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수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0.28. yesphoto@newsis.com
'성접대 뇌물' 김학의 재판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김학의 법정구속… 항소심 수뢰 혐의로 실형
4300여만원 금품 직무관련성 인정
“이 재판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지금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4300여만원도 부과했다.
김 전 차관의 운명을 가른 쟁점은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0여년간 받은 4300여만원 상당의 상품권·카드대납액 등에 대해 뇌물죄 성립요건인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기간 동안 김 전 차관의 도움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건이 없었다고 봤다. 아울러 최씨가 ‘현직 검사와 친해지면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얻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1999년 뇌물공여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뒤 현직 검사였던 김 전 차관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자신의 사업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도움을 얻겠다는 구체적인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공소시효 문제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항소심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10여년간 단일한 의사로 뇌물을 제공했고, 범행이 종료된 2011년 5월부터 10년 뒤 공소시효가 끝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별장 성접대’ 혐의는 1심과 같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판결했다.
이날 김 전 차관은 “피고인은 최씨에게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검사에게 영향을 행사해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떨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무죄가 되면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불법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셈”이라며 “재판부 판단대로 직무 관련성을 넓게 봐야 하는 사건이 맞는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폰서가 대납한 휴대폰 요금, 뇌물로 뒤집혀 김학의 유죄
김 전 법무차관 징역 2년6개월 2011년에 제공받은 174만원 1심 무죄→2심선 대가성 인정
공소시효 10년안 들어와 유죄 10년 넘은 뇌물 4천여만원도 연속행위 ‘포괄일죄’로 살려내 시민단체 “성폭력은 아무도 책임안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4천여만원 뇌물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성접대 뇌물 무죄는 공소시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처벌이 어렵다’는 판단이 유지됐다. 성범죄는 처벌할 수 없었던 ‘미완의 단죄’인 셈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에게서 2000~2011년에 받은 5100만원 뇌물 중 4300만원 부분이다. 특히 2009~2011년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받고 174만원의 요금을 대납하게 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 1심 판단을 뒤집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약 12년간 최씨한테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를 ‘포괄일죄’로 기소했다. 연속적으로 일어난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어, 2011년 시점의 범행이 유죄로 인정되면 ‘공소시효 10년’에 걸리지 않고 유죄를 받아낼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휴대전화 요금 대납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가장 마지막 시점(2011년)의 범행이 무죄가 되는 바람에 2009년까지의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11년 휴대전화 요금 174만원의 대가성을 인정하며 나머지 4천여만원 뇌물 사건도 살려냈다. “(김 전 차관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을 당시 시행사 업자였던 최씨는 알선 사항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검사와 스폰서’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건지 물으며 각성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10년 전 피고인의 뇌물 수수 행위에 대한 단죄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가 된 스폰서 관계가 2020년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1심에서도 공소시효 문제로 면소 처분됐던 성접대 혐의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성접대 뇌물 혐의도 10년이라는 넉넉한 공소시효가 존재했지만 검찰은 2013~2014년 두차례 수사를 진행하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2019년 3월에야 뒤늦게 재수사가 시작됐고 세번의 수사 끝에야 김 전 차관을 기소하게 된 건 지난해 6월이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소극적 수사로 이어지고 결국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논평을 내어 “김학의를 포함한 당시 사회 권력층이 자행한 반인권적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사건’ 피해자 공동 대리인단 이찬진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지은 죄에 대한 일부 판단이 이제서야 이뤄지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 여성 관점에서는 아직도 정의를 세울 길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과 김 전 차관 쪽은 모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성접대 의혹 등이 불거져 9일 만에 면직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7년 만에 일부 뇌물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28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법무부 차관에게 무죄 또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혐의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에게 받은 51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이다. 유·무죄 판단을 가른 주요 쟁점은 ‘구체적 대가성’ 여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최씨가 시행사업을 계속하다가 검찰 특수부의 조사를 받을 경우 김 전 차관이 담당 검사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건넸다고 봤다.
