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 방문 환영
만찬이 열린 가운데, 만찬장의 대형 스크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가
노래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실리 챙긴 트럼프-위상 챙긴 시진핑…'미완의 美中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9일 미·중 정상회담은 이견이 있는 각론보다는 공감대가 있는 큰 방향에 집중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글로벌 양강이 대결이 아닌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미·중 간의 무역 불균형이나 북핵 대응에 있어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회담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해법에선 입장 차 여전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였던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이 분명하게 합의를 본 것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천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 철저 이행' 정도다.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반도에 가장 영향력이 큰 두 국가가 북한 핵무기의 불용인을 재차 강조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나아간 내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도,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이전 보다 더 강력한 압박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시 주석은 아울러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 필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보기에 따라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걸로 비칠수 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유엔 제재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놓고 미중간에 이견이 다시 불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283조원 투자·구매 계약…시장 장벽은 그대로 무역불균형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확실하게 성과를 낸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미국과 중국 기업간 투자 및 미국산 제품 구매 계약 규모만 총 2535억달러(약 283 조원)에 이른다. 중국석유가스천연공사(CNPC)·중국화공집단공사(CNCC)·중국은행이 공동으로 미국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 투자키로 한 금액만 총 43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CASC)로부터 항공기 300대 주문을 받았다. 370억달러 규모다. 제너럴 일렉트릭도 항공기 엔진 등 35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일자리와 투자 등 구체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만족할만한 실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입 제한이나 불공정 경쟁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조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 내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개별 계약건 보다는 상호투자협정 등 중국의 시장 접근 제한 해소 조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윌리엄 자릿 주중 미 상공회의소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고 촉구하는 것은 사전적인 상호협정으로 부르는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처럼 미국의 투자와 수출에 대해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체결된 계약들이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수준이 많고 실제로 진행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이 많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리 중시' 트럼프- '위상 제고' 시진핑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 제고에 가장 방점을 뒀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3470억달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입장 차가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중화민중 부흥'과 '신시대 사회주의'를 강조하며 집권 2기 기반을 확고히 해둔 상황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과 충돌하는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불협화음 없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빅2'의 지도자로서 위상이 강화되는 등 얻을 것이 많다. '2050년 세계 최강국'이라는 목표를 세워둔 상황에서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시간을 버는 효과도 있다.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을 통째로 비워 트럼프 대통령 의전에 전력을 다하고, 수백 조원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푼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당장 해답을 찾기 있는 각론에 매달리기보다는 일단 얻어낼 것부터 받고 보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평가는 엇갈린다. 핵심 이슈에 있어 기존 입장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보기에 따라선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다는 회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핵, 무역불균형 등 핵심 이슈들이 계속 상존해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이번 회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북한·통상 문제 덮고 남는 장사한 트럼프
[
중국과 2535억 달러로 세계 사상 최대 규모 경협 체결…
한국·일본서는 미국산 무기 세일즈 외교 펼쳐
역시 트럼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면서 사업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북한과 무역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 강온전략을 펼치면서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챙긴 것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2535억 달러
(약 284조 원)에 달하는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중산 중국 상무부장은 “미중 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시작된 트럼프의 3국 방문에 하이라이트를 찍는 순간이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개발에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중국은행(BoC) 등 국영
금융기관들이 430억 달러를 투자하고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국 퀄컴 부품을 구매하며
보잉이 370억 달러 규모의 여객기를 중국 측에 판매하는 등의 내용이 경협에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도 협상가로서 트럼프의 면모가 발휘됐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가 여전히 매우 불공정하고 일방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좌중을 긴장시켰다.
이어 “그러나 나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의 국민을 위해 다른 나라를 이용하는 국가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의 무역 불균형은 중국에
책임이 없다.
불균형이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한 과거 미국 지도자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말해 동석한 시 주석이 미소를 짓게 했다.
상대방을 만나기 전에는 강경한 발언 등으로 압박해 실리를 최대한 챙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서 실제 대화에서는 파트너의 체면과 위신을 세워주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에서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음에도 무역에 대해 직설적으로 발언하면서 아베를 압박한 것이다.
무역 문제에 대해 말을 최대한 못 꺼내게 하려는 아베 총리의 의도를 눈치채고 오히려 역으로 치고나간 것이다.
