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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漢詩

맹자, 사랑을 이야기하다[천하무적 맹자왈]





맹자, 사랑을 이야기하다[천하무적 맹자왈]






 

 

맹자, 사랑을 이야기하다[천하무적 맹자왈]

 

외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어느 날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나더러 명당(明堂)을 허물라고 하는데 허물어 버릴까요? 그냥 둘까요?”

 

제나라의 명당은 본래 주나라 천자가 동쪽으로 순행(巡行)할 때 제후들을 접견하던 곳이다. 그런데 이미 망해가는 주나라의 천자가 다시 순행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선왕 같은 제후가 의당 머물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숴버리라고 한 모양이다.

맹자의 대답은 의외였다.

 

“명당은 왕자(王者)가 머무는 곳입니다. 왕께서 만약 왕도정치를 펼칠 생각이 있다면 허물지 마십시오.”

 

선왕은 솔깃했다. 자기더러 천자가 되라는 말 아닌가. 그래서 왕도정치가 뭔지 알고 싶어졌다.

“왕도정치에 대해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늙어서 아내 없는 것을 ‘홀아비[鰥]’라 하고, 늙어서 남편 없는 것을 ‘과부[寡]’라 하고, 늙어서 자식 없는 것을 ‘홀로 사는 사람[獨]’이라 하고, 어려서 부모 없는 것을 ‘고아[孤]’라 합니다.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천하에서 가장 가난하고 하소연할 곳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왕께서 왕도정치를 펴실 때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보살폈습니다. 시경에도 그 때의 일을 ‘부자들은 괜찮지만 이 외로운 사람들이 가엾다.’고 기록했습니다. 문왕처럼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왕도입니다.”

 

맹자가 말한 네 부류의 사람들이 이른바 ‘환과고독(鰥寡孤獨)’이다. 여기서 ‘환(鰥)’은 본디 물고기의 일종으로 홀아비는 걱정 근심 때문에 밤에도 눈을 감고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것이 마치 물고기와 같다는 뜻에서 이름이 그리 붙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하의 세 부류, 곧 과부, 독거노인, 고아가 편히 잠든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홀아비가 그렇듯 이들도 잠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일 터이고 오히려 홀아비는 그 중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일 것이다.

 

선왕의 사랑, 태왕의 사랑

 

아무튼 이야기를 들은 선왕은 왕도정치가 무슨 자기 재산을 흩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주는 것쯤으로 여겼는지 바로 꼬리를 내린다.

“저도 왕도정치를 하고 싶긴 합니다만 제게는 병이 있어서…”

 

“무슨 병인지요?”

“저는 재물 욕심이 많습니다.”

 

선왕의 생각에 자신은 재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물을 흩어서 백성들을 도와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부자가 천국가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그런데 맹자의 대답은 이랬다.

 

재물 욕심이요? 그거 좋은 겁니다. 옛날 주나라의 공유도 재물 욕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착한 사람들은 창고에 곡식을 쌓아 두고 마음 놓고 지내게 했고, 먼 길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양식을 주어서 가져가게 했습니다.

공유는 자기가 재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재물도 늘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재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왕도정치를 베푸는데 무슨 해가 되겠습니까?”

 

선왕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얼른 또 다른 핑계를 댄다.

“저에게는 또 다른 병이 있습니다.”

 

“무슨 병인지요?”

“저…, 저는 여자를 밝힙니다.”

 

선왕의 말인즉 자신은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난한 백성들을 사랑할 겨를이 없다는 거다. 곧 여색을 밝히는 자는 왕도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제후로서 체면까지 구기면서 못할 만한 이유를 댄 셈이니 왕도정치 하기가 정말 싫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맹자의 대답은 이랬다.

 

“그것도 좋습니다! 옛날 주나라의 태왕도 여자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지요. 시경에도 실려 있습니다.

‘고공단보(태왕)께서 아침에 말을 달려 왔네. 서쪽 물가를 따라 기산(岐山) 아래에 오셨지. 마침내 아내 강녀(姜女)를 데려와 함께 집짓고 행복하게 살았지.’

태왕이 다스리던 시대에는 안에는 시집 못 가 원망하는 여자가 없었고 밖으로는 옆구리 시린 남자가 없었답니다. 왕께서 만약 여자를 밝히신다면 백성들과 함께 하십시오.

여자를 밝히는 것이 왕도를 펴는 데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

 

맹자의 말에 따르면 주나라의 태왕은 자신이 여자를 밝히는 마음을 백성에게 미루어갔기 때문에 아예 홀아비와 과부가 생기게 하지 않았다는 거다. 여자를 밝히는 마음은 똑같았지만 한 사람은 칭송받고 또 한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워하기에 족했다.

