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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해경, 에어포켓 속 생존자 3명 늦은 구조..이유는?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로 부서진 선창1호 선체를 둘러 보는 유가족들.
 사진=김봉수 기자






해경, 에어포켓 속 생존자 3명 늦은 구조..이유는?


전화 연결돼 위치 알고도 순차적 구조탓 구조대 입수 후
 1시간10분 더 지나서 구조..
생존자 3명은 공기 소진돼 목숨 잃을 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뒤집힌 선체 내 갇힌 승객들 중 생존자 3명에

 대한 최우선 구조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후 2시간 30분, 구조대 입수 후 1시간10분이 지나서야 뒤늦게 구조됐다.


당시 이들은 구조당국과 전화 통화중이어서 위치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에어포켓의 공기가 거의 다 소진될 정도로 위기에 놓인 상황이어서 과연 적절한 구조작업이었는 지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오전6시5분께 인천해상관제센터(VTS)가 최초 신고를 접수한 후 현장에 출동한 평택ㆍ

인천 구조대는 오전7시36분부터 입수해 구조를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조타실 하부 객실의 에어포켓에 생존해 있던 승객 3명의 구조가 최우선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경은 구조 작업을 시작한 지 7분 만인 오전7시43분 조타실 뒤편 객실에서 3명의 숨진 승객을 구조했고, 오전8시7분께 같은 객실에서 역시 숨진 승객 2명을 발견해 수습했다.

이후 오전8시20분 주변 수색 중이던 P-12정에서 표류자 2명을 숨진 상태로 인양했다.

구조대가 조타실 하부 객실에 진입해 생존 승객 3명을 구조한 것은 오전 8시41~48분사이였다.


오전6시5분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35분 이상 지난 후였다.

구조대가 도착해 입수를 시작한 시점에서도 생존 승객 3명은 1시간 10분 안팎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 때문에 생존 승객들은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에어포켓의 산소가 대부분 소진돼 생명의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썰물로 인해 공기가 추가로 유입되면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생존 승객들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구명조끼 보관함 등의 구조물에 올라가 숨을 쉴 수 있었다.

이들은 해경과 5차례에 걸쳐 1시간 30분가량 통화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생존 승객들을 최우선 구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경 구조대측은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수중 구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선주의 조언으로 조타실 뒤편 객실로 진입해 순차적으로 장애물을 치워가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했다"며 "발견되는 승객들을 차례대로 수습하면서 구조하다보니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영흥도 선창1호 선체 내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영흥도 선창1호 선체 내부          




한편 해경은 이날 오전 9시37분께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9해리 갯벌에서 낚싯배 선창1호 선장 오모(70)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오후12시5분께엔 진두항 남서방 2.1해리 해상에서 해경 헬기 507호에 의해 승객 이모(57)씨도 발견됐다.


 해경은 가족들의 인상착의 확인과 지문 확인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각각 시화병원ㆍ부평 세림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로써 지난 3일 오전 낚싯배 선창1호가 급유선 15명진호와 충돌한 지 이틀만에 실종ㆍ사망자의 수습이

모두 완료됐다. 총 22명의 선창1호 탑승자 중 7명만 무사히 구조됐고 15명이 사망했다.


사고를 낸 급유선 15명진호 선장ㆍ갑판원 등 2명은 이날 오전9시40분께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6일 오후 쯤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전방ㆍ레이다 감시의무 소홀, 회피 및 경고 절차 미이행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두 선박에 있던 GPS 플로터, 선박자동식별장치, CCTV 등의 장비를 입수해 자세한 사건 정황을 분석 중이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구조작업[이미지출처=인천해경 제공]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구조작업


[이미지출처=인천해경 제공]          



한때 의혹이 제기됐던 선창1호 증개축 불법 의혹은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

황 서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확인 결과 검사 당시 도면에 비해 불법 증개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구조 수색 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낚싯배 안전 관리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황 서장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이 규명되면 관련자들을 법률에 의거해 엄중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국과수-해경, 사고 낚싯배 감식 4일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요원과 해양경찰 등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를

 감식하고 있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선창1호를 뒤에서 들이받은 급유선 명진15호는 선장과 갑판원이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전방 주시 업무를 해야 했던 갑판원 김모 씨(46)는 해경에서

“배 아래층 식당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날 오전 “배가 아파 약을 먹으려고 선장 허락을 받은 뒤 식당으로 갔다”고 주장했는데 오후엔 “커피를 마시러 식당에 갔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당시 선장 전모 씨(37)는 조타실에 있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 중이던 선창1호를 발견하고도 추돌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전 씨는 “(선창1호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날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선박매몰 혐의로 전 씨와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전 씨도 잠시 조타실을 벗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전 씨는 추돌 전까지 선창1호와 명진15호가 같은 방향으로 비슷한 속도로 운항 중이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명진15호는 시속 약 22km, 선창1호는 시속 약 19km로 운항 중이었다.


