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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꺼져가는 韓 성장엔진..1인당 국민소득 4만弗 2028년에나 가능

 

 

 

 

수출이 12월에 이어 1월에도 두 자릿수대 증가세를 나타내며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인천 신항 전경. 인천항만공사 제공







지난해 11월 23일 오가는 행인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서울 중심가 명동의 뒷골목 모습.
사진=로이터

 

 

 

 

 

 





꺼져가는 韓 성장엔진..1인당 국민소득 4만弗 2028년에나 가능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기업 옥죄는 규제·코로나 악재
올해에도 고용·소비 부진 예고
저출산 고령화·포퓰리즘정책에

잠재성장률도 수렁 못벗어나
안이한 韓정부, 伊추월 자랑만
"세계 10위권 경제 진입할것"
◆ 경제 이대로 괜찮나 ◆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뒷걸음질했다는 것은 나라 경제가 팍팍해지며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꼭짓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 추락하는 장기 성장률
GNI는 경제성장을 달러로 환산해 국민 생활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비록 원화값 하락 등 외환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아도 나라 경제가 튼튼하면 GNI 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은데, 코로나19와 기업을 옥죄는 포퓰리즘 정책 악재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장기 성장률은 이미 급격히 꺾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0년대 7.5% △1990년대 5.5% △2000년대 3.7% △2010년대 2.3% 등 추세적으로 가라앉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 경제 추세적 하락의 공통 원인에는 총요소생산성 둔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 자본 생산요소 이외에 기술 개발, 노사 관계, 경영 혁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까지 감안했을 때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따지는 지표다.
주상룡 홍익대 교수는 "기업 역동성이 줄면서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연결되는 산업 성장 사다리마저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용·소비 타격 이후 저성장 위험
그렇다고 앞으로 성장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걷어내면 당장 내년부터 저성장 위기와 마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기저 반등 효과가 사라지고 난 2023년부터는 2%를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은은 기저효과 등에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내년 2.5%로 재차 성장률이 꺾일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후폭풍이 짙게 깔리며 민간소비와 고용은 올해도 차갑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2% 증가하는 데 그칠 것
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11월 전망(3.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취업자도 8만명 증가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철폐로 기업 성장을 독려하는 게 성장 '정공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저출산·고령화 경제 구조를 단기간 내 바꿀 수 없다면 결국 규제와 구조 개혁 등 바꿀 수 있는 부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는 'G7 추월' 강조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지만 정부 분위기는 안이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 역성장을 피해갈 수는 없었지만 전 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경제 규모 축소만은 막아냈다"며 "우리 경제 규모 세계 순위(달러 기준)가 2단계 상승한 10위로 전
망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GDP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전망"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G7 국가 추월'은 이탈리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최근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2019년 이탈리아 1인당 GNI는 3만4530달러로 당시 한국(3만3790달러)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관광업 위주 경제 구조를 가진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이 -7.9%(OECD 전망치)로 한국(0.1%) 대비 크게 밀리자 한국이 G7인 이탈리아를 따라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홍 팀장은 "저성장 위기에 빠진 한국은 지금 공부 잘하는 친구를 목표로 열심히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적이 떨어진 친구를 잡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1932년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미국 뉴욕 무료급식소 앞에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AP 연합뉴스



