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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강요 혹은 뇌물, 삼성은 정유라에 왜 말을?








강요 혹은 뇌물, 삼성은 정유라에 왜 말을?




삼성의 승마지원은 특검 측이 주의 깊게 들여다본 대목이다.

특검 측은 삼성이 미르·K 재단에 낸 약 204억원의 출연금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대한 뇌물로 보고 기소했지만

양 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반해 승마지원은 삼성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한 지원인데다 그 혜택을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직접 받은 정황이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를 적용한 부분이다. 말을 둘러싼

쟁점은 이 재판을 통틀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강요인가 뇌물인가…박상진 전 사장 "최순실에 끌려다닌 것 후회"=재판에서 그동안 나온 진술과 증언을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 9월, 대구 창조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라는 부탁(사실상의 지시)을 받으면서 비롯됐다.

기존 회장사였던 한화가 임기를 2년여 남기고 사퇴했는데 최씨 측이 한화가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 승마국가대표에게 지원을 몰아서 할 것을 우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5년 3월,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선출됐고 같은 해 10월에 있을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를 준비해 나갈 예정이었지만 2015년 7월 25일 이후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2차 독대한 시점이다.

박 전 사장 등의 진술 조서를 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대해 "(올림픽에 나가려면) 좋은 말도 사고 전지

훈련도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한다. 한화보다 못하다"며 독대 30분 중 15분을 '레이저빔을 쏘며(눈총을 주며)'

승마에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사장은 나흘 뒤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난 자리에서 "최씨와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하고 대통령이 정유라를 친딸처럼 아낀다"는 말을 듣고 비선실세 최씨의 존재를 인지했다.

 다만 이 부분은 박 전 전무가 증언대에서 "그날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기억이 없다"고 말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박 전 사장은 이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고하고 같은 해 8월26일 독일 코어스포츠사와 승마

전지훈련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 이후 마필 구입비 등 총 78억원을 독일에 송금했다.

애초 6명의 선수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협회 내 파벌문제가 발생하고 최씨가 박 전 전무 대신 삼성 측과의 협상 전면에 나서면서 타 선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 측은 2016년 8월 이후 최씨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법원 도착한 최순실 



그간 나온 진술을 보면 최씨의 말에 대한 집착은 남달랐다.
2015년 11월 박 전 전무는 삼성 측이 말 소유권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필 마주란에 삼성이라 기재

하라고 하거나, 마필 위탁관리 계약서를 쓰도록 삼성 측에 권유했다. 최씨는 이 소식을 듣고 "말을 사준댔지 언제

 빌려준댔냐"며 크게 화를 내며 박 전 사장을 독일로 오라 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최준상 전 삼성승마단 선수도 "삼성이 모든 선수를 지원하려고 계획했지만 (정씨 이외 경쟁자를 육성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최씨 반대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듣고 급박한 상황이라 판단했고 부탁을 거절하면 삼성이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봐 두려웠다"며 "최씨에 끌려다니면서 지원한 게 후회된다"고 진술했다.

◇첨예하게 맞붙은 증인·증거 싸움=승마지원을 둘러싼 쟁점은 말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와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와 맺은 계약이 애초부터 정씨 1인만을 위해 맺어진 허위 계약이었는지 여부로 압축된다.

특검 측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해외 승마 전지훈련 용역서비스 계약을 가장으로 체결한 뒤

최씨 모녀에 말을 무상 공여했다고 보고 이 부회장 등을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말 소유권이 애초에 삼성 측에 있었음을 강조, 지난달 말 정씨가 타던 말 '라우싱1233'을

 인천공항에 들여오는데 성공한데 이어 '마필 매매 계약 해제 후 마필 반환 합의서'를 제시하면서 강한 반격에 나섰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박원오 전 전무 등 승마 관련 핵심 증인도 속속 나서고 있다. 단연 압권은 지원 혜택을 직접 받은 정씨다.

