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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사드배치 이후의 중국 입장과 중국시장





“한국은 중국과 경제 외에 안보문제도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양다리를 걸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한국은) 양국
관계와 관련이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 신중해야 한다. 유의해달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6일 베이징을 방문한 기자는 중국 외교부와

사회과학원 등을 돌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경 기류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외교관과 민간 학자들은 기자를 상대로 절제된 언어를 구사했지만 그 속에는 사드 배치에 대한 곤혹스러움, 분노,
배신 등 다양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다.
 베이징의 하늘은 보기 드물 정도로 맑고 화창했지만 한-중 관계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사드 블랙홀’에 직면한 기자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는 어둠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게티이미지


◆“책임만 묻을 뿐, 우리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일부 국가는 중국에 (대북 제제에 대한) 대가를 치르라면서 중국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사

드처럼 말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 제재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북-중 변경 주민들에게 중앙정부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지적한 기자에게 중국 외교부 관계자가 내놓은 답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처한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민간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북핵 문제의 근원을 북-미 갈등에서 찾고 있다.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북한과 인접한 중국은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피해자이지만 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의 이행 여부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진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지난달 5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산 수산물, 광물,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안 2371호를 채택하자 이를

북-중 교역에 적용했다.

또한 북한 노동자의 신규 채용을 중지하도록 자국 기업에 권고했다.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 북-중 교역 위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연간 교역규모는 4조 달러(약 4253조원)가 넘는다.

이 가운데 북-중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60억56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로 전체 중국 교역규모의 1%에도

훨씬 못미친다.


하지만 북한의 값싼 자원과 노동력에 의존해 원가경쟁력을 유지해온 동북3성의 기업과 대북 교역에 수십년 째 종사해온 현지 무역업자들 입장에서 대북 제재 조치 이행은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는 (지방으로부터)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불만은 자국민의 피해를 감수하며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데도 자신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할 뿐, 자신들의 의견을 한국과 미국이 들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쌍중단(한미 연합훈련과 북한 핵, 미사일 개발 상호 중지)을 제안했으나 한국, 미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사드 문제 역시 중국이 줄기차게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 “사드는 북핵 대응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단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유발한다”며 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못’이 박혔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중국의 불만을 잠재우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사드 기지(옛 성주골프장)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는 한-중 관계에 깊은 내상 남길 것”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다음달 열릴 중국의 19차 공산당 대회가 끝나면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사드 보복’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면 한-중 관계가 호전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베이징 현지 분위기는 이같은 관측을 무색케 했다. 2

0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당신은 손목을 다쳐본 적이 있나? 난 손목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내상이 있어 무거운 물건을들 때는 상처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한-중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드가 완전히 배치돼도 한-중 관계가 극도로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한-중 관계는 ‘깊은 내상’을 입을 것이다.
 사드 배치의 여파가 한-중 관계 곳곳에 미칠 것이다.”          



 

중국 입국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비자 서류.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내                                                                  

한국기업과 개인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깊은 내상’이라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다.
사드 배치는 양국 관계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힐 것이며, 이는 불과 3년 전 양국이 ‘최상의 관계’라고 치켜세웠던 그 때 당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사드 문제는 양국 관계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경제 및 문화 분야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왔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부지를 군용지와 교환한 롯데측은 중국의 영업정지 등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마트도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중단된 중국인 단체 한국 관광과 한류 연예인 출연 및 드라마 방영 금지 조치도 풀리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7월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하면서

관광산업 손실액이 18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지만 정부는 이를 해결할 방법도 의지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와 대(對) 중국 전략 부재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0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에 대해 보고를 누락했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7월 28일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사드의 완전한 배치는 1년 이후에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같은날 밤 북한이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하자 29일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을 주한미군과 협의할 것을 지시해 사드 배치 문제는 하루만에 뒤바뀌어버렸다.

이후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거쳐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4기는 성주골프장에 반입됐다.
 사드 장비 배치가 원래 예정보다 3개월 빨라진 셈이다.

정부는 ‘임시배치’라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직후 최종 배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완전 배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의 반발과 불신이 커지는 것도 이같은 인식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조선반도 연구소 리둔추(李敦球) 연구원은 13일 중국 언론 기고문에서 “문재인정부가 주창한 ‘사드 배치 과정 진상 조사’는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속임수이자, 대사화소 소사화료(大事化小 小事化了:큰일을 작게 하고 작은 일은 없는 것으로 친다)의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사드 1개 포대 배치를 (중국이) 받아들이면 제2, 제3의 사드가 한반도에 전개할 것이다.