명진15호는 사고 당일 오전 4시 반경 인천항을 떠나 평택항에 정박해 있는 선박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이동하다가

 영흥도 진두항에서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진 영흥수도에서 남쪽으로 운항 중이던 선창1호의 왼쪽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명진15호와 선창1호의 추돌 부분을 정밀 감식

 중이다.

또 두 배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실종된 선창1호 선장 오모 씨(70)와 승객 이모 씨(57)를 찾기 위해 함정 60여 척과 항공기 10여 대, 잠수요원

80여 명을 사고 해역에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3일 오전 6시 9분 사고 신고 접수 직후 영흥파출소의 구조보트를 출동시켰는데 보트 계류장의 민간 선박 7척

때문에 출항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또 구조보트에 야간 항해 장비가 없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오전 6시 42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인천해경 구조대의 경우 야간 항해 장비가 있는 신형 구조선은 고장 수리 중이었고 구형 구조선은 속도가 느려서 육로로 영흥파출소까지 이동했다고 밝혔다.

구조대가 민간 어선을 타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접수 후 1시간 27분이 지난 7시 36분이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중앙포토]



9.77t 낚싯배 사고 되풀이 왜?..안전·규제 방안은 책상 속에


22명 태우고 50해리 이상 다니는 9.77t
전체 원거리 낚시어선 중 85%차지할 정도
동일 무게 유람선 보다 승선인원 57% 많아

선체 물 잠기는 만재흘수선 의무 대상 아냐
직립자세 유지 복원력 검사도 꼼꼼하지 않아
지난해 1월 안전 규제 연구 시작 결과물 나와
낚시어선 선주, 업체 반발로 수개월째 잠만



지난 3일 인천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충돌 사고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의 무게는 ‘9.77t’이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오모(70) 선장 등 2명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앞서 지난 2015년 9월 5일 제주 추자도에서 침몰, 15명의 사망자를 낸 돌고래호의 무게도 선창1호와 같았다. 
         
9.77t의 낚싯배는 원거리 낚시어선 중 85%를 차지한다. 근거리 낚시어선까지 합하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승선 인원이 20명 이상으로 많은 데다 50해리(92.6㎞) 이상의 먼 거리를 운항해 사고 시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안전·규제방안 용역을 마련해놓고도, 낚싯배 선주·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현재까지 정책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00만 원짜리 연구 결과물은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다. 
         
5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95년 당시 농림수산부는 낚시어선 승객의 안전과 어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낚시어선어법(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제정했다.
일반 어선의 낚시어선 영업 허용이 골자다.
법 제정이 이뤄진 지 22년 됐지만, 현실보다 안전규제는 너무나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영흥도 수색지도. [사진 인천해경]

영흥도 수색지도. [사진 인천해경]        


  
현 규정상 낚시어선은 낚시인을 태우는 무게 10t 미만의 어선이다.
10t 미만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된다.

허가절차는 없다. 해양경찰청이 파악한 낚시어선 4319척 중 원거리 낚시어선은 120척(2015년 말 기준)이다.
이중 무게 9.77t이 102척(85%)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5t 미만 10척(8%), 7t 이상~9t 미만 4척(4%) 등 순이다. 
         

선박 무게는 밀폐공간의 용적을 따져 계산하는데 설계·건조 등에 최적화된 게 9.77t이다. 등록선박 통계상의

9t 이상~10t 미만의 낚시어선이 사실상 9.77t이다.

9.77t의 원거리 낚시어선은 보통 30~70마일(48.3~112.7㎞)을 항해한다. 선원을 포함해 최대 22명까지 태울 수 있다.

