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n Culbertson - Joy To The World

‘흑인음악 모든 장르를 들을 수 있는 모음집은 왜 없는 거지?’ 일부 흑인음악 애호가들은 그동안 이런 불만을 품어
왔을지도 모른다.
재즈, 펑크(funk), 리듬 앤 블루스, 힙합 각각의 편집 음반은 많지만 주류 음악계에서 이 같은 흑인음악 대표 장르들을
모두 포함하는 앨범은 쉽게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저 무리에 속한 양식 중 보컬 표현이 가장 이질적인 랩 음악을 제외하고라도 나머지 형식들을 포괄하는 음반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아쉬움은 곧 해결될 것 같다. 재즈 뮤지션 브라이언 컬버트슨(Brian Culbertson)의 새 음반 덕분이다.
로마숫자로 12를 표기한 그의 열두 번째 앨범 [XII]는 자신의 중심 영역인 재즈 안에다 리듬 앤 블루스와 펑크(funk)를 이입해 흑인음악의 주된 메뉴를 적극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랫동안 이런 컴필레이션 같은 앨범을 학수고대해 온 마니아들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띨 희소식이다.
사실 브라이언 컬버트슨이라는 존재를 알고 그의 음악을 즐겨 들어 온 이들이라면 지금과 같은 행보를 어느 정도
예견했을 일이다.
1973년생인 그가 1994년 약관의 나이에 첫 앨범 [Long Night Out]을 들고 데뷔했을 때 R&B와 팝에 큰 영향을 받은 스무드 재즈를 중심 장르로 했던 까닭이다.
여기에는 대중 친화적인 요소, 부드러움만 있었던 게 아니다.
업 템포는 아니었으나 펑키한 분위기를 내는 곡도 수록해 그 나이에 어울리는 생동적인 기운도 동시에 냈다.
젊은 음악인으로서의 감성을 전한 것이었다.
그의 음악에 대한 탐구는 여덟 살 때 시작됐다.
여덟 살에 피아노를 배웠고, 이듬해에는 드럼을 연주했으며, 열 살 때 트롬본을, 열두 살 때 베이스를 독파하면서
연주자로서의 재능을 검증해 나갔다.
데이비드 샌본(David Sanborn),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Blood, Sweat & Tears), 시카고(Chicago),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 같은 재즈 퓨전에 충실한 뮤지션들의 곡을 들으며 앞으로 자신이 할 음악의 상
(像)을 정립했다.
데뷔 이후 얼마 동안은 스무드 재즈, 어반 재즈에 집중하던 그가 더욱 강하고 활력 넘치는 스타일에 도전한 것은 새천년이 넘어서였다.
2003년 발표한 7집 [Come on Up]에서 업 비트 곡의 분량을 늘려 갔고 2008년의 [Bringing Back The Funk]에서는 앨범 타이틀로 나타낸 것처럼 그 시절 유행했던 강골의 음악, 경쾌한 곡을 광범위하게 표출했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가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담당한 이 음반은 ‘브라이언 컬버트슨이 1970년대에 표하는 경의’라고 할 만큼 고풍스러운 느낌을 알차게 재현했다.
특히, 여러 유명 연주자 외에도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챈스 하워드(Chance Howard), 아이스 캔디
(Ice Candi) 등의 보컬리스트들을 대거 불러들임으로써 자신의 퓨전 재즈를 서서히 보컬 음악으로 꾸렸다.
지난 2010년 여름에 출시된 신작 [XII]는 최근 몇 년간 그가 조리해 온 흑인음악 모둠 요리가 업그레이드되고 더 깊은
맛을 내는 앨범이라 할 만하다.
스무드 재즈를 비롯해 성인 취향의 리듬 앤 블루스와 한층 열띤 대기를 조성하는 펑크(funk)가 열두 편의 수록곡에서
근사하게 펼쳐진다. 다양한 스타일에 목말라하던 이들이라면 이 음반이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Feelin' It’부터 기대를 충족한다. ‘고고(go-go) 음악의 대부’라고 불리는 척 브라운(Chuck
Brown)이 참여한 이 노래는 앨범의 스타트를 끊는 작품답게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귀를 뗄 수 없게 한다.
힙합풍의 묵직한 드럼 비트, 흥겨움을 자아내는 혼 섹션이 브라이언 컬버트슨의 날랜 피아노 연주와 만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사뿐 사뿐한, 그리고 신 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피아노, 신시사이저, 브라스와 탄력적인 베이스 연주가
절묘한 하모니를 내는 ‘Stay Wit It’도 그보다 순화된 사운드로 상쾌한 바운스를 나타낸다.
[Bringing Back The Funk]와 마찬가지로 객원 가수들의 도움으로 풍성한 면모를 갖추고 노래를 더욱 근사하게 치장한 것도 앨범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케니 라티모어(Kenny Lattimore)의 비단결처럼 고운 음색이 노래를 운치
있게 하는 ‘Another Love’, 중간 템포의 비트가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의 따스한 목소리와 만나 점잖은 그루브를 발산하는 ‘Out on The Floor’, 페이스 에번스(Faith Evans)의 농염한 표현이 세련미를 곱절로 올리는
‘Don't U Know Me By Now’와 1990년대 중후반의 정서를 띤 아반트(Avant)의 리듬 앤 블루스 넘버
‘Skies Wide Open’가 그러하다. 피처링으로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영국 네오 소울 여성 듀오 플로에트리(Floetry)의 멤버였던 나탈리 스튜어트(Natalie Stewart)의 읊조림이 고혹적으로 들리는 ‘I Don't Know’도 빼놓을 수 없다.
