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이 대거 발생하면서 북한은 전국 도·시·군을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 별로 격리, 폐쇄하고 있다. 사진은 평양의 방역요원들이 활동
직전 의료진의 설명을 듣는 장면. <사진 노동신문> 뉴시스
[서울=뉴시스] 북한 코로나 풍경. 2022.05.19. (사진=조선신보 누리집 갈무리)
기절하거나 피 토해야 병원행” 코로나19 급증세 북한은 지금…
“봉쇄조치로 집에서 버드나무 잎 우린 물 마셔”…
의료 인프라 붕괴, 선전과 민간요법으로 방역
[일요신문] 북한 코로나19 방역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2월 국경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방역 체계를 유지하며 ‘확진자 0’을 자부하던 북한 내부에서 유열자가 속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유열자는 북한에서 발열환자를 일컫는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직포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오자 북한 내부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한 단계라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진다.
김정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운영 중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4월부터 5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열자가 224만 1610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는 65명이라고 덧붙였다.
복수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이 줄곧 유지해왔던 노마스크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정은은 5월 12일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선 북한 내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5월 1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덴탈 마스크로 추정되는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했다.
회의 발언 당시 마스크를 벗어 내려놓은 김정은은 “우리나라(북한)에서도 악성 전염병 전파가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
월 16일 북한 방송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덴탈 마스크를 두 장 겹쳐 쓴 채 시찰에 나섰다.
북한 내부에 KF94 등 방역 마스크 물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방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 쓴 채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월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여러 정황을 근거로 김정은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백신에 대한 북한 입장이 이전까지는 ‘별로 효과가 없고 맞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5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백신 접종이 코로나19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계기로 북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탈북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5월 19일경 중국 압록강 상류 지점에서 북한 주민 5명이 중국 쪽으로 넘어오다 3명이 붙잡히고 2명이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붙잡힌 3명 중 2명은 코로나19 확진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도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으로 인해 코로나19 여파가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이 강력한 봉쇄조치로 코로나19 방역을 이어가고 있는데, 외부에서 이동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유입된다면 그것 자체가 봉쇄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더구나 붙잡힌 북한 주민 3명 중 2명이 코로나19 확진자라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국산 안면보호구를 착용한 북한 방역요원. 사진=연합뉴스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버드나무 잎을 우린 물을 마시면서 코로나19 봉쇄조치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봉쇄조치로 집에 머무르면서 버드나무 잎 우린 물을 마시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국가 의료 인프라 붕괴를 코앞에 두고 나온 고육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집에 격리가 돼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버드나무 잎 우린 물을 마시는 것과 특정 증상이 발생했을 때 병원을 찾는 것뿐”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라면서 “기절하거나 피를 토하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 증상이 나오면 이미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면서 “사실상 북한 내부 의료 인프라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일부 간부들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뒷수습을 김정은이 앞장서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품과 더불어 생필품을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리더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북한 당국이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북한 당국이 지급하고 있는 의약품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활동했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중국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상비약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뒤 이 약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에선 백신 접종률과 의료 시스템이 방역 중심이 돼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선전과 기괴한 민간요법이 방역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라면서 “현재 북한 의료 시스템이라면 전국민이 코로나19에 확진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불만은 관영 매체 보도와는 온도 차이가 있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복수의 북한 주민으로부터 들었던 불만 중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주민의 한마디를 소개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모든 인민이 그 하나를 위해 죽도록 충성했다. 그런데 그 하나는 전체를 위해 무엇을 안겨줬느냐.
