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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의문만 가득한 北 남성 월남사건···합참, 조사결과 발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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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min623@yna.co.kr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헤엄 월남'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의문만 가득한 北 남성 월남사건···합참, 조사결과 발표

민간인이 겨울바다를 6시간 수영?···
軍 “잠수복 안에 패딩입어 체온유지”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남성 월남과정과 경계에 실패한 부대의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문점들만 남아 있다.
합참은 23일 북한 남성 월남과 관련한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월남한 남성이 군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고 경보음이 2번 울렸지만 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9번째와 10번째 포착됐을 때 알아차렸다”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에서 16일 오전 4시 16분께 남성을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가 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며 “이 남성의 해상 이동은 북한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조사과정에서 자신을 민간인이라고 진술했고, 군은 6시간 가량을 헤엄쳐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겨울 바다를 수영으로 넘어 오는 게 실제로 가능할까?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 남성은 일체형 잠수복을 입고 그 안에 패딩형 점퍼 등을 착용해 체온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 해군의 잠수교본을 보면 수온 7도에서 5시간 이상 바다활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 등의 데이터를 감안하면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식적인 범위에서 보면 특수 훈련을 받은 군인도 아닌 민간인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이용해 한 겨울 추운 바다를 6시간이나 수영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군의 설명대로 체온은 유지했다고 해도 6시간을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체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었는지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

월남한 남성이 북한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군은 자세한 설명을 꺼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남성이 어업과 관련한 부업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물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내용은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이 북한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도 궁금한 점 가운데 하나지만 군은 역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할 방침이다. 또 이번 사례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토대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보강을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은 그 동안 발생한 ‘노크 귀순’과 ‘철책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의 후속대책을 재탕한 것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합참은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북자의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군, 탈북 남성 CCTV 10회 포착에도 8번 놓쳐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경계용 폐쇄회로(CC)TV에 10차례나 포착됐지만 군은 8번이나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또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에서 식별될 때까지 3시간 동안 모르고 있었고, 상부 보고도 30분 뒤에야 이뤄졌다.
경계·감시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5분쯤 잠수복을 입은 채로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리고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해 민간인통제소(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이동했다.

합참은 이 남성이 어떻게 한겨울 수온이 낮은 바다로 6시간가량 헤엄을 쳐 월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고, 귀순자가 어업에 종사했으며, 잠수복에 두꺼운 옷을 입어 부력이 생성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정확한 귀순 경위와 배경에 대해 합동정보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합참 조사 결과 북한 남성의 월남 과정에서 군의 경계 태세와 감시망, 초동 대처과정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하기 전인 오전 1시5분~38분 사이 군의 해상 감시장비에 5차례 포착됐다.
이어 오전 4시12분~14분 사이 부대 울타리 경계용 카메라에 3차례 포착됐다.
그러나 군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까지 울렸지만 감시병의 근무 소홀로 놓쳤다. 특히 해안 철책 배수로는 부대 관리 목록에도 들어있지 않아 훼손된 상태였다.
합참 관계자는 “현장 조사 중 부대관리 목록에 없는 3개의 배수로를 확인했다”며 “이중 2개는 차단막이 잘 갖춰져 있었으나 1개는 철제 차단막이 노후화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북한 남성이 월남한 지 3시간이 흐른 뒤에야 민통선 검문소 CCTV에 포착된 것을 감시병이 파악했다.
그러나 정작 상부 보고는 30여분 뒤에야 이뤄졌다. 경계 소홀부터 ‘늑장 보고’까지 초동 대처에 실패한 것이다.
철책을 넘어 월남한 사건 등에 이어 군의 경계 실패가 거듭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합참은 이날 “국방부·합참·육군본부와 통합으로 해당 부대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겠다”며 “편성, 시설 및 장비 보강소요 등 임무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대의 경계 책임구역이 다른 GOP 사단에 비해 두 배나 넓지만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만으로 육상과 해안 경계를 모두 맡고 있는 실정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경계작전 수행 요원 기강 확립,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 보완,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 전수조사 실시 등의 대책은 지난해 7월 탈북민 월북 사건이나 11월 22사단 작전구역에서 발생한 최전방 철책 월남 사건 당시에도 발표한 내용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군, CCTV 9번 찍힌 뒤에야 월남자 감지…배수로 존재도 몰라

