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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文대통령 매우 잘못한다', 朴 탄핵 직전 보다 높다..與, 예고된 참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21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본인확인을 마치고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진 출처 = YTN








이소영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
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대통령 매우 잘못한다', 朴 탄핵 직전 보다 높다..與, 예고된 참패

서울·부산 보궐선거, 與 일방적 참패
文정권 불만 쌓인 국민들, 이미 뭉쳐 있었다
'콘크리트' 지지층, 文이 朴보다 두텁지만

열혈 반대층도 더 많아…스윙보터가 반대파로
'갈라치기 정치' 때문…트럼프, 역대 최다표 얻고 패해



더불어민주당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성폭력 때문에 치러진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때 만든 당헌까지 바꿨지만,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올 초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보궐선거를 한 달쯤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재보선 정국을 흔들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재난위로금 10만원' '청년에게 데이터 5GB 지급' 등을 내걸었지만 속절없이 패배했다.


하지만 LH 사태는 방아쇠를 당긴 것에 불과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집권 5년차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절반 가까이가 문재인 정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록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40% 수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보다 더 튼튼한 '콘크리트 지지층'에 기댄 수치다.
열혈 지지층에 가려진 민심 이반을 못 읽은 셈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文대통령 지지율 높지만, 반대자들도 결집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40% 안팎을 기록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기준으로 3월 15일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 후반을 기록했다.
그 후 3주간 동안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4%를 유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5년 1월 말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졌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데 따른 '연말정산 파동' 때문이었다.
이 일로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이라며 사과도 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174석의 거대 여당과 함께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숫자를 뜯어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는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 뿐만 아니라 '잘못한다'는 응답도 집계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 유지됐지만,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최근 60%를 웃돈다.







그래픽=김란희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은 위기 수준이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 때 박 전 대통령이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은 41.1%였다.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고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2016년 4월 '매우 잘못한다' 응답은 44.6%까지 올라갔다. 이후 30%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매우 잘못한다'가 50% 위로 치솟았다.


문 대통령의 경우 2019년 10월 '조국 사태' 때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이 45%를 기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충돌하고,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거부권을 뺏는 공수처법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지난해 12월 이 수치는 40%를 돌파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조사에선 '매우 잘못한다'가 48.1%까지 상승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가 터지고,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의 '내로남불' 임대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래픽=김란희

 

 

◇'매우 잘한다' '매우 잘못한다' 높아…중도층 줄어

문 대통령은 '매우 잘한다'는 응답도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도 '매우 잘한다'가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전히 2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도층이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6년 10월 3주차 '잘하는 편'(20.8%)과 '잘못하는 편'(24.0%)의 합계가 44.8%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는 편'(16.9%)이라는 응답과 '잘못하는 편'(14.0%)라는 응답 합계는 30.9%다. 중도층이 줄어든 대신, 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와 열혈 반대자가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김란희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스윙보터' 중도층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선거였다.
중도층이 축소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 열혈 반대자가 절반에 가까워지자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었고, 여당 후보가 큰 폭의 격차로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도층이 줄어들면서 문 대통령 열혈 반대자들이 늘어난 것은 보궐선거 패배로 나타난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잘못을 만회하고 민심을 되돌리려 하더라도,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은 지지자로 되돌아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2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앨러모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등지고 서서 연설을 한 후 손가락으로 청중을 가리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이 줄고 문 대통령 반대자가 절반에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갈라치기 정치의 영향"
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불이익과 소외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열혈 반대자가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한국 정치에 대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갈라치기 정치를 하자 중도층 없이 국민들이 양 극단으로 나뉘었다"면서 "갈라치기 정치를 하면 지지층만 똘똘 뭉치는 게 아니라 반대자들도 뭉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를 얻고도 '안티 트럼프' 위력에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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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당선·가운데)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앞에서 선거유세를 마친 후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
위원(왼쪽), 송주범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과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은 뒤 이동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민 "내가 민주당에 등 돌린 이유


여권 위선 꼴보기 싫어..'박원순' 2차 가해 실망"
"일해서 '내 집 마련' 꿈 사라져 좌절감만 남았다"

 



서울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완패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25개 구에서 승리했던 것과
정반대다.

