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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제천 화재 참사 인재(人災)로 결론나나…스프링클러 작동 안해



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처참한 제천 화재 현장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천 화재 참사 인재(人災)로 결론나나…스프링클러 작동 안해



홍철호 의원 “제천 스포츠센터 소방특별조사 없었다” 
이근규 시장 “11월말 소방점검”…소방당국 아닌 자체 점검
점검 결과서 소방서에 미제출…이상여부 알 수 없어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의 화재로 사망 29명·부상 29명 등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인재(人災)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22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두손스포리움’ 건물 1층

로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의 알람밸브가 폐쇄돼 스프링클러가 건물 전층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 의원은 “스프링클러는 통상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알람밸브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배관이 열리고 이에 따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손스포리움은 지난해 10월 31일 제천소방서가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소방특별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방특별조사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방청장,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관할구역에 있는 소방대상물에 대해 소방시설이 적법하게 설치·유지·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다만 소방특별조사는 주기적으로 실시할 의무는 없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관계인이 실시하는 소방시설등, 방화시설, 피난시설 등에 대한 자체점검 등이 불성실하거나 불완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방기본법 제13조에 따른 화재경계지구에 대한 소방특별조사 등 다른 법률에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경우 △국가적 행사 등 주요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 및 그 주변의 관계 지역에 대하여 소방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경우 △화재가 자주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뚜렷한 곳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경우 △재난예측정보,

기상예보 등을 분석한 결과 소방대상물에 화재, 재난·재해의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명 또는 재산 피해의 우려가 현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과거 규제개혁 차원에서 불필요한 소방특별조사의 남발을 막기 위해 소방특별조사 요건을 규정

하고 있다”며 “지난해 소방특별조사를 받았다고 해서 올해 반드시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외경.

 (사진= 연합뉴스)


또 다른 의문은 두손스포리엄이 소방안전점검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이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해당 건물은 두 차례 증축과정을 거치고 지난 11월 말 소방점검도 관련 법령에 맞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언급한 소방점검은 소방서 등이 실시하는 점검이 아닌 건물주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자체 점검이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두손스포리움은 11월 30일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현행법상 점검 결과서는

소방점검 실시 후 30일 내에 관할 소방서에 제출토록 되어 있다.

이 건물의 점검결과서는 아직 제천소방서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이 언급한 소방점검결과에서 이상이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천소방서는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건물주에게 점검결과서를 조속히 제출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홍 의원은 “현행법상 소방특별조사를 하려면 소방서장이 조사 7일전에 건물 관계인에게 조사사유 등을 미리 서면으로 알리고 있는 바, 건물주가 조사를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조사 직전에만 스프링클러가 가동될 수 있게 해놓고 조사가 끝나면 다시 작동되지 않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특정한 시기에 수시로 소방특별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2일 오후 29명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 지인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효진 기자


22일 오후 29명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 지인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제천 화재, 드라이비트 등 대형 참사 부른 장면 4가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를

외벽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것과 미로 같은 건물 내부 구조, 필로티 구조물, 골든타임을 놓친 초동 대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① 가연성이 크고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드라이비트’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스포츠센터 1층에 세워둔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치솟은 불길은 2층의 간판으로 번지면서 삽시간에 확산했다.

이처럼 불길이 삽시간에 번질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건물 마감재로 사용된 ‘드라이비트’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가연성이 커 화재에 취약하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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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방재학회장 역임)은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제천 화재와 관련,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이 있는 마감재에 대한 문제는 계속 돼 왔다”면서 “2010년 10월에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가 일어났을 때도 그랬고,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그랬다.

또 세계적으로는 런던 아파트 화재가 2017년, 올해 난 거 아니냐. 그때도 문제가 됐는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드라이비트 소재의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퍼져나갔다. 이 불로 인해 5명이 숨졌고, 125명이 다쳤다.  

  

지난 6월14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원인의 경우 불에 잘 타는 싸구려 단열재 사용이 원인

이었다.


 이날 새벽 1시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4층에서 냉장고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고, 이 화재는 단 15분 만에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전체를 뒤덮었다.

