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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불평등, 기후위기... 재난의 도돌이표를 막아라!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코로나 바이러스. [사진=pixabay]

 

 

 

 

▲ IROS 2020이 코로나 유행으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 '변종 코로나19 확산' 총리 비상조치 전하는 영국 일간지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변종 출현과 이에 따른 긴급 봉쇄를 알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발표 내용을 전하는
지난 20일자(현지시간) 영국 일간지들의 1면 모습. ⓒ 연합뉴스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전환을 감행하자

코로나19의 짙은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채 새해를 맞는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인식과 삶과 관계를 모두 바꿨다.
그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유·무형의 자산과 가치와 체계와 질서를 코로나19는 하루아침에 허물어뜨렸다.
코로나19가 사라지더라도,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2021년 초두, <한겨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이후의 전망을 담은 석학과 전문가들의 특별기고 ‘2021, 11개의 질문’을 마련했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당연하다고 여겨온 많은 것들이 낯설어지고, 견고하다고 생각해온 수많은 것들이 흔들린다.
영원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하릴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폐허 속에서 공포가 엄습한다. 우리가 이 세계를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덮쳐오는 공포의 정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 헤게모니가 이울고, 자본주의 시대가 기울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수명을 다하고, 서구의 지배가 종말로 치닫고 있다
. 물질지상주의, 경쟁 이데올로기에 의문부호가 박히고 있다. 구시대가 급속히 스러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과도기를 우리는 건너고 있다.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건 근대의 최종적 죽음인지도 모른다.

18세기 이래 지속돼온 낙관주의의 성채가 처참히 허물어지고 있다. 19세기 말에 덮쳐온 낙관적 세계관의 붕괴(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의 세계)에 이어 이제 거대한 제2차 붕괴가 목전에 와 있다. 제2차 붕괴가 ‘거대한’ 이유는, 정신사적 성격을 띤 1차 붕괴와 달리, 그것이 자연사적(생태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개인주의에 기초한 근대의 기획은 이제 종막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인류, 세계, 공동체의 가치가 새롭게 떠오른다. 역사상 어느 시대에도 인류가 운명공동체임을 오늘날처럼 뼈저리게 체험한 적은 없었다. 과연 인간은 추락한 인류의 개념을 구제함으로써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과도기의 폐허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껏 당연시해온 모든 것들이 새롭게 눈에 잡힌다.

이제 우리는 한국 사회를, 미국을, 자본주의를 문득 낯선 눈으로 마주한다.
코로나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벼랑 끝 삶인지 처절하게 깨닫는다.
누구라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고, 어떤 이도 한 발짝에 실족할 수 있다.
국가는 나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최악의 기업살인율, 최저의 출산율은 그런 ‘낭떠러지 생존’의 징표일 뿐이다.
어떤 안전망도 보호장치도 없는 불안사회가 대한민국을 “현대 니힐리즘의 가장 급진적인 형태”(프랑코 베라르디)로 만들었다.
지난 70년간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해온 동경의 대상이 코로나로 인해 추한 민낯을 드러냈다. 의료와 방역, 인종과 정치 문제에서 미국이 보여준 야만성에 세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는 아마도 한국인일 것이다.

사회보장도, 공공의료도, 공적 서비스도 극히 부실한 사회를, 그래서 유럽에서는 통상 ‘사회적 지옥’이라고 불리는 나라를, 한국인들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오인해왔던 것이다.
한국인이 견고하고 ‘영원한’ 체제라고 생각해온 자본주의도 흉측한 ‘생얼’을 내보였다. 신자유주의 30년이 휩쓸고 간 폐허에 우리는 매일 참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국가일수록 코로나가 남긴 참상은 처연하다. 자유시장의 공세 속에서 ‘공적인 것’(the public)이 괴멸한 속 빈 ‘공화국’(republic)들이 초미세 바이러스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코로나 시대는 우울하다. 코로나 블루의 일상이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옐로를 보아야 한다. 코로나의 경고를 읽어야 한다.코로나 대유행이 보내는 경고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중요한 두가지 가치를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번째는 ‘사회적 가치’이다. ‘모두가 건강하지 않으면 누구도 건강할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는 범용한 지혜가 우리에겐 너무나 절박한 정언명령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한국인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한국인은 무한경쟁 속에 각자도생하는 개인들이다. 지구상에서 ‘사회적’이라는 가치가 이렇게 천대받는 공동체는 없다.