선방한 한국경제… 수출 늘고 경기회복세

  우리나라 수출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내며 본격적인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수출이 경기회복을 이끌면서 소비심리와 기업 체감경기도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수출회복 본격화…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작년 11월 4.0%, 12월 12.6%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인 동시에 2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폭이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는 2017년 8∼9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1월 수출 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등 주력 수출품목이 든든히 버티는 가운데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이 플러스로 전환하며 힘을 보탠 덕분이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21.7%), 자동차(40.2%), 철강(6.0%), 석유화학(8.6%), 선박(23.4%), 디스플레이(32.2%), 차부품(3.9%), 무선통신기기(58.0%), 컴퓨터(5.7%), 이차전지(9.9%), 바이오헬스(66.5%), 가전(19.1%) 등 12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이 가운데 바이오헬스(17개월), 컴퓨터(16개월), 반도체·가전(7개월), 이차전지(5개월), 디스플레이(4개월), 선박·무선통신기기·차부품(3개월) 등 8개 품목은 3개월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와 가전은 각각 5개월,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바이오헬스도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다.
  선박은 201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자동차와 철강은 주요국의 경기회복과 단가상승의 영향으로 각각 2,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석유화학도 26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다.
다만 일반기계(-4.8%)와 섬유(-7.9%), 석유제품(-46.0%)은 뒷걸음질했다.
  수출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0∼12% 증가해 약 1천450억 달러(약 163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은 관계자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회복과 반도체, 자동차 판매 호조 등이 1분기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변이종 확산, 백신접종 지연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할 경우 수출증가 폭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 한국 성장률 전망치 상향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6곳과 리서치 기관 1곳 가운데 3곳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0.3%포인트 올려 잡아 2.7~5.0%로 전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경제가 올해도 선방할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에도 해외 IB 9곳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평균 3.4%로 전망했다. 한달 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올린 값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1.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1%로 기록됐다. 역성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뒷걸음질이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8개 주요 기관들이 예상한 한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은 평균 0.7%인데, 실제 성적표는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등은 “한국의 작년 성장률은 1998년 이후 최저치지만, 다른 국가와 견주면 뛰어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또한 “코로나19로 슬럼프에 빠진 세계 경제와 비교하면 한국은 양호한 모습”이라고 치켜세웠다.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도 소폭 반등
  소비도 살아나는 조짐이다.
한은 소비자 동향조사(1월 11∼18일)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4로, 한달 전보다 4.2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다소 진정되고, 백신접종 개시에 따른 기대감 등이 작용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세부적으론 생활형편전망지수(93)가 4포인트 올랐고, 가계수입전망지수(96)와 소비지출전망지수(102)가 나란히 3포인트씩 상승했다. 향후경기전망지수(89)는 8포인트 뛰었고, 현재생활형편지수(86)와 현재경기판단지수(56)는 변함이 없었다.
  CCSI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취업기회전망지수(80)가 6포인트 올랐고, 임금수준전망지수(112)도 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나아졌다. 한은의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모든 산업을 반영한 업황실적 BSI가 77로, 한달 전보다 2포인트 올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BSI가  85로, 3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은 68에서 70으로 2포인트 올랐다.
전 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석달 만에 하락했지만, 1월 들어 확산세가 주춤해지자 한달 만에 반등했다.
  2월 업황 전망 BSI지수는 70에서 75로 올랐다. 대기업(89, +4포인트), 중소기업(73, +6포인트), 수출기업(89, +1포인트), 내수기업(76, +6포인트) 모두 올랐다.
특히 대기업과 수출기업은 모두 2018년 1월(각각 90, 89) 이후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는 한달 사이 7.0포인트 올라 93.1을 기록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윤보람 연합뉴스 산업부 기자 bryoon@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월간 마이더스, 






▲ 한국 경제 코로나 영향에도 선전 "수출 세계 7위 유지"(사진=연합뉴스tv)  

  





4일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2020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코로나에 선방한 한국 경제, 올해 경제회복 전망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1.0% "과거 위기보다 감소폭 크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올해도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지속…
GDP 디플레이터 플러스 전환도 긍정적 요인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며 코로나 여파에도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수출이 올해 들어서도 호조를 지속하는데다 2019년 마이너스를 지속했던 GDP 디플레이터도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되며 1분기 -1.3%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들어 -3.2%로 악화됐으나 3분기(2.1%)에 이어 4분기(1.2%)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은 1024.5조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으나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환율 상승(연평균 1.2%) 영향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한 1조6308억달러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3747.3만원)도 전년 대비 0.1% 늘어났지만 환율 영향으로 인해 미 달러화 기준(3만1755달러)으로는 1.1%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했다.
실질 GDP·GDI와 명목 GDP·GNI는 모두 IMF 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수출은 -3.7%를 기록했던 1989년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던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던 1980년과 IMF 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며 "수치상으로 보면 과거 위기보다 성장률 감소폭이 크지 않고 0.1%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에 따른 충격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며 "과거 위기처럼 1년만에 반등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올해 1월 발표됐던 속보치보다 0.1p% 상향됐다.

