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미래통합당이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분골쇄신’
을 약속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한 뒤 승용차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몰락, 예정된 참패였다
예정된 결말이었다. ‘멘붕’은 미래통합당과 그 지지자들의 몫이었다.
이른바 선거 판의 ‘선수’들은 이미 수주 전부터 결과를 알고 있었다.
147석 대 101석. 2주 전 기자가 판세 기사를 쓰면서 취합·계산한 각 당의 의석수다.
선관위의 선거기사 준칙상 판세 기사에서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할 수 없다. 믿기 힘든 결과였다.
기사에는 쓸 수 없었지만 그대로만 나오면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이었다.
울산에서 민주당 측 당선자를 1명으로 잡고, 부산에서 2석을 받는 것으로 계산했는데도 나오는 수치였다.
기사에서는 “각 권역에서 민주당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구체적 결과는 기사에선 쓰지 못 했지만 여·야 정당 관계자들,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만나서 각각의 예측치를 취합했다.
‘민주당 압승’은 대체로 2~3주 전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일치를 본 데이터였다.
통합당 측 전문가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결과 예측이나 전망은 다를 수있지만 야당이라고 다른 자료를 가지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월 15일 저녁에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와 관련, 그는 “3월 30일 즈음에 치러진 여의도연구소 1차 내부 여론
조사 데이터와 거의 동일한 결론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 2주 동안 반전을 만드는 데 통합당은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선거 이틀 전 돌았던 ‘비보도용 민주연구원 판세’라는 제목이 달린 엑셀분석 문서도 마찬가지다.
문서의 분석 결론은 민주당은 최대 155석 우세, 26석이 경합우세로 이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가 가능하며,
최소 예상은 지역구 133석 이상인데, 이 경우도 비례를 포함하면 과반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44석이 당선권이고 53석이 경합 혼전, “이변이 나더라도 지역구에서 110석을 넘지는 못할 듯”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관계자는 이 파일의 ‘실체’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자신도 그 파일을 봤다며 “우리가 아니고
아마도 상대방 측이 보수결집을 노리고 만들어낸 마타도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통합당 측에서 나온 파일이 아니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해 파일을 만든 인사는 “자신이 취합 판세 자료를 만들었을 때와 달리 유포되는 와중에 누군가
관심을 끌려고 ‘비보도용 민주연구원 판세’라는 이름을 붙인 것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견되었던 민주당 압승과 보수 궤멸
정확한 지지율은 아니더라도 공표용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해 추세 예측 자료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앙선관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언론사 의뢰로 여론조사회사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의
원소스(raw data)가 일목요연하게 등록되어 있다.
여론조사 회사별로 다른 항목설계 등은 약간의 가공만 거치면 거의 실시간으로 뽑아낼 수 있다.
게다가 총선의 경우 지역구는 253개에 불과하다.
승패예측의 논리는 단순하다.
<신호와 소음> 저자 네이트 실버가 “실제 해보니 야구나 미식축구 경기 승패보다 선거결과 예측이 훨씬 쉬웠다”며
여론조사 분석 전문 사이트 ‘538’사이트를 만든 이유다. 538는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의 총수다.
몇 가지의 데이터를 더하면 이들 선거인단의 투표성향은 사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선거 여론조사에도 적용된다.
이번 총선에선 심지어 유튜브에서 실시간 여론조사 분석 데이터를 판별해주는 실시간 방송까지 존재했다.
KBS의 선거관련 캠페인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챙겨본 여론조사기관의 로
데이터에서 여권 180석 달성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선거 나흘을 앞두고 자신이 진행하는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천기누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의문은 여기서 제기된다.
미래통합당 측은 이미 수주 전부터 예정된 패배를 왜 막지 못했을까.
할 수 있는 것은 선거 며칠을 앞두고 “개헌 저지선만은 막아달라”며 지지자들을 향해 읍소전략을 펴는 것밖에 없었을까.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기자는 민주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선거결과를 두고 “이것은 전략이나 전술적인 오류가
아니라 보다 기저에서 진행되는 변화, 구체적으로 유권자 구성변화가 원인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유권자 세대 성향 차이는 벌써 20년 가까이 누적됐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처음 세대결집이 일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2002년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다”며 “큰 추세에서 진보의 파이가 커지는 형태로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코호트이펙트가 지속되는 동시에
인구피라미드 구조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당시 30대였던 386세대는 자신의 투표성향을 유지한 채 이제 50대가 되었고, 당시 20대이자, 현 50대와
함께 한국사회의 최대 인구구성 그룹인 포스트386은 역시 전국적인 범위에서 진보의 최대 지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 후 근 20년째 준거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인터넷커뮤니티 등은 이들이 자신과 동료의 진보성향을 확인하고
토론·검증하는 교류이자 실천 무대다.