 

주지육림과 유상곡수

 

어찌 재물과 여색의 경우만 그러하겠는가. 놀고 즐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商)나라의 마지막 임금으로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여 나라를 망쳤던 주왕(紂王)은 달기(?己)라는 여인을 사랑하여 매일같이 연회를 베풀고 질탕하게 즐겼다. 사마천은 이때의 일을 ‘술로 못을 만들고 육고기로 숲을 만들었다[以酒爲池 以肉爲林]’고 기록했는데 이른바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여기서 비롯된 고사이다.

 

그런데 나이어린 성왕을 보좌하여 주나라를 반석에 올려놓아 유가의 성인으로 칭송받고 공자가 꿈에서 자주 만났던 주공 희단(姬旦)도 비슷한 일을 했다. 이른바 주나라의 동쪽 근거지 낙양을 경영하고 나서 유상곡수(流觴曲水)를 만들어 놓고 연회를 베풀며 즐긴 것이다.

유상곡수란 구비진 물가에 앉아서 술잔을 띄우면 술잔이 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물가에 닿으면 그 곳에 앉아 있던 사람이 술을 마시고 시를 읊는 식으로 노는 거다.

 

이게 얼마나 운치 있는 놀이인지는 후세에 왕희지가 난정에서 노닐 때 유상곡수에서 술 마시고 시를 지은 데서도 알 수 있고, 신라의 귀족들이 포석정을 만들어 놓고 논 데서도 알 수 있다.

 

한술 더 떠 조선의 박지원은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공작관(孔雀?)을 짓고 나서 거기에다 물길을 끌어들여 구비진 물길[曲水]을 만들고 연잎을 따서 술잔을 실어 보내면서 놀았으니[摘蓮葉以承杯 以泛以流] 그야말로 유상곡수의 최종 버전이라고 할 만한데 지금은 곡수유상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작관의 흔적도 찾을 수 없으니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주공이 즐겼다는 유상곡수도 술로 연못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술을 즐겁게 마시기 위해 흐르는 물길을 인공적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이니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 또한 주지육림 못지않게 성대한 연회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유상곡수라고 하면 세련된 문화적 행위로 인정받아 후세의 뜻있는 선비들이 앞 다투며 따르려 하고, 주지육림이라고 하면 폭정의 상징으로 여겨 한결같이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비난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맹자왈

 

임금이 백성들의 즐거움을 자기 즐거움으로 여기면 백성들 또한 그 임금의 즐거움을 자기 즐거움으로 여기고, 임금이 백성들의 근심을 자기 근심으로 여기면 백성들 또한 그 임금의 근심을 자기 근심으로 여긴다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사랑과 무식은 감출 수가 없다고 한다.

부모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결국에는 자기 자식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것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부모의 자식 사랑이다.

그런데 맹자는 무슨 이야기에서든 결국 백성들에게로 마음이 가 닿는다. 맹자의 사랑이다.

 

 

전호근(철학, 민족의학연구원) / 시대와 철학

 

 

...

 

 

梁惠王下5章
02-05-01

齊宣王問曰 人皆謂我?明堂 ?諸已乎
제선왕 "남들이 다 나보고 명당을 헐어 버리라고 말하는데 헐어 버릴까요, 그만둘까요?"

 

趙氏曰 明堂 泰山明堂 周天子東巡守朝諸侯之處 漢時遺址尙在 人欲?之者 蓋以天子不復巡守 諸侯又不當居之也 王問 當?之乎 且止乎

 

02-05-02

孟子對曰 夫明堂者 王者之堂也 王欲行王政 則勿?之矣
맹자 "명당이라는 것은 왕자의 당입니다. 왕께서 王政을 시행하고자 하신다면 그것을 헐어 버리지 마십시오."

 

明堂 王者所居以出政令之所也 能行王政 則亦可以王矣 何必?哉

 

02-05-03

王曰 王政可得聞與

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 耕者九一 仕者世祿 關市 譏而不征 澤梁無禁 罪人不?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詩云 ?矣富人 哀此?獨
왕 "王政에 대하여 말씀 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맹자 "옛날에 文王이 岐 땅을 다스릴 적에 농민에게는 九一의 稅制를 쓰시고, 벼슬하는 이에게는 世襲制를 쓰시고, 關門이나 市場에서는 조사는 하되 통행세나 물품세는 징수하지 않았고, 澤梁의 사용을 금하지 않았고, 사람을 처벌하는 데는 그 죄인의 처자에게 까지 미치게 하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아내 없는 것을 鰥(환)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 없는 것을 寡라 하고, 늙어서 자식 없는 것을 獨이라 하고, 어려서 아비 없는 것을 孤라고 합니다.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세상에 가장 곤궁한 사람들이어서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왕이 政令을 發하여 仁政을 베푸실 때에는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돌보았던 것입니다.

