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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주사위 던진 윤석열 "국민과 함께 광야에서 뛰겠다"
尹의 최종 목표는 차기 대통령 당선
TK·중도 표심 의식한 주도면밀한 정치 스케줄
윤석열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루비콘강을 건넜다.
회군은 없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사라지고 ‘정치인’ 윤석열이 탄생했다.
그의 검찰총장 사퇴의 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권의 조국 초대 민정수석은 현행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어내려 했다.
정치인 윤석열의 첫마디가 자유를 지키겠다는 선언이었으니 이 정권과 대비가 선연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검찰주의자라는 꼬리표가 있다. 이 때문인지 윤 전 총장은 사퇴의 변에서 검찰 대신 국민이라는 언어를 선택했다.
그는 자유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인상을 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자유'와 '국민' 사랑하는 정치인像 추구
윤 전 총장의 3월4일 사퇴 발언을 되돌아보자.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즉,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직을 내던진다는 것이다.
사퇴하기 전날인 3월3일 윤 전 총장은 대구지검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중수청 신설에 따른) ‘검수완박(검찰 수사의 완전한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문 대통령의 호칭을 벗어던졌다.
윤 전 총장은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된 검찰 개혁이 이제 '검찰 폐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윤 전 총장의 사퇴로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선 판도는 벌써부터 출렁거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최종 목표가 ‘차기 대통령 당선’이라는 것은 검찰 안팎에서 두루 확인되는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은 이미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야권·보수진영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으로 인한 ‘순교자’ 이미지가 더해질 경우, 보수진영을 넘어 중도의 표심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결별 분명히 해
윤 전 총장 사퇴의 여파는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날아들었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직후 신 전 수석의 사표도 함께 수리했다.
신 전 수석은 검찰과의 소통 내지는 관계 개선을 위해 문 대통령이 영입한 ‘검찰 출신’ 첫 민정수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고 밝혔던 신 전 수석은 '카운터파트'였던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같은 운명을 나누게 됐다.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 말기에 친정부 검찰 수뇌부의 등장을 예고한다.
벌써부터 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과 동기 기수인 23기들이 전원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3기 중엔 윤석열 총장 초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대검 차장을 지낸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이 있다. 심지어 24기 이하 검사장급에 후배 기수에서도 줄사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으로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직에 오를 경우 이에 반발하는 평검사의 줄사표, 이른바 ‘검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윤 전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당일, 윤 전 총장과 오랜 세월 교류해 온 A씨를 접촉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윤석열의 전격 사퇴를 그 전날부터 알고 있었다.
A씨는 “윤석열 총장이 ‘더 이상 검찰에 있으면서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검찰 조직과 함께 있으면 서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다.
윤 전 총장이 ‘이제 국민과 함께 광야에서 뛰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윤 총장은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감정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사퇴 시기를 비롯해 마지막 인터뷰를 할 언론매체(국민일보), 마지막으로 방문할 장소(대구) 등을 모두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
오래전부터 여러 상황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면서 “국민일보는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도 아니고 ‘한겨레(신문)·경향(신문)’이라는 진보지도 아니다.
인터뷰가 정치적으로 오해될 소지를 차단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실제로 사퇴 이후를 미리 준비해 온 정황도 포착됐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강진구 전 서울고검 사무국장이 꼽힌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하다가 이른바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이때 대구고검 총무과장으로 있던 강 전 국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자 강 전 국장도 중앙지검 사무국장으로 함께 영전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에 올랐을 때도 강 전 국장을 대검 사무국장에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조국 사태’로 법무부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강 전 국장은 서울고검 사무국장에 만족해야 했다.
검찰 관계자 B씨는 “윤 전 총장과 강 전 국장은 말 그대로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이”라면서 “강 전 국장은 지난해 말 정년퇴임했다.