정씨는 지난 12일, 007 작전을 방불케 할 만한 긴박함 속에 특검과 함께 등장해 특검에 유리한 증언은 물론 특검 측에 배치되는 진술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일례로 자신이 타던 중 부상을 입었던 비타나V에 대해 "제 말도 아닌데 말을 돌볼 상황이 아니었다"고 하거나 "살시도가 삼성 말임을 알았을 때 삼성이 다른 선수들에게 살시도를 줄까봐 이 말을 아예 사자고 어머니(최씨)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애초에 정씨 1인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씨는 "어머니 등으로부터 삼성에서 6명을 선정해 훈련시킨 다음 그 중 4명을 단체전에 출전시킨다고 들었다"며

"그 중 한 명이 본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박 전 전무는 지난 5월 증언대에서 "삼성 쪽에서 선수선발 방법을 찾는다고 얘기하면 (최씨가) '누구는 뽑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며 "선수 선발 명단을 올리면 최씨가 핑계를 대며 거절해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반해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이 정씨는 코어스포츠를 통해 삼성이 단독 지원하고 이같은 사실을 가리기 위해

 정씨 외 다른 선수들은 승마협회를 통해 따로 지원한다고 했다"며 다른 증인들과는 상이한 진술을 내놨다.

지금까지의 승마지원과 관련해선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의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뇌물 지원의 구체적인 증거

없이 정황증거와 진술의 경합이 벌어지고 있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김성은 gttsw @mt.co.kr












우병우 민정실은 왜 삼성 보고서 만들었나…'朴로펌' 역할


승계 관련 민감한 법적 이슈 산적…민정실에 '율사' 대거 포진
朴, 경제수석 대신 민정 보고받고 '삼성 지원 큰 그림' 가능성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속행 공판에 굳은 표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4년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삼성 뇌물 혐의 재판과 우 전 수석을 향한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삼성 승계와 관련한 '총론'격인 청와대 내부 보고서를 정책조정실이나 경제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은 박 정부의 민정수석실이 그만큼 국정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실세 부서였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실에서 삼성 승계 문건이 나온 배경과 관련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법률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힌 이슈"라며 "법률 전문가들이 많이 모인 민정실이 승계 문제를 다루는 적임 부서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권 승계 전반에 관련한 검토를 민정실에 지시하고, 이후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이슈는 보건

복지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라인을 통해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2014년 6월 20일 업무 수첩에 '삼성그룹 승계과정 모니터링'이라는 문구가 적힌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에 직접 승계 관련 보고를 주문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해당 일자는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직후다.


반면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그가 아닌 민정실을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했기 때문일 것으로 검찰과

특검은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민정실이 사정기관 총괄과 인사검증, 민심 청취·수집 등 본연의 업무에 더해 경제 사안인 기업 경영권 승계까지 챙겼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국정 전반에 관여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정실 보고서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 청와대가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삼성의 정유라 지원이 이뤄졌다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특검과 검찰은 본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1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최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16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 관계자는 자료에 대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 지원 방안과 관련한 문건의

사본들"이라며 "2014년 하반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들이 작성, 출력해 보관한 문건"

이라고 밝혔다.


특검으로부터 문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2014년 당시 청와대 행정관

으로 파견 근무했던 이모 검사로부터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우 전 수석은 24일 본인 재판에 나오면서 '민정비서관 당시 삼성 관련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는 취재인의 물음에 "지난번에 다 답변드렸다"고만 말해 기존 '부인' 입장을 유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캐비닛 문건에 대해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pan@yna.co.kr









누가 정치를 일깨우고 나라를 지키는가?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참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계속된 혼란속에 웬만해서는 혼란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민감도마저 무뎌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일은 역사가 기록할 정도로 큰 사건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아줌마’한테 의지해 나라를 운영했고, 그 아줌마는 이를 이용해서 국민들의 혈세를 빼먹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희생된 사람들은 역시나 국민이다.


나라 사정은 재난 수준으로 악화됐고, 양극화는 심해졌으며 미래 세대는 희망을 잃어갔다. 

이런 민들은 오히려 광장에 모여 차분하게 앉아 촛불로 기득권의 무능과 비리에 저항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촛불은 결국 새 정부를 출범시켰고, 사태 수습 등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국민들은 현명했다.

결국 또 한 번 나라의 혼란은 국민들이 수습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혼란이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의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한 켠에 드리워져 있다.

