171만 5000ha, 2019년 158만1000ha로 급속히 줄어왔다. 50년 동안 71만 7000ha, 전체 경지면적의 30% 이상이 감소했다.
경지면적이 줄어든 이유는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지면적은 1975년의 224만ha에서 2018년에 159만 6000ha로 64만 4000ha가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농지전용 면적은 총 46만 6286ha로 72%를 차지한다. 최근에 올수록 농지전용에 의한 경지감소가 가팔라지고 있다.
다른 한편 농사가 수지맞지 않아 놀리는 농지도 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허황한 명분으로, 다니는 사람 거의 없는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늘리고, 4차선 옆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입주할 업체도 없는 산업단지를 필요면적 이상으로 크게 건설하고, 주택문제 해결한다고 신도시 건설을 남발하는 따위의 농지파괴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은 0.03ha로 세계 평균 0.24ha에는 말할 나위 없고, 중국 0.1ha, 일본 0.035ha에도
미치지 못한다.
곡물자급률이 21%로 세계 최저인 나라에서 더는 농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농지 수탈로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농지전용이 주로 이뤄지는 수도권과 대도시 근교 농지는 대부분 이미 비농민 소유이다. 이 땅을 경작하는 소작농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농지를 빼앗긴다.
농지 수탈은 식량안보와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농업과 농촌의 경제·사회·문화·생태환경적 가치의 토대를 파괴하여 국민을 불행하게 한다.

더욱이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탄소의 흡수·저장 능력을 지닌 유일한 산업인 농업과 농지, 토양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121조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예외적으로만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농지를 경작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하는 농지가 전체 농지의 50.5%이다.
2015년 농업총조사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현행 농지법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농지를 취득할 수 있고, 쉽게 전용이 가능하게 돼 있다.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保全)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는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는 농지법 3조 1항의 농지 이념은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
헌법이 무시되고 법이 지켜지지는 않는 나라, 더욱이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앞다퉈 농지 투기를 하는 나라, 국민들은 이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냐고 묻는다.





 

▲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3기 신도시 농지 불법거래 규탄 및 농지소유실태 전수조사 촉구" 정의당 농민대표자 기자
회견에서 LH직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들의 농지불법취득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3.11ⓒ 공동취재사진


 
농지전용 가능성 차단해야

LH 사태를 계기로 농지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농지취득 농민 자격 기준 강화, 농지취득증명원 발급 심사 엄격, 농지법 위반 농지 즉각 처분명령,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제도 폐지, 농지 투기 엄벌, 농업법인의 비농업인 참여 제한, 농지관리기구 신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 투기이익 소급 환수,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보유세 인상... 모두 시급히 도입해야 할 조치이다.
그러나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지킨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농지전용으로 수 배 혹은 수십 배의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한 농지 투기를 막을 수 없다.
농지 투기의 근본 원인인 농지전용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지제도는 너무 쉽게 농지전용을 허용하고 있다.
농지법 28조 1항은 '시·도지사는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하여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한다'고 돼 있는데 이 조항이 유명무실하다.

우선 농지 가운데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면적이 너무 작고 그나마 지켜지지 않는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2004년 92만 2000ha(전체 농지의 50.2%)에서 2019년에 77만 6000㏊(전체 농지의 49.1%)로 감소했다.
전체 농지의 절반 이상이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인 셈인데, 이 땅들은 쉽게 전용돼 투기 대상이 된다.
심지어 농업진흥지역 내의 농지조차 매년 전체 농지전용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2000∼3000ha가 전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수도권과 대도시 인근의 농지는 모두 잠재적 투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업진흥지역 농지전용의 70% 이상이 공용·공공용·공익시설이란 사실에서 보듯이 국가가 농지 전용에 앞장서고 있다.






 

▲  농지를 잠식하는 태양광 아래 잡초만 무성하다.
ⓒ 한국일보 제공
 
최근에는 국가의 재생에너지 계획에 의한 태양광 사업으로 농지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 시설을 위한 전용면적은 2016~2018년 3년간 5618.8ha로 여의도 면적의 19.4배에 달한다(태양광 산지 훼손 면적은 4407ha). 국가가 농지 수탈과 땅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와 농업 조건이 비슷한 일본은 우리나라의 농업진흥지역에 해당하는 농용지 면적이 농지의 89.6%를 차지한다.
이 농지에 대해서는 전용을 금지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면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대폭 확대에 대한 농지소유자의 반발이 두려우면,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를 등급화해 전용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불필요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산업용지나 주택용지는 농지 수탈이 아니라 기존 용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부이자 경제학자였던 아더 영(Arthur Young)은 <여행기(Travels)>(1792년)에서 '소유는 모래를 황금으로 만든다'고 했다.
농지는 농민이 소유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된다.

소유에 비할 바 아니지만, 장기간 안심해서 농사 지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차선이다.
젊은이가 귀농하려 해도 농지를 구할 수 없다. 전국의 농지에 대해 필지별로 소유와 이용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여기에는 단순히 소유자와 이용자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농지에 어떤 작물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농식품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기존 60%에서 55.4%로 낮추면서 필요한 재배면적에 대해서는 "따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질책을 당했다.
농지의 필지별 전수조사를 통해 제2의 농지개혁에 준하는 근본적 대책 없이는 농업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 이 글은 <한국농정>에도 실렸습니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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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tod@seoul.co.kr·





LH직원이 매입한 광명시 옥길지구 내 토지에 빼곡히 심어져있는 용버들 모습. 한동안
관리를 안한 듯 사람 키 높이 만큼 자라나 있다. [사진 = 조성신 기자]










가성비 최고" 투기꾼들이 도로를 산 이유는?