 이 불로 인해 결국 사망자 79명, 부상자 18명을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22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재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 미로 같은 구조…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된 셈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스포츠센터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하고 통로가 좁아 제대로 탈출을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2·3층 목욕탕, 4∼7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는 복합건물로 구조가 복잡하고

유독가스가 빠지기 힘든 구조여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 작업에 나섰던 일부 소방관들은 “미로 같은 내부 구조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한 매체를 통해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 앞 주차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 문제다. 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평소 사우나를 이용할 때마다 불이 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

으로 전해졌다.  





  


21일 오전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 화마, 필로티 구조물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입

  

화재 목격자들은 “주차장 건물 모서리 간판에 불이 붙더니 2층 간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펑’ 하는 소리가 3∼4번 나면서 불이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위로 번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1층이 필로티 구조로 된 이 건물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과 연기가 2층에서 내려오는 통로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2일 오전 ‘신율의 출발 새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이 문제고, 두 번째는 필로티 구조에서 2층으로 바로 불이 올라가는 이런 통로 역할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통로 밑에 필로티 구조 면이 넓은 구조로 돼 있고, 그것이 계단은 좁은 구조로 되니까 불이 나면

(불길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입이 된다”며 “필로티 구조는 사실 지진 때도 우리가 취약하다는 게 밝혀졌지만,

의정부 화재사건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 화재현장에서 사망자가

구급차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④ 초동 대처 미흡…놓쳐버린 골든타임  

  

소방당국은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스포츠센터 주변 주정차 차량이 많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현장에 1대 밖에 없었던 굴절차는 한때 사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 주변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결국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족 류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씨는 “사우나 안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유리창을 깨기 위해서 필사의 몸부림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는 물만

뿌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실제 소방·구조 인력이 건물 2층에 진입한 것은 현장 도착 30∼40분 뒤였다. 이때는 이미 20명이 화마에 휩싸여 사망한 뒤 였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는 1층의 차량이 불타고, 주변의 LP가스가 폭발할 위험이 있는 데다 연기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후속 대책 등을 지시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독가스·화염 밀려와 아스팔트에 몸 던져"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 가득 차

2층 계단 창문에서 뛰어 내려

스프링클러 작동 안 해 피해 키워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3층 사우나 유리창은 내부 폭발로 날카롭게 깨져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여전히 코를

찔렀다. 처참함 그 자체였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은 “화재 경보음이 울리기도 전에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퍼졌다”며 보호장비도 없이 아스팔트로 몸을 던져야 했던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 쳤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이 건물 3층 남자 사우나를 찾은 황모(35)씨는 “온탕에 몸을 담근 지 1분 만에 갑자기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린 뒤 순식간에 신발장이 있는 출입구까지 시커먼 연기가 밀려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어딘가에서 들려온 ‘비상계단이 저기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남탕에 있던 10여명과 같이 3층 비상구로 가까스로

 탈출했다”며 생사 갈림길에 섰던 순간을 전했다.


황씨에 앞서 2층 사우나에서 가까스로 몸을 피한 여성 6, 7명은 2층 비상계단 창문에서 속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아스팔트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황씨는 “이날 오후 4시 20분이 넘어서면서 2,3층이 연기가 가득 차면서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돼 여성이나 노약자는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화재현장에 출동해 구조활동을 벌였던 한 간호사는 “여성 사망자 대부분이 2층 사우나에서 발견됐고, 질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여탕이 있는 2층의 경우 내부 비상구 쪽에 짐 바구니 등 적재물로 사실상 폐쇄돼 인명피해가 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화재 당시 3층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이모(51)씨는 “건물에서 내려오다 유독가스에 숨이 막혀 4층 화장실로 대피했다

오후 4시가 넘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그가 빠져 나오자 필로티 구조인 건물 1층 외벽을 타고 엄청난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위쪽으로 치솟았다.