사건과 관련해 수개월 동안 특검 및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이후 관련자들의 구속이 이어졌지만, 핵심 피의자 중

하나인 정유라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등 혼란의 완전한 수습은 아직 요원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

시키고, 새 정권을 창출해 해당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일부에서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국고로 귀속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그들이 부당하게 취한 이익을 모두 몰수·환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및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무능했던 지난 정부의 늦장대응으로 인해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돼 서민들의 밥상 물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자사 제품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는 등 얄팍한 ‘장사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국민들은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대응했고, 새로 들어선 정권은 이들 기업에 대한 부당 가격 인상

 여부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 BBQ다.

BBQ는 닭고기 가격 인상과 전혀 관계없는 AI를 핑계로 ‘황금올리브치킨’의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 올린데 이어 나머지 제품의 가격도 최대 2,000원 올렸다.


BBQ의 가격인상에 국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BBQ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BBQ는 그제야 가격인상을 전면 취소하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다른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들도 BBQ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가격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지키는 국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데에는 그의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처신이 대단히 잘못된 부분도 있겠지만,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보여준 국민적인 비판과 요구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이 같은 전 국민적인 요구가 없었다면 국회가 과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시켰을까?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없었어도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그간의 경험을 통해 국민들은 자신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진짜로 대표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촛불집회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에 대해 “이번

촛불광장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국회의 재발견’이다.


2002년, 2008년 2014년에도 광장이 열렸지만, 이번처럼 국민들의 광장에 모여 국회에 ‘이거해라, 저거해라’ 요구했던 광장은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정치적 효능감을 이 정도로 각성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즉, 국민들의 일관적이고 꾸준한 요구가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 압박을 가했고, 대통령 탄핵 등 혼란 수습을 위한

 시발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나라에 커다란 혼란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많이, 그리고 아프게 희생당하면서도

 가장 먼저 나서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혼란을 수습한 것은 국민들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외환위기 때다.

1997년 12월 3일 우리나라는 304억 달러의 외환부채로 인해 국가부도위기에 처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 195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후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다음 우리나라는 경제 개혁을 위해 IMF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본격적인

 IMF 관리 체제 하에 들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 혹은 도산하거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모든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었다. 나라 경영, 기업 경영을 방만하게 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아간 기득권 중에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법의 처벌을 받았거나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일부 공무원들이나 기업 실무자들이 처벌을 받았으면 받았지, 핵심 수뇌부들은 모두 무사히 IMF 한파를 피해갔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힌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라를

위기에서부터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합심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약 351만 명의 국민들이 장롱 깊숙한 곳에 곱게 간직하고 있었던 각종 패물과 황금 거북이, 황금 열쇠 등을 나라를 위해 쓰라며 선뜻 내놨고, 이렇게 모인 금은 자그마치 약 227톤, 무려 21억3,000억 달러어치나 됐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금모으기 운동’은 우리나라의 IMF 관리 체제 조기 졸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지 불과 약 3년 8개월만인 2001년 8월 23일 IMF 관리 체제 종료를

선언했다.

임금은 나라를 버렸지만, 백성들은 나라를 지켰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국민들의 모습을 최근 개봉한 영화

 ‘대립군(代立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립군’이란 조선시대 양반 군역을 대신 치르는 사람들을 말한다.영화는 1592년(선조 25년) 발발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조선의 군대는 전쟁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군을 침략을 받아 침략 반 달 만에 한양을 빼앗겼을 정도로 ‘오합지졸’이었다.


군대가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제대로라면 그마나 다행한 일이었을 테지만, 전쟁 속에서 나라를 끝까지 지키면서 왜군에 저항하며 백성들을 보호했어야 할 선조는 “전쟁 속에서 임금이 죽으면 나라의 안위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요동으로 망명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전쟁 속에서 왕이 나라를 버렸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는지 아들 ‘광해’를 급하게 세자로 책봉하고 ‘분조’를

맡겨 종묘와 사직을 지킬 것을 명한다.

‘분조’란 일종의 임시 정부와 같은 개념으로, 당시 선조가 있던 의주의 행재소(行在所) ‘원조(元朝)’와 대칭되는 말이다.


또한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생각이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나라를 버리고 망명하려는 임금을 말리고 전쟁으로 괴로워하는 나라와 백성을 구할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들 역시 제 목숨 챙기기에 바빠 선조에 동조하기 여념이 없었다.


