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첫날 부산 송정해수욕장 조정호 기자
경자년 새해 첫날 부산 송정해수욕장 연합뉴스조정호 기자
2020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19년 기해년 한 해를 보내고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무언가 해 보려고 올해의 목표와 결심이 바로 서 있던 그 날, 2020년 경자년 새해 첫날을 기억한다.
분명 오늘과는 다른 그날이었습니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세상에 엄습하지 않았던 때다.
모이는 것이 자유로웠고 곳곳에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희망의 덕담을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2020년 제야의 종 타종 행사, 펭수와 함께 사진공동취재단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인파를 뚫고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아 '제야의 종' 타종 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시작한 분도 계실 것이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 감기 걱정에 집 거실에 앉아 TV 화면으로 방송사 시상식을 보다가 중계차로 연결된 타종 행사 모습을 보신 분도 있을 것이다.
2020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 서울 종로 보신각 인파 한종찬 기자
서울시는 매년 12월 31일 밤부터 이듬해 1월 1일 새벽까지 진행해온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올해는 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953년 시작된 후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2019년을 보내며 손형주 기자
인왕산 정상에서, 2020년 첫 해를 기다리며 김주성 기자
새해 하면 역시 해맞이 명소가 떠오른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일몰을 바라보며 1년을 정리하고, 새해 첫 날 일출을 바라보며 1년을 계획한다.
동해안 바닷가에서, 산 정상에서, 2020년의 시작을 기다렸다.
소중한 추억, 좋은 기억이 새해맞이의 순간마다 우리 마음속에 함께 했기에 '좋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모이고, 소망하고, 일출을 바라보는 것 같다.
경포해변 경자년 첫 해돋이 인파 2020 이해용 기자
남산 팔각정에서 새해 첫눈과 함께 2020 류영석 기자
11월부터 다시 코로나19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연말연시를 앞두고 계획했던 송년회, 신년회 모임 취소하신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의 제야의 종 행사처럼 올해 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곳이 많다.
신축년 해맞이를 대신해 일출 장면을 온라인으로 송출한다는 지자체도 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객실 예약률이 100%에 육박했던 동해안 상당수 숙박업소에선 5인 이상 모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해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안전을 위한 방역의 문제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의 문제는 언제나 따로 떼어 얘기할 수 없다.
방역 조치로 인한 안도감의 다른 한편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지역 상인들의 한숨도 존재힌다.
모이면 불편하고 위험한 세상이 됐다.
소중한 추억을 재현하고 싶어도 올해는 집에 머물며 창문 밖으로 찾아오는 새해의 여명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농구장에서 새해맞이 강덕철 기자
스포츠팬이라면 겨울 실내스포츠의 대명사 KBL 프로농구에서 2016~2017 시즌부터 해마다 열린 '농구영신' 이벤트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새해 첫날 농구장에서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맞이했지만 2021년 새해 첫날은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없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2020년 새해맞이 행사 EPA연합뉴스
해외에서도 매년 각국 랜드마크에서는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곤 했다.
올해 뉴욕 타임스퀘어 행사에서는 올 한 해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K팝을 널리 세계에 알린 방탄소년단(BTS)도 공연을 펼쳤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도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2020년이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의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공연 EPA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새해맞이 불꽃놀이 EPA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개선문 2020년 새해맞이 EPA연합뉴스
화려한 모습과 함께 부푼 가슴으로 2020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돌아보면 2020년 한해 우리 모두 처음 겪어본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많은 일들이 뜬금없이 맞닥뜨리는 처음 겪는 것들이었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덤덤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이겠거니' 해서 그런가 봅니다.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코로나19로 응어리진 마음이 많았던 한해였다.
코로나19 속에 살아나간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다.
스페인의 결혼식, 마스크 쓰고 입맞춤 EPA연합뉴스
2020년 새 생명의 탄생과 함께 신준희 기자
그렇다고 모두에게 올해가 코로나19가 '세상을 망친', 그냥 '건너뛰는' 한 해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도 누군가는 결혼으로 새 가정을 꾸렸고 새 생명의 축복과 마주하기도 했다.
꿈꿔왔던 생활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이나 취업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그런 좋은 기운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함께하는 2021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걱정 없이 백신도 맞고, BTS 공연도 보러 가고, 스포츠 '직관'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닐 수 있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마주하며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다시 한번 품어본다.
그리고 올 한해 코로나19 속에 고생한 여러분의 가족을 꼭 안아주면 어떨까?
브라질 요양원, 가족과의 포옹 AFP연합뉴스
코로나19를 겪다 보니 새해 소망 1순위는 아무래도 '건강'이 아닐까 싶다.
직접 모여서는 함께 할 수 없는데 마음만은 누구와도, 어디서나,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기원한다.