감시망 3시간 동안 '무방비'
배수로 전수조했다던 국방부
월남 관련 배수로, 관리 대상에 포함도 안 돼


군이 운용하는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가 월남 북한 남성을 10차례나 포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군이 월남 정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북한 남성이 CCTV에 9번째 포착된 시점으로 파악됐다
. 이는 해당 남성이 남측 해안가에 최초 도달한 지 3시간 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23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에서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남성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며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합참은 "해상 이동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기존 조사 내용인 '6시간 헤엄 월남'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군 관계자가 전방 감시초소(GP)로 들어가기 위해 철책문을 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검열단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북한 남성은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5회 포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관할하는 상황실 모니터에도 2회 경보음(알람)이 울렸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월남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방 지역 근무자들은 야생동물이나 바람 등으로 인한 경보음이 빈번하게 발생해 경보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시 영상감시병도 '오경보'로 판단하고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간부 역시 부대와 통화를 진행 중이어서 영상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현장 근무자들이 "바람 또는 자연현상에 의한 오경보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 관계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화면을 보면 사람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자료사진) ⓒ뉴시스


이후 북한 남성은 동해안 최전방의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서도 오전 4시 12분부터 14분까지 3회 포착됐다.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 역시 관련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북한 남성은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근무자는 이를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북한 남성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우리 군은 9, 10번째 포착된 뒤에야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초 월남 추정 시간으로부터는 3시간 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늑장 인지' 이후 대응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월남 정황을 식별했지만, 31분이 지나서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부서와 직위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22사단은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중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재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배수로 전수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군은 지난해 8월 관련 조사 및 보수를 마쳤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일선 부대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과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드러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영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국방부·합참·육군본부가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함께 진단하고 △부대 편성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상황실 감시병, 두 차례 경보 임의로 껐다

 

뻥뚫린 전방경계’ 남는 의문점
오경보 판단… 당시 간부는 통화중
식별후 30분이나 지나서 늑장 보고
겨울바다서 6시간 수영도 의문점

북한 남성이 지난 16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상으로 월남한 것과 관련해 23일 공개된 합동참모본부의 현장 조사 결과는 군의 부실한 경계태세 실체를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감시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16일 오전 1시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감시·경계용 카메라(CCTV)에 이 남성이 이동하는 모습이 5회 포착됐다.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알람)과 경보등이 작동하면서 화면에 ‘이벤트’라 불리는 알림창은 두 차례 떴다.
하지만 영상감시병은 오경보로 판단하고 알림창을 임의로 껐다. 영상감시병 뒤에 있던 간부는 부대와 유선통화를 하고 있었다.

군이 적절한 초동 조치를 취하지 않는 동안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5㎞ 넘게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7번 국도를 따라 이동했다.

오전 4시 12∼14분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도 세 차례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때까지 모두 8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몰랐다.
군은 이 남성이 오전 4시 16∼18분 민통선 소초 CCTV에 추가로 두 차례 더 찍히자, 그제야 상황조치에 들어갔다.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포착될 때까지 3시간11분 동안 군은 아무것도 몰랐던 셈이다.


늑장보고 비판도 제기된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16분쯤 식별된 후 31분이 지난 4시47분에서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상황이 알려졌다.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22사단장은 오전 4시50분, 합참은 오전 4시57분에야 보고를 받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앞두고, 군
관계자의 의견을 들으며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합참이 이번 사건에서 군의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당시 정황을 공개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하다.
북한 남성이 지나간 해안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공사 때 설치됐으나 22사단은 존재조차 몰랐다.
합참 관계자는 “배수로를 확인하던 중 부대 관리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를 식별했다”면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해선 철로공사 과정에서 공병부대도 관여했고, 직경이 90㎝에 달하는 배수로를 이번 사건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겨울철 바다를 6시간이나 헤엄쳐 왔다는 군의 설명도 의문점이 남는다.
겨울철에는 동해 해류가 남에서 북쪽으로 흐르며,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오랜 시간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참은 해군 해양정보단 자료를 근거로 월남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귀순자가 어업에 종사했으며, 잠수복 안에 모자가 달린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입어 부력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미 해군 잠수교본에는 수온 7도에서 5시간 정도 바다 활동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며 “충분히 수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viewer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과 철책. /고성=연합뉴스