사드가 중국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만난 중국 공산당 원로인사가 ‘사드에 대해 중국에 거짓말 하는 것은 박근혜정부나 문재인정부나 똑같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에) 상처가 발생한다면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발언을 곱씹으며 베이징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6일 오후, 정부는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배치를 선언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 발표 직후 “한국의 사드 배치는 유관국의 국가안전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 전략 균형을 훼손하고 중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고 비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한-중 관계가 끝을 모를 정도로 악화될 기미가 강해지고 있지만 현 정부에서 이를 해결할 중국통은 보이지 않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다자외교와 통상 분야 경력을 갖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고위인사들도 중국 외교 경험은 거의 없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방부는 중국과 군사외교를 펼칠 여력이 없다. 중국의 불신과 보복 조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해결하고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새롭게 도약시킬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내상을 입은 한-중 관계를 회복시킬 섬세하고도 냉철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중국 내 한 마트가 매장에서 한국 제품을 빼고 있다. (웨이보) 2017




중국 장쑤성 렌윈강에서 영업이 정지된 롯데마트 매장 문에 소방안전조치
 개선이 필요하다는 중국 당국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AFP=연합뉴스


악몽이 된 중국시장, 문제는 '사드 이후'다


‘차이나드림’은 한국 기업에 이제 ‘악몽’이 된 걸까. 진출만 하면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던 낙관론은 이제 옛말이 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아왔던 롯데가 중국에서 롯데마트 사업을 접기로 했다.

롯데가 던진 충격파에 시장은 뒤숭숭하다.


 그간 롯데는 “중국 시장 포기는 없다”며 롯데마트 철수설을 부인해 왔지만, 지난 3월 이후 반 년 넘게 중국 내 매장

 대다수가 강제 영업정지되면서 피해액이 불어나자 결국 손을 떼기로 했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경북 성주에 있는 골프장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주한미군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국방부와

협약을 맺은 뒤부터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아 왔다.


롯데의 사업 철수는 이대로 버티기에는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드 갈등 이전부터 중국 진출 유통기업들이 시장 포화로 부진을 겪어온 데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치명타가 된 것이다.


 롯데보다 먼저 사업 철수를 결정한 이마트도 2010년 초반26개까지 늘어났던 점포를 올해 초 6개까지 줄였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적자만 1500억원에 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국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최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로 양국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한·중수교 이래로 한국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셈인데, ‘사드 혹한기’만 지나면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중국 롯데마트의 문이 닫혀있다. © News1




사드 보복, 이제까지는 예고편? “한·중관계는 고도화돼 있다.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면적인 경제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유일호 전 부총리) “(피해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사드 배치를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정책결정권자들의 ‘낙관’과 달리,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예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당장 중국에서 현대·기아차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며 버티는 중이다.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분야와 유통·서비스업계는 물론 반 년 넘게 이어지는 중국의 ‘금한령(禁韓令·한국

단체관광 금지)’으로 여행업계 및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며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최근 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 역시 매출 감소로 면세점들이 생사의 기로에

몰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 사실상 임대료 인하 ‘최후통첩’을 보낸 롯데면세점의 경우 사드 보복 여파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74억원)이 지난해 상반기(2326억원)보다 97% 급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그룹에서 활동했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총 7단계로 봤다.


 일단 외교적 비난(1단계)부터 시작해 비자 발급 제한(2단계), 단체관광객 통제 및 한류콘텐츠 유통 제한(3단계) 등

 ‘여론전’ 차원의 제재가 있다. 이후에는 보다 직접적인 제재인데, 위생점검 등 비관세 제재(4단계), 세무조사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5단계), 자본시장 철수(6단계), 수출입 통제(7단계) 등이다.


이 단계 분류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조치는 14개월 만에 5단계 수준까지 와 있는 셈인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내내 중국의 경제보복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피해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인\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예상되는 중국의 피해는 1조1000억원으로, 경제규모에 따라 손해가 중국 명목 GDP의 0.01%에 그쳤다.

한국기업의 피해 중 관광분야가 7조1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수출은 1조4000억원, 문화·콘텐츠 피해는 87억원

 수준으로 차이가 컸다.


