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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이 실린 운구차가 멈춰 서 있다.
2018.7.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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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운
노회찬이 남긴 것..대중의 언어, 사회적 약자 대변, 특권과 투쟁
(서울=뉴스1) 김세현 기자 =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엄수된 가운데 그가 남긴 말과 행동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복잡한 정치 상황을 서민적 언어로 구사하는 등 재미있고 신선한 정치 풍자 발언으로 '언어의 연금
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사회적 약자를 꾸준히 대변하고, 특권에 맞서 싸우는 '행동하는 정치인'으로도 평가된다.
노 원내대표는 생전에 재치 있으면서 핵심을 꿰뚫는 '촌철살인' 화법을 구사해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손꼽혔다.
그는 17대 총선 당시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라며 정치 혁신을 유머러스
하게 주장했다.
지난 1월 JTBC 인터뷰에서는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해 "청소할 때 청소하는 것이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 하느냐. 적폐 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엎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자아
냈다.
또한 노 원내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고 법안을 온 정치인으로도 꼽힌다.
그는 여성 인권을 위해 지난 2004년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아들이 우선 승계하게 하는 호주제를 폐지하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법안을 내기도 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구체화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노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KTX 승무원 등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던 약자들을 위해 힘썼다.
지난 23일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메시지였다. 상무위원회의에 불참했던 노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KTX승무원들 역시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다"며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원내대표는 특권에 맞서 싸운 투쟁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삼성그룹에게 일명 '떡값'을 받은 전 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관련 혐의로 결국 유죄를
받고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최근엔 국회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하며 '특권 내려놓기'에 스스로 앞장섰다.
동료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 영결식에서 그의 말과 행적을 기리며 다짐했다.
조사를 맡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여기서 멈추겠다'고 했던 노회찬은 결코 멈추지 않고 우리와 함께 당당히
나아갈 것"이라면서 "노회찬의 간절한 꿈이었던 진보집권의 꿈은 이제 정의당의 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이 국회에서 남긴 말 그리고 꿈..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지난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됐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활동한 기간은 2004~2008년 17대, 2012~2013년 19대, 2016~2018년 20대까지 6년여에 불과
하지만 그가 국회에서 수립한 정책과 수행한 발언들은 반향이 컸다.
특히 그는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국회의원을 상대로 때로는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때로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17대에선 국보법 폐지에 앞장…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망. 냄새나는 시체를 치우는 일만 남아”
노 의원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활동했던 17대 국회의 본회의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로 언급했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를 추진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 내
이념 갈등이 심각했던 때다.
2004년 9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 의원은 “지난 시절 국가보안법이 지킨 것은 국가안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독재세력의 정권안보였다”며 “실로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바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망국적인 지역감정 조장, 그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나라의 안보는 우리 일하는 국민들이 지킨다.
그리고 이 나라의 안보는 우리 국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지킬 수 있다”며 “많은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이 정치가 계속
되는 한 이 나라의 안보 역시 위태롭다고 아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 기습 상정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제사법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었던 2004년 12월 8일 본회의에서 노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을 향해 “이미 역사의 심판대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국가보안법을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수명이 다한 당에 계신 분들, 이제 그만 역사의 뒷골목에서 배회하지 말라”면서 “국가보안법은 사망했다.
냄새나는 시체를 치우는 일만 남았다. 왜 시체를 붙들고, 시체 옆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며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쏘아
붙였다.
노 의원 특유의 풍자는 본회의에서도 빛을 발했다. 2004년 12월 8일 “노무현 정부와 정책이 좌파 편향적”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세를 펼치며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던 때 노 의원은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노 의원은 “이제 좌파 정당 이런 얘기 좀 하지 말라. 좌파 정당 지금 조용하게 가만히 있다”라며 “그런데 왜 좌파 아닌 사람들끼리 그런 애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짝퉁을 가지고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
그리고 짝퉁이면서 명품인 척하는 것도 사기죄”라며 “명품은 따로 지금 조용히 있다”라고 말해 회의장 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땐 촌철살인의 통렬한 비유 빛나… “박근혜식 국정을 중단해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2016년 말 노 의원은 국회 최전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맞섰다. 2016년 11월 11일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노 의원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상대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총리가 박 대통령의 하야, 거국내각 수립 등에 대해 “국정에 중단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답을 되풀이하자 노 의원은 “국정의 중단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박근혜식 국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2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도 마이동풍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현재 대통령의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최순실씨가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순실이가 제청해 가지고 결국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라며 “실질적 제청권을 행사한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최순실씨 밖에 없다.