승선 인원의 산정방식은 세 가지가 있는데 낚시어선은 ‘(총톤수 x 2)+3명’의 산식을 이용한다. 이 산식을 이용하지 않은 비슷한 크기의 유람선의 승선 인원은 14명이다.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두 배가 동일한 거리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 낚싯배가 유람선보다 승선 인원이 57%나 많기 때문에 안전관리에 그만큼
소홀할 수밖에 없다. 승무원은 각각 낚싯배 1명, 유람선 2명이다.
더욱이 낚싯배는 어창을 개조한 객실에 누워 수 시간을 이동하기 때문에 전복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 



          
[사진 옛 국민안전처]

[사진 옛 국민안전처]          



특히 10t 미만 낚시어선은 일반어선(길이 24m 이상)처럼 만재흘수선 표시의무 대상이 아니다.
흘수선은 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이다. 만재흘수선은 항해 안전상 허용된 최대의 흘수선을 말한다. 

또 낚시어선은 건조 후 어선이 외력에 대항하면서 직립자세를 유지하려는 성능인 ‘복원성(Stability)’ 검사를 받긴
지만 항해구역에 상관 받지 않는다. 여객선의 경우 선박 크기·설비기준 등에 따라 항해구역별 복원성 기준을 만족해야 해 대조된다.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수부 안팎에서는 돌고래호 참사 이후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1월 낚시어선을 포함한 어선의 안전관리 개선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대 승선 인원 산정방식 변경 외에 복원성 설비기준 강화, 만재흘수선 표시의무 등이 계획됐다. 
         
이후 3000만원을 들여 ‘어선의 최대 산정 및 복원성 기준 개선 연구’를 공고했다.
연구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수행해 올 3월 완료됐다.
하지만 연구개발 실적에 포함됐지만, 실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3일 야간으로 이어진 낚싯배 실종자 수색. [연합뉴스]

지난 3일 야간으로 이어진 낚싯배 실종자 수색.

[연합뉴스]       


   
안전 규제방안이 책상 속에 잠자고 있는 것은 낚시어선 선주·관련 업계의 반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해수부는 공청회를 열자 낚시어선 선주 등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선창1호 사고 이후 안전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책에 반영될지 관심이다.

회원 2015명의 T 낚시업체는 게시판에 필독사항으로 낚싯배 탑승시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공청회 당시 낚시어선 선주 등의 여론이 좋지 않았다”며 “여론을 수렴하지 못해 아직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낚싯배 선창1호 참사를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낚시어선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세종=김민욱·신진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4일 밤 영흥도 부두에서 낚싯배 추돌 사고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이관주기자)


'영흥도 낚싯배 전복' 유일한 실종자 가족, "주차장에 차 있는데 아버지는…"




[아시아경제(인천)=이관주 기자]지난 4일 오후 7시께 초저녁 짙은 어둠이 깔린 영흥도 앞바다 위로 환한 빛이

밝혀졌다.

낚싯배 추돌 사고 실종자 수색을 위해 투하된 조명탄 아래로 커다란 보름달과 국내 최대 규모 석탄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 거리, 낚싯배가 출항했던 부두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실종자 이모(57)씨의 가족들은 초조

하게 바다만을 응시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매서운 바람과 거센 파도로 인해 40여분 만에 수색이 중단됐고, 조명탄도 함께 사그라들었다. 

이씨의 아들(28)이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주 토요일(2일) 오후였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피땀으로 일군 공장에서 5년 전부터 함께 일하고 있는 아들은 그날도 평범하게 아버지와 퇴근을

함께했다.


 일이 바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아버지는 모처럼 퇴근길에 거래처 직원과 '번개'를 잡았다.

 평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바다낚시를 즐기던 아버지였다.

다음 날 오전 9시께 아침식사를 하던 아들은 공장 거래처 지인에게 급작스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버지가 탔던 배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었다. 경황없이 차를 몰아 처음에는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던

 인하대병원으로 갔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던 아버지는 낚시를 가기 전 집에서부터 구명조끼를 항상 착용하고 나갔다.

별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병원에 도착해 부상자 명단에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고통 속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4일 밤 낚싯배 추돌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영흥도 부두 대기실

주위에 자원봉사자와 경찰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관주 기자)





뜬눈으로 영흥도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들은 새벽부터 공장으로 향했다. 중요한 거래가 있었다. 아버지가 일군 신뢰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일을 처리하던 중 낚싯배가 인양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버지의 신발 한 짝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한달음에 월미도로 달려갔지만 배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은 "선착장 주차장에 서 있는 차를 보면 아버지가 여기에 분명 오셨다는 건데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게 갑작스럽게 사라진 느낌이다.

여전히 꿈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어느 덧 영흥도에서의 기다림은 사흘째를 맞이했다.


이날 오전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으나 또 다른 실종자인 선장 오모(69)씨로 확인되면서 안타까움의 시간은 더욱 길이지는 모습이다.

