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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포스트 코로나' 3가지가 바뀐다



게티이미지뱅크







실험에 쓰인 리스테리아균


실험에 쓰인 리스테리아균

전자현미경 이미지를 컴퓨터로 재구성한 리스테리아균 집단의 입체 영상.


[UTSW 제공]


         






./사진=이미지투데이



연합뉴스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포스트 코로나' 3가지가 바뀐다




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중국과 한국에 이어 유럽과 미국도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니19가 가라앉아도 우리가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이전처럼은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슬프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코로나 발생 이전과 같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앤드류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지난 8일 "우리가 일반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나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똑똑하다면, 대신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욕=AP/뉴시스]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 주지사(왼쪽)가 30일(현지시간) 1000개의 병상을 갖춘 해군 병원선 USNS컴퍼트 호가 입항한 뉴욕 항구에서 코로나 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03.31


[뉴욕=AP/뉴시스]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 주지사(왼쪽)가 30일(현지시간)

 1000개의 병상을 갖춘 해군 병원선 USNS컴퍼트 호가 입항한 뉴욕 항구에서

코로나 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03.31          





정세균 총리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 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경제활동을 영위하면서도, 코로나 전파위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생활방역을 해야한다"며 "생활방역 체제는 코로나19 이전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쓴 이스라엘의 미래학자이자 역사가 유발 하라리 역시 비슷한 예상을 했다.

하라리는 프랑스 잡지 '르 포원',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의 위기는 우리 시대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이 나고, 새로운 규칙은 아직 쓰여 가고 있다"며 "앞으로 한두 달 동안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는 실제 조건에서 대규모 사회실험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몇십 년의 세계의 형태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1. 온라인 강의의 일상화
         
하라리는 앞으로 전세계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강의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교수인데, 이 대학에서는 큰 교실 강의 대신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강의를 하는 것에

대해 몇년 전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커서 실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발 하라리 /사진=AFP



유발 하라리 /사진=AFP        


  


이어 "그런데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 확산 대응 차원에서 모든 캠퍼스를 폐쇄하자 대학은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미 나는 이 방법으로 3개의 강의를 했고 다 잘 됐다"며 "나는 위기가 지난 후라도 대학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고 있다. 오는 16일엔 2차 온라인 개학이 이뤄져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를 뺀 초중고생 약 400만명이 한꺼번에 원격수업을 듣게 된다.

당분간 전세계도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개학했다가 감염자가 속출하게 된 싱가포르의 사례가 있어서다.


싱가포르는 지난 12일 기준 확진자가 2299명(사망자 8명)으로 전날보다 191명 증가하는 등 사흘 연속 하루에

200~3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

진자가 적어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싱가포르에 갑자기 확진자가 쏟아지게 된건 개학 때문이다.


옹예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며 지난달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했다.

하지만 개학 이틀 후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같은 온라인 강의의 확산은 국내 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 해외 유명대학의 명강의를 집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 재난지원금 뿌리는 세계 각국…최저소득 보장 실험
         
하라리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기본소득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보장'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이런 생각이 소박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이를 실험하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현재 미국의 극단적인 보수 행정기관들조차 위기 내내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0.04.1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



2020.04.1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          



이미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1회성 또는 지속적인 보편적 기본소득 성격의 지원금 지급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부 장관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스페인에서 계획한 기본소득은 취약 계층을 위해 월 440유로(약 52만 원)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스페인은 최저임금이 월 950유로(약 127만원)이다.

미국에서는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코로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일정 소득 이상을 제외한 미국인에게 1인당

1200달러(약 145만원)의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2일 부활절 서한을 통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황은 서한에서 "존엄을 부여할 보편적 기본소득을 고려할 적기"라고 지적했다.


         
3. 뛰어난 유럽, 미국은 없다… 사대주의 해체
         
그동안 한국에는 서양우월주의(사대주의)가 만연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의 뛰어난 점을 서양에 알리고 이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모습이 우습다며 이를 풍자하는 흐름도 있었다.

외국 유명 인사들에게 '두유노'(Do you know) 김치, 싸이 등을 연발하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사대주의를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명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 '윤식당'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도 서양인들에게 우수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려 안달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미국과 유럽을 휩쓸면서 아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서양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했다. '글로벌 리더 미국' '선진국 유럽'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사재기가 없던 한국과 달리 서양 전반에선 두루마리 휴지 사재기가 발생했다.

5G망이 감염을 확산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영국의 한 5G 기지국에 불이 나기도 했다.

 코로나가 5G 이동통신 전파를 타고 퍼진다는 말이 돌자 현지 주민들이 불을 지른 것이다.






2020.04.12 영국 런던/사진=afp



2020.04.12 영국 런던


/사진=afp          







프랑스에선 한국의 감염자 동선 공개 등 모바일 정보를 이용 방역을 비판하며 '한국은 감시·밀고국가'란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곧 또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프랑스에선 걷잡을 수 없이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서양우월주의가 쇠퇴하고 미국·유럽이 주도해온 국제질서도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은 동아일보 기고글에서 "'서양 우월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변질된 개인주의에 갇힌 서양과 대조됐다"는 것이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 부메랑 맞은 '인간'..."근본적인 환경문제 개선돼야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를 그저 자연재해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시작됐으며, 인간이 일으킨 환경 오염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병

14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박쥐에서 중간 매개체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에서는 약재나 보양식 등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수산시장에서는 지금도 천산갑

 불법 판매나 밀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중국 산토우(Shantou University)와 홍콩대(The University of Hong Kong) 합동

바이러스연구팀이 국제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얻은 천산갑의 폐, 장, 혈액을  메타게놈 유전체 및 RNA 유전자 분석한 결과가 담긴 논문이 실렸다. 해당 논문을 보면 천산갑에서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85.5%~92.4% 정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팀이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사람에게 전파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 수용체 결합부위(RBD)를 분석한 결과,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 유사성이 97.4%에 달했다"면서 “특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으로 알려진 아미노산 5개가 동일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기초과학연구원은 “숙주세포에 달라붙고 침투하는 바이러스 주요부위 아미노산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천산갑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왔을 것이라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번지는 질병을 인수공통점염병이라고 한다.

메르스(MERS)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사스(SARA)는 박쥐에서 사향고향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됐다.


