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공동취재단

다섯달 남은 국회 '1당 싸움' 3가지 변수에 달렸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1
6월 재보궐·지방 동시선거와 국회의장 쟁탈전
더불어민주당 121-자유한국당 116 ‘5석 차’
김세연·이학재 의원 자유한국당 입당 임박
민주당 현역의원 다수 광역단체장 출마할 듯
단체장 입후보 국회의원 30일 전 사퇴해야
서울시장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인천시장 박남춘 윤관석 홍영표, 경기지사 전해철
부산시장 김영춘 최인호, 경남지사 김경수, 대구시장 김부겸
대전시장 박범계 이상민, 충남지사 양승조, 전남지사 이개호
민주당 6·13 재보선 압승해야 1당 유지
국회의장 빼앗기면 국정 운용에 치명타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정권의 향배는 대통령 선거로 갈립니다.
대선에서 이기면 여당이 되고 지면 야당이 됩니다. 대선만 이기면 정권을 잡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권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습니다.
과반이 안 되면 1당이라도 반드시 차지해야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국회가 법률과 예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회의장을 집권여당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는데, 1당에서 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지금 정세균 국회의장도 2016년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123석)이 새누리당(122석)에 1석 차이로 이겨 1당을 차지했기 때문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국회의원입니다.
모든 일을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야 하므로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하는 등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여당 출신이냐 야당 출신이냐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크게 달라집니다.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6년 9월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국 정세균 국회의장에 의해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야당 출신 박관용 국회의장 때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습니다.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그 직에 있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적을 이탈한 의장이 그 임기를 만료한 때에는 당적을 이탈할 당시의 소속정당으로 복귀합니다.
국회의장의 임기는 2년입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는 2018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2018년 5월 30일부터 2년 동안 20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 갈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전반기 의장 임기만료일 전 5일,
그러니까 2018년 5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선출해야 합니다.
국회법 제15조(의장ㆍ부의장의 선거)
①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 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②제1항의 선거는 국회의원총선거 후 최초집회일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만료일 전 5일에 실시한다.
그러나, 그 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 날에 실시한다.
2018년 5월 24일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선출될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 때문입니다.
5월 24일은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더구나 6월 13일에는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은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후반기 원 구성 시점에 어느 정당이 1당이냐, 즉 어느 정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하느냐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와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둘째) 등 당직자들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새해인사회에 참석해 함께
떡을 자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재 1당은 121석의 더불어민주당입니다. 116석의 자유한국당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바른정당의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곧 입당하면 의석은 121석 대 118석 겨우 세 석 차이로 줄어들게 됩니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1당 싸움은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첫째, 재판입니다. 6월 13일 선거일 전 30일까지 재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6월 13일에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들은 광주 서갑 송기석 의원, 충남 천안갑 박찬우 의원, 전남 영암·무안·신안
박준영 의원입니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들은 부산 해운대을 배덕광 의원, 경남 통영·고성 이군현 의원, 충북 제천·단양
권석창 의원입니다.
자유한국당 4명, 국민의당 2명입니다.
이 가운데 누가 의원직을 상실해 재보선이 치러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재판 변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합니다.
둘째, 지방선거 출마입니다. 선거법은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5월 14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중에서 6·13 지방선거 단체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입니다.
정당 지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시장은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 인천시장은 박남춘 윤관석 홍영표 의원, 경기지사는
전해철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영남권에서는 부산시장에 김영춘 최인호 의원, 경남지사 김경수 의원, 대구시장 김부겸 의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부권과 호남권도 있습니다.
대전시장은 박범계 이상민 의원, 충남지사는 양승조 의원, 전남지사는 이개호 의원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셋째)와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넷째) 등 당직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새해인사회에서 함께 떡을 자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야당도 있지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경북지사에 김광림 박명재 이철우 의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남지사는 박완수 윤한홍 이주영 의원의 이름이 나옵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에 도전하는 등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출마 희망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때문에 가능성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당내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입후보하려면 5월 14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고, 그 선거구는 6월 13일에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지방선거 변수에서는 출마 예상자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불리합니다.