핵심적 판단 기준은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게 돼 김 전 차관이 이를 해결해준 현안이 실제 존재했는지가 아닌 최씨에게 ‘구체적 기대감’이 있었는지, 김 전 차관도 이를 인식했는지였다. 최씨가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구체적 대가성’으로 뇌물을 건넸는지를 따지기 위해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최씨는 1992년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같은 경기고 출신이 주축이 된 친목모임에 참석했다가 김 전 차관을 알게 됐다. 그 뒤 최씨는 1998년 자신의 시행사업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자 현직검사인 김 전 차관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가까워졌다.
최씨는 법정에서 “너(최씨)도 대상자인 것 같다”며 김 전 차관에게 전화가 온 당일 자신의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는 같은해 이 사건이 확정판결이 난 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차명 휴대전화비, 현금, 법인 카드비, 술값 등을 건넨 계기였다.
재판부는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기간에 알선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 전 차관에게도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다른 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 근거로 김 전 차관이 2006∼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와 뇌물을 받다가 윤씨나 그의 지인들이 형사사건에 연루되자 이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 점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 등 ‘스폰서 관계’가 인정돼 유죄 판단을 받은 다른 사건들과 견줘 김 전 차관의 영향력, 두 사람이 만난 경위, 뇌물을 건넨 경위 등에 ‘구체적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광준 부장검사는 초등학교 선배인 사업가 이아무개씨에게서 자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등이 잘 처리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차례에 걸쳐 48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최씨가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비를 대납하긴 했지만 비교적 소액이어서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의 1심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사행성 게임기 사업자가 경찰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며 6개월 동안 휴대전화비를 대납해준 사건에서 이를 모두 뇌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2007도10884)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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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유죄’ 뒤바뀐 김학의 판결, 법정구속 이끈 결정타는?
스폰서로부터 제공받은 차명 휴대전화 요금 174만원 ‘대가성’ 인정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불가
성접대 의혹과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됐다. 스폰서 사업가로부터 제공받은 '휴대전화 요금 174만원'에 대한 대가성이 인정되면서 1·2심 재판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8일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던 김 전 차관은 판결 직후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74만원 휴대전화 요금'이 되살린 공소시효
2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데는 스폰서가 김 전 차관에 제공한 차명 휴대전화 요금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적용된 여러 혐의 중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차명 휴대전화 사용대금 174만원 가량을 제공받은 점에 주목했다.
1심은 휴대폰 요금과 관련한 김 전 차관의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직무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또 김 전 차관이 최씨 관련 사건에 관여하거나 수사 검사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직무상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 휴대폰 사용대금에 대가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2심은 "최씨가 1998년 자신이 관여한 시행사업과 관련해 담당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특수부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과정을 알게 되는 등 도움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 형사사건은 1999년 확정됐고, 판결 확정 이후인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최씨는 부장검사와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 공안기획과장으로 근무한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자신의 시행사업과 관련해 다시 특수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김 전 차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1심에서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했던 다른 뇌물수수 혐의도 되살아났다. 앞서 1심은 2000년 10월~2009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이 받은 법인카드와 설날 상품권 등 4300여 만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 기소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뇌물액 1억원 미만은 공소시효가 10년이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 전 뇌물수수 행위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이미 시효가 끝난 법인카드와 상품권 등 뇌물 혐의도 하나의 범죄 행위로 묶여 공소시효 만료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김 전 차관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에서도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제공받은 차명휴대전화 요금의 대가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항소심 선고공판 결과에 대해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최씨의 증언에 대해 다르게 봤다"며 "다른 변호인들과 합의해 상고를 한 후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관련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저축은행 회장 김아무개씨로부터 56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9500만원을 받은 혐의 역시 공소시효 10년이 넘어 면소판결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학의, 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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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유죄' 나왔지만…단죄 못한 성접대 혐의
김 전 차관을 둘러싼 뇌물수수 및 성접대 의혹은 2012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중천씨 지인이 윤씨를 강간 등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졌고, 해당 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은 결국 임명 엿새 만에 차관 자리에서 물러났고 수사가 진행됐지만,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은 검찰에서 번번히 반려됐다. 김 전 차관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경찰은 그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방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같은 해 7월 기소 의견으로 김 전 차관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4개월 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자신이 영상 속 여성이라고 주장해 온 A씨가 검찰 처분에 반발해 2014년 7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1월 김 전 차관을 재차 무혐의 처분했고, 이에 A씨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이 역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재조사 대상에 포함해 지난해 4월 검찰에 정식 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인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윤씨와 함께 구속기소 했다. 복합적인 증거 분석과 과학수사를 통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는 점도 입증됐다.