[기획]용인 플랫폼시티 부동산 투기 천태만상③
도로, 용인플랫폼시티 전체 토지 거래의 20% 차지
1368㎡ 도로 지분 쪼개기로 26명이 동시매입하기도
토지, 매입가 저렴하고 보상에 유리…대토보상 노린 듯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CBS노컷뉴스는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인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사업'에 손을 뻗친 부동산 투기 세력들을 추적했다.
다양한 부동산 투기수법과 유형을 찾아내 부동산 투기 관련 수사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구상도. 용인시청 제공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도로 부지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도로 부지는 이용 가치가 없어 기피하는 부동산이지만, 이들이 주목한 점은 토지의 활용도가 아닌 '대토보상'이었다.
개발 예정 지역 내 토지를 일정 면적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개발된 토지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필지 중 1필지는 도로…수상한 거래도 포착


A씨 등 3명이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도로 용지. 이준석 기자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용인플랫폼시티 개발부지 내 한 개인소유 도로.
이 곳은 타운하우스 80개동이 몰려 있는 주택가와 인근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로, 지난 2017년 타운하우스 개발과
함께 조성됐다.

이미 포장이 마무리 된데다가 주변에 새로 들어오는 시설도 없어 확장 필요성이나 이용 가치가 없는 토지다.

하지만 경기 광주시, 경남 창원시에 사는 A씨 등 3명은 '플랫폼 시티 사업 계획' 발표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이 곳을 포함해 인근 도로 10필지를 사들였다.
면적은 많게는 1천㎡에서 17㎡ 규모의 소규모 도로도 있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B씨 등 26명도 비슷한 시기에 인근 1368㎡, 1049㎡ 규모의 도로 2필지를 지분 쪼개기 형식으로 매입했다.

CBS 노컷뉴스가 경기도와 용인시 등이 추진한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사업(이하 플랫폼시티 사업)'과 관련한 개발 부지 내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거래된 토지는 모두 140여필지로, 이중 23필지는 도로였다.
5필지 중 1필지는 도로인 셈이다.


거래된 도로는 국도·지방도·시도와 달리 일반인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개인용지다.
면적은 전체 13만 1828㎡의 2.92% 수준인 3852㎡으로 조사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12년쯤부터 보정동 일대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있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다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다 용인시가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너도나도 달려들어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할당량 채우기 위해 값싼 도로 매입…목적은 '대토보상'

그렇다면 이들은 왜 활용도가 떨어지는 도로를 매입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투기꾼들의 목적이 부지 개발이 아닌 '대토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토보상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가 현금 대신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로 플랫폼시티 사업의 경우 20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가 대상이 된다.

보상 기준인 200㎡를 채우기 위해 다른 토지보다 값싼 도로 부지가 투기꾼들의 먹이감이 된 것이다.
실제 이들이 매입한 도로 23필지 중 절반 가량이 공시지가와 비슷한 수준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공지시가의 80%에 거래된 도로도 있었다.

보상을 노린 도로 매입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상임고문의 배우자인 김모씨는 이 상임고문이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9년 8월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434번지 등 도로 3개 필지(204㎡)를 7억원에 일괄 구매했다.
총 보유 면적이 90㎡가 넘으면 조합원의 분양신청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을 노렸다.

이 상임고문은 "경기도에서 사는 것이 불편해 재개발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도로 부지를 매입한 것은 맞다"면서 목적이 보상이었음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 이후에 도로가 확장되고 다른 용도로 변경돼 가치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매입 시점이 개발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전이라고 한다면 불법적인 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용인시 관계자는 "현재 경기기주택도시공사 등과 자세한 보상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대토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구매한 이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게 구청과 토지 매입 날짜, 거래량 등을 조사해 우선순위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준석 기자 

 

 

 

 

 

 

2005년 전국철거민협의회가 토론회를 열어 경기도 성남시 판교 개발이익의 사회화 방안과
판교 주민의 거주권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의 이익은 언제부터 투기꾼에게?


시선 ① 공공택지 개발에서 이익은 LH와 건설사, 시민 사이 어떻게 배분되었나

우리는 우리 시대의 긴급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회의 균형은 건물의 문제로 귀착된다. 우리는 이러한 정당한 양자택일로 결론을 맺는다.
건축이냐 또는 혁명이냐. -르코르뷔지에 ‘대량생산주택’공공성. 풀이하기 나름인 단어를 ‘당대의 긴급한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시민 전체의 이익을 늘리는 일’ 정도로 적어두고. 수도권 공공택지1 약 567㎢(1991~2019년 공급 실적 합계)를 떠올린다.

아파트가 들어찬(찰) 넓은 땅 앞에 공공성을 떠올리는 일은 역시 낯설다.
내 개인적 이익을 셈한 뒤, 욕망하거나 원망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당연한 일 같지만, 땅과 그 땅을 다진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명적인’ 기원(상자기사 참조)을 떠올리면 또 이상한 일이다.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 수를 채우는 데 만족했던 개발연대 택지개발의 공공성은, 아파트가 지닌 본래 의미(도시 서민의 주거 공간)가 자산으로서 의미로 완전히 바뀐 2000년대 이후, 새로 정의해야 했다. “주택 보급률 수준을 볼 때 절대적인 공급량 문제를 벗어났다. 2000년대 택지개발의 핵심은 개발이익이 공기업·건설사·시민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는가로 넘어갔다.
저렴한 집값 유도, 공공 자산 축적 같은 시민의 이익은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줄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땅이 △택지지구로 지정되고 △다져진 채 건설사에 팔리고 △건물을 이고 △뜨거운 부동산 시장에 새 자산으로 들어서는 각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이 난다.
실질 가치를 덜고 남는 이윤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는 그대로 한 사회의 모습이다.