‘사회적’이라는 말이 기피되는 정도를 넘어, 불온시되고, 낙인이 되는 곳이 이 나라다.두번째는 ‘생태적 가치’이다.
자연 생태계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엔 생태적 상상력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물질주의, 발전주의, 성장주의가 공론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담론이다.

이런 자본절대주의 사회에서 68혁명 이후 도도한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탈물질주의 생태문화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에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와 근원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이 깨우쳐준 길은 분명하다.

자주국가, 복지국가, 생태국가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자주국가가 되어야 한다.
건국된 지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국의 속국처럼 행동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코로나가 드러낸 미국의 충격적인 실상은 미국을 맹목적으로 좇아가는 것이 ‘지옥으로의 행진’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지나갔고, 미국 헤게모니도 끝났다.

한류와 케이방역은 우리가 미국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었다.
한반도 평화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이제 관성화된 무력감을 떨치고 한반도에 새로운 상황을 주도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복지국가로의 전환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벼랑에 매달려 있다.

더 이상 자살과 빈곤과 기업살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청년의 80%가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75%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 나라는 이미 망한 나라다.
근본적인 새 출발,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복지국가가 유일한 답이다.
각자도생의 극단적 개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생존의 불안 없이 존엄한 존재로서 살 수 있는 연대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생태국가로의 질적인 변화도 감행해야 한다. 발전 논리, 성장 이데올로기는 낡은 시대의 유물이다.

무한히 자연을 파괴하는 발전은 지구 종말로의 발전이며, 생태계의 순환을 깨뜨리는 성장은 지옥으로의 성장이다.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지금 사는 인류가 최후의 인류다’라는 세상의 경고를 이제는 우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
기후 악당’ ‘생태 깡패’라는 말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된다.2021년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느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고, 노조 하다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없어 자살하지 않는 복지국가, 근대국가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과 민족자결이 구현되는 정상적인 자주국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현되는 생태국가여야 한다.지금 인류는 문명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물질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 거대한 전환에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다.

과학자는 말한다. 최후의 생물 대멸종이 목전에 있다고. 지구 역사 45억년 동안 다섯번의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
소행성 충돌, 빙하기 도래 등 자연현상이 원인이었다. 이제 2050년으로 예상되는 6차 대멸종은 인간이 자초한 최초의 대멸종이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최후의 대멸종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는 말한다.

인류는 기원후 1800년 동안 5배의 물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자본주의가 본격화한 지난 200년간 무려 100배의 물적 발전을 이루었다고. 그런데 물적 발전은 무엇인가.
자본주의의 경이로운 생산력의 이면은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력이다.아도르노는 이를 ‘계몽의 변증법’이라 했다.

계몽, 즉 인간의 자연지배가 자연의 파괴, 인간성의 파괴를 초래했다. 근대는 이러한 역설 위에 세워진 건물이다.
발전이 퇴보이고, 성장이 몰락이며, 생산이 파괴이다.
이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계몽의 계몽’을 통해 계몽의 자기파괴를 멈춰 세워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명령이다.
이 세상을 아름다운 유토피아로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이 지구가 완전한 지옥이 되는 것은 막아내야 한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전 세계를 집어 삼킨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2020년은 사라져버렸다. 2021년엔 새로운
일상을 회복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신개념 홀로그램 LED 디스플레이에 '2021'란 숫자
영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1



불평등, 기후위기... 재난의 도돌이표를 막아라!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은 통째로 ‘증발’한 해였다.
무방비로 겪어낸 재난의 대가는 혹독했다.
일상은 무너졌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 큰 고통에 신음했다.
팬데믹 2년 차,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

32곳 출판사들의 출간 예정 목록(가제)에서 2021년 시대적 과제를 정리해봤다.
팬데믹, 기후재앙, 불평등까지 인류의 존망을 다투는 위협 앞에서 구호를 넘어 행동을 촉구하는 책들이 많았다.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재난은 더 빠르고 더 가혹하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란 절박한 경고다.
마침 2021년은 21세기가 시작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 더는 굼떠 있을 수 없는 ‘책임의 시대’가 도래했다.