셋째, 6·13 재보궐선거입니다. 재보선이 이미 확정된 지역은 서울 노원병(안철수), 서울 송파을(최명길),
울산 북(윤종오) 세 곳입니다.
여기에 재판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국회의원의 선거구, 또 지방선거 입후보로 공석이 되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추가됩니다.
1~2심 재판에서 국회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받은 선거구는 6곳입니다. 국회의원이 단체장에 입후보할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는 11곳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최대 20개 선거구, 현실적으로는 10여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처럼 미니총선 규모의 6·13 재보선을 치른 뒤 1당을 차지하는 쪽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6·13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무난히 1당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을
영입하면 1당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럴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의 관계는 ‘개혁연대’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이 양쪽 의원들의 일치된 전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추미애 대표의 정치 스타일로 미루어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의원 영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근거입니다.
아무튼 국회의장을 야당에 빼앗기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올해 6·13은 지방선거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가는 1당 싸움이 ‘눈 터지는 계가 바둑’처럼 벌어진다는
사실만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지난해 12월3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당 몽니에 ‘반쪽’ 촛불 혁명 될라
문 정부 7개월, 문재인 케어·공수처 신설 등 민생·개혁 법안 처리 지연…
사사건건 야당 반대에 ‘험난한 입법 전쟁’ 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달라는 촛불의 염원을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국가정보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 ‘촛불 혁명을
완성하고, ‘더불어 성장으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나라’(문재인 대통령 공약집)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급한 대로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만 우선 추진하다보니, 개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입법’ 실적이 더불어민주당 스스로도 “심각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저조한 게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러 개혁·민생 법안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12월 임시국회는 공회전을 거듭했고, 1월 임시국회는
구성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하는 민주당 앞에 놓인 핵심 개혁 과제는 무엇인지, ‘입법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_편집자
정부·여당이 추린 우선 처리 법안 242건 가운데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은 39건(16.1%). 이 가운데 여당 정책위원회가
다시 뽑은 핵심 법안 101개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18건(17.8%).
지난해 12월20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밝힌 이른바 ‘개혁 법안’의 처리 실적이다.
홍 의원은 “법안 (처리가)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평가하며 그 이유로 “(현재 의석 구도가) 여소야대 형국”이라는 점을 꼽았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들을 설득해 180석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법안’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여러 법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민의당과 협의해가고 있지만, 현 정국에 대한 각 정당의 견해가 달라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대부분의 개혁 법안에 몽니를 놓는 자유한국당의 존재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주요 이유다.
그나마 지금까지 처리된 개혁 법안은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근거법인 ‘사회적 참사법’과 내년도 예산이 처리되면서 함께 통과된 예산 부수 법안들이 있다.
특히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과표구간 3억~5억원은 40%, 5억원 초과는 42%로 각각 2%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과표 3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기존(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로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직 처리되지 못한 수백 개의 주요 개혁·민생 법안이 남아 있다.
정부·여당 쪽에서 여소야대인 국회 의석 구도를 탓하고 있지만 야당을 설득해 이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은 결국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제·개정해야 할 핵심 개혁 법안은 뭐가 있을까.
민주당은 당에서 추린 핵심 법안 101개를 공개해달라는 <한겨레21>의 요청에 일단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 법안이 외부로 공개되면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더욱 심해진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미 처리된 18개 법안도 일부를 제외하고 공개를 꺼렸다.
그에 따라 <한겨레21>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집과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법안 가운데 핵심적 개혁 정책이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한 법안 10개를 추렸다.
이 가운데 5개 법안은 주요 내용과 현재 국회 논의 상황을 짚어보고, 나머지는 표(아래 표 참조)로 내용을 간단히
정리했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가 발행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입법·정책 개혁과제’, 11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발행한 ‘2017년 정기국회 법률안 민변 의견서’도 참고했다.
