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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Mahler's Symphony No. story


말러의 오두막 별장(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잘츠캄머굿 호수가)

 

말러의 교향곡 이야기

최은규 l 음악평론가

“나에게 있어서 교향곡이란,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스타프 말러

말러의 교향곡은 그 자신이 표현대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그의 교향곡 속에 담아내려는 듯 갖가지 악기들을 총동원해 온갖 신기한 소리들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그의 교향곡에선 알프스 산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방울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군대의 신호나팔 소리나 술집의 밴드 소리가 끼어들기도 합니다. 간혹 거대한 망치가 악기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며, 썰매방울 소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드는가 하면, 회초리나 딱따기 같은 이상한 물건들도 오케스트라의 타악기로 당당하게(!) 등장합니다. 말러는 이토록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해 그의 교향곡 속에 어떤 세계를 그려내고자 했을까요?

말러의 교향곡 11곡(말러의 미완성 작품인 교향곡 10번과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교향곡에 포함할 경우, 말러의 교향곡은 모두 11곡이다. 그러나 ‘교향곡’이란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말러가 남긴 교향곡의 수도 달라진다)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듯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세계와 인간, 그리고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문제로 통합니다. 이는 확실한 가사가 있는 교향곡 2번 ‘부활’이나 교향곡 8번 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순수 기악곡인 교향곡 5번에선 인생의 슬픔과 기쁨의 대조가 나타나고 교향곡 6번에선 삶의 비극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으며, 교향곡 9번에선 죽음과 이별의 음악이 들려옵니다.

독특한 소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악기 사용

교향곡을 통해 인생의 근본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말러에게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악기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을 겁니다. 말러가 남긴 기록들을 보면 그가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심형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1895년 12월 8일자 말러의 편지를 보면 그가 교향곡 2번 ‘부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종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내 교향곡(제2번) 마지막 악장 말미에 종을 쓰고 싶지만 어떤 악기점에서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생각한 끝에 아무래도 종 만드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결국 나는 한 사람을 찾아냈고, 도시를 벗어나 반시간 정도 기차로 달려 그에게 찾아갔습니다.” 다양한 악기를 시도한 말러를 풍자하는 삽화.

교향곡 6번과 7번에 사용된 소방울에 대한 일화는 더 재미있습니다. 말러는 오스트리아 산중의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방울 세트를 특별히 주문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교향곡 6번을 연습할 때마다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1906년 11월, 뮌헨에서 교향곡 6번의 리허설을 할 때는 소방울을 좀 더 자연스럽게 연주하기 위해 타악기 연주자에게 극단적인 연주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말러는 연주자의 목에 어마어마하게 큰 소방울을 걸게 한 후 앞뒤로 오가게 했습니다. 음악적 표현을 위해선 이처럼 우스꽝스런 연주법도 가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 덕에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다른 작품에선 상상할 수 없는 갖가지 연주법을 구사하느라 애를 먹는답니다.

말러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연주 중에 무대 앞뒤를 들락날락하기도 하고, 연주 중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하면, 악기의 관을 높이 들어 올린 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말러가 악보에 지시한 특별한 음향효과 때문입니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에서 특히 저 멀리서 음악이 들려오는 듯한 특별한 효과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말러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되기 직전,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주자 몇 명은 무대 뒤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1악장 초반에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 팡파르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죠. 그래서 교향곡 1번의 연주가 시작될 즈음 트럼펫 연주석은 군데군데가 비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1악장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 팡파르 연주가 끝난 후에야 무대 뒤에 있던 연주자들은 비로소 무대의 제 자리로 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주를 마친 후 다시 무대로 입장하는 시점을 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1악장 초반에는 오케스트라가 매우 고요하게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연주자들이 무대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소음이 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트럼펫 주자들은 오케스트라가 잠시 큰 소리로 연주하는 부분에서 재빨리 무대로 입장해 트럼펫 석에 자리를 잡곤 합니다. 때로는 이런 모습이 마치 연주자들이 연주회에 지각해서 늦게 입장한 걸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이 연주될 때는 연주자들이 연주 도중 무대 앞뒤로 들락날락하는 일이 많으니 그런 오해는 거두시길...

