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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Tchaikovsky,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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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Pique Dame

차이콥스키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Herman: Gegam Grigorian

Lisa: Maria Gulegina

Polina: Olga Borodina

Prince Yeletsky: Alexander Gergalov

Count Tomsky: Sergei Leiferkus

Countess: Ludmila Filatova

Kirov Orchestra, Opera Chorus and Ballet

Conductor: Valery Gergiev

Mariinsky Theatre, St. Petersburg

Mariinsky Opera 1992

 







 

최근에 읽은 표명희의 장편소설 <황금광 시대>는 정선, 마카오, 마닐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로 종횡무진 무대를 옮겨 가며, 인생의 ‘결정적 한 방’을 꿈꾸는 인간 군상과 그들을 만들어낸 사회구조를 적나라하게 펼쳐 보였습니다. 책에 빠져 있다 보니 ‘도박’이라는 독특하고 자극적인 세계를 다룬 오페라에 생각이 미치는군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파티의 도박판, 마스네의 <마농>에 등장하는 트랑실바니의 화려한 도박장도 있지만 이 소재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최고의 작품은 역시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입니다.

<예브게니 오네긴>과 함께 차이콥스키를 대표하는 이 오페라는 신분상승의 욕구로 도박에 집착하다가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 이르는 불행한 아웃사이더 젊은이와 그를 사랑한 가련한 처녀 이야기죠. 무대 위에 유령이 등장하고 공포영화 배경음악 같은 으스스한 음악이 이따금씩 들려오는 ‘납량특집’ 오페라이기도 하답니다. 카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군요. <스페이드의 여왕>의 원작자 푸슈킨.

원작은 러시아의 대문호 푸슈킨이 썼는데요, 러시아 문학사에서 ‘최초의 본격 심리문학’이라 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도박에 빠지는 남자의 심리와 ‘나쁜 남자’에 빠지는 여자의 심리를 밀도 있게 탐구한 작품이죠. 18세기 말 제정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속화라고 할까요. 당시 유럽 상류사회의 파티에는 도박이 빠지지 않았고 특히 몰락한 귀족들이나 신분상승을 노리는 평민들이 쉽게 도박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그즈음 유행하던 ‘유령의 복수’ 이야기를 첨가한 작품입니다.

카지노의 여왕, 모스크바의 비너스

1막

3막으로 이루어진 이 오페라의 1막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원에서 시작됩니다. 마침내 햇빛 찬란한 봄이 돌아와 다시 공원에서 산책할 수 있게 된 시민들은 다 함께 그 기쁨을 노래하죠. 근위사관 체칼린스키와 수린은 간밤의 도박장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동료 헤르만이 말수도 적어지고 우울해진 것 같다며 걱정하는데요, 마침 헤르만이 톰스키 백작과 함께 등장해, 이름도 모르는 신분 높은 여인을 짝사랑하는 괴로운 심경을 노래합니다. 한편 산책 나온 옐레츠키 공작은 약혼을 축하하는 사람들에게 약혼녀가 백작부인의 손녀인 리자라고 알려주지요. 그 말을 들은 헤르만은 절망에 빠집니다.

톰스키 백작은 노(老) 백작부인에 얽힌 카드의 전설을 들려줍니다. 백작부인은 한때 파리 사교계에서 ‘모스크바의 비너스’라고 불릴 만큼 남자들에게 흠모의 대상이었던 절세의 미녀였지만, 사랑보다는 도박에 훨씬 관심이 많았다는군요. 어느 날 도박장에서 큰돈을 잃고 상심에 빠졌을 때 생제르맹 백작이 하룻밤 사랑의 대가로 카드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자, 백작부인은 이에 응해 엄청난 돈을 따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그 뒤 백작부인은 자신에게서 카드의 비밀을 캐내는 사람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는 두려워서 도박판을 영영 떠나고 말았다는군요. 헤르만은 이 이야기에 사로잡힌 채, 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거나 자신이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외칩니다.

리자는 옐레츠키 공작과의 약혼식을 앞두고 여자 친구들과 함께 자기 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랩니다. 가장 친한 친구 폴리나(메조소프라노)의 서정적인 노래에 이어 처녀들이 밝은 민요 가락에 맞춰 춤을 추자 리자의 가정교사가 와서 웬 소란이냐고 주의를 줍니다. 친구 폴리나는 우울한 젊은이(헤르만)의 눈길에 사로잡혀 깊은 우울에 빠진 리자에게 약혼식 전에 어서 기분을 바꾸라고 말하고 떠납니다.

방에 혼자 남은 리자 앞에 갑자기 헤르만이 나타나지요. 그는 리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며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리자는 나가라고 외치지만 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리죠. 인기척을 들은 백작부인이 리자 방에 찾아와 묻자 리자는 아무 일 없다고 거짓말을 해 부인을 돌려보냅니다. 그런 다음 헤르만의 열정을 결국 리자도 받아들이며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맙니다.