로펌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했을 텐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야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강 전 국장은 그동안 윤 전 총장의 퇴임 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 B씨는 “강 전 국장이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사무실은 윤석열 전 총장의 퇴임 후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 관계자 C씨는 “강 전 국장이 후배들을 스카우팅하면서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 전 국장은 이와 관련한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에 “다음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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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9일 시한 ‘윤석열 출마 방지법’ 피하려 한 듯
윤 전 총장의 사퇴 발표 시점이 대선 출마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10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검사가 퇴직 후 90일이 지나면 공직 후보자로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을 1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윤석열 출마 방지법’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공직자는 내년 21대 대선이 3월9일이기 때문에 올해 3월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물론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법안은 퇴직 중인 검사에게도 소급 적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 법안이 내년 대선 전에 통과된다면 윤 전 총장도 적용 대상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내더라도 문 대통령이 바로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3월9일 이전인) 오늘(3월4일)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야당 성향 및 보수세가 강한 대구를 방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윤 전 총장은 “(대구는)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다.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1년간 저를 따듯하게 품어줬던 곳인데, 5년 만에 오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다”며 대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충청도 출신인 자신의 지역성을 고려할 때, 대구·경북(TK) 지역과 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현 정권의 지역 기반이 호남+부산·경남(PK)인 점과 대비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을 지역으로 따져봤을 때 TK 지역이 가장 높다. TK는 반정부 정서 자체가 워낙 강하다. 보수진영 대선후보는 TK에 반드시 기반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으로 치면 호남만큼이나 중요한 곳이다. 대구 방문 때 권영진 대구시장과 조우한 것 등으로 봤을 때, 윤 전 총장이 TK 정서의 뇌관을 건드렸다고 봐야 한다”면서 “윤 전 총장의 중도층과 보수층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4·7 보궐선거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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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차기 검찰총장’ 예고에 검란 일어날지 촉각
윤 전 총장이 “중수청 반대”를 외치며 사퇴했지만, 검찰 개혁 강경파들의 득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사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수석은 검찰을 알고, 검찰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검찰 출신 인물”이라면서 “후임 민정수석으로 온 김진국 감사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출신으로 전형적인 친문재인 사람이다.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이 민주당 강경파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수청-공소청 신설, 검찰청 해체 법안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김남국·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대표 등은 대표적인 대(對)검찰 강경파들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김진애 전 의원을 대신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에 입성했다.
강경파들은 윤 전 총장이 물러난 지금이 ‘그들의’ 검찰 개혁을 추진할 적기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정치행위를 일삼던 공무원의 사직, 유체이탈로 일관한 정치검사의 퇴장, 무모한 야심의 정치인 출현”이라면서 “설마 제가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판검사 출마제한법’ 때문에 오늘을 택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다. 검찰 관계자는 “조남관 대검 차장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윤 전 총장의 편에 섰다.
검찰총장은 물 건너간 셈”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이성윤 지검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서 이 지검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사건을 1호 수사로 삼는다면, 문재인 정부도 차마 이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에 앉힐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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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윤 총장의 자택
앞으로 지지자들이 보낸 꽃나무가 배달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자택에 머물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 지지 화환과 피켓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날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다시 맡게 된 조남관 대검 차장이 생각에 잠긴 채 관용차로 출근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판이 뒤집힌다'..윤석열 사퇴가 불러올 나비효과
4월 선거서 존재감 미비하면 '찻잔 속 태풍'
2021년 3월4일을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이제 그의 몫이다.
사퇴라는 결론을 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바로 정치다. 이미 정치권에서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사퇴는 당장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주게 됐다.
내년 3월의 대선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결단한다면 1년 남짓 남은 대선은 '윤석열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어 지지부진한 야권에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경우 '정권 심판론'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4월 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우뚝 선다면 그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찻잔 속 태풍'처럼 그 파장은 빠르게 소멸할 수도 있다.
이렇듯 그의 사퇴는 정치권에 몇 가지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① 4월 보궐선거 앞두고 '정권 심판론' 구심점 될까
지금까지 4월 서울시장 보선 판세는 '백중세'라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오히려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백전백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그의 이런 결정은 4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여당에 악재'라는 데 분석을 같이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미 서울시장 선거 구도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데 윤 전 총장의 사퇴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민주당에 확실한 악재"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검찰 개혁 이슈가 뜨거워질수록 여론은 정부·여당에 좋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다시 '추미애 시즌2'가 열려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야권 지지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상당히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이번 선거의 성격이 '정권 심판론'으로 규정될 여지가 넓어진 것도 여권엔 부담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를 지키다 사퇴한 구도를 짠 윤 전 총장의 사퇴는 결국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연스럽게 4월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정부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여권엔 상당한 악재"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② '정치인 윤석열'은 누구의 길을 걸을까
그동안 윤 전 총장은 검찰 개혁을 두고 여권과 갈등 구도를 빚으며 야권 대권주자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에서 벌써부터 환호성을 지르며 표정 관리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무대란 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정치무대에 본격 데뷔한다면 혹독한 견제와 검증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확실한 자기 콘텐츠 없이 그저 반대만 하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 정치판이다.
야권이 두 팔 들고 대선주자로 호출했던 반기문·황교안 등은 어느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상당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이 이미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지만, 윤 전 총장의 앞날에 꽃길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바로 정치활동을 시작한다면 검찰총장에 재직하면서 했던 모든 행동이 '결국 정치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한다면 지지율도 오르겠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당장은 컨벤션 효과가 있어 지지율이 오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준비된 모습과 전문성 등 자기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빠르게 무대에서 퇴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검찰총장으로서 '누구를 잡는다' '부정부패를 척결한다' 등의 이야기만 했는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현안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검증이 시작된다면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권은 이런 구도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제2의 황교안이 되려고 하느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반기문·황교안과는 결이 다르다"며 "현 정부와 끊임없이 갈등하며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
이회창 전 총재가 과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야권에 유력 후보가 전혀 없다는 점도 그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정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바로 이번 선거에 뛰어들기보다는 '메시지 정치'를 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③ 야권 정계개편 주도하며 대선판 이끌까
윤 전 총장이 주목받는 것은 결국 내년 대선 때문이다.
