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항공사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AZ)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에서 만 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2일 오전 예방접종센터인 서귀포의료원에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19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승무원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댈 곳 없는 韓 백신외교..'백신협력체' 없이 어디서 구하나
쿼드 플러스' 참여 '7개국 차관회의' 적극 활용 필요성 제기 전문가 "백신 지원 공론화 아닌, 물 밑 조율에 초점 맞춰야"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오는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 백신 스와프 가능성에 주목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정부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협의체인 코백스(COVAX) 외에 백신 협력을 도모할 협의체가 사실상 전무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참여)를 기점으로 백신 협력을 공고화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쿼드 가입에는 소극적이다. 미중패권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쿼드의 직접 가입이 부담스럽다면, 쿼드 가입국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외교부는 이달 초 쿼드 국가들과 코로나19 방역이나 기후변화 등 사안에 따라서는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가 백신외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있었다. 우리가 적극 참여했던 '코로나19 7개국 외교차관 회의'를 들 수 있다. 이 회의체에는 공교롭게도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 가입국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언급됐던 '쿼드 플러스'(쿼드 4개국 외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3개국이 참여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코로나19 대응 외교가 백신 외교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7개국 외교차관 회의'는 유명무실화되고 대신 쿼드 국가 중심으로 '백신외교'가 집중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외교가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백신 지원과 관련해 일종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상태다. 이미 지난달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0만회분, 150만회분 규모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지원 계획을 밝힘에 따라 최우선 지원 대상은 인접국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를 개최한 사실을 공개하며 내년 말까지 최소 10억회분이 유통되도록 지원하기 위한 논의를 했음을 알렸다.
이같은 논의를 '코로나19 대응 7개국 외교차관 회의'에 참가했던 쿼드플러스 국가들로 확대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음 순위로는 개발도상국과 동맹국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적으로 '방역 우수국가'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은 지원 대상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쿼드 국가들에게 시급한 백신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인 국가는 50개국이 넘는다"며 "이들 국가한테 다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특히 한국은 방역을 잘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되고 있어 보다 상황이 어려운 동맹국을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공평한 백신 보급'을 명분으로 물밑 외교전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평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 스와프를 두고 미국과 협의 중임을 처음 으로 공개했다. 물론 의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지만 '설익은 백신 스와프'를 성급히 공개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 장관은 지난 21일 관훈토론회에서는 "(미국 측이) 국내 사정이 아직 매우 어렵다"면서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차원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베터리 등 협력분야를 사실상 '반대급부'로 언급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의 부담만을 가중시킬 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신을 (다른 국가에) 줄 만큼 충분히 보유하지 못했다", "(한미 백신 스와프 관련) 비공개 외교적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부담의 방증이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방미 기간 중 앨버트 불라 화이자 제약사 최고경영자와 통화해 백신을 확보한 것은 미국 정부에서 사전에 '정치 작업'을 밟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개입했다고 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미일은 공론화 되신 스가 총리가 통화하는 형식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지역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거센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 희망 주민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2021.04.22. photo@newsis.com
신규확진 800명 육박, 106일만 최다..정부 "거리두기 않고 제어
하루 신규 797명..1주 일평균 국내발생 640.6명 수도권 498명 발생..부천 주간보호센터 등 감염 비수도권 260명..부울경 134명 집중, 전국 산발 사망자 3명 늘어 누적 1811명..위중증 127명
[세종=뉴시스] 임재희 정성원 김남희 기자 =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797명으로 1월7일 이후 106일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3일 연속 700명대도 이 기간 처음이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인 국내 발생 확진 환자 수는 758명으로, 12일째 600명대인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640명을 넘었다.
부천 주간보호센터와 해군 함정 등에서 30명대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며 교회와 음식점, 학교, 실내체육시설 등 일상 주변 다중이용시설과 확진자 접촉 등을 연결고리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확진자 증가 추세가 급격하지 않고 위중증 환자 비율도 지난겨울 3차 유행 때보다는 낮아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보다는 방역 관리 강화로 환자 발생을 억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주 하루평균 국내발생 640.6명…정부 "거리두기보다 정밀 조치로 제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797명 증가한 11만7458명이다. 최근 일주일 신규 확진자 수는 658명→671명→532명→549명→731명→735명→797명 등이다. 평일 검사 결과가 반영된 수요일 731명 이후 600명대로 감소했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수요일 이후 확진자가 증가 추세다. 국내 발생 확진자는 758명, 해외 유입 확진자는 39명이다.