그는 일본 방문 이틀째인 6일 미일 기업가들과의 만남에서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호혜적이지도 않다”며 “우리는
지난 수년간 막대한 대일 무역수지 적자로 고통받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불공정한
무역관계 해소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아베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일본이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방일 마지막 날인 7일 트위터에 “나의 일본 방문과 아베 총리와의 우정으로 우리의 위대한 나라(미국)에
더 많은 이익이 창출됐다”며 “군수와 에너지 부문에서 막대한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주도하는 여성기업가 지원기금에 5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 환심 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편 트럼프는 한국에서도 쏠쏠한 이익을 챙겼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총 748억 달러에 달하는 사업 추진과 제품·서비스 구매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42개사가 앞으로 4년간 미국에서 총 173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을 추진하며 24개사는 같은 기간 575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구매한다. 트럼프는 첨단무기 구입 약속도 덤으로 받아냈다.
한국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해 핵추진 잠수함 등 무기 구매를 추진하는 상황을 활용해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3국 방문 성과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무역센터(ATC)의 데보라 엘름스 이사는 “미중 경협을 살펴보면 수치는 매우 크며 좋게 들린다”며 “그러나
여기에는 이전에 논의된 내용과 단지 잠재적인 딜(Deal), 실현되기 어려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고 꼬집었다.
또 엘름스 이사는 “트럼프는 개인적으로는 좋게 대했다가 뒤돌아서면 즉시 태도를 바꾸는 이력을 갖고 있다”며
“그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비판적인 우려를 포기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만찬에 중국 전현직 상무위원 12명 총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둘째 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국빈 만찬에 전·현직 최고 지도부인사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전·현직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이렇게 한꺼번에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방문+알파’급으로 예우했음을 보여줬다.
1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9일 저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 주재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뿐만 아니라 19차 당대회를 끝으로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난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雲山), 왕치산
신문은 이는 앞서 전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했을 당시 9명의 상무위원을 한꺼번에 만났던 수준을
한편 이날 국빈 환영만찬의 분위기를 띄운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였다.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이날 만찬장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아라벨라가 중국어로 노래하고 삼자경
이 동영상에서 분홍색 치파오(중국 전통 의상)를 입은 아라벨라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중국 가요 '우리들의 들판(我們的田野)'을 부른 뒤 송(宋)나라 때 어린이용 중국어 학습 교재인 삼자경과 한시를 또박또박 암송했다.
이날 만찬 식단에는 중국 대표 가정식 요리인 궁바오지딩(宮保鷄丁)을 비롯해 지더우화(鷄豆花), 크림소스 해물 그라탱, 토마토 소고기볶음, 고급 생선찜, 채소 요리 등이 올라왔으며, 건배주는 중국 허베이(河北)산 '창청(長城)’와인이 제공

트럼프 방한 이후, 문 대통령 아세안 순방이 중요한 이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이 대략 마무리 단계다. 아직 모든 일정이 종료된 건 아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는 예상했던 대로 충족되지 않은 모양새다. 서로 체면을 세워주고 정면충돌은 피한 미중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특히 그렇다. 상황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일정과 성과를 순서대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중 일본에서의 일정은 일종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동아시아 순방의 목적이 외교안보전략의 재조정보다는 무역불균형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것에 있음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일본에 호주와 인도를 더해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를 강화하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야심차게 제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단을 맞춰주는 정도의 액션만 취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을 주장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요구를 사실상 일축하고 오히려 미일FTA 협상을 언급해 일본 측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중국 외교안보 전략의 성격이 가미된 TPP보다는 철저하게 양자 간 이해득실에 맞춘 무역협정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은 애초의 기대보다 더 폭넓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애초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트럼프 정권의 정당성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심상찮은데다 동아시아 순방 중 진행된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및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했기 때문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세계를 경영하는 일보다는 당장 국내의 핵심 지지층에게 정치적 구조신호를 보낼 재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일이 돼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처지를 잘 헤아려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순방 본게임의 1차전으로 볼 수 있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권은 한미FTA 재협상과 방위비분담금 재조정 문제를 첨단 무기 구매로 방어하면서 동시에 “스키핑(skipping)은 없다”는 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혈로를 확보했다. 이 발언이 나오는 과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직전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기로 한 사실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로 한국 정부가 군사적 강요를 받은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인식은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주국방’이 전제 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면전에 이르러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는 경우인데, 이 상황에 대한 한국군의 교리는 ‘3축체계’로 표현된다. 3축체계란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북한이 기습을 전제한 특이동향을 보이면 이를 사전탐지해 ‘원점 타격’을 감행하고, 미사일이 발사됐을 경우에는 격추하며, 결국 남한 영토가 타격을 받았을 경우엔 강력한 보복을 가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찰 감시 자산과 요격용 미사일, 강력한 타격수단이다. 한미 양국 정상이 첨단 무기 도입과 미사일탄두중량해제에 합의한 것은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 으로 기대된다. 