軍 "北남성, 패딩에 잠수복 덧입어…헤엄쳐 월남 가능 판단"

총 10차례 감시장비 및 CCTV에 포착
9~10차례 때 식별, 이후 초동조치
부대 상황 전파 30분 후 이뤄져 '늑장'
"지휘계통 문책 여부 추후 국방부가 판단"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지난 16일 당시 근거리감시장비와 경계용 CCTV에 8차례나 포착됐는데도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민간인 남성으로 추정된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군은 3시간11분 동안 모르고 있었다.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해당 인원은 북한에서 어업 분야에 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8㎞ 이상을 6시간 가량 헤엄쳐 우리측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패딩형 점퍼와 모자를 쓰고 두꺼운 양말 등의 보온조치를 하고 그 위에 잠수복을 착용했다.

군 관계자는 “해류 방향이 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바다에서 조업을 했던 해당 인원의 특성 고려시 수영은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미 해군 잠수교범 상으로도 수온 7도에서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감시장비를 확인한 결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감시카메라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다.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도 울렸다.
그런데도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쳤고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열단은 북한 남성이 이동한 경로상의 다른 곳의 CCTV도 확인했다.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다. 그리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지 못했다.


이후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해당 인원이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했다.
북한 남성은 해안감시장비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는데 군은 9번째와 10번째 포착됐을 때야 확인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늑장 보고였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된 것이다. 관할부대 지휘관인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 보고됐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지만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인원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중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가 발견된 것이다.
합참은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해 해당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한바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셈이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과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화 경계 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와 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겠다고 했다. 22사단장 등 지휘계통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책이 그간 ‘노크 귀순’과 ‘월책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의 후속대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용기자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 pak7130@newsis.com







동해안 접경지역. 연합뉴스

 


軍도 까맣게 몰랐던 배수로 3개 …뻥 뚫린 월남 루트


합참, 고성 월남 사건 관련 조사 결과 발표

'6시간 어떻게 수영하나' 의혹 제기에 대해 "가능하다" 해명
군이 알고 있었던 해안 배수로는 45개, 실제로는 48개
3개 가운데 시설물 부실한 1개 배수로로 월남…경계 시설물 관리 허점 드러내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배수로가 3개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 가운데 차단물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던 1개가 월남 루트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건 발생 직후 민간인이 겨울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수영을 해 월남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은 기상 데이터 등을 근거로 들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오전 기자들에게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은 해양수산부와 해양정보단 등이 파악한 15일 밤에서 16일 새벽 당시의 기상 상황 데이터를 함께 공개했는데, 당시 해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0.2노트(시간당 370m)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바닷물의 온도는 섭씨 6~8도였으며 서풍이 초당 10~13m/s로 불었다.


그런데 해당 상황에서도 이 남성이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 등 겨울옷을 입은 뒤, 일체형으로 돼 있는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한 상태라면 6시간 정도 수영해서 월남할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은 "미 해군의 잠수교범상 수온 7도에서는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잠수복 때문에 체온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며, 해당 남성도 어업을 하는 등 바다에 익숙하기 때문에 수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월남한 남성은 오전 1시 5분쯤 통일전망대 근처 해안으로 올라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버린 뒤, 1시 40~50분쯤 해안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대 경계를 담당하는 22보병사단은 당초 해안 배수로가 45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로는 부대에서 모르고 있었던 3개가 더 있었다.