에볼라, 신종플루, 광견병, 페스트, 광우병 등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전염병 여럿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에서 비롯된 셈이다.


◇가까워진 야생과 인간

인간 사회와 야생동물 서식처 사이에 존재했던 거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면서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

지고 있다.


개발에 나선 인간들은 야생동물 서식지에도 거침없이 발을 디뎠고, 개발 과정에서 인간이 일으킨 기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80년 동안 유행한 전염병의 70%가량은 야상동물로부터 발생했다.

대규모 감염병 발생주기는 기후변화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2년 사스, 2009년 돼지독감,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2015년 지카, 2020년 코로나19 등 2000년대 들어서

 발생한 세계적 감염병은 여섯 종에 달한다.

조류독감은 1997년 이후 거듭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벌목을 하는 등 개발에 나서며 야생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줄거나 사라졌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인간이 벌목을 하는 등 개발에 나서며 야생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줄거나 사라졌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동물과 사람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벌목, 채굴, 댐 건설 등 각종 개발 사업과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동물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거나 사라졌다는 시각이다. 

녹색연합은 기후변화가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의 생존과 서식지 등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강수량이 줄어들면 쥐들이 사람 주변으로 이동하면서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고, 더러운 물이 고여 있어 모기가 알을 낳을 곳도 증가한다. 반대로 강수량이 많아지면 곤충의 생존력이 증가하고 홍수로 인해 인간의 신체나 인간이 섭취는 물이나 음식 등이 쥐와 같은 설치류의 배설물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이미 발생한 인수공통감염증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어떻게 봉쇄할지,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 백신을 얼마나 빨리 개발할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코로나19 재난과 기후위기의 연결점을 놓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녹색연합은 “코로나위기는 기후위기의 예고일지도 모른다”면서 “기후위기의 판데믹이 닥친다면, 마스크 부족정도가

 아니라 식량부족과 물부족이라는 훨씬 더 심각한 재난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의 대응과 극복이 또 다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정책과 재정투입으로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망률, 공기 더러운 곳에서 높아

야생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한 인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전염되면서 생긴 피해는 인간의 손에 의해 커졌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킨다며 푸른 하늘을 더럽힌 대가를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방식으로 치르게 됐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통계학과 연구진이 이달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 늘어날 때마다 코로나19 사망률은 15%가 늘어났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미국에 있는 약 3000개 카운티(County) 데이터를 수집해 미세먼지 노출과 코로나19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가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사망률이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2003년 사스

(SARS)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대기 오염에 오래 노출될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심각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면서

 “초미세먼지에 조금만 더 오래 노출돼도 코로나19 사망률은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나온 결과도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달 말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 Pollution)’에 실린 논문에서 시에나 대학교(University of Siena)와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 연구진은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만성적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며, 감염되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어 “장기간에 걸친 오염된 대기 환경 노출은 어리거나 건강한 사람들도 만성적 염증 자극

(chronic inflammatory stimulus)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Lombardy), 볼로냐를 품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2%에 달한다.


 4.5% 수준인 나머지 이탈리아 지역의 사망률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두 지역은 유럽 내에서 오염이 심각한 곳에 포함되는 곳이기도 하다.

언뜻 생각하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하나의 자연재해로 보인다. 그 속내를 들춰보면 개발과 발전을 내걸고 자연과

 환경은 뒤로 제쳐뒀던 인간들이 뒤늦게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기가 던진 부메랑에 자기가 맞은 꼴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수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은 “근본적 문제는 환경을 대하는 태도”라면서 “자본의 입장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용 운영위원은 이어 “환경보호, 생태계 보호가 심정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우리의 삶, 미물과

나의 삶이 떨어진 것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좋지 않은 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의 정신건강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미지 캡션 좋지 않은 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의 정신건강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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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질병의 두려움이 인간 심리 변화에 미치는 영향





대부분 언론사는 지난 몇 주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장 중요한 기사로 다뤘다.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은 최신 사망자 수를 연일 보도했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역시 코로나19 통계와 관련 조언으로

 가득 찼다.

이런 정보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우리 정신건강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불안 역시 심화된다.


그러나 끊임없는 위협감은 심리에 또 다른 영향을 남긴다.

병에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순응주의자’나 ‘인종주의자’가 되게 한다.

 ‘이민자’ 또는 ‘성 평등’ 같은 주제에 있어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마저도 흔들린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은 이런 현상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련된 과학적 예측들이 맞는다면, 코로나19는 훨씬 더 깊은 사회적, 심리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행동 면역 체계

대부분의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대한 반응은 선사시대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이 탄생하기 전, 감염병은 생존에 있어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다.






전염병은 수백만 년 동안 인류를 진화하게 했으며 심리학과 생리학을 바꿔왔다

                     

이미지 캡션 전염병은 수백만 년 동안 인류를 진화하게 했으며 심리학과

 생리학을 바꿔왔다  



Image copyright spfoto   




              

질병에 걸리면 우리 몸은 생리적 에너지를 활발하게 소비한다.

예를 들어, 몸에 열이 나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신체 에너지 소비량이 13%가 증가한다.

 음식이 부족했던 선사시대에는 이런 에너지 소비 증가가 각자의 몸에 심각한 부담이었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마크 샬러는 “병에 걸려 면역체계가 작동하면 그 대가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샬러는 “면역체계가 의료보험과 비슷하다”면서 “있어서 좋긴 하지만 실제로 작동해야 할 땐 골치 아프다”고 말한다. 

 

따라서 과거엔 애당초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게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이런 이유로 인류는 무의식적 심리 반응을 발전시켜왔다.

샬러는 위협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을 ‘행동 면역 체계’라고 정의했다.

행동 면역 체계는 잠재적 병원체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혐오 반응’은 명백한 행동 면역 체계의 요소 중 하나다.

우리가 나쁜 냄새가 나거나 더러워 보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잠재적인 감염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본능적 반응이라는 뜻이다. 이


미 상한 음식을 먹었다면 몸은 구토하도록 유도한다. 몸에 병균이 자리 잡기 전에 이를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물질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 덕분에 병에 걸릴 위험이나 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도록 진화해 온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행동 면역 체계는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지속해서 수정돼 왔다.