언론이 E-8 조인트스타스와 SM-3 도입을 예상하는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 한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또는 구매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 역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대응 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즉, ‘무기 세일즈’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은 결과인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 향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순방에 나서면서 2차전이 시작됐다. 한반도 비핵화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고 양국이 2500억달러 투자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가 방중 일정 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들이 ‘신형대국관계’로 부르는대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있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이득을 쉽게 방어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북핵 문제 해결의 전환점을 만들 가능성은 이렇게 소멸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9일 미중정상회담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군부 일각까지 포함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자신들의 판단을 밝혔는데,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협상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재 국면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라면 북한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나 ICBM 또는 SLBM 발사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든 감행해 다시 미국과 중국의 개입을 요구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다시 고조될 것이고 한국 정부는 상황에 개입할 수단을 찾기 어렵게 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과 다양한 방식으로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에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갖고 있다. 이들을 북핵 문제의 ‘레버리지’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일정 중에 한중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이 시작되기 전 중국과 사드 경제 보복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사드 추가 배치, 미 MD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을 부정하는 ‘3불입장’을 통해 중국과의 민감한 쟁점사항을 해소해버렸다. APEC 일정 중 열리는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서 생긴 북핵 문제 관련 구멍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번 한중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도록 할 수는 있다. 지금 상황에선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자임해 내년 2월을 기점으로 북한을 대화의 ‘궤도’에 복귀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 으로도 상당한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이런 일이 현실이 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첫 걸음을 내딛는 정도의 효과에 그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전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약’이 야속하고 아쉬울 것이다. 하여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도 했다. 그 한 걸음과 첫 술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마치고 엄지를 치켜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24년 만에 연설을 마친후 박수 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등 미국 방문단이 행사장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 브리핑의 정치학… 중국은 국무장관, 일본은 백악관 고위관계자, 한국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일 미·중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번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이메일이 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번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이 있을 것'이란 내용 이었다. 안전문제로 약 한 시간동안 기자실을 완전히 비우고 보안 검사도 했다. 기자실 앞엔 금속탐지기 등 각종 장치가 설치됐다. 가능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직접 나와 질문자들을 지정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금껏 정상회담에만 나와 질문자를 지정했었다. 그만큼 정상회담 배경 브리핑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22분 정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첫날인 지난 5일 오후엔 브리핑엔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 관계자가 나왔었다. 이 때의 진행은 NSC의 홍보국장이 진행을 담당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일본 방문의 의미와 한·미·일 삼각협력, 북한의 위협 등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 브리핑은 30분 정도 이뤄졌다 한국에서도 백악관이나 국무부 고위 관계자의 정상회담 브리핑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일인 지난 7일 밤 백악관 임시 기자실이 설치된 서울 신라호텔에 자리를 지켰다. 일본 기자들은 "보통 새로운 나라에 가면 주요 일정이 끝나면 브리핑을 한다"며 "오늘 밤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신라호텔에 마련된 기자실에 있던 백악관 직원들도 "특별히 연락은 없었지만, 브리핑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밤 10시가 되자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브리핑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던 기자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밤 11시가 되자 기자 정도만 남았고 대부분 들어갔다. 물론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이 밤 10시에 끝나, 백악관에서 따로 브리핑을 하기엔 늦은 시간이었을 수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과 국립묘지 참배 뒤 바로 중국으로 떠났다. 한국은 1박2일 방문으로 모든 행사에서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순방임에도 한국에선 간단한 현장 브리핑조차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7일 밤 11시, 신라호텔 기자실에서 이번 순방에 동행한 유일한 한국 기자로서 느낀 자괴감과 쓸쓸함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같다. 그러다 8일 저녁 백악관에서 온 이메일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서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16분간 한국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고 나왔다. 내용은 지난 5일 일본 방문에서 했던 말과 큰 차
이가 없었다. 식민지를 겪고, 6·25를 거친 기구한 운명의 나라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운명은 강대국 손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순방이 가르쳐준 냉정한 진실이었다. 그리고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란 것도 받아들여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과 냉철한 분석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지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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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의 연설은 그런 기대를 거의 충족시켰고, 우려는 기우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연설의 내용도 형식 못지않게 좋았다.
김영희칼럼
트럼프는 연설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한 번 거론했다.
김정은은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이후 도발을 멈추고 몸을 낮추고 있다.
김영희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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