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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Brahms, Cello Sonata No.1 in E minor, Op.38 & No.2 in F major Op.99

말년의 브람스(1890)

 

 

비엔나에 있는 브람스의 집안에 보이는 베토벤 석고상

 

 

 

 

38

 

 

 

 

Brahms, Cello Sonata No.1, Op.38 & No.2, Op.99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 2번

Johaness Brahms

 

 

 

 

첼로는 브람스가 남달리 사랑했던 악기였다. 과묵하고 신중한 그의 성격에 첼로의 낮고 부드러운

 음색이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브람스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관현악 작품에서도 곡이 의도하는 뉘앙스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첼로가 빈번히

등장한다.

교향곡 2번 1악장이나 교향곡 4번 2악장의 은은하고 심오한 주제는 첼로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우며,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에서 독주 첼로는 주제를 면면히 이끌어가는 활약을 한다.

브람스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곡을 적어도 셋 이상 만들었는데, 오늘날 남은 곡은 1번 E단조 Op.38과 2번

F장조 Op.99 두 작품뿐이다.

1번은 브람스 스스로 세운 ‘베토벤의 벽’에서 비롯된 거인적(巨人的) 열등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던 무렵, <독일

레퀴엠>을 완성하기 직전의 작품이다(1865).

2번은 네 곡의 교향곡을 포함하여 그러한 노력이 마감된 원숙기 만년의 작품이다(1886).

 

두 작품 사이의 시간적 간극은 21년에 달한다. 1번의 3악장 구조는 2번에서 4악장 구조로 발전했다. 3악장 구조는

공간적 열림과, 4악장 구조는 시간적 발전과 연관이 있다.

첼로 소나타 1번에서 출발한 브람스는 2번에 이르러, 좌절로 점철된 자신의 음악 생애를 너그럽게 그리고 역전(逆轉)의

 미학으로 포옹한다.

21년이란 세월은 브람스 자신에게 뼈를 깎는 자책의 기간이었지만, 바로 그 기간은 음악사에서 가장 창조적이었던

한 페이지가 된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 곡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들과 함께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 곡이 자주 연주되는 것은 첼로 소나타 작품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고 명실공히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기 때문이다.

“브람스가 남긴 두 개의 첼로 소나타는 첼로 레퍼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 가장 먼저 배운 소나타 중 하나가 바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이고, 또 10살 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께 첫 레슨을 받을 때 연주한 곡도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였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

 

 

첼로 소나타 1번 E단조 Op.38

슈만이 라인 강에 투신한 후 정신병원에서 오랜 투병 끝에 쓸쓸하게 최후를 마치자 클라라는 한적한 전원도시 리히텐탈로 거처를 옮기고 많은 음악인들과 교류를 하면서 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당시 33세의 브람스는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첼로 소나타를 구상하고 가을에 빈으로 돌아온 후 곡을 마무리 짓는다.

첼로 소나타 1번은 친구인 겐스바허(Joseph Gansbacher)에게 헌정되었다. 성악 교사였던 겐스바허는 첼로를 잘 연주하여,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면서 브람스는 그에게 조언을 구한 바 있었다. 또한 당시 브람스는 슈베르트의 원고를

 검토하여 미발표된 작품과 잊혀진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겐스바허의 도움으로 ‘방랑자 환상곡’ 같은 걸작을 발굴하여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곡을 헌정했던 것이다.

1번 E단조의 곡은 황량한 느낌이 드는 북유럽적인 정취를 갖고 있다. 이것은 먼저 각 악장이 모두 단조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 다음, 첼로가 고음역으로 올라가지 않고 늘 피아노보다 낮은 위치에서 음을 잡는다는 것에 기인한다. 매우 중후하고 어두운 정취가 감도는 작품이다.

 

 

Daniil Shafran/Felix Gottlieb - Brahms, Cello Sonata No.1 in E minor, Op.38

Daniil Shafran, cello

Felix Gottlieb, piano

 

1980.06.18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소나타 형식. 약박으로 화음을 둔 피아노를 동반하고 첼로가 조용하게 중얼거리듯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청년기 브람스 특유의 텁텁한 서정이 가득하다. 경과부는 밝은 C장조로 시작된다.

발전부에서는 격렬한 피아노에 대비되는 첼로의 비약적인 하강 음형이 인상적이다. 첼로가 제1주제를 E단조로 쓸쓸하게 연주하면서 재현부에 들어가면 곡의 우울한 분위기는 더욱 짙어진다. 마지막에 잠시 힘을 만회하는 듯하지만 미치지 못하고 조용하고 쓸쓸하게 악장을 마친다.