일주일간 국내 발생 확진자는 630명→648명→512명→529명→692명→715명→758명 등이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640.6명은 지난 12일부터 12일째 600명대이자 이 기간 최대치다. 직전 1주간 625.7명 대비 15명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별 신규 확진자 수는 경기 290명, 서울 198명, 경남 63명, 울산 38명, 부산 33명, 충북 29명, 경북 22명, 광주 16명, 강원 15명, 대구 12명, 인천 10명, 충남 10명, 전북 8명, 전남 6명, 세종 3명, 제주 3명, 대전 2명 등이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수도권 128명, 비수도권 9명(울산 4명·대전 2명·세종 1명·광주 1명·부산 1명) 등 137명이다. 국내 발생 확진자의 18.1%는 증상이나 역학적 연관성과 관계없이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14일부터 수도권 10만245명, 비수도권 879명 등 1만1124명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발견됐다.
수도권에선 498명이 확진돼 14일 509명 이후 9일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비수도권은 260명으로 1월4일 300명 이후 109일 만에 최대 규모다. 비수도권 전체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 134명이 경남권에서 발생했으며 충청권 44명, 경북권 34명, 호남권 30명, 강원도 15명, 제주도 3명 등이다.
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수도권 411.7명, 경남권 107.0명, 경북권 38.6명, 충청권 37.9명, 호남권 25.6명, 강원도 17.3명, 제주도 2.6명 등이다. 확진자 수가 3일째 700명대는 물론 800명까지 육박했지만 정부는 의료체계에 여력이 있고 급증 양상도 보이지 않아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대신 다중이용시설 관리 강화와 예방접종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증가 추이가 가파르지 않고 야금야금 증가하는 추이인 데다 의료체계 여력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피해와 희생을 야기하는 거리 두기 조치보다 정밀 조치를 통해 이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 노인 주간보호센터 집단감염 발생…전국적으로 일상 감염 확산
[서울=뉴시스]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797명으로 1월7일 이후 106일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경기 지역에선 부천시 주간보호센터2 관련해 19일 시설 이용자 1명이 확진된 이후 22일 하루 35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해당 시설에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시 골판지 제조업 관련해서도 16명이 확진됐다.
서울 서초구 직장4·지인여행모임 관련 4명, 강남구 직장·경기 광주시 직업전문학교 관련 3명 등도 확진자가 늘었다. 이외에 고양시 고등학교 2명, 경기 광주시 재활용 의류 선별업2 관련 1명, 군포 지인·과천 행정기관 1명, 부천시 교회 1명, 성남시 게임개발업체 2명, 성남 분당 노래방 1명, 안산시 대학교 1명, 안산시 보험회사 1명, 의정부시 교회 1명, 평택·화성 지인 여행 1명, 하남시 음식점 1명, 서울 구로구 빌딩 1명 등도 확진됐다.
국방부와 해군에 따르면 21일 자녀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듣고 검사를 받은 해군 상륙함 근무자가 22일 평택항 입항 후 검사에서 확진됐다. 이에 함정 근무 장병 대상 전수검사 결과 승조원 84명 중 31명이 추가로 확진됐으며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에선 22일 오후 6시 기준 강북구 지인모임 6명, 동대문구 음식점 1명, 광진구 실내체육시설 1명, 마포구 어린이집 1명, 강남구 소재 직장 1명 등의 집단감염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인천에선 계양구 방문판매 관련 4명 외에 확진자 접촉자, 유증상자 등이 확진됐다.
경남에선 진주 음식점 관련 8명, 김해 노인주간보호센터2 관련 5명, 진주 지인모임 관련 3명, 사천 음식점 관련 2명 등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창원에선 21일 근무자가 확진된 어린이집과 관련해 가족과 원아, 직원이 각각 2명씩 추가로 확진됐다. 진주에선 중학교 근무자 1명이 확진돼 학생과 교직원 200여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에선 중구 종합병원 확진자의 가족 1명, 중구·북구 일가족 관련 2명, 중구 가족·지인모임 관련 1명 등이 확진됐다. 이외에도 기존 확진자들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 접촉자들 가운데 다수 환자가 발생했다. 23일 0시 이후에도 농소초등학교와 경주·울산 지인모임 관련해 2명씩, 중구 가족·지인모임과 고용노동부 상담센터 관련해 1명씩 확진자가 나왔다.
