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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저출산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한 기업에서 직장맘들이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한 기업에서 직장맘들이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출산드라’는 그만 찾으세요


인구절벽에 온 나라가 출산 구호…가임지도까지 경기 침체가 과연 저출산 탓만인지 따져볼까요

인구 문제는 21세기 한국의 ‘공인’된 공포 중 하나다.

 포털 사이트에 인구절벽을 검색하면 이를 언급한 언론보도가 지난 6년간 1만건이 넘는다.


공포스러운 미래는 대개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한국은 8년 후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인구(15~64세·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이미 줄고 있다.


 곧 내수는 얼어붙는다.

 사회보장제도로 부양해야 할 노인 규모가 커 국가재정도 악화한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경기는 침체하고 모두가 신음한다. | 관련기사 2·3면


그러나 두려울수록 따져봐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상수지만 나머지는 ‘변수’일 수도 있다.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구절벽이 일본식의 ‘잃어버린 세월’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견되곤 하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저출산·인구감소와 ‘잃어버린 세월’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65세 이상’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고령자로 보는 것은 적절할까. 한국이 다민족사회가 된다면 저출산이 정말

재앙일까.

온 국가가 ‘출산’을 외치고 있다.


 ‘출산력’이라는 단어가 적힌 공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정집에 붙어 있거나, 가임여성지도가 만들어지는 등 여성을

 출산기계 취급하는 장면이 종종 매스컴을 탄다.

 정책 목표가 태어난 아이의 행복할 권리가 아니라 ‘출산’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잠시라도 ‘출산’이라는 구호는 접어두자. 대신 주어진 인구 구조와 규모를 가지고 그럭저럭 잘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당신의 미래 상상에 영감을 줄 만한 역사적 사례, 연구, 통계 등을 모았다. 지금 절실한 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받아들이고 힘을 합해 잘 헤쳐나가기 위한 ‘건강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경기 침체, 과연 저출산·고령화 탓인가

소멸해가는 나라’ ‘출산파업·임신파업·결혼파업’ ‘자기중심 사회’….


2018년 한국 언론보도가 아니다. 2006년 독일의 유력 일간지와 시사주간지들이 앞다퉈 쓴 표현들이다.

 당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아이 안 낳는 나라 중 하나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차 대전 직후에도 독일에선 인구 문제가 걱정이었다.


■ 독일 타산지석 삼는 ‘인구감소 생각법’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왜 문제인지 당시 독일인에게 묻는다면 대체로 ‘민족’을 얘기했을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독일에서 공개적으로 ‘인구감소’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1911년부터다.

 1932년엔 인구통계학자인 프리드리히 부르크되르퍼가 <청소년 없는 민족>을 펴냈다.

민족 사멸에 대한 우려가 스며들던 시기였다.


이후 나치 치하에서 인구학은 우생학과 부적절하게 결합했다.

 나치는 “우월한 혈통”(아리아인)에 국한해 대대적인 출산장려책을 펼쳤다.

논문 ‘나치 독일의 가족과 인구정책’(유정희)에 따르면, 낙태를 한 여성은 실형에 처했고 수천명의 매춘부를 체포했다. 이어 ‘결혼 자금대여’ 정책을 시행했는데, 여성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가 결혼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대출원금은 자녀를 4명 낳으면 사라진다.


 다섯 번째 아이부터는 매달 자녀양육비를 줬고 나중엔 세 번째 아이로까지 확대했다. 여섯 번째 아이를 낳는 여성은

저명인사를 아이의 대부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출을 받은 부부들은 대개 아이 한 명을 낳고 현금으로 갚았다.


 “가치 있는” 집단으로 여긴 당 간부의 기혼자조차 평균 자녀 수가 1.1명이었다.

반면 나치는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손의 출산을 금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독일 민족 이외 민족의 출산을 막았다.

205개의 우생학 재판소를 설치해 5만6000건의 강제 불임시술을 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쳐 1950~1960년대

독일에서도 베이비붐이 일었다.


그러나 이내 출산율은 또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다시 저출산이 도마에 올랐다.