야권에는 아직도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 그가 이번 보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제3지대에서 '정권 심판론'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판을 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를 중심으로 야권과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보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대권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이번 4월 선거에서 그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배 소장은 "그의 사퇴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며 "야권이 이기면 윤 전 총장에게는 날개가 달리게 된다.
문 대통령을 이긴 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지금 이 시점에 사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풀이했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은 낮게 봤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으로 가는 순간 '지지율 30%'라는 박스에 갇히게 될 것"이라면서 "반(反)문재인 빅텐트가 만들어지면 그때 전면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윤 전 총장의 속내가 아닐까"라고 풀이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이번 4월 보선에서 야권이 스스로의 힘으로 승리한다면 오히려 윤 전 총장의 입지가 좁아들고, 패한다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공간이 확 넓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최 교수는 "만약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오히려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당연히 민주당의 승리는 윤 전 총장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어느 한쪽이 확 이기지 못하고, 제3지대 세력화 모색 목소리가 커지는 게 윤 총장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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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총장직
사퇴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1.3.4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소용돌이, 검찰 수사권 폐지될까
윤석열 “법치 시스템 파괴돼” 사퇴 강수에
민주당 “수사-기소 분리 미룰 수 없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소 권한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2단계 검찰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3월4일 오후 2시, 윤 총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오늘 사직하려고 한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2단계 검찰 개혁에 전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발표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윤 총장 사퇴, 국회 입법 과정에 영향 못 줘”
민주당은 윤 총장 사퇴와 관계없이 2단계 검찰 개혁은 그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검찰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총장 사퇴가 국회 입법 과정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집행자에 불과한 검찰총장의 반대로 입법을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2차 검찰 개혁에 나선 이유는 1단계 개혁으로도 검찰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완패하고 물러나면서 민주당에서는 위기감이 더 커졌다.
검찰을 인사권만으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고 2차 법·제도 개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검찰 개혁 내용이 수사-기소 권한 분리로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회 의석이나 경찰 비대화 등의 이유로 중간 단계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타협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과 당내에서 좀더 근본적인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수사-기소 분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2단계 검찰 개혁은 2020년 12월29일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검찰개혁특위는 당초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2021년 6월까지는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또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이 맡은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공직자·대형참사) 수사권을 모두 넘기고, 수사청은 법무부 소속으로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2단계 개혁은 민주적 형사사법 시스템으로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3월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선전포고에 나섰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부·여당에서는 반격이 쏟아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을 선동하는 발언에 매우 유감스럽다.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날을 세웠다.
2단계 검찰 개혁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청와대도 “국회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입법권을 행사한다.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3월4일 윤 총장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수사-기소 분리가 무엇이기에 여당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것인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검찰 개혁의 핵심 의제로 꼽혀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수사와 기소, 재판 기관이 분리됐는데, 이는 무리한 수사나 기소, 재판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 친일 경찰의 전횡을 막기 위해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줬다.
특히 민주화 직후인 1990년대 초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가 급증하면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졌다.
검사의 직접 수사는 권력층의 부정부패 처벌이라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검찰의 권력기관화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대부분 전문가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해선 당연하다고 말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나라에서 수사와 기소는 엄격히 분리된다.
직접 수사를 하면 (기소를 결정할 때) 수사한 사실에 객관적 판단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30년 동안 검사가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 등 국가 형벌권을 한 손에 쥐고 인권을 좌우해왔다. 1단계 개혁이 검사의 비리를 견제하는 것이라면, 2단계 개혁은 민주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2단계 검찰 개혁의 속도나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의 황운하 의원은 즉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대통령 공약인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경찰에 수사권을 모두 넘기는 것을 고민하다가
못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수사 역량을 유지하고 시행된 새 법률을 안착시키면서도 얼마든지 (수사-기소 분리를) 할 수 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검찰 개혁 요구가 강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이어서 검찰을 개혁하기 좋은 기회다. 지금 수사-기소 분리를 미룬다면 나중에 개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21년 1월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의 기소 독점과 편의주의는 그대로
그러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국회 의석 상황이 좋아도 개혁은 국민 공감을
얻어서 해야 한다.
2020년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하려다가 오히려 밀렸는데, 지금 추진하는 것은 보복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재인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를 중장기 과제로 생각해왔다.
1단계 검찰 개혁이 시행된 지 두 달 됐는데, 그 결과도 보지 않고 2단계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가?
앞으로 보궐선거와 전당대회, 대선이 이어지는데, 언제까지 검찰과 싸움만 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6대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한다.
