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메디팜스투데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질균 이미지./미 질병통제예방센터
항생제도 안 통한다,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인 내성균
[사이언스카페] 2019년 한 해 전 세계에서 500만명 사망에 연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병원체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전 세계에서 한 해 500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한 해 코로나 희생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이며 에이즈나 말라리아 사망자보다도 많다.
미국 워싱턴대 모흐센 나그하비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9년 전 세계에서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부분적으로 사망에 일조한 것까지 합하면 항생제 내성균 희생자는 495만명까지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 세계 내성균 희생자 처음 조사
연구진은 2019년 전 세계 204국에서 23종의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4억7100만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부 국가나 지역, 또는 일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 피해 조사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전 세계에서 다양한 내성균을 대상으로 사망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정보가 부족한 지역은 인근 국가 정보로 추산했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2019년 전 세계 사망 원인으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이어 3위가 된다. 병원체로는 단연 1위이다.
보수적으로 따져도 직접 사망자 127만명은 2019년 에이즈 사망자 86만명이나 말라리아 사망자 64만명을 압도한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50만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항생제 내성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 수를 2년에 대입히면 그 두 배에 가깝다.
항생제 내성균 피해는 저개발국가에 집중됐다.
2019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24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목숨을 잃었다.
동남아시아는 10만명 당 22명이었다.
선진국은 13명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가 컸다. 항생제 내성균 사망자 5명 중 1명은 5세 미만 아동이었다.
배양접시 가운데 있는 곰팡이는 항생물질을 분비해 황색포도상구균을 죽인다. 오른쪽이
박테리아가 죽어 깨끗해진 부분이다. 왼쪽은 항생제 내성균이 항생물질에도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영 케임브리지대
◇”코로나처럼 국제 협력으로 대응해야”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대응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나그하비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선진국은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대신 감염병 백신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며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도 줄여야 하며 병원 위생을 철저히 하고 내성균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항생제가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내성균이 야생동물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에 따라 가축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면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자연의 내성균이 인간 사회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항생제 내성균은 인간과 가축, 환경을 하나로 묶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민간 연구지원기관인 웰컴트러스트의 항생제 내성균 책임자인 팀 진크스 박사는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유행은 전 세계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알려줬다”며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서도 사태의 긴급성을 각인하고 전 세계적인 연대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언스 캎페
박테리오파지 치료에서 살아남은 세균 (흰색과 붉은색 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보다 무서운 미생물막 감염이란?
우리를 공포에 빠뜨리는 것은 과연 바이러스일까?
세계 공중보건당국은 항생제 내성과 감염이 보이지 않는 큰 위협이라는 데 동의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스태티스타는 2050년경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은 세계적으로 한 해에 1000만 명 이상 발생할 것이며 세계 경제에 100조 달러의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과 중증질환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미생물막 감염으로 제2의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생물막 감염, 도대체 뭘까?
지난 2년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팬데믹 시즌을 보냈다.
인류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지만, 바이러스 질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면역이 형성돼 감기처럼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은 1년 후에는 상당 부분 치명률이 낮아져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이다.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된 ‘전염병의 역사는 진행중’ 논문에 따르면, 6세기 로마제국을 강타해 인구의 40%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역병(the plague)’은 1300년대 페스트로 유행해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갔다.
20세기 들어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미생물과의 전쟁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중증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례의 대부분 원인이 ‘미생물막’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미생물은 대거 번식하고 군집을 형성한 이후 미끈거리는 막을 형성해 스스로 보호한다.
이를 미생물막이라고 한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12시간 이내에 형성돼 각종 중증 감염과 염증을 일으키며, 악취를 동반하는 위생문제를 유발한다.
미생물막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매년 항생제 내성 감염이 28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는 3만 5000 이상 발생하고 있다.
미생물막은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항생제를 500배에서 최대 5000배까지 투여해야 한다.
