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핵담판을 위한 초청장이었을까.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대한' 편지가 화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격으로 미국을 찾은 김영철 부장을 80여분 면담했다.
CNN 등 현지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큰 편지봉투를 들고 곁엔 김영철 부장이 선 장면을 보도했다. 종이를 접어넣는 일반적인 규격봉투의 몇 배나 되는 크기다. A4 종이를 접지 않고 편 채로 집어넣었을 법하다. 정상급의 만남 때 친서나 특별한 서류를 파일에 담아 전달하기는 한다. 커다란 봉투에 넣은 것은 보기드문 형태다.
지난2월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한 장면과 비교해도 차이가 드러난다. 김영철이 트럼프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대왕봉투'를 연출한 것인지, 또는 북한의 '최고존엄'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를 구기거나 접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친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고대하고 비핵화 뜻이 확고하다는
김 위원장의 표현이 담긴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멋진 편지고, 매우 흥미로운 편지”라고 반응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편지를 읽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 편지가 백악관에 도착하기 전에 독극물 또는 위험한 물질은 없는지 면밀히 검사
했다고 밝혔다. 미국비밀경호국(USSS)이 검사를 맡았다고 한 백악관 관계자가 말했다. USSS는 미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대통령 경호를 맡는다.
USSS는 본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위조지폐 검사단속을 위해 재무부 소속으로 설치한 조직이라고 한다.
이후 대통령 경호까지 업무가 확대됐고 2003년 재무부에서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장을 만나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올해 내 종전선언에 대해 합의했다. 대한민국도 한반도
평화의 당사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을 위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문 대통령이 깜짝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차라리 더 큰 친서 봉투를…’ 패러디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달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친서 봉투를 실제보다 더 크게 확대한 합성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트위터
김정은의 '빅 봉투'
[美北정상회담 D-8]
크고 웅장한 물품 좋아하는 트럼프 스타일에 맞췄나 친서 담은 대형 봉투 화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내용도 내용이지만 봉투 크기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1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아랫배를 모두 가릴 만큼 큰 흰색 봉투에 든 친서를 들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반 서류봉투보다 훨씬 큰 봉투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쏟아졌다.
우선 북한의 진지한 전략적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화려한 제스처와 웅장한 물품을 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할 것으로 북한이 봤을 것" "북한이 편지
전달을 김정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어 편지의 봉투를 키웠을 것"이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 2월 김정은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 그 파일보다 이번 봉투가 훨씬 커 보였다.
봉투 크기를 통한 '기 싸움'이라는 말도 나왔다.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내가 (김정은보다) 더 큰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핵무기 버튼이나 편지봉투나 다 사이즈가 중요한 모양"이라고 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트럼프의 손 크기를 더 작아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언급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미 대선
때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작다고 공격한 바 있다.
친서 패러디 봇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대형 친서를 희화화한 패러디 사진. 친서는 초대형으로 더 키웠고, 그에 대비되게
트럼프 대통령의 손은 어린아이처럼 작다.
사용자 이름 ‘다스(Darth)’의 트위터 캡처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뉴욕의 호텔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스턴을 방문해 전용기에서 내리면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영철은 1일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신화·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에 가는 김정은 친서, 비핵화 의지 어디까지 담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받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든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전달하는 친서는 북ㆍ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의 하이라이트다. 판문점ㆍ뉴욕ㆍ싱가포르에서 열린 실무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월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에서 파란색 파일의 앞쪽에 음각으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 이라고 쓰여진 파일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친서가
내게 전달될 것”이라며 “그 친서의 내용이 어떨지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의 내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알지 못하지만 매우 긍정적인(positive)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근거로 “(실무협상과 관련된) 만남들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뒤 북ㆍ미 정상회담의 날짜를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의 친서엔 북ㆍ미 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들어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위급이 주고받는 친서의 특성상 상징적 문구가 담기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친서는 지금까지 김정은이 말해왔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내용을 재확인할 것으로 본다”면서 “동시에 미국과 적대관계 해소를 목표로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문구가 들어갈 것”
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간)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환영만찬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에게 창밖의 뉴욕 스카이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 국무부 제공]
김정은이 앞서 31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만나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밝힌 게 사실상 친서 내용을 요약했다는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쓸지는 미지수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강조했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문구로건 직접 전한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 친서의 형식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2월10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빠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김여정은 직접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와 그 안에서 파란색 서류 파일을 꺼내 본인 앞에 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징하는 금박의 엠블럼이 박혀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는 글자로
음각으로 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은 이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면서 “(친서 내용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이 친서를 읽어내려갔으나 이후 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들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만남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2000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이후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북한 고위급 인사가 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출입문은 꼭 2개 있어야…” 김정은·트럼프 회담장의 조건
“의전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킬 수도, 결렬시킬 수도 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의 그레이엄 옹-웹 교수는 스트레이츠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의제’ 못지 않게 ‘의전’에 그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 적대하던 국가 간의 사상 첫 회담인 터라 회담의 형식적 균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제3자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양측 요구에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싱가포르타임스는 3일 이런 분위기를 전하며 두 정상이 마주앉을 ‘회담장의 조건’을 예로 들었다.
