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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때가 와서 가야하더라도 가장 늦게 가고 싶은 곳, 요양원

 

 

 

게티이미지뱅크

 

 

 

 

 

 

 

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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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시대, 최후의 내집은 어떤 형태?

 

 

 

<40>초고령화의 신트렌드 ‘생활+간병 마지막 내집마련’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왔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현역수요→고령욕구’로 전환될 전망이다. 

혼란과 설렘은 공존한다.

초고령화발 위기ㆍ기회의 양면지점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히는 수뿐이다.

휘둘리기보다 지배하도록 면밀한 인구기반 전략수립이 전제된다.

 

인구변화발 미래독법으로 차기 행보를 준비할 때다.

시장환경은 급변할 터다.

자연감소ㆍ총인구감소 등 당초예측을 각각 10년ㆍ9년 앞당긴 한국 사회답게 동시다발적 제도개혁은 불가피하다.

 

공적연금ㆍ보험 등 고성장기에 설계한 세대부조형 제도질서는 개혁도마에 올랐다.

아쉽게도 초고령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다.

부담증가ㆍ수혜축소가 예상된다. 

급속히 늙어가니 더는 챙겨줄 수 없다.

 

뒤집으면 시장ㆍ기업으로선 기회다. 

공공대응은 줄고 민간수요가 늘면 시장여력은 커지는 게 자연스럽다. 

고령욕구의 정밀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은 초고령화의 신질서를 움켜쥐려는 쪽에선 이미 시작됐다.

 

 

초고령화의 대형욕구 ‘내집마련 맞춤전략’

 

사용가치보다 소유욕구가 먼저인 사회답게 내집마련은 중대한 생애과제다. 

단 마지막 집을 둘러싼 고민은 생각보다 적다.

 

늘 젊고 건강한 현역기반 거주공간만 떠올리며 입지와 환경에 따라 조정하고 선택한다.

더는 곤란하다. 

신체건강ㆍ자립생활의 인생마감은 의외로 적다. 

 

유병연령(±75세)과 평균수명(±84세)을 보면 10여 년의 간병발생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내집거주와 간병해결의 공존불능에서 비롯된다. 

즉 질환이 심할수록 절대다수는 요양원ㆍ요양병원에 의탁한다.

돌봐줄 가족지원도 녹록잖아 선택여지는 거의 없다.

 

전 국토의 요양시설화가 확산된 이유다.

대안도 마뜩잖다. 

상황발생 후 수소문하니 본인의지는커녕 등 떠밀려 타협공간에 입소하는 게 보통이다.

품질은 별로인데 가격은 부담되고 대안카드조차 없으니 간병만족도는 낮아진다. 

 

마지막까지 살려던 내집도 유휴화된 후 승계작업에 들어간다.

지금도 단기ㆍ급속의 초고령화로 최후공간의 수요ㆍ공급 미스매칭이 큰데, 현실화될 거대집단 베이비부머의 유병화는 관련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를 지켜본 후배세대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불행ㆍ비운의 노후경로에 맞서 내집마련의 맞춤전략을 설계한다.

 ‘거주+간병’의 동시해결이 가능한 고가시설은 아닐지언정 저마다의 능력ㆍ선호를 반영해 일찌감치 적당한 최후공간을 점찍는다.

 

사업기회로서 최후공간은 달라진 가치관ㆍ경제력을 지닌 새로운 선도집단이 주도해 트렌드화한다.

색다른 인생후반을 펼치려는 신(新)노년 모델은 베이비부머와 만나 본격화된다.

노후주거의 패러다임도 변한다.

중요해진 건 자기결정권이다.

 

자녀와의 교류ㆍ조언은 환영해도 생활결정은 본인 휘하에 두려 열심이다. 

기세ㆍ비중을 보건대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품은 선택메뉴는 다양화된다.

강력한 규제로 실버주택ㆍ요양원ㆍ요양병원 등 제한된 라인업이나, 수요폭증ㆍ민간참여가 확인되면 시장조성은 시간문제다. 

 

경제력별 가격차가 크고 아프면 거부되며 숫자조차 적은 실버주택ㆍ타운, 독립생활이 힘들고 등급을 받아야 들어가는 요양원, 상주의료진의 중증치료가 전제된 요양병원 등으로는 세분화된 맞춤욕구를 풀어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스스로 짓고 살겠다는 수요도 있다.

 

사회주택처럼 취지ㆍ성향ㆍ조건에 맞춘 이들이 제 손으로 설립ㆍ운영하는 식이다.

협동조합처럼 갹출(출자금)해 지은 후 공동경영ㆍ독립생활을 보장하는 형태다. 

선진국에서 유행한 커뮤니티케어로 ‘독립공간+생활지원’의 양수겸장을 지향한다.

입주민끼리 가족기능을 보완한 ‘한 지붕 여러 노년’의 집합주거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 내집마련의 일본적 선행경험과 기회

 

일본은 최후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휴화된 학교ㆍ기숙사ㆍ호텔이 요양원으로 바뀌고, 건강상황ㆍ지급능력ㆍ선호지역별 최후공간을 매칭하는 중개사업도 활황이다.

간병테마로 엮이는 관련시장은 급성장세다. 시장화는 정책변화가 한몫했다.

 

재정악화로 ‘시설→재가’로 간병정책을 전환해 자기책임화를 강화한 게 원류다.

정부 부담이 높은 시설간병에서 개인부담을 늘린 재택간병으로 바뀌자 ‘공공틈새→개별필요→민간공급→시장성장’이 이뤄졌다.

재택간병은 꽤 힘들어 상당한 수요가 시장에서 채워진다.

 

가족간병을 위한 퇴직자만 연 10만 명에 달하는 부작용도 컸다.