LH와 건설사, 시민 사이 개발이익이 배분된 과정을 몇 번의 택지개발과 크고 작은 제도 변화로 되짚어본다.
공공성이 사적 이익에 자리를 내어준 과정이다.








2006년 택지 개발 중인 판교 신도시. 연합뉴스


2기 신도시에서 보는 데자뷔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도시 첫 분양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을 넘어섰다. 막 판교 개발 이야기가 나왔던 2001년만 해도 700만~800만원 분양가를 점쳤다. 아파트 가격을 매기는 기준은 택지 조성과 건축 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돌아섰다.
즉 공공택지에서조차 공공이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대신, 시장이 공공의 가격을 이끌었다.
분양가 자율화(1999년)로 아파트 분양가가 별다른 통제 없이 시장가격을 따를 길이 열렸다.

1990년대 초 분양한 1기 신도시만 해도 아파트를 짓는 원가에 연동해 분양 가격을 매겼다.
택지 조성원가에 정해진 건축비를 더한 뒤 적정한 이윤만 건설사나 LH에 보장하는 식이다.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반발, 건설시장 선진화라는 명분, 무엇보다 경제위기가 배경이다.
그 결과는?

‘고분양가 → 주변 집값 상승 → 이를 바탕으로 한 고분양가라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져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고 정부는 10년 뒤 스스로 평가한다.(2007년 2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분양가 합리화 왜 필요한가’)2기 신도시의 시작점, 판교 신도시를 건설할 때 긴급한 문제는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로 흐트러진 가격 규제를 되살리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공급 확대를 통한 서울 수요 분산이면 될 거라고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 이어졌다.
LH가 판교에서 토지를 강제 수용한 가격은 평당 93만원이다.

이 땅이 재산의 전부인 원주민은 내몰리며 절규하나, 발 빠른 외지 투자자는 별 손실 없이 이득을 본다.
무엇보다 판교 주변 땅값이 무섭게 들썩인다.
판교와 그 주변, 공직자 투기가 적발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국 곳곳으로 퍼진다.
한바탕 요란을 ‘판교 광풍’이라고 이름 붙인다. 정부는 그제야 부랴부랴 판교 분양을 중단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8·31 대책(2005년)에서 분양원가 연동제를 되살리고, 민간 건설사가 아닌 LH 주도의 공영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다만 이상했다.
정부가 말한 분양원가는 분양가 자율화 이전에 쓰던 그 표준 건축비가 아니다.

건설업체와 공청회를 한 뒤 새로운 건축비 체계를 만들어낸다.
“이전에 있던 표준 건축비는 주택공사 임대아파트 기준이라며 훨씬 비싼 새로운 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았다.
아파트의 기본 뼈대에 큰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없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을 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은 자료가 없어졌다고 한다.”(김성달 국장) 새로운 건축비를 바탕으로 매년 두 차례 지금도 원가 연동에 쓰는 건축비는 오르고 있다.무엇보다 기묘한 건 공영 개발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이 땅을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공공 자산을 지켜야 한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했다.
현실에선 그저 민간 건설사와 별다를 바 없이 LH가 분양하는 공영 개발이 이뤄졌다.

그나마 10년 동안 임대로 살고 나서 분양으로 전환하는 10년 분양 전환 주택을 도입하기는 했다.
다만 10년이 지난 뒤 이뤄진 분양 전환은, 다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10년 사이 판교 아파트 가격은 3배 넘게 올랐다.
감당할 수 없는 거주자는 쫓겨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런 방법으로 LH가 판교에서 땅과 아파트를 팔아 최소한 8조2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남길 것으로 추정한다.
공기업은 판교에서 그저, 수익성 좋은 ‘건설사’가 됐다.그나마 이런 소동을 겪으며 분양가상한제2가 불완전하게나마 부활했다.

분양원가가 일부 단지에서 공개됐다.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이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기도 했다. 공기업의 이윤은 줄었을 터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주변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비교 집단에 비해 7.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현지 등,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주변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은 집의 수요자, 즉 시민 전반의 이익이다.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방만 경영에 민간의 창의를 불어넣은 결과
2020년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첫 분양 분양가는 2290만원에 이른다.
그동안 대부분 신도시와 달리 택지를 조성하는 단계부터 LH가 독점하지 않았다.
민간 사업자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LH가 내려놓은 독점적 권한은 역시 시민의 이익으로 흐르지 않았다.

민간 건설사의 이익이 됐다.
민간과 함께 택지를 개발하기까지 공기업의 반성이 있었다.
공공성에 대한 반성은 아니다. 영리기업으로서 반성이다.
2013년 12월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다.

부채 줄이기가 모든 공기업의 지상 과제가 됐다.
공공기관의 과다한 자녀 교육비 지원, 느슨한 근무 행태, 고용 세습 같은 방만 경영을 전시하며 시민의 분노를 자극했다.
‘비정상’의 맨 앞자리에 놓인 LH가 부채를 줄인 실질적인 방법은 공공 자산을 민간에 파는 일이었다.
택지개발촉진법을 무력화하며 대규모 도시 개발을 소규모 개발로 축소했다.

여기에 더해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활용하는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판매목표관리제, ‘1조원 더 팔기’ 같은 정책을 내걸고 전사 비상판매 체제를 시작했다.
(2014년, ‘LH 부채감축계획’) 보유한 땅을 파는 데 온 힘을 다했다.