결국 미생물막 감염이 될 경우 항생제를 적용할 수 없고 외과적 처치, 즉 닦아내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방에 생기는 핑크빛 물때도 미생물막의 한 종류다. 이러한 미생물막은 세제를 쓰고 수세미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생기는 미생물막 감염은 대처할 방안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치아 임플란트에 미생물막 감염이 있으면 잇몸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고, 통증이 동반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과 전문의가 소독하고, 긁어내거나 증상이 심하면 잇몸이 녹아 임플란트 교체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신체의 미생물막 감염은 해결책이 매우 고통스럽고 많은 비용을 수반하며, 약으로 처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생물막은 인체에도 곧잘 생긴다. 습기가 있으며 혈액이 공급되는 조직에서는 8~12시간 사이에 형성하고 한 번에 완치되지 않는다.
치아의 치태(플라그) 미생물막이 대표적인 예다.
미생물막이 워낙 빠르게 생성되고 급속도로 번지기에 하루에 양치를 3번을 해도 충치가 생기고 잇몸 염증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한번 미생물막이 생겨 감염이 일어나면 즉시 외과적 처치로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이후 미생물막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청결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령화 시대 다가올 팬데믹은 미생물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개념 바이오기술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은 관련 논문을 통해 “미생물막은 중이염, 골수염, 폐렴과 같은 광범한 감염증의 원인이다.
특히 인공삽입물이나 카테터와 같은 의료기구를 체내 삽입한 환자와 면역계 이상 환자는 미생물막을 통한 세균 감염에 따른 합병증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경상대 조주현 교수팀에 따르면, 이미 형성된 미생물막을 제거하려면 고농도의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데 주변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주며 내성균 출현 위험성이 더 커진다.
당뇨, 항암치료, 심장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 그리고 노약자는 기초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과 이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더욱 크다.
앞으로는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이 인류의 가장 큰 숙제가 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생체 임플란트(치아, 심장, 관절, 성형보형물 등)의 시장이 전 세계 200조 규모로 성장했다.
미생물막은 생체 임플란트 감염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모든 중증 감염의 80%는 미생물막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상처치료연구소(WCEI)의 의료책임자 매튜 레귤스키는 해외매체 인펙션컨트롤투데이(Infection control today)와의 인터뷰를 통해 “감염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생물막을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 내성이 커지면서 미생물막을 완화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 또한 의료감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미생물막 형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미생물막 감염 관리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은 기자 se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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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내성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2만 배 확대한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 CDC(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
가려진 팬데믹' 항생제 내성균…"2019년에만 127만명 사망
국제연구진, 세계 204곳 자료 모아…
"말라리아·에이즈 연간 사망자 넘겨"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전 세계적으로 2019년에만 12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해 말라리아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따른 연간 사망자를 넘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 워싱턴대학이 주도한 다국적 연구진 140명은 전날 이런 내용의 논문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이들은 '2019 세계 질병·상해·위험요인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s, Injuries, and Risk Factors Study 2019)를 통해 204개 국가와 속령에서 4억7천100만명의 기록을 종합·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직접적 사인이 된 경우가 127만 건이며,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건강이 악화해 사망한 사례는 495만 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에이즈로 인한 사망 86만 건과 말라리아로 인한 64만 건을 뛰어 넘는 숫자다.
이런 사망 중 대부분은 폐렴 등 하부 호흡기 전염병이나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혈류 감염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항생제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MRSA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위험한 세균인 '다제내성균' 중 하나로 치명적인 병원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또, 연구진이 확인한 5세 미만의 아동 사망 중 5분의 1이 항생제 내성과 연관된 사례로, 아동은 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는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가 각각 10만명당 각각 24명, 22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최다치를 보였다.
고소득 국가에서도 같은 이유로 10만명당 13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이전까지 몇몇 국가를 취합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따른 사망자를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번 연구처럼 광범위하게 세계 각지 자료를 취합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워싱턴 대학 의대 건강 계량·평가 연구소의 크리스 머레이 교수는 "새로운 데이터가 전 세계적 항생제 내성 반응의 진짜 규모를 드러냈다. 이는 이런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도 항생제 내성은 세계 보건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다.