①기후재앙-‘지금, 여기’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구온난화로 북극곰들의 삶의 터전인 해빙(海氷)이 녹아내리면서 북극곰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진 속 북극곰도 먹을 것을 찾지 못해 매우 야윈 상태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더 이상 북극의
흰 곰을 볼 수 없게 될 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폭주하는 인간의 지구 파괴욕망이 팬데믹 사태를 야기했다는 깨달음 덕분일까. 올해 유독 기후위기,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들의 출간이 두드러진다. 기후 재앙을 경고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 지침을 동반한 책들이 많았다.
2월에 나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은 단연 기대작이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2050년.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 510억 톤을 제로로 만들지 못하면 지구의 존립은 장담할 수 없다고 빌게이츠는 경고한다. 세계 각국이 실천할 수 있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와 청정에너지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하이브리드' 지식인 브뤼노 라투르는 인류세 시대, 인간이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인간 세계, 특히 정치를 재편해나가야 함을 ‘브뤼노 라투르, 착륙하라’(이음)에서 역설한다.

‘소심하고 게으르지만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추수밭)는 가볍고 쉽게 환경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분해’의 시점으로 사회의 모습을 재구성한 ‘분해의 철학, 부패와 발효를 생각하다’(사월의책), 기업이 폐기해버린 ‘수선해서 고쳐 쓰는 욕망’을 소개하는 ‘리페어컬처’(양철북),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명체인 식물의 힘을 일깨운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더숲)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들이다.


②불평등-쪼개 볼수록, 대안은 많아진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서초구 방배동은 부와 가난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세대주택 뒤로 높게 솟은
주상복합과 아파트 단지는 한국 사회의 주거 불평등과 양극화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불평등 담론의 중심은 ‘사회적 상속’이었다. 토마 피케티의 ‘기본자산제’를 시작으로 정부가 사회 진출 청년들에게 종잣돈을 주자는 제안이 봇물을 이뤘다. 올해는 불평등의 면면을 잘게 쪼개 살피는 게 특징. 불평등은 거대담론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 우리 삶 곳곳에 문신처럼 패여 있음을 환기시켜준다.
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흔적을 찾아나선 ‘아, 해보세요’(후마니타스), 건강권의 법적 지위와 현장의 목소리를 녹여낸 ‘불운이 부정의가 될 때’(동아시아), 진보교육자들의 방관 속에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음을 꼬집은 ‘학교와 계급재생산’(이음)이 대표적이다.
분석은 더 탁월해졌다. 2019년 ‘불평등의 세대’에서 정치경제적 권력 자원을 장기 독점한 86세대 책임론을 제기했던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신간 ‘불평등의 기원’(문학과지성사)에선 ‘쌀, 재난, 국가’를 키워드로 한국의 불평등, 경쟁, 비교의 문화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중간계급이 허위 이데올로기임을 밝히는 ‘우리는 결코 중간계급이었던 적이 없었다’(산지니), 네트워크 이론으로 불평등 원인과 대책을 고민한 ‘휴먼네트워크’(바다출판사)도 눈길을 끈다. 대안은 결국 자본주의를 고쳐 써야 한다는 데 강조점이 찍혔다. 이른바 ‘자본주의 리부트’(어크로스)다.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열린책들)에서 자유 시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자본주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③포스트 팬데믹과 AI-파국이냐, 희망이냐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이 더 어색해진 현실. 새해엔 마스크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2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팬데믹 이후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글로벌 위기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 교수는 9월 출간 예정인 ‘셧다운’(아카넷)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혼돈에 빠진 세계 경제의 한계와 가능성을 진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돌아본 ‘붕괴’, 지나간 위기 속에서 다가올 위기를 점쳤던 ‘대격변’에 이은 위기 4부작 시리즈 중 3번째 편이다. ‘
포스트 키신저’로 불리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10 Lessons’(민음사)에서 포스트 팬데믹을 헤쳐나갈 협력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걸 넘어 자신을 창조하는 인공지능(AI)시대, 종교, 과학, 예술, 그리고 인간은
어떤 존재로 이해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포스트 휴먼의 시대를 조명한 책들도 눈에 띈다.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을 창조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신학의 자리는 어디에 있으며, 의식, 과학, 예술의 존재방식은 어떻게 이해돼야 하는지 ‘포스트휴먼’(사월의책)은 묻는다.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변호사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는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 기술과 결합할 때 맞이할 수 있는 내일을 그려낸다.

컴퓨터 과학기술이 정부와 자본의 통제 시스템 속에 가동되는 위험성을 분석한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시대의창)는 기술 발전의 그림자를 경고한 책이다.