LH가 보유한 땅 약 2480만㎡(750만 평)가 2013~2016년 4년 동안 민간 건설사에 팔렸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 곧 도래할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이나 공공주택 보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었던 땅이다.과천을 개발하며 LH는 민간 건설사에 주변 땅값보다 싸게 땅을 넘겼다.

다만 LH도 손해 보지는 않았다.
이전에 조성원가3 수준으로 공급했던 60~84㎡ 중형 아파트 택지까지, 좀더 시장가격에 가까운 감정가로 공급하기로 했으니까.(2014년,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변경) 택지 가격을 높여 이익을 챙겼다.
이는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그 차액은 LH 몫이다.
이제 건설사 몫을 좀더 챙긴다.

2014년 폐지했던 분양가상한제가 2019년 부활했지만, 무늬만 남았다.
분양가상한제의 근거를 이루는 기본형 건축비4의 적절성도 의문, 여기 좀더 나은 자재를 썼다며 덧붙이는 가산비5는
고무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사 과정도 주먹구구다. “기본형 건축비 산정 과정에서 면적 누락과 단가 적용 오류… 건축비 가산비에 대한 인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양가 심사 매뉴얼이 공유 미흡….”(감사원,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운영실태’, 2020년)부풀려진 건축비는 분양가에 보태 그만큼 건설사의 이익이 된다.

택지 조성에 참여한 LH와 건설사가 이익을 가져가고, 오른 분양가는 시민이 지불한다.
공공이 아파트 가격 전반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한 사이, 부동산 가격 전반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8억원 넘는 아파트마저 로또가 돼버렸다. 청약 열풍이 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LH 부채비율은 2010년 461%에서 2019년 254.2%까지 줄었다.
애초 건전한 LH가 존재해야 했던 이유, 주택시장에서 시민 이익을 지킨다는 의미만은 한껏 줄어든 채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공성을 되찾는다면
2021년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진 LH 사태 앞에, 공기업·건설사·시민 이익 사이의 개발이익 배분을 논하는 일은, 어쩌면 어색하다. 개발이익을 둘러싼 다툼은 시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청약에 탈락한 A가, 로또 분양에 성공한 B의 자리를 욕망하고 또한 비판한다. 현상만 놓고 보면 영 틀린 얘기는 아니다.

개발이익 70% 정도가 주택 수분양자에게 주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수·신두영, ‘택지개발사업의 개발이익과 영향요인 분석연구’)그런데 정말 이렇게, 시민 서로가 서로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을까?

1999년 원가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기준이 시장 자율화 앞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2004년 판교 개발이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주택 같은 주거 공공성 확대로 이어졌다면.
2020년 과천에서 공기업이 건설사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가격 폭등에 얹혀 돈을 버는 대신 본연의 역할에 집중했다면.
그럼에도 주택의 자산화와 가격 상승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끼어 있으니까.
하지만 집이라서, 집이니까 지녀야 할 공공성을 지켜내려는 LH의 안간힘을 대개 시민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했을 터다.

현대식 아파트의 기원으로 치는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지은 르코르뷔지에가 여러 글에서 던진 양자택일, 건축이냐 또는 혁명이냐. 건축가는 어떤 글에서는 한 문장을 덧붙인다. 혁명은 피할 수 있다.
‘시장 논리 앞에 공기업이 버리고 줄여온 공공성, 시민 이익을 되찾는다면’ 정도의 단서를 2021년 한국 땅에 관해서라면,
구태여 덧댈 수 있겠다.
3억1천 평의 나눔1981~2020년 공공택지 개발사1978년, 서울 땅값은 한 해 전보다 135.7% 올랐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55.9%, 몰려드는 인구 탓에 20년 전(61.8%)보다 집이 부족하다(1980년). 택지 공급이라 할 만한 건 주로 땅을 정리하고 용도를 변경하는 토지구획정리다. 땅주인의 소유권(사적 이익)은 거의 그대로 인정한다.

정리한 땅으로 되돌려준다(환지 방식). 대개 개인들이 알아서 그 땅에 주택을 짓길 바란다.
주택 건설은 더디다.
땅값만 오른다. 집 지을 땅은 점점 찾기 어렵다. 한계에 이르렀다.이듬해 토지금고는 한국토지공사(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합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개편, 이하 LH로 통칭)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뒤이어 택지개발촉진법(1981년 시행)으로 LH는 엄청난 권한을 쥔다. 독점적으로 대규모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다.
땅의 용도도 마음껏 변경할 수 있다. LH는 이미 싼 가격으로 남아 있는 전국 땅 약 1억 평(330㎢) 정도도 추려놓은 터다.
“혁명적인”(택지개발촉진법을 주도한 오관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이 했다는 말) 전환이다.

민간과 개별 땅주인에게 의존하던 소규모 주택 공급을 공공이 직접 나서는 대규모 개발로 뒤집었다.
(유기현·서순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본 택지개발 제도변화 분석’ 참조) 그 땅에는 많은 인구를 소화하되, 어느 정도 주거 질을 보장하는 아파트를 짓기로 한다. 그 가운데는 물론 LH가 섰다.

이제는 마땅한 풍경인 양 즐비한 ‘아파트숲’의 시작은 그러므로, 당대 나름의 ‘공공성’이다.
물량과 속도 중심의 주택 정책, LH로의 택지 권력 집중, 원주민 내몰림 같은 적잖은 문제도 낳았다.
다만 그 시절 긴급한 문제라 할 만한 절대적인 주택 부족을 얼마간 해소했다.
그렇게 40년이 흐르는 동안, 두 번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에 이어 세 번째 신도시 계획이 진행된다.