요동으로 향하기 위해 평안도를 떠나는 선조와 대신들은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며 애원하는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기기는커녕 그들에게 칼을 휘두르며 길을 비키라고 위협했고, 압록강을 건넌 후에는 왜군의 추적을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남아있는 배를 모두 불태워 백성들의 피난길을 방해하는 등 집권층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의 끝을 보여줬다.


그 탓에 우리 영토와 백성들은 왜군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선의 산천(山川)은 백성들의 피로 물들었고, 코나 귀가 잘린 시체들이 즐비했다.


임진왜란 당시 죽인 조선인의 수만큼 포상을 받았던 왜군들이 죽인 조선인의 코나 귀를 잘라 자신의 공을 과시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래는 머리를 잘라 보냈어야 하지만 부피가 너무 커 코나 귀를 잘랐다는 부분에서 당시 우리 백성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당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왕실과 집권층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조가 압록강을 건너는 사이 백성들은 텅 비어버린 궁궐에 불을 질러 왕실과 집권층의 비겁함을 성토했고, 선조의

장남인 임해군을 왜군에 직접 넘기기도 했다.


임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에서 병력을 모으는 일을 맡았는데, 징비록(懲毖錄)에 따르면 그는 병력을 모으기는커녕 재물이 많은 양반을 낫으로 찍어 죽이고 재물을 빼앗는가 하면, 백성들의 고혈을 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곳곳에서는 왜군에 저항하기 위한 의병이 일어났다.


 ‘분조’에 남은 광해는 왜군에 저항하기 위해 의병들을 모아 대우했고, 공이 있는 자에게는 관직을 내려 격려했다한다. 선조실록은 ‘세자가 조선에 남아 왜군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자가 있는 군영으로 전국의 의병들이

 몰려 결국 왜군을 막아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서야 하는 국민들…
두 눈 부릅뜨고 정치·사회 지켜봐야 전쟁 속에서, 직장을 잃고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 상황 속에서도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국민들이 귀하게 간직하고 있던 패물과 금덩이를 기꺼이 내놓는 이유는 결국 내가 내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지켜주기 않는다는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이 같은 모습이 양반이나 고소득층 등

소위 ‘가진 자’보다 일반 백성과 서민들에서 발견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소위 ‘성군’으로 불리는 왕은

세종과 정조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나마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이후 국민들을 대표하겠다면서 국회로

들어간 정치인들은 항상 국민들을 향해 “바른 사회를 만들겠다”,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깨끗하고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바른 사회는 아직 요원하고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즉, 그들이 일을 안 했다는 것이다. 매번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 보수 세력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권을 진보 세력에 쥐어주고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들 역시 바른 사회와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보수 세력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이 정권을 잡은 사회에서도 정치인들의 부조리, 재벌들과의 유착은 여전했고, IMF 이후 생겨난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방치하고 바로 잡지 않았던 당시 정치인들의 무능 때문에 지금을 살고 있는 국민들 특히, 청년층들은 질 나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진실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나라가 이 정도까지 수습이 된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정치와 사회를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대립군’ 속 광해는 영화 초반 전쟁에 갑자기 세자가 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나약한 소년으로 묘사됐지만, 어떻게든 ‘분조’를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제 목숨을 담보로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는 방식으로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대립군들과 부대끼면서, 고통 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어떻게든 제 몫을 해내려는

세자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백성들의 현실이 그에게 ‘내가 제대로 된 세자가 돼야 한다’는 압박이자 자극이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통신기기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취재기자고, 사진기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회 부조리를 발견했을 때 국민들은 바로 휴대전화를 들이대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띄운다.

그럼 그 자체가 사회 고발이고 뉴스다. 이는 삽시간에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퍼지고 여론을 형성해 부조리를 시정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민원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에게 직접 내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고, 국민들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정치인에게 강력한 비판을 가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다.

즉, 정치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일을 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는 대가는 가장 저질의 인간들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플라톤은 말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희생과 수습’이라는 이중부담을 또 짊어지지 않으려면 나라의 주인 된 자로서 주인을 위해 일하는 일꾼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7






[100대 국정과제]① “국민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




 





Flute Concerto No.2 in D major K.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