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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차이나 리스크..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企業정책에 진저리




중국 사드 보복 (CG)

17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오가는 고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지속되면서 면세점 등 유통업, 자동차업 등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뉴스1





차이나 리스크..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企業정책에 진저리



[한국 기업들 脫중국]


- 제멋대로 '룰' 바꾸는 中정부
감언이설로 한국 배터리업체 유치, 작년부터 갑자기 제품인증 반려
- 전자업체 해외 거점 이동


삼성 스마트폰 절반 베트남서 생산, LG전자도 동남아·멕시코産 늘려
- 새 시장에 희망 있다
CJ E&M, 中매출 크게 줄었지만 동남아 뚫어 상반기 실적 증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올 들어 중국 투자 계획을 일제히 철회했다.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인증을 미루는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오래가며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뷰티산업엑스포에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인사 대거 초청 - 지난 1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2017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초청된 인도 측 인사들이 한 국내 화장품 업체 부스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매년 200~300명씩 단체로 참석하던 중국인 바이어가 이번 행사에는 50여명으로 줄어든 반면,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신현종 기자



뷰티산업엑스포에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인사 대거 초청 - 지난 1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2017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초청된 인도 측

인사들이 한 국내 화장품 업체 부스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매년 200~300명씩 단체로 참석하던 중국인 바이어가 이번 행사에는

50여명으로 줄어든 반면,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신현종 기자          




대신 삼성SDI는 헝가리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해 내년 상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LG화학도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고 7월부터 시험 생산을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이 공장에 4360억원을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중국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이달 중 헝가리와 체코 가운데 유럽 공장 입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지자체들이 공장을 유치할 때는 모든 편의를 봐주겠다고 경쟁을 벌이더니,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이자 노골적으로 차별하기 시작했다"면서 "삼성·LG가 생산한

배터리 인증을 계속 반려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내몰리는 한국 기업들


한국 기업들이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여기던 중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보고 앞다퉈 중국에 진출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미국과 유럽 소비 시장도 정체기에 접어들자 중국을 유일한 대안으로 여긴 것.


중국은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2013년에는 전체 수출의 26%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한류(韓流) 열풍까지 불면서 화장품·식품·유통 등 소비재 기업들도 중국에 공장을 짓고 유통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가 터지자 과도한 중국 의존은 독이 돼 돌아왔다.

 롯데마트는 지난 10년간 2조원을 투자한 중국 매장 99곳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마트는 중국 사업을 접었다.


홈쇼핑 기업인 CJ오쇼핑은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고 현대홈쇼핑은 현지 방송을 중단했다.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비재 기업으로 꼽히던 오리온마저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64%나 감소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도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류 문화 콘텐츠 수지 흑자는 1억7990만달러(약 20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억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유럽·동남아·중동… 탈(脫)중국이 신시장 개척 기회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난 한국 기업들은 신시장 확대를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지난 12일 개막한 '오송 화장품·뷰티 산업 엑스포'에는 매년 200~300명씩 단체로 몰려오던 중국 바이어가 50여 명으로 줄었지만 이라크, 이스라엘, 수단, 알제리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바이어들이 처음으로 참여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도 각각 30명이 넘는 바이어가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한 화장품 업체 대표는 "탈(脫)중국 전략을 택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여온 측면이 있다"면서 "사드 위기가 오히려 중국 일변도였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들은 중국 시장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하노이에서 이미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40~50%를 생산하고 있고, 호찌민에는 TV·생활가전을 생산하는 복합단지를

가동하고 있다.

 LG전자도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태국, 베트남,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현지 식품 업체 3곳을 인수했고, 지난 7월에는 호찌민에 통합 생산 기지를 착공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뉴 아시아' 전략을 내세워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태국, 인도네시아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영화 콘텐츠 업체인 CJ E&M은 지난해 한국 영화 전문 채널 tvN 무비스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설립했고

조만간 필리핀과 홍콩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CJ E&M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국 매출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동남아 매출이 급증하면서 해외 매출(1405억원)이

 작년 상반기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선양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16일 오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뒤 지난해 12월 선양시 당국은 공사를 중단시켰으나, 올여름 폭우로 인근 공사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보완 공사를 요구했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선양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16일 오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뒤 지난해 12월 선양시 당국은 공사를 중단시켰으나, 올여름 폭우로 인근 공사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보완 공사를 요구했다.          


16일 찾아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선 뚝딱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높이 솟은 크레인도 계속 돌아가며 각종 자재를 나르느라 바빴다.

이곳은 선양시 당국이 행정절차 미비를 문제삼으면서 지난해 12월1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던 곳이다.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 뒤였다.


현장의 분주한 움직임이 재개된 것은 지난 8월 중순부터다.

 7월에 내린 폭우로  공사 현장에 사고가 일어나자 당국은 롯데 쪽에 현장 안전 조처 명목으로 보완공사를 요구했다.

 안전 조처의 범위는 명확하지 않지만, 롯데는 나름의 판단으로 최선을 다해 조처를 하고 있다.