늘 하던 인사말이지만 올해는, 다가오는 새해에는 조금 특별하게 들릴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2020.12.26 hih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을 장식한 2020년 겨울 꿈새김판은 “코와 입을 가려도 따스한
눈웃음은 가려지지 않아요”라는 문안을 통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시민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2020 서울시 꿈새김판, 코로나 극복 염원 아로새기다
16일 마스크 착용 주제 겨울철 문안 공개…사계절 모두 코로나 극복 소망 담아
가을이’는 SNS 사용해 보름달에 안부
냇가 징검다리, 거리두기 지혜 전하고
‘봄바람 잘라 고달픈 날 위로’ 마음 전달
내년엔 ‘되찾은 일상’ 문안 볼 수 있기를
“코와 입을 가려도 따스한 눈웃음은 가려지지 않아요.”
지난 16일 새로 공개된 2020년 겨울 꿈새김판 장식 문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말고 생활하자는 얘기다.
이로써 올해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을 장식한 꿈새김판 문안은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으로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서울시가 2013년 6월부터 계절마다 꿈새김판 문안을 시민공모로 선정·발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사계절 꿈새김판이 모두 코로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올해 서울 시민의 최대 소망이 “코로나로 인한 고통의 시절을 극복하고, 다시 이전의 따뜻하고 밝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총 1063편의 시민 응모작 중에서 겨울 꿈새김판 문안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장혜신씨는 자신이 지은 문구에 대해 “서로를 위해 마스크로 코와 입을 철저히 가려야 하는 요즘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우리가 서로 얼마나 연결돼 있는 존재인지를 실감했다”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마음이 삭막해지지 않도록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시인과 광고·홍보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서울꿈새김판 문안선정위원회도 이 작품에 대해 “겨울의 계절적 배경인 차가움, 추위에 상반되는 ‘따스함’이라는 온도와 ‘눈웃음’에서 마음과 온정을 느낄 수 있고, 코로나 사태에서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는 상황임에도 눈웃음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한 것이 참신하여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16일 선보인 가을 꿈새김판 문안은 “가을(@fall_in_2020)님이 보름달님을 좋아합니다”였다.
이 문안 또한 ‘가을’과 ‘보름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로 의인화해 코로나 상황에서 익숙해진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녹여냈다.
문안 지은이인 김윤진씨는 “집콕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잠들기 전 SNS 계정에 올려둔 여행 사진이나 친구들과 함께했던 사진을 보는 것이 소소한 낙”이라며 “만약 계절에게도 SNS 계정이 있다면, ‘가을(@fall_in_2020)’은 어떤 사진으로 꾸며져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쩌면 추석 때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름달에게 ‘좋아요’를 꾹 누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며 “제가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가을 역시 익숙하고도 정겨운 풍경을 그리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6월22일 공개된 여름 꿈새김판 문안도 거리두기가 주제였다.
선정된 문안은 “냇가의 돌들은 서로 거리를 두었음에도 이어져 징검다리가 된다”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인 냇가의 징검다리에서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았다.
수상자인 권선우씨는 “여전히 우리는 거리를 두고 있고, 멀어진 듯한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결국 이어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권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고 있어도, 냇가에 띄엄띄엄 놓인 돌들이 징검다리를 이루듯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은 이어져 있다는 희망과 위로를 문안에 담았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꿈새김판 문안선정위원회는 당시 대상 선정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인 연대를 돌과 징검다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고 전하며 “문안을 보는 이에게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고, ‘냇가’를 통해 여름의 청량한 계절감도 잘 드러나는 참신한 문구”라고 밝혔다.
4월1일 공개된 봄편 꿈새김판 문안 “봄바람 숭덩 잘라 당신 고달픈 날 드리고 싶네”도 코로나로 피폐해진 일상과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망을 담았다. 수상자 이유린씨는 “우리 인생이 항상 봄일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착안한 글귀”라며 “사람의 마음은 전하기 어렵지만 부는 봄바람은 느끼기 쉽기에, 지친날에는 봄바람을 떠올리며 모두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내년 4월 초에 등장할 2021년 봄철 꿈새김판은 어떤 모습일까?
부디 코로나를 극복하고 다시 찾아온 ‘일상’을 기뻐하는 문안이 채택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HOTTRACKS(핫트랙스)에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11.18.
bjko@newsis.com
착한 자본주의’ 안녕!
2020년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후대 사람들은 이 해를 어떻게 이해할까.
2020년 최대 사건은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일 것이다.
지난 24일까지 이 팬데믹에 7천900만명이 확진되고 173만명가량이 죽었다.
1918~1919년 수천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는 가장 피해가 크다.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1천900만명 가량이 감염되고 33만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확진자 5만여명, 사망자 700여명에 불과해 피부로 느끼는 심각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사태다.
이 사태는 왜 일어났는가.