민족 소멸 우려 돈 주며 출산장려 이후 국가·미래 불안 내세웠지만 유럽서 가장 아이 안 낳는 나라돼 현재 독일,

인구정책 없지만 풍요 유럽 국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개인 삶 겨냥한 구체적 전략 없고 가족·노동·이민·재정 정책 간 유기적 결합이 성장 돕는다 인식


<모성애의 발명>의 저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2006년 당시 언론과 저명인사들이 주도했던 저출산 논란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논쟁을 바라보면 빠진 게 무엇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1세기 독일의 저출산 논의에서 “국가적 호소”나 “민주주의적 어조”는 적어도 “공식 공간”에서만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대신 ‘세대 간 합의의 파기’ ‘불안한 연금’ ‘사회복지 체계의 과중한 부담’ ‘경기침체’ 같은 표제어가 전형적인

 공포의 시나리오가 되었다”고 말한다.

즉 민족이나 국가적 사명 같은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은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다.









전상진 교수는 “무려 100년간 자신들이 없어질까봐 걱정을 했던 독일에서 교훈을 얻자”고 말한다.

지금 독일이 소멸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전 교수는 “인구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일컬어 ‘인구 종말론자’라고 한다”면서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거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 특정 세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정치적 노림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인구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독일의 인구학자 베른하르트 코펜 교수(코블렌츠대학)는 “인구축소(decline)에 적응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개별 시민을 직접 겨냥해 (그들의 삶에) 개입하려는 인구정책은 현재 독일에 없다”고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영국·프랑스·네덜란드·일본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해 비교연구한 2010년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명시적인 성장전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이들 유럽 국가는) 가족정책, 노동정책, 이민정책, 재정정책 간 유기적 결합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압축성장에 이어 ‘압축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 대응 자세도 압축적으로 배울 수는 없을까.


■ 경제는 진짜 망할까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의 가장 문제는 ‘경제’라고들 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인구(생산가능인구)가 곧 ‘노동자’이자 ‘소비자’인데 이들의 인구규모가 움츠러드니 만들어 팔 제품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하지만 상식은 때로 입증이 어렵다.


한 나라의 경제적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GDP다.

그동안 경제학계에선 GDP와 인구의 상관관계에 대해 오랜 논쟁을 해왔다.

‘인구감소=GDP 하락’ 논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로 꼽히는 요시카와 히로시 릿쇼대 교수는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라는 책에서 150년간의 일본 인구추이와 실질 GDP 통계를 제시했다. 일본의 실질 GDP는 1950년 즈음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그러나 인구는 거의 그 자리를 맴도는 수준으로 천천히 증가했다.


요시카와 교수는 “경제성장과 인구는 거의 관계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요시카와 교수가 노동력 인구 대신 주목하는 것은 ‘노동생산성’이다.

그는 “노동력 인구가 변함없더라도 (혹은 조금 감소하더라도) 한 명의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생산물이 증가하면(즉

노동생산성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고 말한다.


노동생산성은 주로 기술이 진보할 때 큰 폭으로 뛴다. 일본이 고도성장을 이루기 직전 일본 취업자의 절반 남짓이 농업·임업·수산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했다.

만약 1차 산업 위주로만 국가경제가 돌아간다면 노동력 규모가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도’ 성장은 어렵다.


핵심은 공업화였다. 일본에서 ‘신기 3종’이라 불린 흑백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는 초창기엔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기 어려웠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가격이 떨어졌다.

 노동자 1인당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물이 증가(노동생산성이 상승)한 것이다.


제품이 잘 팔리니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랐다.

 고도성장기 일본 ‘노동력 인구’의 증가율은 연평균 1.3%였고 이후 1차오일쇼크부터 버블이 끝날 때까지(1975~1990년)는 1.2%였다.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서 인구절벽 가설을 반박했다. 그는 일본의 1960~2015년의 토지·주식시장을 분석하면서 “‘인구절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1990년 이후 일본의 긴

불황이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부진’ 때문에 나타났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구가 아니라 자산시장의 거품 그리고 정책의 연이은 실패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평론가인 이원재 랩2050 대표도 일본의 요시카와 교수처럼 노동력 규모보다 노동생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21세기의 급격한 기술진보 흐름을 들여다보면 기술이 기존의 인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입 노동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따라서 GDP가 인구 때문에 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앞으로 인간이 책임져야 할 노동으로는 돌봄과 관리노동 등이 남을 텐데 이런 노동은 시니어들도 잘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의 인구)를 15~64세로 계속 묶어두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다.


