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페라, Musical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Mascagni, Cavalleria rusticana)

Mascagni, Cavalleria rusticana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Pietro Mascagni

1863-1945

Santuzza: Yelena Obraztsova

Turiddu: Plácido Domingo

Alfio: Renato Bruson

Lucia: Fedora Barbieri

Lola: Axelle Gal

Coro del Teatro alla Scala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Conductor: Georges Prêtre

Film by Franco Zeffirelli

Teatro alla Scala 1983

 




(오랜지향기는 바람에 날리고-Cavalleria Rusticana, Mascagni)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의 걸작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죠.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연출 솜씨가 역시 남다릅니다. 영어 자막.

 

오페라 중에는 귀족의 궁정이나 부호의 대저택을 무대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오페라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넓은 홀, 고풍스런 가구, 번쩍이는 의상 등 일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세계에 관객이 쉽게 매혹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들은 오페라의 이런 소재와 무대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혁명과 전쟁, 산업화와 빈곤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는 고통이 가득한데, 오페라가 구시대의 광휘(光輝)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가난한 농어민, 노동자들의 삶을 소재로 삼아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베리스모’(verismo, 진실주의 또는 극사실주의) 오페라를 개척했습니다. 문학사에서는 사실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연주의 경향에 해당합니다.

푸치니와 함께 밀라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피에트로 마스카니는 1890년 5월 17일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이 베리스모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소설을 쓴 조반니 베르가(Giovanni Verga, 1840-1922)는 시칠리아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알렉상드르 뒤마 1세(<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를 모방한 소설로 출발해, 20대에 피렌체에 진출하고 30대에는 밀라노에 정착했습니다. 프랑스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고향 시칠리아를 무대로 하는 엄격하고 간결한 문체의 단편소설들을 썼으며, 객관적 시각에서 진실을 묘사하려고 노력한 작가입니다. 베르가의 소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80)는 1884년에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1890년에는 조반니 타르지오니-토체티와 귀도 메나시가 함께 대본을 쓴 마스카니의 오페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시칠리아의 부활절, 피의 복수극

이야기의 배경은 1880년경, 시칠리아 섬 어느 마을의 부활절입니다. 갓 제대한 투리두는 애인이었던 롤라가 같은 마을의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처녀 산투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결혼한 롤라가 다시 유혹하자 투리두는 옛 사랑을 잊지 못해 다시 롤라와 밀회하기 시작하지요.

오페라의 첫 장면은 운송업자 알피오가 일하러 간 사이에 투리두가 롤라와 밤을 보내고 나서 새벽에 부르는 시칠리아나 ‘우윳빛 셔츠처럼 하얀 롤라 O Lola ch'ai di latti la cammisa’입니다. 곧 이어 마을사람들의 합창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Gli aranci olezzano’가 마을을 가득 채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알피오는 운송마차를 몰고 나타나 사랑스런 아내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는 내용의 아리아 ‘말은 힘차게 달려 Il cavallo scalpita’를 노래합니다. 마을사람들은 사제가 성상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부활절 행렬 예식을 지켜보며 ‘주 찬미가 Inneggiamo’를 노래합니다. 투리두와 결혼을 약속한 산투차는 사실을 알고 나서 투리두의 어머니 루치아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유명한 아리아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Voi lo sapete, o mamma’를 노래합니다. 군대에서 돌아왔을 때 롤라의 변심에 상처 받았던 투리두를 자신이 위로해 진정시켰는데, 이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한 롤라가 투리두를 다시 유혹한다며 처절한 심정으로 시어머니가 될 루치아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입니다.

산투차가 “어디 갔었느냐”고 추궁하자 투리두는 “질투심 따위로 나를 잡아 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냉랭한 태도를 보입니다. 화를 내도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된 산투차는 롤라의 남편 알피오에게 롤라와 투리두의 관계를 폭로하고, 격분한 알피오는 투리두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합니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던 투리두(‘포도주를 마시자 Viva il vino spumeggiante’)는 알피오가 술을 거절하며 모욕을 주자 그에게 달려들어 결투를 신청합니다.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온 투리두는 어머니 루치아에게 산투차를 딸처럼 여겨 달라고 부탁한 뒤 알피오와 결투를 하러 다시 나가지요. 곧 마을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투리두는 알피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둡니다.

마을사람들과 술을 마시던 투리두가 알피오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장면.