모두 합쳐 약 222㎢(약 6715만 평, ‘2020년도 주택업무편람’) 규모다.
그사이에도 쉼 없이 공공택지 개발은 이어졌다.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에 공급된 공공택지를 모두 더해보면 약 1028㎢(약 3억1천 평)에 이른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압수수색 중인 북시흥농협 본점. 2021.3.17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文정부 집값 폭등이 투기꾼·기획부동산 때문일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대통령, ‘전셋값 인상 논란’ 김상조 속전속결 교체
'부동산 부패청산' 마스크 착용하고 강경 대응 지시
박주민도 논란…김태년 "토건 투기세력 부활 안돼"
그간 문제 없던 거래까지 '적폐' 지목에 '자승자박'
규제 정책에 집값 올랐지만 여전히 '투기근절' 강조
LH사태, 집값 무관...스스로도 못 지킬 '관치'가 관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번진 정치인·공직자들의 부동산 논란이 결국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퇴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민심이 차갑게 식는 분위기를 감안해 논란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적폐청산’이 또 다시 일부 투기 관련자에게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H 직원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문제는 국민 분노의 도화선이 된 집값 급등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년 간 부동산 시장이 유례 없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LH 사태는 여론을 흔들 이슈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만 받으면 되는 별도의 문제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본질은 인간의 기본 욕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서 크게 괴리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관치 중심 부동산 철학과 4년 내내 이어진 집값 상승만 아니었다면 공직자·정치인들의 다주택 소유나 전셋값 인상, 땅 매매 등은 도덕적·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안 됐을 일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다주택자, 건설사, 기획부동산, 부동산 투자업계 큰 손, 부동산중개업자, 강남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이전 정부에서도 늘 존재해 왔다. 이들에게 불법·탈법 행위가 있다면 정당한 법적 처분을 내리는 게 마땅하나, 이와 무관하게 이들이 조직적인 담합이나 각개전투 방식으로 전국의 부동산 가격 전체를 좌지우지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LH 관련 의혹이 제기된 3기 신도시 계획도 이미 부동산 폭등 정국이 이어진 상황에서 현 정부가 ‘고육지책’ 식으로 내놓은 공급 대책이었을 뿐이다.
정부의 ‘투기 근절’ 기조가 부동산 문제 근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자칫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투기꾼들’이 선의로 무장한 정부에 맞서 시장을 교란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이들의 지지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정부가 이번 LH 사태를 계기로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대책을 내놓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文, ‘전셋값 인상 논란’ 김상조 전격 경질

LH 사태로 국정 지지율이 수직 하락하는 상황에서 올해 첫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청와대는 협의회 바로 전날 최악의 악재를 맞았다.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김상조 전 실장 자신이 전셋값 인상에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관보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 중인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에 전세를 주고, 서울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145.16㎡)에 전세로 살고 있다.

김 실장은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와 관련해 지난해 7월29일 현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5,000만원보다 14.1% 올린 9억7,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때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고작
이틀 전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지난달 28일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청담동 전셋값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올린 전셋값 규모가 자신이 거주하는 전셋값 인상 금액보다 7,000만 원이나 많았던 데다 그가 보유한 예금도 13억 9,081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김 전 실장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취재진에게 “전날 밤 김 실장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고 아침에 대통령께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김 전 실장이) 부동산과 관련된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그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실장 경질과 동시에 이호승 전 경제수석비서관을 곧바로 후임으로 임명했다.
김 전 실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장하성 초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 과천 아파트 단지 앞 전철 노선 신설로 조롱을 받았던 김수현 전 실장에 이어 김상조 전 실장까지 현 정부의 모든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문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들 중 누구도 범법 행위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죄 아닌 죄라면 부동산 폭등을 전혀 잠재우지 못한 점과 국민들에게 그토록 문제라고 강조하던 부동산 이익을 스스로 얻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주도한 적폐의 늪에 ‘자승자박’ 식으로 빠진 게 죄가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부패청산’ 마스크 쓴 文…공직자 재산등록·전국민 규제는 논란

29일 김 전 실장이 전격 교체된 상황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예상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까지 쓰고 입장해 부동산 적폐 청산 의지를 무언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손대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기 관련 수사·조사를 거론하면서는 “하다 보면 조사와 수사 대상이 넓어질 수도 있다.

멈추지 말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 주기 바란다”며 “드러난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 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부는 투기 근절을 위해 1년 미만의 토지 거래에 대한 양도세율을 기존 50%에서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가계 비주택담보대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100일간 부동산투기집중신고기간을 설정해 신고 포상금을 최대 10억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도 경찰 홀로 주도하는 방식에서 검사·수사관 인력을 500명 이상 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울러 부동산 상설 감시 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이른 시일 내에 출범시키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비공개·내부 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한 투기 행위 △가장 매매, 허위 호가 등 시세 조작 행위 △허위 계약 신고 등 불법 중개, 교란 행위 △불법 전매, 부당 청약 행위 등 4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 국민을 향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추가 규제가 시장 거래를 더 옥죌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공직 사회의 반발을 샀다.
재산 등록 대상이 약 150만 명이 넘는데 투기와 무관한 공무원들까지 피해를 입는 조치라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더하면 그 수가 약 6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일부 공무원 노조들은 이 조치를 취소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박주민까지 논란…김태년 “토건 투기세력 부활 안돼”