3개 가운데 2개의 배수로에는 차단 장애물이 잘 설치돼 있었지만, 직경 90cm에 길이 26m 정도 되는 1개의 배수로는 해안 쪽 차단물이 전부터 고정이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내륙 쪽에서의 차단물은 아예 없었는데 해당 남성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가 이 곳이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군 관계자는 "근처에 동해선 철도가 지나는데, 이를 위해 방벽을 쌓고 그 밑으로 배수관이 지나가는 구조"라며 "배수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2m 높이의 해안철책이 있고, 바로 옆에 철로가 있으며 철로에는 따로 울타리가 있다 보니 일반적으로 다니는 지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쉽게 말해, 철도 관련 시설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람의 눈이 닿기 어려운 곳에 배수로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배수로가 월남 루트가 됐다는 설명이다.
군은 일단 "접합 부분의 상태 등을 확인해 보면 그전(이번 사건 전)부터 차단물이 정확하게 부착돼 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배수로의 존재를 처음부터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군 관계자는 "(배수로 해안 쪽 출구에) 철책이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하는데 허술했고,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며 "과거에 경계부대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교대하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임무수행하고 있는 부대는 배수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과오가 있다고 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의 흐름상 배수로가 확연하게 보이는 곳도 있겠지만 지형적으로 배수로가 안 보이는 지역도 물의 흐름이 있으면 배수로가 있겠다고 볼 텐데 그런 점에서 부족했던 것"이라며 "안쪽에도 관이 있는데, 이를 왜 못 봤는지 현장 간부들에게 물어봤더니 길이가 26m나 되고 바다로 연결되는지 몰랐으며 상가에서 나오는 오수가 흐르는 관인 줄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해안경계를 하는 부대는 해뜨기 전 항해박명 시작 시간(BMNT)을 기준삼아, 해안에 부대원들이 직접 들어가 수제선(水際線) 정밀정찰을 해 침투 흔적 등을 찾도록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평소 정찰하던 곳이 아니었다"며 "해류를 통해 떠내려온 물건들이 많이 쌓이는 지역이고, 이번 현장조사 과정에서도 위험한 곳이라고 판단해 지뢰탐지기를 활용해서 통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3개의 배수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고성군 내로 들어온 남성은 오후 4시 16~18분쯤 민간인 출입통제 소초의 CCTV에 포착돼 식별됐고, 약 3시간이 지난 7시 27분쯤 두꺼운 점퍼 차림에 나뭇잎을 덮고 누워 있다가 군 수색병력에 발견돼 붙잡혔다.

군은 적의 침투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하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군도 모르고 있었던 바로 그 배수로를 통해 북한 남성이 월남하면서, 최전방 지역의 경계 관련 중요 시설물 관리 등에 허점이 생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형준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
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헤엄귀순’ 당시 상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7월 28일 탈북민 김모씨(24)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내부 모습.  [뉴스1]



 

잠수복 월남’, 군은 ‘해안철책 배수로’ 있는 줄도 몰랐다


최근 북한 주민의 월남에 동해안 경계망이 뚫린 이른바 ‘잠수복 월남’ 사건은, 군 영상감시병의 근무 소홀과 해안철책 배수로 관리 실패, 초동 대처 미흡 등이 어우러진 총체적 경계실패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주 북한 주민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상으로 헤엄쳐 월남한 사건에 대해 현장 조사를 마치고 22일 언론 설명회를 열어 그 결과를 설명했다.

합참의 현장 조사 결과, 지난 16일 새벽 월남한 북한 주민은 해상감시장비에 5차례, 부대 울타리 경계용 카메라에 3차례 등 모두 8차례 포착됐고 이 중 두 차례는 감시병 모니터에 ‘알림창(팝업창)’이 뜨고 경보까지 울렸으나 감시병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월남한 북한 주민은 해안철책 밑으로 난 배수로를 통해 들어왔으나, 이 배수로가 부대관리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초동조처도 미흡했다.