속보치에 포함되지 않았던 분기말 소매판매 실적과 국제수지, 정부측 자료, 산업활동 동향 등이 반영되며 잠정치에서 성장률이 상향조정됐는데 지난해 3분기 성장률도 2.1%로 속보치보다 0.2%p 상향조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반등세로 돌아섰던 수출이 올해 들어서도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종합적인 물가지수로 평가받는 GDP 디플레이터도 플러스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9년의 경우 수출가격이 하락하며 GDP 디플레이터(-0.9%)도 매 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디플레이터가 낮아질 경우 기업 체산성이 떨어지고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투자 등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0년에도 내수 디플레이터가 낮아지긴 했으나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1.3% 증가했다.
신승철 부장은 "올해 통관수출실적을 살펴보면 1월과 2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1~2월중 기계류 수입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설비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나 원자재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생산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체산성이 개선되고 나라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명목소득을 늘려 소비, 투자 등 내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GDP 디플레이터의 플러스 전환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주) EBN 





부산 문현동에 있는 BNK금융그룹 본사.BNK금융그룹 제공.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사진=뉴스1


 

올해 한국경제, 수출·투자 '기대' vs 소비·고용 '암울'

수출 7% 이상 반등…100만명 공공일자리 더해도 취업자 8만명↑
한은 "억눌렸던 소비·유가 등에 물가상승 압력에도 유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한혜원 기자 =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 '역성장'을 경험한 한국 경제가 올해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3%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용 상황이 나빠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줄면서 민간소비 회복은 애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TV 제공]

◇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건설투자도 플러스 전환
한국은행은 25일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로, 지난해 11월 26일 발표된 기존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수치만 같을 뿐, 안을 들여다보면 불과 3개월 사이 한은의 시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수출 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좋다. 수정 제시한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7.1%인데, 이는 기존값(5.3%)보다 1.8%포인트(p)나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요국 백신 보급과 적극적 재정부양책 등으로 글로벌 교역조건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14.20)와 수출금액지수(110.32)는 1년 전보다 각 8%, 11.4% 올랐다. 수출물량지수는 5개월, 수출금액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전기장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는데, 특히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내 반도체 지수만 따로 보면 수출량과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각 19.4%, 18.5% 뛰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1월 수출금액지수와 수입금액지수 상승률은 각각 2018년 10월, 같은 해 11월 이후 최고"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관련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도 재개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 컴퓨터·전자기기와 운송장비 수출이 늘고 관련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5.3%)도 기존(4.3%)과 비교해 1.0%p나 높아졌다. 건설투자 성장률도 0.5%에서 0.8%로 상향조정됐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GDP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는데, 올해 플러스 성장률로 바뀔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취업자 수나 내수 쪽에 파급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빈 상점 늘어가는 명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비 2% 반등 그칠 듯…이주열 "경기, 소비 회복에 달려"

문제는 민간소비다. 한은의 수정 전망에서 민간소비 성장률은 2.0%로 기존(3.1%)보다 1.1%p나 낮아졌다.
결국 한은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바꾸지 않은 것은, 수출·투자 호조 효과를 작년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탓에 크게 위축된 소비가 상쇄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그 부분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조정되면서 소비가 지난번 본 것(작년 11월 전망)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결국 우리나라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가는 소비에 달려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고용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취업자가 13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증가 폭이 8만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4.0%로 높아졌다.
더구나 올해 일자리 증가 전망치(13만명)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약 100만명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반영된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김웅 조사국장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5%로 상향조정하면서도 우리나라 성장률은 3.0%로 유지했다"며 "대외여건은 플러스(+)지만,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부진하고, 고용의 경우도 1월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거의 100만명가량 줄어드는 등 소득 여건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번 한은 경제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되면 소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국장은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아직 구체적 규모, 지원 대상, 재원 마련 방안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한은 경제 전망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1%대 물가상승률, 인플레 우려할 수준 아니지만 유가 등 지켜봐야"
물가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기존 전망치(1.0%)보다 0.3%p 올려 잡았다.
경기 회복과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흐름, 전·월세 가격 강세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에 일단 "1%대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한 것도 당장 현존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한은도 공감했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 등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급 측면에서 물가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활동 제한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려 있던 소비가 짧은 시간에 분출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김웅 조사국장도 "(한은 수정 전망에서) 올해 평균 도입 유가를 유가 전문기관의 전망을 바탕으로 배럴당 50달러 중반 정도로 가정했지만, 실제로 올해 유가가 50달러 중반보다 더 오른다면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yoon2@yna.co.kr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붙는 ‘부채의 화폐화’ 논쟁… 한국 경제 ‘잃어버린 20년’ 우려