④민주주의-권력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민주주의가 언제나 전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민주주의는 쇠퇴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 민주주의를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다시
진지하게 물을 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주의는 만능키가 아니다. 민주주의로 선출된 권력이라고 반드시 민주적이지 않다는 걸, 또 다른 독재로 변질될 수 있음을 우리는 꽤 많이 목도하고 있다. 엇나갈까 받쳐주고, 쳐지면 밀어주고 민주주의는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제도다. 마침 올해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고 중심을 잘 세워야 할 때. 어려울수록 역사에서, 기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광복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민주주의 관점에서 연구해온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의 ‘모두의 민주주의’(책과함께)는 길잡이가 돼준다. 한국 민주주의 태동기를 정리한 1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민주주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2권에 이은 완결편이다.
차병직 변호사의 ‘헌법의 탄생’(바다출판사), 권력 연구의 결정판인 ‘액팅 위드 파워’(부키)는 헌법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파시즘적 논리에 맞설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파시스트 되는 법’(사월의책), 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독재자들의 면면을 해부한 ‘독재자들’(열린책들)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가짜뉴스를 믿는 과학적 이유’ (휴머니스트)는 극단적 진영논리를 판치게 하는 가짜뉴스 대처 방안에 대해 일러준다.


⑤동아시아-한일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일본의 항의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베를린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베를린 미테구 의회는 소녀상이 근본적으로 막아야 하는 전시 성폭력의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12월 1일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베를린=연합뉴스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 111년이 되는 올해, 한일관계에 주목한 책들이 적지 않다. 먼저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연구위원이 쓴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 역전’(서울셀렉션)은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일본이 한국보다 뒤쳐지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일본의 경제 쇠퇴, 민주주의 후퇴 뒤엔 패전을 인정하지 않는 책임 회피적 사고가 근본 문제란 지적이다.

일본인 승려인 저자가 전쟁 중에 강제 연행된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유족들에게 돌려보내주는 여정을 그린 ‘유골:70년만의 귀향’(후마니타스)도 큰 울림을 준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의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사계절), 길윤형 일본 전문 기자의 ‘지난 갈등은 무엇이었나’(생각의힘)는 한일 관계의 궁극적 해법을 모색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중국과 일본의 1,500년간의 관계를 기술한 ‘중국과 일본’(까치글방), 중국 공산당의 조직적인 내정간섭과 해외 선전 활동을 공개한 문제작 ‘중국의 조용한 침공’(세종서적)도 눈 여겨 볼 만한 책이다.

동아시아 전반의 식견을 높여줄 만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한미관계사’(창비),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의 ‘한일관계사’(창비)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⑥페미니즘-90년대생 여성들의 단단한 외침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음에도,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형법 개정안은 여성계 요구대로 낙태죄를 폐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연합뉴스



2015년 촉발된 페미니즘 리부트,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도 여성들과 페미니즘은 ‘안녕’하지 못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올해도 페미니즘을 다룬 책이 강세다. 특히 여성의 몸의 서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게 눈에 띈다.
‘말하는 몸’(문학동네)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노동운동가 김진숙, 여성학자 권김현영과 우리 시대 일하고, 살아가는 여성들 80여 명의 몸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삶과 세상을 읽어내려는 시도다. ‘버자이너 바이블’(글항아리)도 여성 성기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내며 여성의 몸을 해방시킨다.

여성혐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 ‘다운 걸’(글항아리), 급진적 페미니스트 필리스 체슬러의 투쟁을 조명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바다출판사), 흑인 여성이 화자로 나선 ‘뒷골목 페미니즘’(서해문집)도 한국 페미니즘의 지평을 넓혀줄 책들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2030대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김초엽, 이길보라, 이슬아 등 90년대생 여성 10인의 인터뷰를 담은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도 기대작이다.
젠더감수성 변화의 주체자이자 목격자로 역할하고 있는 90년대생 여성들의 단단한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기운 찬 미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⑦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직접 쓰고, 기억하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 어린이 신발 30여
켤레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OOO(아이 이름)법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뉴스1

 

거대담론에 치여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책은 놓치지 않고 찾아냈다. 과로사와 과로자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직접 쓴 ‘과로사, 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나름북스)는 과로사의 사회적 인정이 남은 모든 이들의 치유를 위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말한다.