그럼에도 미스매칭은 상당하다. 

간병환자는 많은데 시설ㆍ직원공급은 역부족이다.

 

2025년 38만여 명이 모자랄 걸로 추정된다. 

저임금ㆍ고강도 업무라 코로나19 때도 해외간병인의 입국문호는 열어줬다.

쌀수록 품질은 나쁘다.

간병보다 통제가 먼저인 불량시설의 사건사고는 반복된다.

 

물론 건강할 때 최후공간을 찾자는 잠재수요까지 몰리자 신규시설은 늘었다. 

기존의 특별요양노인홈(특양)ㆍ유료노인홈ㆍ간병노인보건시설에 더해 서비스부가고령자주택ㆍ전용임대주택까지 가세했다.

후자일수록 건강ㆍ자립형의 내집마련과 직결된다. 언제 닥칠지 모를 간병수요도 커버한다.

 

다만 엇박자는 여전하다. 원하는 공공시설(특양)은 대기수요가 적잖고, 민간시설은 저품질ㆍ저가격이 많아서다. 특양 대기만 30만~40만명에 달한다.

민간시설은 시장논리를 따른다. 

크게 유료노인홈(간병부가형ㆍ주택형),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으로 나뉜다. 

 

유료노인홈은 임대주택ㆍ아파트 형태로 비용ㆍ입소기준 등은 제각각이다.

대부분 간병서비스가 붙지만, 특양과 달리 임대계약형이다. 유료노인홈은 이용권 구입계약이라 일시금이 붙고, 퇴거 때 상환갈등도 있다.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은 자립 혹은 경증간병이 주요대상이다.

 

높은 시장성에 수많은 기업이 진입한 업태다. 영리조직을 넘어 지자체ㆍNPO(민간 비영리 단체)법인까지 가세한다.

이종업체 간 합종연횡도 잦다. 가령 건설사가 간병회사와 제휴해 시너지를 쫓는다.

시장은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으로 재편된다. 

 

최소서비스는 안부확인ㆍ생활상담으로 사실상 필수다.

간병인력의 주간상주도 의무화다.

임대주택답게 서비스의 자유도가 높고 종류도 많다. 

 

고객눈높이의 메뉴선택이 확대된 것이다. 

공공보다 비싸나 ‘간병해소+양질서비스+프라이버시’로 인기다.

 

즉 건강한 일상생활이 전제된 자택감각에 가깝다. 

월 15만~25만 엔대로 서비스선택별 추가비용이 붙는다.

입주는 단신노인ㆍ고령부부에 한정되며 입주ㆍ퇴거도 자유롭다.

대개 전용공간(방)과 공동공간(부엌·욕실)으로 나뉜다.

 

 

 

 

 

 

 

 

고령자복지주택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뜨거워질 신노년발 최후의 내집마련 시장개막

 

초고령화ㆍ유병노후가 맞물린 마지막 내집마련 필요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대ㆍ욕구변화를 볼 때 유력한 성장산업으로 제격이다.

‘복지개념→경제논리’로 넘어오면 시장조성ㆍ업계재편은 본격화된다. 

 

신규모델 발굴차원에서 본업과 상승효과를 누리려는 무한경쟁도 예상된다.

기존업체는 전문성과 노하우로 덩치확대를 모색하고, 신규진입은 자본력과 시너지의 효과창출을 기대한다.

 

일본은 이미 활발한 시장확대가 확인된다. 

전혀 무관한 듯한 소니나 파나소닉마저 시니어고객의 최후공간을 사업모델로 편입했을 정도다. 

 

자회사를 두거나 인수ㆍ합병(M&A)으로 진입효과를 높이는 전략이 채택된다.

수익예측이 쉽고 정부지원도 많아 실패확률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일각에선 국가지원형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란 평가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본업과 연계해 사업과 고객을 늘릴 뿐 아니라 ESG처럼 사회문제 해결기업이란 평판까지 얻는다.

그만큼 최후의 내집공급에 뛰어든 이 업종의 실험도전도 활발하다.

경비업체(ALSOK)나 외식체인(젠쇼ㆍ와타미) 등이 그렇다.

자체사업과 간병틈새를 연결하는 복합ㆍ통합적 차별전략을 내세운다. 치열한 경쟁은 자연스레 고객만족을 낳는다. 

 

편리성ㆍ안정감ㆍ신뢰성 등이 강화되며 복지영역의 한계였던 품질제고의 유인체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도 늘어난다.

 

다양해진 신노년의 미세욕구를 풀어줄 새로운 최후공간의 제안실험은 증가세다. 

‘간병+생활’과 관련된 필요시설과 서비스를 집중시킨 서구형 은퇴공동체로 유명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나 전용ㆍ공용공간을 나눈 협동주거형 자치모델인 코하우징(Cohousing), 다세대교류형 지역ㆍ주택기반 커뮤니티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사회ㆍ경제가치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마지막 집을 제안한 혁신실험이다.

한국상황은 더 고무적이다.

초기시장인 데다 잠재수요ㆍ구매능력ㆍ다양욕구 등이 노년인구의 내집마련에 직결되는 까닭이다.

아직은 부유한 액티브시니어(활동적 장년)의 제한시장이나 갈수록 세분ㆍ고도화는 대세다.

 

 2010년 44조 원에서 2020년 150조 원으로 급성장한 시니어마켓만 봐도 잠재기회는 충분하다. 내집에서 이뤄지는 ‘생활+간병’의 동시해결은 초고령사회의 신트렌드일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간병비 부담이 가장 큰 요양병원. 모두가 가급적 가장 늦게 입소하고 싶은 곳이다.