나라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 일요신문(www.liyo.co.kr),
조선중앙TV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전국 각지로 전달되고 있는 비축 상비약의 공급 현황을
조명했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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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전역에 대해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지난 17일 평양 시내에서 방역요원이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봉쇄지역 생필품, 의약품 공급에 총력...발열자 200만 돌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별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격리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의약품과 생필품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3만여명의 봉사자들이 봉사대 약 8000팀을 꾸려 식량·의약품·기초식품 등 생활필수품을 주민 세대들에 공급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봉쇄로 인한 불안과 공포, 불만 등을 막지 못하면 김정은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의 결정 사항들에 따라 전염병 전파상황을 신속히 억제·관리하기 위해 긴급 해제된 국가예비의약품들을 내각과 보건성에서 각지에 계속 전진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의약품 수송대책을 강하게 세워나가면서 당 중앙의 뜨거운 사랑이 인민들에게 하루빨리 가닿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공급 사업에서 자그마한 편향도 나타나지 않도록 장악 통제의 도수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일군(간부)들이 솔선 양곡수송차와 남새(채소)운반차, 기초식품 수송차들에 올라 현지를 오가며 주민공급사업을 짜고 들고 있다”며 “전국의 모든 리·읍·구·동들에 이동봉사대가 조직되고 평양시만도 구역마다 160여개의 남새·식료품·생활필수품 매대들이 새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일부 간부들에게 돌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시내 약국을 직접 방문했던 일을 소개하면서 “우리 일군들이 얼마나 일을 쓰게 못 했으면 우리 원수님께서 사람들의 내왕이 제일 많은 약국에까지 나가셨겠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되는 발열환자 수는 지난 12일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지 8일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발열환자 수는 224만1610여명이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오후 6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신규 발열환자 수는 26만3370여명이었으며, 이중 24만8720여명이 완쾌됐고 2명이 사망해 누적 사망자는 65명으로 늘었다고 통신은 밝혔다.
▲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평양역을 소독 중인 북한방역요원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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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실제 환자, 공식 발표보다 4~5배 더 많을 가능성”
北 코로나…일일 신규 26만3370여명,
누적 환자 224만1610여명, 누적 사망 65명
김신곤 고대의대 교수 “코로나 무증상자 25%,
유증상자 중 발열환자 30%에 불과”
북한이 코로나 누적 환자 수가 2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일일 신규환자 수는 26만여명으로 나흘 째 2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는 2명 늘어 65명이 됐다.
이룰 두고 국내 보건 전문가는 북한의 실제 코로나 환자 수가 당국 발표의 4~5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세대로면 한두 달 이내에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가 발생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北 “19일 오후 6시까지 26만3370여명 신규환자…누적 환자는 224만1610여명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발표한 코로나 현황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6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신규 발열환자 수는 26만3370여명, 누적 환자 224만1610여명이다.
사망자는 이날 2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 수는 65명이 됐다.
이날 완쾌한 사람은 24만8720여명이다. 지금까지 완쾌한 사람은 148만6730여명이다.
현재 치료 중이 사람은 75만4810여명이다.
북한 당국이 밝힌 통계를 보면, 신규 발생 환자는 16일 26만9510여명, 17일 23만2880여명, 18일 26만2270여명, 19일 26만3370여명으로 나흘째 2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북한 당국의 발표 이후 일일 신규 환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날은 15일 39만2920여명이었다.
김신곤 고대 의대교수 “北코로나 실제 환자, 당국 발표 4~5배 가능성”
그런데 지난 19일 통일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북한의 실제 코로나 환자 수가 당국이 발표한 수의 4~5배가 될 수도 있다”는 보건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열린 ‘북한 코로나 확산사태와 국제적 협력방안’ 토론회에서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인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김신곤 교수는 먼저 “국내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무증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25%였고, 유증상자 가운데서도 발열환자는 30%였다”고 소개한 뒤 “북한 당국이 밝힌 발열환자 대부분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라고 했을 때 실제 코로나 환자 수는 북한 당국 발표의 4~5배인 1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신곤 교수는 이어 “지금 같은 확산세라면 한 달, 길어도 두 달이면 (북한 내) 전체 주민들이 (코로나에) 한 번씩 걸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발열환자를 집계하고 있는데 여기에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 환자도 많이 섞여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실제 코로나 환자 수는 발표보다 적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두고 김신곤 교수는 “최근 북한 관영매체가 주민들에게 권고한 자가 치료 내용이 호흡기 감염 위주이고, 설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특히 전체 유증상자의 40% 상수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평양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코로나 백신 대북지원 놓고는…“안늦었다” vs “늦었다” 전문가 의견 갈려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할 시기를 두고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신곤 교수는 백신을 하루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실제 접종과 면역 형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신속한 백신 지원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봤다.