‘가장 보통의 죽음들’(돌베개)는 방송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오늘도 무사히 퇴근하는 걸 행운으로 여겨야 하는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삶을 조명한 책들이다.
말광량이 삐삐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 국민 작가가 쓴 ‘폭력은 절대 안됩니다’(위고)는 아동 인권의 의미를 되새긴다.
‘양동 쪽방촌 사람들:가난한 우리들의 이야기’(후마니타스)는 복지 수급을 위한 면담 말고는 자기 삶을 말할 일도, 들어줄 사람도 없던 이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어 붙여 만든 기록으로, 타자화되지 않은 가난의 서사를 들려준다.

‘소록도’(돌베개)는 10년 넘게 소록도에서 활동해온 사회학자가 국가 폭력이 자행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돌아본 기록이다. 소록도에 관한 첫 인문교양서로, 현장 연구의 값진 성과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초과학 연구원  출처 : 더리포트(http://www.thereport.co.kr)

 

 

 

 

 

 

 




지구온난화로 길 잃은 철새들

 


철새의 이동 궤도 변화 발생으로 생태계 불균형과 조류 멸종 증가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지구상의 수많은 생태계에 얽혀있는 비밀이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에게 이주하는 새를 관찰하는 일은 자연이 준 선물과도 같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조류의 이동에 미치는 영향과 위협을 연구할 때가 됐다. 


철새의 이동은 여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철새들은 번식과 먹이 채집, 그리고 포식자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이동한다. 
즉, 지구의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새의 생존 본능이다. 번식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 탐색이 수천 마일의 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철새가 이동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조류종이 멸종에 이르려 생태계는 파괴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수많은 조류종이 더는 이주를 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고 진보적이었던 존재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는 조류의 천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총 1만1,000여 종의 조류가 기록돼 있으며 그중 20%가 철새에 속한다. 이런 철새가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여파로 조류종의 40%가량의 개체 수가 줄고 있다. 그리고 8종 당 한 종꼴로 완전한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추세를 살피면, 생태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철새 보존의 중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수많은 종이 본래의 서식지에서 쫓겨나 다른 장소를 찾고 있어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철새 종은 지속성과 생존을 보장하는 연례 주기가 있다. 그리고 번식지의 적절한 기후, 서식지 및 이동 경로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이러한 주기를 치명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많은 조류종은 기온 상승을 피하고자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본래의 서식지를 버리고 떠나는 조류종으로 인해 생태계는 균형을 잃게 된다. 

새로 찾은 정착지에 살고 있던 기존의 조류종들에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포식자들이 개체 수를 제거하는 것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류종 간의 싸움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철새 종은 해마다 이동 기간에 상당히 많은 개체 수를 잃는다.
이는 이동 기간에 포식자를 맞닥뜨리거나 탈진, 먹이 고갈 등의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가 더해져 장거리 이동 철새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조기 이동이나 늦은 이동 현상을 유발하고 심지어 철새 무리가 한 번에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조류종은 이동이 늦어지거나 이동을 포기하고 있어서 조류 분포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새가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어 먹이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 구도가 발생하고 있다.


조류는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새로운 먹이와 경쟁자, 포식자들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먹이와 번식지가 고갈돼 자연의 순리가 파괴되고 있다.
이 같은 파괴적인 추세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보존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 즉, 전 세계 조류 보존 노력이야말로 철새를 구할 방안이다.

세계 각지의 보존 노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책을 통해 철새를 보호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어 조류 보존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류와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 ‘버드 라이프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조류 보존을 위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여러 요인으로 인한 위협 때문에 철새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먹이와 포식자, 이동 패턴 등의 변화에 대처하고 있는 철새 가운데 일부 종은 이미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10여 년에 걸쳐 기후 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더 많은 철새 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조류의 행동과 분포에 변화가 생기면 멸종 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동반하게 된다. 
일부 철새가 이동하지 않게 되면 번식과 먹이에 영향을 받아 개체 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펙셀스