회담이 열리는 방에는 ‘반드시 출입문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문이 하나뿐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중 누군가가 먼저 들어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에 ‘동시
입장’이 가능한 장소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동등한 위치에서 회담한다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이 탄 전용기가 비행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비교될 수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도착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두 정상이 각각 다른 호텔에 투숙하고 제3의 장소인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한 쪽이 다른 쪽을 찾아가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샹그릴라 호텔, 김정은 위원장은 풀러튼 호텔에 묶고 정상회담은 카펠라 호텔 또는 센토사 섬의 다른 호텔에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사용할 차량의 격을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미국 측은 육중한 외관을 가진 대통령 전용 리무진을 싱가포르로 공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현지에서 비슷한 급의 차량을 렌트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영철이 백악관 집무동까지 차를 타고 들어갔다. 그가 떠날 때는
트럼프가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나란히 걸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자료사진 합성)ⓒ데일리안
김정은 잔꾀 부리면 체제 와해 앞당겨 진다
<칼럼>김정은 개과천선 했길 바라지만 가능성은 거의 제로 국민 뜻 물어가며 확고한 '북핵반대' 원칙 지키는게 상책
[1] 신권위주의 시대가 온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중요한 국가적 결정에 있어, 대개 일방통행식의 행태를 보여 왔다.
정말 ‘보기와는 딴 판’이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중의(衆意)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가졌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하자말자 지시형 리더십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때 이미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그 다음엔 혁명 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동가‧혁명가적 기질을 드러내 보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건 선거용 레토릭 정도로 이해됐다.
수더분하고 마음씨 좋을 것 같은 ‘아저씨 얼굴’과 ‘혁명’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임 후 행정부엔 오직 문 대통령과 그의 청와대 측근 참모들만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을 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정부 해당 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결심과 청와대 유력참모들의 발표만 있을 뿐이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인증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이 문 대통령 독주
(獨走) 현상의 반증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가격(최저임금)을 올리면 수요(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경제 컨트롤 타워의 이 말은, 그러나 아주 쉽게 제압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이틀 후인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함으로써 김 부총리의 문제 제기는 무색해지고 말았다.
형식상의 컨트롤 타워 지위는 인정받았지만 실질적인 컨트롤 파워는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90%’ 언급이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말이라고 여겨졌던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충 설명을 했다. 가구별 근로소득 대신 개인별 근로소득을 따로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하위 10%의 소득 증가율만 작년 1분기에 비해 떨어졌을 뿐 나머지 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작년 동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난 현상 등이 문제다.
그런데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 증가율이 높아졌으니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이런 걸 궤변이라고 한다. 전체 가구 중 72.4%의 소득이 줄었다(조선닷컴)는 사실도 대통령은 밝히지 않았다.
문제가 드러나면 보완하거나 고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고집이 세다. 독선적 마인드를 가졌거나 ‘대통령 무오류론’ 탓인지도 모른다. “촛불혁명 대통령이 어떻게 오류를 범할 수 있는가!” 아니면 강박증에 쫓기는 것일까?
[2] 북한핵 폐기에 관심 있나 없나
정부의 독선 독단 독주 행태 중에서도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대북정책이다. 법도, 제도도, 관행도 문 대통령에겐 통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인상이다.
북한 체제 측과의 관계설정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과제다.
그건 곧 5150만 국민과, 우리 후손들의 운명에 직결된 일이기도 하다.
