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프 지역 추구예프에서 10일 제92 기계화
여단 부대원들이 자주 포와 장갑차를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중심지 마이단 광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3차 세계대전 오나.. 미국·러시아 전쟁 우려 최고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 철수 계획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 정부를 포함해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도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을 대상으로 즉시 철수 권고를 내린 상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부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미 대사관 전 직원에게 철수를 명령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외교관은 우크라이나에 남겨 러시아 접경지대의 정반대 편인 서쪽 폴란드 접경지대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정보기관의 경고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들에게 먼저 철수를 명령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두고 3차 세계 대전의 현실화 가능성까지 언급으로 현재 상황을 대변했다.
▲ 우크라이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지난 11일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3차 시기를 마친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no war in ukraine)”는 종이를
펼쳐보였다.[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향해 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곧 세계 대전을 뜻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의 즉시 철수를 강제했다.
반면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친밀한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고지에서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를 세심하게 주시하면서 예방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만 당부했다.
러시아도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 러시아 외무부는 서방 국가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감추려고 언론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 강원도민일보 & kado.net,
(오른쪽부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우크라 놓고 대립각 키우는 미국·러시아…대화 의지는 재확인
바이든, 러·獨 가스관 중단 '엄포'
푸틴, 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 재확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러시아의 대립각이 커지는 가운데 외교적 해법 도출 위한 관련국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대화 의지를 거듭 피력하며 상황관리에 힘쓰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은 이날 처음으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힘을 보탰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2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서방국가들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박 카드 중 하나로 꼽혀왔다.
다만 당사국인 독일이 구체적 입장 표명을 삼간 탓에 가스관 중단 카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단락된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탱크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는 없을 것"이라며 "내가 장담한다.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우리는 함께 행동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단합하고 있다"며 맞장구쳤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현 상황을 풀기 위해 외교적 해법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것이 최선의 해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독일 정상이 머리를 맞댄 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푸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5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 직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크림반도를 탈환하려 할 경우, 여러 유럽 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면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핵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살펴볼 가치가 있는 여러 구체적 아이디어를 비공개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 금지 △러시아 국경 인접 지역에서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을 '3가지 핵심 사안'으로 꼽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제안이 "앞으로 진전될 단계의 근거로서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모두에게 적절한 타협안을 찾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봤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토의 개방성은 핵심 가치"라면서도 "러시아 측에 구체적인 안보 보장안을 제안했다.
관련국 간 집중적인 외교 접촉이 쉽지 않겠지만 결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가 푸틴에게 제안할 내용 중 하나"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락되기 전까지 관련국들은 접촉면을 넓히며 해결방안 모색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 향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귀국 후에는 숄츠 총리와도 별도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숄츠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뒤 폴란드 등 발트 3국과 잇따라 접촉할 전망이다.
다음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연이어 방문해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말께는 영국 외교·국방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3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자관 연합뉴스
러시아의 해군 군함 연합뉴스
사진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국 치닫는 미국-러시아 치킨게임...물밑서는 천연가스 확보전
미, 동유럽에 3000명 추가 배치 승인...8500명 파병 대기와 별개
미국·유럽, 천연가스 확보 위해 한국 등 아시아 수입국과 접촉
EC, 천연가스·원전 '녹색' 분류 규정안 확정 발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동유럽에 3000명의 병력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쟁’을 입에 올린 데 대한 대응 조치다.
서방사회와 러시아의 갈등 국면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천연가스 확보전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 병력 약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이유다.
이번 주 폴란드와 독일에 각각 1700명과 300명을 투입한다.
독일의 미 스트라이커 부대 1000명은 나토의 동쪽 끝이자 러시아와 가장 인접한 루마니아에 전진 배치한다.
동유럽에 추가 배치된 미군 병력은 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경우 지원에 나서게 된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병력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 가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조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5조는 나토의 설립 근거인 북대서양조약의 5조를 뜻한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 공동 방어를 한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전쟁을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초강수를 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4일에도 미군 병력 8500명에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일주일 새 파병 병력 수를 늘린 것이다.
이날 추가 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으름장을 놓은 후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러시아군 저격수가 1일(현지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 지역에서 열린 군사훈련
에 참여하고 있다. 니즈니 노브고로드/AP연합뉴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크림반도 탈환을 시도하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이후 푸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추가 병력 배치라는 초강수로 대응하자 러시아는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근거 없이 이뤄진 파괴적인 조치로 군사적 긴장을 더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CNN은 미국 우주기술기업 막사(Maxar)의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병력과 무기 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천연가스 확보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과 접촉에 나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시 유럽에 연료를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카타르, 나이지리아, 이집트, 리비아 등 가스 생산국들과도 생산량 확대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 군주와 정상회담을 열고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 발의했다.
EU 내에서도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EC는 환경 이외에도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에너지 의존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vs 미국, 누가 더 음흉한가?
우리나라와 큰 관계가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악당, 미국은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지켜주려는 정의의 사도처럼 일견 비친다.