언스플래시 제공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때가 와서 가야하더라도 가장 늦게 가고 싶은 곳, 요양원

 

 
 
 
 

중견기업 P부장은 노후에 관해 서로 생각을 나누는 작은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 회원에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노인 복지와 돌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20년 넘게 지속돼온 모임이지만 P부장이 정기적으로 출석한 것은 정년퇴직이 가시권에 들어온 2년 남짓 전부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비대면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의 2022년 3월 주제는 ‘코로나19 시대 노인의 신체활동’, 4월 주제는 ‘좋은 죽음과 연명의료 결정’이다.

노인 신체활동을 다룬 3월 모임에서는 최근 박사논문을 받은 회원 L씨가 논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그는 야외활동을 극도로 제한한 코로나19 방역지침이 나이 든 사람들의 건강 유지 노력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백세운동교실’ 프로그램 강사와 이용자들이 조사 대상이었다.

 

4월부터 신청받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경로당·복지관 등으로 강사를 파견해 운동교실을 연다.

2005년 노후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더 나은 복지제도를 갖춘 유럽 나라도 한국처럼 국가가 나서 국민의 운동 프로그램까지 챙기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공적 의료보험을 유지하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눈물겨운 노력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년 동안 운동교실을 비대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L씨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웃픈’ 사연이 많았다고 한다.

강사와 서로 모습을 쳐다보면서 운동하려면 운동교실 참가자들도 스마트폰에 줌(Zoom) 같은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한다.

 

고령자에게 스마트폰 다루기는 녹록하지 않은 과제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온통 신경을 쏟으면서 강사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일도 쉽지 않다.

 

게다가 사양이 낮은 스마트폰이나 일반 휴대전화를 가진 고령자가 흔하다.

기기 보유와 기기 사용 어려움의 문턱이 높아 적잖은 이용자가 운동교실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이 나오지 않거나 화면이 도중에 끊길 때 자녀 등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그런데도 빠짐없이 참가해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고령자들은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으로 피로감이 커진 강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령자 셋이 코로나19 때문에 닫아둔 경로당에 들어가 운동교실에 참가한 사례도 있었다.

집에서 하려니 자식들 눈치가 보이고,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있어서였다.

 

세 사람이 그 작은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서로 ‘거리두기’까지 하면서 운동을 따라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인지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은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

아니 가더라도 되도록 늦게 갔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거동이 힘든 노부모의 돌봄은 성인 자녀의 최대 걱정거리다.

누가 곁에서 돌볼 수 있을지,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요양원을 권해야 하는지를 놓고 자식들이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노부모로선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자식 키우는 데 모든 걸 쏟은 노부모는 뾰족한 대책도 없으면서 그런 짐이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고민으로 머리 아픈 50·60대가 지금 노부모의 나이가 됐을 즈음은 아마 요양원 가는 게 상식인 시대일지 모른다.

집에서 모든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 케어) 체계가 갖춰지지 않는 한. 자녀 수부터 확 줄었다.

 

그때는 노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해지고, 자식들은 먹고살고 아이 키우느라 지금보다 훨씬 허덕댈 것이다.

시인 김인육의 2009년 작품 ‘후레자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어머니에게 쌩으로 먹이고는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요양시설 들여다보기내 몸 건사를 위해 애써도 언젠가 요양시설 신세를 져야 할 수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노후를 바란다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다.

거기에 드는 비용 또한 노후자금 계획에 넣을 필요가 있다.

준비 없이 거동이 힘든 상황을 맞으면 그 부담이 온전히 자식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 시설의 비용 구조나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같은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요양원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거동이 힘든 정도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판정을 거쳐야 한다.

 

장기요양 1·2등급이거나 그 아래 등급 가운데 가족 돌봄이 매우 어려운 고령자는 요양원에서 본인부담금 20%와 식비·간식비만 내면 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해 만족도가 높고 대기자가 1500명 가까운 서울요양원의 월 기본요금은 70만원 안팎(식비·간식비 1일 1만원)이다.

 

P부장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경기도 일산 B요양원은 80만원 남짓이다.

본인부담금은 어디나 같다.

식비·간식비에서 차이가 난다.

 

기본요금은 3~4인실이 기준이다.

더 쾌적한 2인실, 1인실을 원할 때 비용이 껑충 뛴다.

가족 아닌 사람들과 오랜 기간 같은 방에서 사는 것을 힘들어하는 고령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B요양원의 2인실은 170만원, 1인실은 230만원 수준이다.

P부장은 지금 기준으로 월 150만원 안팎인 국민연금을 통째로 넣어도 2인실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셈이다.

 

요양병원 이용에 자격은 필요 없다.

일반 병원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 20%와 식비 50%를 내면 된다.

치료, 특히 보험 비급여 치료에 따라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더 큰 부담은 간병비다.

 

요양원과 달리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없어 간병인이 필수다.

개인 간병인을 둔다면 입원비보다 훨씬 많은 월 300만원을 각오해야 한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확산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병비 부담을 확 낮추지만 일반 요양병원에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parkje@hani.co.kr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2021.11.04. photo@newsis.com 

 

 

 

 

 

독박간병’ 굴레… 가족 옭아맨다 

 

 

 

간병파산’이 현실로
간병비 10년새 3조6550억→8조
요양원, 경제적 부담 덜 수있지만
어르신들 집에서 돌봄 받기 원해
‘저질서비스 논란’ 보호자도 고민

‘노인장기요양보험’ 반쪽지원
방문해 요양·간호·목욕 등 서비스
1등급 판정 땐 월 167만원 지급


의료는 별개, 사각지대 놓일 수도
돌봄·의료 통합 커뮤니티케어 필요

 

 

 

 

 

“월급의 대부분이 어머니 간병비로 나가니까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어머니 건강도 걱정이지만 솔직히 앞으로 계속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웠어요.”