부산에선 대형 백화점 직원이 확진돼 직원과 고객 600여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됐다. 북구 복지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전수 검사 결과 1명, 학생 1명이 확진된 대학교 관련 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충북 청주에서는 전날 확진자의 가족 1명, 경기 의정부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 3명, 외국인 가정 2곳에서 일가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주 모 대학 재학생 1명, 흥덕구 주민 2명 등은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다. 진천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어린이집 관련 확진자의 가족 2명, 원아 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충주에서는 경기 안양 확진자와 접촉한 부부와 며느리 등 일가족 3명, 증평에서는 외국인 가족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제천에서는 오페라합창단 집단감염 확진자의 같은 반 친구 1명, 음성에서는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 1명에게서 감염이 확인됐다.충남 부여에서는 노인주간보호시설 선제 검사에서 이용자 3명, 종사자 2명 등 5명, 경기 부천 확진자의 접촉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안에서는 경기 광명 확진자의 접촉자와 이 접촉자의 지인, 경기 안양 확진자의 가족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산 송악면에서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70대 1명이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세종에서는 전날 확진자의 접촉자 1명, 지난 17일 확진자의 가족 2명이 자가격리 중 확진됐다. 대전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학원 관련 확진자의 접촉자 1명 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 경산에선 교회 관련 접촉자 5명 등이 확진됐고 경주와 포항, 구미, 칠곡, 김천, 안동 등에서도 확진자 접촉자들 가운데 환자들이 발생했다. 대구에선 서구 소재 사우나 관련 1명 외에 확진자 접촉자 6명, 타지역 확진자 접촉자 검사로 2명 등이 확진됐다.
광주에서는 북구 소재 호프집 관련 전남대 교수 등 6명이 확진됐다. 더불어민주당 담양사무소 관련 확진자 2명, 서울 도봉구와 경남 진주 확진자의 접촉자 2명도 이날 확진됐다. 이 밖에 동구청 구 체육회 직원을 포함해 감염원을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확진자 4명과 이들의 접촉자 2명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북 익산에서는 기존 확진자의 가족 3명, 익산 소재 교회 관련 확진자 1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주에서는 의정부 확진자와 접촉한 후 전날 확진된 환자의 가족 1명,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1명이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진안에서는 이날 전주 확진자의 접촉자 1명에게서 감염이 확인됐다.
전남 목포에서는 제주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 관련 확진자 1명이 발생했다. 전날 확진된 광주 동구 체육회 직원과 접촉했던 가족 1명과 이 가족을 만난 지인 2명도 확진됐다. 경기도 용인 확진자의 친척 1명이 감염됐고, 순천에서는 마을 전수 조사에서 1명이 확진됐다.
강원 강릉에서는 주문진읍 관련 확진자 2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1명 등 5명이 발견됐다. 원주에서는 헬스장 관련 확진자 2명이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확진된 데 이어 이들의 가족 1명도 확진됐다. 경기 광주와 안산 확진자의 접촉자 2명도 추가 확진됐다. 춘천에서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1명과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 2명과 확진됐다.
양양에서는 강릉 주문진과 인접한 현남면에서 1명, 평창에서는 원주 확진자의 가족 1명이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제주에선 21일 경기 용인시 확진자의 접촉자 1명과 16일 확진자의 접촉자 1명 등이 확진됐다.
사망자 3명 늘어 1811명…위중증환자 127명
해외 유입 확진자 39명 중 공항과 항만 검역에서 23명, 지역사회에서 격리 중 16명이 확진됐다. 내국인은 14명, 외국인은 25명이다.
추정 유입 국가는 필리핀 5명(5명·괄호 안은 외국인 수), 인도 9명(9명), 파키스탄 3명(2명), 러시아 2명(1명), 미얀마 1명(1명), 우즈베키스탄 1명(1명), 카자흐스탄 1명, 폴란드 3명, 터키 2명, 헝가리 1명, 우크라이나 1명(1명), 불가리아 1명, 독일 1명, 미국 6명(5명), 캐나다 1명, 에티오피아 1명
코로나19로 숨진 사망자는 3명 늘어 누적 1811명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약 1.54%다. 현재 격리 치료 중인 환자는 전날보다 182명 늘어 8576명이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2명 늘어 127명이다. 치료를 받고 격리에서 해제된 확진자는 612명 증가해 누적 10만7071명이다. 확진자 중 격리 해제 비율은 91.16%다.