월남한 북한 주민이 당시 새벽 4시16분 민간인 통제선 검문소 근무자에 의해 확인됐으나 사단 등 상급부대 보고는 30여분 뒤에나 이뤄졌다.합참은 이에 대해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 확립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 보완 및 철책 배수로 전수조사 △이번 관할 부대에 대한 국방부·합참·육군본부 공통 임무실태 진단 및 대책 강구 등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계 실패 관련 사건 때마다 내놓은 대책을 되풀이하는 실효성 없는 재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동해안으로 상륙 뒤 5㎞ 이상 남하
북한 주민은 지난 16일 새벽 1시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6시간 정도 남으로 헤엄쳐 이동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단 귀순으로 추정되며 현재 정확한 귀순 경위와 배경, 동기 등에 대해 합동정보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은 해안에 상륙한 뒤 해안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다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리고 새벽 1시40분~50분께 해안철책 하단에 나 있는 지름 90㎝의 배수로를 통과해 철책 안쪽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이때까지 북한 주민의 해변 이동 거리를 대략 400m 남짓으로 추정했다.이후 북한 주민은 7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새벽 4시16분께 민통선 제진검문소 북방 330m 지점에서 민통소초 시시티브이(CCTV)에 포착됐다.

영상감시병이 이를 발견하고 상황 보고를 했다. 북한 주민은 2분 뒤인 새벽 4시18분께 제진검문소 200m까지 접근했다가 7번 국도 동쪽 가드레일을 넘어 해안 방향으로 사라졌다. 당시 보고를 받은 소초 간부는 근무병에게 “가서 누군지 신원을 확인할 것”을 지시했으나, 근무병이 다가갔을 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단 등 상급부대 보고는 30여분이 지난 뒤인 4시47분께 이뤄졌다.

이후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상황 보고가 이뤄지고 사단 경계작전 형태가 격상했으며, 종심차단(깊숙한 침투 차단)과 목진지(주요 길목 진지), 검문소 점령이 시행됐다.
그리고 또 1시간 뒤인 6시35분께 관할 사단은 ‘경계태세 1급’(진돗개 하나)을 발령했고, 또 1시간 뒤인 새벽 7시27분 제진검문소 동북방 100m 지점에서 하반신을 낙엽으로 덮고 누워있던 북한 주민을 붙잡았다.

합참은 이에 대해 브리핑 자료에서 “(해당 부대가) 엄중한 상황에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제대별로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합참 관계자는 “애초 소초에서 근무병에게 신원확인하면 되는 간단한 사안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해 상급부대 보고가 늦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단의 ‘진돗개 하나’ 발령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도 “초기에 한 사람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까 대공혐의점이 별로 없다고 잘못 판단해 조치가 늦어졌는데 이후 신병확보가 안되니까 작전 지역이 확대될 우려 등을 고려해 뒤늦게 경계태세 1급을 발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군 부대는 ‘그곳’에 배수로가 있는 줄도 몰랐다
북한 주민이 통과한 해안철책 하단의 배수로는 부대관리 목록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합참 당국자는 “북한 주민이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하던 중 부대관리 목록에 없는 3개의 배수로를 확인했다”며 “이 중 2개는 차단막이 잘 갖춰져 있었으나 1개는 철제 차단막이 노후화해 오래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월남한 북한 주민은 훼손된 배수로로 해안에서 내륙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군 당국은 지난해 7월 탈북민의 강화도 ‘배수로 월북’ 사건을 계기로 전 전선에 걸쳐 경계철책 배수로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배수로가 무단 월경의 통로 구실을 한 게 드러나 ”군은 그동안 도대체 뭘 한 것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 배수로가 48개 있는데, 유일하게 그 배수로만 보강이 안 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이날 “원래 해당 부대 관리목록에 있는 배수로가 45개였고, 이들 배수로는 지난해 모두 보강했는데, 이번에 3개가 새로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배수로 3개가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은 해안 수색로에서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동해선 철길을 개통하면서 콘크리트 방벽을 쌓았고 그곳에 배수로 3개를 뚫었는데, 해안 경계철책이 콘크리트 방벽에 연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배수로가 보이지 않게 돼 있다”며 “과거 이곳을 담당하는 부대 간 교대가 있었는데 그때 이들 배수로에 대해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책을 넘어 해안 쪽으로 나가서 들여다보면 배수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철책 바깥 해안 쪽은 미확인 지뢰지대로 간주해 사실상 통행금지 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군사분계선(MDL)과 가까운 지역이어서 북한의 목함지뢰 등이 해류에 떠밀려올 가능성이 많다”며 “이번에도 해안을 조사할 때는 지뢰 탐지기로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해가며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책 안쪽의 배수로 입구 위치는 부대에서도 알고 있는 간부들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조사 때 부대 간부들에 물어보니, ‘배수로 입구를 본 적은 있지만 주변 상가의 오수가 흐르는 통로로만 생각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길이 26m로 비교적 긴 배수로여서 출구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지만, 철책 주변 시설물에 대해 하나하나 당연히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해상감시장비 “이동물체 확인” 알림창, 감시병 두 차례 묵살
북한 주민은 동해안에 상륙해 해안경계 철책 밑 배수로로 내륙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해상감시장비에 5차례 포착됐다.
이 중 2차례는 소초 감시병 앞 모니터에 알림창이 뜨고 경보음과 경보광이 발신된 것으로 확인됐다.알림창과 경보 신호는 카메라가 이동 물체를 포착했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게 돼 있다.

