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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노회찬이 남긴 것..대중의 언어, 사회적 약자 대변, 특권과 투쟁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이 실린 운구차가 멈춰 서 있다. 2018.7.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이 실린 운구차가 멈춰 서 있다.


 2018.7.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7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고(故) 노회찬 의원의 운구차량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 : 민주노총 페이스북)



 


27일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장을 국회 청소노동자
(가운데 뒷모습)가 지켜보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적어 게재하고 있다.

2018.07.26. 20hwan@newsis.com





이희운




노회찬이 남긴 것..대중의 언어, 사회적 약자 대변, 특권과 투쟁





(서울=뉴스1) 김세현 기자 =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엄수된 가운데 그가 남긴 말과 행동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복잡한 정치 상황을 서민적 언어로 구사하는 등 재미있고 신선한 정치 풍자 발언으로 '언어의 연금

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사회적 약자를 꾸준히 대변하고, 특권에 맞서 싸우는 '행동하는 정치인'으로도 평가된다.


노 원내대표는 생전에 재치 있으면서 핵심을 꿰뚫는 '촌철살인' 화법을 구사해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손꼽혔다.

그는 17대 총선 당시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라며 정치 혁신을 유머러스

하게 주장했다.


지난 1월 JTBC 인터뷰에서는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해 "청소할 때 청소하는 것이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 하느냐. 적폐 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엎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자아

냈다.

또한 노 원내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고 법안을 온 정치인으로도 꼽힌다.


그는 여성 인권을 위해 지난 2004년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아들이 우선 승계하게 하는 호주제를 폐지하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법안을 내기도 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구체화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노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KTX 승무원 등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던 약자들을 위해 힘썼다.


지난 23일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메시지였다. 상무위원회의에 불참했던 노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KTX승무원들 역시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다"며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원내대표는 특권에 맞서 싸운 투쟁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삼성그룹에게 일명 '떡값'을 받은 전 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관련 혐의로 결국 유죄를

받고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최근엔 국회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하며 '특권 내려놓기'에 스스로 앞장섰다.

동료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 영결식에서 그의 말과 행적을 기리며 다짐했다.


조사를 맡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여기서 멈추겠다'고 했던 노회찬은 결코 멈추지 않고 우리와 함께 당당히

 나아갈 것"이라면서 "노회찬의 간절한 꿈이었던 진보집권의 꿈은 이제 정의당의 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 2월 6일 원내대표로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미국의 투표용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 의원은 “미국 유권자는
26번 기표하는데 우리나라는 8번”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 국민보다
더 작은 권력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노회찬이 국회에서 남긴 말 그리고 꿈..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지난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됐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활동한 기간은 2004~2008년 17대, 2012~2013년 19대, 2016~2018년 20대까지 6년여에 불과

하지만 그가 국회에서 수립한 정책과 수행한 발언들은 반향이 컸다.


 특히 그는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국회의원을 상대로 때로는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때로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17대에선 국보법 폐지에 앞장…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망. 냄새나는 시체를 치우는 일만 남아”


노 의원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활동했던 17대 국회의 본회의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로 언급했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를 추진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 내

이념 갈등이 심각했던 때다.


2004년 9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 의원은 “지난 시절 국가보안법이 지킨 것은 국가안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독재세력의 정권안보였다”며 “실로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바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망국적인 지역감정 조장, 그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나라의 안보는 우리 일하는 국민들이 지킨다.


그리고 이 나라의 안보는 우리 국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지킬 수 있다”며 “많은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이 정치가 계속

되는 한 이 나라의 안보 역시 위태롭다고 아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 기습 상정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제사법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었던 2004년 12월 8일 본회의에서 노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을 향해 “이미 역사의 심판대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국가보안법을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수명이 다한 당에 계신 분들, 이제 그만 역사의 뒷골목에서 배회하지 말라”면서 “국가보안법은 사망했다.

냄새나는 시체를 치우는 일만 남았다. 왜 시체를 붙들고, 시체 옆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며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쏘아

붙였다.


노 의원 특유의 풍자는 본회의에서도 빛을 발했다. 2004년 12월 8일 “노무현 정부와 정책이 좌파 편향적”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세를 펼치며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던 때 노 의원은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노 의원은 “이제 좌파 정당 이런 얘기 좀 하지 말라. 좌파 정당 지금 조용하게 가만히 있다”라며 “그런데 왜 좌파 아닌 사람들끼리 그런 애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짝퉁을 가지고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

그리고 짝퉁이면서 명품인 척하는 것도 사기죄”라며 “명품은 따로 지금 조용히 있다”라고 말해 회의장 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땐 촌철살인의 통렬한 비유 빛나… “박근혜식 국정을 중단해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2016년 말 노 의원은 국회 최전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맞섰다. 2016년 11월 11일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노 의원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상대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총리가 박 대통령의 하야, 거국내각 수립 등에 대해 “국정에 중단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답을 되풀이하자 노 의원은 “국정의 중단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박근혜식 국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2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도 마이동풍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현재 대통령의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최순실씨가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순실이가 제청해 가지고 결국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라며 “실질적 제청권을 행사한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최순실씨 밖에 없다.

총리도 행사 못한 권한이다”라고 황 총리를 몰아붙였다.


“대한민국에 실세 총리가 있었다면 최순실”이라는 노 의원의 말에 황 총리가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노 의원은 “속단이 아니라 뒤늦게 저도 깨달았다. 지단(遲斷)이다”라며 통렬한 비유로 맞받아쳤다.


마지막까지 경제적·사회적 격차 해소,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 실현 강조했던 노회찬


노 의원은 20대 국회의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수행한 세 번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적·사회적 격차 해소와

정치 개혁, 그리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본회의 연설인 지난 2월 6일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국회가 자영업자·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노 의원은 “바로 1년 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민혁명의 현장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손팻말은 ‘박근혜 퇴진’ 그리고 ‘이게 나라냐’ 두 가지”였다며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박근혜 퇴진’은

불가역의 현실로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 앞에 대한민국은 아직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국회가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것으로 자영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주었나?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상가 임대차보호법은 도대체 왜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인가?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에 대해서는 무슨 조치를 취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정치로부터 가능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저희 정의당은 7.2%의 국민 지지를 받았으나 국회 의석수는 전체의 2%밖에 차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는 거대정당들은 자신이 받은 지지보다 훨씬 많은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남한 내 전술핵 배치,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등이 언급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당시 노 의원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반대 결의안’을 국회가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예전과 같이 종북몰이나 색깔론, 핵을 운운하며 표를 계산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와 보수 진보 모두가 평화와 공존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위해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국회에 제안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은 5개월이 지나고

그가 떠난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문이 열렸지만 국회는 여전히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노 의원은 연설 말미에 “기원전, 즉 B.C 역사가 되풀이될 수 없듯이 Before Candle, 즉 촛불 이전(B.C) 시절도 반복

되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 정치가 스스로 개혁할 때 비로소 나라도 나라답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