하루 검사 건수는 의심신고 검사자 4만6025건,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3만6314건, 비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5767건 등 최소 8만8106건이다.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정부가 혈전이 발생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 대상에서 30세 미만을 제외하면서 '11월 집단면역' 목표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한참 뒤쳐진 가운데 일각에선 이대로라면 연내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3분기내 노바백스 백신 2000만회분을 확보하는 등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2일 자정 기준 코로나19 1차 신규 접종자는 누적 기준 115만725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26일 첫 예방접종 시행 이후 전 국민(약 5200만명)의 2.2% 정도가 1차 접종을 끝낸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중 1200만명의 1차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수준인 3640만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진행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계획이다.
하지만 일평균 백신 접종 인원(평일 기준)이 3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한국의 백신접종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더디다. 12일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은 하루 평균 3만3000회 수준으로 미국(314만2000회), 중국(397만회), 인도(405만5000회), 유럽연합(206만3000회) 영국(38만3000회) 등의 수준에 한참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률은 2.2%로 홍콩(7.7%), 코스타리카(5.7%), 레바논(2.8%) 등보다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이 속도대라면 인구의 75%에 대한 접종까지 6년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4.12. scchoo@newsis.com
전세계적인 수급 불안으로 정부가 의지대로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정부가 올해 안에 공급받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모두 1억5200만회분으로 인구 79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상반기 중 공급이 확정된 물량은 1808만8000회분인데, 현재까지 국내에는 AZ와 화이자 백신 등 모두 337만3000회분의 물량만 들어왔다. 정부는 이르면 6월부터 노바백스 백신 2000만회(1000만명분)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백신 생산 부족과 백신 생산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6월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의 공급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 도입 백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Z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백신 접종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분기중 얀센 백신 600만명분이 도입될 예정이나 AZ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에서도 일부 혈전 생성 부작용이 보고된 만큼 향후 정부의 접종 추진 계획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추가 물량을 적극 확보해 최대한 빠르게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료 공급, 신속 허가 등 백신 도입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행정적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최대한 많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접종 일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차질 없다" 강조했지만…결국 백신 수급 차질 현실화
수급난 우려에 한미간 '백신 스와프' 카드 꺼낸 정부
정부가 ‘백신 스와프’ 카드까지 꺼내든 배경엔 갈수록 백신 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차질 없이 도입하겠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백신의 혈전 논란과 모더나 백신의 공급 지연 등으로 백신 수급난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다만 스와프가 성사되더라도 미국이 제공할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백신의 종류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간 백신 스와프를 언급한 이후 의료계에서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먼저 공급받고 이후 국내 생산 백신으로되갚는 방식이다.
앞서 정부가 언급한 8월 위탁생산 예정인 국내 제약사의 백신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노바백스 백신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백신 물량이나 종류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국은 성인의 절반 이상인 1억3000만명이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태지만, 면역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한 ‘부스터샷’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잉여분 가운데 어느 정도가 한국으로 올지도 확신할 수 없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등 혈전 논란이 있는 백신이 들어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백신의 종류가 아니라 스와프가 성사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와 별개로 기술이전까지 받을 수 있다면 국내생산기반을 갖춰 하반기 백신 수급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백신 조기 도입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백신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Z와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들은 혈전 논란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전날 유럽의약품청(EMA)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의 드문 사례와 관련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접종 이익이 더 큰 만큼 접종은 재개됐으나, 앞서 이와 유사한 결론이 내려진 AZ백신의 경우 국내에서는 30세 미만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은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모더나 백신은 계약물량 2000만명분 가운데 일부가 상반기 도입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밀렸다. 화이자 백신은 이날 25만회분이 도착해 상반기 700만회분 중 175만회분만 국내 반입된 상황이다. 오는 5~6월 525만회분이 매주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나 실제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31명으로 집계됐다. 주말 검사수 감소 효과가 사라지자 곧바로 200명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14일(731명) 이후 1주일 만에 700명대로 올라섰다.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692명, 해외유입은 39명이다.