R&B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금세 반해 버릴 노래들이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브라이언 컬버트슨이 리드하는 재즈 연주곡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차분한 선율에 사랑하는 이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서린 ‘Waiting For You’라든가 유연함과 찰진 기운을 겸비한 업 비트 트랙 ‘It's Time’,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Forever’ 등은 그의 음악적 뿌리는 재즈임을 알게 하는 곡들이다.
스무드 재즈의 대가 얼 클루(Earl Klugh)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That's Life’는 그 특유의 청아함이 물씬 풍긴다.
작곡, 편곡,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괜찮은 재즈 연주 앨범이기도 하다.
발전과 성장을 이룬 그의 열두 번째 앨범은 이전에 없었던 기록을 누렸다.
비록 상위권은 아니지만 ‘Skies Wide Open’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빌보드 R&B/힙합 싱글 차트에 진입했고 ‘That's
Life’는 빌보드 스무드 재즈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재즈 앨범 차트에서는 2위, R&B 앨범 차트는 15위를 차지하며 과거를 능가하는 지명도를 얻었다.
상업적인 흥행 덕분이라도 그의 기억에 길이 새길 작품이 됐지만 [XII]를 제작하기 전부터 브라이언 컬버트슨은 앨범에 각별한 의미를 두었다. “제 인생에서 12라는 숫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1월 12일에 태어났고, 12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한 지도 12년이 됐죠. 피아노에는
열두 음계가 있고, 전문 음악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열두 살 때부터였으니까요.”라는 말로 이번 음반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특별함은 이제 그에게만 해당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재즈, R&B, 펑크(funk) 등을 아우르는 근사하고 세련된 앨범이 등장했다는 점은 흑인음악 마니아들에게도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한동윤
트럼펫 연주자 겸 밴드 리더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년기부터 피아노, 드럼, 트럼본 등 다양한 악기를 접하며
청소년기 아마츄어 밴드의 리더로서 다운비트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브라이언 커버트슨의 GRP 레코드 데뷔앨범 이미 8장의 음반과 수 많은 콘서트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간 전형적인 실력파 연주자로 인정받는 베테랑 키보디스트 커버트슨의
이번 앨범은 윌 다우닝, 패티 오스틴, 커크 와룸, 보니 제임스, 크리스 보티 등 쟁쟁한 아티스트의 게스트 참여로 그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Brian Culbertson has been working more and more with live musicians on his sessions, and it adds a new depth and stronger grooves to his floating keyboard sounds on Somethin' 'Bout Love. There are terrific guest spots by saxophonists Dave Koz and Steve Cole and organist Ricky Peterson, as well as some potent bass from Walter Tisdale. R&B singer Lori Perry increases the soul quotient on her song "Get'n Over You" as well as the concluding "I'm Gonna Miss You," a moving collaboration between Perry and Culbertson. The latter vies for top honors with the two versions of "The Secret Garden," one instrumental and the other a great feature for Donnell Spencer's voice
작곡, 편곡자 겸 키보디스트, 트럼보니스트인 브라이언 컬벗슨은 국내재즈팬들에겐 그리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지만,
컨템포러리 재즈계에서는 신동으로 불리는 현역뮤지션입니다.
그는 재즈트럼펫 연주자이자 고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는데,
메인스트림 재즈 뿐 아니라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류의 크로스오버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드럼, 피아노, 베이스 등 재즈의 주류악기를 일찍이 고루 배운 그는 클래식, R&B, 컨추리 뿐 아니라 락&메탈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섭렵하면서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을 정도로 재기를 드러냈는데, 저명 재즈평론지인 다운비트에서 수차례 상을 받았을 만큼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고교 졸업후엔 시카고의 드폴(DePaul) 대학교에 진학하여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시작했으며 학업중에도 연주 및
작곡활동을 지속하면서 명성을 일구었습니다.
94년도에 발매된 그의 데뷔 앨범, Long Night Out은 컨템포러리 차트에서 10주 연속 상위 랭크되는 등 호평을
끌어내며 음반제작사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후속작인 Modern Life역시 평론가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그는 앨범작업에서 작곡,
편곡, 보컬, 키보드, 트럼본, 베이스, 드럼 프로그래밍까지 일인다역을 하며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일인 밴드'(one-man band)라고도 부릅니다만..)
그는 여러 장르의 음악들의 특징을 어울러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이른바, "Cross-over" 뮤지션들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로서, 단순히 편안하고 아름답기보다는 우아하고 사색적인 멜로디 라인과 충격적인 리듬의 조합으로
나름대로 철학적인 화두를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만, 팝적인 요소가 짙게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섬세하고 잘 정제된 멜로디로 컨템포러리 청자들에게 환영받으며 꾸준히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작년 Nice and Slow라는 타이틀의 신보를 발표해 또한번 성가를 높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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