윤 총장은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등은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불변의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윤호중 검찰개혁특별위원장(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반부패 수사 등을 위해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검사의 직접 수사는 비정상적인 일이다”라고 일축했다.검찰에 남겨놓은 6대 범죄를 수사청으로 넘기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변호사)은 “애초 수사-기소 분리 방안은 수사 기능을 경찰(국가수사본부)로 넘기는 것이었다. 대신 경찰은 수사 기능 외에 대부분을 자치경찰로 넘겨야 했다.
그런데 현재는 국가수사본부도, 자치경찰도 제대로 안 됐다. 이 상태에서 수사청 설치가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수사-기소를 분리해도 검찰의 기소 독점과 편의주의는 그대로 남는다.
미국의 기소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같은 방식으로 시민의 검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는 비정상적인 일”
청와대의 속도 조절 요구, 검찰 반발, 전문가들의 엇갈린 의견 속에 민주당은 길을 찾아야 한다.
윤호중 위원장은 “청와대와는 이견이 없다. 검찰 반발은 당연하고, 고려할 것이다. 이제 내용이 거의 정리됐으므로 예고한 일정에 맞추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러나 2단계 검찰 개혁을 미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윤석열의 反文 정치 시작됐다● 정치의 길로 접어든 ‘칼잡이’ 윤석열
● 조국·추미애와 血戰…‘우리 총장님’에서 反文 상징으로
● 대권주자 안 보이는 野, 정치지형 바꿀 매력적 자산
● 강연, 저서발간 등 진정성 호소하며 ‘정치적 몸 풀기’
● 여론 관심, 재‧보선 앞두고 정치적 메시지 낼 가능성
● 중도층 공략 최적임자 평가…신당 창당‧기존 정당 흡수
● 갈등국면에서 지지율 ‘반사효과’ 평가절하하기도
● “대선 1년은 조선왕조 500년보다 길다”…예측불허
● 언론 검증공세 겪으며 尹 정치력 보여줘야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입장문)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칼잡이’로 불렸던 윤 전 총장이 정계입문 및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여야 정치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개국공신에서 반(反)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부상한 그의 향후 행보에 따라 차기 구도는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사퇴에 여권이 극도의 경계심을, 야권이 끝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특히 4월 재‧보궐선거 성적표에 따라 정치권의 합종연횡 및 정계개편도 필수코스다. 정치적 주가가 최고로 급등한 윤 전 총장의 거취가 최대 변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차기 인물난에 시달려온 야권의 차기 지형이 급변할 수 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적 지지세가 유지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건 윤 전 총장의 선택이다.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검찰총장에서 유력 차기주자로의’ 화려한 변신이 가능할까. 전망은 엇갈린다.
조국·추미애와 血戰…‘우리 총장님’에서 反文 상징으로윤 전 총장은 현 정부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극적인 반전을 경험했다.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현 정부 탄생 일등공신이었지만 반문(反文)진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친문진영이 열광한 우호적 관계였지만, 점차 사이가 나빠지다가 검찰 문을 나서면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됐다.
대표적인 강골검사였던 윤 전 총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원 댓글수사’로 어려움을 겪었다.
평검사로 좌천당하는 굴욕도 맛봤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과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더니 2년 뒤인 2019년 7월에는 검찰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님”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애정을 보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부, 집권 여당에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며 살이 있는 권력에 대한 적극 수사도 주문했다.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를 내세웠던 여권 또한 윤 전 총장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초대 대통령민정수석을 거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 지명되자 “‘조국·윤석열 환상의 투톱이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검찰이 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과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광화문 vs 서초동‘으로 국론이 양분된 조국사태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조 전 장관은 여론악화에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 후임으로 추미애 체제가 들어섰지만 갈등은 오히려 더 격렬해졌다.
검찰 간부인사를 놓고 추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전 총장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놓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윤 전 총장은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여권이 때리면 때릴수록 정치적 체급이 수직상승했다. 윤 전 총장은 사실상 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연쇄 경질시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빅3 구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과의 극심한 파열음을 이기지 못하고 27년간의 검사생활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인터뷰→ 대구→ 사의표명…긴박했던 ‘고뇌의 시간’“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다.”
중수청 설치를 놓고 여권과의 격렬한 대치전선을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의 지난 며칠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긴박했던 고뇌의 시간이었다. 작심한 듯 언론을 통한 여론전이 시작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는 사실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다급했던 것이다.
윤 전 총장은 3월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수청 논란과 관련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 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대구 방문에서는 정치입문 가능성을 내비치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마중을 나간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대구고검 방문 현장에는 여야 유력 정치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가 넘쳐났다.
윤 전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며 중수청 설치를 맹비난했다.