 그 결과, 일종의 본능적인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레네 아로는 “행동 면역 체계는 ‘미안함보다는 안전함이 낫다’는 논리하에 작동한다”고

 말한다.

이는 행동 면역 체계에 기인한 반응 중에서 잘못된 경우가 많으며 관련 없는 정보들에 잘못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위협과 상관없는 주제를 듣고 나서 도덕적 의사 결정이나 정치적 의견을 바꾸는 식이다.


순응하기 또는 떠나기

 


혐오 반응은 상한 음식이나 음료처럼 우리를 아프게 할 것으로 보이는 음식들을 피하도록 진화해 왔다


이미지 캡션 혐오 반응은 상한 음식이나 음료처럼 우리를 아프게 할 것으로 보이는

음식들을 피하도록 진화해 왔다                



Image copyright AntonioGuillem                            






이제 문화적 규범에 대한 일반적 태도와 이를 깨뜨리는 사람을 살펴보자.

다양한 실험 결과, 사람들은 질병의 위협을 느낄 때 더 순종적이고 관습을 존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샬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전에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해 병에 감염될 수 있는 위협을 느끼도록 한 다음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한 실험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대학 채점 방식을 변경하는 제안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찬성 또는 반대라고 표시된 통에 동전을 넣어 투표할 수 있었다.

 질병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질수록 참가자들은 동전이 더 많이 들어가 있는 통에 투표했다.

 자신의 고유한 의견보다는 무리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한편, 참가자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물었을 때, 그들은 예술적이거나 창의적인 사람들보다는 전통적이거나 평범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도사릴 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상대적으로 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참가자들은 감염 위험을 느낄 때 설문지에서 ‘사회 규범을 어기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홍콩 대학의 연구진 역시 전염병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사람들을 더 순종적으로 이끈다는 실험 결과를 밝혔다.

도덕적 경계

왜 행동 면역 체계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까?

샬러는 많은 암묵적 사회 규칙들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 역사상, 규범과 의식들이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면서 “규범을 준수하는 사람들은 보건 의료 혜택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전염병이 발발하면 관습에 따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팬데믹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순응적으로 바뀐다



이미지 캡션 팬데믹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순응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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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염병 발발 상황에서 도덕적인 경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 역시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감염이라는 두려움을 느낄 때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혹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질병과 관련된 미세하고 미묘한 생각조차 우리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한 연구는 사람들에게 손 소독제 옆에 서도록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보다 보수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같은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손 씻기를 생각하도록 하면 ‘자유분방한 성적 행동’을 더 쉽게 비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곰 인형을 들고 자위하는 여성이나, 할머니의 침대에서 성관계하는 부부에 관대하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

질병의 위협은 사회 집단을 가혹한 기준으로 판단하게 하는 것 외에도 낯선 사람 즉, 외부인에 대한 불신도 더 키운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나쓰미 사와다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감염에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추가적인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같은 상황에서 매력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더 가혹했다.

 이는 아마도 사람들이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을 몸이 아플 수 있다는 신호로 잘못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강화된 불신과 의심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특정 반응을 형성케 할 것이다.


 샬러에 의하면 이 반응은 불순응에 기인한 두려움에 의해 생겨난다.

 과거에는 내가 속한 집단 밖 사람들은 특정 규범을 준수할 가능성이 적었다.

이로써 사람들은 외부인이 무의식적으로나 고의적으로 질병을 퍼트릴까 봐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는 편견과 외국인 혐오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 보고가 급증했다



이미지 캡션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 보고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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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가한 아로에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이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게 행동 면역 체계가 보여주는 ‘미안함보다는 안전함이 낫다’ 논리의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진화론적인 사고방식이 현대 다문화주의와 인종 다양성을 만나면서 전염병과 무관한 신호를 보고 잘못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대처하기

행동 면역 체계의 영향은 개인마다 다르다. 아로에는 “일부 사람들은 행동 면역 체계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해 많은

일을 잠재적인 위험으로 인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이미 평범한 사람보다 사회적 규범을 더 존중하고 외부인을 더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 질병 위험이 증가할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확실하고 분명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행동 면역 체계 이론은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토

론토 대학의 요엘 인바는 “행동 면역 체계가 사회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견해를

 바꾼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4년 에볼라 팬데믹 때 사회적 변화가 나타났다는 몇 가지 증거들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국제 뉴스에 집착했고,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암묵적 태도 역시 약간 안 좋아졌다.

 그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사람들이 질병 위협에 따라 태도 변화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대선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면역 행동 체계가 후보자들이나 특정 정당 지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샬러는 행동 면역 체계가 작은 역할을 수행하리라 추측한다.


비록 행동 면역 체계가 국가적 차원의 선거에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개개인이 의견을 펼치거나 누군가의 행동을 판단할 때, 또는 다른 정당의 정책을 평가할 때, 사람들이 실제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은 고대에서부터 형성된 행동 면역 체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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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성인남녀 3903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 조사한
결과,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코로나19, 인간에 대한 자연 응답일까



[기고] 비건법(Vegan Law), 전염병과 기후위기를 막는 지름길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중국 지방 도시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가 패닉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세계 금융 시장의 붕괴는 물론 국경이 봉쇄되는가 하면 세계 대공황의 가능성까지 예견된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과 집단 또한 전례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여행과 교역, 식량 체계로 비롯되는 세계화의 위력과 동시에 세계화에 따른 문제점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 공조의 부실로 인한 각 나라의 중구난방식 대응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거버런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최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할 과제다.


2004년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그리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초반에 새롭게 나타나거나 재발한 인간 질병의 75% 이상도 동물이나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된 병원체가 원인이라고 한다.

사람에게서 발생한 전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란 말이다.


인류 근대사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홍역·결핵은 소,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 말라리아는 조류가 매개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새로 등장한 에이즈, 에볼라, 웨스트나일, 니파, 한타 바이러스 등도 동물 병원소 때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코로나19도 사스와 메르스와 같이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전염병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삼림 파괴와 경지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많아지면 바이러스가 전달되기 쉽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예전보다 훨씬 자주 만나는 어떤 동물에게 그리고 그 동물이 인간을 자주 만나는 바람에 제2,

제3의 숙주를 통해 옮겨질 수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도 한 몫 한다.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의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병원체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질병매개 동물의

 생육 환경을 바꿔서 병원균이 더 쉽게 옮기도록 하기 때문이다. 