전 세계 부채 30경원…
적자 국채 통한 재정정책, 경기 부양 효과 제한[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최근 들어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 문제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쟁이 뜨겁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큰 행동 전략(act big)으로,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차원에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채의 화폐화는 재정 당국이 발행한 적자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해 주는 정책을 말한다.

재원의 원천을 부채로 한다는 점과 시장이 아니라 발권력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이 나선다는 점에서 모든 정책 여지가 소진됐을 때 마지막으로 동원하는 비전통적인 정책으로, 통화 정책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와 제로 금리, 양적 완화 등이 해당한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는다.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 오히려 정책 당국이 경제를 망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부채의 화폐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정책일수록 ‘정부의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비상 국면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빨리 정상화하는 출구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전 세계 부채, GDP의 3.65배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진 부채는 총 277조 달러, 우리 돈으로 30경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친 것의 3.65배에 달하는 것으로, 세계인이 앞으로 3년 8개월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털어 넣어야 갚을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양적 완화로 돈이 많이 풀린 데다 금리도 제로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낮춰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자 조급해진 정책 당국(은행도 가세)이 기업과 가계에 부채(대출)를 권장하는 분위기도 한 몫했다.
현재 돈을 빌려준 사람보다 빌려 간 사람이 큰소리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도 이 요인이 크다.

부채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금융 위기 이전에는 선진국은 공공 부채가 주로 늘어났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신흥국은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세계 부채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금융 위기 전에는 2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60%에 근접하고 있다. 불과 13년 만에 3배 가깝게 급증했다.

앞으로 부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 데다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부채를 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부채가 또 다른 부채를 부르는 ‘나선형 악순환 고리(vicious spiral cycle)’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서둘러 국채 금리 안정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프터 크라이시스 성격이 짙은 세계 부채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통화 정책 전달 경로(transmission mechanism : 통화 공급→금리 하락→총수요 증가→경기 부양)’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때 금융과 실물 간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dichotomy)’에 처해 돈을 푼다고 하더라도 실물 경제에 들어가지 않고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현상이 발생한다.

재정 정책은 시차가 길어진다. 시차는 정책 입안에서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내부(행정) 시차’, 정책 확정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외부(집행) 시차’로 구분된다.
각종 선거 표심에 가장 민감한 부채가 많아지면 내부 시차가 길어지는 폐단이 있다.

확정된 재정 정책도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 : 공공 지출 증가가 민간 수요를 위축시키는 현상)’로 경기 부양 효과도 반감된다.

돈맥경화 심한 한국, ‘혼돈 시대’ 접어들 수도

한국은 7대 취약국으로 분류될 정도로 가계 부채가 유독 많은 국가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가계 부채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용 갭(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호드릭-프레스코트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정도)’은 이미 4%포인트가 넘어 주의(2%포인트 미만 ‘보통’, 2~10%포인트 ‘주의’, 10%포인트 이상 ‘경고’) 단계다.

