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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도니체티 오페라 ‘돈 파스콸레’ Donizetti, Don Pasqua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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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izetti, Don Pasquale

도니체티 오페라 ‘돈 파스콸레’

Gaetano Donizetti

1797-1848

Don Pasquale: John Del Carlo

Norina: Anna Netrebko

Ernesto: Matthew Polenzani

Dr. Malatesta: Mariusz Kwiecien

Metropolitan Opera Chorus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Conductor: James Levine

MET Opera 2010

 

가에타노 도니체니(1797~1848)


 Don Pasquale Ruggero Raimondi Isabel Rey Juan Diego Flores






 

구두쇠 이야기는 희극의 전통적인 소재입니다. 돈 모으고 지키는 게 유일한 낙이고 그 밖의 행복이라곤 모르는 구두쇠들은 관객이 비웃어 주기에 적당한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오페라 세리아 중간에 공연되던 막간극(intermezzo)에서 정식 오페라 부파(opera buffa)로 발전한 18세기 희극 오페라도 구두쇠 노총각을 단골 소재로 내세웠습니다. 상공업 발전과 교역의 확대를 배경으로, 애써 벌어 놓은 재산을 아내가 탕진할까봐 두려워 결혼하지 않고 늙어간 부자들은 실제로 드물지 않았답니다. 이탈리아에서 희극 오페라의 문을 연 페르골레시의 <마님이 된 하녀>나 텔레만의 <핌피오네> 같은 오페라는 바로 이런 소재의 좋은 예였지요.

그러나 오페라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구두쇠 이야기는 바로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희극 <돈 파스콸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돈 파스콸레는 여자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자보다는 돈이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남자랍니다. 파스콸레에게 혈육이라곤 조카 에르네스토 하나뿐인데요, 스스로 조카에게 물려줄 유산도 많건만, 파스콸레는 굳이 그에 못지않은 유산을 상속받을 부잣집 처녀를 조카의 신붓감으로 추천합니다.

하지만 에르네스토는 큰아버지 몰래 가난한 과부 노리나와 열애 중입니다. 부잣집 딸과 사귀라는 큰아버지의 재촉은 당연히 귓등으로 들어 넘깁니다. “과부에다 유산도 지참금도 없는 가난뱅이? 너, 그런 여자랑 결혼하면 국물도 없다!” 돈 파스콸레는 이렇게 으름장을 놓아보지만, 유산상속인이 자기밖에 없는 줄을 뻔히 아는 에르네스토는 배짱을 퉁기며 큰아버지의 협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죠. 그러자 평생 모은 재산이 아까워진 파스콸레는 얄미운 조카에게 보복하기 위해 자기가 결혼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면 유산 상속인은 에르네스토에서 자신의 아내로 바뀌니까요.

순진하고 돈 안 쓰는 신붓감 구하기

예상을 뛰어넘는 사태의 반전에 에르네스토는 경악합니다. 부자 큰아버지 덕분에 세상물정 모르고 편히 살던 에르네스토는 사랑하는 노리나와 결혼을 못하게 되자 절망에 빠지고, 에르네스토의 친구이자 파스콸레의 주치의인 말라테스타는 에르네스토를 도우려는 계략을 꾸밉니다. 당장 결혼을 해야겠으니 빨리 신붓감을 구해 달라는 파스콸레에게 말라테스타는 수도원에서 자라난 여동생 소프로니아라고 속이고 바로 에르네스토의 연인인 노리나를 소개하죠. 친구로 믿었던 말라테스타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며 분노에 떨던 에르네스토는 파스콸레와 노리나가 혼인증서에 서명하는 순간에 뛰어들어 왔다가 계략을 파악하고는 큰아버지를 곯려먹는 일에 기꺼이 동참합니다. 여자보다는 돈이 더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구두쇠 돈 파스콸레.

노리나는 말라테스타와 짠 각본대로, 수줍고 순진하고 돈 안 쓸 것 같은 처녀인 척하며 파스콸레를 사로잡습니다. 파스콸레는 얌전한 척하는 노리나에게 한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결혼을 선언하지만, 혼인서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노리나는 악처로 돌변해 사치품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파스콸레를 철저히 무시합니다. 저녁이 되자 노리나는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나 극장에 다녀오겠다고 하는데, 신혼 첫날밤에 남편을 두고 외출하다니 말이 되느냐며 파스콸레가 가로막자 노리나는 말다툼 끝에 파스콸레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나가버립니다.

절망한 파스콸레는 말라테스타를 불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장 이혼하게 해 달라고 애걸합니다. 그리고 노리나가 일부러 흘리고 간 연애편지를 보여주며,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말하죠. 그러자 말라테스타는 정원에 숨어 있다가 밀회 현장을 잡자고 제안하고, 여기서 두 남자는 경이로운 템포의 파를란도로 신나는 ‘복수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이제 에르네스토는 정원에 나타나 세레나데 ‘달콤한 4월의 밤 Come gentil’을 노래합니다. 여기에 노리나가 등장해서 두 사람은 함께 감미로운 사랑의 이중창 ‘사랑한다고 다시 말해주세요 Tornami a dir che m'ami’를 부르지요. 파스콸레는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에게 달려들지만 어느새 에르네스토는 달아나버리고, 노리나는 정원에 자기 혼자 있었노라고 시치미를 뗍니다.