둘째. 힘과 정력을 지닌 야생동물을 먹으면 그 기운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는 보신 문화와 그 기저에 깔린 인류의

 전반적 육식 문화는 언제든지 수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이는 문고리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천산갑이 중간 숙주가 돼 사람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이 동물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분명히있을 것이고 놀라운 것은 한약재로 가공해서 먹든 직접 먹든, 동물을 먹는 사람도 제법 많다는 것이다.


셋째. 오늘날 동물을 사육하고 상품화하는 방식 즉 공장식 축산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슈퍼 배양소와 같다.

살모렐라균, 조류독감, 신종플루, 광우병 등은 물론이고 조류독감과 유사한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최소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력도 있다. 


공장식 축산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개체가 격리된 채 사육되기 때문에 병원체의 변이를 용이하게 한다.

 여러 개체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면역 반응으로 더 강한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그리고 더 빨리, 더 싸게 대량으로 키울 수 있는 품종만 선택 사육하는 방식은 종 자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열악한 환경의 스트레스는 동물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동물을 다양한 변이로 강화된 병원체에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한다.

또한 사육 과정에서 사료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물론,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의 남용은 동물들의 몸 안에서

 병원체가 기생하며 내성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오죽하면 세계 항생제의 50%가 가축 사육에 투입될까. 고기에 축적된 항생제는 사람의 몸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게 되며 결과적으로, 병원체는 더욱 강해지고 동물과 사람은 점점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가 퍼지고 더욱 위험한 형태로 변이를 일으키는 이상적 환경이다.


마치 수백억 가축들을 시험관 삼아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변형시키면서 전염병이란 룰렛에 넣고 탄창을 돌리고 있는

것과 같다.


인간의 죄악과 함께 말이다.

오래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공중보건 전문가 단체인 전미 공중보건협회와 유엔이 공장식 축산의 중단을 주장해온 이유이다.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제주의소리
 
병원균은 인류사에서 인간을 죽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상수로 존재할 것이다. 출처=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에서 발췌,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제주의소리







설상가상으로 2018년 10월 IPCC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면 기후 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피드백 루프(양의 되먹임)가 형성되어 더 이상 인류가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고했다.

기후 과학자들은 임계점까지 8년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다가올 기후위기가 초래할 붕괴와 혼란에 비하면 코로나19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후 변화에 대한 자연의 응답 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세계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깨닫고 변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새로운 시스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강화와 함께 세계화의 질적 전환이 요구된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생산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환경에 미친 부수적 피해는 원칙적으로 무시된다.

 지구도 더 이상 인간 활동을 흡수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구 자체의 존립이 인간으로 인해 위협받는 소위 인류세

(人類世, Anthropocene) 시대에 이르렀다. 


인류는 산업 문명 전체에 대해 적절한 전 지구적 질문을 던져야 함과 동시에, 환경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른 급진적인 정치 경제적 변화도 감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놓고 인간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도 하나의 동물종임을 인정하고 자연과 생명을 상호 의존 관계로 보는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생물 종으로 사고하고 생물 종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

둘째, 사람에게 생기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이 인수공통 감염병의 대부분은 숙주가

야생동물이거나 가축들인 만큼 인간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소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뿐 아니라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운 건강 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요구된다. 

'원 헬스'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 환경까지 하나로 연결된 만큼, 생태계 전반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을 의미한다.


 인간에게만 이롭거나 동물에만 이로운 것, 자연에만 이로운 것이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북미 인디언 부족들은 자연과 인간, 동식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문화 속에서 수백 년 동안 흔들림 없는 연합체를 잘 유지해왔다. 미국의 민주주의 헌법은 이러한 인디언의 민주주의와 중산층 모델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주장한 토마스 홉스나 ‘생명권·자유권·재산권’의 존 로크와는 달리 평범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굳게 신뢰했고 우리 국민(We the People)이  지배하는 정부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엘리트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생명권·자유권·행복추구권권’을 갖고 있다고 독립선언서에 못박았다.


그리고 여성과 인종 차별을 넘어 이제 동물권과 지구권까지 민주주의 성취의 핵심은 마음이었다.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 습관 즉 공감의 확장이 없었다면 민주주의 헌법 1조에 담긴 당위와 현실, 그 사이의


 자신의 세대뿐만 아니라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수도 있는 비극적 간극을 시민 공동체의 창조적 형성 쪽으로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효율성을 성패의 궁극적인 척도로 삼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제주의소리


개인이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겉보기로는 사소한 문제가  이제 지속가능성 논의
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 출처=다큐멘터리 ‘소에 관한 음모(Cowspiracy)에서 발췌.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제주의소리



 

오늘날 지속 가능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시민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민적 역량의 강화가 요구된다. 시민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동체 커뮤니티의 범위가 지구 생물권으로 확대돼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권이 구체적으로 일상과 생활에서부터 행사됨으로써 커다란 관심사들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요즘 배우는 것이 지정학이 아닌 범지구적 생물권 정치이다.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기후 학교파업 시위 등 아이들은 존재의 모든 순간과 일상에서  매일하는 모든 일들이 타인의 삶과 다른  창조물, 생태계와 지구의 영역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지구의 소리를 듣고 의식하며 우리와 지구,  지구의 리듬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느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의 25% 가량이 생명존중·지구 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며 채식이나 비건(완전채식)을 한다고 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효율적 이타주의 열풍을 선도하는 것도 이 세대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본인이 가진 자산·재능·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다.

행복이 많고 고통은 덜한 세상을 지지하며 선의 최대화를 목표로 살아간다.


 먼 곳이고 다른 종교 다른 인종이라 해서 고통을 차별하지 않으며 동물의 고통도 방관하지 않는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이익을 넘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미래 세대, 동물의 권리까지 염려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정치 경제적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 이전과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그것도 극적일 만큼. '원 헬스'에서 나아가 '원 월드(One World)'라는 개념까지 고려해야 한다.