인류는 아직 그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저런 음모설도 있었지만 인간의 생태계 훼손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바이러스의 발생이 인간에 의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때문인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인간은 왜 이렇게 자연을 대대적으로 훼손했는가.
인간에게 그런 본성이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생태계 훼손에 대해 인간 본성에 원인을 돌리는 것은 인간에게 교환 본성이 있어서 자본주의가 발생하고 발전한다는 부르주아경제학만큼이나 비과학적이다.
추상적 인간 본성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본이, 자본주의 사회경제 체제가 그런 자연 파괴와 기후변화를 만들어 낸 원인이다.
게다가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여태 인류에게 백신도 치료제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생태를 파괴는 하지만 생명을 살리지는 못하는 해롭고 무능한 체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엘리트들은 코로나19를 자연재해처럼 취급하면서 그 재해의 원인인 자본주의에 대해서 무비판적이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2020년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민중이 자본주의 체제를 불신하기 시작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2020년은 또한 국내외 정치지형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 해다.
미국에서 비록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통령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극우 파시즘이 확고한 지지기반을 구축했음을 보여줬다.
또 비록 트럼프처럼 내놓고 파시즘을 표방하지는 않을지라도 국가와 독점자본이 융합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권위주의 통치가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전후에 미·소간에 체제대결이 발생했지만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적어도 미국 패권 아래 ‘팍스 아메리카나’가 지속돼 왔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진 후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 패권하의 세계평화가 흔들리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 스스로가 그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
국제 질서는 같은 자본주의권 안에서 블록간 대결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 대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과 연합국 사이의 대결에 비견된다.
지금 이 시기에 왜 이런 큰 전환이 일어나는가.
그 원인 또한 추상적인 인간의 본성이나 국가의 본성에서 찾을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자본주의의 위기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분명하게 확인됐다.
그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변혁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였다.
그러나 반자본주의 사회변혁이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위기는 심화하고, 위기에 대한 자본측의 대응으로서 국내적·국제적 반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사적인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노동자·민중의 의식과 행동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미국 민중들은 콜럼버스 동상을 끌어내리며 미국이라는 국가의 뿌리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칠레에서는 제헌의회 소집이 국민투표로 결정됐다. 태국에서는 왕정에 대한 저항이 시작됐다.
2021년 이후에는 4차 산업혁명과 ‘착한’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해법이라는 자본의 거짓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노동계급을 지배할 수 없을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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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가 꽃길을 걷게 할 것인지, 가시밭길로 밀어 넣을 것인지는 지금 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WMO]
저무는 2020…‘이상(異常)기후 시대’
이상 '고온·산불·폭풍·해빙·홍수' 시대, 2024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모든 게 정상은 아니었다. 기온은 치솟았다.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바다에서는 강력한 폭풍이 일었다.
얼음은 빠르게 녹았다. 여기저기 때아닌 홍수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아프리카에선 사막 메뚜기떼가 대지를 뒤덮었다.
2020년은 전례 없는 ‘이상기후 시대’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기상과 기후 관련 국제기구는 이 같은 분석과 진단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년은 전례 없는 고온 현상이 이어진 10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저물고 있다.”
올 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공포와 불안, 우울함에 빠진 가운데 기후변화 측면에서 ‘가장 무더운 10년’의 끝자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MOAA) 등은 최근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2011~2020년까지 10년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기간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6년과 맞먹을 정도로 올해도 기온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페테리 탈라스(Taalas) WMO 사무총장은 “1850년대 이후 평균 기온이 높은 기록을 보인 연도는 이른바 강력한 ‘엘니뇨’와 동시에 일어났다”며 “2016년이 그런 해였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바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그 반대는 ‘라니냐’이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지금 라니냐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올해 고온 현상에 제동을 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2016년처럼 ‘슈퍼 엘니뇨’가 없었음에도 올해 고온 현상이 이어진 것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여러 군데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올해 1~10월까지 평균 기온은 그동안 가장 높았던 2016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UN)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11월에도 고온 현상은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1980년대 이후 각각의 10년은 그 이전의 10년보다 온도가 상승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에 큰 역할을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1.2도 상승한 2020년이었다.
2020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2도 상승한 것으로 예측됐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2024년 이전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WMO 측은 “2021년이 지금까지 가장 무더웠던 2016년 기록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북극 기온은 가파르게 상승한 2020년이었다.
바다 온도도 기록적 상승을 보였다. 올해 지구 바다의 80% 이상이 고온 현상을 겪었다.
바다 생태계는 이미 파괴되고 있고 빠르게 산성화가 진행 중이다.
북극 바다 얼음과 그린란드·남극·고산지대 빙하는 급속히 녹고 있다. 이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가속되고 있다.