그러나 윤씨로부터 강원 원주 별장 등지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결국 면소 판결되는 등 법적 처벌에 많은 한계를 남겼다. 김 전 차관의 혐의 시점이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2013년이나 2015년 수사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면 법원 판결에서 다른 결론이 나왔을 수 있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및 각종 뇌물 혐의와 관련한 법원의 첫 유죄 판단이 7년 여 만에 나왔지만 수사와 기소로 이어진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조직의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에 실형을 선고한 2심 재판부도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의 이같은 '제 식구 감싸기'와 '스폰서' 문제를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김학의 법정구속' 결정타는 '연예인 아빠' 진술
스폰서 사업가' 법정 해명 통해 '뇌물' 혐의 인정돼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연예인 아들을 둔 스폰서 사업가의 진술 변경이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회를 흔들었던 과거 법조비리 사건을 재조명하고 "이번 사건은 2020년 지금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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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사업가' 오락가락 진술…"연예인 아들 피해 갈까봐"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힌 것은 스폰서' 최모씨의 법정진술 때문이다. 최씨는 1998년 뇌물 혐의로 검찰 특수부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진행 상황을 전해듣는 등 일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 최씨는 김 전 차관과 친분을 이어오면서 신용카드와 상품권 등 4300만원어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뇌물이라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1심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경제적 이득을 제공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1심 법정에서 "김 전 차관에게 사건과 관련해 상담했고, 저도 수사대상자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직후 제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상품권 등 뇌물에 대한 대가로 수사정보를 흘려받은 것 아니냐고 따져볼 만한 대목이지만 1심은 최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최씨의 일부 진술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실에서 최씨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에 관해 청탁한 게 아니"라며 '여러가지 넋두리'를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그랬다가 법정에 나와 수사정보를 흘려받았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꾼 것이다
. 결국 1심은 "김 전 차관의 조력 여부에 대한 부분이 모두 다르고 진술이 변하게 된 이유도 불분명하다"며 최씨 진술을 믿지 않았다.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최씨가 말을 바꾼 이유를 해명하면서다. 최씨는 "연예인인 아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당시 자세한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5월 아들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보도돼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 진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2심은 이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그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결국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건넨 4300만원의 금품은 뇌물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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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김광준 최민호..다시 거론된 '법조 게이트'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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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2심에서는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광준 전 부장검사, 최민호 전 판사 등 법조 게이트 인사들이 다시 거론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년지기인 김정주 NXC 대표와 거래한 넥슨 주식이 뇌물이라는 의혹에 휩싸여 재판에 넘겨졌다. 김 대표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왔지만 다른 뇌물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번 사건이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 사이에 있었던 일과 비슷하다면서 무죄 판결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의 가족여행비 등을 대준 것을 놓고, 김 대표가 '언젠가 도움을 돌려 받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을 수는 있지만 명백한 대가관계를 전제로 한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도 같은 이유에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김 전 차관 측 논리였다.