2022년의 시점으로만 보면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시계를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면 오히려 달리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 vs 바르샤바조약기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알려져있는 것처럼 NATO(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에 있다.
NATO는 무엇인가?
군사대국이던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2차 대전 직후인 1949년 서방국가들이 만든 방어적 성격의 연합기구다.
NATO가 창설되자 이번엔 소련이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1955년 그 대항마로 동구권 8개 국가들과 함께 바르샤바조약기구를 만든다.
양측간의 견제와 경쟁은 1980년대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하고, 동구권이 몰락하자 소련의 후신 러시아는 1991년 바르샤바조약기구를 해체한다.
독일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이 'NATO 영역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믿은 것이다.
사실 소련 때문에 창설된 NATO였기에 논리적으로는 소련의 붕괴와 함께 NATO역시 해체되는 게 맞다.
미국, NATO 동진정책 진두지휘
6일(현지시간) 폴란드 군사기지로 파견되는 미 육군 82공수사단 병력이 C-17
수송기 안에서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NATO는 소련 붕괴를 틈 타 오히려 몸집을 불려갔다.
NATO동진정책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1997년 NATO의 동진 방침을 공개리에 밝혔다.
여전히 수천기의 핵무기를 갖춘 군사강대국으로 남아있는 러시아가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NATO팽창 정책은 당시 미국 안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냉전시대 소련 봉쇄 정책을 설계했던 조지 케넌 전 주소련대사도 1997년 2월 5일 뉴욕타임스에 '치명적 실책'(A Fateful Error)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리며 NATO의 동진은 필연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거라며 극구 반대했다.
NATO 동진정책은 치명적 실책
그는 NATO의 확장은 △러시아의 국수주의, 반서방주의, 군국주의 경향을 자극하고 △러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냉전 분위기를 부활시키고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99년 NATO 창설 50주년을 맞이해 한때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헝가리, 폴란드, 체코를 NATO에 가입시킨다.
2000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뒤 NATO확대는 더욱 가속화됐다.
2004년에는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추가 가입시키면서 NATO는 이제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상트페테스부르크 130km 앞까지 세력을 넓혔다.
미국은 이어 2008년에는 조지아(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토록 유럽에 압력을 넣었다.
2008년 8월 러시아가 조지아내 분리주의세력 지원을 명목으로 군사 개입한 것은 NATO확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였던 셈이다.
남은 것은 이제 우크라이나였다.
미국, 친러 우크라 대통령 탄핵 사주 들통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놓고 미국과 러시아간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우크라이나를 친서방국가로 만들려는 미국과 친러 국가로 두려는 러시아간의 보이지 않은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던 중 2013년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노코비치 대통령이 반정부 세력에 의해 실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반정부 세력과 미국정부간 커넥션이 발각됐다.
2010년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상적으로 취임한 대통령을 사실상의 쿠데타로 쫓아낸 과정에 미국정부가 개입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러시아가 초강경 대응했다.
바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 자치공화국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 성향의 돈바스 분리세력(도네츠크, 루간스크 공화국)에 대한 군사 지원이다.
프랑스·독일, 민스크 의정서 중재
돈바스 전쟁 당시 반군이 사용하던 견인포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전으로도 불리는 돈바스 분쟁은 프랑스와 독일의 중재로 2014, 2015년 각각 1,2차 민스크 의정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체결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7년이 지나도록 민스크 의정서에서 명시한 돈바스 자치권 부여를 거부하면서 민스크 의정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프랑스의 이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다음날 우크라이나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바로 민스크 의정서의 부활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쿠즈민스키 지역에서 궤도형
다목적 수륙 양용 장갑차(MT-LB)를 앞세워 전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AP/뉴시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2022.01.27.
미국-러시아의 재대결, 전쟁 공포에 떠는 동유럽
한겨레S] 구정은의 현실지구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운명은?
러, 12만 병력 우크라이나 둘러싸
“북·동·남쪽에서 공격 가능한 상황”
나토군도 8500명 배치 일촉즉발
‘두 세계 충돌’로 유럽 전역 불안
우크라이나 주변에,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면 ‘전운이 감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8500명이 우크라이나 일대에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옛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로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알라르 카리스 대통령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토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에 나토군이 더 주둔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임자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가 발트해 이웃 나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취임한 카리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 쪽으로 훌쩍 더 다가섰다.
고래싸움에 끼인 옛 소련권 국가들
리투아니아는 미국산 스팅어 휴대용 방공시스템과 열영상탐지기 등 군 장비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미국산 장비의 제3국 이전을 승인해 리투아니아가 대전차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소련에 1940년 강제병합됐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을 보며 어느 때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하다.
세 나라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 그에 맞서는 서방, 그 사이에 낀 옛소련권 국가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벨라루스다.
친서방 발트국가들과 달리 크렘린에 찰싹 달라붙은 벨라루스야말로 ‘푸틴의 야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줄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러시아군 병력 12만명가량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에도 7~10개 대대 약 4200~9000명과 수호이 전투기들을 이동시켰다.