 국가 주권을 넘어설 수 있는 광범위하고 국제적인 협력과 유대는 물론 모든 인류 공동체들 사이에 보편적인 연대와

협력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축산업이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전염병의 창궐 및 만성 질환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가축의 감소와 건강한 채식위주 식사의 보급을 전 지구적인 보건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 예방의학학회의 제안에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비건이나 채식을 장려하는 ‘비건법(Vegan Law)’의 제정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육식주의 문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환경파괴 유형 중에서도 선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인류는 우리가 문명 속에서 다른 생명체에 존중하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동물권·지구권의 헌법 명시가 상식이 되어가는 추세이고, 비거니즘으로 대표되는 깨어있는 생활방식이 지구시민의

 당연이자 고양된 의식의 기본으로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비건법(Vegan Law)’은 보조금 제도 등 좋은 선택은 장려하고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정부의 오랜 역할이 제 자리를 찾고, 시장 실패에 따른 외부 효과를 내부화하는 의미 있는 조치이자 지속 가능성을 여는 상징이 될 것이다.



 /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자아도취 빠진 정부…장기전략은 있나






세계 질서 영원히 바꿀 팬데믹…한국은 유리한 고지 선점
방역 모범, 방역장비 지원으로 미국 등 선진국도 '마음의 빚'
긴 호흡 전략 마인드는 미흡…방역 성공에 취해 미래 대비 소홀


철저한 전략 없이는 황금 기회도 무용지물…미·중 격돌도 감안해야
경제 타격 최소화하고 바이오, 비대면 기술 등 준비하면 '감춰진 축복'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질서가 근본적 지각변동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방역 성공을 발판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모처럼 맞게 된 국격 상승 열기에 취해있을 뿐 정작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의 큰 그림을 아직 예견하기 힘든 탓이 크지만 지금 냉철한 미래전략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천금 같은

기회를 헛되이 흘려버릴 수 있다.

◇세계 질서 영원히 바꿔놓을 팬데믹

코로나19는 세계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이후(AC·After Corona)로 나눌 만큼 역사적 의미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통찰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스페인 독감 때도 5천만명이나 희생됐지만 근본적 질서 변화는 없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호들갑은 삼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포스트 코로나 체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패권을 다툴 것이고 여타 국가들은 그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일각의 관측처럼 G2의 방역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이유로 'G0'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1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기적으로 연결돼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지만 보건·의료 또한

 눈부시게 발달해 피해를 어느 정도 상쇄한다.
만약 백신이나 치료제가 예상보다 빨리 개발돼 사태가 조기 종결된다면 파장은 제한적이고 세계 경제는 오히려 V자

반등을 할 수도 있다. 주요 국가들이 사력을 다 해 연구개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세계 체제에 심대한 균열을 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때 거대한 조류였던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고 미국마저 고립주의로 돌아선 세계 질서의 공백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이라는 은밀성, 저강도 증상에 따른 인간의 방심 등을 틈타 급속히 확산됐다.

 코로나에 인격이 있다면 역대급의 교활함을 지닌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새 질서 주도할 유리한 위치

세계화의 역류가 본격화된 시점에 발생한 코로나 사태는 탈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하나로 묶었던 규범이 약화되고, 나부터 살겠다는 각자도생의 세상을 뜻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비우호적 환경을 맞닥뜨리게 됐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는 경제위기로 전이되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과거 경제위기가 수요나 공급의 한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과 달리 이번 사태는 동시 병행적이며, 일부 국가·지역에 한정됐던 것과도 다르게 동시다발적이다. 
안그래도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판에 방역 장벽까지 높게 쌓으면서 경제 후퇴는 물론 국제 분업 구조

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이 최악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인 32%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할 일은 자명해졌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 세계화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은 세계화 때문이긴 하지만 발생 원인은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에 있다.
앞으로도 바이러스 전염병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에 따른 처방과 대책은 세계화가 아니라 기후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면, 그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계화는 역행할게 아니라 보완·강화하는 게 이치상 맞다.
일각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무능을 비판하지만 이 정도 초대형 사건에 대한 책임을 유엔 산하기구에만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어차피 세계 정부로서의 유엔의 기능은 강대국 논리에 밀려 그 이전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은 무리한 봉쇄나 격리, 시민적 권리의 제한 없이도 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진단키트 등 방역장비를 능력 한도 내에서 최대한 베풀며 코로나

국면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실현이자 미국을 포함한 다수 나라들에 '마음의 빚'을 지웠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포스트 코로나의 규범적 아노미 상황에 주도권을 행사할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 시행 첫 날인 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개방형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있다.

(사지=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전략 마인드 미흡…잘 준비하면 '감춰진 축복' 실현

한국에 기회가 온 것은 확실하지만 이를 실현할 능력과 준비가 없으면 만사휴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당면한 방역 대응과는 별개로 긴 호흡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는 심히 의문이다.
정부는 줄 잇는 외국의 칭찬에 잔뜩 고무됐지만 정부 내 누군가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외교부만 해도 교민 철수나 방역물품 지원 등 영사 관련 태스크포스(TF)만 만들 뿐 더 큰 차원의 전략 마인드는 찾아볼 수 없다.


통일부도 이참에 남북협력을 재가동할 절호의 기회로 삼을 법 하건만 기껏 한 일은 개성공단 마스크 아이디어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좀처럼 볼 수 없던 순발력이었다.

방역 성공에 힘입어 한국의 외교 지렛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이 시점에 외교안보 당국이 한 일이라곤 높아진 국격을

 만끽하고 자축하는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따라서 막연한 '국뽕'(맹목적 국수주의)보다는 차제에 우리의 실력을 냉정하고 보

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고 채비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현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선점한 지위는 우리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선진국들이 못한 측면이 크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이 전염병을 중국 병(病) 쯤으로 여기고 방심하고 오만하고 오판했다.

좀 더 일찍 조심하고 대비했다면, 즉 기본만 충실했어도 막을 수 있는 사태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포스트 코로나 세계 질서에서 우리가 독점적 우위를 행사할 근거는 취약하다는 얘기다.

자칫 말뿐인 기회이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들 나라에 지원하고 있는 마스크나 방호복은 물론 진단키트만 해도 범용기술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생산시설이 없어서 문제이지 미국이 마스크를 못 만들 나라가 아니다.