노동력 규모보다 노동생산성 중요 로봇 등 기술진보가 생산성 뒷받침 일본 150년간의 성장·침체기 통해 ‘인구감소 = GDP 하락’ 논리 깨져 미래 공포 내세워 출산 강요하는 ‘인구지상주의’는 도움 안돼 ‘저인구 시대’ 대응 복잡하지 않아 보편 복지·노동 정책 재설계를오히려 문제는 분배와 복지다.


 예를 들어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그동안 8시간이 걸렸다가 기계화에 따라 4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면 기업들이 일자리 총량을 줄여버릴 수 있다. 그럴 경우 노동자들은 타격을 입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수량적 노동인구가 생산력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성과를 배분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분배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 위원장은 “1차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분배가 필요하고, 2차적으로는 중심부의 노동자들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사회수당 등의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쉽게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까. 오 위원장은 “미래엔 경제를 위해서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에 어느 정도 의존하려면 대다수 인구에 소비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재 대표 역시 “지금처럼 65세를 기준으로 잘라 그 이전까지는 복지가 거의 없다가 65세부터 연금수령이 시작되니 ‘등산이나 다니라’고 권유하는 식의 정책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구구조에선 보편적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이주민에 빗장 건 한국…앞으로도?

기술이 진보해도 ‘노동력 인구’의 문제가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 비중이 커지면 강도 높은 체력이 요구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3D 업종의 인력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 노인이 많아질수록 간병인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대안이 이민자 유입의 확대다.


경제적 이유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주로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령화 속도를 늦춰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였던 호주, 캐나다, 미국, 독일, 스페인에선 그렇지 않았던 일본에 비해 고령화가 완만하게 진행됐다.


특히 독일은 1990년대엔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심각했으나, 이후 20여년간 이민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인 이후 고령화

속도를 늦췄다.

 1990년 독일의 이주민 비중은 전체 인구의 7.51%였는데, 2015년에는 14.8%에 이르렀다.


스페인도 일본보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 대비 고령자 인구수) 규모가 컸다. 하

지만 25년간 이주민 비중이 6배 늘었고, 2015년 노년부양비는 일본보다 낮은 28명이다(한국은행 2017년 보고서).

대규모 이주민 유입이 이들 국가의 노인 부양 ‘부담’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주민에게 폐쇄적인 국가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정주민’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영주권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이들은 이른바 고급인력들뿐이다.



◆이민자에 적대적이던 일본, 초고령사회 이후 “일본어 못해도 오라”

터키 출신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해체공사 전문가 카르타르 바틴은 일본어를 능숙히 구사한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박철현 제공



터키 출신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해체공사 전문가 카르타르 바틴은 일본어를 능숙히 구사한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박철현 제공          





1980년대 민족 강조했지만 인구 줄며 폐쇄주의 사라져 “신속한 이민 시스템 구축” 아베 총리 2016년 선언 이민자

 더 많이 받아들인 호주·캐나다·미국·독일 등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 더뎌

애초 외국인 노동자를 받을 때부터 한국은 이들의 정주화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했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3년간 특정사업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업장 변경은 사업주의 폭행, 상습폭언, 임금체불 등을 정부가 인정한 경우에만 3회 가능하다. 그러나 입증이 쉽지 않아 합법적 이동이 어렵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은 현재의 노르웨이·스웨덴처럼 외국계 인구가 총인구의

 17~18%를 구성하는 이민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자가 많은 나라’가 멀게 느껴진다면 초고령사회 ‘선배’ 국가인 일본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국가였다. 1980년대엔 근면, 성실 등 일본 민족 특성 때문에 경제대국이 됐다는 내용의 ‘니혼진론’이

유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폐쇄주의는 사라졌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이후엔 이주민에 개방적인 나라가 되려 힘쓰고 있다.