이 와중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전셋값 논란에 빠지며 여권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 의원이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했던 서울 신당동 아파트 계약 조건을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으로 상향했다는 논란이었다. 보증금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그가 아파트 임대료를 9% 올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신규 계약이기에 전월세 전환율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이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전월세 상한 5%법을 대표 발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부동산 민심 악화로 4·7 재보선 판세가 기울자 여당은 다급하게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청년과 서민은 저축으로 내 집을 가지려는 꿈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며 “그런 터에 몹쓸 일부 공직자는 주택 공급의 새로운 무대를 투기의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청년 월세 지원, 1인 가구용 소형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정책과 주거 복지를 전담하는 주택부 신설 등을 제안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일 다소 오묘한 사과문을 내놓았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1주일, 한 달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부동산을 다시 투기판으로 만드는 투기사회, 부자와 가난으로 지역과 계층이 구분되는 차별사회, 철거민의 생존 몸부림이 폭력으로 규정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야만사회, 불법사찰의 유령이 배회하는 통제사회였던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값 폭등과 투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집값을 올리려는 토건 투기세력을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며 “지난 4년간 요동치던 집값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고도 말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조기숙 “내로남불 위선”…‘투기 세력’이 근본 원인인지 의문

최근 부동산 민심의 폭발은 단순히 LH 사태,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장 참여 자유를 막는 잇딴 정부 규제, 끝을 모르는 주택 시장 폭등 등으로 지난 4년간 쌓인 국민들의 불만이 LH 사태를 계기로 몽땅 쏟아져 나왔다고 보는 게 맞는다는 말이다.


다만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갈린다. 전통적 정부·여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투기 세력을 막는 것을 우선적 해법으로 보고 현 정부가 투기꾼들을 완전히 근절하지 못한 걸 실패로 진단한다.
정책 방향 자체는 분명 옳았으나 약했던 규제 강도, 보수 정권과 글로벌 시장에서 유포된 유동성, 일부 정치인·공직자들의 솔선수범하지 않는 자세 등이 문제였다는 진단이다.

정부 역시 아직까지 ‘투기꾼들이 부동산 교란의 주범’이라는 믿음 안에서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반면 나머지 상당수 국민들은 투기의 문제는 최근 몇 년 간 집값 폭등과 전혀 상관이 없거나 매우 지엽적인 문제로 본다.

이전 정부 때도 내내 존재했던 다주택자나 땅 소유자들을 투기꾼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호할뿐더러 기획부동산 등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 선의의 정책들을 4년 내내 이길 정도로 음지에서 엄청나게 세력화된 ‘투기 세력’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다.


이들은 대신 25번에 걸친 관치와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 실패에 주목한다. 정책을 악용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별도로 파생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지정, LH 직원들의 일탈 적발 전에도 이미 집값은 쉬지 않고 급등세에 있었다.

정부와 그 핵심 지지자들이 말하는 ‘투기꾼’ ‘적폐’란 실상 ‘집값이 최소한 물가를 따라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반’ 국민들의 심리’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무능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하는 건 내로남불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적절한 욕구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정책으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망가뜨렸다”며 “현 정부는 무주택자들의 갭 투자를 투기라며 대출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는 폭등하는 집값을 보며 손 놓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해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라며 “전세계적 유동성 풀리고 자산 가격과 실물 경제 사이에 괴리되면서 나타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viewer/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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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3대 불법(땅 투기, 주거이전비 떼먹기, 공사비리) 근절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LH 투기꾼’ 키운 것은 ‘비밀주의’ 공공개발!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토지 투기 혐의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넘어 정부와 각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청와대 경호실 과장, 지방자치단체장, 차관급 공직자, 지방의회 의원들이 행정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3월 23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직원, 공무원 등의 땅 투기 연루 사건이 다수 접수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선출직을 포함한 다수의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이 자신의 배를 불리려고 미발표 정보를 악용했으니 가히 ‘공공의 공공을 위한 투기’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공직자 재산등록을 할 때 관료 출신 정치인들의 재산이 많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의심이 드는 사람이 비단 필자뿐일까.

   현 정부는 4년 내내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의심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원천봉쇄해놓고 천문학적 세금을 들여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의 돈벌이 수단만 만들어준 셈이다.

정부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투기꾼은 잡지도 못한 채 일반 국민을 범죄자 취급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정부의 실패’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진보 진영은 지금까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시장은 탐욕으로 가득 차서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니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3기 신도시 토지 투기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건은 정부가 진짜 개입해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정권 출범 이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노래 불렀던 현 정부에 이보다 당혹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 또한 정의가 사라진’으로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국정의 최대 목표로 내세웠던 당사자들이 부동산 투기로 인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과연 LH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겠는가.

   
   
   LH 토지 투기의 본질
   
   정세균 총리는 “LH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성역 없는 수사와 투기 의심 토지의 강제처분 등 행정조치를 시행하고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여 강력한 통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와 정부의 발표 내용대로 후속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공공 부문의 토지 투기는 근절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이 사태의 본질은 LH 직원과 공무원의 일탈에 있지 않다.

사태의 본질은 국가나 공공이 공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땅 주인들과 사전협의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시행하는 ‘비밀주의’에 있다. 비밀주의는 어떤 의미인가.
비밀주의는 정부, 공기업 등이 개발 정보의 누설을 막겠다는 이유로 쉬쉬하며 국가나 지자체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비밀주의를 왜 고집할까.
정부는 일반에 개발 정보가 누설되면 부동산 투기가 발생함으로써 지가 상승과 사업비 증가를 초래할 것이므로 비밀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 정부의 주장이 정말로 맞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1962년에 공적 목적 사업을 위해 민간 토지를 강제 매수할 수 있는 법령을 제정했다.
이른바 ‘토지수용법’이다. 정부는 그 후 지금까지 도로, 철도,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확보해야 할 때마다 비밀주의를 적용하여 토지 주인들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토지를 강제 수용했다.