알림창과 경보가 작동하면 감시병이 상황 간부에게 보고하고 함께 영상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이행되지 않았다.마침 알림창이 뜨고 경보가 울릴 때 영상감시병은 광망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기준값 설정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를 감독하는 상황 간부는 업무와 관련한 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작업을 마친 뒤에라도 알림창을 확인했어야 하는 데 안했다”며 “감시병은 경험상 강풍 등 자연현상에 의해 경보가 작동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참은 해상감시장비가 세 차례 북한 주민을 포착하고도 알림창 등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경보가 작동하도록 설정된 거리 밖에서 포착한 것이어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며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세 화면 모두 북한 주민이 멀리 있어서 육안으로도 식별하기 어렵다.
이번에 식별한 것도 전문가들이 녹화된 화면을 여러 차례 되돌려 보면서 겨우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북한 주민은 이날 새벽 4시12분~14분께 7번 도로에서 이동하는 장면이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시시티브이(CCTV)에 3차례 포착됐다.

그러나 이들 시시티브이는 도로의 이동 상황 파악용이어서 알림창 등 경보를 발령하지는 않았다. 북한 주민은 마지막으로 제진검문소 시시티브이에 2차례 포착됐다. 이 시시티브이도 검문소 이동 상황 파악용이어서 알림창 등 경보가 발령되지 않지만, 위병소 근무병은 이를 알아채고 곧바로 상황 보고를 했다.
■ 점퍼 껴입고 잠수복 차림으로 6시간 수영
이번에 월남한 북한 주민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6시간 정도 겨울바다를 헤엄쳐 이동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 북한 주민에 대해 “북한에서 부업으로 어업에 종사해 물에 익숙한 것으로 안다”며 “수경과 빨대도 당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당시 기상은 달빛 15%에 가시거리 6㎞였으며, 해류는 북에서 남으로 0.2knot(0.37㎞/h) 속도로 흘렀다.

해수 온도는 6∼8℃로 낮았고, 서풍이 10~13m/s로 강하게 불었다.당시 북한 주민은 얼굴만 개방된, 손·발까지 덮은 일체형의 잠수복을 입어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패딩 점퍼를 입고 두꺼운 양말을 착용했다.
이런 상태로 수온이 6~8도로 낮았지만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미 해군의 잠수 교본을 봐도 수온 7도 안팎에서도 5시간 이상 수영이나 잠수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파도가 높았지만, 잠수복 안에 두껍게 입은 패딩 점퍼 등이 부력에 도움이 되고 해류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 북한 주민이 수영해 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합참은 추정했다.북한 주민이 귀순자라면 우리 군의 검문소 쪽으로 와서 신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군을 피해다닌 것처럼 보이는 것과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남한 군에 붙잡히면 사살당한다고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나를 북으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민가로 가려고 했고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있어 총에 맞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자료사진) ⓒ News1

 

 