일본이 이민정책 변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시점은 2016년 즈음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는 그해에 “세상에서 가장 신속한 이민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요즘 일본은 ‘일본어 못해도 일하러 오라’고 손짓한다.


전문·기술직을 우대했던 그동안과는 달리 단순노동분야에서도 취업문을 활짝 열기로 했는데, 일본은 이들에게 “300

시간 학습하면 도달할 수준”의 쉬운 일본어 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다.

건설, 농업 분야에선 기준을 더 낮췄다.

 일본어로 “제초제를 갖고 와 달라”는 말을 듣고 알아맞히는 사진을 고를 수 있으면 된다.


그 결과 일본 사회의 풍경은 꽤 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칼럼니스트 박철현씨는 “산업폐기물과 일반쓰레기 처리업에서 일본인을 본 적은 거의 없고 공사장 인부, 빌딩 관리도 점점 외국인이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외국인과 타 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회는 융성하고 폐쇄적인 사회는 쇠락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민자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펴낸 ‘다문화 사회 정착과 이민정책’의 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다문화·다인종 국가일수록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식기반산업, 첨단산업을 일궈가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을 기존의 연구들을 근거로 주장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 가운데 절반은 이민자가 창업했다고 한다.

당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이주민 정책은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얘기다.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감소는 분명 ‘충격’에 가까운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적응만 잘한다면 재앙은 아니다. 대응책을 생각해보는 것도 실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무작정 공포스러운 미래를 그린 후 ‘출산’을 강조하는 지금의 인구 지상주의식 공론화는 다양한 상상을 위축시킨다.

 인구가 감소해도 꽤 괜찮은 미래, 어쩌면 지금 우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논의하느냐에 달렸다.




◆시대 따라 구호 달라진 대한민국 인구 캠페인









출산율에 따라 국가의 인구 캠페인 기조는 급격히 바뀌었다. 1970년대에는 ‘두 자녀’(위 사진 첫번째), 80년대에는

‘한 자녀’(두번째)를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출산율 제고가 관건이었다.


한 백화점이 개최한 출산장려 캠페인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한반도 지도 모양 조형물 위에 올랐다(세번째). 2015년

 한국생산성본부가 출산장려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한 포스터는 ‘외동이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아래 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27일 서울 종로구 탑공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News1






2017년 세계 싱크탱크들이 확실하게 예측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세계가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발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정점을 지나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백인 노동자들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행하여 초국가연합인 EU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

하였고, 미국제일주의, 고립주의, 보호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를 무너

뜨리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불공정 무역국가로 공격해 G2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은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되고 있다

표준화된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화시대에는 미국이 국제정치, 국제금융, 국제무역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진행되고 ICT 혁명이 기술적으로 가세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 ‘노동자 없는 공장’ ‘거대금융자본의 지배’ 현상을 낳아 20대 80의 사회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1%대 99%의 초양극화 사회로 심화되었다. 양극화는 경제적 불평등에서 시작되었으나 페미니즘, 교육, 환경보전, 홈리스, 노령빈곤, 평화, 반핵운동 등 비경제적 범주에서도 격차, 배제, 차별이 일어나 보편적 사회현상이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중산층의 분노가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더하여 터키의 에르도안,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같은 스트롱맨이 비자유주의적(illiberal) 민족주의에 편승하여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는 초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러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에서는 초위험사회(super-risk society)가 도래하였다.

세계화 시대에 국민국가는 더 이상 위험을 해결할 자원, 능력,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초위험사회 신드롬으로 먼저, 재난사회를 들 수 있다.


 세월호, 메르스, 지진, 조류독감 등 재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대응은 관료사회의 무능과 정·관·재 ‘철의 3각 부패

동맹’으로 재앙수준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재난 시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접었다가, 촛불을 들고 재난 극복에 무능한 정권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세워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둘째, ICT의 심화와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술이 더욱 노동절약적이게 되었고, 세계화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고용불안사회가 되었다.


고용 문제는 청년층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교육, 주택, 육아 문제와 중첩되면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고,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저출산은 한국의 청년들이 초위험사회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셋째, 초고령화사회는 저출산사회와 맞물리면서 초위험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초고령화, 인생 140세 시대, 초건강사회가 저출산사회와 만나면서 재앙적 수준의 초위험사회가 되고 있다.