당연히 중의를 모으는 과정이 전제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보여준 것은 ‘마이 웨이’였다. 북측의 올림픽 참가는 그렇다하고, 4‧27판문점 정상회담 및 합의서 채택, 5‧26 판문점 회동, 미‧북정상회담 이후의 대책 구상 등에서 공론화 과정은 배제됐다.
적어도 여야 정치권과는 진지한 논의를 거쳤어야 할 텐데, 문 대통령은 일방적이었다. 그랬으면서도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합의서에 대한 국회의 비준을 요구했다. 이런 대의민주주의도 있는 것인가. 더욱이 5‧26 회동은 법적 절차조차 무시된 대통령의 모험이었다. 언제 김정은과 100% 자신할 만한 신뢰관계로 맺어
졌다는 것인지,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도 알리지 않은 채 측근 몇 명만 대동하고 판문점 분계선을 넘었다.
거기서 만난 사람은,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정은이었다. 있을 수 없을뿐더러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문 대통령은 혼자 결정으로 감행한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초법적 행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 회담한 다음날 김정은에게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통보했다가 금방 마음을 바꾼 바가 있었다.
주춤했던 우리 정부는 다시 ‘싱가포르 종전선언’을 운위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의 휴전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종전선언은 그것으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종전협정(혹은 조약), 평화협정(혹은 조약)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우리 국민과 후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역사적 대사건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국민은커녕 국회의 눈치도 보는 법이 없다. “내가 곧 법이다.” 그런 생각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영철이 백악관 집무동까지 차를 타고 들어갔다.
그가 떠날 때는 트럼프가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나란히 걸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신규 제재를 하가하지 않겠다, 최대의 압박이란 표현도 쓰지 않겠다며 미‧북 사이의 담을 아예
허물어 버릴 듯이 말했다. 아마 그에 힘입은 것이겠지만 우리 정부는 서둘러 싱가포르 회담 이후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면 문 대통령도 싱가포르에 가 있다가 한‧미‧북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족사에 길이 빛날 위업을 이루어 이름을 청사에 남기고 싶은가?
그게 왜 잘못이랴! 문제는 본말이 전도되는 것 같은 북핵협상 분위기다.
북한 핵은 젖혀두고 김정은과 우의만 자랑하겠다는 것인가.
[3] 극진한 환대 대북 경고일 수도
트럼프는 돌변해서 김정은에 대해 친애의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이 원하면 뭐든 해줄 기세다.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CVID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가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고는 말도 덧붙였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임을 트럼프가 먼저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이 빈말로라도 호응해 오면 그 선에서 양해하고 말 것 같은 언설이다.
트럼프의 개인적 사정, 그러니까 특별검사의 수사, 11월 중간선거, 2년 후의 재선 선거 등에 구애되어 조급히 결정할
위험성을 아주 배제하긴 어렵다.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수단, 그러니까 ICBM을 완전히 제거하고 포기시킨다면. 그래서 미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만
하면 성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핵보유국 북한과 이웃해서 살아야 할 부담은 한국‧일본‧중국‧러시아의 몫이라며 떠넘겨 버려도 된다.
이미 명시적으로 그런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가 정말 그런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저지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그런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트럼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거둘 생각은 없다.
미국은 세계질서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수호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미국인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고, 큰 희생을 무릅쓰면서 그 책무를 다해 왔다.
미국은 대통령 혼자서 정책을 결정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민주국가의 전범(典範)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언행은 일종의 책략일 수도 있다.
최대의 호의를 보임으로써 김정은이 딴 생각을 못하게 한다는 계산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나를 속이려 한다면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나를 망신준 것에 대해, 미국을 우습게
안 것에 대해, 그리고 국제사회를 만만하게 여긴 것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책략에 속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개 필부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을 세계 최고의 정보 수집‧분석력을 가진 미국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할 때 초래될 수 있는 후유증의 크기도 충분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또 예전 버릇대로 상대를 속이려 할 경우 호된 후폭풍과 맞닥뜨리게 되리라고 믿는다.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격으로 미봉하고 말기야 하겠는가.
김정은이 개과천선을 했다면야 더 바랄 게 없지만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전체주의 집단의 3대 전제군주, 사이비 신(神)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위와 권력을 유지할 수단이 필수적이다.