4차 대유행의 불씨가 여전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현재 유행 상황에 의료대응 여력이 있는 만큼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인천공항=뉴시스]이영환 기자 =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5만회분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해 백신 수송 관계자들이 백신을 운송 차량에 싣고 있다. 2021.04.21. 20hwan@newsis.com
모더나 도입 지연, AZ·얀센 혈전 논란, 화이자 쟁탈전에도 낙관 8월 대량 위탁 생산 가능성·한미 '백신 스와프' 등 자신감 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두고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당초 5월 도입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은 올해 하반기로 도입이 늦춰졌다.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의 혈전 논란, 미국의 3차 접종(부스터샷)으로 국내 수급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부터 일부 백신의 국내 대량 위탁 생산 전망과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백신 스와프' 기대감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도입과 관련 "상당 부분 상반기에는 물량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반셀과의 통화에서 오는 5월 공급을 약속한 것에서 더 뒤로 밀린 것이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12일 미국에 2억회분을 우선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외 지역의 경우 공급망 구축이 미국보다 1분기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대행의 발언은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 백신 외에도 국내 도입이 예정된 백신들의 수급 논란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AZ백신은 희귀혈전증 논란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30세 미만은 접종에서 제외됐다. 지난 20일 0시 기준 돌봄종사자·항공승무원 등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예약률은 58.6%에 그치면서 앞선 접종 대상자의 동의율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AZ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활용하는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도 희귀 혈전 논란에 휩싸였다. 약센 백신은 국내에 600만명분이 도입될 예정이라 더욱 주목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얀센 백신과 희귀 혈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잠재적 위험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AZ 백신처럼 사실상 사용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얀센 백신의 최대 생산시설 중 하나인 볼티모어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공장에 제조 증단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FDA는 오는 23일 얀센 백신의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접종 재개 결정을 점치고 있으나, 만에 하나 접종 중단이 결정되면 한국으로선 백신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다. 물론 접종 재개가 결정되더라도 희귀 혈전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바백스 백신은 이르면 6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1000만명분이 도입되지만, 나머지 1000만명분의 도입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11월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최소 10월까지는 도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화이자 백신을 두고서는 전세계가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화이자 백신은 모더나 백신과 같이 mRNA 플랫폼 백신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화이자와 추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으며, 일본도 같은날 스가 총리가 직접 나서 1억회분 가량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역시 1억회분을 추가 계약했고, 브라질도 화이자 백신 추가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3차 접종(부스터샷)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어 화이자 백신의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177만1407명으로 전국민 5182만5932명(통계청 2021년 1월 말) 기준 3.42%를 기록했다. 집단 면역 목표인 70%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야기하는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홍익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1.4.22 toadboy@yna.co.kr
다만 정부는 이같은 백신 수급 우려에도 '11월 집단면역'에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단기 목표로 설정한 상반기 1200만명 접종에 대해 "두달만 지나면 6월말이 된다. 6월까지 정부가 약속한 1200만명 접종이 실현되는지 봐달라"고 말했다.
홍정익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도 20일 정례브리핑에서 "3600만명의 1차 접종은 11월의 2개월 전인 9월까지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차접종까지 하면 11월까지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자신감에는 일부 백신의 국내 대량 위탁생산 전망과 오는 5월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기대 등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앞서 정부는 국내 한 제약사가 오는 8월부터 해외 제약사의 백신을 대량 위탁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량 공급이 가능해져 백신 물량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제약사 백신 물량이 모더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5월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백신과 관련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미국의 잔여 백신을 공급받고, 우리나라가 위탁 생산할 수 있는 AZ·노바백스 백신을 돌려주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21일 관훈토론회에서도 과거 우리 정부가 미국에 진단키트와 마스크 공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진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뉴시스]김종택기자 =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정현중 보들 테니스센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수원시 코로나19 제2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2021.04.22.jtk@newsis.com
백신 스와프' 운 뗐지만 美 "충분치 않다"…정부, 백신외교 고심
美, 협력 때 캐나다·멕시코·쿼드 거론…韓 "외교-백신 별개" 5월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백신 협력 진전에 힘 쏟을 듯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이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언급을 삼간 채 당분간 미국 내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 간 백신 협력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 쿼드(Quad)와 협력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확보와 쿼드 가입 등 외교 현안은 별개라고 선을 그은 채 오는 5월 말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백신 확보를 위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1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접종률이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에 머무르면서 수급 불안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백신 협력 논의에 불을 붙이면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터져 나왔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미국 측과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며 "지난번 존 케리 미 국무부 대통령 기후특사와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박 의원이 제시한 구상은 한국이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 지원받고, 추후 한국 제약회사 설비로 백신을 대신 생산한 뒤 미국에 갚는 방안이다. 당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백신 수급난이 심화하자 백신을 미리 공급받고, 이후 다시 갚는 방식의 백신 스와프가 국내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다음 날인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백신 스와프에 대해 "미국이 (올여름)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이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아울러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한국 정부가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제공한 것을 거론하면서 백신에서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자국 내 백신 공급 우선 원칙을 밝히면서 다른 나라에 백신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연석 직후 백신의 해외 공급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것을 해외로 보낼 자신감을 가질 만큼 충분한 백신이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한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공개 외교적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무엇보다도 현 단계에서 국내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웨더퍼드=AP/뉴시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백신의 1회차 접종 후 2회차 접종까지 간격을 최대 6주까지 허용한다고 23일 (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웨더퍼드 지역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인 모습. 2021.01.23.