먼저 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힘에 부치는 부담을 해야 하는 ‘목말사회’가 현실화되고 있고, 생산연령인구 비중의 하락으로 경제성장이 낮아지는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와 같은 위험사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에 한국의 생존전략은, 첫째, 복지사회를 앞당겨서 초위험사회에 대비하는 ‘보험’ 역할을 담당
하게 해야 한다.
 의료, 교육, 출산, 노령, 일자리 분야에서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다수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소득을
이전하여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가전과 같은 주력산업과 한류산업, 의료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투입하여 혁신함으로써 생산성과 고용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두뇌유출 국가에서 두뇌유입 국가로의 전환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지능정보화사회를 앞당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북·미 대화는 북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는 희망의 창이다.
 북한 리스크를 줄이고 8000만 한반도경제권을 형성하면 초강력 경쟁자인 중국, 미국, 일본뿐만이 아니라 빠르게
추격해오는 신흥국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고, 저출산노령사회로 인한 노동력 수급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저자 이수희씨와 남편 이용원씨가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나란히 앉았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저자 이수희씨와 남편 이용원씨가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나란히 앉았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얼른 낳아야지” “노년 어쩌려고” 압박에 ‘무자녀 부부’ 많지만, 말할 수 없는 현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펴낸 이수희씨 부부


 “너도 얼른 낳아야지” “노년에 어쩌려고 그래. 그쪽으로 유명한 병원 소개해줄까?”

 한국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합계출산율)가 지난해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집계됐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적지 않지만, 이들의 삶은 쉽지 않다.


부모·시부모의 걱정과 비난, 이미 아이를 가진 또래 친구들과 직장상사, 동네 이웃의 오지랖…. 왜 결혼의 ‘다음 관문’

으로 가지 않느냐는 독촉이 끊임없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수희씨(41)는 4~5년 전 그런 말들에 갇혀 있었다.

33세에 결혼한 그는 2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난임병원에 다녔지만 2달간 하혈을 하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그때 이씨 부부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몇 달간의 상의 끝에 아이 없이 살기로 결론을 내렸다. 




■소수자 아닌 소수자 

 이씨는 지난 4월 자신의 이야기,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중쇄를 찍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의 ‘조용한 흥행’은 수적으로는 소수가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관념상 ‘극소수’로 취급받는 무자녀 부부의 현실을 닮았다.


이들은 우리 곁에 무수히 존재하지만 마음놓고 자신들을 드러낼 수가 없다.

 책소개 게시물에 어떤 독자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책의 제목 만으로 위로를 얻습니다.’ 

 이씨는 공식적으로 ‘무자녀 부부’가 된 후 외로움에 시달렸다.


 난임병원에 다니는 도중 건강악화로 회사를 그만뒀고, 재취업을 하려 했지만 30대 후반의 유부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또래 모임에선 온통 아이 얘기 뿐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지내?” 어렵게 고민거리를 말했는데 이런 답이 돌아왔다.


 “넌 참 팔자 좋다.” 이씨와 같이 아이를 낳지 않은 많은 여성들은 ‘인사’로 주고받는 “아이가 몇살이에요?”나 “그럴거면 결혼 왜 했니”와 같은 말들에 아파하다가 사람을 멀리하게 된다.

 “인간관계가 끊어지다보니 몇날 며칠 나 혼자 말을 안 할 때가 있는 거예요.

어느 날 이웃이 인사를 했는데 제가 더듬더듬 대답을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는 게 힘들다 싶을 정도로.”

이씨를 일으켜세운 건 남편이었다. “너와 비슷한 친구를 찾아보면 어때?” 남편 이용원씨(45)는 “아내가 원래부터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무척 외로워하고 있구나”라는 걸, 굳이 아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씨는 남편의 말에 지역주민 카페에 자신의 이야기를 간략히 올렸다.

 간절하게 수다를 떨고 싶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댓글 수십개가 금세 달렸다. 모임 첫날, 밤이 늦도록 얘기를 나눴다.