특히 북극의 올해 평균 기온은 이전 평균보다 무려 5도 이상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극권에 있는 시베리아는 올해 38도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 폭염에 멘탈이 붕괴할 정도였다.
지구는 1980년대 이후 평균 기온이 계속 상승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2024년 이전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5도 상승 억제를 하지 못하면 최악의
기후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NOAA]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진 2020년이었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미국 알래스카, 호주, 미국 서부, 남미 등엔 대형 산불이 줄을 이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때아닌 비가 많이 내려 사막 메뚜기떼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동하면서 식량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대서양에서는 올해 전례 없는 허리케인 시즌을 맞았다. 30개가 넘는 폭풍이 발생하면서 붙일 이름조차 부족해 그리스어 알파벳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코로나19 고통 속에 기후위기로 고통이 더해진 2020년이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이상기후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건강을 위협한 것은 물론 경제적 불안과 식량 안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WMO는 “미래 세대의 안녕을 위해 무엇보다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준수, 온실가스 감축, 생활 속 작은 실천하기 등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이미 기후 행동은 늦었고 주저할수록 기후위기에 따른 심각성은 더 가중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붉은 참나무 숲 Lowell B. Harrison Red Oaks onc 48.3x61ⓒ개인소장
선동기 미술에세이스트
그림으로 세상읽기] 안녕! 2020년
2020년 끝이 보인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도 되는 것일까?’하는 말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저무는 한 해의 끝에 서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에 맞춰가야 하다 보니 올해는 더욱 정신없이 흘렀다.
그림으로 한 해를 정리해볼까 한다.
미국 화가 로웰 해리슨의 ‘붉은 참나무 숲’이라는 작품이다.
지는 해가 참나무 숲에 걸렸고 마차바퀴와 발걸음의 흔적들은 숲 앞으로 뻗은 길을 따라 멀어지고 있다.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 발자국이 보안다.
길을 잃지 않을 자신만 있으면 혼자 숲으로 들어 가 보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지만 그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문득 올 한 해 어떤 숲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얼마나 우왕좌왕했었는지 기억이 난다.
눈이 녹으면 어지러웠던 흔적들은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흔적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들이 모여 삶의 지층이 되는 것이니까 후회할 일은 아니다.
죄수 The Prisoner 1878 oil on canvas 143.1cm x 107.6cmⓒTretyakov Gallery, Russia
머리 위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창가에 매달리다시피 서 있는 사내는 그 빛을 향해 석상처럼 굳었다.
남자의 등 뒤로 길게 뻗은 그림자는 방 안의 어둠에 묻혔다.
남자의 어깨에 내려앉은 간절함과 체념이 보인다.
러시아의 화가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죄수’라는 작품을 통해 갇힌 사람들의 막막함을 보여주고 있다.
막막함은 세상과 단절되었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감옥이 무서운 이유는 몸과 마음이 함께 갇히기 때문이다.
지금 어딘가에도 저렇게 우두커니 서서 손바닥만한 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우리 가운데에도 등 뒤에 긴 어둠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다.
어둠이 엷어지는 세상, 모두가 꿈꿀 만한 세상 아닌가?
바람 Vasily Polenov Dreams 1894 onc 151x142ⓒSaratov Art Museum Russia
호숫가 바위에 앉은 젊은 사내는 말이 없다.
물안개 속으로 희미하게 건너다보이는 광야에서 40일을 보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이르렀지만, 그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한 일이 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숨을 고르고 있는 그림 속 젊은이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사형을 당한다.
러시아의 화가 바실리 폴레노프는 ‘바람’이라는 작품에서 그런 세상은 아직 오직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 속 젊은이의 바람은 그 후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바위 위에 젊은이는 오늘도 저렇게 앉아서 세상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을 것 같다.
언제쯤 훌훌 털어 버리고 크게 웃으며 저잣거리로 내려올 수 있을까?
겨울 일출 Ivan Choultse Winter Sunrise onc 64.8 x 81ⓒ기타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기 시작했다.
간밤에 내린 눈은 땅 위의 것들을 덮었고 이제는 길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다.
노랗게 변하는 하늘을 향해 쌓인 눈 무게로 가지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이 경건하게 아침을 맞고 있다.
러시아 화가 이반 초울체는 ‘겨울 일출’에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추운 밤이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고 겨울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비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시간에 대한 희망이 가장 많이 쌓이는 시간이기도 한다.
래서 한 해의 끝과 시작이 함께 있는 겨울이 고맙다.
새해에 세웠던 날 선 각오와 새파란 다짐이 무뎌지고 색이 바랬지만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늘 각오와 다짐이 필요합니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잊히지 않을 2020년 달력을 접고 2021년 다이어리를 꺼낸다.
선동기 미술에세이스트
코로나에 휩쓸려한 해가 끝나간다.시작보다 중요한 게마무리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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