결국 LH 사태로 불리는 공공의 토지 투기는 정부가 매수할 민간 토지를 비공개로 비밀리에 확정하는 업무 행태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실패’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같은 시스템 오류를 고치지 않고 LH 사태의 원인을 LH 직원과 공무원 등 일부 인사들의 개인 비리로 몰아간다면 토지 투기 문제는 언제고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익사업 토지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싶은 유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서다.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과 국민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상존하는데 어떻게 공공의 비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신도시, 도로, 철도 등 공적 성격을 가진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 정보 취득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악용해 사익을 편취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깨트릴 수 있을까?

방법은 공공이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물색하는 단계에서 토지 주인들에게 개발 계획을 공지하고 지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당 정치인들이 바람직한 주택 정책의 모델로 자주 인용하는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다.

김해룡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현행 토지 수용 절차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읽으면 한국 토지 수용 절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토지수용제도에서 배워라

   




독일은 토지 수용 절차를 규정한 ‘연방건설법전’ 제87조 등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인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개인은 수용이 필요한 토지가 있는 지자체에 토지 수용을 신청할 수 있다.
토지 수용 신청서를 접수한 지자체는 토지 수용 업무를 담당하는 주(州)관구 행정청(Beizirkregierung) 또는 군(Kreis)에 토지 수용 신청서를 전달한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절차상 큰 차이가 없다. 차이점은 지금부터 나타난다.
독일에서 토지 수용 업무를 담당하는 관청은 사업 시행자와 수용 대상 토지의 소유자, 임차인, 저당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가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토지의 수용 여부, 수용 대상 토지의 범위 및 수용 가격은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

   
   독일은 한국과는 달리 민간 토지를 공공이 매수할 때 모든 사안을 공개적으로 협의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독일은 토지 수용 결정 과정에서 해당 사업이 공공 차원에서 필요한 이유와 지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칙이 준수되었는지 등을 심사하고 토지를 수용당하는 지주들이 받을 보상액을 바로 이 회의에서 결정한다.
한국 정부가 강제 수용할 토지와 보상 가격을 사전에 정해놓고 지주에게 사후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독일 정부가 땅 주인들과 토지 매수 이전 단계에서 사전협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매우 인상적이다.

     필자는 1990년대 초반 한국도로공사에서 토지 매수 및 보상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필자가 맡은 업무는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에 편입되는 토지의 보상 및 매수였는데 그 당시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민간 토지를 매수하기 전에 지주들과 사전협의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하고 있듯이 공익 목적으로 민간의 토지를 수용해야 할 때 모든 사안을 공개하고 협상을 벌인다면 비밀주의가 필요 없다. 이 경우 관련 공무원들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축재할 방법은 있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기 방지를 명분 삼아 지금도 군사작전을 시행하듯 지도 위에 수용할 토지를 선으로 쫘악 그은 뒤 지주들과 한마디 사전협의도 하지 않은 채 토지를 강제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독일 정부가 예외적으로 지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토지를 강제 매수하는 경우는 있다.
연방철도법, 연방수로법, 연방도로법 등과 같이 거대 시설물을 건설하기 위한 연방정부 산하 행정청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중앙정부는 지주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관련 절차에 참가해 정부, 지자체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지주들이 정부의 토지 매수와 관련된 공청회에 참석해 토지 수용을 거부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정부는 토지 주인들과 사전협의와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국토교통부 산하 조직인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공익사업에 징발되는 토지의 강제 수용 필요성을 따지는 절차는 갖춰져 있다. 문제는 지주들이 이 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위원장인 탓에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입안해서 올린 계획을 통과시키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독일 사례를 기준으로 정부의 토지 수용 행태를 평가한다면 우리 정부가 공익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하는 절차와 그 과정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저개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민간 토지를 매수하는 절차와 프로세스가 UN으로부터 민간 토지를 약탈한다고 비난받는 제3세계 국가들의 그것보다 크게 낫지 않다는 얘기다.









15일 오후 3기 신도시 왕숙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도로변 곳곳에
토지보상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사진 - 류태민 기자)




   
   
   우리나라 토지 수용 절차의 문제
   
   정부의 토지 수용 과정이 제3세계 국가들의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의한 토지수용 절차는 1.공익사업 계획 결정 2.토지와 물건의 조사서 작성 3.보상계획의 공고 4.보상액 산정 5.협의 단계 등으로 이어진다.
절차의 순서를 보면 땅 주인들과의 ‘협의’는 정부가 보상액을 산정한 다음에 진행된다.

협의 단계 다음에는 지주와의 ‘협의매수’가 있는데 이 단계에서 토지소유자는 공공과의 토지 협의매수 과정에서 절대 약자다. 지주가 이때 할 수 있는 것은 토지 보상액의 증액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만약 지주와의 협의매수가 불발되면 수용 절차는 자동으로 다음 단계인 ‘사업인정’으로 넘어간다.