발화 당시 헬스클럽에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아 운동을 하던 20여명은 화재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들은 매캐한 연기가 건물을 뒤덮은 뒤에야 비상계단으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22일 오전 경찰, 국과수,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 감식을 위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물 내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소방차 진입은 더뎠다. 주변 불법주차 차량과 소방당국의 대처

미숙으로 구조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이 건물 9개층에 설치된 356개 스프링클러 작동밸브가 아예 꺼져 있어 건물주 측에서 고의로 폐쇄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 당시 건물 청소를 하던 안모(51ㆍ여)씨는 “매캐한 냄새가 난 뒤에야 비상벨이 울렸고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 나온 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하소동 주민들은 불법주차 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와 인력 접근이 지연돼 피해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모(65)씨는 “화재 초기 소방차가 스포츠센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물줄기가 약해 순식간에 건물을 집어 삼키는 불길과 연기를 잡기에 역부족이었다”며 “화재 신고와 동시에 경보음이 제대로 울렸는지도 의문”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n@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맹추위에도 화마가 덮친 자리는...'


'맹추위에도 화마가 덮친 자리는...'(제천=연합뉴스) 조현후 인턴기자 = 22일 오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소방당국이
화재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17.12.22



“당연히 아내가 먼저 탈출했을 줄 알고 저도 빠져 나왔는데…”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스파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갑내기 아내 장경자(64)씨를 잃고 다음날

 제일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 김인동씨 얼굴엔 비통함이 가득했다.

 전날 오후 2시50분쯤 아내와 함께 헬스장을 찾은 뒤, 50분쯤 지났을까.


그는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뛰쳐나가던 중 아내가 앞서가고 있는 것을 봤고, ‘아내가 무사히 탈출할 것’이라

생각했다.


헬스장이 있는 4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니 목욕탕에서 뛰쳐나온 여성들이 보였고, 김씨는 이들을 구조해야겠단 의무감에 여성 6, 7명을 계단이 있는 벽 창문 밖으로 던져 탈출을 도왔다.

순식간에 연기가 그를 덮치며 정신이 몽롱해졌고 ‘죽는구나’ 싶을 때쯤 그도 창 밖으로 뛰어 내렸다.


당연히 바깥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아내는,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 “망치로 유리를 깨려는데 안 깨진다”고 했다.

아내는 오후 8시13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게 수화기 너머로 아내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화마는 29명(22일 오후 4시 기준) 목숨을 앗아갔다.

사망자는 제천 일대 서울병원, 명지병원, 제일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보궁장례식장에 분산, 안치됐다.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기실과 분향소 등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낸 유가족은 갑작스런 비극 앞에 오열하고 통곡했다.

 기력을 잃고 바닥에 주저 않는 이도 여럿이었다.









노모와 딸, 손녀 3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사도 벌어졌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민윤정(49)씨는 지난 달 수능을 마치고 대학 입학을 앞둔 딸 김지성(18)양과 함께 친정어머니

 김현중(80)씨가 거주하는 제천을 찾았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았던 3대는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 비극을 맞았다.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 박병준(47)씨는 “조카가 꿈도 펼치지 못하고 죽은 게 너무 안쓰럽다”며 “자주

여행을 가는 단란한 가정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가 있는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을 눈 앞에서 보면서도 손을 쓸 수 없었던 남편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화재로 숨진 박모(68)씨 남편 김모(69)씨는 세종장례식장에서 딸을 끌어안고 “이렇게 갈 줄은 몰랐다”며 목놓아

 울었다.


평소 오전에 헬스장을 이용하던 박씨는 이날 이례적으로 오후에 방문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화재가 난 건물) 맞은편에 있는 건물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데 불이 나는 게 보였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기침을 콜록콜록 하다 끊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미칠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하며 “아내 칠순을 맞아 4월 제주 여행을 예약해놨는데 죽어서 못 가게 됐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세 자녀를 슬하에 둔 최순정(46)씨는 큰딸이 동생 대학 입학을 기념해 준비한 가족여행을 앞두고 변을 당했다.

최씨 영정 사진이 명지병원장례식장에 도착하자 가족 20여명은 고인을 부르며 통곡했다.