미국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크라이나를 북쪽, 동쪽, 남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의 우파 분석가들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더릭 케이건과 전쟁연구소의 조지 바로스는 의회전문지 <더 힐> 기고에서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폴란드와 발트 3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거 없는 선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푸틴은 2000년 취임한 이래로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다시 연합국가로 묶는 구상을 지지했으며 이미 몇년 전부터 벨라루스에 공군기지를 설치하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에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 앞에서 미적거렸지만, 거센 민주화 시위에 부딪힌 뒤 루카셴코 대통령은 크렘린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다.
2021년 11월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연합을 비롯해 크렘린이 요구해온 협정들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핵무기다.
올해 2월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벨라루스의 새 헌법 초안은 ‘중립’과 ‘비핵화’라는 현행 헌법의 핵심 조항들을 무력화했다.
푸틴은 소련의 해체를 ‘굴욕의 역사’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동유럽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걸까.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이 무리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도박은 푸틴의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인들 다수가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다.
푸틴에게,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역사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남의 나라’가 아니다.
위험한 군사 배치를 감행하면서 푸틴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나토가 더는 동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않는 것,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남겨두라는 것이다.
팽창주의라기보다는 ‘원래 우리 것인 지역을 넘보지 말라’는 위협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분노할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야심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세력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니 나토는 너무 설치지 말고, 미국은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크렘린은 계속 발신해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개입한 것도 러시아의 세력권을 세계에 확인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뜻이 없어 보인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푸틴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돈줄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가치는 떨어졌고 루블화도 폭락 중이다.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나토군을 내보내고 싶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히려 나토의 보호를 요구하는 역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도 부담은 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만일 우크라이나를 건드리더라도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것이라면서 군사적 대응과는 선을 그었다.
유럽과 미국의 시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유럽연합 상임의장국 임기를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가 만나 휴전을 이끌어냈는데, 그 전례를 살린 ‘4자 회담’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유럽 뒤흔드는 두 세계관의 대결
독일도 미국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발트국가인 에스토니아는 미국산 무기뿐 아니라 러시아제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옛동독에서 핀란드로, 다시 에스토니아로 소유권이 이전된 곡사포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데에는 독일이 승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최근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주변국들로 퍼져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몇몇 독일 언론에는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주는 것을 숄츠 정부가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전운’만으로도 세계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동유럽을 뒤덮은 이 위기를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을 뒤흔들 수 있는 두 세계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불독 정신’을 배워 러시아에 맞서자는 글이 실렸다.
45년의 냉전은 진작 끝났고 그 후 다시 30년이 지나갔지만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사람들의 운명은 여전히 두 냉전국들에 달려 있는 듯하다. ‘두 세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한겨레 뉴스레터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의 위협
에 맞서 단합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PA]
핵무기, 포기하지 않았어야 했다"..우크라 후회 목소리 커진다
세계3위 핵무장..1994년 영토보전 대가 비핵화
국제사회 나몰라라..전문가 "북한·이란이 사태 지켜볼 것"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최근들어 핵무기 보유를 포기했던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함부로 영토를 빼앗거나 침공 위협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규모의 핵보유국이었다.
핵탄두 약 1700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여발을 보유했었다고 한다.
버튼만 누르면 수십 분 안에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반복해서’ 파괴할 위력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비핵화에 나섰다.
그 해 12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했다.
각서 체결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이 참여했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독립·영토 보전을 국제사회가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핵전쟁으로 인한 종말 우려가 커지던 당시에는 이 각서 체결로 ‘아마겟돈’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는 핵탄두와 ICBM을 모두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했고 1996년 6월에는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비핵화를 완료했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는 국가의 존폐를 걱정할 처지다.
국경 코앞에 집결한 러시아군 13만명이 숨통을 조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재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 대피를 알리는 사이렌을 앞다퉈 울리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에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한다던 부다페스트 각서는 사실상 휴짓조각이었다.
위반 시 강제조항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현재 비핵화 압박을 받는 북한, 이란 등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의 ‘과학·국제안보 연구소’ 설립자, 핵확산 전문가·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란과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지켜볼 것”이라며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 (국제사회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다른 사례도 찾아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위기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과연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더 불분명해진다”며 “이런 상황 탓에 (일부 국가는) 핵무기 보유 의지가 더 확고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지하 수십 미터 핵미사일 발사 통제소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기만을 염원하던 핵무기 부대 출신 장교들은 당시 부다페스트 각서로 국력을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다.
한때 두 손에 핵탄두 170개를 통제·관리했던 미사일부대의 사단장 출신 미콜라 필라토프 예비역 소장(72)은 더타임스에 “우리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세계의 존중을 받고 안보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의 교훈은 분명하다.
무장을 해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 ‘발사 버튼’을 담당했다던 한 예비역 대령도 “미사일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었다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다페스트 각서 탓에 우리가 나약해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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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AP/뉴시스] 올렉산드르 파블류크 우크라이나 합동군 총사령관이 9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아우디이우카의 최전방 전선을 시찰하고 있다.
2022.02.10.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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