강남 등 8곳을 제외한 41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던 1년 전 21대 총선과 비교해도 상상하기 힘든 결과다.
민주당에 참패를 안겨준 민심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11일 전화인터뷰로 2017년 이후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번 선거에서 등을 돌린 서울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20·30대 “배신당한 느낌”

2030세대에선 정부·여당의 ‘위선을 심판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때 자신이 ‘대깨문’(강성 문 대통령 지지자)이었다는 대학원생 이모씨(29)는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깨끗한 척’하는 게 꼴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27)도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 편이니까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마저 ‘적폐’라고 몰아세웠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민주당이 비난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젠더 감수성의 부재’도 2030세대에게 주요 비판 지점이었다.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씨(33)는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피해자를 방치해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6)도 “박영선 후보가 여성이라고 해서 더 나은 여성 정책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여성 후보라는 점을 선거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 무주택자 “내 집 마련의 좌절감”, 유주택자 “재건축 희망”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무주택자인 공무원 박모씨(31)는 “아파트값이 6억~7억원이던 몇년 전만 해도 맞벌이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남은 건 좌절감뿐”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차모씨(41)도 “과거 보수당이 집권했을 땐 투기지역에서만 집값이 올랐는데, 지금 정부에선 나라 전체가 투기판이 됐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세훈 좋아서 찍은 게 아냐”
“지금 상태면 대선서도 민주당 안 뽑아”

반면 주택 소유자에겐 재건축·재개발의 영향력이 컸다.
일원동에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최모씨(41)는 “1주택자에게 집값 상승은 의미가 없다”며 “기대할 수 있는 건 재건축인데, 재건축을 내내 막아온 민주당에 표를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에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보유한 한모씨(37)도 “구청에서 서울시에 재개발을 신청할 때마다 ‘공공주택을 일부 확보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놨다”며 “녹물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인데 무조건 재개발을 막는 게 답답했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경제활성화가 우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정부·여당이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한 채 경제활성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6)는 “4차 재난지원금을 받고도 민주당에 표를 안 줬다”며 “일시적인 재난지원금보다는 경제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받아 좋은 건 맞지만, 그게 세금이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올 것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명모씨(51)도 “오후 10시로 막아놓은 영업제한 조치는 판매·서비스·음식 등 자영업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오 후보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57)는 “민주당이 싫어서 오 후보를 찍은 것”이라고 말했고, 직장인 이모씨(33)도 “여당의 교만과 독주가 싫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모습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김모씨(57)는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절대 안 뽑는다”고 했고, 대학생 김모씨(27)도 “지금 상태면 내년 대선에서 기권을 하더라도 민주당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윤승민·심진용 기자 huiyang@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국민의힘도 별로지만 일단 민주당부터 혼내고 보자’였던 선거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렸던 4·7 재·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지만 ‘노무현 계승자’를 자처하는 문재인·민주당정권은 이번에 ‘원칙없는 패배’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0%를 득표하며 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당선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오 후보가 싹쓸이 승리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이긴 것과 대조적이다. 수도 서울에 이어 규모면에서 제2의 도시인 부산의 보궐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62.67%의 득표율로 민주당 김영춘 후보(34.42%)를 압도했다.
 재보선이 치러진 나머지 선거구에서도 야권이 압승했다. 

울산 남구청장(서동욱), 경남 의령군수(오태완) 보궐선거를 비롯해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12곳
에서 당선됐다.
나머지 호남 4곳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경남 의령군의원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유권자 보궐선거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투표 당일도
마감시간까지 투표행렬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민주당에 ‘화려한 4연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차갑게 돌변한 결과다. 민심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민주당과 박영선·김영춘 후보캠프는 선거기간 내내 상대 후보를 ‘MB(이명박) 아바타·키즈’라며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국민의힘과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믿음직스럽고 좋아서라기보다 일단 문재인·민주당정권은 단단하게 혼나봐야 한다고 벼른 국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30세대를 비롯해 ‘적대적 공생관계’로 진보·보수 기득권을 공공히 해온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까지 문재인·민주당정권 심판론에 동조한 것에서 확인된다.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가 4·7 보궐선거 패배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힌 뒤 선거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박근혜·국민의힘 정권을 탄핵했던 이들은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민생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라’며 중앙·지방권력과 입법권력까지 문재인·민주당정권에게 몰아줬지만 그런 기대를 저버리자 화가 난 것이다.