軍, 월남 北남성 8회 포착때까지 아무 조치 안 해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북한 남성이 귀순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군은 감시장비에 8차례 포착될 때까지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이번 사건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남성 A 씨가 사건 발생 당일인 16일 우리 지역 해안에 상륙한 뒤 남하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해안 감시카메라와 해군 합동작전지원소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울타리 경계용 폐쇄회로(CC)TV 카메라, 고성군 제진 검문소 내 CCTV 카메라 등에 모두 10차례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A 씨 포착에 대한 최초 상황보고 및 대응은 제진 검문소 내 CCTV 카메라에 찍힌 9번째 및 10번째 포착 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합찹은 A 씨가 동해안에 인접한 북한 지역에서 잠수복·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헤엄쳐 내려와 16일 오전 1시5분경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이후 잠수복 등을 벗고 오전 1시40~50분쯤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 및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해안감시 카메라 4대에 총 5차례(오전 1시5~38분) 포착됐고, 이와 관련해 경계감시시스템상에도 2차례 ‘이벤트’(경보음 및 팝업)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전 4시12~14분경 민통선 내 우리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 카메라에도 3차례 포착됐지만 이 때는 경계감시시스템상의 ‘이벤트’가 없어 위병소 근무자도 A 씨를 인지하지 못했다.
즉 감시카메라 등에 8차례 포착될 때 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오전 4시16~18분경 고성군 제진 검문소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2차례 포착됐고, 이를 식별한 근무자가 상급 부대에 상황 보고했다. 우리 군 감시장비에 최초 포착된 시점으로부터 무려 3시간여 만이다.
합참은 “해당 부대 상황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는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하는 등 제대별로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 관계자는 ‘민간인이 잠수복과 오리발로 겨울바다를 헤엄쳐 월남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혹에 대해 “귀순 추정자가 착용한 잠수복은 얼굴 부분만 개방된 일체형이었다.

그 안에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착용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일 기상여건을 보면 파도가 높은 부분이 있었지만 어업 관련 부업을 해 바다에 익숙한 귀순 추정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으론 수영은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해군 잠수교본에서 섭씨 7도 바다에서 5시간 이상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현장에서 실제 전투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 데이터를 봤을 때 (A씨가) 충분히 수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A 씨가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 출발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설] 경계실패 드러난 ‘잠수복 월남’, 근본대책 마련을



지난 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으로 북한 주민이 헤엄쳐 내려온 이른바 ‘잠수복 월남’ 사건은 군 영상감시병의 근무 소홀과 해안철책 배수로 관리 실패, 초동대처 미흡 등이 어우러진 ‘경계 실패’로 드러났다. 23일 합참이 설명한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경계 실패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반복됐고, 대책도 앞서 내놓았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책임자 문책, 기강 확립, 장비 보강 다짐에 그칠 게 아니라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월남한 북한 주민은 모두 10차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8차례는 아무 조처 없이 무시됐다.

합참은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군은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지난해 7월 강화도 탈북민 월북 때도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확인됐듯이 말뿐이었다.일부 정치인은 ‘9·19 군사합의 등 잘못된 안보정책으로 장병 정신무장 이완이 경계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나, ‘대적관 확립’을 강조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경계
실패는 끊이지 않았다.

북한군이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 우리 쪽 감시초소(GP)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노크 귀순’은 2012년 10월 이명박 정부 때였다. 동북단 최전방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에서 경계 실패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 부대의 인원과 장비는 다른 부대와 같은데도 경계 책임 지역이 2~3배인 것을 고려해, 부대 편성 등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정밀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의 배수로 헤엄 월북 사건을 계기로 군당국은 경계철책 배수로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 월남한 북한 주민이 해안 철책 밑으로 난 배수로를 통해 들어왔으나, 경계 책임을 맡은 부대는 이 배수로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합참은 이 지역 경계부대가 바뀌면서 배수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민간기업에서도 용납하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경계 병력을 확충하기 어려우므로, 해안경계 인공지능(AI)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과학화 경계체계의 보완, 해경과의 협조 등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원점에서부터 조직 진단을 해서 더는 경계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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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