김신곤 교수는 “북한에는 100~150가구마다 주치의 개념인 ‘호(戶)담당 의사’가 있어 열흘 내에 전 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며 “만일 북한이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전 주민이 감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3개월로 늦출 수 있고, 대북 백신 제공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차지호 교수는 “당장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한다고 해도 북한 전 주민에게 접종되는데 걸리는 시간, 또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매일 코로나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당국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단순 발열환자 집계만 내고 있어 그 속에 콜레라·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 환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웅 기자 enoch2051@hanmail.net
남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지원해 설립된 정성제약공장의 의약품 생산시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보도사진 캡처)
코로나19 창궐중인 북한… 제약공장은 몇 곳 있나?
보건의료인프라 붕괴, 20여개 공장서 항생제 등
일부품목만 생산 생산시설 현대화 …
의약품 품질향상 차원서 GMP 제도 도입 운영
19일 하루 동안만 코로나19 발열 환자가 26만명 발생하는 등 북한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으나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로 인해 예방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보건의료 기반이 사실상 붕괴돼 기초 의약품, 의료소모품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며,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0년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의약품 공급 차질 및 가격 폭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의약품 부족 해소를 위해 의료기관별 자체 의약품 제조, 고려약(한방약) 생산 독려, 기존 제약공장 현대화 등 자구방안을 모색 중이다.
남한에서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춘 공장은 300여곳이지만, 북한은 20여개 제약공장에서 항생제 4종, 합성의약품 30여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시설은 70여년의 역사를 가진 평양제약공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제약공장은 1946년 김일성 주석에 의해 첫 제약공업기지로 창설되고, 김정일 위원장가 김정은 총비서가 현대적인 의약품 포장재 생산공정을 설치했다”고 북한의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소개한 바 있다.
순천제약공장, 흥남제약공장, 신의주제약공장, 정주예방약공장, 토성제약공장 등 주로 지역 명칭을 딴 제약공장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남한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지원해 설립된 정성제약공장에서 2005년부터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북한의 제약공장에서는 다양한 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아 보통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전(의약품시험기준집) 규격에 따라 20~30종의 약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는 2021년 2월 ‘최근 북한 의약품 생산현황’을 통해 설명했다.
북한은 제약공장 현대화와 의약품 품질향상을 위해 GMP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의약품 제조공정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각국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이다.
제약공장 GMP 인증 건수는 2008년 1건(평스제약공장), 2019년 2건(토성제약공장, 룡흥제약공장)에서 2020년 상반기 정성제약공장 등 1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0일 보도를 통해 “평양예방약공장, 흥남제약공장, 신양군영예군인고려약공장 등 보건부문의 단위들에서도 생산공정의 무균화, 무진화를 실현해 300여개 주사약과 알약, 교갑약(캡슐), 싸락약, 가루약, 물약, 수액생산공정 등이 GMP인증을 받았다”고 보도를 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인프라 미비로 의약품은 물론 방역용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으로으로부터 의약품 등의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용주 기자 kgfox11@kormedi.com
연합뉴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17일 평양 거리가 텅 비어 있다.
2022.05.18.
"코로나 확산 北에 팍스로비드 치료제부터 지원해야" 하버드 한인 교수
하바드의대 박기범 교수 CNN 기고문에서 촉구
의료능력 태부족·식량난으로 사망자 급증 우려
진단키트 지원과 mRNA 백신 지원도 서둘러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전세계 185개 국가중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두 나라중 하나인 북한에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국제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큰 위기에 봉착했는지 여부와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참이다.
미 CNN은 19일(현지시간) 15년 이상 북한에 의료 지원활동을 펴온 미 하버드대 한인의사 박기범 박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박기범 박사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상황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시급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년 동안 평양에서 북한 의사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수술을 해본 경험을 통해 북한 의사들은 절대 포기하는 일이 없다는 걸 목격했다.
수없이 여러번 사용해 무뎌진 메스로 절개를 하곤 했다.