이 교수는 인구구성 변화라는 구조적 변화와 동시에 “보수의 ‘시대적 몰락’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
했다.
“몰락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설득력 있게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보수는 고 박세일 교수 같은 분이 중심에 있던 시절의 보수다.
그런 분들이 보수의 주류일 때가 첫 단계, 자기 스스로 시대정신을 만들어낼 능력과 세력이 있던 시절의 전성기 보수다. 둘째 단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다. 이때는 뭐를 해도 이겼다.
그러다보니 보수 집권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조선일보> 같은 보수매체 사설만 줄줄 읽어도 통하던, 말하자면 보수매체가 어젠다를 세팅해주던 시절이다. 그다음엔? 그런 보수지도 안 읽고 최순실의 주장과 같은 출처불명의 미신이나 이른바 태극기부대·우파 유튜버의 주술 같은 주장에 경도된 현시점이다.”
이 교수는 “한번 그 쇠락의 경로에 들어서면 외부의 충격 같은 대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추세를 거의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거를 사흘 앞둔 4월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지역 출마자들과 황교안 후보, 유승민 의원 등이 모여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유권자 구성 변화, 보수 궤멸의 근본 동인
보수 궤멸 또는 몰락이라고 하지만 과연 몰락한 주체가 보수가 맞느냐는 의구심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실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 구성의 변화가 대한민국 주류세력 교체로 이어졌다”는 기자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은 “우리나라에 보수가 있는가”라는 댓글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보수세력을 대표한다는 정당은 엄밀히 말해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며, 수구와 극우를 대변하는 붕당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진짜 보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며 일본과의 갈등 등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문재인 정부”라는 댓글도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 취하는 정책이나 노선이 오히려 보수이며, 보수를 참칭하고 있는 야당은 보수주의자라면 마땅히 배격해야 할 일본 등 외세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레토릭이다.
얼핏 봐서 정치권의 대립구도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이념을 둘러싼 대립구도인 것 같지만 실제 그어지는 대치선은
상식과 몰상식, 국익과 정의와 같은 보수주의적 가치에 맞는 과업을 누가 더 잘 수행하느냐를 두고 그어져 있다는
의견이다.
사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현재 ‘대한민국 보수’의 기원은 1990년의 3당 합당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여소야대’라는 민심의 결과를 인위적으로 엎어 3당 합당 참여를 거부했던
호남과 호남을 기반하는 정치 리더십을 포위하는 전략이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보수주의는 이때 정초(定礎)되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야도(野都) 부산은 여권의 일원이자 유력 대선주자가 되었던 YS의 변신을 따라
하루아침에 보수로 입장을 바꿨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보수대연합은 역설적으로 지역주의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진보를 인위적으로 배제해 호남이라는 지역에 묶어두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번 총선 결과를 통해 드러난 최종 모습은 역설적이다. 다수파 기득권 연합·3당 합당 정당인 민주자유당의 맥을 잇는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결과 대구·경북(TK) 지역으로 위축되는 ‘역포위 상태’로 고립됐기 때문이다.
선거컨설턴트 출신인 신철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야권으로서는 애초부터 조국 전 장관 논란과 경제 위기 문제라는 필승카드에 코로나 창궐이라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이번 선거는 실패할 수 없는 선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인 코로나는 극복과정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했다고 그는 덧붙인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된 코로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성공적인 대처가 확인되면서, 민주당의 지지에 거의 매주 대통령 지지율을 5%씩 얹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겼다기 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방역대책이 좋은 평가를 받아 중도층이 대거 민주당에 투표한 것”이라며 “보수의 참패는 촛불 이후 달라진 민심을 보수가 전혀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보인 점, 막판의 세월호 유족 막말 파동 등으로 국민들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당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4월 16일 국회
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예견된 실패 피하지 못한 미래통합당
여기에 미래통합당 지도부, 특히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실패도 지적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4월 15일 저녁 KBS 선거해설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해 “이번 총선 결과 무너진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는 2012년 총선 패배 직후 민주통합당이 어떻게 당의 리더십을 재건해냈는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통합당의 창당 과정에서 이미 이 2012년 민주통합당의 경험은 깊게 연구된 바 있다.