부채를 갚을 능력인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7대 가계 부채 취약국 중에서도 가장 떨어지고 저소득층일수록 더 떨어진다. 가계 부채가 많고 저소득층일수록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여건에서 국채 금리 상승을 계기로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빈부 격차가 확대된다.
상대소득가설(안도와 모딜리아니)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소비 성향이 높기 때문에 경기까지 둔화될 우려가 높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각종 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는 점이다. 재정 적자가 심한 국가일수록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점은 재정 지출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끌’과 ‘빚투’로 주택과 주식을 투자한 젊은 층의 신용 불량자가 갑작스럽게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떨어져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한 국가다. 통화 유통 속도와 통화승수와 같은 경제 활력 지표는 사상 최저수준이다.
통화 유통 속도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 유통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되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통화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고성능 화폐 : high-powered money)로 나눈 수치다. 통화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 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 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처럼 기준 금리가 변경되지 않을 때는 현금 보유 성향과 지급 준비율이 작을수록 통화승수는 커진다.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계속된 위기로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레버리지(deleverage : 부채축소·저축증대)에 여념이 없는 가계는 부채를 내서까지 소비할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도 투자를 꺼리게 되지만 금융사의 대출 태도는 오히려 깐깐해진다.

돈맥경화 현상이 장기간 풀리지 않을 경우 금융 시장에서는 ‘역설(paradox)’이나 ‘수수께끼(conundrum)’라는 종전의 경험과 관행 그리고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뉴 노멀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학계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혼돈 시대(chaos of economics)’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자주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혼돈 시대에 우리 경제는 유독 위기설에 민감하다.
정책 당국자가 알아둬야 할 것은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통계 수치상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 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 시스템상의 위기’에 연유된다는 점이다

. 정책 결정과 책임자는 자신의 이익과 자리를 위한 섣부른 정책을 내놓기보다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더 몰두해야 한다.

올 들어 공매도 재개 문제에 이어 섣부른 ‘부채의 화폐화’ 논의는 우리 경제의 혼란과 위기설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뉴 노멀 정책 여건에서는 특정인에 의존하기보다 국민 모두의 집단 지성을 구해 대처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주연이 되는 ‘M트로이카(Management-troica)’ 체제를 구축해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매거진한경, 

 

 

 

▲ 적은 조업일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이 1년 전보다 9.5% 늘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부산신항. ⓒ스카이데일리




한국 경제 혁신지수 세계 1위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세계경제에 때아닌 복병, 공급 절벽

[Cover Story] 코로나 시대의 아이러니, 수요 급증의 부작용

요즘 미국·캐나다 등 북미(北美)에선 지난해 주문한 가전제품을 아직도 못 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8개월 전 주문한 냉장고와 오븐, 붙박이 가전을 아직도 못 받았다는 사람들의 사연이 TV 방송에 나올 지경이다.
가전 유통업체 고어멘스는 “수개월째 이어진 공급 지연에 유통업체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현지 가전제품 공장에 부품과 소재 공급 차질이 심각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픽=김의균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바닥을 쳤던 수요가 급반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공급 절벽’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품귀로 폴크스바겐·도요타·GM 등 자동차 업계가 생산 중단 사태를 겪는 중이다.

미국에선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 생산에 쓰는 강판(鋼板)이 부족해 업체 간 쟁탈전이 벌어지고, 유럽에선 플라스틱 원료(합성수지)가 부족해 가격이 폭등했다.
심지어 유리 부족으로 TV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LCD(액정 표시 장치)와 OLED(유기 발광 디스플레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공급 절벽은 신종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다. 생산 증가를 가로막아 실물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을 초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사 UBS그룹의 악셀 웨버 회장은 “신종 코로나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수요 급증에 공급 감소까지 ‘이중 충격’




공급 절벽은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반대로 공급이 갑자기 줄어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의 공급 절벽은 이 두 가지가 모두 동시에 나타난 드문 사례다.
먼저 각국의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예상치 못한 내구재의 수요 급증이 발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스타벅스나 레스토랑에 가서 쓰던 돈을 넷플릭스를 보기 위한 TV나 스마트 기기, 가구·인테리어 구매 등에 쓰면서 ‘수요 충격’이 나타났다”고 했다.