여야 대립에 논의 막힌 공수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개혁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 과제”라며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민정수석으로 참여했던 초기 참여정부에서 끝내 실행하지 못한 검찰 개혁안 가운데 하나인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검사, 판사 등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다.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자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맞게 편파·축소, 과도한 표적수사 등을 벌이며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온 검찰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공수처를 설치하기 위한 법안 4건이 상정돼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과 양승조(민주당), 오신환(바른정당), 노회찬(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이 법안들과 별도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정부안을 내놨다.
법무부 안은 공수처장을 사실상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선출하도록 하고 수사검사 수를 최대 25명으로 제한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다른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반영해 제3의 수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법은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로 논의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2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시민사회에선 한국당의 반대에 과도한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는 12월18일 보도자료에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012년 당시 이재오 당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즉시 공수처 도입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당시 이재오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독립된 고위공직자범죄 수사기관을 두고 기소권을 준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당·
법무부 안과 취지가 동일하다.
국정원 개혁이 안보 포기?
국가정보원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국외·대북 정보 수집은 물론 국내 정보 수집과 국가보안법 등 공안 사건의 수사권까지 보유한 거대한 권력기관이다.
특히 정부기관의 정보·보안 업무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이 있어 다른 정부부처의 상급기관 구실을 해왔다.
하지만 국정원은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정보를 조작·왜곡하고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탄압해왔다. 2013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제19대 대선 공약으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와 대공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향으로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정원 조직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겠다는 안은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국정원 역시 11월29일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를 엄벌하는 내용을 뼈대로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진선미 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모두 8건이다. 여당과 국정원은 12월11일 당정 협의를 통해 기존에 발의된 법안과 국정원이 내놓은 개혁안에 더해, 외부 인사가 국정원 직원의 비위를 감시하는 ‘정보감찰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의 반대다.
정우택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1일 “국정원 개혁안은 안보를 포기시키겠다는 말”이라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11월30일 “간첩과 테러범을 잡는 수사권을 포기한다면 국정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야는 곧 국회 정보위원회에 국정원 개혁소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원법 개정과 특수활동비 등 국정원 예산 통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발목 잡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검토 중인 또 다른 검찰 개혁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역시 참여정부에서 시도했지만 검찰의 강한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까지 있어 검사와 경찰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어느 기관에 얼마큼의 권한을 줄지에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국회에 발의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금태섭 의원 안과 표창원 의원 안 등이 있다.
검찰 출신인 금 의원 안은 범죄의 직접적 수사권은 경찰에 부여하되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출신인 표 의원 안은 사법경찰관리(경찰)가 수사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사법경찰관이 수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의원 발의안 외에 경찰이 직접 만든 개혁안도 공개돼 있다. 경찰 개혁위원회는 12월7일 수사권 독립을 핵심으로 하는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의 역할을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기소권과 보완수사요청권을 갖는 것’으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검찰과 경찰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서로의 의견이 천양지차임을 알 수 있다.
국회는 11월29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에 대해 논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진 못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검찰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경찰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거듭 “검찰이 수사 지휘를 일절 안 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검찰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검찰의 핵심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의 개혁안을 적극 추진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연령 하향이 고교 정치화?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가운데 ‘국민참여 정치개혁’ 분야의 핵심은 선거연령 18살 하향과 국회의원선거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선거연령이 낮아지면 국민의 참정권이 확대되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롤 도입하면 현재 소선거구제에 비해 국민의 의사가 선거 결과에 더 정확히 반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만 18살 이상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33개국이다.
유일하게 한국만 선거연령을 19살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한 법안으로 민주당 이재정·송옥주·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다.
민변 역시 ‘2017년 정기국회 법률안 의견서’에서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한 ‘입법 적극 촉구’를 요구하며 “선거연령 하향이 곧 고등학교의 정치화로 귀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제한의 관점이 아니라 폭넓은 보장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박주민·소병훈·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이 있다.
전국 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박주현 의원 안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안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안이다.
현재 한국은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사표를 양산해 정당득표율과 실제 국회 의석 배분의 불일치를 키운다.