기자가 입수한 미래통합당 측의 ‘보수·중도 대통합 플랜’ 내부문서에는 민주당 측의 이 2012년 사례의 교훈이 10여
페이지가 넘게 리뷰돼 있다.
이 문서는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부터 워킹그룹을 만들어 작성·시행된 문서다.
문건을 제보한 인사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통합 행보를 복기해보면 한 가지 빠진 큰 그림이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과 황교안 대표가 만나 의기투합하는 장면이다.
적어도 불출마 선언 직전이나 직후에 그런 회합이 있었어야 했지만 너무 늦게(4월 12일 합동유세) 이뤄졌다.”
이 인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인 출신의 당 인사가 통합의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두 사람 사이에서 만남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유승민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두문불출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장고 끝에 악수’가 되고 만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결단의 컨벤션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당내 주요 대권주자들의 ‘자기희생’, 구체적으로 종로를 둘러싼 서울의 네 개 권역에 출마하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후보 등이 거부하면서 그림이 어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부분은 앞으로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 압승’으로 귀결된 이번 총선 결과는 여러모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단순 수치로만 비교할 때 대한민국 수립 후 치러진 선거에서 단일 정당으로서는 최대 의석을 얻은 기록이다.
종전까지 기록은 이승만 정권 몰락 후 치러진 5대 민의원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이 받은 175석(선출 의석 233석)이
가장 많았다.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한 정당이 연속해서 4승을 거둔 선거도 최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그랬지만 이번과 같은 결과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깨기 힘든 기록일 것”이라며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그렇다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통 정권 중반기 이후에 치르는 총선은 회고적 성격을 갖는 심판선거일 가능성이 많은데, 보통 중간선거 즉, 전투에서 이긴 정당이 그다음에 치르게 될 더 큰 전쟁(대선)에서 이긴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 자신들만의 실력으로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개혁추진 실패를 더이상 야당의 발목 잡기 탓으로 돌리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이 국면에서 여당이 자기역할을 못 하면 민주당과 통합당의 종전 대립구도를 넘어서 새로운 판갈이를 요구받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막판 통합당에 영입돼 선거를 진두지휘 했던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이야기다.
[윤석만의 인간혁명]
김종인 위원장의 말대로 “보수란 개념조차 모르면서 ‘보수’만 외친”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연구할 때는 핵심이 되는 개념의 정의부터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는 선의를 위해 존재한다
가정에서 시작해 혈족 단위의 공동체를 이루고, 나아가 하나의 마을을 형성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에 따르면 정치는 공동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면서 공공의 복리를 증대시키는 행위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외부의 침입과 내부의 혼란 같은
이제 그 역할을 누가 어떻게 펼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국가는 세속의 신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국가관과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정체성을 ‘선의’의 목적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런 입장을 목적론적 국가관이라 부른다.
사회계약론의 원조는 홉스다. 1651년에 쓴 『리바이어던』에서 국가는 전쟁과 같은 외부의 침략과 위협, 내부에서
하지만 홉스의 국가론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35년간 일제의 식민통치 시기 대한제국은 국민을 보호할 물리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현대 국가의 원형 법치주의
우리 헌법의 1조 2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 사회의 지도자, 특히 정치인들은 법치주의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로크의 사회계약론을 발전시켜 완성한 이는 루소다. 루소는 국가와 정권을 구분함으로써 저항권의 개념을 좀 더 현실에 맞게 다듬었다.
국가는 착취의 도구인가
그런데 이런 물질의 본성은 늘 변화한다.
이를 국가의 생성과 소멸, 역사의 발전 과정에 적용한 것이 ‘사적 유물론(史的唯物論)’이다. 원시 공동체 이후 인간의 모든 사회는 내부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생산관계다. 이는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말한다.
현대에도 살아있는 마르크스
몫만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대부분의 몫을 이윤의 형태로 가져간다고 봤다.
이런 생산관계를 깰 방법은 혁명뿐이라는 게 마르크스의 생각이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고 공산당 선언에서 부르짖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이론을 따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간은 해방되지 않았고 국가도 없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마르크스의 사상은 물질과 계급으로 역사와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 있어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정작 사회주의 혁명 후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이 완전히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의 선을 실천하는 국가를 이상향으로 제시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했다.
반면 사회계약론은 인간이 불가피하게 계약을 맺긴 했지만 국가는 필요악이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은 공동체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답을 얻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태도를 낳는다.
위와 같은 구분에서 앞의 것을 우리는 진보라 부르고, 뒤의 것을 보수라 칭한다.