시에도 넉넉한 이들이야 그래도 괜찮지만 불쌍한 건 지쳐 버린 외로운 무리들. 이라고 하셨습니다."

 

岐 周之舊國也 九一者 井田之制也 方一里爲一井 其田九百畝 中?井字 界爲九區 一區之中 爲田百畝 中百畝 爲公田 外八百畝 爲私田 八家各受私田百畝 而同養公田 是九分而稅其一也 世祿者 先王之世 仕者之子孫 皆敎之 敎之而成材 則官之 如不足用 亦使之不失其祿 蓋其先世嘗有功德於民 故 報之如此 忠厚之至也 關 謂道路之關 市 謂都邑之市 譏察也 征稅也 關市之吏 察異服異言之人 而不征商賈之稅也 澤 謂?水 梁 謂魚梁 與民同利 不設禁也 ?妻子也 惡惡止其身 不及妻子也 先王養民之政 導其妻子 使之養其老而恤其幼 不幸而有鰥寡孤獨之人 無父母妻子之養 則尤宜憐恤 故 必以爲先也 詩 小雅正月之篇 ?可也 ?困悴貌

 

02-05-04

王曰 善哉言乎

曰王如善之則何爲不行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貨

對曰 昔者公劉好貨

詩云 乃積乃倉 乃??糧 于?于囊 思?用光 弓矢斯張 干戈戚揚 爰方啓行

故居者有積倉 行者有?糧也然後 可以爰方啓行

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王曰 "참으로 좋은 말씀이십니다."

맹자 "왕께서 만일 이를 좋게 여기신다면 무엇 때문에 시행하시지 않으십니까?"

王 "과인에게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과인은 재물을 좋아합니다."

맹자 "옛날에 공유도 재물을 좋아하였습니다.

詩에는" 露天이나 창고에 곡식 쌓여 있지만 마른 양식 따로이 마련을 하여 전대나 자루에 담아 두었네. 백성들을 평화롭게 살도록 하며 그로써 나라를 빛내기 위해 활과 살을 펴 들고 방패와 창과 도끼를 잡고 그리고서 비로소 출발하였네"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露天이나 창고에 쌓아 둔 곡식이 있고,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자루 속의 마른 양식이 있으니, 그렇게 된 후에 비로소 출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왕께서도 만일 재물을 좋아하시거든 그 좋아하시는 것을 백성들과 함께 하십시오. 그러면 참다운 王 노릇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王自以爲好貨 故 取民無制 而不能行此王政 公劉后稷之曾孫也 詩 大雅公劉之篇 積露積也 ?乾糧也 無底曰? 有底曰囊 皆所以盛?糧也 ?安集也 言思安集其民人 以光大其國家也 戚斧也 揚鉞也 爰於也 啓行 言往遷于?也 何有 言不難也 孟子言 公劉之民 不足如此 是公劉好貨而能推己之心 以及民也 今王好貨 亦能如此 則其於王天下也 何難之有

 

 

02-05-05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色

對曰 昔者大王好色 愛厥妃

詩云 古公亶父 來朝走馬 率西水滸 至于岐下 爰及姜女 聿來胥宇

當是時也 內無怨女 外無曠夫

王如好色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왕曰 "과인에게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과인은 女色을 좋아합니다."

맹자曰 "옛날에 大王(태왕)도 여색을 좋아하시어 그의 왕비를 사랑하였습니다.

詩에는 古公亶父(고공단보) 쫓길 적에 아침 일찍 말을 달려 西水 가를 따라서 岐山 밑에 이르렀네. 같이 온 姜女와 함께 그 곳에서 살았도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 시대에 있어서는 안에 남편 없는 여인이 없고 밖에 아내 없는 사나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왕께서도 만일 여색을 좋아하시거든 그 좋아하시는 것을 백성들과 함께 하십시오. 그러면 참다운 왕 노릇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王自以爲好貨 故 取民無制 而不能行此王政 公劉后稷之曾孫也 詩 大雅公劉之篇 積露積也 ?乾糧也 無底曰? 有底曰囊 皆所以盛?糧也 ?安集也 言思安集其民人 以光大其國家也 戚斧也 揚鉞也 爰於也 啓行 言往遷于?也 何有 言不難也 孟子言 公劉之民 不足如此 是公劉好貨而能推己之心 以及民也 今王好貨 亦能如此 則其於王天下也 何難之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