“나도 같은 처지”라며 울먹이는 이들의 연락이 이후에도 이어졌다. 3년이 흘러 지금은 그 모임의 구성원이 약 350명에 이른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에 담긴 이수희씨와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 ‘소수자’를 넘어 ‘비정상’으로까지 치부되는 한국 현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이런 한국사회의 여성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사실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씨는 책을 통해 이 사회에 담담히 말한다.

 ‘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아이가 없을 뿐이에요.’ 


이수희,  이용원씨 부부가  경기 고양시 자택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수희씨는 주로 밤에 글을 썼다. 아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때면 남편도 작업실에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강윤중 기자yaja@kyunghyang.com


이수희, 이용원씨 부부가 경기 고양시 자택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수희씨는 주로 밤에 글을 썼다. 아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때면 남편도 작업실에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강윤중 기자yaja@kyunghyang.com




 ■아이 없이도 평범한 부부 


‘아이가 없는 부부’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나면 이씨 부부는 특별할 것이 없다

. 결혼 직전, 남편의 잦은 야근 때문에 이씨 혼자 살림살이를 보러 다녔다.

이건 “10년짜리” 부부싸움거리다.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청소,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가지고도 자주 다퉜다.

 하지만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면서 두 사람은 서로 ‘합’을 맞춰나갈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말이 많은’ 부부다.

하루에 아무리 바빠도 30분은 대화를 한다고 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정도 “오늘은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가

내일은 또 저렇게 결론짓기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대화가 많다고 해서 ‘우리 너무 행복해’라며 호들갑을 떠는 부부도 아니다.


정보기술(IT) 계열에서 일하는 남편은 때로 컴퓨터를 만지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다.

노래 한 곡에 꽂혀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이씨는 남편을 그냥 내버려 둔다. 

 “너무 밀착하는 것도, 너무 거리를 두는 것도 좀 그렇죠. 완급조절을 하는 걸 배워 나가고 있어요. 2인 가구는 둘의

관계에 대한 노력이 꼭 필요해요.”(이수희) 


 ‘실리’를 중시하는 이씨는 재취업이 안되자 초조해서 바리스타, 관광통역사, 상담사 같은 돈 될 만한 자격증을 따는 데 집중했다. “놀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남편이 또 무심코 한마디를 했다.

 “의미 없는 일을 좀 해봐.” 지금 이씨는 남편 말대로 진짜로 ‘놀아보고’ 있다.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아이의 탄생과 첫 걸음마 등을 보며 ‘난생처음’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 없는 부부의 삶을 두고는 신혼 시절을 떠올리며 ‘알 것 같다’고 쉽게 말해 버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의 걸음걸음, 둘이서 늙어가는 경험은 ‘유자녀 부부’는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다. 

 요즘 이씨의 가장 큰 고민은 노후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걱정해주었던 것도 노년의 삶이었다.


무자녀 부부는 스스로의 장례비용까지 마련해놓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또 정반대의 방향에서 ‘노후’라는 주제에 접근 중이다.

이씨는 노후자금을 걱정하지만, 남편은 “노후자금이 다 마련된다고 해도, 노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 “그때 하고 싶은 걸 생각하는 거야말로 진짜 노후준비”라는 게 남편 주장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고통의 시간이 없었다면 사실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겠죠.

지금은 아무 일 없는 일상도 감사하고 행복해요.”(이수희) 

 남편의 대답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일 때문에 힘겨울 때가 많다보니 일상이 당연하지가 않죠.

아내와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저는 아내랑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거든요.” 이씨는 남편 이용원씨의 대답에 생략된 표현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 부부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결혼을 한다.


 이씨 부부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솔직히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불안정한 미래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지금은 서로 애틋하게 손을 맞잡고 있으며, “한쪽이 놓아버리는 일 없게”(남편)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출산·고령화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면 그것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 각자의 숙고가 쌓여 만들어진 일종의 ‘합의’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지하고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임신과 출산을 하면 모두의 축하와 응원을 받잖아요. 내가 아이 낳은 사람들을 응원했던 것처럼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저도 응원과 존중, 지지를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