그러나 2심은 이번 사건은 진 전 검사장이 아닌 김광준 전 부장검사, 최민호 전 판사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씨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최 전 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형사사건에 도움을 주고받겠다는 인식이 명백한 상태에서 금전이 오갔으므로 뇌물이라는 판단이 나왔던 사건들이다.
선고공판 말미에 2심 재판부는 "공판검사는 최종변론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김 전 차관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 문제였던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 했다"며 "(이번 사건은)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 전 차관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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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운명 가른 ‘인디밴드 보컬’ 부친의 말
“아들이 연예인인데, 피해가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가버려서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1심 무죄에서 항소심 유죄로 뒤집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미친 ‘스폰서’ 최모씨의 법정 증언이다. 사업가인 최씨는 유명 인디밴드 보컬의 부친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은 최씨가 1999년 뇌물공여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후 향후 검찰 수사에서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2000~2011년 4300여만원의 법인카드 대금이나 차명 휴대전화 사용료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1심 판단과는 정반대였다.
최씨는 수사 초기인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에 관해 청탁을 하지 않았고, 다만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넋두리를 했다”며 모호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1심 법정에 가서 김 전 차관에게서 자기 사건과 관련해 본인이 수사대상자인 것 같다는 수사정보를 들은 적이 있다고 구체화된 진술을 내놨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정확한 기억 여부나 김 전 차관의 조력 여부에 대한 부분이 검찰과 법정에서 서로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조사를 수차례 받은 후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1심은 “진술이 변화한 이유도 불분명하며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이 더 구체화된 것”이라며 “(바뀐) 법정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없고, 김 전 차관에게 특정 사건에 대해 청탁한 적은 없다는 진술도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무관련성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최씨가 초기 검찰 수사에서 불분명하게 진술했던 이유를 항소심에서 털어놓으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최씨는 “(연예인) 아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이 무렵 최씨 아들이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져 진술을 하게 됐다”며 재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항소심은 이를 타당한 설명이라고 봤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은 지난 28일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의 뒤바뀐 진술을 신뢰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차관 측은 “항소심에서 특별한 추가 증거도 없이 사실관계를 확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이익한 면이 있다”며 “대법원에서 적극 다투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2019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성신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빠진 '김학의·윤중천 사건' 7년 어떻게 흘렀나
2003년 '별장 성폭력' 발생 후 2013년에서야 알려져 2013년·2014년 피해자 고소했으나 검찰 '무혐의 처분' 1심 재판부 "검찰 책임 방기" 지적
결국 공소시효 지나 면소 판결 성폭력 사건, 기소조차 안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김 전 차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 중 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스폰서’ 노력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수수한 4300만원에 대한 부분이다.
이밖에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수수한 1억3100만원에 대한 뇌물과 ‘액수 산정 불가능’한 13차례에 걸친 접대성 성폭력은 고소시효가 지나 면소 결정됐다. 2003년부터 시작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의 이른바 ‘별장 성폭력 사건’의 주요 쟁점 및 사건에 대해 정리했다.
△2013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과 함께 알려진 ‘별장 성폭력 사건’
김학의·윤중천의 ‘별장 성폭력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난 것은 2013년의 일이다. 2013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무부 인사 배치에서 당시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이던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임명 직후 건설업자 윤중천의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있었던 어떤 모임의 영상이 정치권에서 떠돌기 시작했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영상을 입수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별장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의 촬영 시기는 2006년 7월에서 8월 사이 촬영된 것이다.
이때 해당 별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A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했다. 고소 전 윤씨의 아내 B씨는 A씨를 윤씨와 간통했다고 고소했다. A씨는 “김학의 차관을 접대했다”고 밝히고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2006년 7월 지인과 아는 교수 등에 의해 건설업자 윤중천 소유의 별장에 가게 됐다. A씨는 별장에서 일반 대학생을 비롯한 여러 명의 또다른 피해자와 함께 약물, 폭행, 협박을 수반한 성폭행과 불법촬영 등을 겪었다. 윤씨는 이때 촬영한 영상과 그루밍 성폭력으로 A씨를 길들이고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이들에 A씨를 이용해 접대성 성폭력을 저질렀다.