한윤경 기자 researchpaper@naver.com





위키피디아 제공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가라앉고 있다


2040년 지구 인구 19% 거주하는 땅 꺼진다

2040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의 지반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두 대도시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며 지하수 고갈이 일어나 토지 침하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지역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는데, 한반도 지역의 침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르라도 에레라 가르시아 스페인 지오해저드레이더간섭기법(INSAR)및모델링연구소 연구원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새해 1월 1일 공개했다.
토지 침하는 땅이 꺼지는 현상이다. 지하수 추출과 같은 인간의 영향 외에 자연적인 요인으로도 종종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서울 송파구 잠실의 경우 지속적인 토지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흔히 ‘싱크홀’이라고도 불린다.  
연구팀은 지하수 고갈로 인한 토지 침하와 관련된 전 세계 논문 및 자료들에 대한 대규모 문헌 조사를 수행했다. 문헌조사는 연구하려는 주제에 대해 기존 연구내용들을 검토하는 것으로 수 많은 연구결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조사방법이다. 
34개국 200개 지역에서 지하수 침출에 따른 토지 침하 현상이 보고됐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일본, 이란,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큰 규모의 침하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지역에 9m의 토지 침하 현상이 보고되기도 했다.  




붉은 색일수록 토지 침하 가능성이 높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관련 내용을 토대로 예측모델링을 통해 전 세계의 토지 침하 정도를 예측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전 세계 토지 침하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세계 인구와 경제 성장을 포함한 요인으로 토지 침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인구 밀도가 증가하고 지하수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의 경우 토지 침하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2040년 전 세계 인구의 19%인 6억 3500만 명이 토지 침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중국 베이징과 상아이, 산둥과 인도 델리 등 아시아 지역에 쏠릴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은 인구 밀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경제 성장으로 인해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토지 침하에 영향을 받는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상해를 포함해, 미국 서부 도시 등 해안가에 있는 도시들의 경우 잦게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에레라 가르시아 연구원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은 토지 침하로 인한 피해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토지 침하 위험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피해 평가, 효율적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환경과 지구의변화] 과열되는 지구

 

가을은 철새의 계절이다. 철새의 대표격인 고니는, 해마다 시베리아에서 일본으로 날아와 겨울을 난다.
그 이동 거리는 2주 동안 4,000km 가까이 된다고 하니까 놀랍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고니를 훨씬 상회하는, 세계 제일의 행동파 새가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그 새는 바로 극제비갈매기이다.
체중 100g 정도의 작은 갈매기 같은 외양을 가졌지만, 1년 동안 북극과 남극을 왕복하며, 80,000km나 이동한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제부터이다.
이처럼 몸을 혹사하는 데도, 평균 수명은 30년이 넘는다.
말하자면 일생 동안 240만km를 비행하는 게 되며, 이 거리는 놀랍게도 달과 지구를 세 번 왕복하는 거리에 상당하다.
도대체 뭐를 먹으면 이렇게 힘이 있을 수 있을까.

답은 뜻밖의 것이다.
그것은 플랑크톤인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로, 이것들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외부의 적과 다투지 않고, 온종일 편하고 쉽게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여름의 북극’에서 ‘여름의 남극’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활력의 원천인 크릴이, 온난화 영향으로 감소 경향에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크릴은 먹이인 조류가 풍부한 해수 밑에 생식하는데, 해수 온도 상승에 동반해 서식처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먹이로 삼는 극제비갈매기도 감소할 운명에 놓였다.


세계 최고의 끈기 있는 동물도, 급격한 환경 변화를 따라가는 게 어렵다. 안타깝게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구 전체 기온은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높아졌고, 8월에 들어서도 고온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浜松시에서도 국내 최고 기온의 타이인 41.1℃가 관측되어, 올해는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과열되는 지구에서 지금 일어나는, 몇 가지 이변을 소개하고자 한다.


■ 계속 넓어지는 ‘죽음의 나라로 향하는 문’

북극권으로 전출된 동료에게, 흑야와 백야 가운데 어느 쪽이 힘드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녀가 말하기를, 흑야라면 언제든 잘 수 있지만, 백야라면 너무 밝아서 잘 수 없어, 그래서 단연 백야가 힘든 것 같아.


백야는 얼마큼 이어지는가 하면, 예를 들면 북극권의 남쪽 한계에서는 하지 무렵의 몇 주 동안, 북극점에서는 반년에 이른다.
그렇다고 하면 수면 부족으로 불쾌한 사람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영구동토와 바다 얼음이 쉽게 녹는다.
그런데 하얀 얼음은 태양광 반사율이 높고, 열이 거의 흡수되지 않아, 북극권은 맹렬한 더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하는 오늘날에는, 얼음이 녹고, 지표와 해수가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에 태양 반사율이 줄고, 거꾸로 열을 흡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북극에서 다른 곳에 비해 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해 마침내 6월에는 시베리아에서 38℃로 북극권 사상 최고 기온이 관측되고 말았다. 또한, 산불이 확대되어 그리스 국토 면적에 필적하는 넓이의 삼림이 소실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죽음의 나라로 향하는 문’이라고 불리는, 뭔가 사연이 있는 구멍도 급속하게 확대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구멍일까.