전국 혹은 권역별로 얻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면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국회는 12월12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열어 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두 개혁 방안에 긍정적 견해를 보였지만, 한국당은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2월21일에도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가 열렸으나 여야의 엇갈린 입장만 재확인한 채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다른 이슈에 가린 임대차 보호
한 상권이 번성하면 임대료가 치솟고 기존 임차인들은 일군 영업적 가치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밀려나고 만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홍익대 주변, 대학로, 이태원 등에서 시작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를 피해 주변으로 떠밀린 임차인들이
다시 일군 상권인 연남동과 망원동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현상을 막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임대차보호법상의 권리금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법무부는 그에 따라 지난해 12월21일 국회 통과가 필요 없는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 상한액을 지역별로 50% 이상 대폭 올리고
(서울 지역 4억원→6억1천만원),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내리는(9%→5%)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18건이다.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많은 OECD 회원국들이 임차인에게 9~15년의 장기임대차를 보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보호 기간이 5년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시설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일이 많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윤호중·홍익표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했다.
아예 계약 갱신 요구권 기간을 없애 임차인이 동의 없이 건물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한 안(박주민 의원)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임대인, 임차인, 사업자 등 지역공동체 당사자 사이 공존과 상생의 협력적 이해관계를
조성하는 지역상권 상생발전법 제정안(홍익표 의원)도 나왔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여야 이견이 첨예한 핵심 쟁점 법안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공수처 설치 등 다른 이슈에 막혀 제대로 논의
되지 못하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사진 안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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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바람에 긴장하는 제1야당, 선택은?
보수정치권, 지방선거모드 돌입
이대로 가면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현상태는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못하면 대표 자리까지 물러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올 인’ 모드에 돌입했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움직임이 오히려 자유한국당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 동안 텃밭으로 여겨왔던 영남 민심이 흔들린다면 전국 판세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지방선거 위기론’을 살펴봤다.
자유한국당이 넘어야 할 일차 상대는 집권여당이 아닌 통합신당이 될 수도 있다.
한국당은 최근 본격적인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연대가보수정치권을 위협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보수’와 ‘중도개혁’ 색채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통합 시너지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며
기존 양강을 위협할 태세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때문에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국당의 지지층이 오히려 통합신당에 동요할 수 있다는게 한국당의 우려다. 최근 각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국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필승 전략으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으로 나타나는 집단 가운데 보수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통합신당을 이기기도 벅찰 수 있다.
무응답층 가운데 비교적 중도에 가까운 보수성향 지지층을 통합신당이 끌어안을 경우 한국당의 지지층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당이 통합신당의 바람을 지켜보며 바른정당 인사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와 관련 “이미 통합논의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도 있다”며 통합신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역선택한 여론조사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박지원 의원이 ‘구멍가게 두 개 합쳐본들 슈퍼마켓 안 된다’고 했다”며 "선거는 여당, 야당 중 어느 당을 선택하는 것이냐에 대한 심판이다.
두 당이 통합을 해본들 시너지효과도 없을 뿐더러 지방선거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갈림길 선 ‘남원정’
실제로 바른정당 소속 의원 중 김세연 이학재 의원이 이탈하고 남경필 경기지사까지 한국당에 복당할 경우 통합신당
바람은 약화될 수 있다.
햇볕정책 등 통합신당 내 이념차이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지난 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각각 5.1%, 6.3%였다.
통합당은 현재 두 당의 지지율을 각각 합한 11.4%보다 낮은 1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전통적 강세지역이었던 부산과 경남 모두 상황이 이전과 같지 않다.
제1야당이라는 이점이 여전히 있지만 친박근혜 색채가 여전히 남아있다.