 

90세가 넘은 노모가 최근 화장실에서 넘어진 후 A씨는 매일 습관처럼 한숨을 쉰다.

친척이 근처에 살긴 하지만, 홀로 사는 노모가 슬개골을 다쳐 혼자선 몸을 가눌 수 없기 때문이다.

60대인 A씨 부부가 24시간 내내 곁에서 수발을 들긴 힘들어 간병인을 구했다.

 

하루 12만원. 추가 비용을 제외하고 기본으로 들어가는 간병비만 한 달에 최소 360만원에 달했다.

돈 걱정을 하는 자신이 불효자 같아 내색도 못하지만, 자신 역시 곧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여서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에게 장애나 질병이 생기면 누구나 이런 돌봄과 의료비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간병의 주 책임은 여전히 개인에게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생 문제까지 겹쳐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한 명의 자녀가 두 명의 부모를 책임지거나,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독박간병’ ‘간병파산’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부담이 큰 간병 문제 해결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간병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5일 학술지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에 실린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2021년 4월) 논문을 보면, 유급 간병비와 가족 간병인의 기회비용 등을 더한 ‘사적 간병비’ 규모는 2008년 3조6550억원에서 10년 뒤인 2018년 8조24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적 간병 수요는 연인원 기준 같은 기간 5774만명에서 8944만명으로 늘었다.

 

◆월급이 간병비로… ‘간병파산’은 현실

 

간병인의 하루 일당은 보통 12만원 안팎인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감염성 질환 △욕창 △신체 마비 유무 등에 따라 비용이 더해진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출입이 제한되자 간병인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비용은 오르고 간병인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특히 남성 간병인의 경우 여성 간병인보다 구하기 어렵고 비용도 더 비싸 10만원대 후반 간병비를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을 해 봐도 한 달에 400만원 내외의 간병비가 든다.

간병비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어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20만원이었다.

간병비가 월급보다 많은 셈이다.

‘간병파산’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요양원(시설)에서 지내면 경제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다수의 입소자를 간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택에서 1인 간병을 받는 것보단 비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져도 요양원에 들어가길 꺼리는 노인들이 많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의 83.8%는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고, 56.5%는 건강이 악화해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집에서 머물기를 희망했다.

 

또 영리 목적의 요양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고질적 병폐로 꼽힌 저질(低質) 서비스 우려도 보호자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B씨는 “요양원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놀랐던 적이 많다”며 “책임감과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고,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는 비용을 줄이려고 기저귀 같은 물품도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료 없이 돌봄만 책임지는 장기요양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되면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집에 머무를 수 있다. 건강보험이 의료를 담당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돌봄을 맡는다.

등급에 따라 월 한도액만큼 요양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시설급여를 받으면 요양시설에 입소해 활동 지원을 제공받고, 재가급여를 받으면 방문 요양·간호·목욕 등 가정 방문 요양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정되면 가장 높은 1등급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월 167만원까지 급여가 지급된다.

 

집에서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의료와 돌봄이 분리된 구조 탓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들은 따로 의료서비스를 구해야 한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택치료는 갈 길이 멀고 이를 보완해 주는 방문간호는 이용하기 쉽지 않다.

방문요양(5만400원·180분)과 방문간호(4만7450원·30∼60분)의 수가가 비슷해 한 번 간호를 받으면 돌봄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요양서비스는 주로 방문요양에 치중돼 있다.

재가급여 지급 현황을 보면 개인지출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모두 합한 지난해 재가급여 총지출 6조7703억원의 68%인 4조6042억원이 방문요양에 쓰였다.

방문간호는 348억원으로 총지출의 0.5%에 불과했다.

 

 

 

 

 

 

 

 

 

 

 

 

 

◆“의료돌봄 통합해 한국형 커뮤니티케어 구축해야”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생활고를 못 견뎌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강도영씨 사건이 지난해 알려지면서 간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커졌다.

당시 제20대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간병 문제 해결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고 의료돌봄 통합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서비스를 강화해 일명 ‘한국형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겠다는 비전도 내비쳤다.

지난 19일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된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형수 건국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일본은 장기요양보험으로 커뮤니티케어가 운영된다”며 “우리도 커뮤니티케어의 실현을 말하지만 그 대상과 수요자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보(의료)와 장기요양보험(돌봄), 공공과 민간이 섞이지 않고 각각 운영돼 수요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서비스를 일원화하는 등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우리가 바라보는 커뮤니티케어가 무엇인지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하려면 의료와 돌봄이 통합돼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의료가 배제된 탈의료기관, 탈시설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대안으로 요양 병원·시설이 융합된 일본의 개호의료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요양의원’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또 의원급에서도 장기요양 환자를 케어할 수 있게 하고 방문진료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살던 곳서 의료·돌봄 ‘지역포괄케어’ 갖춰

 

살아있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의 저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매년 태어나는 아이보다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이 많은 일본 사회에 시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집에서 혼자 죽는 노인이 더는 ‘불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방문 간병·간호·의료가 갖춰지면 집이 아닌 시설이나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고령자나 질병,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되도록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살던 곳에 머무르며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는 배경의 중심에 커뮤니티케어가 있다.

커뮤니티케어의 원조는 영국이다.

 

영국은 국가가 돌봄 시스템의 주축이 돼 서비스의 질을 일정 수준까지 담보하고, 지역사회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의료서비스는 중앙정부가 맡고 성인돌봄의 경우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보단 지역사회의 책임이 커졌고 민간의 영역도 늘어났다.