 

Herbert von Karajan/Teatro alla Scala 1968 - Mascani, Cavalleria rusticana

Santuzza: Fiorenza Cossotto

Turidda: Gianfranco Cecchele

Alfio: Giangiacomo Guelfi

Lucia: Anna di Stasio

Lola: Adriana Martino

Coro del Teatro alla Scala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Conductor: Herbert von Karajan

Teatro alla Scala 1968

카라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극장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968)입니다. 오페라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영상물이란 혹평을 받았는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참고로 이 오페라에 나오는 주요 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relude 전주곡 2. O Lola ch'ai di latti la cammisa 우윳빛 셔츠처럼 하얀 롤라 (투리다) 3. Gli aranci olezzano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마을사람들) 4. Il cavallo scalpita 말은 힘차게 달려 (알피오) 5. Inneggiamo 주 찬미가 (마을사람들과 산투차) 6. Voi lo sapete, o mamma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산투차) 7. Battimi, insultami 차라리 당신이 날 때리고 욕하는 거라면 (산투차와 투리다) 8. Fior di giaggiolo 백합은 예쁘게 피어 있고 9. La tua Santuzza piange e t'implora 당신의 산투차가 울면서 애원합니다 (산투차와 투리다) 10. Intermezzo 간주곡 11. Viva il vino spumeggiante 포도주를 마시자, 건배 12. (결투 신청 장면) 투리다와 알피오의 레치타티보 13. 투리다와 루치아의 레치타티보 (종극)

간주곡: 새봄의 평화 그리고 긴장의 대비

가난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난 마스카니는 13세에 오페라를 작곡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으나 2년 후에 중퇴했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취직했다가 유랑악단을 이끌고 유럽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1888년, 신인 작곡가 등용을 위한 손초뇨(Sonzogno) 사의 단막 오페라 작곡 공모에 참여해 최고상을 받은 작품이 바로 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이때부터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해진 마스카니는 모두 16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페사로 음악원장, 로마 음악원장을 지낸 그는 무솔리니 독재 치하에서 국민음악가로 추대되었고, 그 때문에 동료 음악가들에게서 인간적으로 버림받는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피에트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은 어떤 지역보다도 지배계급에게 심하게 수탈당하고 전쟁에 시달린 지역입니다. 가난하고 거친 삶 속에서 가족주의가 강해져, 가족의 불명예를 반드시 피로 갚는 ‘피의 복수’가 전통적으로 일반화된 고장이지요. 또 가톨릭 신앙이 어느 지역보다도 보수적이고 완고하게 뿌리박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의 제목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역시 ‘시골 기사’ 라는 뜻으로, 시골 젊은이들이 마치 귀족 기사들처럼 결투를 해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띠고 있답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알려진 음악은 바로 간주곡일 텐데요,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진실을 알린 뒤 복수극이 벌어지기 전에 연주되는 이 간주곡은 봄이 시작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평화로운 시칠리아의 부활절 풍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폭풍 전야의 고즈넉함’ 같은 독특한 긴장을 품고 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극적이면서도 여전히 주인공의 아리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베리스모 오페라들은 아리아보다 두 사람 사이의 레치타티보 및 중창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레치타티보와 중창이야말로 걸러지지 않은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장면들이기 때문이지요. 합창 역시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베리스모의 경향에 회의적이었던 베르디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 일은 나름대로의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그건 사진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발전한 사진기술은 이와 같은 사실주의적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베르가의 원작소설에서는 알피오로 대표되는 ‘돈 잘 버는 상인’과 투리두가 대표하는 ‘가난한 농부’ 사이의 갈등이 당시 시칠리아의 산업화에 의한 농민들의 빈민화를 비판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카니의 오페라에서는 이런 사회비판적인 요소는 크게 축소되고,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더욱 비중 있게 부각되었답니다.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 1890년경부터 20세기 초(1910년경)까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오페라의 조류. 주로 귀족이나 상류계층의 삶을 소재로 한 종래의 오페라에 반발하여 젊은 작곡가들이 노동자와 농민, 어민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가 바탕이 되었다. 적나라한 삶의 현실을 무대 위에서 미화하거나 승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재현해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당시 발전하던 사진 예술의 영향을 받았다. 베르디는 이런 경향을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추천 음반과 영상물 (투리두-산투차-알피오 순)

[음반] 주세페 디 스테파노, 마리아 칼라스, 롤란도 파네라이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EMI)

[음반] 카를로 베르곤치, 피오렌차 코소토, 잔자코모 구엘피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5년 녹음(DG)

[DVD] 플라시도 도밍고, 엘레나 오브라초바, 레나토 브루손, 페도라 바르비에리 등.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5년(DG)

[DVD] 비올레타 우르마나, 빈첸초 라 스콜라, 마르코 디 펠리체, 드라가나 유고비치 등.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지휘, 마드리드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잔 카를로 델 모나코 연출, 2007년 공연 실황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2.1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549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