총리도 행사 못한 권한이다”라고 황 총리를 몰아붙였다.
“대한민국에 실세 총리가 있었다면 최순실”이라는 노 의원의 말에 황 총리가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노 의원은 “속단이 아니라 뒤늦게 저도 깨달았다. 지단(遲斷)이다”라며 통렬한 비유로 맞받아쳤다.
마지막까지 경제적·사회적 격차 해소,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 실현 강조했던 노회찬
노 의원은 20대 국회의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수행한 세 번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적·사회적 격차 해소와
정치 개혁, 그리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본회의 연설인 지난 2월 6일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국회가 자영업자·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노 의원은 “바로 1년 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민혁명의 현장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손팻말은 ‘박근혜 퇴진’ 그리고 ‘이게 나라냐’ 두 가지”였다며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박근혜 퇴진’은
불가역의 현실로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 앞에 대한민국은 아직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국회가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것으로 자영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주었나?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상가 임대차보호법은 도대체 왜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인가?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에 대해서는 무슨 조치를 취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정치로부터 가능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저희 정의당은 7.2%의 국민 지지를 받았으나 국회 의석수는 전체의 2%밖에 차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는 거대정당들은 자신이 받은 지지보다 훨씬 많은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남한 내 전술핵 배치,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등이 언급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당시 노 의원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반대 결의안’을 국회가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예전과 같이 종북몰이나 색깔론, 핵을 운운하며 표를 계산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와 보수 진보 모두가 평화와 공존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위해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국회에 제안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은 5개월이 지나고
그가 떠난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문이 열렸지만 국회는 여전히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노 의원은 연설 말미에 “기원전, 즉 B.C 역사가 되풀이될 수 없듯이 Before Candle, 즉 촛불 이전(B.C) 시절도 반복
되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 정치가 스스로 개혁할 때 비로소 나라도 나라답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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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등원 노회찬 의원 비서실장인 김종철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 정의당
당직자들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인 영정을 들고 생전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영결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노 의원
영정이 고인이 머물렀던 의원회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슬픔마저 차별 없던 '마지막 등원'..함께 애도한 영결식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 나도 죽어서
서른 해만 서른 해만 더 / 함께 살아볼까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엄수된 2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노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동료의원과 각계 인사들, 시민 2000여명은 추모 영상에서 자작곡 ‘소연가’를 부르는 고인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노 원내대표의 고교 시절 서정주 시인의 수필에서 노랫말을 딴 후 직접 곡을 붙인 작품이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영결사에서 “제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하다가 이 자리에서 노회찬 의원님을 떠나보내는 영결사를 읽고 있는 것입니까.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입니다”라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의장은 “정치의 본질이 못 가진 자, 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며 “당신이 한국정치사에 남긴 발자취와 정신은 우리 국회와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길이 빛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심상정 의원이 조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27일 국회에서 열린 故 노회찬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량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고인의 오랜 동지인 심상정 의원도 이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심 의원은 “지금 제가 왜 대표님께 조사를 올려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싫습니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2011년 대한문 앞에서 함께 단식농성하며 약속했던 말, 함께 진보정치의 끝을 보자던 그 약속, 꼭 지켜낼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금속노동자 김호규 씨의 조사 낭독과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됐다.
노 원내대표의 장조카인 노선덕씨도 유족을 대표해 조사를 낭독했다.
이후 대법원장과 여야 대표, 동료 의원들 순으로 헌화와 분향이 진행됐다.
