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漢詩

가을을 노래한 글

 

 

 

 

 

 


 






秋風起兮白雲飛  草木黃落兮雁南歸
추풍기혜백운비 초목황락혜안남귀

蘭有秀兮菊有芳 懷佳人兮不能忘
난유수혜국유방 회가인혜불능망

泛樓船兮濟汾河 橫中流兮揚素波
범누선혜제분하 횡중류혜양소파

簫鼓鳴兮發棹歌 歡樂極兮哀情多
소고명혜발도가 환락극혜애정다

少壯幾時兮奈老何
소장기시혜내로하

가을바람 불어와
흰 구름 날아가네

초목은 황락(黃落)한데
기러기는 남쪽으로

난초가 빼어났다
국화도 향그럽네

가인(佳人)을 부여잡네
잊지 몰할 건 정이어라

배을 띄워
저 하수를 건너자

중류(中流)에 비꼈네
출렁이는 소파(素波)여

피리 불고 북 쳐
도가(棹歌)를 불러라

환락(歡樂)은 극에 달해
풍덩 애정(哀情)으로 바꿨구나

젊었을 때 언제던가
늙는 걸 어찌할까

- 漢武帝 / 秋風辭
..

 

 


露下天高秋氣淸 空山獨夜旅魂驚
노하천고추기청 공산독야여혼경

疎燈自照孤帆宿 新月猶懸雙杵鳴
소등자조고범숙 신월유현쌍저명

이슬 치는 가을밤
홀로 거닐면

시름에 쌓이는
나그네 마음

멀리 배에서는
등불이 새어 오고

초생달을 두들기는
다듬이 소리.

- 杜甫 / 밤


井梧凉葉動 隣杵秋聲發
정오양엽동 인저추성발

獨向簷下眠 覺來半牀月
독향첨하면 각래반상월

우물가에 오동잎새
바람에 나부끼고

옆집 다듬이 소리
가을이 분명코나

처마 밑에 홀로 누워
어렴풋이 조을 때

머리맡에 달빛이
소리없이 흘러든다

- 白居易 / 가을밤

 



桐風驚心壯士苦 衰燈絡緯啼寒素
동풍경심장사고 쇠등락위제한소

誰看靑簡一編書 不遣花蟲粉空蠹
수간청간일편서 불견화충분공두

思牽今夜腸應直 雨冷香魂弔書客
사견금야장응직 우냉향혼조서객

秋墳鬼唱鮑家詩 恨血千年土中碧
추분귀창포가시 한혈천년토중벽 

오동에 바람 이니
벌써 가을인가.

꺼져가는 등불 밑에
귀뚜라미 눈물을 짜게질하는 밤

누군가?
나의 서러운

한 권의 시집을 읽어
벌레 먹지 않게 할 이

삶은 애처로워
창자 곧추서는데

차가운 비 타고 찾아오는
어여쁜 얼아!

가을의 무덤 속,
나는 죽어 포조(鮑照)의 시를 외고

피도 한스러워
천년을 푸르리라.
                                                                               
- 李賀 / 秋來

 


대조(大棗)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듯들으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 黃喜 / 四時歌 4-3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아슬한 곳에서 내려오는 양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양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온 별들로부터
정적 속에 떨어집니다.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그대여 보시라,
다른 것들을 만상이 떨어지는 것을

하지만 그 어느 한 분이 있어
이 낙하(落下)를

무한히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 R.M.릴케 / 가을날

 


강사(絳紗)에 등 붉은 제
외로이 꿈을 깨니

조롱(鳥籠)엔 서리 차다
앵무새 탄식하네

오동잎 가을바람에
뜰을 덮어 날더라.

- 李玉峰 / 가을밤

 


이 강산 가을 길에
물 마시고 가 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라.

이 강산
도라지꽃빛 가을 하늘 아래

전원(田園)은
풍양(豊穰)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간다.

- 韓何雲 / 國土遍歷

       

 


가을바람이 소슬하여
낙엽 구르는 소리만이 들리는 밤,

기러기는 울부짖고
싸늘한 서릿발은 기왓장을 뚫어

찬기운이 살 속으로
스며들 때

이부자리는 차가왔고
베개는 외로웠다.

- 朴鐘和 / 民族
     

 

     

 

          

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이 파고,
다 타 버린 낙엽의 재를  - 죽어 버린 꿈의 시체를 - 땅 속 깊이 파 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李孝石 / 낙엽을 태우면서
   

 

            
        
청석(靑石) 얹은 지붕에
별빛이 내려쪼이면
한겨울에 장독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벌레 소리가 요란합니다.
가을이, 이런 시간에
엽서 한 장에 적을 만큼씩 오는 까닭일 겁니다.

- 李箱 / 山村餘情
             
        
깊은 밤에 귀뚜라미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을 때

그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이
불현듯 그리워지기도 하고,

가을볕이 포근히 내려비치는
신작로만 바라보아도

어디든지 정처 없이
머나먼 나그네 길을 떠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도 역시

가을이라는 계절이 무한히 외롭고
서글픈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 鄭飛石 / 들국화

     

 

 

                 
원근(遠近)이 저 선명한 산빛이 - 드 높아진 하늘이 -
또 어디서 들려올 것만 같은 밤

아람 버는 소리가
나를 자꾸 유혹해 낸다.