롯데가 총 3조원을 투자해 부지 16만㎡, 연면적 145만㎡에 백화점, 극장, 아파트, 놀이공원, 호텔, 사무실, 쇼핑몰 등을 짓는 이 사업은 롯데의 중국 내 최대 프로젝트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완공해야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2014년 4월 준공된 백화점, 극장,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형체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인 이날 오후 선양롯데월드의 백화점은 거의 비어 있었다.

곳곳에서 50%, 30% 세일이 진행중이었지만 점원들이 두세 명씩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손님은 보기 힘들었다.


3층과 4층에 각각 자리한 여성복, 남성복 특판장을 10여분씩 지켜봤더니 각각 1명, 3명이 지나가면서도 물건은 구경도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1층의 가판대에만 사람들이 40명가량 모여 있었는데, 진열된 물건은 2위안(344원)짜리 커피잔을 비롯해

‘1000원숍’처럼 나열된 5위안, 10위안, 15위안짜리 잡화, 그리고 과자뿐이었다.


백화점 옆 아파트는 4개 동(1806가구) 가운데 2개 동(834가구)이 입주를 시작했지만 분양률이 60%대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나머지 물량의 계약 상황도 나쁘면 분양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16일 오후 3시께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선양롯데월드 백화점의 여성복 코너. 토요일인데도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16일 오후 3시께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선양롯데월드 백화점의 여성복 코너.

토요일인데도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상황은 막막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롯데의 중국 사업이 바닥을 쳤기에 이제는 회복 국면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롯데 자본 유치에 발벗고 나섰던 선양시 당국이 중단된 공사를 도심에 오래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롯데월드 부지는 군부대 등이 있던 자리로, 선양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북역(기차역)과 지하철역에 바로 연결되는 금싸라기 땅이다.

 선양롯데월드 사업이 결정되던 2008년 4월 당시, 외자 유치에 열중하던 선양시 당국의 기대와 한 자녀 가정이 많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중국의 놀이공원 사업에서 기회를 본 롯데의 결단이 의기투합했다.


선양시 당국은 반발을 무릅쓰고 군부대까지 옮겼다.

 선양의 랴오닝사회과학원 소속 뤼차오 연구원은 “다 지어지면 동북지방 최대의 놀이공원이 된다고 해서 모두들 기대

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양 사람들의 생각이 이제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뤼 연구원은 “사드 문제만 아니면 롯데는 선양에서 가장 환영받는 외자기업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지가 너무 나빠져서 시민들이 별로 이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롯데 경영진은 왜 이럴 거라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물었다.


현지 중국 기업인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은 게 아니라는 중국 격언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중국인들은 상한 감정을 풀지 않는다.

사드 배치는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에서는 롯데가 마트에 이어 중국 사업 전체를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단 롯데 쪽은 “마트 이외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진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의 중국 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큰 관심을 쏟은 프로젝트인 만큼 완전 철수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롯데마트가 사라지면 마트 없이 백화점만으로 중국 유통망을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제과 및 음료의 판매 플랫폼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롯데 사업의 기반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가 마트 매각 사유로 제시한 ‘지속적인 경제적 피해’는 중국에 진출한 모든 롯데 계열사들이 골고루 겪는 일이다.


선양에 있던 부동산 담당 임원이 지난 주말부터 한달가량 서울과 홍콩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양롯데월드도

결국 매각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새 투자처를 찾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선양롯데월드 백화점 내부. 토요일 오후인데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양롯데월드 백화점 내부. 토요일 오후인데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드 사태’가 날개 없는 추락의 결정타가 되기 이전부터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 매장 8곳을 인수하며 중국 마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만년 적자였다.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분위기와 정부 규제 등이 만만찮은 중국 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중국 등 해외 3개국의 롯데마트 매출은 2014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영업손실이 2013년 830억원,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 지난해 1240억원 등 4년 동안 4960억원에 이르렀다. ‘사드 보복’은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의 치명타가 됐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 고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베이징현대 합작법인의 상황도 비슷하다.

베이징현대 합작법인 공장은 대금 지급 중단에 따른 부품 공급 중단으로 며칠 동안 라인이 멈추는 상황까지 간 끝에

 최근 겨우 조업을 재개했다.


사드 사태가 직격탄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제때에 신차 출시를 하지 못하는 등 시장 흐름을 놓친 실책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스포츠실용차(SUV) 라인업 확대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현대차 내부에서도 중국 현지 적합형 차종 개발과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서 타이밍을 빼앗긴 것을 위기의 주된

 원인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호시절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문제들도 분출하고 있다. 현대차와 합작한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한국계 부품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높이 책정해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불만을 제기했지만, 판매가 잘되는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성장세가 푹 꺾이면서 베이징자동차는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 대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등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3년 6.8%를 정점으로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 5.1%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선

 3%대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일본 차 업계도 중국에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원체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있으니 금세 회복했다.


하지만 베이징현대는 사드 이전부터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사드는 정치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중국 시장의 변화에 맞춰 차종 개발과 신차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양 베이징/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홍대선 김소연 기자 oscar@hani.co.kr





텅텅 빈 중국 롯데마트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텅텅 빈 중국 롯데마트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문 닫은 중국 롯데마트.