그 구멍은 시베리아 동쪽 지방에 위치하는 ‘Batagaika crater’이다. 광대한 삼림 한가운데, 올챙이 비슷한 형태를 한 직경 1km, 깊이 90m 정도의 다갈색 구멍이 벌어져 있다. 이 이상한 구멍은 1960년대 삼림 벌채를 계기로 갑자기 벌어졌다고 한다.
왜일까.

태양광이 지표에 도달했기 때문에 영구동토가 녹아, 지반 침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함몰 구멍은 그 후도 계속 확대되어, 5년 정도 전까지는 연간 10m에 약간 못 미치는 속도로 바깥쪽으로 확대되었다고 보고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에서는 해마다 14m로 가속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영구동토에는 메탄가스 등이 저장되어 있는데, 구멍의 확대는 몇천 년 동안이나 얼음 밑에 밀폐되어 있던 온실 효과 가스가 대기 속으로 방출되어, 지구 기온을 한층 상승시키게 된다. Batagaika crater는,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죽음의 계곡’에서 세계 역사상 최고 기온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세계에서 가장 더운 장소’라는 칭호를 놓고 경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미국과 중동이다.
현재 공식 세계 넘버원의 자리에 군림하는 곳이, 캘리포니아주 Death Valley로, 이곳에서는 1913년에 56.7℃라는 엄청난 높은 기온이 측정되었다.
한편, 비공식이지만 습도를 가미한 체감 온도의 세계 넘버원은,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Dhahran에서 기록된 81℃이다.


올여름은, 이 더위 격전이 한층 가열되었다.
7월에는 이라크의 Baṣrah에서 기온이 52.2℃, 수도 바그다드에서 51.8℃에 달해, 이 시의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다른 쪽의 Death Valley는 다음 달에 54.4℃를 기록, 이 온도는 8월의 세계 최고 기온 기록이 된 외에, 엄청난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마저 간직하고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세계 최고 기온 56.7℃라는 기록은, 모래바람으로 실제보다 2℃ 이상 기온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어, 그 정확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기록이 무효가 되면, 올해의 54.4℃가 세계 최고 고온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죽음의 계곡을 의미하는 그 이름은, 1800년대에 많은 탐험가가 목숨을 잃는 것에서 유래했는데, 오늘날에도 관광객이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의외라고 해서는 뭐하지만, 이곳에서 사망 사고의 최대 요인은 熱中症이 아니라, 자기 불찰로 인한 자동차 사고다.

모래와 바위만이 빛을 발하는 풍경이 연이어 계속되는데, 과속하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도 최대의 적은 마음의 해이이다.


■ 허리케인으로 인한 ‘죽음의 해역’에 생긴 이변

올해 7월은, 태평양 서부에서 태풍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났다.
인도양이 고온이 되어 상승 기류가 왕성해진 한편으로, 일본의 남쪽 해역은 하강 기류가 강해 태풍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던 점이 한 요인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서양에서는, 관측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그 경향은 8월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개나 발생했던 것일까.


허리케인에는 알파벳 순으로 하나하나 이름이 붙여지고, 각각이 올해 몇 호인가 한눈에 알 수 있는데, 8월 하순 시점에서 발생하는 최신 허리케인은 M으로 시작하는 Marco, 그러니까 13호이다.
통상의 평균 발생일보다 두 달 이상 일찍 발생해 관측 역사상 가장 빠른 13호가 되었다. 대서양의 허리케인 양산 경향은 앞으로도 수그러들 기미는 없고, 전문가도 ‘비정상적인 해’라고 흥분 기색으로 경고할 정도이다.


도대체 대서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일까. 그것은 해수의 이상 고온이다. 전체적으로 평년보다 2℃ 이상 높고, 미국 북동 먼바다에 이르러서는 5℃ 이상이나 높은 상태로,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인 고온 다습한 환경이 되었다.
허리케인이 많게 되면, 육상에서의 재해 위험이 증가하는 한편, 바다의 상태도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Dead zone’을 축소하는 것이다.


