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6일 명동거리에 폐업한 상점들이 눈에 띈다
2021.1.26hama@yna.co.kr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완화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 있다. 2021.02.14. 20hwan@newsis.com
코로나19 장기화에 패션1번지 명동의 불이 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상가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여져 있는 모습. /더팩트 DB
봄을 시샘하는 눈이 내린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오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관광안내원들만 폐업한 상점 앞에서 관광객 안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 매장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이곳은 1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패션1번가 →폐업1번가' 된 명동···H&M·유니클로 이어 이랜드까지 철수
대형 패션 매장도 존폐 기로···
업주들 "버티기 한계"
'입점 문의', '임시 휴업' 등.
국내 '패션1번지'로 꼽히던 명동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붙어있는 문구다. 한때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명동 상권은 내수침체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의 매장 방문이 끊기면서 각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장을 철수하거나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를 감당하는 것보다 몇 달간 문을 닫는 것이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해 기준 명동 상권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175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당시, 명동은 한류의 성지이자 글로벌 관광지로 꼽혀왔다. 1년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명동 지역 한 소상공인은 "지금은 손님보다 매장을 운영하는 인력이 더 많은 상황이다.
다들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여파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브랜드 매장에도 예외없이 찾아왔다.
과거 명동 거리에 위치해 '안테나숍'(소비자의 선호도나 반응 등을 파악하는 매장)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대형 패션 매장들 역시 인건비·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국내 최초의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으로 이름을 날린 '에이랜드'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명동점을 폐점했으며 후아유, 게스 등 굵직한 의류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랜드의 신발 편집숍인 '폴더'도 명동에서 철수했다. 이랜드는 명동 내 폴더 두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2호점은 지난해 9월 뉴발란스 매장으로 탈바꿈했으며 11월엔 결국 1호점의 셔터를 내렸다.
이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명동 상권이 많이 죽었다"면서 "폴더는 온라인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과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안테나숍 개념으로 명동 매장들을 운영했지만, 결국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내걸거나 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팩트 DB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 매장도 지난해 11월 마지막 영업을 했다.
H&M 명동 눈스퀘어점은 H&M이 2010년 국내에 진출하면서 연 첫 매장으로 상징성이 큰 매장이다.
유니클로 역시 실적 부진 속 오는 31일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명동중앙점'의 문을 닫는다.
이 매장은 2011년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 인근에 문을 열어 첫날 매출 20억 원을 올린 유니클로의 대표 매장이다.
라메르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 풀리면 소비자들이 길게 대기열이 늘어서 화제가 된 매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난해부터 고객 발길이 끊겨 유령상권이 된 명동 소재 상가들은 급격히 공실률을 높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9.9%를 기록했다.
한한령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16년 2분기(1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명동 거리의 소규모 상가들이 두드러지게 비어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0%에서 3분기 28.5%로 치솟았다. 소규모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어있는 상황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패션 브랜드들은 명동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안테나숍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장을 유지해왔지만 어려운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결국 폐업을 내걸거나 휴업하고 있는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공실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도 쇠락을 체감하고 있다.
평소 명동을 자주 찾던 직장인 박현진(30·가명) 씨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명동거리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매번 감회가 새롭다"면서 "주요 패션·뷰티 매장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어 굳이 명동을 찾을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팩트|한예주 기자]
hyj@tf.co.kr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졌다. 명동 거리의 텅 빈 상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길 한복판 5층 건물 통째로 텅 비었다..'명동의 눈물
관광명소 명동·이태원, 대학가 신촌·이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 감소로 침체하던 상황에서 1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국인 발길마저 끊겼다.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절반은 공실이고, 수억원 하던 권리금은 0원으로 떨어졌다.
폐업 비용마저 수천만원에 달해 일부 자영업자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찾아간 명동 이태원 신촌·이대 상권은 문을 연 점포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다.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67곳 중 휴업하거나 공실인 곳이 절반이 넘는 34곳에 달했다.
비싼 임차료에도 ‘상징성’이란 이유로 명동에 진출했던 유니클로 H&M 등 해외 의류 매장은 지난해 줄줄이 철수했다
.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된 50년 노포 전주중앙회관도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지난해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이태원은 세계음식문화거리(500m) 1층 상점 36곳 중 휴·폐업한 곳이 16곳이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이 줄어든 이화여대 앞도 200m 거리의 점포 57곳 가운데 47곳이 폐업이나 휴업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214㎡ 규모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박진실 씨(46)는 “코로나19 이후 생긴 빚만 1억원”이라며 “매출을 다 합쳐도 고정비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 남편이 배달을 해서 월세 일부를 내고 있다”고 했다.