마취과 의사가 몇 시간 동안이나 3, 4초 간격으로 공기주머니를 눌러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산소호흡기와 같은 의료장비가 부족한 평양에선 흔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북한 의사들의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 19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북한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지난주 북한은 코로나 19 첫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최소 172만명의 "발열자"가 발생했고 이들중 절반이 격리돼 있으며 10여명이 숨졌다고 한다.
숨진 사람중 최소 1명이 오미크론 BA.2 변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2500만명 북한 주민의 7% 가량이 증상을 보이는 상황은 북한에 큰 재앙이다.
북한을 시급히 도와야 한다.
북한 주민 전체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기에 사망자수가 전례없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해왔다. 국경봉쇄를 통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은 사실 효과적이었다.
2년여 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염력이 매우 강한 오미크론 변이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은 상하이 등 대도시 여러 곳을 엄격하게 봉쇄하면서 최근까지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북한의 봉쇄망을 뚫었다.
대규모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한 북한의 능력이 취약한 점이 우려된다.
우선 의료 능력이 부족하다.
다수의 중증 호흡기 질환자 를 치료할 능력이 없다.
산소, 정맥주사, 호흡기, 의료진을 위한 개인 보호장구와 항생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새로 개발된 코로나 치료제다.
오미크론 BA.2 변이에 효과가 있는 팍스로비드는 경구 투약이 가능하고 보관과 수송을 위한 특별 장비가 필요없다. 이 치료제를 가능한 빨리 보내줘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우리는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한다.
둘째, 북한은 코로나 검사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동남아시아 사무국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매주 1500명을 검사한다.
검사능력 최대치가 그 정도라면 172만명에 달하는 증상자들을 검사하기가 불가능하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면 검사로 확진됐음을 확인해야 한다.
당장 충분한 양의 검진세트를 보내줘야 한다.
북한은 지금 실상을 모른 채 대응하는 상황이다.
셋째, 북한의 식량난이 문제다. 봉쇄조치는 사람들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린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봉쇄조치가 전보다 훨씬 강화됐다.
북한 주민들이 봉쇄조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봉쇄조치로 감염을 차단할 수 과신해 백신 지원 제안을 거부했다.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적 확산을 막으려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mRNA 백신이 오미크론 BA.2 변이에 효과적이다.
서둘러 충분한 양의 백신 지원 제안을 해야 한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의 냉장시설만으로도 mRNA 백신 접종을 감당할 수 있다.
매일 수많은 코로나 환자들을 보살펴야 하는 의료진부터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북한에 지원하는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못지 않게 "무엇을" 지원할 지가 중요하다.
전국적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협조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
유엔이 나서서 WHO, 유니세프(UNICEF), 세계식량계획(WFP)는 물론 비정부기관들의 지원을 조율하고 북한 정부와 함께 지원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모니터링이나 지원 평가를 우선시하면 안된다.
사람들 목숨이 걸린 문제다.
유대감을 발휘해 북한이 먼저 지원을 요청하도록 요구해선 안된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은 명백히 도움이 필요하다.
북한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개별 단체들의 지원을 적당히 짜맞추려 하면 안된다.
국제사회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확실히 알려야 한다.
유엔 본부에는 북한 대사관이 있다.
분명 북한을 지원하기에 걸림돌이 많다.
환자 발생을 발표한 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감염이 억제될 때까지 한반도 군사활동을 유예해야 할 수도 있다.
군사행동으로 북한주민들의 긴급한 상황을 주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모든 당사자들이 팬데믹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팬데믹 확산과 미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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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호통 정치'‥시계제로 코로나가 네 탓?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간부들을 이렇게 질타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맞닥뜨린 방역 시련의 초기부터 국가의 위기대응능력 미숙성, 지도 간부들의 비적극적인 태도와 해이성, 비활동성은 우리 사업의 허점과 공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조선중앙TV 5. 18)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호통을 쳤으니 북한 간부들은 바짝 긴장했을 것이다.
대대적인 문책이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2020년 초부터 북·중 접경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썼다.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 사이 압록강 철교를 오가던 열차와 화물차는 종적을 감췄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대외 무역이 막힌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숨통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그 결과는 심각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4.5%.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1997년 이후 최대 역성장을 한 것이다.