'Pastoral Scene' from Tchaikovsky's Opera "Pique Dame"

Cor e Orchestra del Liceu

Michael Boder, conductor

Gran Teatre del Liceu, Barcelona

2010

2막

2막은 화려한 무도회장입니다. 옐레츠키 공작은 리자에게 남편이자 하인이자 위로자이고 싶다는 아리아로 사랑을 다짐합니다. 헤르만은 어서 카드의 비밀을 알아내 일확천금의 꿈을 이뤄서 리자를 데리고 멀리 도망갈 생각으로 가득하죠. 무도회장에서는 전원극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공연되고, 극이 끝나자 리자는 헤르만에게 몰래 방 열쇠를 건넵니다. 백작부인의 방을 통해 자기 침실로 들어오라는 것입니다.

헤르만이 백작부인의 침실로 숨어들 때 마침 백작부인이 하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와 옛날을 회상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하녀들이 방을 떠난 뒤 헤르만은 백작부인 앞에 나타나 카드의 비밀을 알려 달라고 애원합니다. 백작부인이 너무나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헤르만은 권총을 꺼내 위협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부인은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고 말지요. 이 방에 와서 현장을 본 리자는 헤르만이 자신에게 접근한 목적이 사랑이 아니라 카드의 비밀을 알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난하며 그를 쫓아내버립니다.

Valery Gergiev/Mariinsky Opera 2006 - Tchaikovsky, Pique Dame

Hermann: Vladimir Galouzin

Lisa: Tatiana Borodina

Polina: Ekaterina Gubanova

Prince Yeletsky: Vladimir Moroz

Count Tomsky: Nikolai Putilin

Countess: Irina Bogacheva

Kirov Orchestra, Opera Chorus and Ballet

Conductor: Valery Gergiev

Mariinsky Theatre, St. Petersburg

Mariinsky Opera 2006

억울하게 죽은 유령의 도박판 복수

3막

3막은 헤르만이 속한 부대의 병영입니다. 헤르만은 리자의 편지를 꺼내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하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죠. 탄식하다 지쳐 잠든 헤르만에게 백작부인의 유령이 나타나, 리자와 결혼하고 행운을 얻으라며 '3-7-에이스'라는 카드의 비밀을 가르쳐줍니다. 헤르만은 환호작약합니다.

리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러나 아직도 헤르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리라는 가냘픈 희망을 품고 그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타난 헤르만은 열에 들떠 카드의 비밀을 털어놓고는 자신이 백작부인을 권총으로 위협했다는 사실까지 밝히며, 리자를 끌고 도박장으로 가려 합니다. 리자가 정신 차리라며 헤르만을 붙잡자 그는 리자를 밀쳐버리고 도박장으로 달려갑니다. 절망한 리자는 운하에 몸을 던져 삶을 마감합니다.

마지막 도박장 장면입니다. 리자와 파혼한 옐레츠키 공작은 처음으로 도박장을 찾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그때 헤르만이 달려 들어와 카드 3과 7로 큰돈을 따자 다들 그와의 게임을 피하려 하지만, 옐레츠키 공작만은 그의 상대가 되겠다고 나섭니다. 헤르만은 앞에서 딴 돈을 전부 이번 판에 걸지요. 자기 카드가 “에이스”라며 승리를 외치는 헤르만에게 옐레츠키는 “에이스가 아니라 스페이드 퀸”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러자 이성을 잃은 헤르만은 칼로 스스로를 찔러 자살하지요. 죽어가면서 헤르만은 옐레츠키에게 사과하고 리자를 떠올립니다. 사람들이 헤르만의 영혼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에이스가 아닌 스페이드 퀸을 선택한 헤르만은 결국 부와 사랑을 모두 잃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동생 모데스트와 함께 대본 작업을 하면서 푸슈킨의 원작보다 더욱 극적인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지요. 원작에 없던 공작 옐레츠키를 창조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리자는 원작에서 가난한 처녀였지만 오페라에서는 백작부인의 상속녀로 바뀌었답니다. 원작에서는 실성한 헤르만이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리자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지만, 오페라에서는 둘 다 죽는 것으로 끝납니다. 요즘 오페라극장에서는 최첨단 기술과 조명효과를 동원해 유령을 마치 마술 부리듯 기습적으로 등장시켜서 관객을 진짜 오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유령이 나왔는데 하나도 안 무섭다면 코미디가 되겠죠?

이 오페라는 1890년 12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왕립극장 초연으로 엄청난 찬사를 얻었고, 1900년대 초에는 독일과 미국에서도 구스타프 말러의 지휘로 대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화성과 밝고 우아한 선율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차이콥스키 음악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헤르만이 외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게임이지!’라는 독백이 서글픈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게감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이리나 아르키포바, 블라디미르 체르노프 등.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키로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92년 녹음, Philips

[DVD] 미샤 디디크, 에밀리 마기, 에바 포들레스, 뤼도비크 테지에 등. 마이클 보더 지휘,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질베르 데플로 연출, 2010년 리세우 대극장 공연 실황, Opus Arte

[DVD] 유리 마루신, 낸시 구스타프슨, 펠리시티 파머, 드미트리 카리토노프 등. 앤드류 데이비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글라인드본 합창단, 그레이엄 비크 연출, 1992년 글라인드본 공연 실황, 스펙트럼

[DVD] 게감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루드밀라 필라토바, 알렉산더 게르갈로프 등.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키로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유리 테미르카노프 연출, 1992년 마린스키 극장 공연 실황, Philips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9.0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2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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