강남 호프집 月매출 3000만원 → 550만원…이대앞 가게 80%가 휴업
강남·명동·이태원·이대, 서울 핵심상권 둘러보니…
서울 이화여대 인근 골목에 점포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 앞에 들어서자 문 닫힌 상가 점포 6곳이 연달아 보였다.
문 앞에는 ‘임대 문의’ ‘임시 휴업’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번화가인 명동8길에도 빈 점포가 수두룩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사이 1층 상가 67곳 중 34곳은 공실이거나 휴업 중이었다.
명동8길 한가운데 있는 5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4층 규모 의류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은 서너 명, 건너편 화장품 가게 두 곳에는 손님 없이 직원만 한 명씩 있었다.
영업 중인 거리 노점상은 세 곳에 그쳤다. 홀로 옷가게를 지키던 주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90% 넘게 빠졌다”며 “거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마저 접었다”고 했다.
관광객 급감에 명동 거리 ‘텅텅’
명동 이태원 신촌 등 서울 주요 상권은 2~3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온라인 거래 증가로 손님은 갈수록 줄고, 상권을 지탱해주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같이 벼랑 끝에 서 있던 자영업자를 벼랑 ‘아래’로 내밀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방역지침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한 데다 집합금지 등 영업제한도 받았다.
명동 상권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쇠퇴가 더 빨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8.5% 줄었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화장품 가게와 의류 매장의 폐업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22.3%로 전년 동기(8.9%)의 2.5배 정도였다.
명동역 8번출구 앞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은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지난달 31일 폐업한 뒤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3729㎡(4층) 규모 유니클로 매장으로 2011년 개장 첫날 매출 20억원을 올렸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도 개업 10년 만인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억대 권리금은 ‘무권리금’으로
술집과 클럽 등이 모여 있는 이태원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6시께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 500m 사이 1층 점포 36곳 중 휴업 또는 폐업한 상점은 16곳이었다.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는 테이블 15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태원은 지난해 5월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온 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8개월가량 유흥시설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도 직격탄이 됐다. 그동안 이태원은 라운지펍과 클럽 등 유흥시설 중심으로 상권을 지켜왔다.
20년간 모은 9억원을 들여 2018년 이태원에 라운지펍을 연 황모씨(46)는 코로나19 이전엔 월매출이 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가 개업 후 정상영업을 한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집합금지 명령과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로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
문을 연 기간에도 한 달 매출은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황씨는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만 3500만원이 드는데 적자가 누적돼 18명이던 가게 직원까지 모두 내보냈다”며 “문을 다시 열어도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어 재개업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한 부동산에는 1층 상가를 무권리금으로 내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식당 점주는 “사람들이 무서워 이태원으로 오지 않는다”며 “이 상태로 앞으로 3개월이면 거의 모든 상인이 버티지 못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업무 상권도 발길 ‘뚝’
서울의 대표적 대학가 상권인 신촌·이대도 주말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이날 이대 정문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으로 가는 200m 거리에 1층 상점은 57곳 중 10곳만 문을 열었다.
30곳에는 ‘임대 문의’라고 쓰여 있었고, 네 곳에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13곳은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 이맘때 새내기 모임과 미팅 등으로 북적이던 연세대 주변도 황량했다.
이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춘희 씨(70)는 “1997년 개업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
로나19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가게를 찾는 학생은 줄고, 매출도 60% 넘게 감소했다.
그는 “2014년 이후로 7년째 동결해온 김치볶음밥 가격(6000원)마저 올려야 하나 고민된다”며 “언젠가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하기엔 일흔이 넘는 나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2014년 억대 권리금을 주고 66㎡ 규모 신발 가게를 연 전모씨(39)는 “하루하루 계약기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70~80켤레를 팔았는데 지금은 한두 개도 못 팔 때가 많다”고 했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과 광화문은 다른 상권에 비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이곳 역시 공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광화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3%로 전년 동기(3.7%)보다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05%에서 8.70%로 뛰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주변에서 4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창호 씨(45)는 “지난달 직원 5명 중 4명을 내보냈다”며 “코로나19 이전 평균 3000만원이던 월매출은 한 달 임차료(628만원)에도 못 미치는 550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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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외환위기(IMF)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오승현기자 2020.01.26
/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시민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폐업한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솟는 서울 소규모상가 공실…명동·이태원, 30~40% 빈 점포
[아시아타임즈=김성은 기자] 서울 내 소규모 상가의 공실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동과 이태원은 상가 10곳 중 3~4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한국부동산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5.7%에서 4분기 7.5%로 증가했다.
