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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국정농단 증거 '안종범 수첩' 불인정..이재용 석방 쟁점 3가지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국정농단 증거 '안종범 수첩' 불인정..이재용 석방 쟁점 3가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판결문은 그를 ‘재계의 권력자’에서 정치권력에 희생된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상식을 거스르는 역주행으로, 법원 안팎에선 그동안 쌓아왔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 1인을 위해 어떤 끼워맞추기식 논리를 동원했는지 짚어본다.







 사진=연합뉴스




1. 경영권 승계 청탁 부정


박근혜는 승계문제 몰랐다?…박 “챙겨보라” 지시


이건희 와병으로 승계 절실했는데
‘강요당한 피해자’ 어이없는 판단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해 꺼낸 핵심 카드는 ‘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깐 것이다.


이런 전제를 만든 이유는 제3자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 자체를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근거를 깨트리면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20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금(16억2800만원)에 무죄를 선고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뇌물 액수를 대폭 낮췄다.


이는 집행유예 선고의 기반이 됐다.

 만약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했던 영재센터 16억2800만원을 인정하게 되면, 이미 뇌물로 인정된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 용역대금(36억3000여만원)과 합쳐 50억원을 넘게 된다.


 형량이 높아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기준이 50억원이라, 집행유예 선고는 쉽지 않게 된다.

짜맞추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하지만 ‘승계작업이 없다’는 재판부의 이런 전제 설정은 상식에 반한다.

임기 5년의 선출직 대통령과 국내 최대 재벌사이에 일방적인 강요와 피해 구도를 상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없던 사안이다.

 재판에 나온 경제부처 공직자들의 증언으로도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승계가 없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한 법조인도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와병 이후 신속한 경영권 승계가 필요했고, 대통령도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계열사들의 실적 향상을 위한 현안도 존재했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수백억원을 지원한 게 뇌물이나 정경유착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또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승계작업을 매개로 승마지원 및 영재센터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입증할 ‘안종범 수첩’뿐 아니라 청와대 수석실이 작성한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도 모두 배척했다.

 “작성자가 승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정을 추론해 작성한 의견서”라고 깎아내리고, “보고서만으로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이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대해 챙겨보라”고 지시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뇌물을 준 것은 막강한 권력자의 강요 때문이라면서, 정작 경영승계와 관련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선 모르는 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심이 재단 출연금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앞으로 시장이나

 도지사가 재단을 만들어 기업에서 수백억 출연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

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 ‘안종범 수첩’ 증거 불인정


국정농단 증거인데…안종범 수첩 못 믿겠다?


박근혜 지시 내용도 인정 안해
모르쇠 버티는 자 손 들어줘

법조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대부분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도 ‘무리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인정한 바 있는 이 업무수첩은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뒷받침할 증거로 수차례 인정된 바 있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대목은 수첩에 적힌 내용의 ‘진실성’(신빙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에게 수첩에 적힌 대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이를 듣고 받아 적었다는

 안 전 수석의 기록은 대화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단 취지다.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지만 이는 앞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물론, 비슷한 종류의 업무수첩을 유죄 증거로 활용한 다수의 ‘국정농단’ 재판부와도 다른 판단이다.

‘삼성 뇌물’ 수수자인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해 12월

 장시호씨 등 선고공판에서 이 수첩을 “안 전 수석이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말을 기계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 수첩에 언급된 돈과 실제 후원액수가 일치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2015~2016년 면담을 한 당일 수첩에 빙상, 승마 관련 지시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을 요청했다고 봤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 교체에 대한 문 전 장관 진술과 안 전 수석 업무수첩 내용이 일치한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찬성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발언을 기록한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업무수첩 역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 전 실장 등의 유죄 판단 근거로 활용됐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판부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일괄 배제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부정청탁을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대해 함구하거나 부인하는 이상, 그 대화 내용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받아들일 수 없단 논리로, 자백 수준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

이라고 짚었다.


또다른 판사는 “진술자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이나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문서는 통상 증거로 인정

하는데, 재판부가 지나치게 엄격히 본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9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9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 뇌물액수 낮추려 꼼수


■ 말·차량 사용 뇌물 인정하고도 액수 산정은 안해


“말, 내 것처럼…” 정유라 증언에도
말은 뇌물 아니라고 자의적 해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에는 ‘정유라 승마지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뇌물액을 되도록 낮춰주려는 ‘꼼수’도 눈에 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에 보낸 용역대금(36억3000여만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정씨가 탄 마필과 차량, 보험료 등에 대해선 소유권이 ‘삼성전자’에 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필과 차량 ‘사용 이익’은 뇌물이라고 판단했으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은 계산하지 않았다. 사용 이익이 정확히 계산

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36억3000만원에 그쳤고, 결과적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가중 처벌 기준인

50억원도 넘지 않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물건이 뇌물로 건너갔는데 물건 자체를 뇌물로 보지 않고 사용 이익만 뇌물로 보려면, 받은 사람이 반환할 의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삼성과 최순실씨 사이에 반환 약정은 없었다.