여기에 공급 위축이 겹쳤다.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발 경기 침체가 닥치자 완제품 제조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관련 부품 및 원자재 업체는 즉각 구조 조정과 생산 품목 전환으로 대응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하반기에 공산품 수요가 급반등하고 다시 부품·원자재 공급 요청이 쏟아졌지만, 생산 시설과 인력을 이미 줄인 상황이라 이전 생산량 회복에 6개월~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대표적 사례다.
 <본지 2월 5일 C2면>
건축 자재, 디스플레이, IT 부품 등 상당수 공산품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소비·생산 통계가 나온 미국에선, 내구재 관련 지출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4% 늘어난 반면 내구재 생산은 전년 대비 8.4% 줄면서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극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운송망 병목마저 발목 잡아
운송망의 더딘 회복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체 코닝은 최근 “운송 문제로 유리 제조와 납품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반면 TV와 IT(정보 기술) 제품용 디스플레이 유리 수요는 계속 늘어나 주문량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 급증과 이로 인한 해외 직구 물량 증가도 악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미국으로 온라인 쇼핑 업체를 통해 수출된 상위 다섯 제품군 물량이 전년 대비 평균 37% 늘어났다”면서 이로 인해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판매는 미국이나 유럽의 현지 온라인 쇼핑몰이 하지만, 배송은 중국의 제조업체가 고객에게 직접 하는 이른바 ‘드롭시핑(dropshipping)’ 판매가 급증했고, 이것이 글로벌 운송망 부담을 가중시켜 공급 절벽을 초래한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공급 절벽發 인플레이션 우려 급증

공급 절벽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요 확대와 공급 부진 모두 가격 상승 요인이다.
주요 제조업 부품과 원자재 가격은 이미 급등세다.
LCD 패널 가격은 작년 하반기 82%(32인치 기준) 올랐고,

플라스틱 수지(PP·PE) 가격은 작년 12월 이후 25% 올라 t당 1500유로가 됐다.
미국 내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달 1t당 1176달러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공산품의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의 카타리나 우터뮐 수석 경제학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급 절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하반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전과 IT 관련 제품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가격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갭 인텔리전스는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 냉장고와 세탁기 할인율은 약 24%로 2019년보다 각각 12%포인트, 6%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래픽카드와 메모리 등 IT 부품 가격도 상승세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BEI·미래 물가 상승률 전망치)은 2.24%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를 맴돌았던 유럽의 인플레이션율도 지난 1월 0.9%로 1.2% 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인플레이션은 최근 급등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치명타다.

낮은 물가 상승률 덕분에 가능했던 세계 각 국의 초저금리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리 상승이 시작되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풀려나간 막대한 대출의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으로 연결된다.
◇“소재 직접 만든다” 수직 계열화 나서
공급 절벽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산업과 경제에 구조적 타격을 준다. 정봉주 연세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자동차 업체같이 물품 발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완성품 제조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 조치에 들어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예상 피해액만 15억~20억달러(약 1조7000억~2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생산 단가 및 차량 판매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 감소와 매출 감소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제조업 생산 차질은 기업 매출 감소와 폐업에 따른 고용 불안, 가계 소득 감소로 직결되므로 실물 경제의 회복 부진과 소득 격차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도 공급 절벽을 이겨낼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과 유럽, 일본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1월 대만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TSMC와 UMC 등 대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가 현재 매출의 3~5%에 불과한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들은 아예 부품·소재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수직 계열화'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리튬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네바다에 세계 최대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기가팩토리’를 갖고 있는데, 한술 더 떠 네바다주에 리튬 등 희토류를 직접 채굴해 정제할 수 있는 시설 투자에 나섰다. 채굴부터 정제, 부품 생산,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 회사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부품·소재 ‘리쇼어링’ 강화 대세로
공급절벽의 궁극적 해결책은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을 아예 재편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전 세계적으로 180개 제품은 특정 1개 국가가 공급의 70%를 담당하고, 다국적 기업은 하청 업체만 수백개에 달한다”며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본격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도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은 일시적 수요 급증에 공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인공지능·로봇에 의한) 자동화에 힘입어 리쇼어링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미국 내 생산(Made in All of America)”을 내세우며 리쇼어링 강화를 천명했고, 최근 연방정부가 미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라는 행정명령과 주요 첨단 소재에 대한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잇따라 내렸다.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위탁제조업체의 미국 투자도 독려 중이다. 맥킨지는 “이러한 공급망 재조정으로 향후 5년간 전 세계 무역의 15~25%에 해당하는 수출 물량이 다른 국가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발 공급 절벽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공급망과 생산 기지가 중국·동남아·일본 등 인접국에 퍼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급 절벽이 반년 이상 지속하면 한국 경제에도 직접 타격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리쇼어링이 확산하면서 국가간 수출입이 줄어들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결국 타격을 입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핵심 소재가 아니더라도 LNG 운반선 부품이나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 등은 미국·유럽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난이 이어지면 한국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상현 기자