최소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먼저 개발해 명실상부한 방역 주권을 확보하고 'K 방역' 모델을 완성시키지 않는 한, 코로나가 준 기회도 신기루에 불과하다.

 방역 모범도 좋지만 '범생이' 이미지로는 한계가 있다.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보다 현실적 측면은 경제에 있다. 크든 작든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잘 버텨내는 국가가

향후 질서를 주도할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팬데믹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팬데믹이 종식된 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들은 팬데믹 이후 국제 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

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미·중 패권 쟁탈은 오히려 격화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두 강대국 모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국제적 리더십도 위기에 몰렸다.
상처 입은 두 거인의 싸움에 휘말려 미래 질서를 주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선택을 강요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긍정적 측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역 모범국이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듯 한국의 총체적 국력이 부지불식간에 훌쩍 커졌음을 확인했다.
몇몇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의료·바이오 산업이 세계 수준을 넘볼 정도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1주일 만에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것을 거론하며 "이처럼 빠른 속도는

 4차 산업혁명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 스스로도 잘 몰랐던 능력"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IT 등 비대면 기술 기반, 의외로 별 차질 없이 도입된 재택근무 방식 등은 향후 언택트(Untact) 경제에서 차별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포스트 코로나를 '감춰진 축복(Blessing in disguise)'으로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강남순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 교수


▲ 강남순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 교수




                   




코로나19 사태,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2일 코로나19(COVID-19)를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선포했다.

 지금부터 약 한 달여 전이다.

코로나19는 짧은 기간에 강력한 파괴적 무기가 돼서 ‘세계 전쟁’을 일으키면서, 온 세계에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를 가져왔다.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인식하게 했다.

 4월 13일 오전 9시 통계를 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80만명이 넘었고 사망자 수도 11만명을 넘었다.


이러한 통계에는 감염 여부를 검진받을 의료시설조차 없어서, 확진자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나 사망자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는 우리에겐 당연한 ‘흐르는 물에 손을 자주 씻는다’는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조차 사치이며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다. 







      

                   


●전지전능한 신의 개념 작동 안 해 ‘종교 위기’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는 크게 정치, 경제, 의료 등 세 분야에서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평소에는 표면에서 보이지 않았던 계층 간, 인종 간 또는 직업 간의 차이와 차별이 어떻게 이러한 전염병과 연결돼 있는가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의한 위기 분석에서 종종 생략되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종교의 위기이다.

이 사태를 통해 기업화한 많은 교회에서 절대화하던 것들이 ‘탈절대화’되면서, 종교의 존재의미에 대해 근원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온라인 예배를 보거나 또는 아예 예배를 보지 않아도, 또는 매주 교회에 헌금을 내지 않아도 당장 심판하고 벌주는

신은 그 어디에도 없다.

 기도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지전능한 신’은 코로나19 앞에서 아무런 권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전통적인 신의 개념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게 됨으로써, 종교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것은 이러한 정치, 경제, 의료, 종교에서의 위기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얼마나 우리의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중한 존재들인가를 뼈저리게 알게 됐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원자재를 생산하는 이들, 집안에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 슈퍼마켓에서 물품을 배송하고 정리하고 판매하는 이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병원 곳곳을

 청소하는 이들이나 간병인들, 자가격리자들을 돌보기 위해 주야로 일하는 공무원들, 복지시설에서 청소와 돌봄을 담당하는 이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치우는 이들 등 우리의 단순한 생존을 위해 연결돼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는

끝없이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에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상기시킨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근원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긴박한 위기상황에 놓인 우리는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에 대해 근원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의 삶에 정말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이며 과감히 포기하고 단절해야 하는 ‘비본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질문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것이다.


●나의 생명 유지는 무수한 것에 의존되어 가능

이번 위기를 통해 더 분명해진 사실은, 인간이란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에 굳게 뿌리내리고 살 수밖에 없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함께-존재’함을 의미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함께-살아감’을 의미한다.


이 다층적 위기를 경험하면서 우리 각자는 그동안 망각하고 살았던 근원적인 진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

 나의 생명 유지는 나 혼자만이 아닌 무수한 것에 의존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상호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은 어떤 피상적인 철학적 전제나 감상적인 낭만적 표현이 아니다.

상호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네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자연과의 상호의존성이다. 인간이 이득의 극대화를 위해 정복과 독점,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자연과 생태계의 ‘안녕’이 인간의 ‘안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사태는 깨닫게 한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독소를 뿜어대는 공기는 실제로 인간의 무책임한 행위의 결과이다.

인간은 동물, 식물, 무생물 등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과 상호의존적인 삶을 살아간다.

둘째, 나와 타자의 상호의존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연대’ 그리고 ‘사회적 상호의존성’의 의미로 확장된다. ‘나’의 건강과 안녕은 ‘너’의 안녕과 분리될 수 없다.

나와 타자는 서로를 지켜내고 책임져야 하는 연결된 존재들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의 ‘개인적 책임’이란 사회적 책임이나 국가적 책임의 문제와도 상호의존돼 있다.

●코로나19, 우리에게 ‘글로컬 시대’ 상기시켜

셋째, 내가 사는 지역과 세계의 상호의존성이다. 글

로컬(glocal)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잘 드러낸다.

글로컬은 ‘세계적’(글로벌·global)과 ‘지역적’(로컬·local)을 합친 용어이다.

소위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모토는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낸다.


이제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분리돼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단순하게 지역적이기만 하거나 세계적이기만 할 수 없다.

사람들의 필수품이 돼 가는 스마트폰이 만들어져서 우리 손에 들려지는 과정을 보면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경계를 긋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이곳’과 ‘저곳’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글로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상기시킨다.

생각도, 행동도 그리고 책임지는 것도 ‘글로컬’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정치와 종교의 상호의존성이다.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이 품고 있는 신에 대한 표상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전지전능한 신’, 잘하면 축복을 내리고 잘못하면 벌을 주는 ‘심판의 신’이다.

그런데 그러한 신에 대한 이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폭력과 테러의 기능을 하곤 한다.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이들, 예를 들어 성소수자나 이슬람교도들과 같은 이들을 정죄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 한계와 위험성이 드러난 전통적 신에 대한 표상을 가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부


하면서, ‘전지전능한 신’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교회에서 예배보기를 포기하지 않는 교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사사건건 관여하면서 기독교인이 기도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악인을 심판하는 그러한 ‘전지전능한 신’이나 ‘심판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신을 계속 부여잡고 있을 때 사람들은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음으로써 ‘악’에 가담하게 되며, 교회들은 자본주의화된 기업으로 전락한다.