정계입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이 보수의 심장이자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것 자체가 예사롭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4일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사퇴 입장문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정계입문을 강하게 시사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대선 출사표를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7월 임기 만료 4개월을 앞두고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이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 이후 약 한 시간 만에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尹 등판과 野 정계개편이제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정계진출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윤 전 총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치 도전을 선언하느냐다. 윤 전 총장의 등판 여부에 따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여야의 차기대권 구도, 내년 3월 차기 대선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주판알을 튕기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여권은 견제구를 날리면서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온 여권 우위 차기 지형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은 “그분의 정치 야망은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이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피해자 모양새를 극대화한 다음에 나가려고 계산을 했던 것 같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대선에 참여하는 명분으로 삼는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판대열에는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이낙연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꼬집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윤 전 총장의 주장은 과대망상 수준”이라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거친 비판 수위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극심한 차기 인물난에 시달려온 야권은 환영 일색이다. 야권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21대 총선 직전 이낙연 대표와 자웅을 겨뤘을 뿐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 5% 미만의 도토리 키재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의 정면대결 속에서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윤 전 총장이야말로 매력적인 정치적 자산이다.
한때 윤 전 총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여권과 각을 세우고 나왔으니까, 본인이 결국 어떻게 결심할지는 모르지만 야인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 회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필요하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굽힘없이 대한민국을 위해 같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윤석열의 홀로서기, 엇갈린 전망윤 전 총장은 장외 블루칩이다. 레임덕과는 무관할 것으로 여겨졌던 문 대통령을 두 번이나 코너에 몰아넣은 전력도 있다. 과거 조국사태 및 추-윤 갈등이 최고조였을 때였다.
현 정부와 공식적인 이별을 선택한 윤 전 총장이 ‘정치도전’이라는 광야로 나왔다. 당분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겠지만, 조만간 차기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도전에 앞서 대중강연, 저서발간, 방송출연 등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정치적 몸 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 경쟁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낙관론이다.
차기 대권지형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말연초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빅3 구도’를 형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적 지지가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차기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중도층 공략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진영과 이념에 기반 한 적대적 여야 정치구조 하에서 여야 어느 편에도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과 세력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차기 경쟁력을 발판으로 신당 창당에 나서거나 기존 보수정당을 흡수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4월 재‧보선을 전후로 한 정치지형이 윤 전 총장에게 나쁘지 않다.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윤 전 총장의 언행은 재보선 표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만일 윤 전 총장이 작심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낼 경우 여권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물론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메가톤급 이슈로 역전승을 노렸던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3지대 유력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최종 당선될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 가속화된다는 점은 그에게 유리한 요소다.
국민의힘과 직접 손을 맞잡기보다는 제3지대 잔류 또는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비관론도 있다. 지금은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경쟁력이 정권과의 갈등국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됐다는 반론이다.
야권에 마땅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국·추미애 전 장관과의 갈등국면에서 누린 ‘반사효과’라는 평가절하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차기 대선까지 1년이라는 시간은 조선왕조 500년보다 길다”는 농담이 있다.
예측불허의 변수들이 넘쳐나서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은 강직한 법조인의 이미지가 강할 뿐 대선주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식견은 물론 경제, 교육, 복지, 청년·여성정책 문제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베일이 가려져 있다.
여기에 정글과 다를 바 없는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혹독한 검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력 정치인이 대권에 도전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속된 말로 ‘탈탈 털린다’. 윤 전 총장 역시 여권과 언론의 검증공세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그가 차기대선의 깃발을 들었다
하더라도 과거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처럼 차기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어쨌든 윤석열의 반문정치는 시작됐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조성우 기자, 뉴시스]
윤석열 대권가도에 놓인 세 가지 허들 [정치 인사이드]
● 개인역량: 국정운영 능력을 갖췄는가
● 세력규합: 함께 국정운영할 세력 있는가
● 시대정신: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
20대 대통령선거를 꼭 1년 앞두고 윤석열발(發) 대권레이스가 시작됐다.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사실상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그가 20대 대선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하려면 어떤 허들을 넘어야 할까.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대권주자로서 개인적 역량이다. ‘윤석열’은 거악을 척결해 법치를 수호해 온 ‘특수통’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안보와 민생이슈에서 그가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대권주자는 국정을 책임질 개인역량과 함께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세력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검찰에만 몸담아왔던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면 민생이슈에 대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받게 된다.
아울러 그가 어떤 세력과 함께 대선을 치를 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보수세력을 대변해 온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손잡는 것은 쉽지 않다.