 

돌봄서비스의 대상자는 주로 노인이나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사람, 알코올·약물 의존증자 등이지만 이들을 돌보는 가족이나 보호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돌봄뿐만 아니라 예방서비스도 제공된다.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보호계획(케어플랜)이 마련되고 예산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을 정한다. 이때 서비스 이용자는 자기주도적 지원인 개인 예산제도를 활용해 추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용자와 보호자가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유연성을 높였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는 지역포괄케어로도 불린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거품)경제가 무너지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병 문제가 사회문제로 일찍이 대두됐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 고령자가 되는 2025년에 대비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2013년 △개호 △의료 △예방 △생활지원 △주거 등으로 포괄적 지원이 구체화됐다. 지역이 중심이 된 돌봄네트워크를 통해 건강한 상태에서부터 개호 예방에 단계적으로 들어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대략 30분 이내에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일상생활권을 목표로 하는데 지역마다 정착된 방식과 추진 속도는 다르다.

 

2018년부터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개호의료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간병과 의료가 합쳐진 형태로 우리나라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시설)이 융합된 것으로 보면 된다.

의사가 상주하고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간병도 받을 수 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사진 셔터스톡

 
 
 
 
 

 

 

퇴근후 간병, 하루 두번 사는 느낌”... 50% 뛴 간병비에 가족들 쓰러질 판

 
 
 
 
 
 
 

직장인 어모(31)씨는 지난 1월부터 4개월째 요양병원에서 거의 24시간 어머니(56)를 간병한다.

어머니는 작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계속 입원 중이다.

그는 어머니 몸에 욕창이 생기지 않게 수시로 몸을 뒤집어야 하고, 끼니마다 코로 밥줄을 연결해 죽을 먹여야 한다. 병원에서 원격으로 직장 일도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말 구한 간병인은 하루에 13만원을 달라고 했다.

도저히 감당이 어려워 직접 간병을 시작했다.

그는 “새벽에 회사 일을 하다가 오후부터 간병을 하는데,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간병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간병인에게 드는 간병비가 크게 뛰었다. 간병인은 환자를 곁에서 돌보며 식사나 이동 등 각종 생활 편의를 봐주는 사람으로, 주로 병원이나 환자의 집에서 상주한다.

 

요양원 등 요양 시설이 필수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각종 병원은 간병인을 고용할 의무가 없어 간병 비용은 온전히 환자 몫이다.

수요는 느는데 간병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코로나로 중국 동포 등 외국 국적 간병인이 대폭 줄었고 감염 우려 등으로 병원 근무 기피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일대일 관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7만~9만원 안팎이었던 간병비가 40~60% 안팎 올라 지금은 10만~15만원에 이른다. 1개월 기준 300만~450만원이다.

 

주로 간병인 1명당 환자 6명을 돌보는 공동 간병도 비슷하게 올라 한 달에 90만~150만원 안팎이다.

가족 구성원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월급보다 간병비가 더 들어 직장을 그만두거나 간병과 일을 병행하며 일상이 무너지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성모(38)씨의 90대 할머니는 지난 3월 호흡 곤란 증상으로 닷새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성씨의 60대 어머니가 간병을 맡았다.

성씨는 아이를 키우느라 간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들이 간병인 구인 사이트에 ‘일당 10만원’으로 글을 올렸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간병을 한 지 5일 만에 성씨의 어머니는 체중이 6kg이나 빠졌고 소화불량 증세도 겪었다.

성씨는 “간병이 이렇게 고되다는 걸 처음 알았다”면서 “60대 노인이 90대 노인을 돌보는 게 죄송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간병비가 급등한 것은 코로나 여파가 크다. 한국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간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그런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간병인으로 많이 일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감염 우려나 자가 격리 부담 때문에 한국을 떠났고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체 간병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 동포라고 본다.

간병인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 비자(H-2)를 보유한 중국 국적 동포는 2019년 말 약 19만명에서 지난 3월 10만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간병인 수요는 더 늘었다.

감염 우려 탓에 각 병원이 ‘한번 간병인을 입원실에 들이면 2~4주 이내엔 교체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가족 가운데 여러 명이 돌아가며 간병을 하는 게 불가능해지다 보니 직업 간병인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이다.

 

지난달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이런 방침은 여전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간병인 시세는 코로나 이전 하루 7만~9만원에서 꾸준히 올라 지금은 10만~15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어머니가 뇌질환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직장인 송모(48)씨는 한 달 간병비로 450만원을 선금으로 냈다.

송씨는 “월급으론 버틸 수 없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간병인 자체가 귀해지다 보니 환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간병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코로나 전보다 더 커졌다.

보너스나 휴가 수당, 약속에 없던 밥값 등 각종 웃돈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올 초 뇌출혈로 쓰러진 60대 어머니를 위해 간병인을 2개월간 쓴 유모(38)씨는 “일당 13만원에 하기로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꼴로 10만원씩 보너스를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어머니가 해코지를 당할까 걱정이 되는 데다 다른 사람을 구할 수도 없어 요구를 들어줬다”고 했다.

 

간병용품을 사실상 강매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이모(36)씨가 폐렴에 걸린 할아버지를 위해 고용한 간병인은 이씨에게 ‘간이 영수증’을 건넸다고 한다.

욕창 방지를 위해 에어매트를 12만원에 샀으니 그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사전에 말도 없었고, 시중엔 비슷한 제품이 3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씨는 돈을 지불했다.

 

환자 가족들 입장에서 돈은 많이 드는데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조모(31)씨는 “작년 다른 가족이 병원에 방문했는데 뇌출혈 환자인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서 땀을 뻘뻘 흘리건만 간병인은 보조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며 “땀이 고이면 욕창이 커지는데 그냥 방치한 것”이라고 했다.