 

 

 김익환 기자

 

 

 

 다시 보는 대만경제, 경박단소의 강인함이 힘...한국경제의 타산지석


대만, 자국의 경제·산업적 특성 잘 살려...부품과 ODM, OEM 시장에 승부 걸었고 그게 정확히 맞아 떨어져

한국은 경제가 덩치 순인 줄 알고 규모의 1등이 1등인 걸로 착각해...중후장대의 큰 것만 좋은 것으로 알아
경제에 해답 없으나 해법은 있어...주어진 여건 활용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 경쟁 무기로 삼은게 성공 동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로나를 겪으며 다시 보게 된 나라가 있다. 대만이다. 지난해 3.11% 경제 성장을 했다.
2.3% 성장의 중국을 앞질렀다. 30년 만이다. 올해는 4.64%까지 성장을 자신한다.
세계 각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에 그친 상황에서 대만의 ‘나 홀로 성장’이 경이롭다.
지난해 –1.0% 역성장으로 22년 만에 최저 성장을 기록한 한국경제로서도 부럽다. 배가 아프고 속도 쓰리다.
인구 2,400만 명의 섬나라 대만. 1990년대까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것도 잠깐.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터지며 침체의 길을 걸었다.
그런 대만경제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비결은 크게 3가지다. 코로나 방역의 성공, 비대면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경제 구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첨단 부품·제조 기술 중심의 산업생태계가 꼽힌다.
타이완 T방역은 경제 비상의 활주로가 되었다. 지난해 1월 21일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2월 초부터 중국인 입국을 막았다. 코로나 발생 사흘 만에 마스크 실시간 재고 앱을 만들고 마스크 배급제를 시행했다.
코로나 무료 검사를 조기에 착수, ‘무증상 감염자’를 사전에 걸러냈다. ‘거리 두기’는 할 필요조차 없었다.
내수 시장의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K방역에 주는 무안이 크다.
초동 방역의 성공으로 팬데믹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진 것도 호재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경제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서 자동차와 가전 등의 내구재 수요까지 증가한다.

이 모든 게 대만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전자 부품의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폭증한다. 비단 위에 꽃을 보탠다는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대만의 ‘나 홀로 성장’ 경이적... 코로나 초동 방역 성공으로 팬데믹 위기가 경제 부활 기회로
TSMC와 UMC 등 반도체를 위탁 제조하는 파운드리에 주문이 넘친다.
미디어텍, 노바텍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 르웨광, 신텍 등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기판 업체 등도 동반 호황이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과 5G 통신 보급 증가로 주문이 더 몰린다.

폭주하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증설을 서두른다.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는 반도체 및 전자 기기의 핵심 공급자로서 대만의 입지를 더 굳어지게 할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날 대만을 우습게 본 측면이 없지 않았다.
자동차 같은 거대기업 제품은 만들지 못할 거라며 실없이 얕잡아 봤다.