 법정 증거들로 봐도, 최씨는 반환할 의사가 없었고 삼성은 최씨의 의견을 줄곧 따르던 상태였다.


직접 말을 탄 정유라씨도 반환 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정씨가 승마지원 경위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 발언이어서 신빙성이 낮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해 검찰과 법정에서 “어머니(최순실)에게 (말) 살시도를 구입하자고 했는데 ‘내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은 “삼성에서 사줬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 것처럼 타면 된다’라는 말을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처럼 타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고 판단했다.

더구나 직접 독일까지 가서 정씨가 탈 말을 구입하는 데 관여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특검 조사 2회 진술에서

“최씨 쪽으로부터 마필을 반환받을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내용을 배척하기 위해 진술고지권을 고지하지 않은 위법증거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참고인 조사에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가 없고, 고지 여부와 무관하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특검 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판결에 대해 정의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은 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은 겉으로는 유죄 판결의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정농단에 대한 완벽한 면죄부를 내려

줬다"며 "(국정농단 사태는) 각자 사적 이익을 채우기 위해 권력과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전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67·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64·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65)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56)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모든 범죄에 대해 무죄를 내린 것과 다름없는 판결을 했다"며

"수십억원 뇌물을 준 주범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느 것이 현실이다.

 법리나 최종판단, 양형 모두 잘못됐다. 어제 판결은 정의가 무너지고 훼손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승계작업이 없었다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의 청탁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것이 국정농단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국정 전반을 농락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장단을 대규모 뇌물공여를 통해 앞장서서 맞춰

주면서 누구보다 큰 수혜를 입었다"며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그룹 지배권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획득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주장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2심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기재가 어떤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 등의 진술 내용에

대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 뒤에 숨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과 재벌의 권력형 범죄는 내밀하게 이뤄지는 것이어서 내부고발자의 수첩이나 장부 등을 통하지 않고는 진실규명이 쉽지 않다"며 "2심은 그런 난제 속에서 어떻게 증거의 의미를 살펴야 하는지,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결을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 판결"이라며 "사회적 신분에 따른

법적용상의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은 어떤 법리를 동원해도 잘못된 판결일 가능성이 높다"며 "헌법적으로는 국민들이 사법부에 위임한 재판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유무죄 인정이나 양형에서 법관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평등원칙을 위배해 남용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삼성 등 재벌개혁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며 "문 대통령과 국회는 이제까지 미적거리던 삼성 개혁의 각종 정책과제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천해야 할 국가적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asd123@




안종범 전 수석


안종범 전 수석  




휴지조각된 안종범 수첩, 왜?



메모사실만 증거 간접적 진실증명 안돼
특검 중대 정황 증거 설득력 잃어 충격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법조계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초반 10분'으로 정리된다고 분석한다.

초반 10분은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그때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이들은 "박영수 특검팀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안종범 수첩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종범 수첩은 특검팀이 이번 재판에서 활용했던 가장 중요한 증거였다. 수첩에는 검찰이 밝히고자 했던 쟁점들의

 정황을 엿볼 수 있는 메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해졌다. 수첩 증거가 사라지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상고 후 대법원에 가서 안종범 수첩을 다시 중요한 정황 증거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첩을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인정하면 전문(傳聞)증거(체험자의 직접진술이 아니라 전해들은

말 등 간접증거)가 우회적으로 진실성 증명의 증거로 사용되게 되고 이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전문법칙은 전문증거를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형사소송법 제 310조2) 전문증거란 경험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하는 증거다.


문제는 대법원 재판부도 항소심과 같은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도 전문증거를 간접사실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실성과 관련없는 사실이라고 여겨 사용범위를 제한한다"면서 "안종범 수첩도 메모가 있다는 사실만 증거인 것이지 그 메모가 진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안종범 수첩은 이 부회장 외에도 다른 재판에서도 증거로 채택돼 있어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봐야 한다.

 13일 '뇌물혐의'에 대한 선고를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심이 그렇다.