Dead zone이란, 인간 활동의 원인으로 초래된, 바다와 호수의 무산소 수역이다.
비가 내리고, 육상의 비료와 하수의 양분이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면, 거기에 조류가 번식하는데, 이 조류가 죽어서 분해되었을 때 산소가 소비되어, 저산소 해역이 생기고, 많은 해양 생물이 질식사한다.

세계의 Dead zone 면적은 1950년 무렵보다 네 배나 불어나 수백만㎢나 확장되었다고 한다
. 이로 인해 350,000,000명이나 되는 세계의 어업 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7월에 발생한 허리케인 Hanna로, 거센 파도가 일어나 해수가 교묘하게 아래위가 뒤섞여 Dead zone이 축소되는 예상 밖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면적은 최근 34년 동안에 세 번째로 작아졌다고 한다.


놀랍게 변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생물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 세계를 오가는 철새 같은 경우 정면으로 그 영향을 받기 쉽다. 어떤 조사에서는, 철새가 체온 조정을 쉽게 하도록 몸의 크기를 작게 하고, 에너지 효율을 올리기 위해 날개를 길게 변화시키고 있는 외에, 기온 변화에 대응하도록 봄의 비행 시기를 10년마다 이틀씩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변화를 강제하는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다면, 에어컨의 리모컨을 콕 누르는 것만으로 기온 변화에 대응하는 현대 생활에 복잡한 기분을 품게 되는 것이다. (『世界』, 202010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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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프리존(http://www.newsfreezone.co.kr)

 

 

 

 

2015년 12월 4일, 발사 1년 뒤 하야부사2가 촬영한 지구(출처 : JAXA, 도쿄대학)
출처 : SBS 뉴스

 

 

 

 

지구의 눈물, 우리 모두가 유죄




지구에 비상종이 울리고 있다.

한국은 올해 기상 관측이래 54일간이라는 유례없는 장마가 이어졌고 매년 여름 최고 수은주를 경신하고 있으며, 한파의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은 지구촌 한쪽에서는 폭염으로 그 반대편에서는 한파에 시달리며 지구의 눈물이 인간의 눈물로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 다큐멘터리 북극·남극·아마존 등의 눈물시리즈를 보며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하고 각성하며 다짐했었으나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은 여전히 우리의 삶속에 녹아있다.
필자 또한 바쁜 한주를 정리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보면 사용한 일회용품 쓰레기양에 놀라고 반성할 때가 많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대신 배달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지만 이로 인해 지구에 눈물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멸종위기의 동물이 증가하고 폐그물에 끼어 생사를 오가던 바다생명체들의 사체에서는 다량의 플라스틱이 발견되며 북금 곰은 수온과 기온상승으로 만년설이 녹아 먹이활동을 하지 못해 야위어 죽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영장류 중 가장 지능이 높다는 인간은 그 편리함만을 좇아 사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2억톤 이상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개발도상국에 버려졌으나 그마저도 어려워지자 바다에 투기되어 해류에 의해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 쓰레기 섬을 태평양에 만들었으며 이것은 1997년 찰스 무어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섬은 생태계의 순환을 통해 다시 우리의 밥상으로 그리고 몸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의 눈물은 기후의 변화로도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영하 67.8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인 러시아의 베르호얀스크에서도 나타났다.
러시아 혁명 당시 정치범의 유배지였을 정도로 혹독한 추위로 유명한 이곳은 지난 6월 기온이 38℃까지 치솟아 평년 6월 평균 기온 20℃에 약 2배에 가까운 기온을 나타내며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여름 한국의 긴 장마도 유례없는 극지방의 기온 상승이 원인인 것을 감안한다면 지구촌 전체가 연일 최고를 경신하며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위기는 파국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다. 요즘의 환경변화를 보면 인간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파국의 끝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전문가들은 인류가 행동할 기간은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때 이른 극심한 열대야와 한파를 보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남은 기간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환경은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46억년의 지구의 생태계의 역사와 70만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인류의 역사를 인간 스스로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파괴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문명에 대한 도덕적 반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며 지구의 눈물에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비상등을 켜야 할 때이다.

긴 장마는 인간에게 지구가 알려주는 경고의 메시지이자 작별을 예고하는 지구의 슬픈 눈물일지도 모른다
. 지구의 눈물에 가장 큰 유죄는 인간이며 더 늦기 전에 그 유죄에 대한 반성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 지구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지구 곳곳에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키기를 …



두세훈 전라북도의회 의원 농산업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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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미나 옵스큐라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