사업인정이란 토지 등을 수용하는 사업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업인정의 고시는 수용할 토지 등의 범위를 정하고 수용할 토지 등에 관해 현재 및 장래의 권리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공법상 물권으로서의 효력을 발생시킨다.
한마디로 말해 국가가 강제적으로 토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사업인정의 다음 단계는 ‘수용재결’이다. 수용재결은 협의가 불가능할 때 사업시행자의 토지수용보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토지 수용 개시를 결정해 토지소유권 등을 시행자에게 넘기고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즉 정부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사업으로 결정하는 ‘사업인정’이 고시되면 국가는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정부가 공공에 필요한 토지로 좌표를 찍으면 국민은 무조건 토지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토지보상법 외에도 민간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개별 법률이 110개나 된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 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원조성사업 등 사유재산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공익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법률이 많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주간조선 2569호 ‘미분양 산업단지를 어쩌나’(2019년 8월 5일 자)에서 전국적으로 미분양 상태인 산업단지의 총면적이 3억8208만6482㎡라고 고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업단지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내내 국민 세금을 써가며 민간 토지를 강제 매수해서 조성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민간의 토지를 매수해 산업단지를 조성해놓고서 지금은 빈 땅으로 놀리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들이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가며 세금을 낭비한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행정이 얼마나 강압적으로 그리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개발독재 시대 악법 여전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는 110여개의 개별 법률에는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있다.
바로 개별 법률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계획에 대해 행정관청이 인허가 또는 승인을 할 경우 토지보상법상의 사업인정을 ‘의제(擬制)처리’하는 규정이다.

여기서 의제처리는 ‘본질은 같지 않지만 법률에서 다룰 때는 동일한 것으로 처리해 동일한 효과를 주므로 공용수용의 필요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생략한다’는 의미다.

즉 정부는 ‘태권도 진흥 및 공원 조성법’과 같은 공익성이 약한 개발 사업에서마저 의제처리를 허용함으로써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196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 만들어진 국민기본권을 해치는 나쁜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아프리카 국가들이 개발을 빌미로 국민의 토지를 수탈하는 것과 한국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김해룡 한국외국어대 교수(전 한국공법학회장)는 우리나라의 토지 수용에 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별 법령에 방만하게 도입되어 있는 사업인정 의제 조항을 대폭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행정의 신속성과 능률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조항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독일이 계획 확정절차에서 적용하는 숙의(熟議)절차 조항을 도입하는 행정절차법의 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주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하라는 주문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대열에 올랐다. K팝, 영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공익 목적으로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독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관료와 정치인들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축재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관료와 정치인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심부름하라고 공무원으로 뽑아줬더니 작당해서 부정축재를 하는 것이 작금의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비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부동산 적폐 청산을 남은 임기의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에도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들 몇몇을 본보기 삼아 벌주고 공무원들의 비리 행위를 상설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선에서 끝내려고 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독일 정부가 하고 있듯이 모든 사안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려고는 하지 않을 듯싶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정부이건 개인이건 간에 권력의 집중”이고 “모든 정부는 자신들이 쥐고 있는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탁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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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이충우 기자]


투기꾼 잡겠다고 또 세금인상…애꿎은 국민마저 양도세 늘어

 

기재부,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
단기보유 토지에 양도세 폭탄
급전 위해 팔아도 투기꾼 취급
투기의도 없어도 징벌적 과세

농지취득자격 심사 대폭 강화
주말농장 매입도 힘들어질 듯


당정청이 일부 공무원 등 투기꾼들의 땅 투기를 막는다는 이유로 양도세율을 인상하면서 결국 모든 국민이 땅 투기 방지 대책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아파트값 상승 현상을 일부 투기 세력 탓으로 규정하며 관련 세금을 올렸다.
이번에도 일부의 일탈을 잡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양도세 폭탄을 안긴 셈이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한 투기 방지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 1월 1일부터 주택·입주권과 동일하게 20%포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세법에 따르면 토지 양도세는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과세표준의 50%, 1년 이상~2년 미만은 40%, 미등기 토지는 70%를 매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해서는 70%, 2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해서는 60% 중과세율을 각각 적용
하기로 했다.
미등기 토지에 대해서는 현행 세율인 70%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개인 및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고,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는 사업용 토지 범위도 축소한다.
현재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는 기본 세율(6~45%)에 1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적용하는데, 이를 20%포인트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적용을 배제하고 주말농장용 농지는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보유한 토지의 경우 사업용 토지로 간주하는 비사업용 토지 범위를 `사업 인정 고시일로부터 2년 이전`에서 `5년 이전`으로 요건을 강화한다. 현재는 사업 인정 고시일로부터 2년 이전에 취득했을 때 사업용으로 간주해 중과에서 배제됐지만 이 요건을 5년으로 강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법령 시행 이후 신규로 취득한 토지 중 양도 시점 기준으로 비사업용 토지일 경우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양도세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정부는 택지 개발 등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 양도 시(비사업용 토지)에는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공익사업에는 3기 신도시 등 택지 개발 사업과 토지 구획 정리 사업, 농지 개량 사업 등이 해당된다.
이날 정부는 농지 관리 개선 방안도 내놨다. LH 직원들이 농협 조합원으로 등록해 가짜 농부 행세를 하며 대출 이자 등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가짜 농부를 막기 위해 농지 취득 자격 심사 시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 사항에 직업, 영농 경력 등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 서류 제출도 의무화한다. 이를 거짓·부정으로 기재하면 과태료 500만원을 물게 된다.

주말·체험영농 용도 농지 취득 심사 시엔 영농거리 등을 포함하는 체험영농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또 기존 지자체 담당자 단독 심사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 농업인·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농지 취득 자격을 심의하도록 한다. 가계의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전 금융권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신설해 투기성 자금의 토지 유입을 차단하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부동산 업무와 관련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신규 취득 제한제를 도입하는 한편 투기 적발을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에 속도를 내고, 분석원 출범 전까지 교란행위 감시를 위해 20~30명 규모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우선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시적으로 부동산 투기 제보를 받으면서 `100일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전경운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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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신전대협 전국대학생합동조사단은 17일 경남 진주 한국토지
주택공사 정문 앞에서 LH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와 관련해 거리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2021.03.17.jkg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