중도를 표방하고 제3 신당에서 나설 수 있겠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진영 대 진영 대결 구도가 강한 대선에서 제3세력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의 실패 원인을 극복하고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은 국정운영에 대한 역량 뿐 아니라 엄격한 도덕성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정치군인은 역사 속으로 퇴출되었지만 정치검사는 시대를 거꾸로 타고 오르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총장직 그만두면 장모는 어떻게 되고 부인은 또 어떻게 되나. 윤석열의 모험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탄압받을수록 대권주자 부각”정 의원은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부인과 장모 사건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조국, 추미애 전 장관과의 갈등 속에 대권주자 윤석열이 성장했다”며 “탄압받을수록 오히려 대권주자로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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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두 번째 허들은 ‘세력’이다. 혈혈단신으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 윤 전 총장은 그동안 범야권 차기주자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그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손잡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선거와 정치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성민 대표의 얘기다.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세력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했고, 적폐청산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처벌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민의힘과 손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것은 적폐 세력, 국정농단 세력과 손잡는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철수 대표와 손잡고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은 있다.
만약 안 대표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돼 서울시장에 당선하면 제3지대 세력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尹 정치 명분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구체제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윤 총장은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을 대체할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정치권에는 제3지대에서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며 세력화할 수 있는 예비군이 많다.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식 전 의원, 홍정욱 전 의원, 그리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결합한다면 국민의힘을 흡수할 제3지대 신당 출현도 가능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과거 정부에 대한 부채가 없고 오히려 당시 적폐 청산에 앞장 선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세력화를 주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까지 꼭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길다면 한없이 긴 여정이다.
그가 긴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출마 명분’이다.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의 끊임없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과연 어떤 대의명분을 앞세워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려는 것일까.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꼽았다.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찰을 대체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즉 그가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대신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겠다고 했다. 결국 그는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대선에 나섰다는 것을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과거 관료 출신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르다”며 “현재 야권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활동 공간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총장직을 버린 윤석열은 범야권 지지자들로부터 ‘대권주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그가 주자에만 그칠 지, 대통령에 오를 지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치인 윤석열'의 선배들
[안호덕의 암중모색] 검찰 출신 정치인과 검찰의 밀착은 비극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 될 것이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장은 잘 설득되지 않는다.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거둬들이는 것과 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세상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의 수사권을 이관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대로라면 부패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맡게 된다. 1차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나 신설된 공수처도 각종 범죄에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검수완박을 부패완판으로 치환하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은 검찰만이 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독선적 아집의 발로이거나 국민의 우려를 키워 검찰권 지키기 방패막이로 삼아보려는 얄팍한 수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국회 입법 과정에 검찰총장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탓할 바 못된다. 검찰의 권한을 다루는 중수청 설치를 두고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논의 단계부터 직을 걸겠다며 법무부와 검찰을 넘어 정권과 검찰의 대결 구도로 몰아갔던 윤 전 총장의 발언과 행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문제 제기 절차도 생략한 채 언론에 인터뷰 형식을 빌려 "내가 밉다고 국민 이익을 인질 삼나, 사기꾼 소굴로 만들자는 거냐"(<중앙일보> 3월 3일 [단독] 尹 "내가 밉다고 국민 이익을 인질삼나, 중수청은 역사후퇴")라며 막말에 가까운 울분을 쏟아내는 모습에서는 검찰 수장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 불릴 만하다.
'검찰은 선'이라는 인식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에 서 있다."
- <국민일보> 3월 2일 [윤석열 인터뷰 전문] "檢수사권 박탈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지난 3월 2일 <국민일보> 윤 전 총장 인터뷰는 검찰은 선(善), 반대편은 불의라는 구도의 동어 반복이었다.
검찰 조직의 수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조직에 대한 공치사에 비해 과오에 대한 발언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검찰의 역사에서 공에 못지않은 과오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과 처벌에 검찰의 공이 지대했다고 하지만, 그런 정권을 보좌하고 시녀 노릇을 했던 것 또한 검찰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어른거리는 검찰의 나쁜 수사조차도 잘못이라 생각하지 못한다면, 과오 불감증이거나 건망증이다.
검찰이 가진 힘인 수사와 기소권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가 있었더라면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라는 놀림을 면했을 것이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2021.3.3 ⓒ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도 그렇다. 없는 죄를 만들려고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검찰이다.
더욱이 이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임은정 검사의 보고에 직무배제로 대응해 수사 의지를 좌초시킨 게 윤 전 총장이다(공소시효가 3월 22일로 얼마 남지 않는 사건에 그간 조사를 한 임은정 검사를 배척하고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한 행
위는
수사방해 행위다).
조국 전 장관 수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 의혹 등 윤 전 총장 임기에 있었던 정치 관련 사건만 보더라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검찰의 형태를 봐도 수사와 기소는 융합이 아니라 분리가 맞다.
수사와 기소의 융합이 효율적이라고 윤 전 총장의 설명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효율성보다 앞세워야 할 것이 국민의 인권이고 억울한 희생자를 막을 수 있는 장치다.
기소와 수사권 모두를 가진 검찰. 그 힘에 의해 법치주의가 지켜졌다고 하지만, 따져보면 막강한 힘으로 지켰던 건 법치주의가 아니라 검찰 권력이었다.