이런 대가를 치르면서 방역을 했는데, 코로나19가 평양까지 들어왔으니 김정은은 격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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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대 국면에서 '호통 정치'
김정은 총비서의 ‘간부 공개 질타’는 집권 초기부터 있었다.
2012년, 평양의 만경대 유원지에 갔을 때 도로에 잡초가 난 것을 보고 직접 뽑으며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가 있는가”라고 질책해 간부들을 얼어붙게 했다.
2014년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 건설 현장에선 “과업을 하지 못했다”고 질책했고, 2018년 함경북도 어랑천 수력발전소 공사장에선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봤는데 말이 안 나온다..
괘씸하다”며 원색적으로 간부들을 비난했다.
김정은의 질타는 그때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선전 효과를 거뒀다.
통치술의 일종인 이른바 ‘호통 정치’다.
'호통 정치'는 위기 국면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첫째, 간부 다잡기.
간부들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라도 대책을 만들 것이다.
둘째, 민심 챙기기.
주민들의 원성을 간부들에게 돌리고 김정은 자신은 애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코로나 방역, 호통으로 될까?
최고 권력자가 호통을 치면 임시방편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극복할 순 없다.
간부들을 질타한다고 해서 없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생기진 않으니까.
그런데도 북한은 잠시 풀었던 접경 지역 봉쇄를 최근 다시 강화했다.
극단적 봉쇄 정책으로 회귀하는 거죠. 그 결과는 심각한 부작용, 주민 피해다.
북한 감기약 가격 폭등
북·중 접경 도시인 북한 혜산시의 최근 사례는 봉쇄 정책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 준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18일, 양강도 혜산시에서 약값이 폭등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공식 발표 이후 기침약 가격이 지난달 중순 1천600원(이하 북한 원)에서 지난 14일 기준 4천8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3배 급등했다.
항생제 아목시실린도 같은 기간 950원에서 3천300원으로 3배 이상 폭등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니 감기약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중국 수입 통로가 막혀 약은 부족하고 약품 사재기까지 겹쳐 품귀 현상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돈 있는 사람들은 어찌어찌 약을 구할 수 있다지만 주민 대부분은 조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극단적 봉쇄로 바이러스를 100% 막을 순 없다.
이번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일례로 북·중 접경 유입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무리 봉쇄해도 밀무역까지 완전히 차단하긴 어렵다.
밀무역엔 커다란 이익이 걸려있고,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북한 주민들도 적지 않다.
목숨을 걸고라도 야밤에 압록강을 건너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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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국제 지원 받아야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줄곧 거부해 왔다.
지난해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만 회분, 중국의 시노백 백신 300만 회분을 배정했지만 받지 않았다.
올해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 회분,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백신 25만 회분도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백신 접종률이 제로 상태고 치료제는 커녕 해열제도 턱없이 부족해서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권력 구조에서 북·중 접경 봉쇄와 백신 거부 같은 결정은 최고 권력자, 김정은이 최종 승인했을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간부 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인도적 의료 지원을 수용해야 한다.
코백스는 최근 북한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2020년 6월3일 개교 후 평양소송구 하신초등학교 에서 코로나 19 범유행 방지
대책으로 마스크를 쓴 초등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BBC 뉴스코리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북한 평양역의 종업원들이 전염병전파에 대처한
비상방역사업을 더욱 강도높이 전개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방역요원들이
평양역내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2022.5.17 연합뉴스
코로나 19의 역설, 북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과감하게 국경을 봉쇄하였고 최근까지도 코로나19 청정국임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뒤늦게 찾아온 코로나19의 확산에 '국가존망'을 논하며 위기의식을 대내외에 드러내고 있다.
정확한 확진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우나, 북한이 밝힌 바에 따르면 5월 17일 오후 6시 현재 누적 발열자가 약 171만 명이며 지금까지 6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분명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다만 작금의 상황을 북한 붕괴론으로 연결하며,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너질 것인가? 필자의 대답은 '북한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전쟁을 통해 구축된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만들어낸 '판옵티콘'의 사회통제체제
한국전쟁이 휴전의 형태로 종결된 이후, 북한은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제시한 판옵티콘(panopticon)과 같은 사회통제체제를 구축하였다.