정치는 언제나 그 사회의 종교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종교는 사람들의 인간관,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기에, 한 사회의 종교는 정치

구조와 분리될 수 없다.

정치와 종교의 상호의존성 때문에, 한 사회의 종교적 성숙성과 정치의 성숙성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적 또는 사회적으로 극심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두 종류의 사람이 등장한다.

하나는 절망과 좌절 그리고 무력감과 냉소주의에 침잠하는 사람이며, 또 다른 하나는 위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고, 자신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사람은 우리 자신 속에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이 양 축의 각기 다른 모습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택할 것인가는 오롯이 ‘나’에게 달려 있다.

 ‘나’는 무수한 ‘너’들과 연결돼 서로 의존하며 살고 있다는 상호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의 인식을 통해, 이 코로나19

사태를 새로운 삶을 향한 전환점으로 삼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출처: 서울신문










[혼밥판사] 코로나 시대의 혼밥





[혼밥판사] 코로나 시대의 혼밥

정재민 | 혼밥을 즐기던 전직 판사이자 현 행정부 공무원.
‘사는 듯 사는 삶’에 관심 많은 작가.
  소설 ‘보헤미안랩소디’(제10회 세계문학상 대상작) 등이 있다.






코로나 시대의 혼밥


코로나19, 사랑, 혼밥에 대하여



코로나19 시즌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기차가 고스란히 재난영화 세트 속으로 들어가 정차해 버린 것 같다.
예전에는 매번 내 자신이 김밥 속 단무지처럼 느껴지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요즘은 늘 앉아 간다.
직장에서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손 안 씻고 나가는 사람이 싹 사라졌다.

퇴근길에는 평소 거리를 메우던 인파와 소리가 마스크 뒤로 싹 숨을 죽여버렸다.
 엊그제는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던 유명 파스타집에 가서 식당을 통째로 전세 낸 재벌처럼 밥을 먹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가게 사장이 간만에 손님을 봐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해 줘 몸 둘 바를 몰랐
(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요즘은 법정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쓴다. 판사도 마스크를 쓴 채 재판을 진행하고, 검사도 마스크를 쓴 채 신문하고,
 변호사도 마스크를 쓴 채 변론하고, 교도관도 마스크를 쓴 채 마스크 쓴 피고인을 데리고 간다.
판·검사의 법복이 검은색이므로 마스크도 검은색이 어울릴 것 같지만 대개 흰색을 쓴다.

요즘은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때도 수갑보다 마스크를 먼저 씌워야 할지 모른다.
경찰에게 쫓기는 범인이 코로나 확진자인 양 행세하며 경찰한테 침을 뱉으면, 마치 불을 뿜는 도롱뇽을 만난 것처럼
무척 당혹스러울 것 같다.
침을 뱉는 것은 폭행죄에 해당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머금은 침을 뱉으면 상해죄가 되는 것 아닌가 궁금해진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세상

요즘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우리 직장 매점이나 도서관은 마스크를 안 쓰면 입장 금지다.
회의를 할 때 한 명이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으면 모두 어쩔 줄 몰라 한다. 반면 마스크를 쓰면 말을 하기 싫어진다. 덕분에 초점 없이 말을 길게 늘어놓는 상사 발언이 짧아져 좋기도 하다(그래 안다. 나를 상사로 둔 우리 직원들도
 그렇다는 것을). 

처음에는 마스크가 굉장히 불편했는데 쓰고 생활해 보니 또 지낼 만하다.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고 전화도 한다. 1
939년 영국 정부는 독일과 전쟁을 준비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방독면을 쓰고 일상생활을 할 것을 청했다.
불안해진 영국 국민은 모두 방독면을 썼다. 발레리나, 스탠드바 백댄서, 전화교환수도 하나같이 방독면을 썼다고 한다.

방독면도 아닌 마스크를 쓰고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마스크를 쓰고 말싸움 하고, 월드컵 축구를 하고, 심지어 섹스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식사(食事)다.
제아무리 달인 김병만이라도 밥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먹는 행위가 이렇게 특별한 것이었다니. ‘혼밥판사’ 작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코로나19는 밥 먹다가도 전파된다고 한다.
초기 확진자도 작은 테이블에서 함께 밥을 먹다가 감염됐다.
그래서 요즘에는 신천지 교인과 같이 예배드리는 일을 제외하면 낯선 사람과 함께 밥 먹는 게 가장 위험한 일이 됐다.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은 혼밥이다. 

많은 직장에서 도시락을 싸 와 혼자 먹을 것을 권장한다.
이것은 마치 에이즈가 유행한다고 자위행위를 권장하는 것과 같다(같나?
뭔가 좀 이상하다). 퇴근 후 식당을 찾지 않고 집에 가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나 역시 주말 내내 여기저기서 배달된 카레, 된장찌개, 게, 족발, 피자, 사과, 딸기를 먹었다.

 요즘은 된장찌개 같은 집밥 음식 재료도 배달된다.
그냥 데우기만 하면 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에서 음식을 배달받아 먹는 삶의 방식이 널리 확산해 사태 종식 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될 것만 같다. 집에서 먹으니 너무 편하다.
(다음 달부터는 연재명을 ‘배달의 판사’로!) 

밥은 원래 함께 먹는 것일까.
되도록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게 좋고, 혼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또는 함께 먹을 사람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할 만한 비정상적인 행위인가. 이런 질문은 사실 어리석은 구석이 있다.
 혼자 먹는 것과 같이 먹는 것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혼자도 잘 먹고 같이도 잘 먹으면 제일 좋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먹는 방식이 삶의 방식을 반영하고, 따라서 이 문제가 삶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홀로 반듯하게 서는 것에 있는지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혼자 성숙한 발전을 이루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코스 요리가 되려면 메인뿐 아니라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도 좋아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말과 같다. 다 좋으면 좋다는 걸 누가 모르나.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식별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행복해지려고 할 때도 제한된 정성과 시간을 삶의 어떤 부분에 주로 투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보다는 메인 요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메인이고
 무엇이 애피타이저나 디저트인지 가려내야 한다.