ⓒ연합뉴스



 




 




 롯데마트 상해점. 사진=뉴시스


롯데마트 헐값매각 우려 확산




-평가액 8300억원보다 30% 낮은 가격 요구
-“정치적 상황 부담스럽다”…해외기업들 난색
-중국 내 롯데마트 투자비용만 2조원 달해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사실상 철수를 선언한 중국 롯데마트가 매각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수 의사를 밝혔던 현지 기업들이 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헐값 매각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적 무역 조치로 운영난을 겪어오던 롯데 측은 현재 해외 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 롯데마트는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華聯)그룹과 태국의 CP그룹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다. 화롄그룹의 경우 중국 상무부가 출자한 국영기업으로 정치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태국의 CP그룹도 롯데 측의 자산을 저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포함한 매수 희망기업 측에선 장부가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중국 롯데마트의 장부가는 8300억원 가량이다.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 1호점을 오픈한지 약 10년 만에 매각과 철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희망 기업들이 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 매각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중국 ‘연교점’. [제공=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 1호점을 오픈한지 약 10년 만에 매각과 철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희망 기업들이 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 매각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중국 ‘연교점’. [제공=롯데마트]  



        

이에 롯데마트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장부가인 8300억원에 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손해다.

 롯데그룹이 지난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투입한 금액은 10조원에 달한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 2007년 네덜란드 마크로 매장 인수에 1조2000억원, 2009년 대형마트 타임즈 인수에 7350억원 등 2조원에 달하는 투자 비용을 들인 바 있다.


하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업계는 중국 정부에 대한 눈치와 중국 시장 내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인해 헐값을 제시하고

있다. 운영중단의 근본적인 배경이 됐던 사드 사태가 연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영업재개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 이후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를 유지하면서 입은 매출 손실도 크다.

현재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 112곳 중 87곳이 영업 중단(임시휴업 13곳) 상태다.

영업 중단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지만 매달 대략 200억원에 달하는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은 유지비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 지금까지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연말까지 현상황이 이어진다면 1조원까지 피해액이 불어날 수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6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투입했지만 턱 없이 모자라 6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홍콩 롯데쇼핑홀딩스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또 다시 운영자금 3억 달러(3400억원)를 조달했다.

하지만 투입한 추가 자금이 언제 바닥날 지 몰라 롯데마트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향후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시장에서의 매출은 지난해 이미 중국 롯데마트의 매출 수준을 넘는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2억6000만명, 베트남 1억명 등 인구 수준도 높은 시장 가능성을 보여줘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korean.gu@heraldcorp.com







두 얼굴의 중국 .. 한국에 필요한 건 '고슴도치 전략'

시진핑 "중국은 자유무역 수호자"
리커창 "외국 기업에 동등한 대우"
속으론 '중국 이익 침해' 사드 보복
동남아 등지로 옮긴 일본 사례 참고
무작정 탈중국은 되레 독 될 수도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동시에 스스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두 얼굴의 중국’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이율배반적 모습은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한국이 그 약점을 치열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환하게 세계를 보듬는 모습은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올 1월 제47차 다보스포럼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중국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또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며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운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 주석은 주변국 외교의 큰 줄기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강조해 왔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容)는 내용이지만 현재 중국의

행태와는 모순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술 더 떴다. 그는 “대외 개방을 적극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최적화해 나가겠다”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외자 접근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조달 사업에서 내·외자 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며칠 전 중국 상무부가 한국 기업 불매운동과 관련해 “롯데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여 놓고 다시 외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외면하고 현대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에는 중국 랴오닝성 업체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북한 수산물 수입을 못하게 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르포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연계시킬 수 있는 중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두 얼굴이 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질서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 기업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인구 수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 기업에 폐쇄적이고 각종 텃세와 규제도 심하다. 백권호 영남대 경영대학장은 “기존 한국-중국의 분업 구조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드 갈등이 해소되더라고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버텨야 하나, 철수해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기업들에는 2012년 센카쿠 열도 문제로 경제보복을 당한 일본의 대응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당시 일본 기업은 주요 투자처를 동남아·인도로 이전했다.

경쟁력이 사라진 업종은 중국에서 철수시키고 남아 있는 업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다졌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한국이 경제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제품 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원 KOTRA 동북아사업단장은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과 교류가 많은 지역·집단은 사드 갈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낮지 않은 만큼 중국이 강경하게 나올 때 한국을 찌르면 중국도 아프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붙잡고 있기보다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CJ홈쇼핑·현대홈쇼핑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단 매각할 수 있는 것은 팔고, 남길 것은 남기면서 질서 있게 철수

해야 한다.


무작정 ‘탈중국’을 했다간 유통업체는 남은 임대보증기간에 대한 위약금, 제조업은 큰돈을 들인 설비 등 생산라인에서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다.

서강대 김 교수는 “사드 관련 갈등이 장기화하는 분위기인 만큼 ‘손절매’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 전면 철수보다는

 미미한 기반이라도 남겨둬야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훗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손해용 기자 choi.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