판옵티콘은 일방향의 통제와 수평적 격자로 단절된 감시체제를 일컫는다. 전후 북한은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의 영역에서 '수직적인 통제'와 '수평적인 단절'의 구조를 강화해왔다.
한국전쟁의 특수성은 전후 북한에서 독특한 사회통제체제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첫 번째로, 김일성은 한국전쟁을 통해 정적들을 숙청하고 빨치산세력을 중심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수령과 당, 인민으로 이어지는 유일통제체계를 완성하였다.
두 번째로, 한국전쟁 초기 UN연합군에 의한 피점령 상황은 피점령지를 회복한 북한 이후 당국이 주민 상호간 감시와 처벌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로,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휴전상태에 놓이며 북한 당국은 전시체제에 준한 사회통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은 북한정치의 다양성을 소멸시켰고 전시에 준한 사회통제는 북한 주민의 이동을 억제하고 배급제도를 통해 개인의 삶을 국가의 자원에 종속시켰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공급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거주하는 시 혹은 군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이렇듯 북한 사회는 사회 곳곳에 물리적, 혹은 사회정치적 격자들이 촘촘하게 세워진 판옵티콘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시장의 등장과 수평적 격자의 이완
철옹성 같은 판옵티콘은 1990년대 중반의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이완되기 시작했다.
국가는 더 이상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없었고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북한사회를 가로막고 있던 격자들을 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계 넘기'는 뇌물을 통해 여행증을 발급받는 방식이었으며 경계를 넘기 위한 운송 수단과 통신 수단도 업그레이드되었다.
과거와 같은 배급과 물자공급을 감당할 수 없었던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시장과의 공존을 모색해 왔다.
때로는 시장을 통제했지만 국가 또한 시장과 그로부터 탄생한 돈주(거대자산가) 없이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북한이 자랑하는 대동강변에 높이 솟은 미래과학자거리도 돈주들의 투자가 만들어낸 '사회주의 선경'이다.
그렇다고 북한 사회에서 정치지도자와 조선로동당의 통제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당의 지배는 견고하며 다만, 생산과 일상의 공간에서 그들은 시장 행위자와 공생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북한 사회의 수평적 격자들 또한 여전히 제도적으로 건재하며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붕괴된 전시체제를 소환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며 과거와 같이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이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이 식량난 이후 시장의 확대와 함께 이완되어 있던 수평적 격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각 "사업단위·생산단위·거주단위별 격폐(격리) 상태"에서 생산활동을 수행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대응은 전후 북한이 구축했던 전시체제에 준한 사회통제체제를 일부 소환함으로써 전염병의 확산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기존의 격자들을 다시 세우고 주민들의 이동을 예전과 같이 억제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분명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며 시장을 통한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인도적 협력은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3일 '북한이 호응할 경우' 실무협상을 통해 방역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인도적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말한대로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북한이 실무협상에 호응, 내지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도적 지원은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을 위한 행위이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 당국간 협상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국제기구나 국내의 인도지원단체를 활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일영,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선인, 201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서울=뉴시스]북한 열병식 장면. 2022.04.26.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전문가 "北, 코로나 위기에도 군사력 스펙터클 부각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군사력 증강을 과시해 민심을 달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형종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일 '북한 야간 열병식의 사회심리적 의미'라는 글에서 "인민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까지 북한은 군사력 증강 스펙터클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북한이 당면한 코로나 위기, 새 정부의 대북 기조와 독립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 군사적 도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북한의 경제 발전 성과가 인민들에게 직접 체감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군사력 증강 성과를 스펙터클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는 경제적 어려움을 인민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합리화 기제로 활용된다.