오히려 여권은 “문재인·민주당정권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큰소리친 것과 달리 기득권을 강화하고 집착하는 ‘내로남불’ 행태로 신뢰를 잃어갔다. ‘공룡 여당’은 국민 전체가 아닌 제 지지층만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힘을 과시하며 독주했다.
장기집권에 대한 욕심만 과해 보였다.
민주당이 정치개혁 방안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당헌까지 재집권 욕심에 눈이 멀어 ‘원칙없는 승리’를 위해 헌신짝처럼 버린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의 박수 속에 감격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당헌에 못박았다.
하지만 민주당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태가 터지자 당헌을 고쳐가며 보궐선거에 기호 1번 후보를 냈다. 
환경과 안전성, 수익성 문제 등 적절성 논란이 많고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하면서 밀어붙인 것도 원칙없는 승리에 눈이 멀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실망감이 쌓이고 쌓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국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실체가 불분명한 ‘샤이 진보’의 응원까지 기대하며 선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불발된 배경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대 국민’의 대결이었다.
민주당이 완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달리 말하면 국민의힘도 압승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게 아니다.
여전히 보수 기득권에 집착한 채 쇄신에 무관심하거나 게으른 인상이 짙다. 민주당이 맞은 회초리가 언제 국민의힘에게 향할지 모른다.
여야 어느 정당이건 1년도 안 남은 대선까지 누가 더 뼈를 깎는 쇄신과 미래 비전을 완성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선택을 받게될 전망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지난 7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투표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최다은 기자

 

 

 민주당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랬던 이대녀마저 돌아섰다 [앵그리 2030]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습니다.
예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며 필리버스터를 하던 모습에 공감했었어요.
그런데 180석까지 몰아줬는데도 그 법을 고쳤다는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서울 거주 직장인 여성인 김모씨(29)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보수야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최근 실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20대 여자들이 움직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여겨봐야할 세대는 지난해 총선에서 이미 반(反)여당으로 돌아섰던 20대 남성들만이 아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던 20대 여성들의 표까지 분산됐다.
20대 남성은 민주당 대신 국민의힘 쪽에 표를 몰아줬고, 20대 여성은 어느 세대보다 기본소득당, 여성의당 등 소수 정당과 무소속 후보 지지 비율이 높았다.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44.0%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압도적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72.5%)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20대 여성의 박 후보 지지율이 높지만, 지난 총선에선 20대 여성의 63.6%가 민주당 후보(지역구 기준)를 택한 것과 비교하면 20대 여성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20%포인트 가량 빠졌다. 

한국경제신문이 투표 현장과 대학가 등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이들도 2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 후보도,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부동산'으로 분노 수렴



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과 등촌역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구직으로 근무 중인 20대 여성 박성주씨(28)는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를 찍었다고 한다.
그는 "10년 겨우 벌어야 1억인데 뉴스를 보니 몇개월만에 부동산으로 집을 마련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큰 박탈감을 느꼈다"며 "부모로부터 자립해야하는 20대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경제 문제인데 이 중요한 부분에서 현 정부가 실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 지모씨(28)는 "전적으로 부동산 실책 때문에 오 호부를 뽑았다"고 했다. "힘들게 취업해서 직장을 잡았는데 내가 돈 아무리 벌어도 집은 못사고 돈이 모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에 절망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막 돈벌기 시작하면서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데 사다리는 걷어찬다.

직장을 다니다보니 마치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돈을 막 써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고도 느꼈다"
고도 했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여성을 떠나 20대 전체가 계층 상승 가다리가 끊겼다는 좌절감이 분노로 표출됐다.
이에 남성들이 더 일찍,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여성들은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진보적 가치 훼손… 제3당 선택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44%),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41%), 기타(15%)로 갈린 20대 여성의 표심이 사실상 어느 한쪽에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던 주요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렇게 갈라진 건 민주당이 표방해왔던 '진보적 가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이슈가 ‘20대 여성’의 분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직종에 근무하는 김모씨(24)는 "아동정책 노인정책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책에 관심이 많아 항상 진보 쪽을 지지해왔다"며 "하지만 집권 여당 정치인들의 성추문 등 젠더 이슈에 문제 의식을 느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그냥 박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민주당 적극 지지층에서 이탈한 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지은씨(29)는 박 후보를 택했지만 그를 지지해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원순 문제로 재선거를 하게 됐는데 또 민주당을 찍어야 하나 망설여졌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차악을 고른다는 취지로 (박 후보를) 택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조차 (여당에) 돌아서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등 집권 여당이 그간 여성의 가치에 대해 주장해오지 않았나.
그런데도 지금 국민의힘이랑 3%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 한경닷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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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인계·인수서 서명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윤창원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
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오 후보,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창원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맞이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1층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고 있다. 박 후보는 당사에서 지도부 면담을 마친 뒤 개표상황실
에 는 들리지 않았다. 윤창원 기자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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