보수의 아버지 버크
그러나 버크는 인간의 이성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또한 불완전함을 완전히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다가 올 미래를 완벽히 설계하거나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혁명 이후의 프랑스는 유토피아라기보다는 혼란과 갈등이 극심해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버크에게 역사의 진화와 사회의 발전은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한 점진적 개선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보수의 핵심가치는 자유주의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완전한 진리를 알 수 없고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밀은 진리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유로운 토론이라고 제시한다.
국가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을 단순히 태도와 성향만으론 판별하기 어렵다.
이 틀에서 보면 보수는 시장에 더 많은 자유가 주어져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부가 가급적 간섭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정부의 시장 개입을 어느 정도로 용인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주로 보수와
진짜 보수가 해야할 일
핵심 가치가 정해져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입장과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 선배들이 그런 문화를 만들고 지켜온 이유는 그만큼 정당성과 효용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는 시민 각자의 자유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성과 개방성, 관용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국민의 선택은 '민주당 180석'…또다른 이름은 '간절함' 더불어민주당에 ‘승리의 기쁨’은 없었다. 여권 내부적으로 “총선 결과가 무섭고 두렵다”며 몸을 낮춘다. 진보정당 역사상 최대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기쁨은 잠시, 압도적 과반 정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의 열망이 더 무거웠다. 미래통합당의 선거 프레임이었던 ‘정권 심판론’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을 선택했다. 간절함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불거진 국난 극복의 절박함이 진영 논리를 눌렀다. 국민들의 간절함은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변화, 심판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 결과 여권은 중앙정부·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주도권을 쥐게 됐다. 강력한 집권여당의 등장이다. 민주당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 정당을 확보다. 단순한 과반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을 차지했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의석수는 152석이었다. 여기에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17석을 가져왔다. 두 정당의 결합은 예정된 수순이다. 민주당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180석 정당이 됐다. 선거 직전 민주당을 괴롭혔던 범진보 진영의 ‘180석 프레임’은 오롯이 민주당만의 힘으로 달성했다. 심지어 180석 프레임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의석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121개 지역구가 걸린 수도권에서 103석을 가져왔다. 서울만 하더라도 49석 중 41석이 민주당의 몫이었다. 호남은 28석 중 1석을 제외하고 싹쓸이했다. 대전과 세종의 지역구도 민주당이 모두 가져왔다. 영남의 공고한 벽은 뚫지 못했다. 통합당은 이제 개헌 저지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통합당은 지역구 84석 확보에 그쳤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19석까지 합하면 103석이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표심(票心)으로 드러난 민심(民心)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로 향한다. 국민들은 코로나19 국난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신뢰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상승세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 결과물이다. 지지율만 두고 보면 정권 후반기 레임덕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선거로 여권 전반에 힘을 실어줬다. 이제는 민주당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국민들이 신뢰로 만들어준 거대여당인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이해찬 "어항속에 살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으로 '압승'한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여의도 민주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이 준 의석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누구나 지나가는 손님이 보도록 하는 투명한 어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 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은 대통령 중반 평가 성격인데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며 “여당이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민들도 도와주겠지만, 그 신뢰를 깨버리면 바로 심판으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처참한 패배 부른 결정적 '네 장면' 미래통합당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헌정사상 옛 집권당 계통의 보수정당이 이처럼 완벽히 패한 적은 없었다. 선거 막판 통합당 선대위가 "개헌저지선이 위태롭다"고 했던 게 엄살이 아니었다. 그나마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표를 몰아줘 개헌저지선 101석을 간신히 넘겼다. 근본적인 원인은 4년째 벗어나지 못한 '탄핵의 굴레'다. 혁신을 못했고 인재수혈에 실패했고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 속으로 곪은 병은 총선을 앞두고 민낯을 드러냈다.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온 내부갈등, 통제되지 않는 막말 논란은 위기관리에 한계를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에서 '미래'는커녕 과거를 읽었고 '통합'은 고사하고 분열을 봤다. 제21대 총선 참패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결정적 장면들을 복기한다.