드물지만 간병인이 환자를 때리고 학대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고비용 저품질’의 간병 서비스 폐해가 더 드러났을 뿐, 근본적인 원인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런 자격이 없어도 간병인으로 일할 수 있는 데다, 전국 간병인이 얼마나 되는지, 각 의료기관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에 대해 정부·지자체 등 누구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국회와 정부가 간병인 관련법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노령화 사회에서 간병 문제는 곪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할아버지

 
 
 
 
 
 
 
 

 

 

 

한국의 요양원 - 죽으러 가는 인생의 종착역

 

 

 

 

다음은 2020년 9월 방송된 KBS 요양병원 고발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져서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날 아침, 할아버지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가족들이 노인을 돌보기 어려워 끝이 뻔히 보이는데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현대판 고려장’의 모습이다.

“죽으러 가는 기분이야.

 

동네 사람들 중에 요양병원 갔다가 돌아온 사람, 아무도 없어.”라며 눈을 감는 할아버지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다.

 

서울에 사는 이 모 할머니(82·여)는 6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고,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할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여기에서 5년 반 동안 지내다가 최근 들어 비용이 저렴한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거동이 불가능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와상환자'가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할머니는 이제 삶을 포기하신 듯, 밤이나 낮이나 주무시기만 하신다.

 

 

 

 

 

 

 

▲ 요양병원의 와상 할머니, 언제 저 슬리퍼를 신고 걸어보실까.

 

 

 

이 할머니처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5년 이상을 보내다 숨진 노인이 10년간(2007-2016)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요양원 이용자 11만여 명의 평균 이용 기간은 614일(약 20개월)로 집계됐다.

요양병원에서 347일, 요양원에서 267일을 보냈다.

 

요양시설(요양원)에 입소하려면 노인장기요양등급 1~2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지낸 기간이 가장 긴 지역은 제주도다.

 

일인당 평균 이용기간이 791일이다.

제주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변화 추계를 보면 2017년 14.17%, 2019년 14.96%, 2020년 15.7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 기준,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1813명 중 치매 환자 수는 1만1474명으로, 치매환자 유병율이 전국 평균(10.335)보다 높은 11.27%이다.

성별로는 남성 4027명, 여성 7447명으로, 할머니들의 치매환자 비율이 할아버지들보다 훨씬 높다.

 

치매 유병률은 2015년 10.32%에서 2017년 10.75%, 2019년 11.21%, 2020년 11.27%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당 1명 이상이 치매환자인 것으로 집계된다.

보통 ‘늙어서 노망이 났다’고 하는 알츠하이머 형이 전체의 76.45%이고, 혈관성 8.49%, 기타 15.03%이다.

 

참고로,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5살 이상 또는 65살 미만 노인성 질환 대상자 중 52개 항목을 방문 조사해, 1~5등급까지 장기요양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을 받은 노인이 요양원에 입소하면, 정부는 소득과 등급에 따라 장기요양급여의 80~100%를 지원한다.

 

한겨레신문이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를 특집으로 다루기 위해, 담당기자가 직접 요양보호시설에 취업을 하였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3개월 동안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공부를 했고, 240 시간의 교육을 거쳐 경기지역의 요양보호소에서 한 달 동안 근무를 하였다.

 

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요양서비스 실태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밝히기 위한 목적이었다.

‘내부자가 아니면 요양원의 민낯을 볼 수 없었다.

가족들마저도 낮 시간만 면회가 가능했다.

CCTV도 사회복지사의 협조 없이는 볼 수 없는 탓에 내부자가 돼야 했다’는 것이 기자의 고백이다.

 

그녀의 보고서에 의하면,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의 사연은 각자가 다르지만, 요양원에 들어오는 순간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건 모두가 같다.

면회와 외출엔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찾아오는 이도 나가는 이도 거의 없다.

 

노인 27명 가운데 1~2명만이 가족이 일주일에 1~2번 찾아와 10분 남짓 머물다 간다.

나머지 노인들은 명절에만 겨우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요양원에 자발적으로 입소한 옥순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가 근무하는 한 달 동안 여섯 남매 중 아무도 요양원을 찾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기도 했다.

 

“나는 보행기가 없으면 못 서. 친구들은 굽 있는 신발을 신고 또각또각 다니는데, 난 보행기 끌고 가라고? 그런 모습 안 보이려고….” 요양원에 오기 전 교회 권사였던 옥순 할머니는 2박3일로 놀러 가자는 교회 친구들에게 ‘요양원장이 외박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 경기 부천 ㅇ요양원 입소자인 김은희(가명, 79) 할머니

 
 
 
 

 

 
 

가장 슬픈 사연은 벽지에 있는 꽃그림을 ‘하느님’이라고 여기는 와상 상태의 치매 할머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하느님’을 어루만졌으면, 벽지가 저렇게 다 해졌으랴.

 

종일 누워 지내는 할머니에게 ‘하느님’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대상이리라. 할머니는 퇴근하는 기자를 붙잡고 “혼자 두고 가지 말라”며 울부짖기도 하였단다.

 

실은 코로나19가 덥치기 전에는 토요일마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들을 방문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예배도 드리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할머니들은 비교적 말씀도 잘하시고 안색도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되면, 다 같이 거실복도에 모여서 똑같은 앞치마를 두르고 거의 같은 짧은 머리를 하고서 표정 없는 시선으로 밥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집단적이어서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요양원이란 ‘많은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한 곳에 가두거나 모아 넣는 곳’, ‘오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와 같다.