머루랑 다래,
으름이랑 열리는 산골에서

적수(適水)를 맞는 것 같은
정숙의 경(境)...

가야금 소리가 맑을 대로 맑아지는
이 계절은 진정
한스러운 여인네의 몸 짓 같아,

나는 건드리기를 겁내며
성(城) 밖으로 기척 없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 盧天命 / 散策
                     

#1

 


북쪽 하늘에서 기러기가 울고 온다.
가을이 온다.

밤이 되어도
반딧불은 날지 않고

은하수가 점점
하늘 한복판으로 흘러내린다.

- 金東里 / 바위
               
        

 

 


가을이 좋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을이 좋아졌다.

누렇게 떡잎 진 나뭇잎이
길바닥에 뒹구는 것도 좋았고,

노란 잔디가 시들고
엉성하게 꺾어져 가는 모습도
못 견디게 좋았다.

그리고 그것들 위에 떠 있는
그 말간 하늘이며 흰 구름은

가을에만 있는 것 같아서
보다 소중스러웠다.

- 孫素熙 / 그 해 가을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높푸른 하늘에서 가을을 본다.

가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반소매 옷자락에 스며드는 썰렁한 촉감에
가을이 눈을 뜬다.

가을은 벌레 소리에서 익는다.
이른 아침, 깊은 밤,
풀섶이고 섬돌 밑에서 울어대는

유리 조각보다
더 가는 벌레 울음 소리에
가을은 품안으로 뛰어든다.

- 車凡錫 / 혀 끝에 느끼는 가을의 맛
               
       

 

 


가을은 청징한 거울 같아서
가려진 사실마저 낱낱이 담아 낸다.

더하여 가려진 정념이
모두를 비추어 낸다.

때문에 소름 끼치도록
진실에의 무섬증이 일어 온다고 할 수 있다.

- 金南祚 / 生命에의 始源에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귀가 멍해지는 소음 속에도
완전히 정지된 내면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내가 혼자인 것을 느낀다.

정말로 가을은
모든 것의 정리의 달인 것 같다.

옷에 달린 레이스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을
모두 떼어 버려야겠다.

- 田惠麟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은 전쟁을 치른 폐허이다.
그리고 가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침몰한다.

하나의 모반(謨反),
하나의 폭동,

들판의 꽃들과 잎과 열매와
모든 생명의 푸른 색체가 쫓긴다.

쫓겨서 어디론가
망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은 그 자리에서
침몰한다.

- 李御寧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원상한산석경사 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정거좌애풍림만 상엽홍어이월화

멀리 비탈진 
산길로 올라 보니

흰구름 이는 밑에
인가가 있더라.

수레를 멈추고
단풍숲에 앉아 보니

늦서리 맞은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더 붉구나.

- 杜牧 / 山行

 

photo

 


무서리 술이 되어
만산(萬山)을 다 권(勸)하니

어제 푸른 잎이
오늘 아침 다 붉거다

백발(白髮)도 검길 줄 알 양이면
우리 님도 권(勸)하리라.

- 無名氏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빛을 꾸며 내도다.

- 金天澤 / 흰 구름 푸른 내는

 


" 오- 메 단풍 들것네 "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메 단풍 들것네 "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오- 메 단풍 들것네 "

- 金永郞 / 오- 메 단풍 들겄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 尹東柱 / 少年

 

 


나날이 짙어 가는 단풍
바위를 깨는 마치 소리가 불씨인 양

이곳 저곳으로 튀기더니
온 산에 아주 불이 붙었으니,

봄에서부터 여름에 이르는
모든 부끄러움과
오욕과 미망(迷妄)이 타는 축제요,

박장대소하는
지령(地靈)의 파안(破顔).

그 새빨간 교향악 속에서
인간이란 하나의 에피소드,
잠시 시간에 어기어진 흙덩이.

- 張龍鶴 / 易姓序說

 

 


단풍이 어째서 저렇게
오색이 영롱하냐고 물으면
요사이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봄내, 여름내 태양의 양광을
흠뻑 빨아들인 나뭇잎들이

가을철 맑은 공기의
분광작용(分光作用)으로 여테껏

그 속에 저축해 두었던
태양빛을 프리즘으로 갈라
발산하는 것이라고.

- 沈鍊燮 / 十月霜葉

 

 

 


가을바람이
해조같이 불어와서

울안에 코스모스가
구름처럼 쌓였어도

호접(蝴蝶)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적막만이 가을해
엷은 볕 아래 졸고
.....

달이
유난하게 밝은 밤

지붕 위에 박이
또 다른 하나의 달처럼

화안히
떠오르는 밤.

- 朴和穆 / 蝴蝶

 

 

 



  

 

 

 

 

 

'고전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黃昏의 12道  (0) 2014.12.03
추야월 (秋夜月)  (0) 2014.11.23
언제 오시려나......  (0) 2014.11.08
陣中吟(진중음) / 忠武公 李舜臣(1545-1598)  (0) 2014.10.31
산중문답~이백  (0)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