경찰은 2013년 7월18일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확정 발표했고 피해자 30여 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죄 등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11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영상 속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4년 피해자 A씨의 2차 고소
2014년 7월 A씨는 다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했다. 불법촬영, 협박, 폭행 등이 수반되었음을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A씨에게 상가와 오피스텔을 주었고 해당 장소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
당시 A씨는 윤씨가 가족들에게 보낸 불법촬영 영상을 제출했으며 이는 윤씨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협박을 위해 보낸 것과 같았다. 그러나 검찰은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윤씨로부터 받은 상가와 오피스텔을 경제적 실리를 취한 대가라고 봤다.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위원회 발족 후 추가 조사
2018년 4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발족되고 ‘별장 성폭행 사건’이 재검토 대상이 됐다. 2019년 3월 진상조사단이 대규모로 꾸려졌으며 당시 경찰이 많은 자료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때 민갑룡 경찰청장이 “2013년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성폭력)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동영상을 추가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 간 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진상조사단의 호라동 기한이 연장됐다. 그러나 이틈을 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대역을 세우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들통났다. 이후 추가 조사를 거친 후 5월16일 김 전 차관이 구속됐으며 22일 윤씨가 구속됐다.
6월 검찰은 윤씨에 대해서는 A씨에 대한 강간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알선수재, 공갈, 무고 혐의으로 기소 했다. 김 전 차관은 1억 3천만원 가량의 금품 수수 및 액수 산정 불가능한 형태의 뇌물, 즉 접대성 성폭력에 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는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6년 9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피해여성 A씨와 6차례 성관계(액수 불상 향응)를 제공받았다.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말까지 7회에 걸쳐 현금·수표 1900만 원, 시가 1000만 원짜리 그림, 200만 원정도의 명품 의류 등을 받았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의 지인 B씨가 자신에게 진 채무액 1억 원을 ‘나중에 잘 봐달라’며 면제해줬다. 김 전 차관은 2012년 4월 윤씨의 부탁으로 특정 사건 진행상황을 파악해 알려줬다. 사업가 최모씨도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에게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상품권을 보내고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약 395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줬다. 그러나 윤씨와 최씨의 뇌물공여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
김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빠졌다. 수사단은 A씨의 진술을 믿을 만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김 전 차관이 직접 A씨를 폭행·협박하지 않았고, 윤씨의 강요로 A씨가 성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김 전 차관이 알지 못했으며 관련 사진 등은 김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대신 수사단은 윤씨가 지속적으로 A씨를 폭행·협박해 성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A씨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됐다며 윤씨에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윤씨와 B씨의 무고 사건은 윤씨와 B씨가 내연 관계임에도 윤씨가 부인에게 B씨를 간통죄를 고소하라고 시키고 B씨는 윤중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며 두 사람을 모두 무고 혐의로 기소하고 윤씨에는 무고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1심 재판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1월1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위반(강간 등 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총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 8000여 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사기 등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지만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된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면소 혹은 공소 기각으로 판결했다. 윤씨는 피해여성 A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게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세 차례 걸쳐 A씨를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019년 11월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와 함께 동부 구치소에 3개월여 수감됐던 김 전 차관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관련자 진술 신빙성의 부족과 대가성 입증 실패 등을 이유로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1억원에 달하는 제3자 뇌물 혐의는 혐의 인정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1억원의 뇌물이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나머지 3천여만 원과 액수 불상의 접대성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뇌물 액수가 1억 원 미만일 때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뇌물은 2008년 2월 받은 것으로 인정됐다.