한시간쯤 진행된 영결식을 마친 유가족과 동료 의원들은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 고인의 사무실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 대표와 심 의원을 비롯해 김종대·추혜선·윤소하 의원 등은 의원회관 510호실에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도착하자
끝내 오열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했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헌화·분향한 뒤 자리로 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꿈이었으면.." 사무친 조사 속 노회찬 마지막 등원
노회찬 의원 국회장 엄수
심상정 “진보정치의 꿈 이뤄낼 것”
문희상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
3000여명 ‘눈물의 영결식’
전태일∙문익환∙김근태 등 묻힌
남양주 모란공원에 나란히 안치
고 노회찬 정의당 원대대표의 오랜 동지 심상정 의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첫 문장을 힘겹게 읊어나가자,영결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의 눈시울도 일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출근길 잠시 들른 듯 서류가방을 한 손에 들고 눈물을 떨군 직장인,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인의 영정에 고개 숙인
국회 청소노동자, 엄마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초등학생, 하얀 교복이 땀에 다 젖은 청소년. 찌는 듯한 폭염에도
3,000여명의 일반 조문객들을 포함해 동료 의원, 각계 인사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27일 오전 노 원내대표 영결식이 그가 몸담았던 국회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됐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항상 시대를 선구했고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다”며 “당신은 여기서 멈췄지만 추구하던 가치와 정신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 영결식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왼쪽)가 조사를 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전 대표.
오대근 기자
정치적 버팀목을 상실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의 조사는 더욱 사무쳤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회찬을 잃은 것은 그저 정치인 한 명을 잃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약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 가능성 하나를 상실했다”면서 “생의 마지막 순간, 그가 만들고 키워 온
정의당을 위해 그의 삶을 통째로 바쳤다”고 울먹였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 사이의 침묵은 이심전심이고 믿음이며 위로였기에 지금껏 그래 왔듯 그저 침묵으로 기도하면 될 줄 알았다”며 “저의 아둔함에 가슴을 칩니다.
칠흑 같은 고독 속에 수 없는 번민의 밤을 지새웠을 당신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당신이 끝끝내 지켜내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 저와 정의당 당원들이 기필코
이뤄낼 것”이라며 “당신을 잃은 오늘,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약속했다.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빈소 양쪽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에 상영됐다.
고인이 고등학생 시절, 서정주 시인의 수필 ‘석남꽃(매화)’을 읽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소연가’가 고인의 음성으로
흘러나오자 조문객들의 울음 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 서른 해만 서른 해만 더 함께 살아 볼거나.” 사랑하는 연인이 부활해 30년을 더 살게 됐다는 가사의 내용은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영결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노 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가 고인의 사무실에서 오열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영결식이 종료된 뒤, 유가족과 동료 의원들은 영정사진과 함께 고인의 손때가 묻은 의원회관과 정의당 중앙당사로
향했다. 국회 직원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회관 5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고인의 사진과 ‘호빵맨’을 닮은 캐리커처를 보고 또다시 오열했다. 고인의 영정이 당사를 빠져 나온 뒤에도 당직자들과 일반인들은 한참 동안을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었다.
고인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모란공원은 전태일ㆍ문익환ㆍ김근태ㆍ박종철 등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안치된 곳이다.
묘지 옆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보낸 기념품과 함께 시민들이 보내온 손편지가 놓였다. 안장식이 종료된 뒤에도
헌화를 든 일반 시민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mailto:virtu@hankookilbo.com)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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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정의당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이희훈
사람들의 옷이 땀으로 젖었다. 그들의 가슴은 눈물로 젖었다. 그들은 반주 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습기를 머금은 노랫말은 우렁차게 이어지지 못했다.
끅끅거리는 흐느낌과 뒤섞였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차마 부르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팔뚝만 흔드는 이도 있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결국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무너지는 이도 있었다.
노회찬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기고 앞서서 가버렸다.
27일 오후 4시께,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모인 1000여 명의 사람들은 노회찬을 따르기 위해 남은
산 자들이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떠나는 마지막 길은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
동지에게 바치는 <임을 위한 행진곡>
국회에서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의 영정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머물던 의원실과 정의당 당사를 방문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씨는 노회찬 의원의 명패를 어루만지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영정이 당사를 잠시 둘러볼 때,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렸다.