다만 미국이 국내 접종 상황을 고려해 해외 백신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우선순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트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중 보건 분야에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대한 기여를 통해 이미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쿼드와도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이 백신 협력 대상국으로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를 거론되면서 외교 현안과 연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 3월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0만회, 150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대여 차원으로 멕시코와 캐나다가 연말에 아스트라제네카나 다른 백신으로 갚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와의 백신 협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어제 미국이 주최한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전 세계에 2022년까지 최소 백신 10억 도스를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백신 협력과 쿼드 가입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과 외교 분야 논의는 별개"라며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는 한미동맹 강화나 북한 비핵화 문제, 미중 갈등에서 우리의 입장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백신 분야에서 협력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당장 미국 정부가 부정적 반응을 밝혔지만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백신 논의를 진전시켜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백신 추가공급을 약속받은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훈클럽 토론회와 국회 외통위에서 정 장관이 관련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에서는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워싱턴=AP/뉴시스]
드러난 미국의 속내 "인접국·쿼드3국에 백신 우선 지원"
미국이 한국과의 백신 스와프에 이도 저도 아닌 반응을 내놓은 가운데 '반중'(反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참여국들과는 백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대한 백신 지원을 설명하다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중앙 아메리카를 언급했다. 미국의 백신 협력 대상국 순위에서 한국이 크게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어제(20일) 미국은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를 열어 내년말까지 세계적으로 최소 10억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접종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의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백신 접종을 촉진하기 위한 다자주의적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쿼드 소속국인 호주, 인도, 일본에 감사 표시를 했다.
백신 공급난을 겪고 있는 한국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가운데, 쿼드와의 백신 협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백신 협력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현재는 우선 국내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멕시코 및 쿼드와 수급 관련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앞서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420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빌려줬다. AZ 백신은 미국도 보유 중이지만 보건당국의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도 인접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 중 여유분의 백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백신을 해외로 보내는 것을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갖고 있진 않다. 앞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발언 과정에서 쥐스탱 트리도 캐나다 총리와 이날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캐나다에 추가 백신 대여를 시사했고, 중앙 아메리카도 콕 집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유분이 생길시 지원 우선순위를 캐나다 등 특정 국가에 두겠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람과 물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오가는 인접국은 미국내 코로나19 상황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측 입장을 종합해보면 캐나다·멕시코 등 인접국→쿼드 가입국→그 외 동맹국가와 개발도상국 순으로 백신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순위는 뒤로 밀린 셈이다.
일각에선 백신 수급이 원활한 미국이 이미 '글로벌 백신 정치'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미국에 어떠한 '카드'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미국의 백신 원조에 있어 인접국과 쿼드 협의체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자세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행동에 동참하지 않아왔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부터 쿼드에 함께 하자는 '쿼드 플러스' 요청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명목으로 구성된 4개국의 비공식 안보 협의체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미국 중심의 반중 협의체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우리가 필요한 게 백신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강화이지 않느냐"며 "국제정치는 결국 기브앤테이크인데 그전까진 우리가 미국 요구를 들어주지 않다가 갑자기 백신을 달라고 하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백신 부족) 사태로 미국의 힘을 우리가 한번 더 절감한 이상, 중국과의 관계가 신경쓰이더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방향으로 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미국 측이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우리가 지난해 미국 측에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공수해줬던 사정을 설명하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겪고 있는 백신(수급)의 어려움을 (미국이) 도와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제네바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정현 중보들 테니스 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분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백신 못구하는데 코로나 확진자 107일만에 최고
로나 '4차유행' 본격화 우려 접종중인 AZ 백신 사지마비 등 불안 커져 정부 美와의 백신 스와프 낙관 가운데 국민 불안커지고 정부 비난 목소리 커져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오늘 23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797명으로 올해 1월7일의 869명 이후 107일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오늘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오늘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97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107일 만의 최다 기록이다.