성악가들의 입장 시점은 언제?

말러 교향곡을 연주할 때는 성악가들이 입장하는 시점도 종종 문제가 되곤 합니다. 말러는 교향곡 속에 인간의 목소리를 편성하여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평가되곤 합니다. 말러의 교향곡 2번과 3번, 4번, 그리고 교향곡 8번과 ‘대지의 노래’에 등장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때때로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여러 악기들과 일심동체를 이루며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립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편성된 교향곡이라 해도 교향곡 8번과 대지의 노래를 제외한 성악 교향곡에선 모든 악장에 성악가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독창자들이 언제 등장해야 할지, 합창단이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야 할지 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말러는 천국과 지옥을 빗대 인간의 삶을 노래했다. 그림은 보슈의 쾌락의 동산.

교향곡 4번의 경우, ‘천상의 삶’을 노래한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교향곡이지만, 마지막 악장에만 소프라노 독창자가 노래하기 때문에 성악가의 입장 시점이 좀 애매합니다. 이 교향곡은 3, 4악장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대개는 3악장이 시작되기 전에 소프라노 독창자가 무대로 입장하는 일이 많지만, 그렇게 되면 관객들의 박수소리 때문에 악장 사이의 음악적 흐름이 깨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향곡이 연주되기 전부터 독창자가 입장하게 되면 소프라노 가수가 1, 2, 3악장 내내 무대 위 의자에 앉아 부동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3악장의 연주가 끝난 후 4악장 초반에 오케스트라의 전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프라노 가수가 사뿐사뿐 무대 위로 걸어 나와 천상의 기쁨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천국 문이 열리는 시점에 무대로 향한 문이 열리며 소프라노 독창자가 걸어 나오는 장면은 매우 연극적인 느낌을 줍니다.

교향곡 8번의 제2부에서 ‘영광의 성모’ 역을 맡은 소프라노의 등장도 매우 연극적입니다. 이 교향곡에서 영광의 성모는 무대 위쪽에서 신비롭게 등장하곤 하는데, 대개는 합창석 쪽으로 등장하거나 혹은 파이프오르간 석에 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성모의 출현은 교향곡 8번에서 구원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성모 역의 소프라노는 단 2줄의 가사를 노래하지만 고음에서 극도의 여린 음으로 노래해야 하고 신비롭고 성스럽게 등장해야 하는 부담도 있기에 결코 쉬운 역할은 아니지요.

성악적인 느낌, 노래하는 교향곡

인간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교향곡이라 해도 말러의 교향곡은 성악적인 개성으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교향곡 1번 1악장의 대부분과 3악장의 주요 부분은 작곡가 자신의 연애 사건을 담은 가곡 선율로 채워져 있다시피 하고 교향곡 2번의 2악장의 많은 부분이 말러의 가곡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거나 다름없기에 그의 교향곡은 ‘노래하는 교향곡’이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가곡과 상관없는 멜로디라 해도 성악적인 느낌을 줍니다. 교향곡 3번 1악장에서 트롬본이 홀로 돋보이며 마치 말하듯 노래하는데, 이는 마치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레치타티보’란 말하듯 노래하는 음악이며 대개는 오페라나 칸타타 등의 성악곡에 나타나는 양식이지만, 말러는 이를 기악곡에 도입했습니다. 현악의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연주되는 트롬본의 레치타티보는 마치 누구에겐가 호소하는 듯 절실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이면서도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던 말러는 이처럼 성악적 표현 방식을 교향곡에 도입해 오페라 같은 교향곡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그가 작곡한 가곡 선율들은 교향곡 속에 녹여내 노래하는 교향곡 양식을 창조해냈습니다. 그러나 말러에게 있어 오페라니 교향곡이니 가곡이니 하는 장르 구별은 별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말러의 음악 속에서 모두 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클래식입문 ABC 2012.05.04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7&contents_id=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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