다른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보다도 더 상세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 연구 기관인 질병역학경제정책센터(CDDEP) 센터장 라마난 락스미나라얀은 "우선 (항생제 내성균) 감염을 막는 데 비용을 투자해 현재 유통되는 항생제가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하며,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도 자금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영국 보건안전청(HSA) 수전 홉킨스 최고 의학 고문은 이 문제를 놓고 '가려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 명명하며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고 다른 새로운 위기로 돌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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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피부에 메티실린 항생제 내성균을 갖고 있다. 이 내성균은 메티실린
항생제가 나오기 160년 전인 1800년쯤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영 케임브리지대
항생제 내성균, 200년 전 고슴도치에서 나왔다
항생제 내성균이 200년 전 고슴도치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비슷한 병원균들이 자연에 존재하며 언제든 항생제 남용으로 가축과 사람에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마크 홈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인 1800년대 고슴도치에서 진화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생제 나오기 160년 전 내성균 존재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 피부와 코에 사는 무해한 박테리아다.
포도알처럼 생겼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끔 피부와 내장에서 감염 증상을 일으킨다.
보통 항생제로 쉽게 치료되지만 그 중 MRSA는 항생제인 메티실린으로 죽일 수 없다.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되는 항생제 내성균은 치료가 어렵고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갈 수도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지난 10여년 간 멧돼지와 황새, 뱀, 고슴도치 등 다양한 야생동물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추적했다.
대부분 야생동물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상대적으로 드물었지만 유독 고슴도치에서는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유럽 10국과 뉴질랜드에 사는 고슴도치 276마리에서 검체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리스와 루마니아·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의 고슴도치는 피부에 항생제 내성균이 없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고슴도치는 66%가 항생제 내성균 양성 반응을 보였다.
고슴도치에 있는 항생제 내성균은1800년쯤 고슴도치에서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959년 페니실린 계열의 메티실린 항생제가 도입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유전자에는 시간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돌연변이가 생긴다.
연구진은 내성균의 돌연변이 비율을 근거로 연대를 추산했다.
고슴도치에 있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도 드물지만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고슴도치와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고슴도치가 직접 내성균을 옮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고슴도치의 내성균이 가축을 거쳐 사람에게 전염됐다고 추정했다.
◇곰팡이와 무기경쟁하며 내성유전자 진화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균은 왜 나타난 것일까.
연구진은 고슴도치에서 벌어진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무기경쟁이 내성유전자를 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내성균을 가진 동물들은 피부에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곰팡이도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곰팡이의 항생물질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제거되면 내성균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곰팡이를 이겨내기 위해 나중에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결국 항생제 내성균은 고슴도치 피부에서 곰팡이와 경쟁하며 같이 진화한 결과로 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쓰는 항생제도 사실 자연에서 유래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곰팡이로 뒤덮인 배양접시에 박테리아가 모두 사라진 것을 보고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했다.
홈스 교수는 “고슴도치는 천연 페니실린을 피부에서 분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항생제가 자연에 있다면 항생제 내성 또한 자연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아무리 새로운 항생제가 나와도 남용하면 효능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홈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생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강력한 경고”라며 “자연에는 언제든 가축을 거쳐 사람에게 감염될 항생제 내성균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야생동물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영완과학 전문기자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균을 빠르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슈퍼버그 잡는 차세대 항생제 후보, 흙에서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보통 '슈퍼버그'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위험한 세균을 말한다.
항생제 반코마이신에 저항하는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처음 발견된 건 25년 전이다.
현재는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대표적인 슈퍼버그로 꼽힌다.
MRSA는 치명적인 병원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다제내성균 문제는 세계 보건 의료계의 중대 현안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미국에선 매년 최소 28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3만5천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최근엔 유엔도 식약 개발을 촉구했다.
신약이 개발되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간 2천400만 명이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극심한 빈곤에 빠지고, 2050년엔 한해 1천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최후의 선택'으로 통하는 콜리스틴(colistin) 내성균까지 등장했다.
콜리스틴에 저항하는 슈퍼버그에 감염되면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콜리스틴 내성 슈퍼버그를 퇴치할 수 있는 신종 화합물을,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차세대 항생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큰 이 화합물은 동물 실험에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균 등 몇몇 다제내성균을 제거하는 효능을 보였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은 병원 내 감염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기회감염 병원체(opportunistic pathogen)'로 알려져 있다.
션 F. 브래디 미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토양에서 박테리아 DNA를 추출하는 장면
[미국 록펠러대 Zach Veilleux.
항생제 남용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하면 박테리아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건 피하기 어렵다.