이와 관련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확진자 증가 양상이 점진적인 상황이라 방역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면 정체 국면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백신 민족주의'를 내세워 백신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맞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경우 최근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등 안전성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자신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8월에 국내에서 대량 생산을 한다고 하고 백신 스와프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하나도 나오는 게 없다"면서 "모더나도 5월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올해 하반기 들어오면 거짓말한 것 아닌가"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사진=로이터뉴스1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 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신 수급난 때문에…文정부 코로나 대응 '못한다' 49%>'잘한다' 43% 역전
1년 2개월만에 '잘못한다'가 '잘한다' 역전 ‘잘한다’ 평가 한달새 17%P 급락, ‘못한다’ 20%P 급등 정부 대응 부정평가자 55%가 '백신 확보' 이유 들어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나왔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한 지난해 2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코로나 백신 확보와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코로나19 정부 대응에 대해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9%로 집계됐다. 지난달 실시한 같은 조사와 비교해 '잘하고 있다'는 60%에서 43%로 17%포인트 하락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29%에서 49%로 20%포인트 상승했다. 정부 대응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정부 대응 긍정 평가자들은 그 이유로 '방역·확산 억제'(27%), '거리두기 정책·단계 조정'(13%), '다른 나라보다 잘함·세계적 모범'(10%) 등을 들었다. 부정 평가자들은 '백신 확보·공급 문제'를 이유로든 응답자가 55%나 됐다. 전달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갤럽 제공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0%로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2%, 국민의힘 28%, 정의당 5%, 국민의당 4%, 열린민주당 2%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국 정부는 존슨앤드존슨이 생산하는 얀센 백신에서 혈전 부작용이 드러나자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2분기에 얀센 백신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라 백신 수급과 접종 차질이 우려된다. [로이터]
사설] 잇따르는 백신 차질…‘11월 집단면역’ 비상 대책 마련해야
AZ 이어 얀센, 혈전으로 접종 중단 모더나도 차질, 수급 실상 설명하길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방역 정책이 동시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러다 정부가 국민 앞에 공언한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정부는 실상을 호도하지 말고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 어그러진 기존 전략을 속히 수정하고, 실현 가능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모두 7900만 명분의 백신을 계약했다고 밝혀 왔지만 도입 시기와 물량이 확정된 백신은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백신별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을 2분기부터 순차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12일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에서 “6월에 출시해 3분기까지 1000만 명분을 들여온다”고 계획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5월 중에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공언했던 모더나 백신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모더나는 2억 회분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은 그만큼 도입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백신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2분기 중에 600만 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던 얀센 백신은 혈전 부작용 때문에 미국 정부가 최근 접종 일시 중단을 권고했다. 접종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이 물량을 대체할 백신이 없어 백신 접종 계획에 연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앞서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부작용 우려로 30세 미만에게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백신 수급과 접종 차질이 하나씩 현실로 닥치면서 9월까지 인구의 70% 이상을 접종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던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신 전략에 성공해 일상으로 속속 복귀하는 이스라엘·영국을 우리 국민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호주·대만·홍콩 등 방역에 성공해 해외여행을 재개하는 나라들도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최근 “대다수 나라가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말해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백신 전략의 눈높이를 선진국이 아니라 후진국에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확진자까지 하루 700명대로 급증해 4차 대유행 현실화에 따른 방역 비상등이 켜졌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3일 731명으로 97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하고,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신속 자가진단키트’의 국내 사용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이미 국내 46개 업체가 해외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감염 여부를 교차 체크할 수단을 추가 확보하면 방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쓰여있는 병이 놓여있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신의 봄
사상도 이념도 모두 변하는데 우리의 정치는 왜 진화 못할까
K-방역 최고라던 자부심 무색 백신 접종률 OECD 35위 그쳐
내 차례는 언제일까 초조하고 허무한 마음에 봄마저 빼앗겨
언젠가 근대문화가 살아 있는 대구 옛 골목을 거닐며 벽에 씌어 있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본 순간 ‘시는 참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전문을 천천히 다 읽었다. 그 제목 하나로 더 이상 다른 구절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시는 빼앗긴 들을 되찾은 지 76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시구 중의 하나다.