정의당 당원 가입 그리고 후원 문의가 쏟아졌다. 고 노회찬 의원이 가는 길을 위로하는 조종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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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묻힌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으로 요령잡이(상여가 나갈 때 요령을 들고 가는 사람)가 들어왔다. 그 뒤에는 삼베옷을 입은 이들이 큰 깃발들을 들고 따라왔다.
흰 깃발에는 검은 글씨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벗", "멋을 아는 따뜻한 달변가"와 같은 말들이 박혀 있었다.
"우리 모두가 노회찬이 되자", "우리 모두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 "당신의 큰 뜻을 이어받아 이루겠습니다"와 같은
다짐들도 눈에 띄었다. 화장을 마친 고인의 시신도 함께였다.
수많은 사람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권영길, 단병호 등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정미 당대표를 포함해 검은 양복을 입은 당직자들, 노란 국화를 든 자원봉사자들, 붉은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
생활한복을 입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줄지어 그 뒤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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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동생 노회건씨가 유골함을 안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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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부인 김지선씨가 절을 하며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이제 편히 쉬십시오"
나경채 공동장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앞서 세상을 떠난 이재영, 오재영, 박은지 등 진보정당의 인재들 이름을 나열한 뒤 "이 작은 정당이나마 지키려면, 이렇게 생을 갈아 넣어야 하는지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나 노회찬은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나아가라'고 이야기하셨지만, 아마도 노회찬 대표를 잃은 우리는
좌충우돌할 것이다. 회의할 것이다"라며 "노회찬이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당당히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하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다만, 따뜻한 복지국가 만들자던 노회찬의 꿈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간절함에 책임 한 조각씩 더 얹어서 함께 갔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는 "우리들의 영웅, 노회찬 대표님! 안녕히 가십시오!"라며 추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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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정의당
천호선 전 대표가 추모사를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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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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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백하건대, 솔직히 당신처럼 살 자신, 당신처럼 정치할 자신, 많은 사람이 갖고 있지 않다"라며 "그러나 그렇게 하려 한다. 그렇게 하겠다. 정의당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너무 고단한 여정이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인이 살아생전 지어 부르던 <소연가>가 흘러나왔다.
삼국유사 속 설화를 바탕으로 서정주 시인이 지은 시구에서 따와 가사를 만들고, 고인이 음을 붙인 노래이다.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라며 고인의 노래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서른 해만 더 함께 살아볼거나"에서 옆의 조문객은 "서른 해만 더 함께 살지, 왜..."라며 슬픔을 토해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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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 유가족들이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국회장 영결식을 치른 후 영정을 들고 살아 생전에 사용했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비행기에서 마주한 솟아나는 태양을 보면서 비로소 노회찬의 뜨거웠던 민중에 대한 사랑을 다시 느끼면서 이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주에 도착해 간단히 저녁을 먹고 혼자 불을 다 끄고 핸드폰을 통해 전해지는 추도식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
그의 구두 사진을 보았다. 그에게 우리들이 만들어 준, 그가 느꼈을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에게 얼마나 부담
이었을까?
이 아침 다시 그의 일생을 정리한 정의당 공식 영상을 보면서 또 울었다.
이제 그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실감이 난다.
그의 유언대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래, 살아남은 자들은 동지들과 어깨 걸고 전진을 하자.
그리하여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세상을 하루 빨리 만들자.
지난 7월 초순 충남 태안에서 열린 충남지역언론연합 연수의 초청 강연자로 내정이 되어 그의 명강의를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원내대표로 선출되어 의원단 연수와 겹치게 되어 '미안하다,
이해해 달라'는 말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김종대 국회의원이 최근 남북문졔 등에 더 전문가라며 대신 초청 강사로 보낸다고 하셨다.
오늘(7월 27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장에 반드시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마음으로라도 그를 추모하며 그와의 이별을 하려 한다.
이역만리 호주에서 나에게 맡겨진 취재를 열심히 하는 것이 그가 말한 대로 결코 멈출 수 없는 전진을 하는 것이리라. 내가 할 일은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대 잘가시라! 편히 영면하시라!
2018년 7월 2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영원한 동지이고 싶은충남지역언론 연합 회장 신문웅(태안신문 편집인) 올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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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추모객들이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추모하는 액자를 묘소 앞에 두고 있다.
2018.7.27
andphoto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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