인민의 불만족과 민심의 불안정을 일정 기간 지연시킬 수 있는 김정은 정권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야간 열병식을 계속 개최하는 데 대해서는 "야간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 증강을 화려한 스펙터클로서 재현해 내는 것은 인민들과 일정한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기획의 일환"이라며 "야간 열병식에서 인민들은 군사력과 화려한 볼거리들에 대한 수동적 관찰자에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야간 열병식은 화려한 조명과 폭죽, 불꽃놀이와 함께 신형 무기에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북한의 최첨단 무기와 화려한 볼거리들이 어울려 시각적 스펙터클로 재현된다"며 "주간의 태양광 아래에서의 열병식에 비해, 조명과 그림자로 인해 유실되는 시각적 정보(인민군)가 있는 반면 강조되는 대상(신형 무기)의 특성은 더욱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간 열병식은 어려운 북한 상황에서의 인민의 고난과 이를 견뎌내도록 고무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며 "막강한 군사력이라는 스펙터클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불안정한 북한 체제의 생존 가능성, 외부의 위협을 종식할 수 있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집단적 정동을 인민들에게 추동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연합뉴스
북한 코로나19 사태 근본 원인은 ‘김정은’ 자신
집권 10년간 모든 것 무시하고 핵에 골몰
남측 지원으로 기본 의료시설은 갖췄지만
핵·미사일 개발·체제 유지 이외엔 무관심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백신은 물론 해열제조차 없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집권 10년 동안 주민 생명보다 자신을 지켜줄 핵과 미사일 개발만 생각했다.
급박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도 체제가 붕괴될까 봐 우리 측 지원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자신만 살겠다는 인권 경시 행태가 계급과 성분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를 만나 대형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발열자는 18일 27만명에 육박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지난달 말 이후 발열자는 200만명에 달하고 지난주 말부터 매일같이 20만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70명 내외이며 감염 후 사망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2~4주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희생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코로나19는 발표 수치만으로는 매우 심각하지만 북한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북한은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와 함께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두 나라 중 하나다.
홍콩 내 미접종자의 치사율 데이터를 적용해 보면 북한 주민의 30%가 감염되면 42만명, 50%가 걸리면 70만명이 입원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가 위기대응 능력의 미숙성, 국가지도간부들의 비적극적인 태도와 해이성·비활동성은 우리 사업의 허점과 공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며 간부들을 꾸짖었다. 관료의 기강 해이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김 위원장 자신이다.
주민을 위한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보다 핵‧미사일 개발에 더 큰 돈을 쏟아부어온 것이 김 위원장의 실체다.
북한은 항생제 등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갖추고 있다.
‘미공급(고난의 행군)’ 이후 들어온 한국을 포함한 외부 지원 덕분이다.
순천제약공장 등 10여개 중앙급 제약공장에서 3~4종의 항생제를 비롯간 염백신·페니실린 등 20여종의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문제는 핵·미사일 개발하느라 의약품 등 주민 생명을 위해 쓸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단거리 미사일은 한 번 쏠 때 100만~150만달러(약 12억~18억원)가 든다.
장거리미사일까지 포함하면 10년 동안 미사일에 천문학적 액수를 들였다.
김정은 안위를 위해 핵·미사일 증강에만 혈안이 됐고 기본적인 의료 지원조차 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백신을 포함,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이 북한에 도달할 때까지 적어도 한 달, 주사를 맞더라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2주가 걸려 백신 공급은 큰 의미가 없다.
또 북한에 백신 보관·수송에 필요한 냉장시설과 냉동차가 부족해 받아도 제대로 사용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대답이 없는 근본적 이유는 체제 보위를 위해 중국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16일 중국에서 의약품을 대거 들여간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가 통일을 앞당길 것이란 낙관론도 있지만 최악의 식량난으로 최대 300만명이 숨졌다는 1990년대 말 ‘미공급’ 때에도 체제는 유지됐다. 우리 측 도움을 받아들였다간 체제 붕괴가 두렵고, 주민 생명을 생각하려니 김정은을 지켜줄 핵 개발을 못하게 되는 것이 북한 현실이다.
지난해 북한 곡물 부족량은 86만t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모내기조차 불가능해져 코로나19 피해에 식량난까지 덮칠 공산이 크다.
그런 상황 속에서 김정은은 북‧미 협상 재개 조건으로 주민 생필품이 아니라 ‘선물 통치’ 필수품인 고급 양주와 양복 등을 요구했다.
우리는 당분간 그런 비정상을 마주해야만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질책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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