시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이 난다. 이 좋은 세상에 코로나19로 봄을 빼앗길 줄 누가 알았을까?
김기림 시인의 산문 속 이런 문구도 겹쳐 떠오른다. ‘다음 봄에는 반드시 속지 않으리라고 마음에 굳게 맹세한다. 그러고는 그런 대신 변하지 않은 영구한 봄의 설계를 또 계속해본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던 애국 시인들이 작금의 상황을 보신다면 뭐라고 한마디 단단히 하실 것만 같다.
해마다 봄날은 오고 봄날은 간다. 살 만큼 살았다 싶기도 하고 아직은 살날이 많이 남았다 싶기도 하다 . 해마다 봄은 꽃으로 만발해도 우리가 기다리던 봄은 늘 오지 않았던 것일까? 하긴 우리는 계속 하루가 다르게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해 왔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외국의 영화관은 하나도 없었다. 코리아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고 이젠 미국이나 유럽 남미 세상 어디를 가도 K-팝을 따라 부르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한국 전자기계와 휴대전화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세상, 오래전에 유학 생활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김치를 차이니즈 김치라고 써 붙여 팔던 1980년대, 한국의 위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아무래도 ‘88올림픽’ 전후였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것은 진화한다. 세상은 발 빠르게 변하고 예전에 옳다고 생각했던 사상도 이념도 진화한다. 가구도 디저트도 펜션도 눈부시게 진화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의 정치는 왜 진화하지 못하는 걸까?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말로만 듣던 백신 제조사들의 이름은 내게 태풍이나 별들의 이름처럼 신비롭고 낯설다. 백신뿐 아니라 암호화폐 같은 말만 들어도 달나라의 화폐 단위를 듣는 듯 생소하다. 이렇게 상상하지도 못한 이상한 세월을 살아보긴 처음이다.
하긴 전쟁을 겪지 않은 것만도 축복이라 생각하며 사는 게 옳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K-방역이 최고라고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 어느새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OECD 회원국 중 35위라는 뉴스를 들으며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싶다. 오는가 하면 가버리는 봄날처럼 요즘 세상 그 어느 것의 가치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촛불혁명을 외치며 나라다운 나라가 올 거라고 대환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게 나라냐고 아우성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늘 잊지 못하는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어느 날 학급회의 시간에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반장을 맡고 있던 나를 가리키며 “반장이 너무 무능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원해서 반장이 된 것도 아닌 터라 그날 밤 이 지구별을 떠나고 싶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남의 무능을 보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늘 궁금하다.
불후의 명곡보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나는 텔레비전마다 다투듯 현대판 노래자랑을 방영하는 걸 보면서 종일 스포츠만 방송하는 듯하던 1980년대를 떠올린다. 옛날 생각을 하며 강남보다 강북의 길 걷기를 좋아한다. 구시가지의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우상인 롯데는 옛 시절의 문화 코드였을 것이다.
지금도 남대문에 가면 ‘신태양 카메라’라는 오래된 카메라 가게가 있다. 1960년대 널리 알려진 출판사였던, 우리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신태양사’에서 발간된 잡지 이름이 ‘신태양’이었다. 그 간판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에 내가 꿈꾸었던 신세계는, 집에서 전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들고 다니면서 받을 수 있는 지금의 휴대전화와 밤새도록 방영하는 케이블 텔레비전이었다. 청소도 음식도 캔버스에 밑칠도 해주는 인공지능(AI) 친구 로봇도 어느 날 일반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경험과 성공, 실패의 정보를 내재화한 고도로 지능화된 AI 지도자를 추대할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더 깜짝 놀랄 새로운 문명의 세계로 들어갈 것인가? 그러면서 외국에 사는 친지들과 이미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다는 카톡을 주고받으며 ‘나는 언제 맞나’ 하는 초조함이 생긴다. 아주 먼 미래라고 상상하던 2021년 봄인데, 겨우 백신이라니 하는 허무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편리한 문명의 저편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어둠의 정체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 어둠이 지진일지 기상이변일지, 더 힘이 센 바이러스일지 눈앞의 일도 예상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의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