더불어 밥을 먹는다는 것


[혼밥판사] 코로나 시대의 혼밥



식구(食口)의 사전적 의미는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쉽
게 말해 밥을 같이 먹는 관계다.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 조폭 조인성이 부하를 모아놓고 말한다.
 “식구가 뭐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녕이여.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뭐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새끼여. 그냐 안 그냐?” 조인성 말에 따르면 혼자 먹으면 ‘호로새끼’가 된다. 

호로새끼의 사전적 의미는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 그렇다면 혼밥하고 있는 나는 배운 것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 없는 호로OO판사가 되는 것인가.
여기서 보듯 우리사회는 그동안 밥은 되도록 남과 같이 먹는 것이라 믿어왔다. 

고전으로 꼽히는 ‘사랑의 기술’ 저자인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은 모든 오락, 쾌락, 노동, 심지어 창조 행위도 인간
실존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사이비 해답일 뿐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진정하고 완전한 해답은 서로 다른 인간 사이의 융합, 곧 사랑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내가 즐겨 읽는 심리학 책의 저자로 스탠퍼드대 정신분석학 교수인 얄롬 박사도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삶의 초점을 맞춘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달력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과 저녁 먹고, 행사에 참여하고, 골프 치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일 따위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마치 사람으로부터 기를 빨아먹는 뱀파이어처럼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얼굴에 활기가 넘친다.
연인과의 관계에 가용한 시간과 열정 대부분을 쏟는 이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고자 열과 성을 다해 충성하는 사람도 이런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사람들과 함께 먹고, 노는 것이 즐겁다.
특히 내가 평소 좋아하는 사람, 처음 보더라도 특별한 매력이 있거나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과 함께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신뢰할 만한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이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생애 최고의 행복은 상대가 누구이냐에 따라 좌우되는 상대적이고 즉흥적인 것은 아닐 것만 같다. 

타인과 맺는 관계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는 관계는 연인과의 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사랑을 하면, 연애를 하면 정말 행복한가. 물론 행복해진다.
설레고 기쁘다. 연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연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관심과 흥미와 인격이 확장된다.

 용기가 생기고 담대해진다. 육체적 욕구도 충족된다.
그러나 그런 뜨거운 감정은 오래지 않아 식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기 위해 다른 누구와의 관계보다 간극을 좁히지만 그럴수록 서로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둘이 하나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우려고 연인을 만나는데 만날수록, 가까워질수록 더 외롭고, 더 공허해진다.
때로는 그 좁은 간격 때문에 상대가 품고 있던 서슬 퍼런 공격성의 칼에 베이고 만다. 마치 역병이 창궐했던 마을처럼 뜨거운 사랑이 지나고 나면 남은 사람 마음의 자리에 상처, 배신감, 슬픔, 외로움, 유치함 등으로 얼룩진 폐허가 남기
 일쑤다.







▲ Alberto Giacometti < The Walking Man Ⅰ >


관계와 행복

법정에서 만나는 원수지간인 사람들은 다들 한때 너무 사이가 좋던 이들이다.
형제자매거나, 부부였거나, 연인었거나, 수십 년 지기 친구거나. 그런 사람들끼리 틀어지면 폭력이, 칼부림이, 험한
말다툼이 생겨난다. 평소 데면데면하던 사이에서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재판한 사건 중에 도저히 잊히지 않는 일이 있다. 형이 강도죄를 저질러서 5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그의 어린 딸을 동생 부부가 맡아 키웠다. 그런데 형이 출소한 날 동생과 술을 마시다 칼로 동생 배를 찔렀다.
이유는 동생이 자기가 없는 동안 딸을 키워준 것을 너무 많이 생색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조카라도 남의 딸을 돈 한 푼 받지 않은 채 5년이나 키워줬는데, 그 정도면 100년 동안 생색을 내도 할 말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인간의 비정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 사건이 생각난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태어나 엄마와 분리되면서부터 독립된 존재로서 고독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인 사이의 뜨거운 합일의 감정은 어릴 적 엄마와 하나였던 상태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성숙에 반하는 일종의 퇴행이라고 봤다.
“사랑이 최고”라고 한 프롬도 한편으로는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됐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킹덤 시즌2

▲ 킹덤 시즌2

존재의 고독

당대 최고 천재로 꼽힌 쇼펜하우어는 혼자 식당에 가면 2인분 값을 치르고 두 자리를 얻어 옆자리를 비워놨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을 혐오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곁에 있는 이가 자기보다 잘되면 시기하고 자기보다 못되면 편안해 하는 존재라고 봤다.

사랑은 인간 종족 보존을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최고의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고통이 산적해 있다.
자유는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속박당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은 악화하고, 경제 사정은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
하고, 수시로 삶의 의미가 희미해져 허무가 찾아온다.

누구를 만나도 결국에는 외롭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밥을 먹는다.
 혼자도 먹고, 타인과도 먹고. 혼자 먹고 싶은 날도 있고, 타인과 먹고 싶은 날도 있다.

 혼자가 외롭고 무섭고 허무해 타인을 찾아나서는 날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와 열등감을 받아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다. 추운 겨울날 내던져진 고슴도치 두 마리처럼 가까이 다가가 껴안으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반대로 떨어지면
추위에 떠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비틀거리는 숱한 날에도 밥은 먹어야 한다.
 그 단순한 사실이 새삼 흥미롭고도 무섭다. 어차피 매일 먹어야 하는 밥이라면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먹고 싶지는
 않아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추위를 더 느끼고 싶지 않아서, 혼밥판사는 그냥 추운 데서 혼자서 먹기로 “정했다.” 그러나 안다.

 언젠가 자가 격리가 지겨워지면, 삶의 고통이라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지면 다시 함께 밥 먹을 타인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영국 캐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밝혀낸 변종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과정. A형 코로나는 노란색, B형은 주황색, C형은 빨간색으로 확산 경로가 표시돼있다./미국국립과학원회보
               

영국 캐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밝혀낸 변종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과정. A형
코로나는 노란색, B형은 주황색,C형은 빨간색으로 확산 경로가 표시돼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