홍 대표 등이 ‘친박 청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농단’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손사래를 흔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아직까지는 거세지 않지만 통합신당이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며 보수층을 집중 공략할 경우 일부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통합 과정에서 호남 색채를 벗어던지고 영남권에 더욱 매진할 수도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일부 지역의 경우 후보군은 많으나 일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현재 당헌당규로는 전략공천이 어렵지만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잠재력이 큰 참신한 정치신인을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통합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히든 카드를 꺼낼 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보수정치권의 복잡한 심내는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는 세 사람의 현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은 바른정당 밑에서 개혁보수의 깃발을 높이 올렸지만 이제는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 복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통합신당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 지사는 통합신당 합류나 한국당 복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 지사는 “정치세력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시대의 흐름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자기혁신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당과의 논의가 과연 그러한 근본에 충실한 것인지 매우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재선 지사를 노리고 있지만 통합신당 후보가 될 경우와 한국당 후보가 될 경우를 모두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와 달리 정 의원은 ‘통합신당 합류’에 좀 더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신당과 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일정표 속에서 보수 정치권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조찬회동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집권여당, 제1야당 간판 그냥 다는게 아니다
정치혐오증에 선거민심은 싸늘
울산미래 위한 환골탈태 없으면
여도 야도 유권자 외면으로 패자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변화된 울산의 정치적 환경을 처음으로 지표로 확인하는 시간이어서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연 지역 여야정당들은 어떤 자세로 시민들 앞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을까.
한때 자유한국당 공천만 받으면 8부 능선 이상 당선이 보장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의 텃밭이었던 울산 정치판은 하루아침에 여야 간판이 뒤바뀌고 신생정당이 생겨나는 등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선거때마다 링위에 오를 선수(?) 수급조차 힘에 부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정치판을
휘젓고 다닌다.
한때 ‘민주당 간판으로 울산에서 정치하면, 독립운동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푸념만 늘어놓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뒤 돌아온 개선장군이나 된 듯하다.
하지만 겉과 달리 속은 어떨까. 정치적 내공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물문제, 산재모병원,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등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고 동분서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울산시, 제1야당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해묵은 과제를 풀어나갈 ‘실타래’가 아닌 새로운 ‘갈등의 씨앗’만 키운 꼴이 됐다.
집안 내부는 또 어떤가. 당원이 제명당하고, 그 과정에서 ‘명예훼손’ ‘사당화’ 등의 발언이 오가며 멍들었다.
선거판은 설익은 정책을 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 집권여당에 걸맞는 옷을 갖춰입고 당당히 시민들 앞에 나설때 비로소 명함 내밀기가 부끄럽지 않게 된다.
여당에서 야당 신세가 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초상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라’ ‘대외적인 활동이 너무 부족하다’ 지난해 대선이후 울산 한국당을 향한 시선을 정리하자면 이 두줄로 요약된다.
여당이 여당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하고, 또 야당으로 울산의 척박한 경제상황 극복과 도시발전 방안을
찾는데 할일이 태산인데, 그 역할이 부족했다.
이제 새롭게 내건 ‘제1야당’의 간판에 걸맞는 역할을 찾아나서야 한다.
초행길(?)을 가고 있는 울산 여당에게 격려, 조언과 함께 충고도 해줘야 한다.
그게 그냥 야당이 아닌 제1야당의 책무이자 역할이 아닐까 싶다.
바둑에는 패(覇)가 있다. ‘패’는 바둑판에서 한판 승부를 짓는 중요한 단초다.
때로는 바둑판 승부를 제쳐두고 패싸움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패싸움을 잘해야 바둑에서 이기는 것이 상례다.
6·13 지방선거는 울산의 행정과 교육수장 등 우리고장 살림꾼을 모두 선출하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바로 지금 여야가 울산 미래를 위해 화합과 선의의 경쟁으로 ‘선진 선거문화 구현’이라는 정치적 대마를 살릴 수 있는
절묘한 패를 써야할 때다. 그렇지 않고 당선만되면 그만이고, 그 속에서 네거티브, 폭로, 상대를 향한 비난과 비판이라는 악수(惡手)만을 고집하게 되면, 이 패는 시민들의 외면으로 모두에게 패자라는 멍에를 안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중 정치부장 leehj@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출처] - 국민일보
'야당(野黨)의 야당'이 대한민국을 바꾼다
세 종류의 기질(氣質)이 있다. 첫째가 대세를 따르는 여당 기질이고, 둘째는 대세의 전복(顚覆)을 도모하는 야당
기질이고, 셋째가 여당과 야당 모두를 반대하는 ‘야당의 야당’ 기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 기질 중 하나에 속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여당 기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야당 기질이
많다. 세 번째 ‘야당의 야당’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소수다.