 

참 끔찍한 관찰이지만, ‘환자영양식을 먹는 노인들의 대변은 양·색깔·묽기까지 정확히 일치해, 노인 수용소의 공동생활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소멸시켜 대변 색깔마저 같은 집단으로 만들었다’는 기자의 고백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한 실상이었다.

 

요양원 나름의 다양한 이유들, 시간이 흐르면서 정착된 최선책이란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현대판 고려장이나 간병 살인으로 상징되는 노인 돌봄의 실패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195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기 시작했으니,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2024년 노인 수가 1000만 명을 넘고, 2040년엔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 장년층인 베이비 붐 세대가 현대판 고려장을 겪지 않으려면, 그리고 지금 청년들이 부모를 돌봐야 하는 ‘돌봄 독박’에서 벗어나려면, 노인 돌봄 체계를 지금 당장 개혁해야만 한다.

외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노인 돌봄 체계를 개혁하는데 대개 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노인의 5가지 소망 중 첫 번째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요양병원·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라 한다. 적어도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통해 삶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환경에서 말이다.

둘째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사는 것, 셋째, 사는 날까지 중병에 걸리지 않는 것, 넷째, 대소변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며칠 아프고 난 후 자는 잠에 죽는 것이다.

 

백 살이라 하지 못하지만 백수를 바라는 숨겨진 소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실은 나도 그와 같은 기도를 한다.

 

‘우리 어머니, 부디 소원하는 대로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와서 2∼3일 잠깐 누웠다가, 하늘에서 부르시면 감사히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임종의 복을 주소서’라고.

 

 

 

 

 

▲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

 


 

 

 

[출처] 제이누리 (https://www.jnuri.net)

 

 

 

 

 

 

정부가 운영하는 ‘슈피텍스(방문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는 스위스의 노인.

ⓒ빈터투어시 웹페이지

 

 

 

 

 

스위스 노인들이 요양원 대신 선택한 것

 

 

 

 

스페인에 사는 시어머니가 몇 달 전 스위스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가족이 다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내 팔을 붙들고 걷던 시어머니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게 느껴졌다.

 

당신 아들과 손주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옆에 나만 남게 되자 시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내가 너한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었어.

네 남편한테 말해두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해서 너한테도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다.” 심각한 분위기였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나는 절대 요양원은 안 간다.

죽더라도 내 집에서 죽고 싶어. 반(半)송장들이 온종일 무표정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곳에 들어가기는 죽어도 싫다.”

 

시어머니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며느리에게 본인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반송장’ 흉내까지 냈다.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입을 살짝 벌리며.

“어머니가 싫다는데 누가 요양원에 강제로 집어넣을 일 없으니 걱정 마세요.”

내 말에도 시어머니의 불안한 기색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을 방문해 시어머니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사회복지사가 ‘곧 요양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이미 여러 번 말했다고(시어머니 표현에 따르면 강요했다고) 한다.

 

남편은 외아들이다. 시아버지는 몇 년 전 돌아가셨다. 혼자 사는 고령의 여성에게 사회복지사의 말이 압박으로 느껴질 법도 하다.

시어머니가 몸 이곳저곳이 성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진단도 받았다. 한 달에 두세 번씩은 병원 갈 일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요양원에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는 못 된다. 시어머니는 버거워하면서도 여전히 혼자 요리와 청소를 하고, 주말이면 노인학교에 간다.

키우는 강아지와 산책도 한다.

 

요양원에 가면 노인학교와 강아지를 포기해야 한다.

입 짧은 시어머니에게 남이 해주는 음식은 달가운 게 못 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다.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나만의 시공간을 지배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끔찍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그의 뜻을 지지해주고 싶었다.

나는 시어머니 손을 잡고 말했다.

 

설령 당신 아들이 당신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해도 내가 막을 테니 걱정 말라고.

다른 돌봄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예전보다 덜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은 자녀가 부모의 노년을 책임지는 문화가 강하다.

그에 비해 유럽 노인들은 삶의 마지막 시기를 돌봄 시설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가 사는 스페인이나 내가 사는 스위스나 마찬가지다.

 

요양원에서의 삶에 만족하는 노인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요양원행을 택한다.

아무리 서비스가 좋은 곳이라 해도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즐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양원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가진 재산을 요양원 비용으로 다 쓰고 떠나는 경우가 흔하다.

스위스에서는 요양원 입소자가 사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년6개월 정도다.

평생 일군 재산을 생의 마지막 몇 해에 돌봄 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팬데믹으로 바뀐 노인 돌봄 형태

 

그런데 이런 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스위스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스위스 요양원 거주자 수는 15만8433명으로, 2019년에 비해 4%가 줄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로 요양원 거주자가 전년도보다 감소한 건 처음이다.

노년 인구가 계속 증가 중임을 감안하면 더 놀라운 일이다.

일간 〈타게스 안차이거〉의 보도에 따르면, 취리히 시내의 한 요양원은 이용자 감소로 결국 폐업하고 현재 예술가들이 사용 중이라고 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요양원을 선호하지 않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닐 텐데 왜 2020년에 처음 이용자가 줄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2020년 요양원 거주자 수가 줄어든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신규 입소자 수가 전년도보다 10% 이상 줄었다.

팬데믹 와중에 요양원에 입소하는 게 더 꺼려졌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스위스에서도 팬데믹 중 요양원 방문이 엄격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의 주요 희생자가 노년층이었다.

2020년 스위스 전역의 요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3만4572명으로, 이는 전년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입소자는 줄었는데 사망자는 늘어났으니 결과적으로 총 거주자가 감소하고 문 닫는 요양원까지 생겨난 것이다.

그러면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요양원 입소 대신 택하는 건 무엇일까.

방문 돌봄 서비스다.