검찰 사랑은 이 정도로 족하다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며 한 말이다. 언론에서는 '전격'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퇴 소식을 전했지만 <국민일보>와 <중앙일보> 인터뷰, 대구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로 본다면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발언의 내용 또한 공직자로서의 언행이 아닌 예비 정치인의 언어라 할 만큼 공격적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장의 발언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탓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퇴 과정이 아니라 정치인 윤석열으로서의 출정식 같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 있는 비유다.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사퇴한 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용단으로 치켜세울 수만은 없다.
정치인 윤석열, 아직은 낮설다. 하지만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는 다짐이 의례적인 말은 아닐 것이다.
대선 주자로 꾸준히 거론되었고 자신도 부인한 적이 없으니,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특별히 이상할 것 없다.
▲ 3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 정문 앞 도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권 시장은 윤 총장에게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윤 총장의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정치인 윤석열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검찰 사랑은 이 정도로 족하다. 검찰 출신 정치인과 검찰의 밀착은 비극이다.
국정 농단의 핵심 역할을 도맡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 이들 모두 검찰에서 정치인이 됐다.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가 김기춘·우병우·황교안과 같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이다.
자천 타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 만일 그가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 공화국의 화려한 부활인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예단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
윤 전 총장 때문에 개혁의 수레바퀴를 세울 수는 없다.
검사 비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고, 술향응 접대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과하겠다던 윤석열 검찰총장. 술 향응 검사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사과하겠다는 당사자는 사과없이 사퇴했다.
국민은 여전히 술 향응을 받은 검사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검찰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 잘못이 있으면 처벌받고, 사과할 줄 아는 검찰이 되라는 거다.
검찰은 이제 과거 검찰과 같을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 때의 검찰과도 달라져야 할 때다.
▲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검사' 끝내고 '정치' 들어선 윤석열, 그가 걸어온 길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던 철저한 '검찰주의자'가 걸어온 길
권력 수사 앞장섰던 '강골'…검찰 수사권 지킨다며 직 던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당시 극찬했지만, 조국 사건 등 권력 수사를 지휘한 후 대립각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전 총장은 결국 직을 내려놓게 됐다.
윤 전 총장에게는 이제 선택만이 남아 있다.
앞으로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이제껏 걸어온 길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극과 극이다. 검찰 내에서는 '전형적인 칼잡이', '지독한 검찰주의자'라는 평가가 많지만 법조계 전체적으로는 윤 전 총장의 정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평이 중론이다.
다만 누구나 인정하는 한가지는 있다. 윤 전 총장이 걸어온 길은 줄곧 권력에 맞서왔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교수였던 부모 슬하에서 활발하게 자랐고, 1979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 광주 사태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검사로 나와 전두환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는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했다.
1991년 제 33회 사법시험에 합격 후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고 1994년 검사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윤 전 총장이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것은 1999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발령 받고서 최고 권력에 맞섰던 순간이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6년차 검사로 경찰청 박희원 정보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았는데 정치적 외압을 엄청나게 받았다.
박 국장은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경찰의 실세로 꼽혔다.
박 국장은 당시 청와대 하명사건을 맡았던 사직동팀을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거의 모든 정보를 좌우할 정도였다.
당시 치안감급 고위 경찰간부인 그의 구명을 위해 여권 실세들의 외압이 줄기찼지만, 윤 전 총장은 구속까지 이끌어냈다. 이는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경찰의 대대적인 반발까지 불러왔고 급기야는 검경 간 충돌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던 윤 전 총장은 세간에 더욱 자신을 알리게 된다.
바로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직원을 체포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2013년 10월 21일 국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저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아 좌천되어 한직을 떠돌던 그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약했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검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었다.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전임 총장인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5기수 후배로, 파격 인사였다.
앞서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이 그의 손을 거쳐 구속되기도 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에 대해
수사를 결정해서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계기가 됐고 2020년 내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보였따.
특히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부으로 검찰 힘빼기에 나서면서 조직의 존립이 위채롭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동 등 여러가지 단계에서 검찰 해체 위기가 일어나는 과정을 견뎌냈다.
급기야는 수사지휘권 박탈에 징계 처분 청구 등 윤 전 총장의 거취를 위협하는 정권의 직접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1년 2월 실질적인 검찰 해체나 마찬가지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시도가 일어나자, 자신의 직을 던지게 됐다.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을 빗대 "남은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수사와 기소를 현실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불가능한 실정인데, 이를 왜곡하고 검찰 해체나 다름 없는 조직에 대한 공격이 빗발치자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성격은 '강골'로 알려져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천직이 검사였던 사람이기도 하다.