사람들의 이런 기질들은 사회적 소통의 성격과 통합의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야가 번갈아 교체되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치 환경에서는 여당 기질을 가졌다고 해서 항상 여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야당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야당만 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서로 입장이 바뀌니 기질로 본다면 여야는 다른 것 같아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질적으로 다른 것은 권력의 교체와 상관없이 항상 비주류에 속하는 야당의 야당이다.
그들의 기질 때문인지, 정치적 판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안철수와 유승민이 현재 처한 위치가 바로
이런 야당의 야당이다.
이것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는 의미니 당연히 긍정적 뉘앙스는 아니다.
여야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야당의 야당은 비주류 소수일 수밖에 없고 항상 곤란에 처한다.
보통은 투덜이 반대자, 심하면 독고다이, 꼴통이라는 이미지가 덧 씌워진다.
주위에 사람도 없고 똑똑은 한데 덕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될 가능성은 제일 낮아
보인다. 주류가 된다하더라도 그 과정은 훨씬 어렵고 더 긴 시간을 요구한다.
야당의 야당은 혁신과 창발의 영역
야당의 야당은 변방의 기질이고 그래서 소외와 구별의 땅에 속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그곳이 새로운 창의적 혁신과 창발적 질서가 태동하는 땅이라는 점이다.
복잡계 연구의 태두(泰斗) 스튜어트 카우프만에 따르면 혁신은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edge), 그것도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한다. 물리계, 생물계 뿐 만 아니라 사회계에서도 그렇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의 본질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크고 강한 혁신은 그런 변방 기질에서 비롯한다.
우리 최근 정치사에서 이런 야당의 야당 기질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노무현전 대통령이다.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현재 여당은 주류 중의 주류지만 그 뿌리를 찾아보면 비주류 가장자리다.
노무현도 그랬고, YS를 따라가지 않았던 꼬마 민주당도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무현 뿐 만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여러 대통령들이 보수, 진보 구분 없이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권력을 가진 주류로 변신했기에 처음을 기억 못할 뿐이지, 시작은 대개 야당의 야당이었다.
한국 현대 정치사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가 주류로 성장했다가 다시 추락하는 드라마들의 연속이다.
유승민과 안철수 세력의 통합이 주는 의미
안철수와 유승민은 그 정치적 출발도, 개인적 배경도, 지지층도 다르다.
한 사람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규정하고 다른 한 사람은 중도라고 주장한다.
이런 두 사람이 합치겠다고 하니 당연히 비판을 받는다. 정략적인 야합이라고도 하고 대통령 병 때문이라고 손가락질도 한다.
궁극적으로 자유 한국당과도 합치려는 술수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미래는 모르지만, 일단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 사이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군소 정치세력이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 지형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둘의 통합 노력은 부정적이기 보다 긍정적이다.
야당의 야당 세력이 강화되면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도 소통과 통합에 유리하다.
사회 소통은 우리끼리 유유상종하는 동종애적(Homophilous) 소통과 우리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이종애적(
Heterophilous) 소통으로 구분된다.
우리끼리 만의 소통만 활발하면 개별적 당파성이 강화되고 사회전체의 소통은 어려워진다.
보통은 동종애적 소통을 강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영역을 확장하려 하지만, 우리가 결집하면 할수록 그들과는 멀어지고, 그들도 그만큼 결집하기에 전체적으로는 더 크게 단절된다.
이종애적 소통은 이런 단절을 이어주고 전체를 묶어주는 교량적 소통이다.
‘우리 끼리’를 거부하는 야당의 야당 기질은 이런 이종애적 소통을 돕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편적인 소통방식이라 할 수 있는 유유상종에 거부감을 보이기에 불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도리어
소통을 돕는다.