 

스위스에서는 이 서비스를 슈피텍스(Spitex)라는 비영리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슈피텍스 서비스에는 투약 등 간호 업무(72%), 요리나 청소 등 가사 업무(24%), 교통수단 이용 등 기타 업무(4%) 등이 포함된다.

 

팬데믹 때 이용자가 줄어든 요양원과는 반대로 슈피텍스는 2019년에 비해 2020년 이용자가 6.7% 증가했다. 2022년 현재 약 42만명이 슈피텍스를 이용한다.

서비스는 일시적 돌봄과 장기 돌봄으로 나뉘는데, 장기 돌봄의 경우 10년 전보다 이용자가 두 배로 늘어났다.

 

스위스의 80세 이상 인구 중 30% 이상이 슈피텍스를 이용한다.

요양원은 24시간 밀착형, 슈피텍스는 특정 시간 선택형으로 돌봄 방식이 다른데, 그 때문에 비용도 차이가 난다.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인 만큼 요양원 비용도 만만찮다.

장기 이용자 1인당 한 달 거주비용은 평균 9122스위스프랑(약 1236만원)인데, 개인이 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 건강보험에서 43%가 지불되므로 개인 부담은 절반 정도다.

요양원의 유형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2020년 기준 스위스 전역의 요양원은 약 1550곳으로, 이 중 25%는 국립, 30%는 일부 정부 보조를 받는 사립, 그리고 나머지 45%는 보조금 없는 사립이다.

재산이나 연금 액수에 따라 요양원 선택지가 달라지고, 국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도 차이가 난다.

슈피텍스는 이용자가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만큼만 제공받는 서비스라 더 효율적이다.

이는 스위스 건강보험제도 개혁과도 관련이 있다.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법이 1994년 도입됐고, 그 직후인 1995년에 슈피텍스가 설립됐다.

그리고 슈피텍스 서비스 비용의 약 39%를 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했다.

 

나머지 비용 중 42%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19%만 내면 된다.

스위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슈피텍스 이용자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월평균 600스위스프랑(약 81만원)이다.

요양원 개인 부담액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청년을 배신하고 노인을 처벌한다’라고 쓰인 스위스의 연금개혁안 반대 포스터.

이 안은 2017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Swissvotes.ch

 

 

 

 

 

 

방문 돌봄 이후 복지 예산도 절약

개인 지불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따져보자.

스위스 북서부응용과학대학(FHNW)이 바젤 지역의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했는데, 슈피텍스 이용자가 늘면 정부도 복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예를 들어 하루 두 시간 반 정도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있다고 하자.

 

이 노인은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 먹어야 할 때와 목욕을 할 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 노인이 요양원에 가면 서비스에 식사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필요하지도 않은 돌봄을 받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이 비용의 일부는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젤 정부가 특정 기간 요양원 거주자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3만7000스위스프랑(약 5000만원)이었고 집에 머물며 슈피텍스 돌봄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5000스위스프랑(약 677만원)이었다.

슈피텍스 서비스 확대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슈피텍스 근무자의 자격요건은 병원이나 요양원 근무자에 비해 덜 까다로워서 단기간 직업교육만 이수해도 가능하다. 그런 직원들이 현재 총 5만6000명에 이른다.

슈피텍스 일자리와 관련해 최근 나오는 주장은 더 흥미롭다.

집에서 배우자나 부모의 병간호를 하는 것이 슈피텍스 근무로 인정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가족을 돌보는 게 정식 직업이 되고 급여도 받을 수 있다.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이지만, 급격히 노령화가 진행 중인 사회의 돌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노인 돌봄 과제를 말하면서 시설과 인력에 대해 짚었지만, 사실 핵심은 돈이다.

요양원에 가든 슈피텍스 서비스를 이용하든 돈이 필요하다.

빈곤한 노인은 서비스의 효율성을 따질 선택권조차 없다.

노년기 재정 상황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자리(은퇴 연령), 다른 하나는 연금이다.

스위스에서도 이 둘을 현실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평균수명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2020년 출생자의 기대수명은 83.1세로, 세계 최장인 일본(84.6세)이나 한국(83.4세)과도 큰 차이가 없다. 공식 은퇴 연령은 남성이 65세, 여성이 64세다.

이것을 남녀 모두 65세로 통일한 뒤 나아가 67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나, 스위스의 국민투표제도가 걸림돌이 됐다.

 

지난 30년간 연금제도 개혁안이 국민투표 안건에 총 세 번 올랐으나 모두 부결됐다.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당장 더 일하고 더 적게 받자는 내용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금제도 개혁안은 오는 9월 다시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노년층 빈곤율은 기대여명, 공식 은퇴 연령, 실질 은퇴 시기, 연금제도, 돌봄 서비스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결과다.

스위스처럼 잘사는 나라도 전체 빈곤율(9.2%)에 비해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16.5%)이 훨씬 높다(OECD, 2021).

 

노년층에서도 남성 빈곤율(14.7%)보다 여성 빈곤율(18.0%)이 높다.

노동시장이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이고 배우자 연금에 의지하는 여성들이 많은 점이 한 가지 이유다.

한국은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노년층 빈곤율(43.4%)이 전체 빈곤율(16.7%)의 세 배에 육박한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 중 약 절반(48.3%)이 빈곤층에 속한다.

 

OECD 국가들 중 최악의 수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는 부양 의무와 돌봄받을 권리를 동시에 고민한다.

한국에 있는 내 부모와 스페인에 있는 내 시어머니는 어떤 노년을 보내게 될까.

스위스에 사는 나는 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노년을 즐길 수 있을까.

노년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는 비슷해도 대응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editor@sisain.co.kr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시사 주간지 < 시사IN > 

 

 

 

 

 

간병인.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