향후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이 유력하지만, 그가 어떤 정치인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정치의 개입에 항거하는 검찰총장, 조직의 존재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윤 전 총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미디어펜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꽃다발을 들고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靑, '속전속결' 후 차분…"윤석열 무시 전략 속 폭풍전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에 즉각 사의 수용과 민정수석 교체로 맞대응했던 청와대가 5일에는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 청와대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윤 전 총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는 강민석 대변인의 문자 공지가 전부였다. 윤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행정적 절차를 마쳤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별도 언급은 소개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문 대통령은 이후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자운대 국군간호사관학교 열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임관 장교 80명에게 직접
계급장을 수여했다.
현직 대통령의 간호사관학교 졸업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민ㆍ군 의료인력을 격려하는 의미”라고 전했다. 임관식 뒤에는 군의 첨단 의료장비를 둘러봤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상태는 폭풍전야(暴風前夜)에 비유하면 적당할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청와대는 철저한 무대응ㆍ무시 전략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전날 하루에 사의 수용과 민정수석 교체 등을 속전속결로 끝낸 배경 역시 윤석열 관련 이슈를 오래 끌수록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청와대는 윤 전 총장 관련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과 같은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는 민생이 최우선”이라면서도 윤 전 총장 관련 언급은 피했다.
여권에선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으로 지목했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검찰 개혁도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굳이 검찰 관련 이슈를 전면에 내세울 이유가 없다”며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와 방법만 결정하면 언제든 관련 입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핵심 인사도 “윤 전 총장이 지목했던 중수청은 아직 여당 내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며 “향후 중수청안을 비롯해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제안했던 반부패수사청 방안 등도 어떤 결론을 낼 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지지도 않은 방안을 핑계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책임한 행동을 한 윤 전 총장에 대한 분명한 평가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국가를 위해서도,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뉴스1
한 민주당 관계자도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와 지방행보 등을 기획한 조력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직 총장과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자연인 윤석열의 파괴력은 완전히 다르다”며 “윤 전 총장이 현실정치의 한계를 실감하게 될 계기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김휘선 기자
윤석열 사퇴 부른 與의 결정적 패착 세 가지
강경파 黨에 밀린 靑, 당청관계 뒤집히나
사공은 많은데 의견 조율하는 리더십 실종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길 거부했다.
정부·여당은 스텝이 꼬였다.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4·7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분명한 악재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시즌2'는 이제 정치 쟁점화돼 '정권 대 검찰' 전선으로 고착화될 여지가 커졌다.
정부·여당은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까. 어디서부터 스텝이 꼬일 걸까.
이 질문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어떤 태도와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국정의 추는 누가 쥐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중요한 세 가지 장면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① 뒤집어진 당·청 관계
취재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는 법안에 '신중론'을 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3월 발의 후 6월 처리'라는 방침을 밀어붙였다.
중요한 질문은 '왜 당·청의 입장은 달랐을까'가 아니라 '왜 당·청의 입장은 조율되지 않았을까'다.
조율이 됐다면 지금의 사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정 운영의 추가 대통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결정적 장면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와해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무리하게 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
주목할 점은 '왜 청와대는 이를 제어하지 못했나'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정운영은 청와대가 수직적으로 통치하는 '청와대 정부'식이었는데, 민주당 우위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비문(비문재인)'으로 평가받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당·청 관계가 당 우위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② 사공은 많은데 결정하는 사람이 없다
당·정·청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 청와대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짓이다.
안정적으로 임기 후반부를 마무리할 시점이다.
민주당은 입장이 다르다. 성과를 더 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특히 당의 잠재적 대권후보들은 성과가 목마르다.
정부는 당·청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현실 가능하게 집행해야 한다.
바로 이 차이를 조율하는 회의체가 바로 고위 당·정·청 회의다.
그리고 이 차이를 실제 조정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중수청 논란이 검찰총장의 사의라는 정치적 폭탄으로 커진 이유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지금 정부·여당엔 사공이 너무 많다. 다양한 목소리가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터져나오기만 한다.
사공은 많은데 고위 당·정·청에서 책임 있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일처리에서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 축이 흔들린다는 얘기이자 향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더 비관적으로 봤다. "원래는 대통령과 총리, 당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모두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대리할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
③ 사라진 소통, 커지는 리스크
국정 운영을 하면서 갈등과 돌발 사고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신현수 파동'에서 중수청 논란까지를 보면 이런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갈등을 초기에 정리했어야 했는데 방치하면서 지금의 사달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중수청도 중수청이지만, 자신이 믿었던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우스운 꼴이 되면서 도저히 이 정부와는 대화가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의 임기를 보장했으면 좀 더 확실한 믿음을 보여줬어야 했다. 분명한 메시지로 힘을 실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임기 후반부일수록 '사람 관리' '인사 문제'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결핍이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 우려를 얼마나 최소화하는지가 향후 레임덕 여부를 결정할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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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자 조선일보 1면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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