최씨와 김씨로부터 받은 2억원 상당의 뇌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뇌물의 시점에 따라 무죄, 혹은 공소시효 완료에 따른 면소로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2007년 11월13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불법촬영 된 사진에 대해 “이 사건 사진 상의 남성은 피고인(김학의)로 봄이 상당하고 다른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A씨에 대한 성폭행을 윤씨가 촬영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뒤집힌 김학의의 운명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백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0년~2011년까지 이른바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과거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점에 비춰봐 다시 형사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고, 김 전 차관이 대가성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도 금품을 받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검사가 언급했듯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 전 차관이 2006년~2008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1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는 면소 판단했다. 윤중천씨로부터 수수한 1억 원은 김 전 차관이 여성 A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윤중천씨가 A씨로부터 받아야 할 상가보증금 1억 원을 포기시킨 제3자 뇌물이다.
뇌물액수 1억 원 이하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그러나 3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시점은 2008년 2월로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이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석방됐던 김 전 차관은 법정구속 됐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진료 기록이 있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공짜 주식 받은 진경준 ‘김정주와 친구’라서 무죄 조희팔 돈 받은 김광준 ‘형사사건 발생 예상’ 유죄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지금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2심 재판부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며 던진 질문이다.
29일 2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역대 스폰서 검사 사건을 김 전 차관 사건과 비교하며 그를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은 김 전 차관이 부동산 시행사 대표 최모씨에게 43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를 유죄로 인정했다.
먼저 법원은 진경준 전 검사장 (왼쪽 사진)사건을 예로 들었다. 진 전 검사장은 NXC 김정주 대표에게 넥슨 공짜 주식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친구 사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검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측은 재판에서 진경준 사건을 예로 들며 본인도 최씨와 친구이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2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사이였는데, 김 전 차관 또한 최씨를 경기고 동문 모임에서 처음 만나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두 사건에 대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고등학생 시절 처음 알게 된 ‘친구 사이’가 명백했던 반면 김 전 차관과 최씨는 사회인이 된 후 알게 된 ‘스폰서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학의와 최씨는 35세 내지 36세 나이에 처음 만났다”며 “가까워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씨가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김학의가 사건 진행을 알아봐주는 등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연루된 뇌물수수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 기준은 뇌물공여자에게 형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뇌물수수자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봤다. 이런 측면에서 재판부는 김학의 사건은 김광준 검사 사건과 유사하다고 봤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오른쪽)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등에게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는데, 재판부는 그중에서도 그가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장검사 시절 지역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에게 뇌물을 받은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씨는 2005년경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같은 학교 후배인 김 전 검사를 소개받았고, 이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게 된 이후(2007~2012년) 김 전 검사에게 10회에 걸쳐 4800만원을 줬다.
이는 김 전 차관 사건의 구조와 같다. 최씨 역시 고교 동문 모임을 통해 김 전 차관을 알게 됐으나 뇌물공여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이후부터(2000~2011년) 김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상품권 등을 주며 그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학의 전 차관은 항소심에서 뇌물죄가 인정,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반쪽 짜리 기소, 반쪽 짜리 판결’이란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핵심 쟁점이었던 ‘성폭력 혐의’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꼬집었다.
“이렇게 검찰은 덮고 싶은 사건은 과감히 아주 뻔뻔하게 그냥 덮어왔습니다. ‘우리 검찰이 덮으면 그냥 덮는 거지 누가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며 마음 놓고 정의를 조롱했습니다. 공수처가 있었더라면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렇듯 김학의 전 차관 판결에 대한 검찰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이 덮었거나 석연치 않아 보이는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사법연수원 39기)의 과거 사건이 대표적이다.
제 식구 감싸고, 권력자들 비호하고
“추미애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놓고 불만을 제기한 ‘정의로운’ 평검사님.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름이다. 맞았다. 1년 전 내가 썼던 <동료검사 약점(불륜)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독방구금에 가족면회까지 막은 검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시다.”