 신 회장은 청와대에 롯데 면세점 신규 특허취득 등 경영 현안을 청탁하고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 수첩에 이와 관련된 메모가 있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이 부회장의 항소심과 같은 결과라면 신 회장도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재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도 안종범 수첩과 연관돼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재판, 대법 전원합의체서 최종 결론 낼 듯


1, 2심 판결 엇갈려 회부 가능성

청탁ㆍ재산국외도피 여부가 쟁점

올해 8월 이후 대법관 4명 교체

심리 길어지면 삼성에 불리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심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재판 결과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5일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양측은 즉각 상고의사를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성명서를 통해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했고, 이 부회장 측

이인재 변호사는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에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에 넘어온 사건들은 우선 대법관 4인으로 이뤄진 소부에 배정된다.


하지만 ▦대법관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새로운 판례가 필요한 경우 ▦부에서 재판함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심 대법관 요청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 전원이 참여 전원합의체로 넘겨진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은 대부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최종 판단이 나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의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공작사건, 철도노조 파업, 통상임금 사건 등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정경유착이냐, 권력자의 강요냐로 1, 2심 판결이 엇갈린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이 어느 사안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적정했는지 여부만 따져보는 법률심이지만, 이번 사건은 워낙 법리적인 쟁점이 많아 대법원이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이번처럼 극과 극으로 갈렸던 사건은 많지 않았다”며 “최대 쟁점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여부와 재산국외도피죄의 법리적용을 두고 대법관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대법관 임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8월2일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신(61.12기) 김창석(62.13기)

대법관이 교체될 예정이고, 11월2일에는 김소영(53.19기) 대법관이 바뀐다.


재판에 관여하는 대법관이 교체될 경우 그만큼 심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새로 임명되는 대법관들이 기존 대법관보다 진보 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아 재판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심리가 내년 이후까지

지연될 경우 삼성 측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동일 사건에 가깝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재판까지 병합돼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두 재판은 아직 1심 선고도 나지 않았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부회장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인원 기자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백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백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2018.02.05.suncho21@newsis.com       

   

복귀 이틀째 이재용 '잠행'..대외신인도 회복 우선 나설 듯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정상화 속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날 서울구치소를 나선 뒤 부친을 병문안하고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한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오전 자택을 나가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회사의 주요현안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노출 등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조만간 이 부회장이 당분간 현안 파악에 주력하면서 그동안 추락한 회사 신뢰도 제고에 나서는 한편 그룹 장악 강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6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대체로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경기 용인 기흥 등지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단에서도 이 부회장 석방에 따른 특별한 분위기 변화 없이 차분함 속에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석방 이튿날 사무실에 들러 그룹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들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는 이날

 오전 서초사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수감 생활 동안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대내외 경영 환경과 업계 현황을 파악하면서 업무 일선 복귀준비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첫 공식 행보로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활동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꼽힌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파악하는 동시에 실추된 대내외 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총수 가족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을 했음에도, 이 부회장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어 주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삼성전자는 공식 후원사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이 회사는 모바일 기기를 선수촌 등에 지원을 하거나 1000억원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올림픽 개막식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전 세계의 주요 글로벌 기업 집행임원들이 대거 방문한다는 점에서 사업 상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여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인텔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 주요 대표들이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대표 이외에도 여러 정보기술 업계 임원급 관계자들이 방한해 행사장에서 산업 현황과 흐름, 전망 등에 관한 논의의 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왕=뉴시스】김선웅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18.02.05. mangusta@newsis.com



【의왕=뉴시스】김선웅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18.02.05. mangusta@newsis.com       



   

삼성에서 다양한 형태의 조치를 통해 대내외의 비우호적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현재 일각에서는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한 상황이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항소심 법원은 삼성그룹과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인한 채 각종 쟁점에 대해 재벌 편향적인 일방적인 법리를 전개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번 항소심 판결은 오로지 이 부회장의 석방을 위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에 따른 논리를 만들어낸, 사법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며 "국민의 상식을 뒤집은 판결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반복돼 온 재벌 봐주기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가 되고

 말았다"며 "이것은 재판부가 국정농단의 주역인 삼성의 범죄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참담한 결정"이라고 개탄했다.


쇄신 방향은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강화하는 등 투명성을 강조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그룹 차원을 총괄하는 조직을 재편하기보다는 의사결정에 대한 근거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만들어 놓는 식으로 경영

독립성을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이 계열사별 기업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종전 대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인식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사회에 대해 보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삼성 측 관계자들은 "계속 긴장이 이어지던 조직이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곧 어떤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겠나" "앞으로 신뢰 회복을 위한 활동들이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의 관측을

 내놨다.

다만 삼성그룹 측이 혁신적인 쇄신 계획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 실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비자금 관련해 구성된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이후 이건희(76) 회장 등 수뇌부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실명 전환 등의 내용이 담긴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던 바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며,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탈세 가능성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경영 활동이 이뤄질지는 이 부회장만이 알지 않겠나"라면서도 "신인도가 상당히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뭔가 큰 틀에서의 변화에 가까운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