2악장: 알레그레토 콰지 미뉴에트

A단조의 어둡고 구슬픈 미뉴에트 악장이다. 그러나 그지없이 아름답다. 첼로가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우수를 묻힌 채 첼로와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견제하듯 독주를 주고받는다. 밝은 톤의 피아노가 첼로를 먼저 견제하지만 이내 첼로의 장중함에 둘은 어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3악장: 알레그로

자유로운 푸가 형식. 황량한 느낌의 악장이다. 1번 소나타는 세 악장이 모두 단조라서 북독일의 겨울 풍경 같은 황량함이 첼로와 피아노의 교묘한 앙상블로 쓸쓸하게 그려진다. 울적한 기분은 잠시 노도처럼 세차게 흐르다가 초조와 격앙의 클라이맥스에서 급전하여 조용해진다. 코다의 피우 프레스토 조금 전에 악장의 처음 부분이 상당히 길게 거의 그대로 재현된다.

 



첼로 소나타 2번 F장조 Op.99

첼로 소나타 2번은 1번보다 음역이 넓고 표현하는 요소들도 많으며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섬세하다. 또한 강력함이 넘치는데 느린 2악장도 정열적이다. 첼로의 용법도 1번보다 훨씬 효과적이어서, 피아노의 왼손보다도 낮은 성부에 위치에 있는 것은 적어지고, 많은 경우 오른손과 왼손 사이의 음역, 즉 첼로의 가장 차분하고 남성적인 소리가 나오는 음역에서 선율을 아름답게 연주한다.

1번 소나타가 심각하고 슬픈 선율로 상상 속의 자연 풍경을 내적으로 구성했다면, 2번 소나타는 밝고 정열적인 선율로 실제의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하겠다. 첼로 소나타 2번은 투명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향곡 너머’를 반영한다.

Pierre Fournier/Wilhelm Backhaus - Brahms, Cello Sonata No.2 in F major, Op.99

Pierre Fournier, cello

Wilhelm Backhaus, piano

Victoria Hall, Geneva

1955.05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소나타 형식. 피아노의 트레몰로를 동반하고 첼로가 오페라의 아리오소와 같은 느낌으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첼로의 이 흥분 섞인 노래가 제1주제이다. 경과부에서 첼로가 제1주제의 동기를 이어받으며 진행하다 곧 고음역으로 점점 옮아간다. 피아노는 이 선율을 종요하게 반복하며 온화해진다. 그러면 첼로와 피아노의 짧지만 힘찬 악구로 제2주제가 뒤를 받는다.

발전부는 피아노의 트레몰로로 시작된다. 첼로는 제1주제의 동기를 연주한다. 대체로 우울하고 차분하다. 재현부는 제1주제와 제2주제, 그 다음에 일반적인 틀대로 코데타 악구를 거쳐 코다로 이끌어진다. 코다는 주로 제1주제에 의거한다. 점점 조용해지면 제1주제를 변형한 선율이 복잡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첼로 트레몰로가 나온다. 힘을 더하고 흥분을 높여 정상에 이르면, 속도를 올려 제1주제의 동기를 두 악기가 강조하며 씩씩하게 끝난다.

브람스가 이 곡을 작곡하는 동안 머물렀던 알프스의 툰 지방의 웅장한 풍경을 이 악장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악장은 첼로와 피아노의 트레몰로 움직임이 긴박감과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트레몰로가 이처럼 많이 쓰이는 예는 드물 것이다.

2악장: 아다지오 아페투오소

 

3부 형식. 이 악장에서는 브람스가 2중주에서는 잘 쓰지 않던 피치카토 주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효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첼로의 피치카토로 시작되며 피아노의 풍요한 울림 위로 첼로가 물 흐르듯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한다. 하이 포지션으로 노래하는 선율은 달콤하며 열기가 있다. 곡은 조용한 서장을 간직한 채 이따금 정열적인 가락을 드높인다. 브람스의 곡 중에서 드물게도 로맨틱한 정서가 직접적으로 표출되어 있는 악장이다.

3악장: 알레그로 파시오나토

 

‘빠르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라’는 악상 지시처럼 폭풍처럼 몰아친다. 군데군데 돌발적인 휴지가 있고,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교묘하게 대비되어 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패시지도 들어 있다. 정열적인 음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기괴하므로 이 악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스케르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리듬을 타고 첼로와 피아노가 눈부시게 움직인다. 중간부에서는 표정이 짙은 첼로의 풍성한 선율을 들을 수 있다.

4악장: .알레그로 몰토

 

론도 형식. 첼로와 피아노의 다양한 주제로 시작된다. 앞의 세 악장이 상당히 긴 것에 비해 이 마지막 악장은 짧은 편이다. 하지만 완벽한 구성이다. 간결하지만 세부는 치밀하게 짜여 있다. 밝고 따뜻한 선율로 론도를 이룬다. 첼로의 힘찬 음향에 의해 밝은 선율이 더욱 확고하게 두드러지며, 피아노가 그것을 받아 화려하게 가세한다. 코다는 힘찬 울림 속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