실수였다. 대만은 반도체를 잇는 주력산업으로 전기차 육성에 나선 지 오래다.
2010년에 세운 ‘스마트 전기차 발전전략 및 액션플랜’을 토대로 완성차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선언했다.
우리는 경제가 덩치 순인 줄 알았다. 규모의 1등이 1등인 걸로 착각했다.
중후장대의 큰 것만 알았지, 경박단소의 강인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대만은 자국의 경제·산업적 특성을 오히려 잘 살렸다. 부품과 제조자개발생산방식(ODM),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그게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비단 반도체 산업에서뿐 만이 아니다.
PC 부품, 스마트폰, 네트워크 저장장치, IT 기기 분야에서도 다름없다.
아이폰 최대위탁생산업체 폭스콘, 세계 최대의 노트북PC ODM 업체도 대만 기업들이다.
전문화에 집중했다. 우수한 기술력과 낮은 단가를 앞세워 글로벌 기술기업에 부품을 공급했다. 그들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 글로벌 산업생태계의 중추를 이뤘다.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테스트에 이르는 모든 공정에서 시장 점유율의 최상위권을 석권했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고루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어느 누가 사지 않겠는가.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를 보이지 않는 한 대만경제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경제의 성공 동인...부품과 ODM 시장에서 전문성 기르고 분업·협력 강화로 경쟁력 키워
불리함이 유리함이 되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생기는 역기능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원청 대기업이 부진하면 하도급 중소기업까지 덩달아 부실해지는 연쇄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기업 간 분업과 협업 체제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려다 보니, 무리한 비용 절감으로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어려웠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최저임금이 동결되면서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기도 했다.
대만 정부의 치밀한 산업전략을 눈여겨볼 만하다. 반도체 육성의 시작과 과정이 우리와 다르다.
한국이 대기업 총수의 결단과 리더십에 의존했다면, 대만은 철저하게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다.

1973년 산업기술 연구기관인 ITRI를 설립해 전자통신 부문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ITRI 산하 기구로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한 EROS도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에 첫발을 내딛기 바로 한 해 전이다.
TSMC와 UMC도 정부가 만든 기업이다. UMC는 1970년대 후반 ITRI가 자본금의 44%를 출자했다.
EROS는 UMC에 기술 인력과 반도체 생산 기술과 설비를 지원했고, 1987년 민간기업들과 함께 TSMC를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사업 다각화보다 반도체 생산이라는 본업에 집중했다.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 환경을 만들었다. 팹리스, 파운드리 업체가 발전하면서 패키징, 테스트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경제에는 해답이 없다. 다만 해법은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의 예는 적잖은 참고가 된다.
여건을 활용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 경쟁의 무기로 삼은 성공 동인이 돋보인다. 기회 활용과 강점 집중으로 깊고 넓은 전문성을 기르고, 다른 기업과의 연계로 성장의 판을 키웠다.

여기에 국가적 후원을 보태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일궈냈다.
경영은 바둑과 같다.
수읽기로 미래를 내다보고, 세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살려야 한다. 실패는 자충수요, 성공은 외통수라 했다.



권의종(iamej5196@naver.com)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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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전 총리 "오염된 한국 경제, 동반성장이 해법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눈부신 성장 뒤에는 미래를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함께 잘사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삶'이라는 가치다."

정운찬 전 총리가 최근 펴낸 저서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에서 현 한국 경제 위기를 타파할 해법으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소수에 의한 소득과 부의 독점과 기회의 불평등 현상이 나타났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격차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성장과 양극화가 악순환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동반성장이 적어도 단기에서는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치다. 동맥만이 아니라 모세혈관에도 피가 돌듯이 사회적인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이 공정하다고 느끼며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반성장에서 '함께 나눈다'는 말의 의미는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만들되, 분배는 좀 더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동반성장이 자본주의 정신이 어긋난다는 주장에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반박한다.

정 전 총리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그렸던 시장경제 사회는 법과 게임의 규칙을 기반으로 누구나 정당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결과적으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였다.
우리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했던 자본주의의 참모습을 올바르게 알고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주장하는 동반성장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위태로워 보이는 한국 경제의 생태계를 다시 살리는 것은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길"이라며 "오염된 한국 경제의 해법인 동반성장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제23대 총장,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알리는 데 힘썼다. 현재 민간인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동반성장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208쪽, 파람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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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