29일 <경향신문> 강진구 탐사전문 기자가 페이스북에 적은 글 중 일부다. 해당 기사에서 강 기자는 “강력부 검사가 동료검사의 약점 노출을 우려해 30대 피의자를 협박죄로 구속한 뒤 20일간 독방에 수감하고 가족들과 면회나 서신교환까지 전면금지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강 기자는 “검찰은 2차 가해로부터 검사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검사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데 급급해 피의자 인권을 지나치게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 기자는 2017년 해당 검사와 피의자 측 주장, “이번 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초래된 재앙적 결과”란 신평 전 한국 헌법학회장의 평가가 담긴 1년 전 탐사보도를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분은 당시 불륜남성의 비겁한 문자 협박질을 강조하며 정의로운 법집행임을 누차 강변했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내가 보기엔 동료검사의 약점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입막음하기 위한 치졸한 보복이 더 큰 문제였다.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는 윤석열 총장님 어록을 빌리자면 검사가 아닌 깡패 짓에 가깝다 하겠다.”
‘제 식구 감싸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문재인 정부 초기 최대 화두였던 ‘검찰개혁’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비난 받아온 검찰의 관행들이라 할 수 있다. 강 기자가 꼬집은 이 검사의 과거 ‘불륜 검사’ 감싸기가 전자라면, 후자 역시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김학의 전 차관이 구속되던 날 검찰이 ‘단순도박’ 혐의를 적용, 벌금 1천 만원을 구형한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이 사건은 앞서 경찰이 ‘상습도박’ 혐의로 송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단순도박’ 혐의로 ‘다운 그레이드’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날 재판부도 “단순 도박 사건인데 증거가 이렇게 많느냐, ‘단순 도박’으로 법리를 적용한 것에 대해 특별한 검토나 의견이 있냐”고 검찰에 되물었을 정도였다.
앞서 지난 5월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양현석 전 대표의 도박 혐의는 약식명령을 청구하고,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 당시 서부지검 부장검사는 전관 변호사로 활약 중인 이재승 전 부장검사였다. 지난 10월 법무법인 지평은 “이재승 변호사는 16년 여 동안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검사로,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했다”며 영입 소식을 알린 바 있다.
YG 양 대표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이 전 부장검사는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의 ‘불구속 기소’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이 전 부장검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하던 와중 법무부 정기인사에서 수원고검으로 인사발령이 나자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조직 이기주의와 동료애
“ㄱ검사 이야기는 그 후 mbc <스트레이트>에서 후속보도를 했고 표창원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부적절한 검사의 권한남용 사례로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ㄱ검사를 상대로 검찰 조직 내에서 아무런 감찰도 진행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가 검찰을 뒤덮는게 아니라 검찰조직이 정상적인 정치기능을 무력화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언론보도를 보니 ‘큰형님’을 대신해 추 장관을 상대로 말 주먹을 날린 ㄱ검사가 퍽이나 소신 있는 평검사로 미화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전혀 ㄱ검사의 용기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검찰가족’으로 대표되는 두터운 검찰의 ‘동료애’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될 뿐.” (강진구 기자 페이스북 글 중에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윤석열 총장이나 “정치가 검찰을 뒤덮었다”는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의 ‘자기 만의 정의’는 이처럼 한국 검찰 특유의 DNA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검찰 조직이 최우선이고, 조직의 이익을 건드리는 자들은 정의에 반하며, 이를 위해 ‘제 식구 감싸기’는 기본이요, 향후 안정적인 밥벌이를 위해 ‘전관’과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항상 탑재하고 있어야 할 원칙인 셈이다. 김학의 전 차관 얼굴도 못 알아봤던 검찰들의 활약(?)이 오늘도 계속되는 중이다.
하성태 기자
[출처: 고발뉴스닷컴]
〈김두일 칼럼니스트는 29일 별장 성접대 등 의혹의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 "이른바 '하긔' 저작권은 없으니 맘껏 사용해도 되고, 이런 참혹한 사건에도 제식구 감싸는 것에만 몰두하는 검찰은 반드시 개혁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