상권별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공실률의 경우, 남대문은 3분기 5.3%에서 4분기 9.9%로 2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명동은 28.5%에서 41.2%로 더 늘었다.
홍대 합정은 9.2%에서 19.2%로 3달 만에 2배로 뛰었다. 건대입구는 공실이 없었지만 4분기 7.3%로 급증했으며, 성신여대는 1.1%에서 2.6%를 보였다.
용산역은 6.2%에서 8.2%, 오류동역은 2.5%에서 7%, 이태원은 30.3%에서 34.9%로 나타났다.
천호동은 3.3%에서 24.7%로 7.5배가 늘어 상권이 초토화됐다.
이밖에 수도권 지역에서 △인천 부평 3.7%→6.6% △수원 병점역 0%→12.1% △수원역 1.7%→3.7% 등도 공실률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같은 소규모 상가 공실률 증가의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모임금지와 영업시간제한 조치로 장기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 의원은 "그동안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 접근 대신 안이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완화했다를 반복해 애꿎은 제한·금지업종만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세부 방역수칙을 만들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은 기자 산업2부
kse5865@asiatime.co.kr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한산하다./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태원발' 낙인 이후…줄폐업으로 '글로벌 다양성' 사라질 위기
[골든타임 지난 이태원下] 기존 상가 폐업으로 '획일화' 우려
"광진구발 코로나라고 안 하는데…이태원만 유독 낙인 심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 이태원 자영업자들은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손님이 크게 줄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태원발(發) 집단감염'이라는 낙인으로 이태원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이유도 있다.
일각에선 손해가 누적된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고 외지인들이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경우 이태원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태원의 자영업자들의 손해를 줄이고 이태원의 가치를 보전하려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방문객 급감, 공실률 최고 수준…"이태원만 유독 낙인 심해"
지난 6일 방문한 이태원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이태원로에는 몇몇 커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야 했던 좁은 골목길은 한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태원은 건대, 종로 등 다른 유명 상권보다 피해가 컸다.
'2020년 서울 지하철 수송 인원 통계'를 보면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역으로 명동역, 종합운동장역에 이어 이태원역이 3위를 차지했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공실률 역시 치솟았다.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6.7%로 명동(22.3%)이나 광화문(15.3%)보다도 높았다.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 8.8%의 3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원인으로 '이태원발'이라는 낙인을 꼽았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언론, 정부 등은 이를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태원 자영업자 이모씨는 "이태원은 학생도 회사원도 없는 관광지"라며 "'이태원발'이라는 낙인으로 사람들이 안 오니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영업자 황모씨도 "광진구 헌팅포차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와도 광진구발 집단감염이라고 안 한다"며 "왜 우리한테만 낙인을 찍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이태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보니 구청에서는 더욱 영업 제한을 풀어주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는 춤을 추거나 합석하지 않는 등을 명시한 '확약서'를 작성하면 헌팅포차, 감성주점의 영업을 허용해주기도 했다. 확진자가 대거 나온 광진구 헌팅포차 업주도 이런 확약서를 작성하고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태원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구에서는 확약서 작성을 통한 영업 허가를 검토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씨는 "무대를 없애고 테이블만 깔아서 호프 장사처럼 하겠다고 했는데도 구청은 허락해주지 않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사실상 폐업절차를 밟고 있는 이태원의 한 가게에 '장사하고 싶다' 글귀가 붙어 있다. (사진은
촬영 후 좌우 반전)/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라지는 이태원의 '기록'…코로나 이후엔 어떻게 바뀔까
이태원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상가들은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다국적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열대 칵테일을 파는 한 술집은 최근 영업을 종료했다.
2004년에 문을 열고 15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방송인 홍석천씨는 2000년 커밍아웃으로 방송에서 쫓겨나자 이태원에 터를 잡고 약 18년간 식당 운영을 해왔지만, 최근 식당을 모두 정리했다. 그의 말로는 이태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준 곳이었다.
강원래씨도 90년대에 자신과 당대 춤꾼들의 주 무대였던 '문나이트' 클럽의 이름을 따 2018년에 주점을 열었지만, 결국 코로나19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운영을 포기했다.