■대중 수출 아직 호조라지만… 이런 차이는 대중국 수출 지표가 아직까지 나쁘지 않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아우성이지만, 14개월간 지속된 중국의 보복조치에도 지난 3년간 감소세를 보여온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 들어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은 지난 8월 15.6%의 증가율을 기록해 2014년 4월 이후 40개월 만에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형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며 반도체 및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2위 일본에 바짝 추격당하고는 있지만 한국은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수입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사드 이후 대중국 수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수출 호조를 “올해 들어 중국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대중 수출에의 영향은 자동차부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대중 수출 가운데 75%가량이 중간재 수출이며 소비재의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대중 수출이 계속 증가한 이유 역시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중간재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규제는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기업의 제품 생산에 큰 타격이기 때문에 피해가 소비재 및 유통·서비스 분야에 제한된 것이다.





          
베이징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달 베이징 시내 롯데마트의 전기설비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인 대중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대중 수출 확대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반도체의 경우 국제 수급상황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비교적 심한 편이어서 수출의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수출의존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석유 관련 제품도 하반기 유가 안정세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산업 고도화를 추진 중인 중국이 중간재 국산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장기적 불안요인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추진해온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red supply chain)’ 정책을 지난해부터 부쩍 강화하고 있다. 홍색공급망이란 중국이 수입 중간재 대신 부품소재를 국산화해 완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정책으로, 이는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는 큰 타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소재부품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50.8%로, 이 가운데 중국 수출 비중이 35%에 달했다.

 지난해 대중국 소재부품 수출은 8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대중국 수출 감소율

(-9.2%)보다도 컸다.


여기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한 수입 감소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홍색공급망 정책에 속도를 낸 요인도 컸다.

 2000년 32.7%에 불과했던 중국의 현지 조달률은 지난 2015년 기준 44.0%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맞물려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2000년 63.9%에서 2015년 53.4%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굴기’ 앞세운 중국 기업의 추격 특히 ‘반도체 국산화’는 중국의 홍색공급망 구축의 핵심이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 기업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이미 2015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을 내걸었던 중국 정부는 10년간 1조 위안(약 161조원)을 투입해

 현재 10%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한국이다.

 5년 이후에는 중국이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900억 달러(약 101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수출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이렇듯 한국 반도체는 수출 역사를 다시 쓰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한·중 간 반도체

기술은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 부문에서만 2~3년의 격차를 보일 뿐 대부분은 1~2년으로 단축된 상태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면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에서 메모리 반도체까지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해 가고 있다”면서 “올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에도 한국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추격이 매서워 향후 지속적인 경쟁력 보유를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중국 의존’, ‘반도체 독주’라는 기형적인 수출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현수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사드 관련 제재를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무역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사드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 시장은 경제구조의 변화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출증가세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며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을 내고 있지만,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경기 하강 국면에 받을 타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조선·해운산업의 동반 몰락에서 이를 경험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은 지난 7월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그 이후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관련
중국의 보복은 그치지 않고 있다



文정부 기업패싱..경제정책에 기업이 안 보인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기업을 배제한 결정을 연이어 내리고

있어 '기업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행태는 일자리 창출, 성장률 3% 달성에 일익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14일 "북핵 미사일ㆍ도발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ㆍ사드) 보복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이는 전날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WTO에) 제소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다"고 밝힌 내용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문 정부 들어서 사드 해법을 고대하던 기업들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고, 이마트는 20년만에 중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롯데마트 역시 최근 중국 내 전체 매장(112곳) 매각을 목표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사드 보복 횡포에 시달리는 것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국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중기부가 3월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무역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현재까지 247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ㆍ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드 보복 피해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WTO 제소 카드를 공식 백지화한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지난 7월 호프 미팅을 통해 기업 총수들이 사드 보복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기업 관계자는 "외교협상에서 우리가 (WTO 제소를 하지 않겠다는) 패를 다 까버렸으니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답답해했다.

국내 정책에서도 기업 패싱은 두드러진다.


 신고리 원전 5ㆍ6기 건설 중단과 탈원전 추진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닌, 대통령의 느닷없는 선언으로 시작됐다. 기업들이 공사 중단으로 입는 피해도 피해거니와, 원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어마어마함에도 일방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는 피해기업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일처리에 곤란해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매한가지다.

퇴근 후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예약 전송'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던 고용노동부는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퇴근 후 업무지시는 카카오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행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통령 공약 사항 관철에만 골몰한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스티브 잡스 같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깎아내려 ICT 업계

인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규제완화와 구조개혁 방안 등을 곧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기업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수립한 경제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시행된지 6개월여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09.14. bluesoda@newsis.com





© News1 방은영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중국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는
 중국어로 된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2017.03.26. scchoo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충격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서울의 주요 상권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 서울의 신사역 상권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16.4%, 압구정 상권은 3.1% 하락했다고 밝혔다.


 2017.07.31. bj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