이혼을 요구하는 파스콸레에게 노리나는 결코 이혼할 수 없다고 버티고, 말라테스타는 에르네스토를 과부 노리나와 결혼시켜야만 그 꼴을 못 참고 소프로니아가 이 집을 떠날 거라고 파스콸레에게 귀띔하지요. 다른 도리가 없는 파스콸레가 조카와 과부의 결혼을 허락하자 이들은 다 함께 이제까지 파스콸레를 속였다고 고백하지만, 하루 동안의 끔찍한 결혼생활에 완전히 지쳐버린 파스콸레는 결혼이란 지긋지긋한 거야라면서 이들을 용서합니다.

Nello Santi/Opernhaus Zürich 2006 - Donizetti, Don Pasquale

Don Pasquale: Ruggero Raimondi

Norina: Isabel Rey

Ernesto: Juan Diego Florez

Dr. Malatesta:: Oliver Widmer

Chor der Oper Zürich

Orchester der Oper Zürich

Conductor: Nello Santi

Opernhaus Zürich 2006

센티멘털리즘을 배제한 냉혹한 코미디

이 스토리의 바탕이 된 것은 셰익스피어와 쌍벽을 이뤘던 동시대 영국 작가 벤 존슨의 희곡 <에피코이네 또는 말없는 여인>(Epicoene, or The Silent Woman, 1609)이었습니다. 훗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말없는 여인>의 원작이 되기도 한 이 벤 존슨의 이야기에서는 시끄러운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부자 노총각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기가 막히게 말이 없다는 처녀와 결혼하지만, 알고 보니 사기 결혼이었죠. 이 <말없는 여인>은 결혼하자마자 엄청난 수다쟁이로 돌변하고, 남자 주인공은 이혼을 하기 위해서 기를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1810년에 이 소재를 토대로 한 안젤로 아넬리의 대본으로 스테파노 파베시의 오페라 <마르크안토니오 경>이 초연되었고, 루피니와 도니체티가 함께 대본을 쓴 <돈 파스콸레>는 이 오페라를 바탕으로 해 1843년 파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2010-2011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공연된 <돈 파스콸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뛰어넘는 속도감과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랑이 운명적으로 찾아와 인간을 사로잡는다’는 낭만주의적 발상을 비웃으며, 마음만 먹으면 갖가지 기교로 어떤 남자에게든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당돌하게 노래하는 노리나의 찬란한 벨칸토 기교, 세레나데 ‘달콤한 4월의 밤’을 노래하는 에르네스토의 감미로운 서정미, 따귀를 맞은 파스콸레가 ‘넌 이제 끝장이다, 돈 파스콸레’라고 스스로를 향해 탄식할 때 갑자기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는 음악의 절묘함, 극의 상황을 설명하고 해설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합창단의 넘치는 활기,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등장인물들에게 음악으로 부여할 수 있는 도니체티의 능력. 이 모든 요소들이 관객의 기분을 한껏 올려주며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과부 노리나와 돈 파스콸레의 주치의인 말라테스타.

모차르트를 능가하는 속필로 유명했던 도니체티는 젊은 시절의 끔찍했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그처럼 미친 듯이 일을 했다고 스스로 회고했습니다. <돈 파스콸레> 역시 11일 만에 완성했다며 후세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사실 도니체티는 석 달이 넘도록 이 작품을 꼼꼼하게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합니다. 관객의 취향을 의식해 3박자나 6박자의 왈츠 선율을 많이 집어넣긴 했지만, 전체적인 음악 형식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지고 원숙해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1843년에 초연된 도니체티 말년의 이 오페라는 대중적으로 더 인기 있는 <사랑의 묘약>을 제치고 도니체티 최고의 희극 오페라로 음악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쳄발로가 콘티누오로 연주하는 일반적인 레치타티보를 포기하고 현악기 반주를 사용해,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형식상의 도약을 감행한 덕분입니다. 도니체티의 대표작 <사랑의 묘약>에서 볼 수 있는 센티멘털리즘을 완전히 배제하고 냉혹한 코미디를 창조했다는 점에서도 <돈 파스콸레>는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초연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유럽 대륙을 넘어 북미와 남미 대륙 및 호주에서까지 엄청난 찬사를 받았습니다. 50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70편 가까운 오페라를 작곡한 도니체티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써낸 작품이기에 그 압도적인 희극적 재미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합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돈 파스콸레-노리나-에르네스토 순)

[음반] 세스토 브루스칸티니, 미렐라 프레니, 괴스타 빈베르크 등.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암브로시언 오페라 합창단, 리카르도 무티 지휘, 1982년 녹음

[DVD] 알레산드로 코르벨리, 에바 메이, 안토니노 시라구사 등. 칼리아리 테아트로 리리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제라르 코르스텐 지휘, 스테파노 비치올리 연출, 2002년 칼리아리 테아트로 리리코 실황

[DVD] 루제로 라이몬디, 이사벨 레이, 후앙 디에고 플로레스 등. 넬로 산티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샤 아사가로프 연출, 2006년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실황

[DVD] 존 델 카를로, 안나 네트렙코, 매튜 폴렌자니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오토 쉥크 연출, 2010년 메트로폴리탄 극장 실황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 2011.10.1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6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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