박테리아는 자신을 공격하는 항생제를 피하는 쪽으로 끊임없이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일부 세균은 이미 콜리스틴 독성을 피하는 유전자(mcr-1)가 생겼다.
게다가 이 유전자는 박테리아의 플라스미드(plasmid) DNA에 위치해 다른 세균 주(bacterial strain)에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
박테리아의 플라스미드 DNA는 유전체 DNA와 별개로 자율 증식하는 유전자를 통칭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기반의 '유전체 채굴(genome mining)' 기법으로 토양 세균이 만드는 천연 화합물을 탐색했다.
원래 콜리스틴도 토양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생성한 화합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mcr-1 유전자로 콜리스틴에 저항하는 세균이 등장하면 다른 세균은 이에 맞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1만여 개의 박테리아 유전체를 스크린해, 콜리스틴과 유사한 분자 구조를 만들 거로 예상되는 35개 유전자 그룹을 추려냈다.
유전자 분석을 거듭한 끝에 콜리스틴 내성균에 쓸 수 있는 분자 구조를 알아낸 뒤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신약 후보 물질엔 마코라신(macolacin)이란 이름이 붙었다.
항생제 내성 폐렴간균
호중성 백혈구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저항하는 폐렴간균을 공격하는 장면.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마코라신은 동물실험에서 몇몇 유형의 콜리스틴 내성균을 제거하는 효능을 보였다.
여기엔 CDC가 최상위 등급의 위험한 세균으로 분류된 임균(Neisseria gonorrhoeae)도 포함된다.
브래디 교수는 마코라신에 대해 "가장 골치 아픈 다제내성균에도 투여할 수 있는 항생제로 개발될 잠재력을 갖췄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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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슈퍼버그 균주 박테리아. 최근 박테리오파지(세균바이러스)를 처음으로 사용해
약물 내성 세균에 감염된 다리 중상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약물내성 세균 감염 환자에 박테리오파지 첫 사용, 치료 성공
항생제 등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약물 내성 세균(박테리아)에 감염된 여성 환자에게 박테리오파지(세균바이러스)를 처음으로 사용, 치료에 성공했다.
이는 약물을 써도 죽지 않고 내성만 키우는 세균이 세계적인 공중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성과로 크게 주목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미국에서 매년 약 300만명이 약물 내성 세균에 감염돼 약4만 8000명이 숨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약물 내성균)을 ‘슈퍼 박테리아’ 또는 ‘슈퍼버그’라고 한다.
벨기에 에라스무스병원 연구팀은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항생제와 함께 써서 약물 내성 세균에 감염된 여성(30)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여성 환자는 테러리스트의 폭탄 공격을 받아 다리 등 여러 부위에 중상을 입었고 장기간(700일 이상)에 걸쳐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골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약물에 내성을 가진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에 감염됐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고 죽이는 바이러스다.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로, 세균에 감염돼 그 세균 안에서 증식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박테리오파지를 인간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 왔으나, 환자 치료에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환자 뼈 일부를 제거해야 했고, 이는 세균 감염으로 이어졌다.
불행히 이 세균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폐렴막대균(폐렴간균)이었다.
이 때문에 감염 부위에 항생제가 이르기 못하게 막는 막까지 생겼다.
연구팀은 몇 년 동안 환자의 감염 부위를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택했고,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수년 동안 연구해 온 트빌리시의 엘리아바 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테리오파지를 쓰려면 감염 배후의 박테리아 균주를 정확히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찾아야 한다. 연구팀은 철저한 검색 및 시험을 통해, 하수구 물의 샘플에서 해당 바이러스를 마침내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액체 용액에 섞어 환자 다리의 감염 부위에 직접 발랐다.
이와 함께 많은 항균제(항생제)를 투여했다.
마침내 환자는 감염에서 회복되기 시작했고, 3년에 걸쳐 세균 감염도 없고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세균 감염에 실행 가능한 치료법으로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추천했다.
다만 감염 환자에 대한 대체 요법으로 이를 고려하기에 앞서, 박테리오파지를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Combination of pre-adapted bacteriophage therapy and antibiotics for treatment of fracture-related infection due to pandrug-resistant Klebsiella pneumoniae)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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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분홍색)을 공격하는 모습의 전자
현미경 사진.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로 인해 연간 7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NI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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