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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ISM 음악

bebo valdes y diego el cigala- Lágrimas Negras (검은 눈물)

 

  

 

BeboValdesyElCigala-lagrimasnegras.mp3 (4720kb)    

 

 

 

 

Lágrimas Negras (검은 눈물)

 

 


비록 네가 날 버렸지만,
비록 네가 나의 모든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지만,
증오로 가득차 너를 저주하는 대신
나의 꿈 속에서 너를 축복으로 가득 채우겠어.


너를 잃어버림으로 인한 끝없는 슬픔으로 고통스럽고
너의 떠나감으로 인해 깊은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슬픈 몸부림이 마치 내 삶처럼
검은 눈물을 뿌린다는 사실을 넌 모르기에
나는 더더욱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넌 날 버리려 하고
난 고통 받고 싶지 않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난 나의 사랑, 너와 함께
나의 천국으로 갈 것이다.


어느 사랑의 정원사가
사랑의 씨를 뿌리고 가고
다른 정원사는 어쩌면 우리의 것일지도 모를
사랑을 키우러 온다.


내가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너를 보지 못한 채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의 생의 목적은
평생토록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번이라도 되풀이할 수 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난 나의 사랑, 너와 함께
나의 천국에 갈 것이다.




 

 

 

 

 

 

 최근 월드 뮤직계의 큰 흐름은 서로에게 영향을 준 음악끼리의 만남이다.

일종의 뿌리 찾기로도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혈통 활동으로만 단정하기에는 서로의 영역이 매우 분명히

구분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흡수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치며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는가를

동시에 살필 수 있기에 이런 흐름은 참으로 흥미롭다.

 

 

 

 

 

세네갈의 월드 스타 유쑤 은두(Youssou N'dour)는 얼마 전 발표한 새 앨범 <Egypt>에서 세네갈은 물론,

전체 아프리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이슬람교에 대한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베넹이 배출한 또 한명의 월드스타 안젤리끄 키조(Angelique Kidjo) 역시 자신의 새 앨범

<Oyaya!>에서 아프리카 리듬에 뿌리를 둔 살사, 메렝게, 칼립소, 스카와 아프리카 음악을 혼합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렇게 활발한 움직임속에 작년 한 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를 뜨겁게 달군 만남이었다.

 

 

 

 

 

 

 

쿠바 음악의 몇 안 남은 거장 가운데 한사람인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Bebo Valdes)와, 스페인의

손꼽히는 플라멩코 싱어 '디에고 엘 씨갈라(Diego EL Cigala)의 만남이었다.

스페인과 쿠바라..  이 두 나라의 뮤지션의 만남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우리가 살면서 지겹도록 들어온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이란 확대, 미화된 역사를 다시 한번

들먹이는 게 죄송할 만큼 스페인과 쿠바, 더 나아가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관계는 깊고도 질기다

 

 

 

 

베보와 씨갈라의 만남은 여러가지 애깃거리를 남겼는데, 가장 먼전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사람의 나이 차이다.

베보 발데스는 86세, 디에고 엘 씨갈라는 36세. 할아버지와 손자뻘이 되는 나이 차이다.

그러나 두 뮤지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씨갈라는 베보에 대한 첫 인상을 이렇게 얘기했다.

"영화 Calle 54(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에서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전 한 순간에 그의 매력에 사로 잡혔죠. 그 영화를 보고 전 베보의 인격, 음악에 대한 자세, 그의 음악,

그의 인생 등등 베보의 모든 것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 씨갈라의 감격 어린 회상처럼 이 두 뮤지션의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남겼다.

베보 발데스를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의 아버지"라는 설명을 하는데,

 

이것은 그리 적절하지 못한 수식어이다.  물론, 아들 주초 역시,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지만

그의 성공은 아버지 베보로 부터 물려받은 음악적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베보 발데스는 지난 20세기 중반부터 쿠바음악을 리드하고 발전 시켜온 거장 가운데 한 명이다.

 

특히 '아프로-쿠반(Afro-Cuban)'리듬과 재즈의 지혜로운 응용은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집시 혈통의 플라멩코 싱어 디에고 엘 씨갈라 역시, 현재 최고의 플라멩코 싱어로 평가를 받는 특급 뮤지션이다. 이렇게 쿠바 뮤지션과 스페인 뮤지션의 만남은 앨범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 모았다.

 

 

 

 

 

 

< Lagrimas Negras>앨범은 발매되자 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스페인에서는 30주동안 Top 10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Top 30에서 무려 57주간이나 머물렀다.

결국 1년 내내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앨범은 현재까지 스페인에서만 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Amigo Awards(Spanish video and phonographic association)에 주최하는 시상식)에선

무난하게 5개 부문을 석권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음반의 인기는 스페인 밖에서도 뜨거웠다. 멕시코, 포르투칼에서도 차트 상위권을 강타했으며,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선 단숨에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다.

 

월드 뮤직의 중심지인 프랑스에서도 월드 뮤직차트

정상을 정복하는 기염을 토했고, NEW YORK TIMES는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멀리 북유럽 핀란드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중남미 코스타리카에서 동유럽의 불가리아까지 그야말로 지구의

동서남북을 횡단하며 그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 Lagrimas Negras>앨범에서는 여러 나라의 특급 세션맨들이 참여했지만, 거의 모든 곡에서 베보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와 디에고 엘 씨갈라의 진솔한 보컬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일까, 깊은 밤 손님이 없는 카페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쓸쓸한 느낌이 든다.

 첫 곡 Inolvidable (unforgettable)부터 이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플라멩꼬 특유의 절규하는 창법으로 노래하는 씨갈라의 목소리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베보의 피아노 연주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Veinte Anos(twenty years)'는 부에나 비스타 쇼셜 클럽의 노래로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씨갈라의 질박한 집시 풍의 노래가 부에나 비스타 쇼셜 클럽의 버전 못지않은 진솔함을 전한다.

앨범의 타이틀 곡 'Lagrimas Negras(검은 눈물, 슬픔)'는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션들이 불렀던 쿠바음악의 불멸의

고전인데. 피아노 반주와 어울어진 섹스폰 연주가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고풍스럽게 이끈다.

 

우리가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재해석이다. 플라멩꼬 풍의 절도 있는 연주가 곁들여진 ' Corazon Loco(crazy heart)' 와 끝 곡인 ' Eu Sei Que Vou Te Amar(사랑하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Coracao Vagabundo: 게으른 마음)'도 앨범의 가치를 빛내는 트랙이다. 

 

특히 끝 곡은 '보싸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솨 그의 파트너이자 '보싸노바의 음유시인'인 비니

씨우스 지 모랑이스가 남긴 곡과, 현재 브라질을 대표하는 까이따누 벨로주의 명곡을 접속곡으로 소화했다.

노래 중간에는 까이따누 벨로주가 직접 참여해 짧지만 달콤한 나레이션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곡을 끝으로 9곡, 39분 27초의 감동은 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은 단아한 서정미와 담백한 맛이다. 결국 최소 악기로 최대 감동을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아프로-쿠반 리듬과 플라멩꼬는 생각 이상으로 잘 혼합됐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고급스런 아름다움이 귓가에 맴돈다.

쿠바음악과 스페인음악이 만났을 때 표현될 수 있는 이상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송기철(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