탈 정파성과 사심 없음이 보수주의의 가치
두 세력의 통합은 우리사회 보수의 재정립이라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안철수는 스스로 극중(極中)을 지향한다고 하고 정치적 좌표가 보수가 아닌 중도라고 하면서도 유승민의 바른 정당과 주요 정책 지향에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는 보수가 맞다.
유승민과 안철수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무엇으로 보나 우리 사회의 상류 계층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과 거리를 두고, 공공선을 위해 때로는 자신이 속한 집단 이익에 반하는 주장과
행동을 한다. 에드먼드 버크, 벤저민 디즈레일리와 함께 보수이념의 3대 사상가라 할 수 있는 매튜 아널드는 이런
심성적 특질을 ‘세상에 드문 외계적 인간들’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책 “교양과 무질서”에서 이런 소수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파성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어떤 이슈를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오래전 주위의 모두가 오직 한 입장만을 반복해서 말하고 당신 스스로도 그 입장을 지지했던 적이 있을
지라도, 현재도 당신이 소속된 당파가 증기엔진처럼 그 한 입장만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다른 입장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래도 반대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단호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
정파적 관점으로 부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비평하는 담대함과 사심 없음이야말로 보수주의자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심성이고 지향해야할 가치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아널드는 ‘교양인’이라고 말한다.
아널드의 관점에 비추어 보면 ‘야당의 야당 기질’은 야만인이 아닌 교양인의 덕목이고, 진보의 심성이라기보다 보수의 특질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정치인들 중에서 이런 유형의 보수에 가까운 이들이 유승민이고 또 안철수다.
노무현과 정치적 혈통으로 본다면 문재인이 가장 가깝지만 초기 노무현의 기질이나 정치적 포지션으로 본다면 현재의 유승민이나 안철수가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집권 말기 노무현은 보수 대연정을 말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노무현이 보수라면, 안철수는 말할 것도 없다.
보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얼마 전 한국당 마저도 신 보수주의를 주창하며 기득권 계층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새롭고 올바른 보수 세력을 정립하려는 시도는 특정 정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큰 흐름이다.
안철수와 유승민의 세력이 일차적으로 통합하고 이후에 다시 한국당과 합친다고 해도 그 자체를 비판할 것은 아니다. 결국은 새로운 보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의 주도권 경쟁이고 혁신의 경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둘이서 하지만 전혀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유와 안의 통합 노력이 어떤 창발적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좀 더 담대하고 큰 꿈꾸기를 기대한다.
서로 경쟁하면서 보수를 환골탈태 혁신하고 주류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보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보수가 바로서야 진보가 바로 서고,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안민호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 학부 교수
-언론학 박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새해에 더 나빠진 야당의 정쟁과 구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청와대와 정부가 김정은의 신년사에 반색하면서 대북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환영하는 것은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인류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살리고 나아가 ‘평창 성공’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보수세력도 평화올림픽이 되어야 한다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정작 그런 전기가 마련되니까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격이다.
신보수를 자처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신년사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무력화하고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시간끌기용 제스처”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현재 국민의당과 설 전에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한창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 파트너인 국민의당은 “경색되었던 남북관계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유 대표는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보이는 두 당이 한솥밥을 먹겠다고 하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남북 문제는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평소엔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되지 않아 한반도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주장해온 보수 야당이 대화가 시작되려고 하니 이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246명을 초청해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그러나 홍·유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1, 2, 3 야당 대표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불참했다.
저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야당은 그동안 불통과 편가르기가 나라를 망친다며 청와대의소통 부족을 비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대통령과야당 대표가 얼굴을 자주 대해야 한다.
야당 대표들이 그런 자리를 스스로 차버린 것은 협량의 정치라고밖에 할 수 없다.
신년인사회에서 한 시민은 “모두가 행복하고 싸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8년 새해는 여야가 불통을 버리고 소통과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야당이 새해 벽두부터 이런 시민의 여망과는 달리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정의의 여신상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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