그건 돈과 군사력이다. 핵과 미사일을 가져야 돈과 힘을 가질 수 있다. 그걸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더욱이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북한 주민은 그를 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벌려고 잔꾀를 부리
겠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트럼프의 노련한 협상술이 김정은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차분히 결과를 지켜봐주는 게 옳다. “종전선언하자. 협력사업 추진하자.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다 돼 있다.
” 이런 식으로 앞질러 가면 북한의 버릇만 버려놓고 만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송도(松都)적의 불가사리를 되살려내
우리가 큰 화를 입는 상황을 초래할 위험성도 크다. 이럴 때는 국민의 뜻을 물어가며 확고한 ’북핵반대‘ 원칙을 지켜가는 게 상책일 것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연합뉴스
코딩 황제’ 구글을 혼내준 ‘김정은 키즈’의 운명
김, 외국 경제 시스템 연구 독려 과학기술 강국·‘단박 도약’ 희망 한·미, 북 안전·번영 약속했으니 북이 핵보유국 미련 버릴 차례다
경제학자들과 비핵화 이후 북한을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시킬 방안에 대해 토론하던 중 북한의 소프트웨어 코딩
실력이 화제에 올랐다.
김일성대학 학생들은 2015년 인도에서 열린 세계적 인터넷 프로그램 경연 ‘코드 셰프’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3년에는 ‘코딩 황제’라는 미국 구글팀을 혼내주고 우승했다.
일반인의 인터넷 접속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위스 유학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출발점이다.
김정은은 ‘세계 첨단 수준의 과학기술’을 강조해 왔다.
올해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는 “과학과 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은 만년대계의 사업”이라고 했다.
수학 영재를 대학 정보과학 소조(동아리)에 가입시켜 밤새 고강도 학습을 시키고 매일 시험을 보게 한다.
과학기술 강국이 되어 ‘단박 도약’을 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보인다.
평양 코딩 천재들은 ‘김정은 키즈’인 셈이다.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북한이 첨단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정직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듣기 좋은 주례사 같은 레토릭이 아닌 의지가 담긴 확실한 이행계획서다. 안타깝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핵실험 중지를 선언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으로 남겠다는 언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신속한 일괄타결’이 아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계적 비핵화’로 갈 경우에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제재 해제와 보상을 받는 이상한 상태가 된다.
게다가 북한은 단기간에 핵실험을 연이어 하고 핵무력을 완성한 뒤 서둘러 동결선언을 했다.
인도·파키스탄과 닮은꼴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에 면역력을 갖게 해 인도·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의구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하경칼럼
이 모든 합리적 의심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의심을 박살낼 충분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 든 트럼프 대통령이 6·12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도 “두 번째, 세 번째 회담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북·미 회담을 했을 때 곧바로 어떤 서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과 트럼프는 성공으로 포장된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 모두 ‘성공한 회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불량품’으로 드러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김정은은 중대 결심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래야 산다.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불신을 거둬 들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
박근혜는 북한이 붕괴한다고 믿고 남북접촉을 올스톱시켰다.
반면 문재인은 반대세력의 격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을 남·북,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와 나카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각각 비공개로 만나 북한 경제개발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을 빌려 “미국은 강하고, 세계와 연결돼 있으며, 안전하고, 번영하는 북한을 마음에
그리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을 믿어야 한다.
이제는 합의와 파기라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모두가 최악의 북·미 관계를 걱정할 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오히려 북핵 해결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때는 믿지 않았지만 현실이 됐다.
문재인과 트럼프가 전환적 발상으로 판을 바꿨기에 가능했다.
김정은도 “개성공단 같은 것을 14개 더 만들라”고 지시했던 지도자다.
그뿐인가. “조선의 현 경제시스템으로는 힘들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시스템을 모두 연구해 보라”고 했지 않은가.
이제 판은 제대로 벌어졌고, 회심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북한이 ‘가짜(fake) 비핵화’를 꿈꾼다면 국제사회지원을 불가능하게 하고, 한국과 미국의 대화파 입지를 뒤흔들 것이다. 폼페이오는 “세상을 바꿀 평생에 한 번 있는 기회를 잡으려면 김 위원장의 대담한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핵 개발에 올인한 북한에는 9200명의 관련 인력이 존재한다.
핵을 해외로 반출하려면 지난한 내부 설득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평양의 코딩 천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떨치고 북한이 ‘단박 도약’을 하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