식사도 제대로 못해 퉁퉁 부은 어머니와 누나의 눈을 보며 아들은 더욱 의연하게 마음을 먹지만, 혼자 있을 때면 울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겨울철에는 일이 없으니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던 아버지가 자꾸 눈에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여태껏 너무 고생만 하셨다.

일을 하면서 아버지와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근엄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셨다.

이제는 그저 돌아와 주시기만을 바랄뿐"이라는 20대 청년의 얼굴에는 짙은 회한이 묻어나왔다.



인천=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5일 낮 12시20분께 해경이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마지막 실종자를 찾아 보트에 싣고 있다.



5일 낮 12시20분께 해경이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마지막 실종자를 찾아 보트에 싣고 있다.          






무전에 사라진 영흥도 '부자 선장'의 꿈


르포ㅣ실종자 수색 낚싯배 타보니
선창1호 선장 오씨 아들 멍하게 있다가
주검 키·옷차림에 "아버지랑 다른데.."

김 양식장 근처 마지막 실종자 발견
수색동참 낚싯배 "동네에 이런 일 생겼는데
수색 참여해야지..그게 사람이지"





“주검 1구 찾았다.”

5일 오전 9시38분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흘렀다. 배 뒤편 선실 안 초록색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실종된 선창1호 오아무개(69) 선장의 아들이 벌떡 일어나 선장실로 달려왔다.

 그는 아버지가 발견되길 기다리며 전날에 이어 수색 어선에 몸을 실은 터였다.


아들이 탄 낚싯배 ‘나이스호’는 5일 아침 8시16분 인천 진두선착장을 출발해 선착장에서 2마일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실종자 2명을 찾고 있었다.

오씨의 아들과 기자 등 7명은 망원경과 육안으로 해수면 곳곳을 살피며 떠오른 물체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날 해경은 경비정과 관공선 등을 포함해 총 52척이 수색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나이스호 등 영흥선주협회 소속

낚싯배 6척은 자율적으로 수색에 동참했다.

무전기에서 “주검이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들은 “아버지는 주로 곤색(남색)을 입으신다”고 말을 흐렸다.


“주검의 키가 170㎝쯤 된다”는 말엔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는 165㎝ 정도밖에 안 되는데….” 함께 배에 올랐던 해경은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아들을 진정시켰다.

자신도 다른 낚싯배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은 평생 남의 뱃살이를 한 아버지에게 배를 사드리려 귀어 자금을

대출받았다.


의뢰한 배는 충남 태안군 한 조선소에서 내년 봄 완성을 목표로 건조중이다.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아들은 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급히 구명조끼를 배 뒤편에 벗어 던지고 뱃머리에 올라 육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배가 선착장에 이르자마자 튀는 공처럼 배에서 내려 언덕길을 뛰어 올라갔다.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에 선장이 스피커를 켰다.

“아직 (주검) 안 왔다.


현장에 있다니까 천천히 가.” 그제야 아들은 뜀박질을 멈췄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간 주검은 결국 아버지인 선장 오씨로 확인됐다. ‘부자 선장’의 꿈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그를 내려주고 10분 뒤 나이스호는 마지막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해 다시 출발했다.

나이스호 이아무개(55) 선장은 “동네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수색에 참여)해줘야지. 그게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수색 재개 2시간쯤 됐을 때, 사고 지점 인근에 해경 헬기가 뭔가를 발견한 듯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낮 12시12분 “실종자를 발견한 것 같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이윽고 ‘김 양식을 위해 그물을 다는 말뚝인 말장 사이에 주검이 걸린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선장 이씨는 “오전 10시께 말장에 그물 같은 게 걸린 것이 보여 망원경으로 확인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11시50분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지면서 주검이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주검이 발견된 장소는 수심이 얕아 낚싯배가 접근할 수 없었다.

12시20분, 해경 잠수사 4명이 주검을 구명보트에 실었다.

실종된 낚시객 이아무개(57)씨였다.

이날 실종자 2명을 모두 수습하면서 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인천/글·사진 선담은 기자, 장수경 기자 sun@hani.co.kr





5일 오전 나이스호의 선장 이아무개씨가 영흥도 낚싯배 사고 실종자들을 찾아 수색에 나서고 있다.



5일 오전 나이스호의 선장 이아무개씨가 영흥도 낚싯배 사고 실종자들을 찾아

수색에 나서고 있다









처참한 모습의 선창1호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를
 인양하고 있다.

 2017.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