'홍준표 컷오프'…중진 빈자리에? 3월5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홍준표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당내 공천갈등이 이때부터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당초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 출마를 원했던 홍 전 대표는 양산에서도 밀려나자 결국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 출마했다. 곳곳에서 이른바 '사(私)천' 논란이 불거졌다. 공천 반발은 낙천자를 중심으로 으레 있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들은 당 안팎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직 의원들이나 인연에 인연을 거치며 추천 받은 인사들을 공천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공관위는 사천 논란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지만 황교안 전 대표는 최고위를 열어 거듭 공관위의 결정을 무효화하면서 시끄러워졌다. 대표적 친황(친황교안) 인사였던 민경욱 의원은 컷오프와 재심의, 경선 승리, 무효 위기, 재공천 등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공천됐다. 그때마다 '무리한 공천' '민경욱 살리기' 등 당내 잡음을 다룬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난리법석이 무색하게 민 의원은 낙선했다. 반면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 등 중량급 인사들은 모두 당선됐다. 처참하게 무너진 통합당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의 역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한선교의 반란, 하필 '코로나 골든타임'에 21대 총선은 '코로나 총선'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악재가 호재로 반전됐다. 변곡점은 3월16일 주간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공장이 문을 닫고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국내 코스피 지수가 속절없이 1500선 아래로 무너진 것도 이때였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정 비판에 집중하던 통합당에는 '골든 타임'이었다. 해결책을 내놓으며 '경제는 역시 보수'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한선교의 반란'이 터진다. 비례용 정당으로 만든 미래한국당에서 한선교 전 대표가 통합당 의사와 무관하게 공천 명단을 짜버렸다. 보수권이 발칵 뒤집혔다. 19일 한 전 대표가 물러난다. 20일 원유철 신임 대표가 당을 장악하면서 반란은 정리됐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토록 중요한 시기에 내부 갈등 탓에 이슈에 대응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내분 격화' '공천 갈등 폭발'로 점철된 뉴스를 접할 뿐 대안세력으로서 통합당의 면모를 보지 못했다.
"인천 촌구석", "호기심" 선거운동 기간은 막말로 시작해 막말로 끝나버렸다. 당사자들로서는 일부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참패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막말 논란'이라는 것에는 정치권의 분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소위 '인천 촌구석' 발언이 나왔다.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가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준 유승민 의원에게 인사치레로 "촌구석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망언으로 꼽혔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에 가고 망하면 인천에 간다는 뜻)의 기억까지 소환 하며 인천 민심을 뒤흔들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통합당은 인천 13곳 중에 배준영 당선인(중구강화군옹진군) 1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잃었다. 1일에는 황 전 대표의 이른바 'n번방 호기심' 발언이 나왔다. 단순 참여자와 주도적 범죄 행위를 한 사람 간에 처벌 수위 차이를 일반론으로 말했을 뿐 무관용 원칙에 따른 철저한 처벌 입장은 분명하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여파는 남았다. 차명진 진짜 문제는 7일부터 터졌다. 선거운동 중반을 넘어가면서 중도층들이 본격적으로 표심을 정하는 시기다. 전날인 6일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3040 세대를 향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당 선대위는 '엄중 경고'로 넘어갔다. 김 후보는 바로 다음날인 7일 지역 토론회에서 "나이 들면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발언 자체가 너무 강했다. 당 지도부는 즉각 제명조치를 내렸다. 태풍급 논란은 8일 벌어진다. 이미 지난해 물의를 빚은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막말 논란을 또 일으켰다.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강하고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OOO'이란 표현을 쓴 게 결정적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곧바로 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윤리위가 10일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리면서 꼬였다. 같은 날 밤 황 대표가 "더 이상 우리당 후보가 아니다"고 정치적 제명을 선언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당헌·당규상 윤리 위 결정을 뒤집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연일 '차명진 막말' 관련 기사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 와중에 10~11일 실시 된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통합당 후보로서 선거를 완주하게 된 차 후보는 계속 논란을 터트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대 민주당 후보의 플래카드 2장이 자신의 플래카드 아래위로 동시에 걸린 사진을 올리며 'OOO'이란 표현을 또 썼다. 비난이 쏟아졌다. 13일 당 지도부는 윤리위 없이 최고위를 바로 열어 차 후보를 제명했다. 최고위의 권한을 폭 넓게 해석해 적용할 정도로 다급했다. 선거를 단 하루 앞둔 14일 법원이 차 후보가 낸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정당한 제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다. 마침내 선거 막판까지 차 후보가 화제가 되고 말았다.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론과 함께 적극적으로 쇄신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 강남의 태구민(태영호) 당선인의 사무소에서 “태 후보는 승리했지만 많은 분들은 그러지 못했다. 죄인된 심정이다”며 “(태 당선인은) 못다 한 분들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퇴화하고 쓰러져갔지만 장미꽃은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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