시어머니는 “낮에는 급식소에서 조리 일을 하고, 밤에는 아들과 함께 대리운전을 하며 알뜰살뜰 살아온 막내 며느리가 이렇게 갈 거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 남편은 “화재 직후 세 번째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내가 쓰러진 것 같더라”며 “그걸 알면서도 차마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 효심이 깊던 대학생 첫째는 두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휴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mailto:froze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mailto:realnin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mailto:heute128@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mailto:yubin@hankookilbo.com)




제천 화재로 사망한 장경자(64)씨 아들이 21일 화재 당시 어머니와 통화한 기록. 강진구 기자



제천 화재로 사망한 장경자(64)씨 아들이 21일 화재 당시 어머니와 통화한 기록.


 강진구 기자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설마공화국’이 제천 화재 참사 불렀다              

① 스프링클러 끄고 
② 불법 주차로 소방차 막고 
③ 불연성 외장재 의무화 손놓고 
④ 고장난 소방 장비 방치  

 



29명의 생명을 삽시간에 앗아간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는 관(官)과 민(民)을 막론하고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매번 똑같은 유형의 안전불감증으로 후진국적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최악의 상황 대비에는 애써 눈을

 감고 ‘설마’ 하는 낙관론으로 재난을 일상화하는 게 우리의 실체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불이 잘 붙는 가연성 건축 소재 사용, 인명을 구하는 비상계단을
창고처럼 사용, 소방차 진입을 막는 주차행렬, 미비

하고 미숙한 소방당국의 대처 등은 수십년째 이전 사고에서도 거듭 지적됐던 문제점들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정부와 소방당국, 업주 등의 안전의식 수준이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은 화재 사고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의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에서부터 급유선·낚싯배 충돌 사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만연한 안전불감증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는 지금이 선진국 문턱에 있는 2017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전불감증의 결정판이다.
22일 경찰 조사 결과, 센터 각 층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방화시설이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알람밸브가 잠겨 있어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화재를 알리는 비상 방송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또 6m 폭의 건물 주변 진입로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 접근이 늦어졌다.
소방당국이 평소 단속이나 대처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굴절사다리차가 작동하지 않아 민간업체 차량이 구조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방장비는 늘 긴급한 상황에서 즉각 최상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복지부동하는 정부 공무원들, 정쟁에만 혈안이 돼 제도 개선은 말뿐인 정치권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5년 10월 6층 이상 건물에 불연성 마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했지만 이 건물은 그보다
 5개월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 개정 건축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외벽에 난연성 혹은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전면 의무화하고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소방차의 진로를 막은 차량에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솜방망이 제재로 안이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도로 모퉁이나 소방 시설 주변을 주정차특별금지구역으로 정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채 처리되지 않고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옥내 소화전이나 완강기 등 안전시설에 대한 훈련이 미흡한 편”
이라면서 “기본적인 안전 의식이 생활화돼야 위기 때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중당 경남도당 "드라이비트 공법 건물 대책 세워야"



민중당 경남도당(위원장 석영철)은 22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불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내며,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 부상자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2010년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사건, 2015년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사건으로 그 문제가 드러났던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장한 건물'이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콘크리트나 벽돌 구조체에 폴리스티렌폼이라 불리는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1cm 두께로 얇게 덧바르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이 시공법은 방수성과 단열성이 뛰어나고, 시공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화재 시 단열재로 사용하는 스티로폼을 타고 단시간에 불길이 퍼질 뿐만 아니라 내장재를 통해 불길이 번지면서 화재진압에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경남의 경우 원룸이나 빌라와 같은 도시형생활주택, 학교 등에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된 경우가 많고, 건물 전체나 일부를 지표면에서 띄워 주차장이 현관 역할을 겸하는 필로티 공법을 사용한 아파트가 다수 있어 화재 시 탈출구가 막혀 버리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경남도는 도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한 고층 건물과 '필로티구조의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실사를 통해, 화재안전점검을 철저히 실시하여, 화재시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또 이들은 "특히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과 아울러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등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사용하는 시설에 대하여서는 더욱 면밀한 조사와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열하는 유가족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에서 스포츠센터 화재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17.12.21

 



제천 화재/사진=MBN




제천 화재/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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