이태원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왔거나 온몸으로 역사를 기록해왔던 사람들이 떠나고 외지인들이 이곳을 채우게 되면 이태원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현종씨(36)는 "이태원에서는 여러 가지 컨셉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자영업자들이 많았는데 상당수 빠져나갔다"며 "점점 영업이 힘들어져 큰 기업들만 들어올 수 있게 되면 이태원이 다른 상권과 비슷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상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실…구청장 적극 나서 달라"
이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한 피해를 본 이태원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오천진 용산구의원은 지난 6일 제262회 용산구의회 임시회에서 "1997년 지정된 서울시 최초 관광특구인 이태원은 언론, 정부로부터 '이태원발'이라고 낙인찍힌 이후 빛을 잃은 유령도시로 전락해버렸다"며 "지역경제 전체가 고사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 규모에 합당한 수준의 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대구·경북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돼 전기·도시가스요금 등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태원 자영업자들은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나서서 이태원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도록 적극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지자체장인 지역대책본부장이 중앙사고대책본부장에 건의하고 중앙안전대책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포한다.
이씨는 "용산구청장이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이태원발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해주고 이태원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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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그래픽=정다운
코로나에 호텔 춘추전국시대 저무나…중소 규모 호텔 잇단 폐업
외국인 관광객·출장 고객 끊기자 영업 종료
수영장·식음료업장 등 부대시설 없어 내국인 유치도 못 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호텔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저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과 출장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지면서, 부대시설 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도심 호텔은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중소형 규모의 도심 호텔들이 잇따라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이 최근 영업 종료를 선언했고,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옛 리츠칼튼 서울)’도 이달 말로 문을 닫는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1982년 반포 팔래스호텔로 문을 연 강남권 첫 특급호텔이다. 2015년 리모델링을 거쳤고, 객실은 341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1~3분기 9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호텔을 인수한 부동산개발사 더랜드는 호텔 건물을 부수고 주거시설로 개발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 출범한 르 메르디앙 서울의 전신은 ‘리츠칼튼 서울’이다.
소유주인 전원산업은 남서울호텔을 사들여 1995년 리츠칼튼 서울로 호텔업을 시작했다. 르 메르디앙 서울을 공동인수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업지역인 강남에 위치한 입지를 살려 호텔 부지에 고급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하나투어도 단독 소유한 3성급 호텔인 명동 티마크호텔과 지분 50%를 보유한 종로구 인사동의 3성급 센터마크호텔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3성급 호텔인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관광호텔과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도 부동산개발컨소시엄에 인수된다.
도심호텔은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 2010년대 초중반 급격하게 늘었다. 한류 붐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대기업까지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13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등록 관광호텔 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460개로 늘었다.
이 기간 서울 호텔의 객실 수는 2만3509실에서 6만44실로 3배가량 증가했다.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이었던 셈이다.
오는 28일로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 전경. /유한빛 기자
한 호텔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를 도입하는 주된 이유는 호텔 체인의 공통 예약망을 이용해 외국인 고객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등도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3·4성급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에는 수영장이나 스파 같은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5성급 호텔과 비교해 내국인 영업에 불리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내국인 관광객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제주, 부산, 강원도 호텔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과 출장 고객이 60~80%를 차지하는 도심 호텔들은 코로나19 상황을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진원창 리서치 팀장은 "내국인 중심인 상권과 인접하거나 특급호텔인 경우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은 편인데, 그 이유는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나 파인다이닝 등 식음료업장의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명동 같은 외국인 관광객 상권과 인접한 중소형 호텔과 도심 비즈니스호텔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호텔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버티기에 돌입했다. 종합건설사인 DL(옛 대림산업)은 글래드 브랜드로 지난 2014년 호텔업에 뛰어들었지만, 2020년 3분기 기준 10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명동 레스케이프, 판교 그래비티 등 독자적인 디자인 호텔 브랜드를 선보여온 신세계조선호텔도 2021~2022년 조선호텔앤드리조트에 대한 신설(新設) 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항공 업황 악화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으로 자금이 절실해진 한진그룹은 호텔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과 ‘제주 칼호텔’, ‘서귀포 칼호텔’ 등 4개 호텔의 통·분리 매각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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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송선미 기자]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서울에서만 2만개 넘는 점포가 폐업한
가운데 11 오전 서울 남대문 명동 일대 상점들이 비어 있다.
[티브이데일리 송선미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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